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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71화

Author: 금붕어
게다가 엘리아스와 심종연은 주민혁이 조급해지고 이성을 잃은 채 국경 방어선을 떠날 거라는 데까지 계산을 끝낸 상태였다.

그러니 이렇게 대놓고 항공 소재를 노리고 움직일 수 있었던 것이다.

주민혁은 깊게 숨을 들이마시며 억지로 마음을 가라앉힌 뒤, 최수빈에게 답장을 보냈다.

[방금 일 끝났어. 여긴 아무 문제 없어. 이동할 때 안전 조심하고 절대 혼자 움직이지 마. 계속 연락 유지하고.]

그러나 메시지를 보내고도 마음이 놓이지 않아 결국 참지 못하고 그녀의 암호화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었다.

신호음이 두 번쯤 울린 뒤 최수빈이 전화를 받았다. 주변이 다소 소란스러웠고 차량 엔진 소리 사이로 멀리서 희미한 포성까지 들려왔다.

“민혁 씨?”

최수빈이 목소리를 낮췄다.

“갑자기 웬 전화예요?”

“나...”

주민혁의 목울대가 크게 움직였다. 당장이라도 모든 사실을 털어놓을 뻔했으나 그럴 수는 없었다. 이 사실을 알게 되는 순간 최수빈은 분명 크게 동요할 것이니 말이다. 자칫 이동 중에 무리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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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제1774화

    자신만 좋아하고 있는 게 아니었다. 자신의 마음은 이미 상대에게 닿아 있었고 그 마음에는 분명한 대답이 돌아오고 있었다.“정말이야?”송미연의 목소리가 살짝 떨렸다. 아직도 선뜻 믿기지 않는 듯했다.최수빈은 고개를 끄덕이며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나 선배랑 몇 년을 같이 일했어. 어떤 성격인지 누구보다 잘 알아. 달콤한 말도 잘 못 하고 일부러 누굴 기분 좋게 해주는 타입도 아니야. 대신 행동으로 다 보여주는 사람이지. 그러니까 네가 먼저 뭘 하려고 하지 않아도 돼. 불안해할 필요도 없고. 몸 좀 더 회복되면 분명 자기가 먼저 제대로 얘기할 거야. 두 사람, 이제 연기 아니야. 둘 다 진심이라고.”송미연은 저도 모르게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 고개를 숙였다. 마음 한구석까지 따뜻한 물로 천천히 채워지는 것처럼 포근해졌다.며칠 내내 그녀를 괴롭히던 걱정과 불안도 그 순간 깨끗이 사라졌다.혼자만 몰래 좋아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육민성 역시 진작부터 자신에게 마음을 두고 있었던 것이다.최수빈은 한결 편안해진 얼굴에 수줍은 기색까지 번지는 송미연을 보며 진심으로 기뻐했다.언제 위험이 닥칠지 모르는 낯선 전쟁터에서, 서로를 향한 이런 순수한 마음은 더욱 소중하게 느껴졌다.“고마워, 수빈아.”송미연이 고개를 들었다.“뭘.”그러자 최수빈이 가볍게 웃었다.“두 사람이 잘되면 나도 좋지. 앞으로 같이 겪어야 할 일도 많잖아. 서로 곁에 있으면 그래도 조금은 더 든든할 거고.”두 사람은 잠시 서로를 바라보며 웃었다. 이제는 두 사람 모두의 눈빛에는 전보다 한결 편안한 기색이 어려 있었다.조금 떨어진 곳에서는 어느새 눈을 뜬 육민성이 말없이 송미연을 바라보고 있었다. 눈빛은 한없이 부드러웠다....육민성은 벌써 닷새 가까이 꼼짝없이 누워 지내고 있었다.몸의 상처는 하루가 다르게 아물고 있었지만, 평소 쉴 틈 없이 일하던 사람이 하루 종일 침대에만 누워 있으려니 온몸이 굳고 쑤셔 견디기 힘들었다.아침 회진 때 의료진도 무리하지 않는 선

  •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제177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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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제1772화

    임시 의료소와 숙소를 겸하고 있는 식당은 그리 넓지 않았다.간이 테이블 몇 개를 길게 이어 붙인 것만으로도 공간의 절반 이상이 찼고, 벽에는 임무 구역 배치도와 안전 수칙이 붙어 있었다.국내에서 파견된 지원팀이 무사히 도착하면서 현장 인력도 단숨에 여유가 생겼다.연구 업무를 지원할 인원부터 경호 총괄, 후방 지원, 의료 지원까지...긴 이동 탓에 다들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눈빛만큼은 하나같이 또렷하고 흐트러짐이 없었다.새로 온 동료들을 환영하는 의미도 있고 며칠째 팽팽하게 이어지던 긴장을 조금이나마 풀자는 뜻에서 후방 지원팀이 간단하게 따뜻한 식사를 준비했다.푸짐한 식사는 아니었다.그래도 물자가 부족한 타국의 전쟁 지역에서 이 정도로 편하게 따뜻한 밥 한 끼를 먹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한 일이었다.긴 테이블 양쪽으로 사람들이 빼곡히 앉았다. 그릇과 수저가 부딪히는 소리 사이로 대화가 끊임없이 오갔다.곧바로 업무 내용을 맞춰 보는 사람도 있었고 현지 상황을 묻는 사람도 있었으며 처음 만난 동료들끼리 서로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현재 현장의 실질적인 책임자인 최수빈은 상석 쪽에 자리 잡고 앉아 식사를 하면서도 지원팀장 임수철과 이후 일정을 빠르게 점검하고 있었다.실험 데이터 복구, 내부 배신자 조사 범위, 안전가옥 보강 방안, 비상시 이동 계획과 예비안...어느 하나 대충 넘길 수 있는 일이 없었다.송미연은 한쪽에 앉아 이제 막 침상에서 내려와 움직일 수 있게 된 육민성의 곁을 지키고 있었다. 육민성은 아직 부상이 다 낫지 않아 얼굴에 핏기가 적었고 식사 속도도 무척 느렸다. 때문에 송미연은 틈틈이 부드럽고 소화가 잘되는 음식을 그의 그릇에 덜어 주었다.너무나 자연스럽고 세심한 손길, 그를 바라보는 눈빛에서도 걱정과 애정이 고스란히 느껴졌다.주변 동료들도 그 모습을 다 보고 있었지만 굳이 모르는 척 넘어갔고 그저 가끔 웃으며 한마디씩 장난을 던지는 정도였다.육 팀장님은 좋겠다느니, 다쳐도 이렇게 살뜰히 챙겨 주는 사람이

  •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제1771화

    게다가 엘리아스와 심종연은 주민혁이 조급해지고 이성을 잃은 채 국경 방어선을 떠날 거라는 데까지 계산을 끝낸 상태였다.그러니 이렇게 대놓고 항공 소재를 노리고 움직일 수 있었던 것이다.주민혁은 깊게 숨을 들이마시며 억지로 마음을 가라앉힌 뒤, 최수빈에게 답장을 보냈다.[방금 일 끝났어. 여긴 아무 문제 없어. 이동할 때 안전 조심하고 절대 혼자 움직이지 마. 계속 연락 유지하고.]그러나 메시지를 보내고도 마음이 놓이지 않아 결국 참지 못하고 그녀의 암호화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었다.신호음이 두 번쯤 울린 뒤 최수빈이 전화를 받았다. 주변이 다소 소란스러웠고 차량 엔진 소리 사이로 멀리서 희미한 포성까지 들려왔다.“민혁 씨?”최수빈이 목소리를 낮췄다.“갑자기 웬 전화예요?”“나...”주민혁의 목울대가 크게 움직였다. 당장이라도 모든 사실을 털어놓을 뻔했으나 그럴 수는 없었다. 이 사실을 알게 되는 순간 최수빈은 분명 크게 동요할 것이니 말이다. 자칫 이동 중에 무리한 판단이라도 내렸다간 오히려 더 큰 위험에 빠질 수도 있었다.그래서 주민혁은 속에서 치솟는 불안함과 초조함을 억누르며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 목소리로 말했다.“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좀 보고 싶어서. 이동 경로는 안전해? 경호 인력은 확실하고? 육 대표님은 어때?”“다 준비됐어요. 지원 병력도 도착했고요, 경호팀이 이동 내내 같이 붙어 있으니까 걱정하지 마요.”최수빈의 목소리는 부드러웠다.“민혁 씨 또 잠도 안 자고 버티고 있는 거 아니죠? 혼자 다 감당하려 하지 마요. 나도 여기 일 금방 끝낼 거예요. 돌아가면 우리 재혼하기로 했잖아요. 그러니까 민혁 씨도 절대 무슨 일 생기면 안 돼요.”‘재혼’이라는 말에 주민혁은 순간 목이 메었다.“내가 갈게.”그가 숨기지 않고 말했다.“도저히 마음이 안 놓여. 내가 그쪽으로 갈게.”그러자 휴대폰 너머로 잠시 정적이 흐르더니, 곧 최수빈이 단호하게 딱 잘라 말했다.“안 돼요. 오면 안 돼요.”“가야 해.”“민혁 씨.”

  •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제1770화

    그 순간 주민혁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런데 곧이어 들어온 두 번째 보고는 숨조차 제대로 쉬기 힘들 만큼 충격적이었다.심종연의 개인 계좌에서 소액의 해외 송금 내역이 하나 발견됐다는 것이었다. 금액 자체는 아주 적었지만 수취 계좌가 개설된 은행 지점은 하필 최수빈이 머물고 있는 도시 외곽에 있었다.게다가 앞서 행방이 묘연해졌던 외국인 무장 인력 몇 명도 같은 시기에 국경 남쪽에서 일제히 자취를 감췄고 이후 국내에서 활동한 흔적은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흩어져 있던 증거들이 하나씩 맞물리며 결론을 분명하게 가리켰다.엘리아스는 도망친 게 아니었다. 심종연 역시 몸을 숨기고 때를 기다리고 있던 게 아니었다.두 사람은 아예 국경을 넘어 출국한 것이었고 그 목적지는 다름 아닌 최수빈이 있는 해외 분쟁 지역이었다.주민혁이 쥐고 있던 펜이 부러질 듯 삐걱거렸다. 손가락 마디는 하얗게 질려 있었다.그동안 그가 세워 둔 모든 경계와 감시망, 매복 계획은 전부 상대가 국내에서 보복에 나설 거라는 전제 아래 마련된 것이었다. 율이를 노리거나, 자신에게 직접 달려들 거라고 생각한 전제하에서 말이다.하지만 이는 완전히 빗나갔다.두 사람의 목적은 복수가 아닌 돈이었다. 정확히는 지역 세력 판도까지 뒤흔들 수 있는 신형 항공 소재였다.최수빈 일행이 수행 중인 연구 조사는 겉으로 보면 단순한 국제 연구 협력에 불과했다. 하지만 그 가치를 아는 세력에게는 엄청난 이권이 걸린 먹잇감이었다.핵심 데이터, 소재 샘플, 극한 환경 실측값...그중 어느 하나만 빼돌려도 상상을 초월하는 돈이 오갈 수 있었다.엘리아스는 무장 습격과 강탈에 능했고 심종연은 사람을 심고 판을 짜는 데 능했다.그 둘이 손을 잡고 곧장 분쟁 지역으로, 최수빈이 있는 연구팀을 향해 갔다.목표는 주민혁이 아니라 항공 소재였다.한편, 현재 최수빈네 쪽은 내부에는 첩자가 숨어 있고 밖에서는 포격이 이어지고 있었다. 실험 데이터까지 조작된 데다 의료소를 떠나 다른 곳으로 이동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런

  •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제1769화

    “내 몸 상태는 내가 제일 잘 알아. 무리할 생각 없어. 그냥 대열에 맞춰 이동하는 것뿐이야. 괜히 나서서 몸을 혹사하진 않을게.”육민성은 잠시 송미연을 바라보다가 낮고 단호한 목소리로 덧붙였다.“미연 씨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수빈이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모두를 위해서라도 나는 같이 가야 해.”눈빛은 다정했지만 결심만큼은 확고했다. 책임자로서 물러설 생각은 전혀 없어 보였다.송미연이 자신을 걱정해서 그러는 건 잘 알고 있었으나 팀을 책임지는 사람으로서 이런 위기 상황에 자신만 빠져 있을 수는 없었다.상처가 아직 다 낫지 않았고 앞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몰랐다. 그래도 그는 사람들 곁에 남아 연구 성과를 지키고 자신이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들을 지켜야 했다.송미연은 육민성의 단호한 눈빛을 한참 동안 바라보다 결국 체념한 듯 입술을 깨물었다.이 남자는 늘 자신의 안위보다 책임과 다른 사람을 먼저 생각했다. 아무리 위험한 상황에 놓여도 뒤로 물러서는 법이 없었다.눈가에 눈물이 차올랐지만 결국 송미연이 먼저 한발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그러다 그녀가 육민성을 와락 끌어안았다.“그럼 약속해요. 무조건 내 옆에 있겠다고. 혼자 움직이면 안 되고 절대 무리해서도 안 돼요. 무슨 일이 생기든 내 눈앞에서 사라지면 안 된다고요.”“약속할게.”육민성도 그녀를 가볍게 끌어안았다. 목소리는 부드러웠지만 흔들림이 없었다.최수빈은 그런 두 사람을 바라보다 잠시 마음이 먹먹해졌지만, 곧 몸을 돌려 이동 준비를 마저 지시했다.병실 밖에서는 보안 요원들이 이미 출발 준비를 끝낸 상태였다. 이동 차량도 건물 아래 대기 중이었고 핵심 물자와 실험 샘플 역시 모두 포장되어 있었다.내부 첩자에 대한 조사도 여전히 긴박하게 진행되고 있었다.그 와중에 멀리서 들려오는 포격 소리는 점점 잦아졌고 폭발음이 한 번 울릴 때마다 사람들의 가슴은 철렁 내려앉았다.송미연은 육민성에게 두꺼운 겉옷을 입혀 주고 비상약과 붕대를 챙겼다. 이동 중 붕대가 풀리거나 상처가 벌어지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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