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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9화

작가: 금붕어
그 말 앞에서 최수빈은 한순간 깊은 무력감에 빠져들어 냉정한 눈빛으로 눈앞의 남자를 바라보며 또박또박 말을 뱉었다.

“이게 민혁 씨가 말하는 그 진짜 대답이라는 거예요?”

그녀의 말이 끝나자 방 안은 묘한 정적에 잠겼다.

서로의 눈동자가 마주쳤고 그 속에는 복잡하고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이 뒤섞여 있었다.

창밖에서는 빗소리만이 조용히 들려왔는데 빗방울 소리 외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두 사람 모두 침묵했다.

길고도 이상한 정적이 흐른 뒤, 결국 먼저 말을 꺼낸 건 또 주민혁이었다.

“더 묻고 싶은 건 없어?”

최수빈은 천천히 숨을 들이쉬며 전혀 흔들림 없이 그를 바라봤다.

“민혁 씨는... 한 번도 나와 진심으로 이야기하려 했던 적이 없잖아요.”

그러니 그녀가 지금 무얼 물어도 원하는 대답을 들을 수 있을 거란 확신이 없었다.

주민혁은 가볍게 웃더니 시선을 창밖에 두었다.

“최수빈, 너는 형이랑 거리를 둬야 해. 세상 모든 진실은 언젠가 밝혀지는 날이 올 테니까.”

목소리가 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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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지안은 침대 머리에 기대앉은 채 손끝으로 이불의 무늬를 가만히 쓸어내렸다. 눈빛은 이상하리만치 고요했고 조금의 흔들림도 없었다.조금 전 부하가 내뱉은 ‘없었습니다’라는 한마디에 강지안은 그제야 완전히 깨달았다. 자신이 장성훈에게 어떤 존재였는지를.장성훈에게 있어서 그녀는 그저 오래전부터 알던 사람, 옛 인연, 윗선의 지시로 지켜야 하는 대상, 딱 그 정도에 불과했던 것이다.“그 사람을 만나고 싶어요.”강지안이 낮게 말했다.이런 부탁을 할 줄은 예상하지 못했는지 부하가 잠시 멈칫했다.잠깐 망설이던 그는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습니다. 도련님께 말씀드리겠습니다.”문이 조용히 닫히고 병실에는 다시 적막이 내려앉았다.강지안은 창밖만 바라봤다.얼마나 기다렸는지도 알 수 없었다.기계음은 계속 같은 간격으로 울렸고 그 소리조차 어느 순간부터는 아무 감각 없이 귓가를 스쳐 지나갔다.그러다 병실 문이 열리고 두 사람이 차례로 안으로 들어왔다.먼저 들어온 사람은 장성훈이었다.검은색 코트를 입은 그는 여전히 반듯하고 서늘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깊게 가라앉은 눈매와 굳은 인상은 여전했지만 늘 차갑기만 하던 얼굴이 오늘따라 조금은 부드럽게 느껴졌다.그리고 그의 옆에서 팔짱을 낀 사람은 민채영이었다.민채영은 정갈한 흰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단정한 화장에 다정한 미소까지 더해지니 마치 한겨울에 핀 하얀 장미 같았다.그녀는 강지안을 보자 장성훈의 팔에서 손을 풀고 앞으로 두 걸음 다가왔다. 말투는 친근한 척 부드러웠지만 그 속에 깔린 뜻은 너무도 분명했다.“지안 씨, 여기서 보게 될 줄은 정말 몰랐네요. 성훈 씨가 아는 사람 문병을 간다고 해서 저도 같이 왔어요. 불편하진 않으시죠?”예의 바른 말처럼 들렸으나 한마디 한마디가 은근하게 선을 긋고 있었다.강지아는 입꼬리를 살짝 끌어올렸다.“괜찮아요.”담담한 목소리, 하지만 그녀는 민채영을 보지 않고 곧장 장성훈에게 시선을 주었다.안부를 묻지도, 따지지도, 서운하다는 기색조차 꺼내지 않았다

  •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제1296화

    하지만 카엔은 코웃음을 쳤다.“장성훈? 그게 누군데요? 여기선 우리가 법이에요.”말이 끝나기도 전에 놈들이 우르르 달려들었다. 그리고 강지안은 배낭은 물론이고 휴대폰과 손목시계까지 순식간에 빼앗겼다. 값비싼 장비들은 모조리 털린 것이다.필사적으로 저항했지만 한 남자가 그녀를 거칠게 밀어 넘어뜨렸다.강지안은 두꺼운 눈밭 위로 나동그라졌다. 살을 에는 한기가 방한복을 뚫고 파고들어 순식간에 온몸이 굳어 갔다.“그냥 여기 버려둬.”눈밭에 쓰러진 강지안을 내려다보며 카엔이 무심하게 말했다. 그 목소리는 이 극지의 바람만큼이나 차가웠다.“이 날씨면 세 시간도 못 버틸 거야. 금방 얼어 죽겠지.”놈들은 그 말에 배를 잡고 웃었다. 그런 다음 빼앗은 물건들을 챙겨 눈길용 개조 차량에 올라탄 뒤 그대로 떠나 버렸다.엔진 소리는 거센 눈보라 속으로 점점 멀어져 갔고 끝내 끝없는 설원 한가운데에는 강지안만 홀로 남았다.함박눈은 갈수록 거세졌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의 몸 대부분을 덮어 버렸다.매서운 바람이 칼날처럼 뺨을 후벼 팠다. 얼굴은 얼얼하다 못해 점점 감각마저 흐려졌다.어떻게든 몸을 일으켜 보려 했지만 온 힘이 바닥난 듯 손가락 하나 까딱하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절망이 서서히 그녀를 집어 삼켜갔다.강지안은 잿빛 하늘을 올려다보다가 흐릿해지는 시야 너머로 장성훈의 얼굴을 떠올렸다.늘 말없이 그녀의 뒤를 지키던 남자, 과묵했지만 그녀에게 위험이 닥치면 누구보다 먼저 달려오던 사람...결국 장성훈의 말이 맞았다. 이곳은 정말 위험했다.‘이제는 정말 다시는 못 보는 건가...’강지안의 의식은 점점 멀어졌다. 눈꺼풀은 천근만근 무거워졌고 그대로 감겨 들어갔다.그런데 완전히 정신을 잃기 직전, 멀리서 희미하게 자동차 엔진 소리가 들려왔다.그 소리는 점점 가까워지더니 점점 또렷해졌다. 꺼져 가던 마음속에 아주 희미한 희망이 다시 살아났다.하지만 이미 너무 지쳐 있는 탓에 몸은 완전히 얼어붙은 듯 움직이지 않았고 눈앞은 점점 새까매졌다.그렇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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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틀렸어요.”주민혁의 목소리는 낮고 담담했다.“나와 심 대표님은 애초에 같은 부류가 아닙니다.”그는 한 번도 권력에 정점에 서고자, 세상을 집어삼킬 만큼 거대한 판도를 손에 쥐고자 한 적이 없었다.그가 원한 건 오직 최수빈의 무사함, 묻혀버린 그해의 진실, 그리고 주상 그룹이 끝까지 떳떳한 길을 걸어가는 것이었다.심종연의 얼굴에서 마침내 웃음기가 사라졌다.“그러니까... 내 제안을 거절하겠다는 건가요?”“네.”주민혁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답했다.“난 심 대표님과 손잡지 않을 겁니다.”심종연은 한동안 아무 말 없이 그를 바라봤다. 깊게 가라앉은 눈빛이 주민혁의 말에 거짓이 섞여 있는지 끝까지 가늠하는 듯했다.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그제야 심종연은 천천히 입꼬리를 올리며 차갑고 서늘한 웃음을 띠었다.“좋아요, 아주 좋습니다. 역시 끝까지 꺾이지는 않는군요.”심종연은 침대 머리맡 탁자 위에 놓아둔 시가를 다시 집어 들었다. 손가락 사이에 끼웠지만 끝내 불은 붙이지 않았다.그러더니 주민혁을 지그시 바라봤다. 그 얼굴을 뼛속에 새겨두기라도 하려는 사람처럼 말이다.“굳이 가장 험한 길을 고르겠다면, 어디 끝까지 한번 지켜보죠.”심종연의 목소리는 얼음장처럼 차가웠다.“그 선택, 나중에 후회하지 않길 바라요.”이 말을 끝으로 그는 몸을 돌려 병실을 나갔다.문이 닫히는 순간이 되어서야 주민혁은 천천히 눈을 감고 침대 머리에 기댔다.가슴의 상처가 다시 욱신거리기 시작했지만 이상하게도 마음만큼은 고요했다.심종연을 거절했다는 건 앞으로도 계속 임하은에게 붙들려 있어야 한다는 뜻이었다. 이 싸움은 더 힘들어질 테고 그가 견뎌야 할 시간도 길어질 것이다.그래도 다른 선택은 없었다.그는 최수빈의 안전을 걸고 모험할 수 없었다. 더구나 나라와 직결된 기밀까지 내던지며 이런 더러운 거래에 손을 댈 수도 없었다....한편, 도심 한가운데 있는 최고급 영화관.VIP 상영관 안은 숨이 막힐 만큼 어두웠지만 그 희미한 빛조차 민채영의 사랑스러운

  •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제129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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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제80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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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제794화

    그녀는 잠시 멈추고 힘겨운 목소리로 말했다.“아니면 그들이 나를 주민혁 씨의 약점이라고 생각해서, 나를 잡으면 당신을 잡는 것으로 생각한 것 아닐까요?”주민혁은 동작을 멈추고 몇 초간 침묵했다. 거실의 시계가 “똑딱” 소리를 내며 고요한 밤에 유난히 선명하게 울렸다. 그는 차분하게 말했다.“둘 다 일 거야.”최수빈의 마음이 무거워졌다. 그녀는 이미 예상했었다.그녀의 신분은 특수했고, 머릿속에는 국가급 항공우주공학 프로젝트의 핵심 데이터가 담겨 있었기에 그녀 자체가 탐낼 만한 대상이었다. 그리고 주민혁... 이 남자가 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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