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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8화

Author: 금붕어
주민혁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

“네가 나보고 따라오지 말라며. 그럼 문 앞에서 듣는 것도 안 되는 거야?”

말투는 뭔가 이상하게도 진짜 자신이 뭘 금지당한 사람인 양 서운한 척을 하고 있었다.

최수빈은 조용히 그를 바라보며 한참을 말없이 서 있었다.

공기가 무겁게 가라앉았고 결국 먼저 입을 연 쪽은 주민혁이었다.

“너도 이제는 대충 알겠지. 널 향한 우리 형의 마음이... 그래서는 안 되는 감정이라는 거. 아버지 말이 한 가지는 맞아. 넌 앞으로 그 사람하고는 거리를 두는 게 좋을 거야.”

최수빈은 주민혁의 말을 듣고 얼굴을 찌푸렸다.

“왜 다들 나한테 이래라저래라하는 거죠? 그렇게 하라면 그대로 따라야 돼요?”

주민혁은 눈을 가늘게 떴다.

“최수빈, 충고는 늘 거슬리게 들리는 법이야. 하지만 남들이 하지 말라고 하면 할수록 너는 꼭 하고 싶어지나 보지?”

눈빛은 진지했다.

“사랑하지 말라 하면... 너는 기어이 사랑하고 마는 거야?”

이 말에 마음이 순간 움찔하며 조여들어 최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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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제1754화

    의료진은 재빨리 육민성의 몸을 들것에 고정한 뒤 수액을 연결하고 산소를 공급했다. 간단한 지혈 처치까지 이어졌지만 긴박한 상황 속에서도 모든 과정은 질서정연하게 진행됐다.최수빈과 송미연은 들것의 양옆을 지키며 의료진을 따라 구급차에 올랐다.송미연은 내내 들것 옆에 반쯤 몸을 숙인 채 앉아 있었다. 손가락으로는 차갑게 식은 육민성의 손목을 꽉 붙잡고 있었다.그는 여전히 깊은 혼수상태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미간은 희미하게 찌푸려져 있었고 마치 극심한 고통을 견디고 있는 듯했다. 관자놀이의 상처는 응급 처치를 받은 상태였지만 붕대 위로 옅은 핏자국이 배어 나왔다.그 모습을 볼 때마다 송미연의 가슴은 사정없이 조여 왔다.온몸에는 긁힌 상처와 충격으로 생긴 멍이 곳곳에 남아 있었고 팔에는 제법 깊게 베인 상처까지 있었다.송미연은 한순간도 눈을 떼지 못한 채 그를 바라보았다. 눈가가 붉게 달아올랐지만 더는 울음이 새어 나오지 않도록 입술만 세게 깨물었다.자신의 울음소리가 의료진의 처치를 방해할까 봐 두려웠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한 번이라도 감정이 무너지기 시작하면 지금까지 간신히 붙들고 있던 정신마저 완전히 놓아 버릴 것 같았다.“상태가 어떤가요?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건가요?”송미연이 떨리는 목소리로 옆에 있던 의료진의 옷자락을 잡고 절박하게 물었다.의료진은 수액 속도를 조절하며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현재로서는 생명에는 지장이 없습니다. 다만 가벼운 뇌진탕과 다발성 연부 조직 손상이 있고요.”잠시 상태를 확인한 의료진이 말을 이었다.“충격으로 인한 장기 손상 가능성도 있습니다. 즉시 의료시설로 옮겨 정밀 검사를 해야 하고 이후 내부 출혈 여부도 지켜봐야 합니다. 지금은 상태를 최대한 안정적으로 유지하면서 신속하게 치료를 받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네. 알겠습니다.”송미연은 몇 번이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다시 육민성을 바라보며 손끝으로 그의 뺨에 묻은 흙먼지를 가만히 털어내 주었다. 마치 조금이라도 세게 건드리면 부서져 버릴

  •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제175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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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때일수록 송미연을 혼자 둘 수 없다는 걸 최수빈도 알고 있었다. 게다가 송미연은 연구실에 남아 소식만 기다리고 있을 사람도 아니었다.“좋아, 같이 가.”최수빈은 망설임 없이 외투와 간이 구급함을 챙긴 뒤 방진 마스크 두 개도 집어 들었다.“이거 써. 현장에 연기와 먼지가 심할 거야. 발밑 조심하고 무조건 수색대 뒤만 따라다녀. 절대로 시야에서 벗어나면 안 돼.”“알았어.”송미연은 외투를 집어 들어 대충 걸쳤다. 참아왔던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지만 그녀는 손등으로 눈물을 얼른 훔쳐냈다.“그 사람 꼭 만나야 해. 살아 있든...”그 뒤의 말은 차마 입 밖으로 꺼낼 수 없었다.두 사람은 서둘러 밖으로 나가 대기하고 있던 SUV에 올랐다.차는 울퉁불퉁한 도로를 달려 북쪽으로 향했다. 폭격 지역에 가까워질수록 눈앞에 펼쳐지는 광경은 처참했다.길가에는 폭발에 부러진 나무와 뒤틀린 금속 잔해가 널려 있었고 깨진 돌과 건물 잔해도 곳곳에 흩어져 있었다. 멀리 보이는 땅에는 포탄이 남긴 구덩이가 빽빽했고 검붉게 그을린 흙이 끝도 없이 이어졌다.바람을 타고 풍겨오는 화약 냄새는 점점 짙어졌다. 숨을 쉴 때마다 머리가 아찔할 정도였다.송미연은 차창에 바짝 붙어 앞만 바라보았다. 보이지 않는 손이 심장을 사정없이 움켜쥔 듯 답답했다. 그곳에 가까워질수록 숨 막히는 감각은 더욱 짙어졌다.마침내 차가 완전히 파괴된 건물들 앞에 멈춰 섰다. 바로 3번 관측소였다.한때 소규모 연구 관측소였던 곳은 이제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만큼 처참한 폐허로 변해 있었다.드러난 철근 사이로 벽은 무너져 있었고 끊어진 바닥 구조물은 위태롭게 기울어져 있었다. 깨진 돌과 콘크리트 덩어리는 여기저기 산처럼 쌓여 있었고 검은 연기와 먼지는 여전히 천천히 위로 피어올랐다. 일부 구역에서는 아직 열기가 남아 있었고 이따금 타다 남은 잔해가 작게 타들어 가는 소리도 들렸다.지원 부대와 구조대원들은 이미 현장 곳곳에 투입돼 있었다. 사람들을 부르는 목소리와 장비가 잔해를 두드리는

  •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제1751화

    최수빈은 송미연의 팔을 잡으며 그녀를 진정시키려 애썼다.“선배 워낙 신중한 사람이잖아. 폭격이 시작되기 전에 미리 빠져나왔을 수도 있어. 장비만 파손됐을 가능성도 있잖아.”하지만 송미연은 고개를 저었다. 끝내 참아 왔던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폭격이 얼마나 갑작스러웠는지, 그 여파가 얼마나 넓었는지 송미연은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관측소 안에 있던 육민성은 미처 대응할 시간조차 없었을 것이다.머릿속에는 끔찍한 장면들이 쉴 새 없이 떠올랐다. 무너져 내린 건물과 불타는 잔해, 자욱하게 피어오르는 연기까지...생각하고 싶지 않은데도 자꾸만 그런 상상이 떠올랐다.아침까지만 해도 돌아올 테니 기다리라고 했던 사람, 늘 제 뒤를 든든하게 지켜주던 세심한 사람, 그리고 이제야 겨우 자신을 좋아하는 게 아닐까 하고 몰래 기대해 보기 시작했던 그 사람이 정말 잘못되기라도 한 걸까.멀리서 들려오던 포성은 어느새 조금 더 가까워진 듯했다. 둔탁한 소리가 낮게 울려 퍼질 때마다 가슴까지 짓눌리는 기분이었다.연구실 안은 환하게 불이 켜져 있었지만 두 사람의 마음을 짓누르는 절망까지 밝힐 수는 없었다.통신기는 여전히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았고 위치 추적 화면도 까맣게 꺼진 채였다.아무런 소식이 없다는 사실이야말로 가장 끔찍한 신호였다.송미연은 의자에 힘없이 주저앉았다. 핏기 하나 없는 얼굴로 멍하니 앞만 바라보는 모습은 영혼이 빠져나간 사람 같았다.그녀는 속으로 몇 번이고 빌었다.그가 무사히 돌아오기만 한다면 무슨 일이든 하겠다고 말이다....다음 날.날이 희미하게 밝아 올 무렵이 되어서야 멀리서 들려오던 총성과 포성이 조금씩 잦아들었다. 밤새 이어진 폭격과 교전은 일단 멈췄지만 북부 3번 관측소 상공에는 여전히 짙은 연기가 잿빛 안개처럼 드리워져 있었다.그을린 냄새와 흙먼지 냄새, 희미한 피비린내가 차가운 바람에 뒤섞여 퍼졌다. 숨을 들이쉴 때마다 목이 바짝 조여 오는 듯했다.임시 지휘소 안에서 최수빈은 밤새 한숨도 자지 못했다. 눈가에

  •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제1750화

    시간은 한없이 더디게 흘러갔다.송미연은 컴퓨터 앞에 앉아 화면 위에서 움직이는 위치 표시를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한편으로는 통신기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계속 귀를 기울였다.처음에는 육민성도 약속한 시간에 맞춰 꼬박꼬박 상황을 전해왔다.“외곽 안전 지점에 도착했어.”“무인 지역에 진입했다. 도로 상황은 문제없어.”“3번 관측소까지 3킬로미터 남았어.”“곧 도착한다. 샘플 채취 준비할게.”그의 목소리가 들릴 때마다 송미연의 가슴을 짓누르던 불안도 조금씩 가라앉았다.화면 속 위치 표시도 3번 관측소에서 안정적으로 움직임을 멈췄다. 송미연은 화면을 바라보며 속으로 시간을 헤아렸다. 샘플 채취를 마치고 관측소를 빠져나와 무사히 돌아오기까지 얼마나 걸릴지 계산하면서 말이다.그런데 마지막 위치 보고를 받은 지 거의 30분이 지났을 무렵이었다. 통신기에서 갑자기 거센 잡음이 터져 나왔다.“지지직.”귀를 찌르는 소음 사이로 멀리서 폭발하는 듯한 굉음이 희미하게 섞여 들렸다. 소리는 끊어지고 뭉개진 채 이어지다가 이내 모든 것이 완전히 잠잠해졌다. 그 후로는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화면에서 움직이던 위치 표시 역시 순식간에 사라졌다.최수빈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녀는 곧바로 키보드를 두드리며 위치 추적 시스템에 다시 연결을 시도했다. 몇 번이고 통신기를 붙잡고 육민성을 불렀다.“선배, 들리면 대답해요.”“민성 선배!”하지만 아무런 대답도 돌아오지 않았다.숨 막히는 정적이 밀려들어 순식간에 연구실을 집어삼켰다.송미연은 온몸이 굳어버린 채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화면 앞으로 다가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왜 그래? 위치가 왜 사라졌어? 통신은 또 왜 끊긴 거야?”최수빈은 미간을 굳게 찌푸린 채 손가락을 빠르게 움직였다. 현지의 실시간 전황 정보를 불러온 뒤, 잠시 화면을 확인하던 그녀의 얼굴이 완전히 굳어졌다.“북부 3번 관측소 일대가... 방금 대규모 폭격을 당했어.”폭격.그 두 글자가 송미연의 가슴 한복판에 포탄처럼 떨어졌다

  •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제1749화

    모두가 알고 있었다. 이번 임무가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송미연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녀는 본능적으로 육민성을 바라보았다.위험 분담 원칙상, 육민성이 먼저 나서리라는 건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세 사람 중 경험이 가장 많고 돌발 상황에 대처하는 능력도 뛰어났다. 현지 사정 역시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게다가 그는 두 여자를 위험천만한 전면에 세울 사람이 아니었다.아니나 다를까, 육민성이 몸을 돌려 최수빈과 송미연을 차례로 바라보았다.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단호했다.“두 사람은 여기에 남아. 연구실 밖으로 나가지 말고 연락은 항상 받을 수 있게 해 두고. 나 혼자 다녀올게.”송미연이 곧바로 반대했다.“안 돼요. 너무 위험하잖아요. 갈 거면 같이 가요.”“같이 가면 위험만 더 커져.”육민성의 태도에는 조금의 여지도 없었다.“인원이 적을수록 움직이기도 쉽고 상황이 틀어졌을 때 빠져나오기도 빨라. 나 혼자 가는 게 훨씬 나아. 두 사람은 여기 남아서 데이터를 지키고 안전을 확보해. 날 신경 쓰이게 만들지 마.”“그래도...”“안 돼.”육민성이 그녀의 말을 끊었다. 송미연을 바라보는 눈빛이 조금 다정해졌지만 어조는 여전히 강경했다.“말 들어. 호텔에서 나 돌아올 때까지 기다려.”그는 위기 상황이 오면 언제나 모두를 제 뒤로 숨기는 게 익숙한 사람이었다.최수빈을 향한 보호는 함께 임무를 수행하는 동료로서의 책임감에 가까웠다.하지만 송미연에게 느끼는 감정은 그와 달랐다. 걱정과 보호하려는 마음 너머에, 자신도 미처 외면할 수 없는 더 깊은 감정이 자리하고 있었다.그는 송미연을 그런 위험한 곳에 데려갈 수는 없었다.언제 어디서 총알과 포탄이 날아올지 모르는 전장이었다. 일단 휘말리고 나면 그녀를 완벽하게 지켜주리라 장담할 수 없었다. 셋이 다 함께 위험을 무릅쓰느니 차라리 혼자 모든 짐을 짊어지는 게 나았다.그때 최수빈도 침착하게 입을 열었다.“나도 선배 의견에 동의해. 우리는 여기 남아서 지원과 데이터 접수를 준비하고 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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