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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2화

Penulis: 금붕어
주민혁은 잠시 숨을 고르듯 멈춰 섰다가 눈을 감고 밀려오던 부정적인 감정들을 억눌렀다.

그리고 휴대폰을 꺼내 강지안에게 전화를 걸었다.

“강지안.”

그의 목소리는 이전과 달리 단호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제대로 된 치료 스케줄 잡아줘.”

휴대폰 너머의 강지안이 잠깐 멈칫하더니 웃으며 말했다.

“왜, 이제 머리 굴리지 말고 좀 쉬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든 거야?”

그녀는 주민혁에 대해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주민혁은 늘 스스로를 끝까지 몰아붙이는 성격인지라 모든 일에 대해 미리 대비하고, 끝까지 계산하며 단 한 순간도 긴장을 풀지 않았다.

이내 그가 반박하지 않고 조용히 말했다.

“난 건강한 감정이 필요해. 그리고 맑은 정신으로, 내가 마주해야 할 사람들과 해야 할 일들을 제대로 해내야 해.”

“알겠어.”

강지안의 말투도 진지해졌다.

“내일부터 바로 진행할게. 약물치료, 심리 상담, 물리 치료까지 전부 포함해서 하나도 빠짐없이. 네가 적극적으로 따라오기만 하면 분명 좋아질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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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제1658화

    짙은 어둠이 오래된 골목을 숨 막히게 에워싼 가운데, 차가운 바람이 스칠 때마다 비릿한 피 냄새가 콧속 깊숙이 파고들었다.강지안을 등지고 선 장성훈의 옆구리에선 끊임없이 선혈이 솟구치고 있었으며 짙은 색 옷감은 이미 뜨거운 액체에 흠뻑 젖어 무겁고 축축하게 피부에 들러붙어 있었다.숨을 들이마실 때마다 생살이 뜯겨 나가는 듯한 끔찍한 고통이 밀려왔지만, 그는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고 억지로 허리를 꼿꼿이 세운 채 한 발 한 발 무거운 걸음을 옮겼다.자신이 안고 있는 이 시궁창 같은 어둠을 그녀에게 묻힐 수는 없었다.원체 맷집이 좋았으니 이깟 칼에 찔린 상처로는 당장 죽지 않을 테고, 제 사람들이 도착할 때까지 버텨서 지혈과 봉합을 거쳐 흔적을 지우면 그만이었다. 그는 그녀의 알량한 동정심 따위는 필요 없었고, 의사랍시고 이렇게 비참하게 망가진 자신을 구하려 드는 꼴은 더더욱 사양이었다.강지안은 제자리에 선 채, 발걸음은 걷잡을 수 없이 휘청이고 얼굴은 투명할 만큼 새하얗게 질려 있으면서도 기어이 밤 속으로 홀로 사라지려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마치 눈에 보이지 않는 거대한 손이 심장을 사정없이 움켜쥐기라도 한 듯 뻐근한 통증이 밀려왔다. 그 숱한 원망도, 뼈저린 미움도, 굴욕스러웠던 기억의 파편들마저 선혈이 낭자한 바닥과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한 그의 실루엣 앞에서는 일순간 가장 깊은 곳으로 가라앉아 버렸다.그녀는 더 이상 망설이지 않고 단숨에 달려가 그의 팔을 다시금 단단히 틀어쥐었다.팽팽하게 날이 서고 불덩이처럼 뜨거운 그의 팔에서는 피비린내와 옅은 화약 냄새, 그리고 상처로부터 전해지는 아찔하고도 뜨거운 습기가 배어 나왔다.“난 안 가요.”강지안의 목소리는 작았지만 그 어떤 흔들림도 없이 비정상적일 만큼 차분했다.그녀는 고개를 들어 홱 돌아보는 그를 똑바로 마주 보며 또박또박 입을 열었다.“난 의사고, 사람을 살리는 건 내 천직이에요. 내 도움을 거절하는 건 당신 자유지만, 그런 치명적인 자상을 입은 채 한밤중의 거리를 헤매게 내버

  •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제1657화

    강지안이었다.장성훈의 전신이 일순간 굳어버렸다. 온몸을 돌던 피마저 이 순간 그대로 멎어 버린 듯했다.이렇게 처절하고 피비린내 나고 끔찍하게 어두운 순간에, 폭발과 추격전을 겪고 온몸에 상처와 살기를 두른 이런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 강지안과 마주치게 될 줄은 상상조차 하지 못한 일이었다.강지안 역시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그저 밤잠이 안 와서 뭐라도 좀 살 겸 지름길인 이 골목을 지나려던 것뿐인데, 여기서 장성훈과 마주칠 줄은 꿈에도 몰랐던 것이다.남자의 얼굴은 백지장처럼 하얗게 질려 있었고 입술에는 혈색이 하나도 없었다. 한 손으로 옆구리를 꽉 움켜쥐고 있었지만, 손가락 틈새로 쿨럭이는 뜨거운 피는 손바닥을 붉게 물들이며 바닥으로 뚝뚝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가로등 불빛 아래 비친 그 선혈은 유난히도 시렸다.그의 몸에서는 여전히 화약과 피가 엉긴 냄새가 짙게 풍겼다. 꼴은 엉망이고 위태로웠지만, 그럼에도 뼛속까지 박힌 차갑고 묵직한 기운만큼은 감출 수 없었다.비록 낮에 보았던 그 냉혹하고 범접할 수 없던 장성훈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지만 말이다.제자리에 선 강지안의 동공이 미세하게 떨리더니 심장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그녀는 넋이 나간 듯 그를 바라볼 뿐이었다. 찰나의 순간, 그녀의 머릿속에선 그를 향한 원망도, 낮에 있었던 따귀의 기억도, 그 모든 굴욕감과 절망의 기억마저 아스라이 흩어졌다.오롯이 남은 것은 눈앞의 존재, 온몸이 상처투성이인 채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위태로우면서도 집요하게 자신을 응시하는 한 남자뿐이었다.짙은 밤의 장막이 내려앉은 고요한 골목 안, 검붉은 피가 한 방울씩 차가운 지면 위로 떨어져 내렸다.툭, 툭...그 소리는 두 사람의 심장 한가운데를 파고드는 듯했다.그의 옆구리에 난 상처에서는 쉴 새 없이 핏물이 번져 나왔고 축축하게 옷감을 적신 뜨거운 액체는 손끝을 타고 흘러내렸다.눈앞에 선 사람이 강지안이라는 것을 알아차린 순간, 장성훈의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은 단 하나뿐이었다.그녀를 이 일에 끌어들여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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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는 감히 더 묻지도 못하고 곧바로 시동을 걸었다. 검은 세단은 소리 없이 부두를 빠져나가 짙은 밤의 어둠 속으로 자취를 감췄다.경찰차가 사이렌을 울리며 부두로 들이닥쳤지만 마주한 것은 불길이 휩쓸고 간 잔해와 텅 빈 바다뿐 사람 그림자 하나 찾아볼 수 없었다.깊은 밤, 텅 빈 거리를 질주하는 검은 세단 뒷좌석에 기대어 장성훈은 눈을 감은 채 미간을 찌푸렸다.폭발로 증거는 인멸했지만 동시에 어둠 속에서 그를 예리하게 주시하던 이들을 자극해버려 그에게 돈줄이 끊겨 뼛속 깊이 증오하면서도 줄곧 약점을 잡지 못했던 조직들에게 마침내 기회를 내어준 것이다.“도련님, 뒤에 미행이 붙었습니다.”기사의 목소리에는 바짝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심상치 않은 낌새를 눈치챈 것이 분명했다.“경찰은 아닙니다. 정체불명의 놈들입니다.”장성훈이 천천히 두 눈을 뜨자, 눈동자 깊은 곳에서 서늘한 살기가 번뜩였다.룸미러 너머로 시선을 던지니, 번호판을 뗀 검은색 승용차 두 대가 적당한 거리를 유지한 채 바짝 뒤쫓고 있었다. 작정하고 덤벼든 것이 확실했다.“따돌려.”그의 음성은 당황한 기색 하나 없이 차분했다.“알겠습니다.”기사가 거칠게 액셀을 밟자 차가 순식간에 쏜살같이 앞으로 튀어 나갔다. 칠흑 같은 심야의 도로를 내달리며 쉴 새 없이 차선을 바꾸고 굽잇길을 돌며 뒤에 붙은 꼬리를 떼어내려 안간힘을 썼으나 상대 역시 만만치 않은 베테랑이었다. 운전 솜씨가 얼마나 뛰어난지 아무리 떨쳐내려 해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며 맹추격해 왔다.얼마 지나지 않아 속도를 높여 바짝 따라붙은 놈들이 그대로 차를 들이받았다.쾅.굉음과 함께 차체가 심하게 요동치자 기사가 간신히 핸들을 부여잡으며 하얗게 질린 얼굴로 다급하게 외쳤다.“도련님, 아예 목숨을 노리고 작정한 놈들입니다!”“좁은 길로 들어가서 차를 세워.”장성훈이 냉정하게 명령했다.“너희들은 준비해.”그의 곁에 있던 경호원들이 즉각 전투태세를 갖췄다.차는 급격히 방향을 틀어 좁고 낡은 골목 안으로 파고들었다.

  •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제1655화

    “그리고 하나 더.”장성훈이 덧붙였다. 목소리는 한층 더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경찰 쪽도 계속 주시해. 누구든 민채영을 빼내려고 손을 쓰면 전부 막아. 감히 끼어드는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도 함께 처리해.”“알겠습니다.”그렇게 통화가 끊기자 장성훈은 천천히 휴대폰을 내려놓았다.그러고는 여전히 어둠 속에 선 채 무거운 눈빛으로 창밖을 바라봤다.하늘은 서서히 어두워지고 있었다. 짙은 밤이 도시 전체를 천천히 집어삼켰다.그에게는 아직 해야 할 일이 남아 있었다.누구에게도 알려져서는 안 되는 일, 그리고 경찰에게 약점으로 잡혀서도 안 되는 일 말이다.밤 11시, 도시 외곽의 한 부두.짙은 어둠은 쉽게 걷히지 않았고 바닷바람은 살을 에는 듯 차가웠다.멀리 있는 등대 불빛만이 어둠 속에서 간헐적으로 번쩍이며 차가운 바다 위를 비추고 있었다.소름 끼칠 정도로 조용한 부두에서는 검은 옷을 입은 건장한 경호원 몇 명만이 어둠 속에 서서 주변을 지키고 있었다.그들은 한마디도 하지 않은 채 날카로운 눈빛으로 주변을 살폈다.잠시 후, 검은 승용차 한 대가 소리 없이 부두 안으로 들어오더니 대형 화물선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멈춰 섰다.곧 차 문이 열리고 장성훈이 혼자 내렸다.그는 검은색 방풍 재킷으로 갈아입은 상태였다.곧게 뻗은 체격, 달빛 아래 더욱 창백해 보이는 차가운 얼굴...따라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하지만 그가 풍기는 카리스마만으로도 부두 전체의 적막을 짓누르기에는 충분했다.이 화물은 세상 밖으로 드러나서는 안 된다.경찰에게 발각되는 순간, 그 자신뿐만 아니라 장씨 가문 전체가 돌이킬 수 없는 늪에 빠지게 되니 말이다.이것은 그가 과거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발을 들였던 어두운 영역이었다.그리고 강지안에게 절대 알려주고 싶지 않은 자신의 모습이자 완전히 묻어버리고 싶은 과거였다.원래 계획대로라면 오늘 밤 조용히 옮겨 아무도 모르게 흔적 없이 처리할 예정이었다.하지만 해가 질 무렵, 갑작스럽게 한 연락

  •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제1654화

    “하지만 성훈이 쪽은...”김천희가 망설이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분명 걱정하는 듯한 기색이었다.“오늘 성훈이 태도 봤잖아요. 강지안을 감싸고 끝까지 책임을 묻겠다는 의지가 확고해요.”“뭐가 걱정입니까?”그러자 민강현이 전혀 개의치 않는다는 듯 비웃으며 말했다.“아무리 독하게 나와도 결국 장씨 가문 아들 아닙니까. 많은 일은 성훈이 혼자 결정할 수 있는 게 아니에요. 부모가 돼서 설마 아들이 고작 외부인 하나 때문에 두 집안이 쌓아온 수년간의 관계를 망치는 걸 가만히 보고만 있으실 겁니까?”그러자 나서월은 곧바로 그 틈을 파고들었다.일부러 목소리를 낮추고 안타까운 척했지만, 말 한마디 한마디에는 강지안을 향한 악의적인 비난이 담겨 있었다.“사돈어른, 진심으로 말씀드리는 건데 우리 채영이... 어릴 때부터 저희가 너무 예뻐하며 키워서 성격이 조금 제멋대로인 면은 있어도 본성이 나쁜 아이는 아니에요. 절대로 남에게 약을 먹이고 해를 입힐 그런 애가 아니라고요. 분명 그 강지안이라는 사람이 무슨 수를 쓴 거예요. 먼저 우리 딸을 괴롭혔고 채영이도 계속 몰리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맞선 거겠죠.”“맞습니다.”민강현이 곧바로 거들었다.“분명 그 여자가 뒤에서 무슨 수작을 부린 겁니다. 일부러 채영이를 함정에 빠뜨린 거예요. 목적이 뻔하지 않습니까? 성훈이와 우리 사이를 갈라놓고, 그 틈을 타 성훈이에게 붙으려는 거죠. 그게 아니면 멀쩡한 행사장에서 왜 하필 그런 일이 터졌겠습니까?”두 사람은 서로 말을 맞춰가며 민채영을 억울한 피해자로 포장하면서 모든 잘못을 강지안에게 뒤집어씌웠다.장성훈의 부모는 원래부터 가문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사람들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이런 말을 들으니 표정은 더욱 굳어지며 이미 어느 정도 믿기 시작한 눈치였다.“일단 이 일은 잘 알아보겠습니다.”장병모가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두 분은 먼저 돌아가십시오. 저희가 성훈이와 다시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방법도 찾아볼 거고요. 아무리 그래도 수년간 인연을 이어왔는데, 정말

  •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제1653화

    장성훈의 그 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을 차갑게 노려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민채영은 공개 의료 프로젝트 행사장에서 직원에게 돈을 주고 지안 아가씨에게 약을 먹였습니다. 그것도 사람을 이성을 잃게 만들고 인생을 망가뜨릴 수 있는 그런 약을요.”순간, 민씨 가문 부부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두 사람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불안한 눈빛으로 시선을 피했다.분명 무언가 알고 있었으나 지금까지 일부러 모른 척하며 숨겨온 것이었다.장성훈의 부모 역시 크게 놀랐다. 조금 전까지 얼굴에 드러나 있던 책망과 의문은 순식간에 굳어버렸다.설마 일이 이 정도로 심각할 줄은 몰랐던 것이다.약물을 탄 것, 사람을 망가뜨리려 한 것, 한 사람의 인생을 더럽히려 한 것...이건 단순한 질투 싸움이 아니라 고의적인 범죄였다.한 사람의 삶을 송두리째 무너뜨리려 한 악랄한 범죄였다.김천희는 입을 열어 무언가 말하려 했지만, 이러한 진실 앞에서는 어떠한 책망도 초라하고 무의미하게 느껴졌다.장성훈은 그런 부모를 바라보며 차가운 목소리로 계속 말했다.“만약 오늘 약을 먹은 사람이 저고 두 분이었다면... 아니, 장씨 가문의 그 누구라도 같은 일을 당했다면. 그래도 저한테 조용히 해결하라고 하셨겠습니까? 그래도 이게 작은 일이라고 생각하셨겠습니까?”“분명히 말해두는데 민채영이 오늘 이런 결과를 맞은 건, 본인이 저지른 죄에 대한 대가를 받은 겁니다. 누가 나서서 감싸려 해도 소용없습니다. 누구든 그 애를 보호하려 드는 순간, 그건 저와 맞서는 것이고 지안 아가씨에게 또 한 번 상처를 주는 거예요. 민씨 가문과의 약속, 장씨 가문의 체면, 그 모든 것보다 저한테는 지안 아가씨가 중요해요.”그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한마디 한마디 힘주어 말했다.“그리고 지안 아가씨와 비교하면... 아무것도 아닙니다.”그 말이 끝난 순간, 거실 안은 완전한 침묵에 잠겼다.민씨 가문 부부의 얼굴은 잿빛으로 변하더니 조금 전까지 보이던 기세와 당당함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장성훈의 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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