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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화: 같이 사는 사람의 결정

Author: 에이르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10-16 19:12:07

회의가 끝난 건 오후 4시 20분이었다.

송유지는 회의실 문을 닫고 나오자마자 걸음을 멈췄다.

손에는 자료가 한 묶음 들려 있었다.

국제협업팀 리드.

분기별 해외 장기 체류 가능성.

향후 정식 부서 책임자 후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컸다.

유지는 복도 끝 창가까지 걸어갔다.

그리고 가장 먼저 휴대전화를 꺼냈다.

채도하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끝났어요.

답장은 금방 왔다.

—어땠어.

유지는 바로 쓰지 못했다.

한참 화면만 보다가.

—생각보다 커요.

잠시 뒤.

—어느 정도.

유지는 자료 첫 장을 다시 봤다.

—잘하면 앞으로 몇 년이 바뀔 정도.

이번에는 답장이 조금 늦었다.

—오늘 같이 보자.

유지는 그 문장을 보고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

—응.

-

저녁 8시.

둘은 집 식탁에 마주 앉아 있었다.

유지는 회사에서 받아온 자료를 전부 펼쳐놨다.

도하가 첫 장부터 천천히 읽었다.

“분기별 장기 체류.”

“응.”

“최대 기간은.”

“건마다 다른데.”

유지가 자료 한쪽을 짚었다.

“길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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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아온 아홉째 날.송유지는 아침부터 이상하게 손이 허전했다.노트북을 켤 일도 없고.현지 팀 정기회의도 끝났고.8주 자문은 3주 뒤에 시작한다.일정표만 보면.정말 비어 있었다.채도하가 출근 준비를 하다가 물었다.“오늘 뭐 해.”유지는 식탁에 앉아 한참 생각했다.“모르겠어요.”도하가 웃었다.“좋네.”“뭐가요.”“모르는 거.”“전 하나도 안 좋은데.”“쉬는 기간이라며.”“그래도 하루 계획 정도는…”도하가 재킷을 집어 들었다.“정하지 마.”유지가 바로 쳐다봤다.“또요?”“응.”“여보 요즘 제가 계획 세우는 걸 너무 싫어해.”“싫은 게 아니라.”도하가 웃었다.“안 세워도 되는 날도 있어야지.”도하가 출근한 뒤.유지는 거실 한가운데 서 있었다.청소는 어제 했고.빨래도 없었다.친구와 약속도 잡지 않았다.결국 소파에 앉았다.5분.10분.15분.휴대전화를 들었다.회사 메일을 열려다가 멈췄다.“안 돼.”스스로 말하고 다시 내려놨다.그때 메시지가 하나 왔다.현지 운영 담당자였다.—송 리드님, 지난번 말씀하신 기준대로 저희가 처리했습니다. 공유만 드립니다.첨부된 건 짧은 결과 보고였다.유지는 읽었다.질문도 없고.승인 요청도 없었다.정말 공유뿐이었다.유지는 짧게 답했다.—확인했습니다. 잘 처리했네요.끝.메시지창을 닫고 나니.오히려 마음이 편했다.오전 11시쯤.유지는 갑자기 밖으로 나갔다.목적지는 없었다.동네를 걷다가.평소 그냥 지나치던 작은 서점 앞에서 멈췄다.해외에서 도하가 먼저 찾아냈던 책방이 떠올랐다.유지는 피식 웃었다.“여기에도 있었네.”안으로 들어갔다.책을 한 권 골랐다.일 관련 책은 아니었다.소설이었다.계산을 마치고 나오는데.조금 낯설었다.예전에는 쉬는 날에도.자기계발.자료.업무.뭔가 도움이 될 것만 골랐던 것 같았다.오늘은 그냥.읽고 싶어서 샀다.점심 무렵.도하에게서 메시지가 왔다.—뭐 해.유지는 책 사진을 보냈다.—책 샀어요.—

  • 죽은 언니의 남편을 사랑하게 됐다   293화: 돌아온 여덟째 날, 이번에는 시작 날짜를 정했다

    돌아온 여덟째 날.송유지는 아침부터 노트북 앞에 앉아 있었다.채도하가 커피를 들고 와 물었다.“오늘은 또 뭐.”유지가 화면을 가리켰다.“8주 자문.”“오늘 결정해?”“응.”“쉬고 결정한다며.”“쉬었잖아요.”“하루.”유지가 웃었다.“그래도 어제 진짜 아무것도 안 했어요.”도하는 맞은편에 앉았다.“그래서.”“하고 싶어요.”“응.”“근데 조건 하나 더 넣을 거예요.”“뭔데.”유지는 메일 초안을 보여줬다.시작 시점 3주 후 요청.도하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대로네.”“응.”“3주 쉬고.”“응.”“그다음 8주.”유지는 잠깐 화면을 보다가 말했다.“이제는 바로 다음 거 시작하는 게 좀 무서워요.”“왜.”“할 수 있으니까 계속 하는 사람이 될까 봐.”도하가 잠시 말이 없었다.유지가 덧붙였다.“쉬어야 할 때도 그냥 할 수 있다고 해버리는 거.”“그럼 3주가 맞네.”“응.”이번에는 유지도 바로 전송 버튼을 눌렀다.답은 오전 중에 왔다.요청한 시작일 수용.주 2회 원격 회의.주말 연락 없음.단기 출장 1회 가능.유지는 메일을 끝까지 읽고 나서 노트북을 닫았다.“됐어요.”도하가 넥타이를 매다 물었다.“확정?”“응.”“축하해.”유지가 웃었다.“고마워요.”“좋아?”“응.”잠깐.“근데 예전처럼 막 뛰고 싶은 느낌은 아니에요.”“그럼.”“차분하게 좋아.”도하가 웃었다.“그게 더 오래 갈 것 같은데.”유지는 고개를 끄덕였다.“저도 그렇게 생각해요.”도하가 출근하려는데 유지가 달력을 가져왔다.“잠깐.”“왜.”“시작일 적어야지.”유지는 정확히 3주 뒤 날짜에 동그라미를 쳤다.그런데 그 아래.이미 적힌 게 있었다.도하의 첫 출장 예상 주간.유지가 눈을 가늘게 떴다.“겹치네.”“확정 아니야.”“그래도.”둘은 달력을 한동안 봤다.도하가 먼저 말했다.“너는 여기서 회의하고.”“응.”“나는 출장 가면 되고.”“응.”유지는 고개를 끄덕였다.이번에는 이상하게 불안하

  • 죽은 언니의 남편을 사랑하게 됐다   292화: 돌아온 일곱째 날, 쉬는 날에도 처음은 생겼다

    돌아온 일곱째 날.송유지는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시간을 확인했다.9시 18분.평소 같으면 이미 뭔가 하고 있었을 시간이었다.그런데 오늘은.아무 일정도 없었다.유지는 옆을 봤다.채도하도 아직 누워 있었다.“여보.”“응.”“우리 오늘 진짜 아무것도 안 정했죠.”도하가 눈을 감은 채 대답했다.“응.”“이대로 있어도 돼요?”“돼.”“진짜?”도하가 그제야 눈을 떴다.“왜 자꾸 허락받아.”유지가 잠깐 멈췄다.“그러네.”조금 뒤.둘은 늦은 아침을 먹었다.유지가 식탁에 앉아 말했다.“그래도 뭐 하긴 해야 하지 않을까요.”도하가 커피를 마셨다.“왜.”“하루가 아깝잖아요.”“쉬는 날인데.”“쉬는 것도 뭔가 해야 쉬는 것 같아서.”도하가 웃었다.“그게 문제네.”“뭐가요.”“넌 쉬는 것도 성과 내려고 해.”유지가 그대로 멈췄다.“아.”“맞지.”“조금.”“많이.”유지는 눈을 가늘게 떴다.“오늘 따라 팩트 공격이 심하네.”결국 둘은 아무 계획 없이 밖으로 나왔다.차도 두고.그냥 걸었다.유지가 물었다.“어디 가요.”“모르겠어.”“그럼 방향이라도.”“네가 골라.”유지는 왼쪽을 가리켰다.“저쪽.”“왜.”“그냥.”도하가 고개를 끄덕였다.“좋아.”그 대답이 이상하게 마음에 들었다.한참 걷다 보니.둘 다 자주 지나던 동네인데도.처음 보는 작은 골목이 나왔다.유지가 먼저 안쪽을 봤다.“여기 있었어요?”“몰랐어.”“여보도?”“응.”유지 입꼬리가 올라갔다.“제가 먼저 찾았네.”도하가 웃었다.“또 경쟁 시작?”“오늘은 제가 이겼어요.”골목 안에는 작은 가게들이 몇 개 있었다.오래된 서점.작은 꽃집.그리고 테이블이 4개뿐인 카페.유지가 카페를 가리켰다.“저기 들어갈래요?”“응.”카페에 들어가자.유지는 창가 자리를 골랐다.둘은 메뉴판을 오래 보지 않았다.커피 2잔.간단한 디저트 하나.그게 전부였다.도하가 물었다.“좋아?”“응.”“뭐가.”“이런 거.”“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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