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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02화

Author: 금붕어
“오빠 사실 그 여자 아는 거 아니에요?”

송미연은 눈물로 흐려진 시야 너머로 육민성을 똑바로 바라봤다.

“마음에 다른 사람이 있었던 거예요? 그래서 이제 임무도 끝났겠다, 나 버리고 그 여자한테 가려는 거예요?”

“아니야.”

육민성은 망설임도 없이 부정했다.

“그럼 대체 왜요?”

송미연이 한 걸음 더 다가섰다.

“우리 송씨 가문이 망해서? 이제 내가 육씨 가문 며느리로는 부족해서? 내가 오빠 발목만 잡으니까 지겨워진 거예요? 아니면... 처음부터 날 좋아한 적도 없었던 거예요? 나 혼자 착각하고 나 혼자 의미를 부여한 거였어요?”

쉴 새 없이 이어지는 질문이 무겁게 내려앉았다.

그제야 송미연을 바라보는 육민성의 눈빛 깊은 곳에서는 짙은 고통과 망설이는 듯한 기색이 스쳐 지나갔다. 너무도 찰나여서 송미연이 알아차릴 틈조차 없을 정도였다.

하지만 이내 그는 억지로 그 감정을 눌러 버렸고 대신 얼굴에는 더 차갑고 단호한 기색만이 남았다.

“이유까지 알 필요는 없어.”

육민성이 고개를 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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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제1802화

    “오빠 사실 그 여자 아는 거 아니에요?”송미연은 눈물로 흐려진 시야 너머로 육민성을 똑바로 바라봤다.“마음에 다른 사람이 있었던 거예요? 그래서 이제 임무도 끝났겠다, 나 버리고 그 여자한테 가려는 거예요?”“아니야.”육민성은 망설임도 없이 부정했다.“그럼 대체 왜요?”송미연이 한 걸음 더 다가섰다.“우리 송씨 가문이 망해서? 이제 내가 육씨 가문 며느리로는 부족해서? 내가 오빠 발목만 잡으니까 지겨워진 거예요? 아니면... 처음부터 날 좋아한 적도 없었던 거예요? 나 혼자 착각하고 나 혼자 의미를 부여한 거였어요?”쉴 새 없이 이어지는 질문이 무겁게 내려앉았다.그제야 송미연을 바라보는 육민성의 눈빛 깊은 곳에서는 짙은 고통과 망설이는 듯한 기색이 스쳐 지나갔다. 너무도 찰나여서 송미연이 알아차릴 틈조차 없을 정도였다.하지만 이내 그는 억지로 그 감정을 눌러 버렸고 대신 얼굴에는 더 차갑고 단호한 기색만이 남았다.“이유까지 알 필요는 없어.”육민성이 고개를 돌리며 딱딱한 말투로 말했다.“어쨌든 이혼은 할 거야. 변호사한테 말해서 최대한 빨리 서류 준비하게 할게. 재산도 충분히 챙겨 줄 거고 송씨 가문 쪽도 계속 사람을 붙여 도와줄 테니까 미연 씨가 곤란해질 일은 없게 할 거야.”“챙겨 줘요?”모욕처럼 느껴지는 말에 송미연의 몸은 크게 떨렸다.“오빠, 오빠 대체 나를 뭐라고 생각하는 거예요? 난 오빠 돈 필요 없어요. 재산도 필요 없고, 송씨 가문 도와주는 것도 필요 없어요. 난 그냥 이유를 듣고 싶은 거라고요. 진짜 이유.”그러자 육민성은 눈을 감더니 낮게 쉰 목소리로 말했다.“이유는 없어. 그냥... 여기까지 하자.”“난 이혼 안 해요.”송미연은 입술을 세게 깨물었다. 그러자 참아 왔던 눈물이 한꺼번에 쏟아졌다.“나 동의 못 한다고요.”절박하면서도 완강한 목소리였다.“오빠가 뭐라고 해도 난 이혼 안 할 거예요.”“미연 씨 마음대로 되는 일이 아니야.”육민성은 이 말만 남기고는 더는 그녀를 보지도 않은 채 외투를

  •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제1801화

    “농담하는 거 아니야.”육민성이 다시 한번 전혀 흔들림이 없는 목소리로 못을 박았다.“우리 이혼하자.”“...”송미연의 얼굴에서는 순식간에 핏기가 가시더니 조금 전까지만 해도 기대에 차 반짝이던 눈빛이 그대로 꺼져 버렸다. 믿을 수 없다는 듯 눈동자가 흔들렸고 온몸이 얼어붙은 사람처럼 꼼짝도 하지 못했다.손끝부터 차갑게 식어 가 숨조차 제대로 쉬어지지 않았다. 가슴 한복판을 세게 움켜쥔 듯한 통증에 다리에 힘이 풀릴 것만 같았다.“왜요?”떨리는 목소리가 겨우 흘러나왔다.“왜 갑자기... 이혼하자는 거예요?”육민성은 그녀의 시선을 피했다. 목울대가 한 번 크게 움직였지만 입에서 나온 말은 여전히 차갑도록 담담했다.“이유는 없어. 임무도 끝났고 애초에 우리 사이의 계약도 여기까지였잖아. 모든 게 끝났으니까 이혼하는 게 당연하지.”“당연하다고요?”어이가 없다는 듯 웃었으나 붉어진 눈시울에서는 어느새 참을 새도 없이 눈물이 차올랐다.이윽고 송미연이 한 걸음 앞으로 다가섰다.“오빠, 나한테 똑바로 말해 봐요. 오빠한텐 정말 이 모든 게 그냥 계약이었어요? 임무였고, 끝나면 당연히 정리해야 하는 관계였던 거예요? 폐허에서 목숨 걸고 날 지켜 준 것도 계약이었어요? 내가 병실에서 오빠 곁을 지키고, 오빠가 눈을 뜨자마자 나를 바라봤던 그 눈빛도? 우리 집안에 일이 터지고 육씨 가문에서 나한테 이혼하라고 압박했을 때, 절대 나 놓지 않겠다고 나선 것도 전부 계약이었어요? 그 레스토랑에서 그 여자가 일부러 시비를 걸었을 때, 모르는 사람이라고 단호하게 말하면서 내 편을 들어 준 것도요? 우리 같이 포화 속을 버티고 내부의 배신자까지 상대하면서 몇 번이나 죽을 고비를 넘겼잖아요. 그 모든 게... 오빠한텐 그냥 계약대로 끝까지 연기한 것뿐이었어요?”질문을 하나씩 쏟아낼 때마다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고 울음을 삼키느라 목소리는 자꾸만 끊겼다.송미연은 단 한 번도 상상해 본 적이 없었다.그렇게 많은 일을 겪고도 끝내 함께 살아남아, 이제야 모든 게

  •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제1800화

    송미연은 육민성의 변화를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그녀의 머릿속은 온통 임무가 끝나고 다시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갈 생각뿐이었다.귀국하면 송씨 가문의 지분 정리도 마무리하고 이제는 육민성과 진짜 부부로서 안정된 삶을 시작하고 싶었다.육씨 가문의 압박도, 송씨 가문의 위기도, 낯선 타국에서 겪었던 위험도, 갑작스럽게 나타난 여자의 도발도 모두 지나갔다.그러니 이제부터는 좋은 일만 남았다고 믿은 것이다.철수 절차는 차질 없이 진행됐다.인원을 다시 확인하고 장비를 포장하고 중요 서류를 봉인한 뒤 경호 인력까지 붙여 이송 준비를 마쳤다.탑승을 앞두고 최수빈은 마지막으로 주둔지를 한 바퀴 돌아보며 빠뜨린 것이나 남은 위험 요소가 없는지 꼼꼼히 확인했다.텅 빈 방 안으로 햇살이 비쳐들었다. 한때 긴장과 소란으로 가득했던 곳에 이제는 고요함만 남아 있었다. 송미연은 육민성의 팔짱을 끼고 올려다보며 환하게 웃었다.“돌아가면 먼저 할머니 뵈러 가요. 그다음에 송씨 가문 일도 같이 정리하고요. 어때요?”육민성은 고개를 숙여 복잡한 감정이 얽힌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무언가 말하려는 듯 입술을 달싹였지만 결국 짧게 대답했을 뿐이었다.“응.”송미연은 그저 그가 며칠 동안 너무 고생해서 지쳤을 거라 생각했기에 별다른 의심 없이 귀국 후의 생활을 기대하며 계속 이런저런 이야기를 늘어놓았다.십여 시간의 비행 끝에 마침내 고국 땅을 밟았다.비행기에서 내려 단단한 땅을 밟는 순간, 모두가 약속이라도 한 듯 길게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익숙한 공기와 언어, 익숙한 질서...그 모든 것이 살아서 돌아왔다는 사실을 새삼 실감하게 했다.팀은 곧바로 복귀 보고와 인수인계를 진행했고 임무가 성공적으로 끝났다는 소식도 빠르게 전해졌다.관련 기관에서는 이번 성과를 높이 평가하며 공로를 공식적으로 인정했다.최수빈은 가장 먼저 본가로 향했다.문을 열자마자 율이가 작은 몸으로 달려와 품에 안기며 앳된 목소리로 ‘엄마’라고 부르는 순간, 그동안 억누르고 있던 감정이 한꺼번에 무너

  •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제1799화

    임무는 어느덧 막바지에 접어들어 마무리 단계만 남겨 두고 있었다.임시 주둔지의 불빛은 밤새 꺼지지 않았지만 예전처럼 언제 위험이 닥칠지 몰라 초조하게 버티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모든 일이 끝을 향해 가고 있다는 안도감 속에서 각자 맡은 일을 차분히 정리해 나가고 있었다.훼손되고 조작됐던 실험 데이터는 모두 복구해 백업을 마쳤고 핵심 성과물도 안전하게 봉인되어 곧 전용 경로를 통해 국내로 이송될 예정이었다.혼란스럽던 외부의 분위기도 서서히 잦아들었다. 현지 협력 기관과의 인수인계까지 마무리됐고 지원을 위해 파견됐던 동료들도 순차적으로 철수하기 시작했다.한때 포화의 위협에 짓눌려 있던 주둔지에 드디어 진정한 평온이 찾아온 것이다.그리고 모두의 마음을 가장 무겁게 짓누르던 문제도 마침내 해결됐다.내부에 숨어 여러 차례 외부 세력과 손을 잡았던 첩자의 정체가 철저한 조사 끝에 드러난 것이다.범인은 뜻밖에도 초기 지원팀에 포함돼 있던 기술 지원 인력이었다.말수가 적고 성실한 데다 평소 존재감도 크지 않아 아무도 그를 의심하지 않았으나 사실 그는 오래전부터 심종연 측에 매수돼 있었다.그는 직무상 접근할 수 있는 정보를 이용해 주둔지의 방어 배치와 실험 진행 상황, 주요 인력의 이동 경로를 몰래 넘겼고 포격 당시에는 신호 교란 장치까지 가동했다.그 때문에 통신이 끊겼고 당시 주민혁이 거의 이성을 잃을 정도로 상황이 악화되기도 했다.레스토랑에 아이를 데리고 갑자기 나타나 소란을 일으켰던 금발 여자 역시 그가 해외 경로를 통해 직접 연결해 끌어들인 인물이었다.목적은 송미연과 육민성 사이를 갈라놓고 나아가 팀 내부의 신뢰까지 무너뜨리는 것이었다.흩어져 있던 단서들이 하나로 이어져 완벽한 증거가 되는 순간, 주둔지의 모든 사람이 비로소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증인과 물증이 모두 확보된 이상 더는 발뺌할 수도 없었다.첩자는 현장에서 곧바로 제압돼 연행됐고 이후 처리는 관련 기관에 넘겨졌다.내부 첩자가 잡히자 인근에 숨어 기회를 엿보던 엘리아스와 심종연 일

  •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제1798화

    희미한 담배 향이 섞인 서늘하고도 깨끗한 냄새, 최수빈에게는 너무나 익숙해서 맡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지는 향이었다.이 순간만큼은 시간이 멈췄으면 했다.이 길에 끝이 없었으면 좋겠고 두 사람이 이렇게 나란히 서 있는 시간이 영원히 이어졌으면 했다.하지만 시간은 멈추지 않았고 결국 이별의 순간이 찾아왔다.주민혁은 그녀의 등을 가볍게 토닥여주며 부드럽게 말했다.“이제 가야 해. 더 늦으면 돌아가는 비행기 놓쳐.”최수빈은 눈을 떴다. 눈가에 눈물이 가득 고여 있었지만 그녀는 애써 웃어 보였다.“네.”곧이어 그녀는 손을 뻗고 까치발을 들더니 그의 입술에 살며시 입을 맞췄다.짧은 입맞춤이었지만, 차마 떨어지고 싶지 않은 마음과 서로를 향한 걱정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듯했다.순간 몸이 굳었으나 주민혁은 이내 최수빈을 끌어당기며 더 깊게 입맞춤을 이어갔다.차가운 듯했던 그의 입술은 닿을수록 뜨거웠다. 그동안 눌러 두었던 그리움과 아쉬움을 모두 이 한 번의 입맞춤에 담으려는 듯했다.한참 뒤에야 주민혁은 천천히 그녀를 놓아주었다.두 사람의 이마가 맞닿았을 때, 그의 숨은 살짝 거칠어져 있었다.“나 올 때까지 기다려 줘.”또박또박 힘을 주어 말하는 목소리에는 흔들림이 없었다.“네.”최수빈이 힘껏 고개를 끄덕이자 눈물은 다시금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기다릴게요.”주민혁은 마지막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지금의 모습을 눈에 깊이 담아 두려는 듯, 한참 동안 시선을 떼지 못했다.이윽고 그는 몸을 돌려 차 문을 열고 올라탔다. 차가 천천히 출발해 임시 주둔지 출입구를 향해 멀어졌다.최수빈은 그 자리에 선 채 꼼짝도 하지 않고 차가 떠나는 모습을 바라봤다.차는 점점 작아지더니 어느새 검은 점 하나가 되었고 마침내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졌다.그제야 참아 왔던 눈물이 한꺼번에 쏟아져 뺨을 타고 바닥을 적셨다.최수빈은 황급히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어떻게든 소리를 내지 않으려 했지만 어깨가 떨리는 것은 차마 숨길 수 없었다.헤어지기 싫은 마음과 걱정, 그

  •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제1797화

    두 사람은 그렇게 한동안 서로를 끌어안은 채, 따스한 조명 아래에서 말없이 서로의 온기를 느꼈다.시간은 천천히 흘러갔다.한참이 지나서야 주민혁은 조심스럽게 품에서 놓아주더니 손을 들어 최수빈의 뺨에 남은 눈물을 닦아 주었다. 손길은 한없이 다정했고 붉어진 그녀의 눈가를 바라보는 그의 눈빛에는 안쓰러워하는 기색이 가득했다.“울지 마. 금방 다시 올게.”그는 목소리를 최대한 낮추며 차분히 당부했다.“너도 네 몸 잘 챙겨야 해.”한마디 한마디에 진심이 묻어났다.“밤늦게까지 무리하지 말고 밥도 제때 챙겨 먹어. 혼자 해결하기 힘든 일이 생기면 바로 나한테 전화하고. 혼자서 다 버티려고 하지 마. 그리고 진 박사님 쪽 사람들은 필요하면 언제든 움직여도 돼. 내가 가장 믿는 사람들이니까 무슨 일이 있어도 널 지켜줄 거야. 그 금발 여자가 또 나타나거나 조금이라도 이상한 일이 생기면 바로 알려 줘. 혼자 판단하려고 하지 말고.”“알았어요.”최수빈은 힘주어 고개를 끄덕이고는 애써 목소리를 가라앉히며 말했다.“맨날 밤새우지 말고 민혁 씨도 돌아가면 몸 잘 챙겨요. 율이 아직 어리니까 민혁 씨가 곁에 있어 줘야 해요. 국경 쪽도 잘 살피고 너무 무리하지 말아요. 나도 매일 연락해서 여기 상황 알려 줄 테니까 민혁 씨도 무슨 일 있으면 바로 말해요. 지난번처럼 나한테 숨기지 말고.”“알았어.”주민혁은 손끝으로 그녀의 뺨을 살며시 쓸었다. 마치 지금 이 모습을 마음속 깊이 새겨 두려는 사람처럼, 시선은 최수빈의 얼굴에서 한순간도 떨어지지 않았다.“나도 매일 연락할게. 국내 상황도 알려 주고 율이가 어떻게 지내는지도 다 말해 줄게. 율이가 엄마 어디 갔냐고 물어보면 엄마가 밖에서 아주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고 해. 금방 돌아가서 같이 있어 줄 거라는 말도 덧붙이고.”“네.”최수빈이 다시 한번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 눈물이 금세 또 차올랐지만 애써 웃어 보였다.“그렇게 할게요.”두 사람은 다시 한번 서로를 바라봤다.하고 싶은 말은 셀 수 없이 많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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