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나도 같이 갈게요.”최수빈이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눈빛에는 걱정이 가득했다.“국경 쪽은 상황이 복잡하잖아요. 민혁 씨 혼자 가는 건 불안해서 안 되겠어요.”“안 돼.”주민혁은 생각할 틈도 없이 단호하게 거절했다.그러더니 최수빈의 손을 잡고 부드럽지만 흔들림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국경은 너무 위험해. 심종연은 궁지에 몰린 놈이야. 무슨 짓을 할지 몰라. 넌 은산시에 남아서 율이를 잘 돌보고 이쪽 일도 챙겨 줘. 그게 나를 가장 크게 돕는 거야.”그는 알고 있었다. 최수빈은 겉으로는 부드러워 보여도 속은 누구보다 고집스러운 사람이라는 것을.하지만 지금만큼은 절대로 그녀를 위험 속에 밀어 넣을 수 없었다.심종연은 주민혁을 뼛속 깊이 증오하고 있었다.그런데 만약 최수빈을 보게 된다면, 물불 가리지 않고 그녀를 해치려 들 것이 분명했다.“하지만...”최수빈이 다시 말을 꺼내려 했지만 주민혁이 먼저 딱 잘라 말했다.“하지만은 없어.”그는 곧 육민성과 송미연을 바라보았다.“민성 씨, 미연 씨. 은산시 쪽은 두 분께 부탁드리겠습니다. 특히 수빈이의 안전과 율이 쪽은 절대 작은 문제도 생기면 안 됩니다. 전 국경으로 갈 거예요. 길어봐야 사흘, 그 안에 심종연을 잡지 못하면 해외까지 쫓아갈 겁니다.”육민성은 어두운 눈빛을 한 채 고개를 끄덕였다.“걱정하지 말고 이쪽은 우리에게 맡겨요. 국경에서 몸조심하고 무슨 일 생기면 바로 연락해요.”송미연도 입을 열었다.“수빈이는 우리가 잘 지킬게요. 걱정 말고 다녀오세요. 꼭 조심하시고요.”주민혁의 단호한 태도에 최수빈은 더 붙잡아봐야 소용없다는 것을 깨달았다.결국 그녀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꼭 몸조심해요. 매일 한 번씩은 꼭 연락해주고요. 심종연을 잡든 못 잡든, 반드시 무사히 돌아와야 해요.”“알았어.”주민혁은 고개를 숙여 최수빈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눈빛에는 한없이 다정한 온기가 담겨 있었다.“나 올 때까지 기다려.”말을 마친 주민혁은 더 지체할 틈 없이,
심종연은 손을 뻗어 배낭에서 권총을 꺼냈다.그러고는 뒤쪽을 향해 마구 몇 발을 쏘며 뒤쫓아 오는 경찰들을 물러서게 만들고, 그 틈을 타 속도를 높여 경계비를 향해 돌진했다.심종연의 손이 막 경계비에 닿으려던 바로 그 순간, 경찰 한 명이 몸을 날려 그의 다리를 있는 힘껏 붙잡았다.그러자 눈빛에 살기를 띠며 심종연이 곧장 총을 들어 쏘려는데, 다른 경찰이 던진 경찰봉이 그의 손목을 강타해 권총이 바닥으로 떨어졌다.손목이 찢어지는 듯한 고통을 억누른 채, 심종연은 자신의 다리를 붙잡고 있던 경찰을 발로 세게 걷어찼다.경찰이 튕겨 나가듯 밀려난 순간, 그는 비틀거리며 앞으로 몸을 던졌다.그리고 그대로 경계비를 넘어 국경선 밖의 땅에 주저앉았다.국경선 너머 숲속에서 곧바로 검은 옷을 입은 남자 몇 명이 뛰쳐나왔다. 그들은 손에 든 총을 들어 뒤쫓아 온 경찰들을 향해 사격을 시작했다.함부로 국경을 넘을 수 없었기에 경찰들은 더 이상 함부로 추격할 수 없었다.그래서 경계비 안쪽에 멈춰 선 채 심종연 쪽으로 총을 쐈지만 끝내 그를 맞히지는 못했다.심종연은 검은 옷의 남자들에게 부축을 받아 몸을 일으키더니 고개를 돌려 경계비 안쪽에 선 경찰들을 바라보았다.그리고 그들을 향해 손을 한 번 흔들었다.이내 그는 몸을 돌려 검은 옷의 남자들을 따라 숲 깊숙한 곳으로 걸어 들어갔다.그 모습은 곧 끝없이 펼쳐진 숲속으로 사라졌다.경찰들은 심종연이 사라진 방향을 바라보며 분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더 이상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그들은 결국 총을 거두고 휴대폰을 꺼내 홍승헌에게 상황을 보고했다....은산경찰청 강력팀 사무실에는 밤새 불이 꺼지지 않았다.홍승헌은 책상 앞에 앉아 있었다.앞에 있는 컴퓨터 화면에는 국경선 각 검문소의 CCTV 화면이 떠 있었고 책상 위에는 커피잔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그의 눈은 핏발이 선 채 붉게 충혈되어 있었다.얼굴은 초췌했지만 그는 여전히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단 한 순간도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
검문소의 불빛은 어둡게 가라앉아 있었다.몇몇 국경 수비 경찰들이 초소 옆을 지키며 희미한 조명에 의지해 오가는 배들을 확인하고 있었다.이미 준비를 마친 배 주인은 미리 챙겨 둔 가짜 증명서를 내밀며 능청스럽게 말했다.“경관님, 전부 저희가 직접 잡은 생선인데 국경 쪽에 가져가서 물건 좀 바꿔 오려고요. 고생이 많으십니다.”경찰은 증명서를 받아 꼼꼼히 살펴본 뒤, 선실 안으로 시선을 돌렸다. 안에는 싱싱한 생선이 담긴 바구니 몇 개뿐이었다.이에 그는 곧 손을 들어 통과시키라는 신호를 보냈다.그제야 한숨을 돌린 배 주인은 서둘러 장대를 짚어 작은 배를 검문소 밖으로 밀어냈고, 배는 국경 방향으로 천천히 나아갔다.배가 몇 리나 벗어난 뒤에야 심종연은 배 밑바닥에서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그러고는 배 주인을 거칠게 밀쳐낸 뒤, 장대를 빼앗아 힘껏 물속에 박았다.그러자 작은 배는 곧 강가의 얕은 모래톱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꺼져. 다시는 내 눈앞에 나타나지 마.”서늘한 심종연의 목소리에 배 주인은 목숨을 건진 사람처럼 허둥지둥 배에서 뛰어내렸다.그런 다음 심종연이 마음을 바꿔 자신을 죽일까 두려워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갈대숲 속으로 달아났다.사라지는 배 주인의 뒷모습을 바라보자 심종연의 눈가에는 비웃음이 스쳐 지나갔다.이윽고 그는 몸을 숙여 선실 안쪽 비밀 칸에서 배낭 하나를 꺼냈다.안에는 여권과 현금, 권총 한 자루, 그리고 압축 비스킷 몇 개가 들어 있었다.그는 배낭을 둘러멘 뒤, 배에서 뛰어내리더니 강가의 진흙을 밟으며 멀지 않은 숲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그 숲은 국경선 양쪽에 걸쳐 길게 뻗어 있었는데 나무가 빽빽하고 가시덤불이 뒤엉킨 소문난 험지였다. 동시에 국경 일대에서 밀입국이 가장 쉬운 곳이기도 했다.예전 은산시에서 세력을 키우던 시절. 심종연은 이 숲을 통해 여러 번 국경을 넘나든 적이 있었다. 그만큼 이곳 지형은 손바닥 보듯 훤했다.그는 알고 있었다. 이 숲에는 짐승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국경 순찰대의 비밀 초소도
은산시 임강 하구 일대.이곳에는 구불구불한 지류가 셀 수 없이 얽혀 있었고 빽빽한 갈대밭은 초록빛 장벽처럼 낮 동안의 소란을 완전히 가로막고 있었다.심종연은 작은 어선 밑바닥에 몸을 웅크린 채 진흙탕 물이 묻은 외투를 뒤집어쓰고 있었다.예전처럼 맞춤 정장을 차려입고 풍기던 고고한 분위기는 온데간데없었다.다만 그 두 눈 밑에 서린 음산한 독기만은 어두운 어선 불빛 아래서 독을 머금은 차가운 별처럼 여전히 번뜩이고 있었다.배 주인은 얼굴에 깊은 주름이 가득한 늙은 어부였다.심종연의 잔당들은 거액의 돈과 가족의 안위를 미끼로 그를 협박했다.지금 그는 허리를 잔뜩 굽힌 채 대나무 삿대로 배를 밀고 있었다. 작은 배는 조용하면서도 느리게 물살을 갈랐다.삿대가 물에 닿을 때마다 잔물결만 살짝 번질 뿐, 그는 작은 소리 하나 내지 않으려 애썼다.배는 갈대숲 가장자리에 바짝 붙어 미끄러지듯 나아갔다.양옆의 갈댓잎이 선체를 스치며 사각거렸다. 그 소리는 흐르는 강물 소리와 뒤섞여 이 밤을 채우는 유일한 배경음이 되었다.심종연은 눈을 감고 있었지만 조금도 긴장을 풀지 않았다. 그의 귀는 주변의 모든 소리에 예민하게 곤두서 있었다.경찰차 습격 현장에서 빠져나와 이 강가의 갈대숲에 숨어들기까지, 그는 무려 사흘 동안 우회에 우회를 거듭했다.몇 차례나 이어진 경찰의 수색망을 따돌린 끝에야 겨우 국경으로 향하는 이 어선을 탈 수 있었다.그는 알고 있었다. 은산시 안에는 이미 촘촘한 포위망이 깔려 있다는 것을.주민혁과 경찰은 분명 정식 출입국 통로에 모든 시선을 집중하고 있을 터였다.때문에 가능성이 있다면 오직 이 외진 지류뿐이었다.강길을 훤히 아는 늙은 어부에게 의지해야만 은산시를 빠져나갈 아주 작은 틈이라도 생길 수 있었다.“앞쪽이 검문 지점인데 경찰 순찰정이 반 시간마다 한 번씩 돌아요. 그 사람들이 지나간 뒤에 움직여야 합니다.”배 주인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그는 뒤를 돌아 배 밑바닥에 웅크린 심종연을 바라보았다. 눈빛에는 두려움이 가득했다
그리고 어둠 속에 숨어 있는 그 잔당들이야말로 심종연의 뿌리였다. 반드시 하나하나 뽑아내야 했다.“그리고 율이 쪽도요.”최수빈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이미 아주머니에게 율이를 데리고 교외의 휴양 별장으로 가 달라고 했어요. 그곳은 경비가 철저하고 위치도 외진 편이라 비교적 안전하니까. 그런데 그래도 마음이 놓이지 않아요. 심종연이 궁지에 몰리면, 아이를 노릴 가능성도 충분히 있잖아요.”아이란 언제나 부모에게 가장 약한 부분이었다.심종연은 반드시 원한을 갚는 사람이었다. 때문에 정면에서 뜻을 이루지 못한다면 아이를 건드려 그들을 협박하려 들 수도 있었다.그리고 그것이 최수빈이 가장 두려워하는 일이었다.주민혁은 최수빈의 손을 잡았다.“걱정 마. 이미 가장 뛰어난 보안 인력을 배치했어. 율이와 아주머니 곁을 24시간 밀착 경호하게 했고 휴양 별장 주변에도 빈틈없이 경계망을 깔아 뒀어. 모기 한 마리도 못 들어갈 거야. 그리고 군대 쪽 지인에게도 연락해 지원을 요청했어. 별장 주변에 순찰 인력도 배치해 뒀으니 심종연이 아무리 간이 커도 쉽게 접근하진 못할 거야.”율이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주민혁은 자신이 가진 모든 인맥과 자원을 아끼지 않을 생각이었다.설령 지나치다 싶을 정도라 해도 상관없었다. 아이에게 조금의 위험도 닥치게 해서는 안 됐다.육민성도 입을 열었다.“수빈아, 걱정하지 마. 나도 육천 그룹 보안팀을 투입해 민혁 씨 쪽과 함께 움직이게 할게. 휴양 별장 주변에 인력을 더 배치해서 율이의 안전을 확실히 지킬 거야. 아이는 우리의 마지막 선이잖아. 누구도 건드리게 둘 수 없어.”송미연도 고개를 끄덕이며 거들었다.“맞아요. 율이의 안전이 최우선이죠.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반드시 지켜야 해요.”모두의 뜻이 하나로 모였다.모두의 의견이 한곳으로 모이자 무겁기만 하던 거실 분위기도 조금씩 정리되어 갔다.처음의 충격과 혼란은 어느새 가라앉고, 이제는 냉정하게 상황을 따져 보며 빈틈없이 대비하는 쪽으로 흐름이 바뀌고 있었다.조금씩 안정이
주기훈의 주변은 분명 가장 뚫리기 쉬운 허점이었다.심종연이 주기훈을 구하려 한다면 바깥에서만 힘으로 밀어붙일 리 없었다. 안팎에서 동시에 움직이는 것, 그것이 가장 가능성 높은 방식이었다.주민혁은 고개를 끄덕인 뒤, 홍승헌을 바라보았다.“홍 팀장님, 아버지 쪽 경비는 방금 말한 방향대로 진행해주세요. 겉으로는 방어를 강화하고 뒤로는 매복을 까는 거요. 동시에 그 주변 사람들도 빠짐없이 감시하세요. 조금이라도 이상한 움직임이 보이면 즉시 보고하시고요.”“걱정 마십시오, 주 대표님. 바로 조치하겠습니다.”홍승헌은 휴대폰을 꺼내 지시를 내리기 시작했다. 손가락이 화면 위를 빠르게 움직였으나 그의 표정은 시종일관 엄숙했다.거실은 잠시 조용해졌다.들리는 것은 홍승헌이 낮은 목소리로 지시를 내리는 소리와 사람들의 미세한 숨소리뿐이었다.홍승헌이 전화를 끊고 나서야, 주민혁은 육민성을 바라보았다. 목소리가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민성 씨. 해외로 빠져나가는 길, 그리고 은산시의 모든 출입국 통로는 민성 씨한테 맡길게요. 육천 그룹은 은산시의 교통과 해외 무역 분야에 오래전부터 기반을 다져 왔잖아요. 인맥도, 자원도 우리보다 넓죠. 심종연의 퇴로를 막는 일은 민성 씨가 아니면 안 돼요.”이 말에는 주민혁의 깊은 신뢰가 담겨 있었다. 하지만 그 신뢰만큼이나 육민성이 떠안아야 할 책임도 무거웠다.심종연의 퇴로를 막는다는 것은 은산시에서 해외로 나갈 수 있는 모든 길을 봉쇄한다는 뜻이었다.정식 공항과 항구, 고속철도역은 물론이고 눈에 잘 띄지 않는 사설 선착장과 지하 통로까지 전부 막아야 했다.심지어 인근 도시의 출입국 관문까지 감시해야 했다. 아주 작은 빈틈도 허용할 수 없었다.그만큼 방대한 인맥과 자원, 그리고 실행력이 필요한 일이었다. 그리고 육천 그룹은 그 모든 것을 갖추고 있었다.육민성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걱정 마요. 그 일은 내가 맡을 테니까. 바로 지시 내려서 육천 그룹의 모든 자원을 동원할게요. 은산시의 모든 출입국
“뭘 걱정하는지는 알아요. 하지만 분명히 말해두죠. 제가 수빈 씨를 찾은 데에는 다른 의도가 없고 그저 한마디 조언을 해주고 싶었을 뿐이에요.”“말씀은 고맙습니다만 저는 솔직히 별로 관심이 없습니다.”최수빈은 다시 한번 선을 그었다.“시간도 늦었고 집에 가서 아이를 돌봐야 해서요. 이만 끊겠습니다.”이 말을 끝으로 심종연이 더 말할 틈도 주지 않은 채 최수빈은 전화를 끊었다.휴대폰을 내려놓은 그녀는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대고 미간을 깊게 찌푸렸다.이러한 심종연의 갑작스러운 태도 변화는 최수빈으로 하여금 더욱더 확신하게 만
검은 세단이 천천히 주씨 가문 저택 단지 안으로 들어와 한 단독 별장 앞에 멈춰 섰다.이곳은 주민혁과 최수빈이 함께 살던 신혼집으로 두 사람이 이혼한 뒤로는 주민혁이 줄곧 혼자 머물러 온 곳이기도 했다.려운이 안전벨트를 풀어 주며 내려오라고 손을 뻗자 주민혁이 고개를 저었다.“괜찮아. 혼자 할 수 있어.”그는 그대로 집 안으로 들어갔다.벽에는 최수빈과 주민혁, 두 사람의 웨딩 사진이 걸려 있었다.사진 속 최수빈은 눈이 초승달 모양이 될 만큼 환하게 웃으며 그의 곁에 기대어 있었다. 눈빛에는 믿음과 의지가 가득했다.소파
그 말을 듣는 순간 최수빈은 온몸이 함께 떨려 왔다. 너무나 무거운 질문이기 때문이었다.마치 하나의 대답만을 기다리고 있는 듯했고 그녀가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면 정말로 목숨을 내던질 것만 같았다.그 순간, 최수빈은 주민혁의 몸에 배어있는 고통과 버거움을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숨을 깊게 들이마신 뒤, 최수빈은 주민혁을 살짝 밀어냈다. 그리고 곧바로 그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며 차분하지만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나한테 민혁 씨의 목숨이 중요하냐고 물었죠? 그럼 나도 물을게요. 민혁 씨한테는 나랑 우리 딸의 목숨이 중요해
그는 수년간 늘 족쇄에 묶인 채 살아야 했다.언제 박씨 가문이 뒤통수를 칠지 몰라 늘 불안했고 그게 자신의 관직 길에 흠집이라도 낼까 봐 조심 또 조심했다.그가 가장 중요하게 여긴 건 명성이었다. 때문에 주기훈의 명성은 흠잡을 데 없이 깔끔했고 청렴하다는 평판이 자자했다.물론 실제로도 그랬다.스스로에게도, 남에게도 매우 엄격했고 주씨 가문 식구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었다.그 바람에 어릴 적부터 주민혁은 철저한 훈육 아래 자랐다.주기훈은 싸늘한 눈빛을 내리깔고는 손에 쥐고 있던 담배를 거칠게 비벼 끄며 소리 없이 이를 갈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