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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

Author: 월야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10-20 23:27:33

그녀는 팔에 힘을 주어 몸을 끌어당기려 했지만, 몇 번이나 제자리로 미끄러졌다.

교관이 가까이 다가가자 여자는 이를 악물고 다시 기어가기 시작했다.

이서는 무릎 위에 올려놓은 손을 움켜쥐었다.

저 사람들은 대체 얼마나 오래 저렇게 움직였을까.

얼굴도 제대로 들지 못하는데 왜 아무도 멈추라고 하지 않을까.

차량은 다시 방향을 틀었다.

이번에는 콘크리트 건물 앞에서 훈련생들이 두 사람씩 마주 보고 서 있었다.

대련 훈련이었다.

한 남자가 상대의 공격을 막지 못하고 바닥에 넘어졌다. 그는 급히 일어나려 했지만 상대가 다시 다가오자 두 팔로 얼굴을 가렸다.

교관이 다가와 그의 팔을 잡아 내렸다.

“상대를 똑바로 봐!”

훈련생은 겁에 질린 얼굴로 고개를 들었다.

상대가 다시 공격 자세를 취했다.

이서는 자신도 모르게 눈을 감았다.

둔탁한 소리가 들렸다.

눈을 떴을 때 남자는 다시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그 옆으로 다른 훈련생들이 아무렇지 않게 대련을 이어 가고 있었다.

이서는 입술을 깨물었다.

이곳은 사람을 가르치는 곳이 아니었다.

사람이 얼마나 버틸 수 있는지 시험하는 곳 같았다.

차량이 마지막 건물 앞에 멈췄다.

문이 열리자 찬바람과 함께 땀 냄새, 젖은 흙 냄새가 밀려들었다.

경비원들이 먼저 쓰러진 여자를 끌어냈다.

이서는 그녀의 손목을 놓지 않으려 했다.

“저 사람 어디로 데려가요?”

“손 떼.”

“병원에 가는 거죠?”

경비원이 그녀를 밀어냈다.

여자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건물 안으로 옮겨졌다.

이서는 닫히는 문을 바라보았다.

그 문 위에는 아무런 표지판도 없었다.

***

입소실은 지하에 있었다.

계단을 내려갈수록 바깥의 소음이 멀어지고, 차갑고 눅눅한 공기가 피부에 달라붙었다. 형광등은 일정한 간격으로 켜져 있었지만 복도 끝은 어둡게 가라앉아 있었다.

벽에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신규 입소자 등록.

신체검사.

개인 소지품 보관.

등급 분류.

이서는 그 글자들을 하나씩 읽었다.

어디에도 퇴소 절차에 관한 안내는 없었다.

입소실에서는 이름과 나이, 신체 상태를 확인했다.

직원은 그녀의 손목에 남은 상처를 보더니 아무렇지 않게 기록지에 표시했다.

“외부 이송 중 발생한 경미한 상처.”

“경미하지 않아요.”

이서가 작게 말했다.

직원이 고개를 들었다.

“뭐라고?”

이서는 붉게 부어오른 손목을 내밀었다.

“아까 차에서 사람도 쓰러졌어요. 그 사람은 괜찮은 거예요?”

직원은 잠시 그녀를 바라보다가 모니터에 무언가를 입력했다.

“117번. 지시 불응 성향.”

이서는 눈을 크게 떴다.

“저는 그냥 물어본 건데요.”

“다음.”

직원은 이미 다른 사람을 부르고 있었다.

이서는 입술을 다물었다.

이곳에서는 질문하는 것조차 잘못이 될 수 있었다.

그녀의 옷과 소지품이 모두 압수됐다.

어머니가 남긴 손수건도, 낡은 지갑도, 머리끈도 가져갈 수 없었다.

이서는 마지막으로 손수건을 붙잡았다.

“이것만은 안 될까요? 돌아가신 엄마가 주신 거예요.”

직원은 그녀의 손가락을 떼어 냈다.

“개인 물품 반입 금지.”

손수건이 검은 보관함 안으로 떨어졌다.

이서는 한동안 그 상자를 바라보았다.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뒤에도 늘 가지고 다녔던 물건이었다. 그것마저 빼앗기자 정말로 세상과 끊어진 것 같았다.

그녀는 회색 훈련복을 받아 들었다.

옷은 거칠고 뻣뻣했다.

소매 끝에는 누군가 여러 번 꿰맨 흔적이 남아 있었다. 바짓단에는 세탁해도 지워지지 않은 갈색 얼룩이 있었고, 운동화 안쪽에는 희미한 숫자가 적혀 있었다.

이서는 그 숫자를 손가락으로 문질렀다.

자신보다 먼저 이 옷을 입었던 사람이 있었다.

그 사람은 지금 어디에 있을까.

그녀는 더 생각하지 않으려 애쓰며 옷을 갈아입었다.

왼쪽 가슴에는 작은 금속판이 붙어 있었다.

117.

***

첫 저녁 식사 시간.

식당은 길고 넓었다.

천장에는 차가운 형광등이 줄지어 켜져 있었고, 벽에는 감시 카메라가 일정한 간격으로 설치되어 있었다. 식탁은 모두 같은 방향으로 놓여 있었으며, 훈련생들은 번호가 적힌 자리에 앉아 있었다.

사람이 이렇게 많은데도 식당은 이상할 만큼 조용했다.

숟가락이 금속 식판에 부딪히는 소리와 의자가 바닥을 긁는 소리만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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