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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1화

Author: 금붕어
“뭘 걱정하는지는 알아요. 하지만 분명히 말해두죠. 제가 수빈 씨를 찾은 데에는 다른 의도가 없고 그저 한마디 조언을 해주고 싶었을 뿐이에요.”

“말씀은 고맙습니다만 저는 솔직히 별로 관심이 없습니다.”

최수빈은 다시 한번 선을 그었다.

“시간도 늦었고 집에 가서 아이를 돌봐야 해서요. 이만 끊겠습니다.”

이 말을 끝으로 심종연이 더 말할 틈도 주지 않은 채 최수빈은 전화를 끊었다.

휴대폰을 내려놓은 그녀는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대고 미간을 깊게 찌푸렸다.

이러한 심종연의 갑작스러운 태도 변화는 최수빈으로 하여금 더욱더 확신하게 만들었다.

주선웅 쪽에서 분명 무언가를 꾸미고 있고 자신과 주예린은 이미 이 소용돌이의 한가운데에 들어와 있다는 사실을.

...

새벽 세 시, 최수빈은 깊이 잠들어 있었다.

그때 침대 옆 협탁 위에 놓인 휴대폰이 갑자기 진동하며 울리기 시작했다. 고요한 밤을 찢는 듯한 날카로운 소리에 그녀는 화들짝 놀라 눈을 떴다.

손을 뻗어 휴대폰을 집어 들고 화면을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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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시각.송미연은 아파트 소파에 웅크리고 앉아 휴대폰 화면을 넘기고 있었다.그런데 한 뉴스 기사가 눈에 들어온 순간, 손끝이 멈췄다.[육민성 대표, 만찬장에서 한 여인을 보호하며 ‘아내 없다’ 발언!]송미연은 그 영상을 눌렀다.화면 속 연회장은 샹들리에 불빛으로 눈이 부셨고 육민성은 홀 한가운데 서 있었다. 곧게 선 그의 뒤에는 흰 드레스를 입은 한 여자가 보호받듯 서 있었다.그리고 육민성은 살찐 중년 남자를 향해 차갑게 말했다.“저 아내 없습니다.”카메라가 유난히 가까웠는지라 냉랭한 그의 눈빛까지 선명하게 보였다.송미연은 입꼬리를 살짝 끌어올렸다.가벼운 미소였지만 그 안에는 자조적인 기색이 짙게 배어 있었다.댓글 창은 이미 난리가 나 있었다.역시 육민성은 아직 솔로라는 반응부터, 그가 감싸고 돈 여자가 새 연인 아니냐는 추측까지 쏟아졌다.심지어 누군가는 그 여자가 피아노 선생 임한결이라는 사실까지 찾아냈다. 얼마 전 송미연에게 직접 피아노를 가르치러 왔던 바로 그 사람이었다.‘아, 그랬구나.’송미연은 휴대폰을 옆으로 던져두고 천장을 올려다보았다.시야가 서서히 흐려졌다.가짜 결혼이었다 해도, 적어도 그들은 친구라고 생각했다.그런데 지금은, 그 짧은 결혼 생활 하나로 두 사람 사이에 남아 있던 정마저 다 닳아 버린 것 같았다.이제는 친구조차 될 수 없을 만큼 말이다.가슴 한가운데 무언가가 꽉 막힌 듯 답답해 송미연은 눈을 감았다.어쩌면 애초에 육민성이 결혼 제안을 받아들인 건, 그저 친구로서의 도리 때문이었는지도 몰랐다.거절할 수 없어서 어쩔 수 없이 해 준 일일 수도 있었다.그의 마음속에 송미연이 들어 있었던 적은 한 번도 없었기에 이 결혼은 육민성에게 그저 끝내야만 하는 과제 같은 것이었을지도 몰랐다.두 사람은 곧 이혼을 앞두고 있었다.아직 숙려 기간조차 끝나지 않았는데 육민성은 벌써 사람들 앞에서 자신에게 아내가 없다고 선언했다. 그것도 다른 여자를 지키며 말이다.‘이런 결말이야말로 그 사람이 바라던 결말이 아

  •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제144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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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제144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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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제1446화

    그날 밤, 주민혁과 최수빈은 함께 만찬에 참석했다.상류층 인사들이 한자리에 모인 그날의 만찬은 매년 열리는 비즈니스 서밋의 피날레를 장식하는 자리였다. 이곳에 발을 들일 수 있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돈이 있거나, 힘이 있거나, 둘 다 가진 이들이었다.연회장 입구 쪽이 순간 작게 술렁였다.주민혁의 팔짱을 낀 최수빈이 천천히 안으로 들어섰다.그녀는 바닥에 길게 끌리는 버건디색 벨벳 드레스 차림이었는데 부드럽게 흐르는 치맛자락이 가늘고 우아한 몸매를 한층 더 돋보이게 했다.그 옆에 선 주민혁은 몸에 꼭 맞게 재단된 검은 정장을 입고 있었다. 넓은 어깨와 곧게 뻗은 자세, 단정하면서도 압도적인 분위기가 단숨에 시선을 끌었다.나란히 선 두 사람은 누가 보아도 완벽한 한 쌍이었다.“주 대표님, 최수빈 씨, 두 분은 정말 하늘이 맺어 준 한 쌍이십니다.”가장 먼저 다가온 사람은 머리가 희끗한 한 노신사였다. 전통 있는 기업의 회장으로, 주민혁이 주상 그룹을 지금의 위치까지 끌어올리는 과정을 지켜본 인물이었다. 그의 얼굴에는 흐뭇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오늘 두 분이 함께 오시니 연회장이 다 환해지는군요.”주민혁은 가볍게 고개를 숙이며 차분하게 웃었다.“과찬이십니다, 장 회장님.”최수빈도 예의 바르게 미소 지으며 인사했다.“안녕하세요, 장 회장님.”그 말을 시작으로 사람들이 하나둘 몰려들었다.잔이 부딪치는 맑은소리가 여기저기서 이어졌고 칭찬과 아부가 끊임없이 오갔다. 두 사람이 잘 어울린다는 말, 주민혁이 이끄는 주상 그룹의 성장세가 놀랍다는 말, 그리고 그 틈을 타 협업 기회를 얻어 보려는 말들이었다.최수빈은 주민혁의 팔을 가볍게 잡은 채, 능숙하게 사람들의 인사를 받아 냈다.건네지는 술잔도 마다하지는 않았다. 다만 입술만 살짝 적시는 정도로 예의를 갖췄다. 선을 넘지 않으면서 누구에게도 무례해 보이지 않는, 딱 적당히 거리감 있는 태도였다.주민혁은 내내 그녀의 곁을 지켰다.누군가 독한 술을 권할 때마다 그는 자연스럽게 잔을 받아 들었다.

  •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제1445화

    “제가 수업을 못 한 것도 아니고, 미연 씨도 정말 열심히 배우고 있었는데 갑자기 왜...”메시지에 시선이 닿는 순간, 육민성의 동공이 크게 흔들렸다. 그리고 단번에 알아차렸다.‘틀림없이 내가 임 선생님과 함께 있는 모습을 보고 무언가 오해한 거야.’육민성은 곧장 액셀을 밟았다. 갑자기 속도가 빨라져 놀란 임 선생님이 급히 손잡이를 붙잡았다.“민성 씨, 천천히 가세요!”하지만 육민성은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사람처럼 휴대폰을 꺼내더니 송미연의 번호를 찾아 망설임 없이 전화를 걸었다.전화는 신호음이 한참 이어진 뒤에야 연결됐다.휴대폰 너머로 들려온 송미연의 목소리는 애써 평온한 척하고 있었다.“여보세요.”“왜 선생님을 바꾸겠다는 거야? 임 선생님은 전문적인 분이고 수업도 잘하셔. 우리의 관계 때문에 선생님과의 계약을 끊지는 마.”육민성은 두려웠다.송미연이 오해할까 봐, 또다시 자신을 피할까 봐, 그리고 그녀를 잠시나마 웃게 했던 유일한 일마저 포기해버릴까 봐 말이다.송미연은 차가운 벽에 등을 기댄 채 그의 목소리를 듣고 있었다. 입가에는 점점 더 짙은 웃음이 번졌지만 그 웃음은 갈수록 쓰라렸다.‘날 걱정한다고? 신경 쓴다고? 결국 다 죄책감일 뿐이야.’“대표님.”송미연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목소리는 지나치게 정중해서 오히려 낯설게 느껴졌다.“선생님을 바꾸든 말든 그건 제 자유예요. 대표님이 관여할 일 아니고요.”육민성은 입술을 달싹였다. 무언가 말하려 했지만 목구멍이 꽉 막힌 듯 아무 소리도 나오지 않았다.휴대폰 너머에는 송미연의 희미한 숨소리만 남았다.한참 뒤, 송미연이 다시 입을 열더니 얼음처럼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더 하실 말씀 없으면 이만 끊겠습니다.”그가 대답하기도 전에 송미연은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그대로 육민성의 번호를 차단 목록에 넣었다.휴대폰 화면이 어두워지는 순간, 송미연은 더는 버티지 못하고 바닥에 주저앉았다.눈물이 소리 없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벤틀리 안에는 숨 막히는 정적이 내려앉았다.임

  •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제174화

    “좋아.”주민혁은 망설임 하나 없이 대답했다.두 사람 사이에는 어떤 감정의 여지도 없었다.이혼 이야기를 주고받는 내내 마치 비즈니스 계약서를 검토하듯 차갑고 형식적인 태도뿐이었다.정말로 남남이 되어 단순히 절차만 밟으러 나온 것처럼.최수빈은 그의 태도가 전혀 의외가 아니었다.어차피 주민혁은 주예린을 좋아한 적이 없으니까.그녀는 고개를 숙이고 서류 뒷장을 넘겼다.거기에는 추가 조항이 몇 개 더 있었다.[첫째, 1년 동안은 주가 집안은 물론 외부에 이혼 사실을 밝힐 수 없다.][둘째, 남편의 동의 없이 결혼 사실과 구

  •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제175화

    진승우는 최수빈이 단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사인을 끝내는 모습을 바라봤다.그 순간, 머릿속에서 무너지는 것들이 있었다.하지만 곧 스스로를 합리화했다.어차피 지금은 단순한 절차일 뿐, 아직 구청에서 정식으로 증서를 발급받은 것도 아니지 않은가.그녀가 이렇게 선뜻 서명하는 건, 단지 밀고 당기는 수라는 생각이 들었다.“흥.”진승우는 비웃듯 코웃음을 치고는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진짜 그날이 오면 그녀가 과연 지금처럼 태연할 수 있을까.하유준은 최수빈이 사인한 서류를 받아 다시 한 부를 내밀었다.“이건 백업본입니다.

  •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제173화

    “안녕하세요. 저는 주 대표님이 고용한 변호사, 하유준입니다.”주민혁 옆에 앉아 있던 남자가 공손하게 최수빈에게 인사를 건넸다.“서류 먼저 보시고 다른 의견이 없으시면 서명하시면 됩니다. 내일 구청에 가서 정식으로 등록하시면 되고요.”하유준은 국내에서도 손꼽히는 변호사이자 진승우가 직접 소개한 인물이다.어제 병원에서 벌어진 일을 알게 된 주민혁은 곧장 가장 능력 있는 변호사를 불러들였다.최수빈이 드디어 이혼이라는 벽 앞에 섰으니 모두가 속으로는 기뻐했을 것이다.그동안 박하린의 자리를 차지해 온 여자가 이제는 물러나야 하니

  •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제22화

    신호음이 오랫동안 울리다가 마침내 상대가 받았다. “언니, 무슨 일이에요?”박하린의 목소리가 수화기에서 들려왔지만 최수빈은 그녀가 전화를 받은 것에 놀라지 않았다. “주민혁 씨는요?”“민혁 오빠 지금 전화 못 받아요. 할 말 있으면 저한테 말해요. 제가 나중에 대신 전해줄게요.”박하린이 가벼운 어투로 말했다.“나한테 예의 차릴 필요 없어요.”최수빈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시간 되면 전화하라고 해요.”“알겠어요.”박하린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그렇게 전할게요.”전화를 끊은 후 최수빈의 마음속은 마치 솜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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