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log in에라가 뻗은 손은 허공에서 그대로 굳어 버렸다.주민혁 뒤에 선 사람들에게 가차 없이 제지당한 뒤에야 그녀는 뒤늦게 깨달았다.주민혁의 뒤를 따라 들어온 이들은 평소 그가 데리고 다니던 경호원들이 아니었다. 다들 반듯한 제복을 입고 있었으니 말이다.온몸에서 함부로 범접할 수 없는 엄숙한 기운을 풍기며 그들은 매처럼 날카로운 눈빛으로 어질러진 사무실 안을 훑고 있었다.에라의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한기가 척추를 타고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고 손끝은 제멋대로 떨리기 시작했다.주민혁은 천천히 책상 앞으로 걸어가 책상 위에 흩어진 서류들을 차갑게 훑어보았다.서류들에는 지난번 에라가 물컵을 깨뜨리며 생긴 얼룩이 여전히 남아 있었다. 잉크가 번져 나간 자국은 흉측한 상처처럼 보이기도 했다.주민혁은 손을 들어 아무 의자나 하나 끌어당겼다. 움직임은 느긋하고 여유로웠다.마디가 또렷한 손가락을 의자 등받이 위에 얹혀 둔 다음에는, 손끝으로 차가운 의자 표면을 가볍게 문질렀다.에라를 보는 대신, 주민혁의 시선은 창밖에 머물러 있었고 눈빛은 고요하게 가라앉아 있었다.“주 대표님.”에라의 목소리는 티가 나지 않을 만큼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억지로 침착한 척 지어 보인 미소 역시 어색하게 얼굴에 걸려 있었다.“이게 무슨 뜻이죠? 이런 분들까지 데리고 와서, 저를 겁주기라도 하시려는 건가요?”마침내 주민혁이 고개를 돌리며 에라의 얼굴에 시선을 두었다.그러나 그 눈빛에는 한 점의 온기도 없었다.마치 아무 상관 없는 낯선 사람을 보는 것 같기도 했고 곧 깊은 나락으로 떨어질 죄수를 바라보는 것 같기도 했다.주민혁은 아무 말 없이 살짝 턱을 들어 보였다.그러자 그의 곁에 서 있던 경제범죄수사대장이 곧바로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그러고는 신분증을 꺼내 보이며 또렷하고 엄숙한 목소리로 말했다.“에라 씨, 저희는 경제범죄수사대입니다. 현재 에라 씨는 플라잉 테크 전 법인 대표 심종연 씨의 불법 자금 모집, 자금 세탁 등 여러 경제 범죄에 가담한 혐의를 받고 있습
전생에서 최수빈은 율이를 지켜내지 못했다. 그래서 그 작은 아이가 영원히 그녀의 곁을 떠나게 만들었다.가슴을 도려내는 듯했던 그 고통, 최수빈은 이번 생에서만큼은 절대 다시 겪고 싶지 않았다.주민혁이 물었다.“에라 일 생각하고 있어?”최수빈은 크게 움찔하며 고개를 돌려 주민혁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걱정이 담긴 그의 눈빛을 보는 순간, 눈시울이 단번에 붉어졌다.그녀는 그의 손을 붙잡았다. 손끝이 얼음장처럼 차가웠다.“민혁 씨, 나 너무 불안해요.”주민혁은 팔에 힘을 주어 최수빈을 품 안으로 끌어안았다. 그리고 그녀의 등을 천천히 토닥여주며 부드럽게 달랬다.“걱정하지 마. 이미 사람 더 붙였어. 집도 24시간 지키고 있으니까 아무 일 없을 거야.”“무서워요.”최수빈의 목소리가 점점 작아졌다.“율이를 잃을까 봐 무서워요.”전생의 일은 아직도 눈앞에 선명했다. 절대, 두 번 다시 딸을 잃고 싶지 않았다.주민혁은 고개를 숙여 최수빈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붉어진 눈가와 그 눈빛 속에 고인 두려움이 고스란히 보였다.가슴이 무겁게 가라앉고 무언가 목 끝까지 차올라 금방이라도 터져 나올 것만 같았다.심장은 바늘에 찔린 듯, 저릿저릿한 통증이 번져 나갔다.그는 두 손으로 최수빈의 얼굴을 감싸고 손끝으로 눈가에 맺힌 눈물을 조심스레 닦아 주었다.“수빈아, 왜 그래? 국내에서는 아무 일 없을 거야. 내가 있잖아. 누구도 율이를 다치게 못 해. 너도 마찬가지야.”이에 최수빈은 마지막 지푸라기라도 붙잡은 사람처럼 갑자기 주민혁의 품으로 파고들어 꼭 끌어안았다.“나, 율이 잃고 싶지 않아요.”목이 메인 채 말하는 목소리에는 짙은 울음기가 섞여 있었다.“민혁 씨, 나 진짜 그러고 싶지는 않아요.”주민혁은 마음이 산산이 부서지는 듯했으나 애써 최수빈의 머리카락을 가만히 쓰다듬으며 몇 번이고 되풀이했다.“알았어.”그녀는 주민혁의 품에 기대었다.그의 단단하고 규칙적인 심장 소리를 듣고 몸에서 은은하게 풍기는 시더우드 향을 맡자 마음속 불안이 조금씩
에라는 멀리 뛰어가는 율이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얼굴에 걸려 있던 미소는 완전히 사라졌고 눈빛에는 음산한 기운이 스쳤다.그녀는 손에 쥔 초콜릿을 꽉 움켜쥐었다. 힘이 들어가자 손마디가 하얗게 질렸다.‘저 꼬맹이, 생각보다 경계심이 꽤 강하네. 하지만 상관없어.’에라는 천천히 몸을 일으켜 옷에 묻은 먼지를 털어냈다. 그리고 시선을 들어 교실 건물 복도 쪽을 바라보았다.그곳에서는 주민혁이 차갑게 가라앉은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에라는 그를 향해 미소를 지어 보인 뒤, 몸을 돌려 우아한 걸음으로 교문 쪽을 향해 걸어갔다.그런 에라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주민혁의 눈빛은 점점 더 싸늘하게 식어 갔다.이윽고 그는 휴대폰을 꺼내 비서에게 전화를 걸었다.“이번에 에라가 기부한 목적이 뭔지 정확히 알아봐. 그리고 사람을 더 붙여. 수빈이랑 율이의 안전을 철저히 지켜야 해.”하교 후 집으로 돌아가는 길, 율이는 주민혁의 차 안에 앉아 작은 입을 쉴 새 없이 움직였다.그러다 아이는 주민혁의 옷자락을 붙잡고 사뭇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아빠, 오늘 학교에 나쁜 이모가 왔어요. 저한테 초콜릿을 주려고 했는데 안 받았어요. 그 이모, 딱 봐도 좋은 사람이 아니었거든요. 지난번에 봤을 때도 아빠한테 달려들려고 했잖아요.”주민혁은 율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눈빛에 부드러운 기색이 스치며 낮고 다정한 목소리가 이어졌다.“잘했어. 모르는 사람이 주는 건 함부로 받으면 안 돼.”집에 도착해서 보니 최수빈은 이미 돌아와 있었다.그녀는 주민혁이 율이의 손을 잡고 들어오는 모습을 보고 얼른 다가와 웃으며 물었다.“오늘 왜 이렇게 늦었어요? 학교에서 무슨 일 있었어요?”율이는 최수빈을 보자마자 곧장 주민혁의 손을 뿌리치고 그녀의 품으로 뛰어들었다.“엄마, 엄마.”그러고는 오늘 학교에서 에라를 만난 일을 최수빈에게 다시 한번 이야기했다.율이는 입술을 살짝 오므리더니 또 말했다.“그 이모, 지난번에 아빠 회사 아래에서 아빠한테 달려들려고 했던 그 이모예
“잘했어요!”율이는 손에 들고 있던 빨간 꽃 스티커를 번쩍 들어 올리며 귀여운 목소리로 말했다.“선생님이 그림 잘 그렸다고 1등 줬어요. 그래서 받은 거예요.”최수빈은 그 작은 스티커를 받아 들고 한참을 들여다봤다. 눈빛에는 뿌듯함이 가득했다.“우리 율이 정말 잘했네. 가자, 엄마가 딸기 사줄게.”“좋아요!”율이가 환하게 웃으며 최수빈의 목을 끌어안았다. 그리고 그녀의 볼에 쪽 소리가 날 정도로 입을 맞췄다.그들은 누구도 눈치채지 못했다.조금 떨어진 곳, 커다란 녹나무 아래 그늘 속에 에라가 서서 두 사람의 뒷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는 걸.그녀의 시선은 음산하게 가라앉아 있었다.최수빈이 다정하게 율이의 손을 잡는 모습, 율이가 고개를 들어 밝은 얼굴로 이야기를 건네는 모습, 그리고 최수빈이 웃으며 답하는 모습...그 모든 장면을 바라보는 에라의 눈빛은 점점 차갑게 식어갔다.최수빈에게 ‘약점’이라는 걸 만들어준 존재는 바로 저 아이였다.에라는 주먹을 꽉 쥐었다.손끝이 하얗게 질릴 정도로 힘이 들어갔고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들며 가느다란 통증을 남겼다.그렇게 에라는 최수빈이 율이를 데리고 차에 오르는 모습까지 지켜보다가 차가 서서히 멀어지자 그제야 그늘 속에서 천천히 걸어 나왔다. 입가에는 의미심장한 미소가 떠 있었다다음 날 오후.율이가 다니는 초등학교는 유난히 분주했다.운동장에는 ‘사랑의 기부’라고 적힌 트럭 몇 대가 서 있었고 직원들이 새 책걸상과 책, 학용품을 부지런히 내려놓고 있었다.아이들은 주변에 모여 그 낯선 물건들을 신기한 눈으로 바라보며 재잘재잘 떠들었다. 얼굴에는 설렘이 가득했다.오늘 최수빈은 회사에 급한 회의가 생겨 율이를 데리러 올 수 없었고 대신 주민혁에게 부탁해둔 상태였다.그 시각, 주민혁은 미간을 살짝 찌푸린 채 교실 복도에 서서 운동장을 내려다보고 있었다.조금 전, 비서에게서 전화를 받았는데 에라가 오늘 개인 명의로 율이의 학교에 대량의 물품을 기부했고 심지어 직접 학교까지 찾아왔다는 내용이었다.그
‘심종연이 무너졌다고 해서 뭐가 달라진다는 거지? 내가 쥐고 있는 것만으로도 주상 그룹을 충분히 흔들 수 있는데.’에라는 깊게 숨을 들이마시며 애써 마음을 진정시켰다.그러고는 가방에서 휴대폰을 꺼내 ‘정보원’이라고 저장된 번호를 찾아 바로 전화를 걸었다. 얼마 후, 전화가 연결되자마자 그녀는 날카롭게 내뱉었다.“지금 당장 조사해!”“에라 씨, 뭘 조사하라는 겁니까?”휴대폰 너머에서 낮고 쉰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천공연구원 밑바닥까지 전부 말이야.”에라는 이를 악문 채 한 글자씩 끊어 말했다.“재무 흐름, 협력 업체 배경, 개인적으로 오가는 거래까지... 전부 탈탈 털어. 겉으로 드러난 거든, 뒤에서 벌어지는 거든 상관없어. 하나도 빠짐없이 다 가져와.”상대가 잠시 망설이는 듯했다.“천공연구원은 지금 한창 잘 나가고 있고 육민성이 내부 단속을 꽤 철저하게 하고 있어서... 파고들기가 쉽지 않을 텐데요...”“그건 내가 알 바 아니야!”에라가 날카롭게 말을 끊었다.“돈은 얼마든지 줄 테니까 결과만 가져와. 사흘. 길어도 사흘 안에 전부 내 앞에 갖다 놔.”그녀는 잠시 말을 멈췄다가, 더 낮은 목소리로 덧붙였다.“그리고... 최수빈도 집중적으로 파. 가족, 주변 사람, 과거 이력, 약점, 취향... 하나도 빠짐없이 전부. 심지어 몇 시에 집을 나가고 몇 시에 들어오는지까지 모조리 파악해 와.”“최수빈이요?”상대가 약간 놀란 듯 되물었다.“그 사람은 주상 그룹 쪽 인물 아닌가요?”“쓸데없는 말 말고 시키는 대로 해. 흔적 남기지 말고 깔끔하게 처리하라고. 주민혁이나 육민성한테 들키면... 어떻게 되는지 알지?”상대는 몇 초간 침묵하다가 결국 짧게 대답했다.“알겠습니다. 바로 움직이겠습니다.”그렇게 에라는 전화를 거칠게 끊고 흐트러진 앞머리를 귀 뒤로 넘겼다.그녀는 주민혁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그가 가장 아끼는 건 결국 최수빈과 딸, 이 약점은 이미 다 드러나 있었고 누구나 알 만큼 뻔했다. 그렇기에 마음만 먹으면
“그리고... 대표님만 따로 보자고 했습니다.”최수빈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녀는 주민혁을 바라보며 걱정 어린 눈빛으로 말했다.“분명 좋은 의도로 온 거 아니에요. 가지 마요.”주민혁은 그녀의 손을 가볍게 두드리며 안심시키듯 미소 지었다. 눈빛에는 날카로운 기색이 스쳤다.“무슨 수를 쓰는지 한 번 보지, 뭐.”그런 다음 자리에서 일어나 재킷을 정리하더니 담담하게 말했다.“잠깐 다녀올게. 여기서 기다려.”최수빈은 잠시 망설이다가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조심해요.”주민혁은 짧게 고개를 끄덕인 뒤, 비서를 따라 사무실을 나섰다.아래층 접견실.에라는 소파에 앉아 있었다. 불꽃처럼 강렬한 붉은 원피스 차림에 화장은 정교하게 되어 있어 한눈에 봐도 사람을 홀릴 듯한 분위기였다.주민혁이 들어오자 그녀는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요염한 미소를 띠며 빠르게 그에게 다가갔다.“주 대표님, 오랜만이네요.”에라의 목소리는 일부러 꾸민 듯 나긋하고 유혹적이었다. 말을 마치기도 전에 그녀는 자연스럽게 주민혁의 품으로 파고들 듯 다가왔다.그러자 주민혁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몸을 살짝 비틀어 그녀의 손길을 가볍게 피했다.그 바람에 헛손질한 에라는 순간 표정이 굳었지만 이내 아무 일도 없다는 듯 다시 미소를 지었다.그녀는 손을 들어 귀 옆의 웨이브 머리를 쓸어 넘기며 장난스럽게 말했다.“주 대표님, 깔끔한 걸 너무 좋아하시는 거 아니에요? 외국에서 이 정도는 그냥 인사인데.”주민혁은 소파로 가 앉았다. 다리를 자연스럽게 꼬고 앉은 모습이 여유로워 보였으나 눈빛만큼은 얼음처럼 차가웠다.그는 에라를 바라보며 무심하게 말했다.“여긴 해외가 아니잖아요. 그런 형식적인 인사는 됐습니다.”에라도 전혀 개의치 않는 듯 주민혁의 맞은편 소파에 앉았다.시선은 탐욕스럽게 그의 얼굴을 훑었고 눈동자 깊은 곳에서는 야심이 번뜩였다.잠시 침묵이 흐른 뒤, 에라가 유혹적인 목소리로 말했다.“주 대표님, 대표님이 얼마나 뛰어난 분인지 알아요. 심종연 같은 인간이랑은
최수빈은 그 자리에 멈춰 선 채 손끝이 서서히 식어 가는 걸 느낄 수 있었다.주민혁에게 위험이 닥칠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과연 그에게 경고를 줘야 할지 마음이 쉽게 정해지지 않았다.‘이미 완전히 각자의 길을 가기로 했는데 이제 와 그 사람의 일에 끼어드는 게 맞을까?’하지만 조금 전에 들은 말이 자꾸 머릿속을 맴돌았다.주민혁에게 무슨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스치자 가슴 한쪽이 무언가에 단단히 붙잡힌 듯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그때, 문제의 룸 문이 열렸다.안에 있던 사람들은 주민혁을 보자 순간 공기가 얼어붙듯
주예린이 아직 잠이 덜 깬 듯 눈을 비비며, 자신이 차 안에 있는 것을 알아챘다. 그리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엄마, 우리... 집에 가는 거예요?”그 목소리에 최수빈의 마음이 부드럽게 녹아내렸다. 그녀는 고개를 숙여 딸의 이마에 가볍게 입맞춤하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응, 조금만 더 자면 안 될까?”주예린은 어렴풋이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하품하며 다시 그녀의 품속으로 파고들었다. 이내 깊은 잠에 빠졌다. 그녀는 딸을 안은 채 창밖을 바라보았다.짙은 밤, 밖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고, 산속은 캄캄했다.그녀는
최수빈은 시선을 가만히 내리며 과거를 떠올렸다.그때의 그녀는 주선웅을 진심으로 ‘큰오빠’라 여겼었다.무슨 일이 생기면 늘 앞장서서 나서주던 사람이었고 그녀 역시 그와 함께 어울리는 걸 마다하지 않았다.주선웅은 언제나 그녀에게 다정했고 웬만한 건 모두 받아주었다.반면 그 시절 주민혁과의 관계는 좀처럼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제자리에 머물러 있었다.주민혁은 지나칠 만큼 냉담했고 최수빈은 주선웅을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어른으로 여기며 답답한 마음을 털어놓곤 했다.그런데 그런 이야기들이 지금 주선웅의 입에서는 전혀 다른 의미로
“무사하고 행복하길 바란다고요?”최수빈은 그 몇 글자를 되뇌이듯 반복하다가 문득 웃음을 터뜨렸다. 하지만 그 웃음에는 전혀 온기가 없고 서늘한 기운만이 가득했다.“그래서... 제가 예전에 오빠를 믿고 의지했던 마음을 그렇게 다른 의미로 왜곡해 버린 거예요? 난 우리 사이가 깨끗하고 순수한 남매 같은 관계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오빠의 마음속에서는 이미 오래전에 변질돼 있었나 보네요.”최수빈은 주선웅이 알고 있으리라 믿었다.주민혁을 향해 사랑과 고통이 뒤섞여 있던 자신의 감정도, 그 시절 자신이 얼마나 흔들리고 상처받았는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