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1260화

Author: 금붕어
장병욱은 그녀가 끝내 뜻을 굽히지 않자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최수빈은 그렇게 아주 오랜 시간 주민혁의 곁을 지켰다.

병상 옆에 앉아서는 차가운 물수건을 손에 쥔 채 그의 이마에 밴 식은땀을 조심스럽게 닦아 주었는데 손길이 아주 조심스러웠다.

해 질 무렵, 장병욱이 한 번 더 찾아와 조심스럽게 말했다.

“수빈 씨, 이틀 밤낮을 꼬박 지키셨습니다. 이러다가는 수빈 씨의 몸이 먼저 버티지 못하겠어요. 대표님 쪽은 저희가 보고 있으니, 정말 이렇게까지 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최수빈은 대답 대신 시선을 내리깔고 주민혁의 손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 손은 한때 정교한 기계를 다루던 손이었다. 수백억 원짜리 계약서에 서명하던 손이기도 하고, 서툴지만 정성스럽게 율이의 머리를 묶어 주던 손이기도 했다.

그런데 지금은 얼음장처럼 차가운 것이 온기라고는 조금도 남아 있지 않았다.

장병욱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고는 더 말을 보태지 않고 죽 그릇을 침대 머리맡에 조용히 내려놓은 뒤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Locked Chapter

Latest chapter

  •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제1654화

    “하지만 성훈이 쪽은...”김천희가 망설이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분명 걱정하는 듯한 기색이었다.“오늘 성훈이 태도 봤잖아요. 강지안을 감싸고 끝까지 책임을 묻겠다는 의지가 확고해요.”“뭐가 걱정입니까?”그러자 민강현이 전혀 개의치 않는다는 듯 비웃으며 말했다.“아무리 독하게 나와도 결국 장씨 가문 아들 아닙니까. 많은 일은 성훈이 혼자 결정할 수 있는 게 아니에요. 부모가 돼서 설마 아들이 고작 외부인 하나 때문에 두 집안이 쌓아온 수년간의 관계를 망치는 걸 가만히 보고만 있으실 겁니까?”그러자 나서월은 곧바로 그 틈을 파고들었다.일부러 목소리를 낮추고 안타까운 척했지만, 말 한마디 한마디에는 강지안을 향한 악의적인 비난이 담겨 있었다.“사돈어른, 진심으로 말씀드리는 건데 우리 채영이... 어릴 때부터 저희가 너무 예뻐하며 키워서 성격이 조금 제멋대로인 면은 있어도 본성이 나쁜 아이는 아니에요. 절대로 남에게 약을 먹이고 해를 입힐 그런 애가 아니라고요. 분명 그 강지안이라는 사람이 무슨 수를 쓴 거예요. 먼저 우리 딸을 괴롭혔고 채영이도 계속 몰리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맞선 거겠죠.”“맞습니다.”민강현이 곧바로 거들었다.“분명 그 여자가 뒤에서 무슨 수작을 부린 겁니다. 일부러 채영이를 함정에 빠뜨린 거예요. 목적이 뻔하지 않습니까? 성훈이와 우리 사이를 갈라놓고, 그 틈을 타 성훈이에게 붙으려는 거죠. 그게 아니면 멀쩡한 행사장에서 왜 하필 그런 일이 터졌겠습니까?”두 사람은 서로 말을 맞춰가며 민채영을 억울한 피해자로 포장하면서 모든 잘못을 강지안에게 뒤집어씌웠다.장성훈의 부모는 원래부터 가문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사람들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이런 말을 들으니 표정은 더욱 굳어지며 이미 어느 정도 믿기 시작한 눈치였다.“일단 이 일은 잘 알아보겠습니다.”장병모가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두 분은 먼저 돌아가십시오. 저희가 성훈이와 다시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방법도 찾아볼 거고요. 아무리 그래도 수년간 인연을 이어왔는데, 정말

  •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제1653화

    장성훈의 그 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을 차갑게 노려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민채영은 공개 의료 프로젝트 행사장에서 직원에게 돈을 주고 지안 아가씨에게 약을 먹였습니다. 그것도 사람을 이성을 잃게 만들고 인생을 망가뜨릴 수 있는 그런 약을요.”순간, 민씨 가문 부부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두 사람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불안한 눈빛으로 시선을 피했다.분명 무언가 알고 있었으나 지금까지 일부러 모른 척하며 숨겨온 것이었다.장성훈의 부모 역시 크게 놀랐다. 조금 전까지 얼굴에 드러나 있던 책망과 의문은 순식간에 굳어버렸다.설마 일이 이 정도로 심각할 줄은 몰랐던 것이다.약물을 탄 것, 사람을 망가뜨리려 한 것, 한 사람의 인생을 더럽히려 한 것...이건 단순한 질투 싸움이 아니라 고의적인 범죄였다.한 사람의 삶을 송두리째 무너뜨리려 한 악랄한 범죄였다.김천희는 입을 열어 무언가 말하려 했지만, 이러한 진실 앞에서는 어떠한 책망도 초라하고 무의미하게 느껴졌다.장성훈은 그런 부모를 바라보며 차가운 목소리로 계속 말했다.“만약 오늘 약을 먹은 사람이 저고 두 분이었다면... 아니, 장씨 가문의 그 누구라도 같은 일을 당했다면. 그래도 저한테 조용히 해결하라고 하셨겠습니까? 그래도 이게 작은 일이라고 생각하셨겠습니까?”“분명히 말해두는데 민채영이 오늘 이런 결과를 맞은 건, 본인이 저지른 죄에 대한 대가를 받은 겁니다. 누가 나서서 감싸려 해도 소용없습니다. 누구든 그 애를 보호하려 드는 순간, 그건 저와 맞서는 것이고 지안 아가씨에게 또 한 번 상처를 주는 거예요. 민씨 가문과의 약속, 장씨 가문의 체면, 그 모든 것보다 저한테는 지안 아가씨가 중요해요.”그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한마디 한마디 힘주어 말했다.“그리고 지안 아가씨와 비교하면... 아무것도 아닙니다.”그 말이 끝난 순간, 거실 안은 완전한 침묵에 잠겼다.민씨 가문 부부의 얼굴은 잿빛으로 변하더니 조금 전까지 보이던 기세와 당당함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장성훈의 부

  •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제1652화

    결국 모든 일의 책임에서 장성훈 본인도 자유로울 수 없었다. 자신의 방관과 묵인이 그 ‘작은 고양이’를 다치게 만들었으니 말이다.그가 조금만 더 단호했더라면, 강지안이 그렇게 비참하고 모욕적인 밤을 겪지는 않았을 것이었다.장성훈은 천천히 눈을 감으며 목울대를 움직였다....민채영이 경찰차에 끌려간 지 두 시간도 채 지나지 않았을 때, 장씨 별장 대문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다.가장 먼저 들이닥친 것은 민씨 가문 사람들이었다.민채영의 부모는 잔뜩 화가 난 얼굴로 경호원과 비서들을 이끌고 들어왔다.문을 열자마자 큰소리로 따져 묻는 그들의 표정은 분노로 일그러져 있었다.“장성훈! 당장 나와! 네가 무슨 권리로 우리 채영이를 경찰서에 넘겨? 대체 얼마나 큰 잘못을 했다고 우리 애를 이렇게까지 몰아붙이는 거야? 우리 민씨 가문이 그동안 너한테 잘못한 게 있어? 그때 했던 약속은 네 마음대로 잊어버리고, 이제 와서 우리 가문을 끝장내겠다는 거냐?”민채영의 엄마 나서월은 눈시울까지 붉힌 채 장성훈의 얼굴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날카롭게 소리쳤다.“장성훈, 잘 들어! 오늘 안으로 채영이 빼내 와! 그렇지 않으면 우리 민씨 가문과 장씨 가문은 끝이야! 거긴 경찰서야, 전과라도 남으면 채영이 인생은 끝이라고! 네가 그 책임 질 수 있어?”민씨 가문 사람들은 거실 안에서 저마다 목소리를 높이며 소란을 피웠다.그러자 순식간에 넓은 거실이 난장판이 됐다.하지만 장성훈은 상석 소파에 앉은 채 미동도 하지 않았다.곧게 뻗은 자세, 흔들림 없는 눈빛, 얼굴에는 아무런 표정도 없이 그저 눈앞의 사람들을 차갑게 바라볼 뿐이었다.해명도, 달래지도, 물러서지도 않았다.그 고요한 시선은 오히려 섬뜩할 정도였다.눈에 보이지 않는 카리스마에 민씨 가문 사람들은 목소리를 높이다가도 저도 모르게 점점 말을 줄였다.그러던 그때, 밖에서 또다시 다급한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장성훈의 부모도 서둘러 도착한 것이다.아버지 장병모는 굳은 표정이었고 어머니 김천희는 걱정과 불안

  •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제1651화

    경찰들은 서로 눈빛을 주고받은 뒤, 절차에 따라 사실대로 답했다.“신고자는 강지안 씨입니다. 민채영 씨를 상대로 고의적인 금지 약물 투여, 타인의 신체에 해를 입히려 한 혐의, 공공 안전 위협 혐의로 신고했습니다. 현재 목격자 진술, 행사장 CCTV, 송금 내역, 직원들의 진술까지 확보된 상태라 증거가 상당히 명확합니다.”“고의적인 금지 약물 투여라...”장성훈은 그 말을 되뇌었다. 한 글자, 한 글자가 가슴 위로 무겁게 떨어지는 돌덩이처럼 느껴졌다.그는 눈을 감고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아직도 공기 속에는 어젯밤 강지안에게서 느껴졌던 뜨거운 체온이 남아 있는 것 같았다.힘들어 신음하던 그녀의 목소리, 정신이 흐릿한 채 자신에게 기대어 오던 모습, 살려달라는 듯 그의 소매를 붙잡던 손길...그리고 지금 눈앞의 민채영이 저지른 악랄한 계략과 독기 어린 모습이 머릿속에서 미친 듯이 겹쳐졌다.그는 생각했다. 민채영을 향한 자신의 인내심은 이미 한계에 다다랐다고.그녀를 내쫓고 모든 연락을 끊는 것이 자신이 할 수 있는 마지막 일이라고.그러나 장성훈은 민채영은 이 정도로 미쳐 있을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감히 공개된 장소에서, 수많은 사람이 지켜보는 앞에서 강지안에게 그런 약을 먹일 줄은 더더욱 말이다.강지안을 망가뜨리려 한 것이었다.강지안의 인생을 끝장내려 한 것이었다.다시 눈을 떴을 때, 장성훈의 눈동자에는 어떤 감정도 남아 있지 않았다. 남은 것은 오직 차갑게 굳은 결단뿐이었다.그는 바닥에 쓰러진 채 얼굴이 잿빛으로 변한 민채영에게서 시선을 거두고 경찰을 향해 낮게 말했다.“데려가서 법대로 처리하세요. 저지른 죄에 맞는 대가를 치르게 하시면 됩니다. 누구의 눈치도 보지 마세요.”그 말에 경찰들조차 순간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처음에는 장성훈이 압력을 넣거나, 어떻게든 중재해서 민채영을 빼내려 할 거라고 생각했다.하지만 예상과 달리 그는 너무도 단호하게 손을 놓아버렸다.그러자 민채영은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성훈 씨! 당신 천벌 받을

  •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제1650화

    “민채영 씨, 고의적인 약물 투입과 폭행 혐의로 신고가 들어왔습니다. 저희와 함께 가셔서 조사에 협조해 주셔야 합니다.”그 순간, 민채영의 온몸에서 힘이 빠졌다. 그녀는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다.얼굴은 죽은 사람처럼 새하얗게 질렸으며 마지막으로 붙잡고 있던 희망마저 완전히 무너졌다.경찰차의 붉고 푸른 경광등 불빛이 통유리창을 통해 거실 안으로 스며들었다.대리석 바닥 위로 번갈아 비치는 빛이 마치 민채영의 끝을 알리는 듯했다.경찰을 보는 순간, 민채영이 애써 유지하던 가식과 오만함, 자신감 넘치던 모습은 순식간에 산산조각 났다.그녀는 비틀거리며 바닥에서 일어났다.헝클어진 머리카락, 번져버린 화장, 평소의 단정하고 우아한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남은 것은 초라함과 공포뿐이었다.이내 그녀는 갑자기 장성훈에게 달려들더니 그의 팔을 필사적으로 붙잡았다.그러고는 손톱이 옷감을 파고들 정도로 세게 움켜쥐며 마지막 발악처럼 날카롭게 외쳤다.“성훈 씨! 나 좀 살려줘! 저 사람들이 날 데려가게 두면 안 돼! 잊었어? 우리 두 집안 사이에는 약속이 있잖아! 나한테 뭐라고 약속했는지 잊은 거야? 정말 날 이렇게 보내면, 내가 감옥에 들어가면... 우리 민씨 가문이 절대 가만있지 않을 거야!”최후의 생명줄을 붙잡으려는 사람처럼, 마지막 한마디는 거의 악을 쓰듯 터져 나왔다.장성훈은 고개를 숙였다. 그러고는 자신의 팔을 붙잡은 민채영의 손을 내려다봤다.그의 눈빛은 아무런 감정도 없이 그저 차갑기만 했다.하지만 조금 전 민채영이 무심코 내뱉은 한마디, ‘두 집안 사이의 약속’이라는 말이 장성훈 마음속 깊이 눌러두었던 의심을 정확히 찔렀다.약속.그 두 글자가 귓가에서 계속 맴돌았다.처음부터 그랬다.민채영은 ‘약혼녀’라는 이름으로 그의 별장에 들어왔고 나갈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밖에서는 안주인인 것처럼 자신의 위치를 드러냈으며 그 후에도 몇 번이고 강지안을 겨냥했다.도발하고 괴롭히고 비꼬면서 말이다.그가 계속 참고 넘어갔던 이유는 마음이 약해서가 아니

  •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제1649화

    약을 타는 행위, 명예, 사생활과 관련된 일을 대부분의 사람들은 개인적으로 해결하려 한다.괜히 일이 밖으로 드러나면 또 한 번 자신이 상처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하지만 강지안은 달랐다. 그녀는 오히려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했다.최수빈은 잠시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지안 씨, 정말 잘 생각한 거 맞아요? 신고하면 많은 일이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올 거예요. 지안 씨한테도 좋지 않을 수 있고요.”“상관없어요.”강지안의 목소리는 차분했다.“그런 짓을 한 사람이면 그에 따른 책임도 져야죠. 법이 정한 대로 처벌받으면 돼요. 자기가 저지른 일에 대해 당당하게 대가를 치르게 할 거예요.”그녀는 뒤에서 몰래 복수하는 방법을 원하지 않았다.힘으로 힘을 갚는 방식도 원하지 않았다.그녀가 원하는 건 단 하나, 바로 민채영이 법 앞에서 자신의 죄를 인정하는 것이었다.그 죄가 기록으로 남는 것, 평생 지울 수 없는 오점으로 남는 것, 그것이야말로 가장 철저한 벌이었다.주민혁은 강지안을 바라봤다.그는 기억을 잃은 강지안이 예전과 달리 약해지고 갈피를 잡지 못한 채 누군가의 도움을 필요로 할 거라 생각했다.하지만 예상과 달리, 지금의 그녀는 오히려 이전보다 더 냉정했고 더 단단했으며 자신의 원칙을 지킬 줄 알았다.“좋아.”주민혁이 고개를 끄덕이며 낮게 말했다.“준비할게. 증거, 증인, CCTV 기록까지 전부 제출하겠어. 공정하게 처리되도록 할게.”민채영은 ‘신고’라는 말을 듣는 순간 완전히 무너졌다.얼굴은 종잇장처럼 하얗게 질렸고 다리에 힘이 풀려 그대로 주저앉을 뻔했다.빌며 사정하고 싶었다.변명하고 싶었다.어떻게든 빠져나갈 방법을 찾고 싶었다.하지만 주민혁과 최수빈의 차가운 시선 앞에서는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강지안은 그런 민채영을 동정하는 기색 하나 없이 바라보았다.‘그쪽이 받아야 할 대가는 이거야.’한편, 장성훈의 별장.민채영은 강지안과 주민혁에게 완전히 눌린 뒤, 겁에 질려 정신없이 도망칠 생각만 했다.하지만 가장 먼저 떠올린

More Chapters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