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민원 내용은 생각보다 길었다.송유지는 실습 지도자가 보내준 사진을 확대해서 읽었다.[사범 자격이 없는 실습생이 수업 방식을 임의로 변경함.][정해진 반복 횟수와 진도를 지키지 않아 수업 효과가 떨어질 수 있음.][정식 등록 회원이 실습 대상이 되는 것에 동의한 적 없음.]마지막 문장이 가장 걸렸다.유지는 한동안 화면을 내려다보다가 관장에게 보여줬다.관장은 천천히 읽고 물었다.“기분 나쁘죠?”“네.”유지는 솔직하게 대답했다.“근데 완전히 틀린 말 같지도 않아서 더 그래요.”“어떤 부분이요?”“저 아직 사범 아니고.”잠깐.“회원 입장에서는 돈 내고 왔는데 갑자기 실습생이 앞에 서면 싫을 수도 있잖아요.”관장은 고개를 끄덕였다.“그 생각은 맞습니다.”유지는 시선을 들었다.“그럼 제가 잘못한 거예요?”“그건 또 다른 문제죠.”관장은 휴대전화를 돌려줬다.“실습생을 수업에 세운 건 체육관과 교육 과정 운영자의 결정입니다.”그리고 덧붙였다.“책임까지 혼자 가져가려고 하지 마세요.”그날 저녁.실습 체육관에서는 짧은 회의가 열렸다.정식 지도자와 유지.그리고 교육 과정 담당자가 영상 통화로 들어왔다.“민원 확인했습니다.”담당자는 차분하게 말했다.“우선 다음 수업부터 송유지 씨가 지도하는 구간은 사전에 회원들에게 명확히 고지하겠습니다.”유지가 고개를 끄덕였다.“네.”“원치 않는 회원은 해당 시간에 정식 지도자에게 별도 지도를 받을 수 있게 하고요.”유지는 잠깐 생각하다 말했다.“저는 그게 맞는 것 같아요.”정식 지도자가 물었다.“수업 방식은요?”담당자가 이번에는 유지 쪽을 봤다.“그건 유지합니다.”유지 눈이 조금 커졌다.“그대로요?”“네.”“민원이 들어왔는데도요?”“민원이 들어왔다고 바로 방식이 잘못됐다는 뜻은 아닙니다.”잠깐.“오히려 데이터는 반대입니다.”화면에 간단한 기록이 떴다.최근 3주.평균 출석 인원은 5~6명에서 8명으로 올랐다.신규 등록 2명.재출석 3명.환불 상담 예정자
다음 주 화요일.송유지가 원래 다니던 체육관에 들어서자 분위기가 조금 달랐다.신발장이 평소보다 꽉 차 있었다.낯선 운동화도 몇 켤레 보였다.유지는 가방을 내려놓으며 물었다.“오늘 사람 많네요?”관장이 대답했다.“요즘 등록 문의가 좀 늘었습니다.”양지아가 바로 끼어들었다.“유지 씨 때문 아니에요?”유지가 눈을 가늘게 떴다.“왜 또 저예요.”“회사에서도 두 명 더 물어봤어요.”민서가 말했다.“체험 영상 보고 문의한 사람도 또 있대요.”서진도 웃었다.“이제 진짜 홍보대사네.”“그 말 하지 마요.”유지는 웃으며 도복 띠를 정리했다.수업 전.관장이 잠깐 유지를 불렀다.“이번 달 신규 등록이 지난달보다 조금 늘었습니다.”“얼마나요?”“성인반 기준으로 20% 정도.”유지 눈이 조금 커졌다.“진짜요?”“영상 반응도 있었고.”관장이 잠깐 웃었다.“송유지 씨 회사 동료가 등록한 것도 영향이 있었고요.”“지아 씨가 사람 끌고 다니는 거 아니에요?”멀리 있던 지아가 바로 들었다.“저 아무것도 안 했는데요?”“회사에서 계속 체육관 얘기하잖아요.”“좋으니까 말하는 거죠.”관장은 두 사람을 보며 웃었다.“어쨌든 신규 문의가 늘어난 건 사실입니다.”유지는 괜히 조금 기분이 이상했다.자기가 뭘 대단하게 한 것도 아닌데.사람들이 체육관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그날 수업이 끝난 뒤.새로 등록한 수련생 한 명이 유지에게 다가왔다.“혹시 송유지 씨 맞죠?”“네.”“영상에서 봤어요.”유지는 순간 어색해졌다.“아.”“초보도 괜찮다고 해서 왔어요.”상대가 웃었다.“저 운동 진짜 못하거든요.”유지는 바로 말했다.“저도 처음에 그랬어요.”그 말을 듣자 상대 표정이 조금 편해졌다.관장은 그 모습을 멀리서 조용히 보고 있었다.목요일.이번에는 실습 체육관이었다.유지는 들어가자마자 출석부부터 봤다.지난주보다 사람이 많았다.평균 5~6명이던 반에.오늘은 8명이 와 있었다.유지가 놀라서 물었다.“오늘 왜 이렇
다음 주.송유지는 실습 체육관에 평소보다 조금 일찍 도착했다.지난번 낙법을 하다 띠를 풀었던 수련생이 정말 올지.그게 계속 마음에 걸렸다.출석부에는 아직 이름이 남아 있었다.[다음 주 미출석 시 환불 상담 예정]유지는 괜히 그 줄을 한 번 더 봤다.“기다리세요?”정식 지도자가 물었다.“조금요.”“안 올 수도 있습니다.”유지는 고개를 끄덕였다.“알아요.”그런데 수업 시작 3분 전.문이 열렸다.그 사람이 들어왔다.지난번과 같은 가방.같은 도복.다만 얼굴은 더 지쳐 보였다.유지는 자기도 모르게 웃었다.“오셨네요.”상대가 어색하게 말했다.“한 번 더 와본다고 했잖아요.”*수업 전.그 사람은 다른 회원들보다 늦게 도복으로 갈아입었다.띠를 묶다가 두 번이나 다시 풀었다.유지는 옆에서 기다렸다.“도와드릴까요?”“아니요.”대답이 빨랐다.유지는 그대로 손을 내렸다.“알겠어요.”한참 뒤.그 사람이 먼저 말했다.“사실 저 원래 이런 거 되게 싫어해요.”“뭐를요?”“남이 기다리는 거.”유지는 그를 봤다.“제가 늦으면 뒤에서 기다리고.”“제가 못하면 설명 한 번 더 하고.”그 사람은 띠 끝을 정리하며 낮게 말했다.“회사에서도 그래요.”유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저희 팀이 요즘 인원이 줄어서.”잠깐.“제 일이 계속 늘었거든요.”아침부터 야근.점심도 대충.주말에도 연락이 오는 날이 많았다.그래서 운동이라도 시작해보려고 등록했다.그런데 체육관에서도 자꾸 자신 때문에 흐름이 끊긴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회사에서도 민폐 같고.”“여기서도 민폐 같고.”“그래서 그냥 안 나오려고 했어요.”유지는 그 말을 듣고 지난주와 조금 다른 생각이 들었다.낙법이 문제가 아니었다.이 사람은 이미 하루 종일.다른 사람 속도를 맞추느라 지쳐 있었다.체육관까지 와서 또 남의 속도를 따라가고 있었던 거다.*수업이 시작됐다.정식 지도자가 유지에게 말했다.“오늘은 초보 구간 15분 맡아보시죠.”유
송유지는 평가표에 적힌 문장을 다시 읽었다.[성인 초보자 지도 특화 과정 — 첫 정식 선발 추천]아직 최종 승인은 남아 있었지만.이번에는 이전과 달랐다.단순한 추천이 아니었다.실제 교육 과정에 들어가기 위한 마지막 절차였다.평가 책임자가 말했다.“선발되면 현장 실습이 포함됩니다.”유지가 고개를 들었다.“저희 체육관에서요?”“기본 수련은 기존 체육관에서 계속하시면 됩니다.”그 말에 유지 표정이 조금 풀렸다.“그럼 실습만 다른 곳에서?”“네. 주 1회.”관장이 옆에서 덧붙였다.“원래 수업은 그대로 나오시면 됩니다.”유지가 웃었다.“다행이네요.”평가 책임자가 물었다.“왜요?”“저 아직 여기서 배울 것도 많은데 갑자기 옮기라고 하면 좀 싫었을 것 같아서요.”관장이 웃었다.“누가 옮기래요.”“혹시 모르잖아요.”며칠 뒤.유지는 다시 익숙한 체육관 문을 열었다.양지아가 제일 먼저 손을 들었다.“유지 씨.”“왜.”“오늘은 어디 안 가죠?”유지가 운동 가방을 내려놓았다.“여기가 원래 제가 다니는 데잖아요.”지아가 웃었다.“요즘 맨날 평가니 교육이니 하니까.”서진도 끼어들었다.“맞아요. 약간 다른 세계 사람 된 것 같았어요.”민서가 말했다.“근데 도복 입고 오니까 똑같네.”유지가 피식 웃었다.“저 아직 수련생이에요.”관장이 멀리서 말했다.“맞습니다.”유지가 바로 쳐다봤다.“왜 그렇게 확실하게 말씀하세요.”“사실이니까요.”주변에서 웃음이 났다.그 순간 유지도 조금 편해졌다.평가받는 사람이 아니라.평소처럼 운동하러 온 기분이었다.수업은 평소대로 시작됐다.후방 낙법.측방 낙법.기본 이동.앞차기.유지는 민서와 짝을 맞췄다.민서가 말했다.“사범 교육 받는다고 봐주기 없어요.”“누가 봐달래요.”“오늘 제가 더 잘할 건데.”“그래요.”첫 번째 앞차기.퍽.민서 착지가 안정적이었다.유지도 이어서 찼다.퍽.이번엔 유지가 조금 흔들렸다.민서가 바로 웃었다.“사범 후보님?”유지
최종 평가 당일.송유지는 평소보다 20분 일찍 협회 교육장에 도착했다.안쪽 매트에는 이미 5명이 와 있었다.누가 어떤 조건인지 이름표에는 적혀 있지 않았다.1번부터 5번까지.번호만 붙어 있었다.유지는 입구에서 한 번 숨을 고른 뒤 안으로 들어갔다.평가 책임자가 말했다.“오늘은 사전 질문 없이 바로 시작합니다.”“네.”“대상자의 조건을 추측하려 하지 마세요.”유지는 순간 뜨끔했다.그걸 이미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누가 실제로 그만두려는 사람인지.자꾸 눈으로 찾고 있었다.“보이는 반응만 보시면 됩니다.”평가 책임자가 시계를 확인했다.“총 25분.”“알겠습니다.”“시작하세요.”유지는 5명을 반원으로 세웠다.“오늘은 어려운 동작 안 할게요.”첫 번째는 가볍게 중심 이동.오른발.왼발.다시 제자리.그다음 앉은 자세에서 후방 낙법 준비.동작 자체는 단순했다.그런데 반응은 전부 달랐다.1번은 뒤로 몸을 기울이는 순간 어깨가 굳었다.2번은 두 번째 시도에서 자기 허벅지를 툭 치며 짜증을 냈다.“아, 왜 계속 안 되지.”3번은 옆 사람을 계속 힐끗거렸다.4번은 시작한 지 7분도 안 됐는데 숨이 거칠어졌다.그리고 5번.가장 조용했다.시키는 건 다 했다.틀리지도 않았다.유지는 오히려 그게 신경 쓰였다.“잠깐 쉬었다 갈게요.”유지가 말했다.4번이 안도한 듯 바로 앉았다.2번은 여전히 표정이 굳어 있었다.“저만 계속 이상한 것 같아요.”유지는 그 앞에 앉았다.“지금 제일 화나는 게 뭐예요?”2번이 당황했다.“네?”“동작이 안 되는 게 화나는 건지.”잠깐.“다른 사람은 되는데 나만 안 되는 것 같아서 화나는 건지.”2번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둘 다요.”유지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지금은 성공시키려고 하지 말고 한 단계만 줄여볼게요.”완성 동작 대신.엉덩이를 매트에 붙인 채 상체를 뒤로 조금만 낮추기.2번은 다시 했다.이번엔 됐다.표정이 아주 조금 풀렸다.평가위원 한 명이 기록했
송유지는 평가표에 적힌 문장을 다시 읽었다.[성인 초보자 지도 특화 과정 — 추천 검토]그리고 그 아래.[정식 선발자 0명]유지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아직 아무도 없다고요?”평가위원이 고개를 끄덕였다.“네.”“올해 새로 만든 과정인데요?”“그래서 더 까다롭습니다.”관장도 평가표를 들여다봤다.“기존 지도자 과정하고 많이 다릅니까?”“기본 틀은 같습니다.”평가위원이 설명했다.“다만 성인 초보자만 따로 봅니다.”유지는 조용히 들었다.“운동 경험이 거의 없는 사람.”“낙법 자체를 무서워하는 사람.”“체력이 부족하거나, 다른 사람 앞에서 동작하는 걸 부담스러워하는 사람.”“그리고 한두 번 실패하면 바로 그만두고 싶어하는 사람까지.”평가 책임자가 덧붙였다.“기술을 잘 보여주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유지는 손에 든 평가표를 내려다봤다.딱 자신이 봐왔던 사람들이었다.처음의 자기.서진.양지아.그리고 중간에 자신감이 흔들렸던 민서까지.“그런데 왜 아직 아무도 선발이 안 됐어요?”유지가 물었다.이번에는 평가 책임자가 대답했다.“기존 지원자들은 대부분 기술 수준은 좋았습니다.”“그런데요?”“너무 빨랐습니다.”유지 눈이 조금 좁아졌다.“무슨 뜻이에요?”“본인이 할 수 있으니까 상대도 금방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죠.”평가위원이 이어받았다.“설명을 잘해도 기다리는 시간이 짧았습니다.”“실수하면 바로 수정하고.”“겁내면 설득부터 하고.”“뒤처지면 따라오게 만들려고 했죠.”유지는 조금씩 이해했다.“그게 오히려 안 좋았다는 거예요?”“성인 초보자에게는요.”평가위원이 말했다.“특히 자발적으로 운동하러 온 성인은 한 번 부담을 느끼면 그냥 다음 수업부터 안 나오기도 합니다.”그 말은 유지도 알았다.체육관에는 어느 순간 보이지 않게 된 사람도 있었다.처음 두세 번은 왔지만.어느 날부터 조용히 사라진 사람들.관장이 물었다.“송유지 씨에게 이 과정을 바로 제안하는 겁니까?”평가위원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