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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2화

Auteur: 금붕어
주민혁이 그녀를 품에 안아 몸으로 막아서며 끓는 물을 대신 맞았다.

“민혁 오빠!”

박하린이 곧장 긴장한 목소리로 외쳤다.

육민성, 진승우, 그리고 자리에 있던 몇몇 엔지니어들까지 모두 얼어붙었다.

주민혁은 최수빈을 풀어내며 외투를 벗어 던지고 고개를 돌려 이유강을 바라봤다.

깊고 어두운 눈빛이 싸늘하게 가라앉아 바닥이 보이지 않는 심연처럼 차갑게 번졌다.

입을 열지 않았는데도 그 압박감은 밀물처럼 밀려와 숨을 막히게 했다.

그 자리에 얼어붙은 채 이유강의 등줄기에는 식은땀이 흘렀다.

손에 든 컵이 ‘쾅’ 소리를 내며 바닥에 떨어지고 목소리까지 떨렸다.

“주... 주 대표님...”

박하린은 다급히 다가와 그의 몸을 위아래로 살피며 불안한 듯 물었다.

“민혁 오빠, 괜찮아? 데인 데 없어? 왜 그렇게 무모하게 굴어?”

자신은 충분히 피할 수 있었는데 그가 몸으로 막아섰다.

아슬아슬한 순간에 또다시 최수빈이 덕을 본 꼴이었다.

최수빈은 멍하니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천천히 눈을 깜빡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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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제1650화

    “민채영 씨, 고의적인 약물 투입과 폭행 혐의로 신고가 들어왔습니다. 저희와 함께 가셔서 조사에 협조해 주셔야 합니다.”그 순간, 민채영의 온몸에서 힘이 빠졌다. 그녀는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다.얼굴은 죽은 사람처럼 새하얗게 질렸으며 마지막으로 붙잡고 있던 희망마저 완전히 무너졌다.경찰차의 붉고 푸른 경광등 불빛이 통유리창을 통해 거실 안으로 스며들었다.대리석 바닥 위로 번갈아 비치는 빛이 마치 민채영의 끝을 알리는 듯했다.경찰을 보는 순간, 민채영이 애써 유지하던 가식과 오만함, 자신감 넘치던 모습은 순식간에 산산조각 났다.그녀는 비틀거리며 바닥에서 일어났다.헝클어진 머리카락, 번져버린 화장, 평소의 단정하고 우아한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남은 것은 초라함과 공포뿐이었다.이내 그녀는 갑자기 장성훈에게 달려들더니 그의 팔을 필사적으로 붙잡았다.그러고는 손톱이 옷감을 파고들 정도로 세게 움켜쥐며 마지막 발악처럼 날카롭게 외쳤다.“성훈 씨! 나 좀 살려줘! 저 사람들이 날 데려가게 두면 안 돼! 잊었어? 우리 두 집안 사이에는 약속이 있잖아! 나한테 뭐라고 약속했는지 잊은 거야? 정말 날 이렇게 보내면, 내가 감옥에 들어가면... 우리 민씨 가문이 절대 가만있지 않을 거야!”최후의 생명줄을 붙잡으려는 사람처럼, 마지막 한마디는 거의 악을 쓰듯 터져 나왔다.장성훈은 고개를 숙였다. 그러고는 자신의 팔을 붙잡은 민채영의 손을 내려다봤다.그의 눈빛은 아무런 감정도 없이 그저 차갑기만 했다.하지만 조금 전 민채영이 무심코 내뱉은 한마디, ‘두 집안 사이의 약속’이라는 말이 장성훈 마음속 깊이 눌러두었던 의심을 정확히 찔렀다.약속.그 두 글자가 귓가에서 계속 맴돌았다.처음부터 그랬다.민채영은 ‘약혼녀’라는 이름으로 그의 별장에 들어왔고 나갈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밖에서는 안주인인 것처럼 자신의 위치를 드러냈으며 그 후에도 몇 번이고 강지안을 겨냥했다.도발하고 괴롭히고 비꼬면서 말이다.그가 계속 참고 넘어갔던 이유는 마음이 약해서가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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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빈 씨... 나 좀 도와줘요. 확인해야 할 게 있어요. 어제 회의에서 누군가 나한테 약을 먹였는데... 누가 그런 짓을 했는지 알고 싶어요.”전화기 너머의 최수빈은 잠시 침묵하더니 곧 목소리를 무겁게 가라앉혔다.“약에 당했다고요? 지금은 괜찮아요? 어디 다친 데는 없고요? 걱정하지 마요. 내가 바로 갈게요.”“나 괜찮아요.”강지안은 애써 버티며 차갑게 말했다.“진실을 알고 싶어요. 누가 이렇게까지 해서 날 망치려 했는지.”최수빈은 더 묻지 않고 곧장 대답했다.“알겠어요. 어제 행사장 진행 과정, 만났던 사람들, 마신 물, 접촉했던 사람들 전부 말해줘요. 내 인맥을 동원해서 확인해볼게요. CCTV부터 직원들, 행사 기록까지 전부 찾아낼 거예요.”강지안은 천천히 기억을 되짚으며 차분하게 설명했다.행사장에 들어간 순간부터, 물을 마신 일, 민채영이 나타난 순간, 회의가 끝날 때까지....그날 있었던 모든 일을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말했다.그리고 자세히 들을수록 최수빈의 표정은 점점 굳어졌다.“알겠어요.”최수빈의 목소리는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일단 집에서 기다려요. 문 잘 잠그고 자기 자신을 잘 지키고 있어요. 확인되는 즉시 바로 알려줄 테니까.”전화를 끊은 강지안은 무릎을 끌어안고 얼굴을 파묻었다.사실 마음속으로는 이미 답을 알고 있었으나 그저 증거가 필요했을 뿐이었다.이 업계에서 그녀를 증오하고, 완전히 망가뜨리고 싶어 하면서 동시에 그럴 만한 이유와 배짱까지 가진 사람이라...민채영 말고는 떠오르는 사람이 없었다.역시나 세 시간이 채 지나기도 전에 최수빈에게 다시 전화가 걸려왔다. 목소리에는 완전히 분노가 억눌려 있었다.“지안 씨, 찾았어요. 민채영 씨예요.”강지안은 조용히 눈을 감았다. 심장이 확 조여드는 느낌이었다.이미 예상하고 있었지만 직접 진실을 듣는 순간 밀려오는 증오는 또 달랐다.“행사장의 직원 한 명을 매수했더라고요. 지안 씨가 마신 따뜻한 물에 약을 넣게 했던 거예요.”최수빈의 목소리는 싸늘했다.

  •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제1646화

    어젯밤 강지안은 의식을 잃었다.마지노선도, 체면도, 자신이 지켜오던 모든 것을 잃었다.그리고 그 모든 일의 중심에는 바로 눈앞의 이 남자가 있었다.장성훈은 뺨을 맞은 충격에 고개가 옆으로 돌아갔다. 옆얼굴에는 금세 선명한 손자국이 떠올랐고 그 흔적은 보기만 해도 눈에 거슬릴 만큼 또렷했다.하지만 그는 손을 들어 만져보지도 않았고 그저 천천히 눈을 감을 뿐이었다.길고 짙은 속눈썹이 아래로 드리워지며 눈빛 속 깊은 곳에서 소용돌이치는 감정을 감췄다.죄책감, 안타까움, 후회, 그리고 자신조차 차마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사랑이라는 감정...이제 와서 무슨 말을 해도 변명에 불과하다는 걸 그는 알고 있었다.아무리 그럴듯한 설명을 늘어놓는다 해도 이미 벌어진 사실 앞에서는 초라하고 위선적으로 들릴 뿐이었다.한참이 지나서야 장성훈은 다시 눈을 떴다.그리고 침대 구석에 웅크린 채, 산산이 찢겨버린 작은 짐승 같은 모습으로 있는 강지안을 바라봤다.장성훈의 목소리는 쉬었는지라 거의 나오지 않을 정도로 갈라져 있었다.“어떻게 화풀이하고 싶든... 다 받아들일게요. 때려도 되고 욕해도 되고 저한테 어떻게든 해도 돼요. 전부 감당하겠습니다.”강지안은 그를 뚫어지게 노려봤다.눈가는 벌겋게 충혈되어 있었고 눈물이 금방이라도 떨어질 듯 맺혀 있었지만 끝까지 버텼다.그녀의 목소리는 낮고 차가웠다. 완전히 절망한 사람처럼 더는 아무 기대도 남지 않은 목소리였다.“성훈 씨한테 벌주고 싶은 게 아니에요. 내가 원하는 건 하나예요. 다시는 내 앞에 나타나지 마요. 이제부터 나랑 성훈 씨는 완전히 끝인 겁니다. 이제 우린 아무 사이도 아닌 거예요.”장성훈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거대한 바위에 짓눌린 것처럼 숨을 쉬는 것조차 고통스러웠다.“그건... 어려울 것 같은데요.”“어렵다고요?”강지안은 마치 어처구니없는 말을 들은 사람처럼 헛웃음을 흘렸다. 그러고는 곧 감정을 억누르지 못하고 목소리를 높였다.“장성훈 씨, 도대체 언제까지 날 붙잡고 있을 거예요? 내가

  •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제1645화

    장성훈의 몸이 순간 굳었다. 내딛으려던 발걸음도 그대로 멈췄고 심장이 세차게 뛰었다.하지만 강지안의 손을 뿌리치지는 않았다.그저 침대 옆에 그대로 서서 자신을 붙잡은 그녀의 손길을 받아들였다.그렇게 밤은 조용히 지나가는 듯했다.창밖의 어둠은 깊어지고 세상은 숨을 죽인 듯 고요했다.밤이 깊어지기 전까지 강지안은 아주 편안하게 잠들어 있었다.약효는 완전히 억눌린 듯했고 더 이상 이상 증상도 나타나지 않았다.장성훈은 침대 옆 의자에 앉은 채 한순간도 자리를 뜨지 않았다.잠시 후에는 흐트러진 이불을 살며시 정리해주고 또 잠든 그녀의 이마에 손을 대 체온을 확인했다. 정상이란 걸 확인하고 나서야 겨우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그는 그렇게 아무 말 없이 그녀의 잠든 얼굴만 바라보았다.평온하고, 부드러운 얼굴...차갑게 밀어내던 모습도, 날을 세우던 모습도 온데간데없었다.마치 오랜 시간 움켜쥐고 있던 경계심을 마침내 내려놓은 작은 짐승처럼 편안해 보였다.장성훈의 마음 한구석은 한없이 부드러워졌다.이 순간 시간이 멈춰버렸으면 좋겠다고 그는 간절히 바랐다.서로를 향한 원망도 없고, 계산도 없고, 민채영도 없고, 잃어버린 기억도, 상처도 없는 세상...아무 걱정 없이 평온하게 오직 자신과 그녀만 있는 이 순간이 유지되길 바랐다.하지만 그는 알지 못했다. 그 약의 효과는 상상을 초월할 만큼 강했고 한 번의 주사로 억제할 수 있는 시간은 고작 밤이 깊어지기 전까지라는 것을.밤이 깊어지면 약효는 다시 치솟을 것이며 처음보다 훨씬 거세게 몰아칠 터였다.새벽녘, 어둠이 가장 짙어진 시각.강지안이 갑자기 작게 신음했다.“으음...”그녀는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몸을 뒤척이기 시작했다. 이미 사라진 줄 알았던 뜨거운 열감이 다시 온몸을 휩쓸었기 때문이었다.전보다 훨씬 뜨겁고 훨씬 괴로워 정신을 붙잡고 있기조차 힘들 정도였다.강지안은 순간 눈을 번쩍 떴다. 하지만 깨어난 의식은 순식간에 약효에 잠식됐다.눈앞은 흐릿했고 겨우 보이는 건 침대 옆에 앉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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