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uk그의 숨결이 최수빈의 목덜미를 스쳤다. 따뜻한 기운 속에 짙은 피비린내가 함께 섞여 감돌았다.“애초에 한패야. 거기서 거기지.”최수빈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핸들을 움켜쥔 손가락은 어느새 손마디가 하얗게 질렸다.“07전투기 프로젝트... 그게, 그때의 진실이랑 연결돼 있어.”주민혁의 목소리는 바람과 눈에 휩쓸려 금방이라도 흩어질 것처럼 점점 가늘어졌다.“묻혀 있던 일들이... 이제 하나둘 드러나고 있어. 그 사람들도 위협을 느낀 거야... 그리고 최수빈, 너도.”그가 잠시 숨을 고르더니 남은 힘을 쥐어짜 내듯 더욱 진지하게 말했다.“그 사람들이 가장 탐내는 건 처음부터 기술 인재였으니까.”최수빈은 발끝에서 정수리까지 냉기가 훑고 올라오는 기분이었다. 심장이 식어 붙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그녀와 주민혁은 누군가의 도마 위에 올려진 먹잇감이었던 것이다.그때, 등 뒤 어딘가가 유난히 뜨거웠다.그건 체온 같은 게 아니었다. 옷감 너머로 스며드는 데일 듯한 뜨거움. 끈적하고도 섬뜩한 열기가 몸을 타고 퍼졌다.가슴이 서늘해지며 최수빈의 머릿속에 불길한 예감이 미친 듯이 번졌다.떨리는 손으로 한 손을 뒤로 뻗었다.손끝에 닿은 건 축축하고 뜨거운 액체였다. 손을 들어 보니 새빨간 피가 선명하게 번져 있었다.“민혁 씨!”최수빈의 목소리에는 울음이 섞여 있었다.하지만 뒤의 남자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허리를 감싸고 있던 손에는 완전히 힘이 풀렸고 그의 몸 전체가 그녀의 등에 무겁게 기댔다.순간 온몸에서 힘이 빠져 최수빈은 하마터면 핸들을 놓칠 뻔했다.이를 악물고 가까스로 차체를 붙잡았으나 끝내 눈물이 쏟아졌고 시야는 금세 흐려졌다.그때 뒤쪽에서 추격자들의 확성기 소리가 눈보라를 뚫고 날카롭게 울려 퍼졌다.“최수빈! 더 못 도망치니까 그만 멈춰! 지금 안 멈추면 오늘이 주민혁의 제삿날이 될 거야! 설령 도망친다 해도 소용없어! 그 사람 총에 맞았거든. 오래 못 버텨! 지금 멈추면 아직 우리한테 쓸모가 있을 거야. 여기 최고의 의료진이
“최수빈...”사포에 갈린 듯 거칠고 쉰 주민혁의 목소리가 다시금 들려왔다. 숨소리는 어찌나 희미한지 눈보라에 그대로 삼켜질 것만 같았다.“이번 생에 너를 만나서... 후회는 없어.”그 한마디에 최수빈은 누군가에게 심장이 세게 움켜쥐어진 듯 숨이 막혀올 정도로 아팠다.이를 악문 그녀는 일부러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추격자들도, 머릿속에 스치는 최악의 상황도 전부 애써 떨쳐내고는 코끝이 찡해진 채 겨우 말을 내뱉었다.“지금은 그런 말 할 때가 아니에요. 여기서 빠져나가고 나서... 그때 몇 번이고 해요. 다 들어줄 테니까.”그녀는 스로틀을 끝까지 비틀었다. 그러자 스노모빌이 속도를 확 끌어 올리며 눈 위에 깊은 자국을 남기고 내달렸다.하지만 추격자들은 여전히 바짝 붙어 있었다. 그때, 선두에 선 사람의 고함이 또렷하게 들려왔다.“주 대표님, 어디까지 도망칠 수 있나 봅시다!”최수빈은 이를 악물었다. 손바닥은 이미 식은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지만 핸들을 쥔 힘은 오히려 더 강해졌다.‘이제 바로 앞이 얼음 숲이야. 저 복잡한 숲속으로만 들어가면 아직 기회는 있어.’그 순간, 뒤에서 낮게 비웃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선두의 남자가 눈을 가늘게 뜨고 서로 단단히 묶여 있는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입꼬리에는 사악한 미소가 걸렸다.그는 천천히 손을 들어 올렸다. 손에는 검은 권총이 들려 있었는데 눈에서 반사된 빛을 받아 차갑게 번들거리는 총구가 그들을 겨눴다.“탕!”총성이 눈보라를 가르며 터져 나왔다.최수빈의 몸은 순간 굳어버렸다. 심장이 그대로 얼음 속으로 가라앉은 듯, 속까지 싸늘하게 식어버렸다.공기를 가르며 날아오는 탄환의 소리가 또렷하게 들렸다. 죽음이 그대로 달려오는 소리였다.‘총까지... 가지고 있다고?’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온몸이 서늘하게 식으며 손끝과 발끝이 미세하게 떨렸다.허리를 감싸고 있던 손에 다시금 힘이 더해지더니 주민혁의 목소리가 그녀의 귓가에 들려왔다.“해외라서... 합법이야...”말이 끝나자마자, 또 한 번 ‘
최수빈은 핸들을 꽉 쥔 채 눈보라에 흐릿해진 앞길을 지그시 응시했다. 등 뒤로는 주민혁의 체온이 또렷하게 전해졌다.그는 최수빈의 뒤에 앉아 커다란 손으로 그녀의 가느다란 허리를 단단히 감싸고 있었다.귓가에는 매섭게 몰아치는 바람 소리, 그리고 점점 가까워지는 추격자들의 소리가 뒤섞여 들려왔다. 그 고함은 눈보라를 타고 날아와 귀를 찢을 듯 날카롭게 파고들었다.“저 사람들, 분명 우릴 노리고 온 거예요!”최수빈의 목소리는 바람에 휘날려 다소 떨렸다.“돌아가서 스노모빌 찾아왔는데 혹시 길 알아요? 빨리 방향 알려줘요.”허리를 감싼 힘이 살짝 느슨해졌다.곧 주민혁의 목소리가 그녀의 귓가에 닿았는데 마치 바람 속에서 꺼져가는 촛불처럼 희미했다.며칠째 이어진 고열과 도망치는 동안의 에너지 소모로, 그는 이미 기력을 거의 다 잃은 상태였다. 때문에 지금은 말을 꺼내는 것조차 온 힘을 쥐어짜 내야 했다.“남서쪽으로. 거기 얼음 숲이 있어... 지형이 복잡해서 따돌릴 수 있어.”최수빈이 대답하려는 순간, 허리를 감싸고 있던 팔이 천천히 미끄러져 내려가는 게 느껴졌다. 점점 힘이 빠지고 뜨겁게 달아오른 그의 이마가 힘없이 그녀의 등에 기대왔다.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더니 울컥하며 공포가 치밀어 올랐다.“민혁 씨, 잠들면 안 돼요! 버텨요!”하지만 그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저 창백한 입술을 꾹 다물고 있을 뿐이었다.주민혁의 숨결이 최수빈의 목덜미를 스쳤다. 따뜻하면서도 어딘가 식어가는 기운이 섞여 있었다.한참이 지나서야 거의 사라질 듯한 목소리가 겨우 흘러나왔다.“잘 들어... 잠시 후에... 내가 진짜 못 버틸 것 같으면... 억지로 데리고 가지 말고 너 먼저 가...”“닥쳐요!”최수빈의 목소리톤이 훅 높아졌다.눈앞에는 온통 새하얀 설원뿐, 방향조차 분간이 되지 않았다. 이를 악문 그녀는 한 손을 떼어 배낭 옆 주머니에서 미리 준비해 둔 등산용 로프를 꺼냈다.거칠고 단단한 촉감이 손바닥을 파고들었지만 오히려 마음을 다잡게 했다.“
“시간 없어!”주민혁이 이를 악물며 다시 최수빈의 손을 움켜쥐었다. 뼈를 으스러뜨릴 만큼 강한 힘이었다.“내 말 듣고 넌 빙하 틈 쪽으로 뛰어. 나는 놈들을 유인할게. 꼭 살아남아야 해. 그리고... 반드시 이 소식을 전해야 해.”말이 끝나자마자 그는 망설임 없이 최수빈을 옆 갈림길 쪽으로 밀어냈다.“뛰어!”낮게 터져 나온 그 한마디가 고막을 울릴 만큼 거칠게 울렸다.최수빈은 휘청이며 몇 걸음 뒤로 물러났다. 눈앞에서 주민혁은 반대 방향으로 몸을 돌려 달려나갔다.눈보라 속에서 그의 뒷모습은 점점 작아졌지만 끝까지 곧게 서 있었다.“민혁 씨!”가슴이 찢어질 듯한 외침이 터져 나왔지만 소리는 바람과 눈 속에 그대로 삼켜졌다.눈물이 시야를 흐렸다.손전등 빛들이 하나둘 그가 달려간 방향으로 쏠렸고 추격하는 소리도 점점 멀어졌다.최수빈은 그 자리에 선 채 온몸을 떨었다.눈물과 눈송이가 함께 뒤섞여 얼굴 위로 흘러내리는 탓에 차갑고도 아렸다.그녀는 알고 있었다. 그의 선택을 헛되이 만들어선 안 된다는 걸.그래서 깊게 숨을 들이마신 뒤, 최수빈은 눈물을 닦아내고 몸을 돌려 빙하 틈 쪽으로 달려나갔다.눈보라에 섞인 얼음 조각이 얼굴을 후려쳐 살을 에는 듯한 통증이 쏟아졌다.그런데 얼마 못 가, 최수빈이 갑자기 걸음을 멈췄다.‘기지에 스노모빌이 있었지?’이미 주민혁은 사람들을 반대 방향으로 유인해버린 상황, 지금 돌아가 차를 가져온다면 그를 태우고 함께 빠져나갈 수도 있었다.이게 두 사람이 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최수빈은 이를 악물었다.그리고 방향을 틀어 거세게 몰아치는 바람을 정면으로 맞으며 다시 기지 쪽으로 내달렸다.무릎까지 빠지는 눈 속을 헤치며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다리가 납덩이처럼 무겁게 느껴졌다.시야는 흐려졌으므로 오직 기억에 의지해 방향을 잡아야 했다. 마침내 희미하게 기지의 윤곽이 눈앞에 드러났다.최수빈은 숨을 죽이고 몸을 낮춘 채 벽을 따라 움직였다. 그러고는 주변을 꼼꼼히 살피며 인기척이 없는지
주민혁은 차가운 손으로도 흔들림 없이 최수빈의 손을 꽉 붙잡은 채, 그녀를 이끌고 눈밭 위를 미친 듯이 달렸다.매서운 바람이 칼날처럼 얼굴을 후려쳤고 눈송이는 시야를 가려 앞에는 그저 희뿌연 설원만 어렴풋이 펼쳐져 있을 뿐이었다.“잘 들어.”주민혁이 낮게 말했다.“조금 있다가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너하고 따로 움직일 거야. 내가 놈들을 유인할 테니 너는 어떻게든 여기서 빠져나가. 그리고 칩이 사라졌다는 사실을 외부에 알려야 해. 과학기술원 쪽에도 반드시 연락하고.”최수빈은 비틀거리면서도 주민혁의 걸음을 따라붙다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봤다.짙은 어둠 속에서 드러난 남자의 옆얼굴은 차갑고 단호했으나 표정은 소름 끼칠 만큼 침착했다.마치 이런 상황을, 이런 결정을, 그는 이미 마음속에서 수없이 되짚어본 사람 같았다.최수빈의 가슴속으로 서늘한 기운이 번져 들어왔다. 끝내는 참지 못하고 물었다.“저 사람들은 민혁 씨 때문에 온 거예요, 아니면 나 때문에 온 거예요?”애초에 기지 사람들은 이미 철수한 상태였고 남아 있는 물자라고 해봤자 누가 목숨을 걸고 노릴 만큼 대단한 것도 아니었다.때문에 이 눈보라를 뚫고 끝까지 쫓아왔다는 건 분명 사람을 노리고 왔다는 뜻이었다.“그런 생각은 하지 마.”주민혁은 그녀의 시선을 피한 채 발걸음을 더 재촉했다.“내 손 놓치지 말고 따라와.”그러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이번에는 사람 수도 많고 준비도 철저해. 조금만 더 가면 갈림길이 나올 거야. 거기서 넌 빙하 틈 쪽으로 들어가. 그쪽은 지형이 복잡해서 쉽게 못 찾을 거거든. 나는 놈들을 다른 쪽으로 유인할 거야.”최수빈의 목소리가 떨렸다.“우리 둘 중 하나는 꼭 희생돼야만 하는 거예요?”가슴 한가운데가 무언가에 꽉 막힌 듯 답답하고 아팠다.그녀는 주민혁의 창백한 옆얼굴을 바라봤다. 달리는 내내 미세하게 흔들리는 그의 몸을 보자 가슴이 미어졌다.‘몸도 아직 다 회복하지 않았으면서... 걷는 것조차 완전히 힘이 실리지 않는데 저런 무서운 사람들을 상대
문이 조용히 닫히는 순간, 실내의 온기와 함께 최수빈을 붙들고 있던 마지막 안도감도 사라졌다.그녀는 의자에 앉은 채 불안한 눈빛으로 문 쪽만 바라봤다. 귓가에는 바깥에서 몰아치는 눈보라 소리만 가득했다.1분, 2분, 10분...시간은 조금씩 흘러갔지만 주민혁은 끝내 돌아오지 않았다.마음이 점점 더 무겁게 가라앉는 나머지 최수빈은 더 이상 가만히 앉아 있을 수만은 없었다.그래서 급히 외투를 집어 들고 문 쪽으로 달려갔다.문을 여는 순간, 정면에서 들이친 찬바람에 기침이 터져 나왔다.밤하늘이 먹물을 풀어놓은 듯 어두웠는데 눈에서 반사된 빛 덕분에 시야는 어렴풋이 확보할 수 있었다.그렇게 눈을 가늘게 뜨고 멀리 바라보다가 최수빈은 이내 그대로 굳어버렸다.눈밭 위로 몇 사람의 형체가 어른거리고 있었다. 그들은 기지 쪽을 향해 곧장 걸어오고 있었다.걸음은 흔들림이 없었고 움직임에는 망설임도 없었다. 누가 봐도 준비를 갖추고 온 사람들이었다.극지 동물이 아닌, 저 사람들은 분명 자신들을 노리고 온 것이었다.최수빈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발끝에서부터 솟구친 서늘한 기운이 단숨에 정수리까지 치밀어 올랐다.그녀는 숨을 깊게 들이마신 뒤, 서둘러 문을 닫으려 몸을 돌렸다.하지만 그 순간, 누군가가 갑자기 그녀의 손목을 붙잡았다.놀라서 뒤돌아본 최수빈의 앞에는 다행히 주민혁의 어두운 눈빛이 보였다.그가 어느새 바로 뒤에 서 있는 것이었다.얼굴은 밤하늘보다 더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고 손바닥은 얼음장처럼 차가웠지만 그녀의 손목을 쥔 힘만큼은 놀랄 만큼 강했다.“당황하지 마.”주민혁은 목소리를 한껏 낮춘 채 말했다.“저 사람들은 우리를 노리고 온 거야. 안으로 들어가서 장비부터 챙기자. 지금 당장 여기서 빠져나가야 해.”최수빈은 긴장감 어린 그의 눈빛을 보는 순간 모든 걸 알아차렸다.‘저 사람들, 아마 칩이 사라진 일과 무관하지 않을 거야.’말없이 고개를 끄덕이자 그녀는 곧 주민혁에게 이끌리듯 서둘러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따뜻한 불빛은 여
그녀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고 휴대폰을 접은 뒤, 억지로 마음을 다잡고 다시 일에 집중하려 했다.그 시각, 주민혁은 혼자 호텔 침실에 머물러 있었다.어젯밤 그는 해온시를 떠나지 않고 최수빈의 집에서 멀지 않은 호텔에 묵었다.가까이에 있고 싶으면서도, 다시 그녀를 찾아가 방해할 용기는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침대 머리에 기대 눈을 감자 어느새 그는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꿈속에서, 최수빈이 차갑게 굳은 얼굴로 그에게 서류 두 장을 내밀며 서명하라고 했다.그는 늘 그렇듯 그녀를 믿고 내용도 보지 않은 채 그대로 사인했다.그리고
숲속, 이곳은 지질과 기후가 모두 특이한 지역이었다.최수빈은 장비 옆에 쪼그려 앉아 기록판을 들고 무인기가 전송해 오는 온도와 습도 데이터를 하나하나 꼼꼼히 적고 있었다.곁에서는 육강민이 기상 관측 장비를 조정하며 수치를 맞추고 있었고 두 사람은 간간이 수치와 설정값을 확인하며 자연스럽게 호흡을 맞췄다.“마지막 데이터까지 다 받았어요. 이제 마무리해도 되겠네요.”육강민이 손목시계를 확인하며 웃었다.“아침부터 지금까지 계속 움직였더니 해도 거의 지고 있어요. 먼저 텐트부터 치죠. 어두워지면 더 힘들어져요.”최수빈은 고개를
“주 회장님, 정말 다시 한번 생각 안 해보시겠습니까? 그 프로젝트들 잠재력이 엄청납니다. 이번 기회 놓치면 다음에는 이런 조건 다시 오기 힘들 거예요.”“괜찮습니다.”주민혁이 가볍게 웃었다.“관심 있으시면 심 대표님께서 직접 맡으세요. 주상 그룹은 끼지 않겠습니다.”말을 마치고 나서 주민혁은 돌아서려 했다.그런데 심종연이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다시 불렀다.“주 회장님, 정말 후회하지 않으시겠습니까? 지금 주상 그룹은 주선웅 씨의 사건 직후라 내부가 완전히 안정됐다고 보기 어렵죠. 이 기회까지 놓치면 회사의 기반 자체가
최수빈은 데워 둔 죽을 들고 부엌에서 나왔다가 거실에 들어서자마자 소파에서 깊이 잠든 남자의 모습을 보았다.그녀는 걸음을 멈추고 조용히 그릇을 내려놓은 뒤 다가가 창백하고 수척해진 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가슴 한켠이 무언가에 쥐어짜지는 듯 시리고 아려 왔다.주름진 그의 이마를 펴 주고 싶어 손을 뻗었지만 손끝이 닿기 직전에 다시 거두었다.모처럼 편안하게 자는 건데 깨우고 싶지 않았다.최수빈은 침실로 들어가 얇은 담요를 가져오더니 조심스럽게 주민혁의 몸 위에 덮어 주었다.그러고는 소파 옆에 쪼그려 앉아 한참을 바라보다가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