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훈은 웃으면서 진우현을 향해 손가락을 까딱였다.진우현은 짜증을 내면서 앞으로 다가가 얘기했다.“왜? 도발하는 거야? 나더러 다가오라고? 이리 와! 어디 한번 날 때려봐! 때려 보라니까?! 때리지 못하면 넌 그저 쓰레기...”짝.말이 끝나기도 전에 김예훈은 그의 뺨을 확 내리쳤다.쿨럭.진우혁은 피를 토하고 비명을 지르며 벽에 부딪혀 버렸다. 원래도 깨끗하지 못한 꼴이 더욱 더러워졌다.현장의 사람들은 모두 경악했다. 예쁘장한 여자 연예인들은 모두 멍해서 굳어버렸다. 시가에 불을 붙이려던 상현의 손이 그대로 굳어버렸다.도도한 자태의 견세정도 순간 흠칫했다.견세정은 김예훈이 정말로 진우현을 때릴 줄은 몰랐다.게다가 그녀의 앞에서 말이다..속에서 알 수 없는 불이 들끓었다. 항상 강압적인 태도로 나서던 견세정은 체면이 짓밟히는 기분을 느꼈다.외지인이, 촌놈이, 감히 견세정의 앞에서 그녀의 체면을 짓밟다니.“머저리 같은 새끼!”견세정은 악독한 얼굴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 예쁜 얼굴에는 그렇지 못한 흉측한 표정이 드러났다.“김예훈, 날 뭐로 보는 거야!”그녀가 소리를 지르자 제복을 입은 남자 몇 명이 살기를 내뿜으며 달려들었다.김예훈은 종이로 손을 닦으며 더럽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진우현이 직접 찾아온 건데요? 얼굴이 너무 더러워서 참... 내 손만 더러워졌으니 진우현에게 내 핸드워시 비용을 내라고 해요.”쿨럭.바닥에서 뒹굴던 진우현은 화가 나서 피를 토할 지경이었다.모욕도 이런 모욕은 처음이었다.이건 선을 과하게 넘은 모욕이다!“김예훈, 네 담은 인정하지만 나를 화나게 한 건 대가를 치러야 할 거야! 그것도 엄청난 대가를! 지금 너를 당장 데려갈 거야. 반항하면 내 손이 미끄러질지도 몰라.”그렇게 말하면서 견세정은 권총을 꺼내 들었다.도도하고 고고하던 견세정도 이제는 할 수 없어서 권총을 꺼내다니.견세정은 확실히 알았다. 오늘 김예훈을 밟아 죽이지 못한다면 성수현에게 해명하지 못할 것이라고.게다가 더는 부산 상류층에
그 사람의 얼굴을 확인한 견세정은 약간 놀라서 굳어있다가 이내 평정심을 되찾았다.그녀는 진작 상현의 입에서 들은 바가 있었다. 임시아가 김예훈의 배후라는 것은 꽤 놀라웠지만 충격받을 정도는 아니었다.탱탱한 임시아의 피부를 보면서 약간 질투하던 견세정이 차갑게 얘기했다. “누가 이렇게 센 척하는가 했더니, 부산 재벌 중에서 가장 유명한 임시아 씨네요? 하지만 임시아 씨, 아무리 당신이 대단한 사람이라고 해도 솔직히 말하면 그저 임강호의 비서일 뿐이에요. 서류나 정리하고 스케줄을 알려주는, 그리고 그저 차나 가져다주고 화장실 청소나 하는 비서라고요! 정의를 지키고 민중을 위해 하는 일에 임시아 씨는 낄 곳이 없네요. 게다가 그저 비서일 뿐, 아무 권한도 없잖아요. 임강호 어르신의 얼굴을 봐서 오늘 공무 집행 방해죄는 묻지 않을게요. 이제 비켜주세요.”견세정은 임시아가 대단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견세정도 부산 견씨 가문의 사람이었다.부산 견씨 가문과 강서 임씨 가문은 모두 10대 명문가 중 하나였기 때문에 서로 두려워할 필요가 없었다.게다가 견세정의 뒤에는 부산 6대 세자 중 하나인 성수현이 있었고 금릉 성씨 가문이 지켜주고 있다는 것과도 같았기 때문에 임시아를 마주해도 두렵지 않았다.어떻게든 오늘 김예훈을 짓밟을 거라는 생각에 임시아는 담담하게 웃으면서 얘기했다.“견 서장님, 우리도 오래 알고 지낸 사이잖아요. 그러니 지금 물러서시면 아무 일도 없었던 것으로 해 줄게요. 어때요?”견세정은 시선이 예리해지더니 천천히 얘기했다.“임시아 씨, 낄 곳과 끼지 말아야 할 곳을 알아야죠. 지금 이 일에 당신이 낄 자격이 된다고 생각해요? 물론 임강호 어르신의 양딸이진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런 막무가내를 참아줄 이유는 없어요. 부산에 얼마나 대단한 사람들이 많은데요. 정말 김예훈 하나를 위해서 이렇게 많은 사람과 척질 거예요?”임시아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전 그냥 비서일 뿐이니 어찌 감히 다른 사람과 척지겠습니까. 그저 좋은 마음에 귀띔한
“물론이죠.”임시아는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얘기했다.견세정은 겨우 미소를 지으며 얘기했다.“진우현 감독을 이렇게 때리고, 상현 씨에게 막대한 손해를 입히고 성 세자의 패 쪽까지 부순 사람을... 임시아 씨가 과연 제대로 지켜줄 수 있을까요?”“그렇다면 나, 임강호까지 나서면, 견세정, 너는 자신 있어?!”이때 위엄있는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그러자 임강호가 비서와 경호원을 데리고 오는 것이 보였다.임강호? 그를 마주한 견세정의 얼굴을 파리하게 질렸다.상현 등 사람들의 표정은 더욱더 가관이었다.임시아를 마주할 때의 견세정은 자신이 넘쳐서 없는 말도 막 할 수 있었다.하지만 임강호 앞에서, 견세정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임강호는 바로 견세정의 앞에 서서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김예훈 군은 나, 임강호의 귀빈이야. 그리고 나의 은인이기도 하지! 하지만 나는 법을 지키는 사람이기에 만약 너한테 예훈 군이 범죄를 저질렀다는 증거가 있으면 나도 끼어들지 않겠어. 하지만 증거도 없어 사람을 협박하려고 하다니. 내 의견은 물어봤어? 난 오늘 예훈군의 편을 들어줄 건데, 견세정 부서장은 어떻게 생각하나?”임강호는 ‘부서장’이라는 단어를 힘주어 얘기했다. 견세정의 표정은 더욱 파리해졌다.지금 부산 경찰서에는 서장이 없었다. 그러니 부서장인 견세정이 서장이 될 가능성이 가장 컸다.하지만 지금 임강호의 심기를 거스른다면 그녀는 영원히 서장 자리에 오르지 못할 것이다.견세정이 이득을 따지고 있을 때, 임강호가 차갑게 입을 열었다.“증거는? 증거는 어디 있냐고 묻잖아!”“증, 증거는 없습니다. 하지만 피해자가 여기에...”견세정이 이를 꽉 물고 얘기했다.그녀는 이미 성수현의 편에 섰으니 임강호의 편에 설 수 없다.동시에 그녀는 김예훈을 향한 증오가 치밀었다. 임시아 뿐만이 아니라 임강호까지 나타나 김예훈의 편을 들어줄 줄은 몰랐다.이건 상상과 완전히 달랐다. 퍽.임강호는 견세정의 체면을 봐 주지 않고 바로 뺨을 내쳤다. 견세정의 예쁜
“견 서장?”임강호가 담담하게 말했다.“전에도 서장이 아니었고 앞으로도 서장의 기회는 없어. 지금부터는 부서장도 아니야!”임강호가 견세정을 바꿔버리고 싶으면 그저 말 한마디 하면 될 것이었다.“거짓말하지 마!”입을 연 여자 연예인은 믿을 수 없다는 듯 얘기했다.“견 서장님은 부산 경찰서의 부서장일 뿐만 아니라 부산 견씨 가문의 사람이라고! 네가 견 서장님을 어떻게 할 수 있을 것 같아?”그 여자 연예인은 뜨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연예인인데 연예계에서의 지위가 진우현과 비슷했다.자기의 우상인 견세정이 얻어맞고 직위까지 빼앗긴다는 소리를 들은 그 여자는 기분이 언짢았다.임강호는 비서가 건넨 손수건으로 손을 닦으며 담담하게 얘기했다.“견세정에게 물어봐. 부산 견씨 가문이 견세정을 지켜줄 수 있을지.”“닥쳐!”이때 견세정이 일어나서 바로 그 여자 연예인의 뺨을 갈겨버렸다.“네까짓 게 감히 임강호 어르신께 대들어?”여자 연예인은 얼굴을 부여잡고 믿기 힘들다는 표정으로 견세정을 쳐다보았다. 자기가 왜 뺨을 맞았는지 알지 못하고 있었다.하지만 말할 수는 없었다. 왜냐하면, 자기와 견세정의 신분 차이가 하늘과 땅이라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었다.만약 견세정이 이 남자를 두려워한다면, 일개 연예인은 더욱 그를 건드릴 수 없었다.여자 연예인은 견세정을 탓할 수도, 임강호를 탓할 수도 없어 그저 김예훈만 노려보았다.그녀는 자기가 모욕을 받은 게 모두 김예훈 탓이라고 생각했다.김예훈이 조용히 무릎을 꿇었다면 일이 이렇게 심각하게 되지는 않았을 것이고 견세정에게 뺨을 맞는 일도 없을 것이다.김예훈은 그녀의 눈빛을 무시한 채 흥미진진하게 견세정을 보면서 견세정이 어떻게 이 난장판을 정리할 것인지 지켜보았다.“임강호 어르신, 죄송합니다. 오늘은 제가 무례를 범했습니다. 죗값은 달게 받겠습니다. 그리고 이 자리에서 김예훈 씨한테 사죄드립니다,”견세정은 자기의 얼굴을 부여잡고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그녀의 마음속에는 원한이 가득했다. 하지만 그녀는
임강호의 말을 들은 견세환의 표정은 그대로 굳어버렸다.그녀는 임강호가 이렇게 말했으니 그녀의 부귀영화는 이제 끝났다는 것을 잘 알았다.견씨 가문은 그녀를 위해 나서주지 않을 것이다.견세정은 견씨 가문의 직계가 아닌 방계였으니까.그 생각에 견세정은 머리가 아팠다. 그리고 상현은 쳐다보며 눈을 부라렸다. 바로 이 자리에서 상현을 찢어 죽이고 싶었다.오늘 일은 상현 때문이었다. 그를 위해 오지 않았더라면 이런 일을 겪지 않았을 텐데.얼굴을 부여잡고 있는 진우현은 똥 씹은 표정이었다. 견세정도 힘을 못 쓰고 있으니 감독인 그가 뭘 할 수 있겠는데. 오직 상현만이 이성을 유지하고 있었다.하지만 상현도 알고 있었다. 오늘 일은 성수현에게 귀찮은 일만 늘려주었다고.잘못하면 상현이 부산 견씨 가문에 해명해야 할지도 모른다.그리고 성수현은 그를 걸리적거린다고 생각하고 바로 내쫓을지도 모른다.잠깐 고민한 상현은 어쩔 수 없이 입을 열었다.“임강호 어르신, 오늘의 일은 모두 우리의 잘못입니다. 우리가 김예훈 씨를 몰라뵈고 감히 무례를 저질렀습니다. 진우현을 죽어도 마땅합니다. 혜성 세트장의 일은 저희가 알아서 처리하겠습니다. 성 세자님의 패 쪽도 제가 부순 것으로 하겠습니다.”그렇게 말하는 상현의 낯빛은 흙빛이었다.어쩔 수 없이 이 일들을 가슴속에 묻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더 나쁘게 번질 것이다.“정소현 씨에게 200억을 배상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진 감독을 시켜 정소현 씨의 병실 문 앞에서 3일을 꿇게 하고 다음 히트작들에 정소현 씨를 여자 주인공으로 넣어주겠습니다. 임강호 어르신, 그리고 김예훈 씨. 성 세자님의 체면을 봐서라도 서로 양보해서 원한을 끝내는 것이 어떻습니까?”상현은 낄 곳과 끼지 말아야 할 곳을 아는 사람이다. 언제 공격해야 하고 언제 항복해야 하는지 잘 알았다.여자 연예인들은 상현을 보고 입을 딱 벌렸다.그 대단한 상현도 다른 사람 앞에서 고개를 숙일 때가 있구나, 하는 시선이었다.그리고 그들은 김예훈을 쳐다보면서 불
“대가?”임강호의 표정이 약간 굳었다.“글쎄, 어떤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것인지 모르겠군.”말을 마친 그는 임시아를 보면서 담담하게 얘기했다.“시아야, 강서 임씨 가문의 모든 회사와 그룹에 알려서 혜성 엔터와 관련된 사업을 다 접으라고 해라. 그리고 견세정의 횡포를 내가 더는 견딜 수 없다고 선포해라. 감히 이들과 왕래하는 자는 나와 척지는 것이라고 전해! 도대체 무슨 대가를 말하는 건지 어디 한 번 지켜보자꾸나.”“네.”임시아는 빠르게 대답한 후 사람들 앞에서 연락을 돌렸다.임시아가 전화를 치자 견세정과 상현 등 사람들의 표정은 점점 어두워졌다.그들은 오늘 이런 재수 없는 일이 일어날 줄은 몰랐다.임강호는 김예훈의 편을 들어줄 뿐이 아니라 김예훈이 더 날뛸 수 있게 자리를 만들어 주는 것이었다.그렇다면 아무리 그들의 뒤에 성수현과 부산 견씨 가문이 있다고 해도 큰 손해를 입을 것이다.“김예훈, 넌 너 때문에 부산의 큰 인물들이 싸우는 걸 보고 싶어? 너 같은 놈이 이 일의 후과를 책임질 수 있을 것 같아? 적당히 하고 끝내라니까. 이 정도면 너도 나쁘지 않은 제안이잖아. 기어이 피를 봐야겠어? 네가 뭔데? 네까짓 게 감히?!”이때 뺨을 맞았던 여자 연예인이 참지 못하고 윽박질렀다.그녀의 눈동자는 원한을 가득 품고 있었다. 그리고 김예훈을 노려보며 소리 질렀다.그녀가 봤을 때, 이 사건의 원흉은 김예훈이였다. 상현이 고개를 숙이는데 고마운 줄을 모르고 으스대다니.정말 허세가 하늘을 찌르는 사람이 아닌가. 그녀에게 있어서 김예훈 같은 놈은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그저 경비원일 뿐이다.경비원을 하다가 임강호라는 귀인을 만나서 자기가 임강호라도 된 줄 아나? 감히 상현과 그들 앞에서 허세를 부리다니.꿈도 컸다.상현은 그 여자 연예인의 목소리에 시선을 김예훈에게로 돌려 담담하게 얘기했다.“김예훈, 모든 일은 너 때문에 시작되었으니 네가 끝을 내야 할 거야. 지금 상황에서 서로 싸우면 그 누구도 얻는 것이 없어. 너도 포함해서 말이
상현과 진우현 감독은 모두 그녀와 똑같은 표정을 하고 있었다.김예훈이 허세에 빠져서 정말 자기가 뭐라도 되는 줄 안다고 생각했다.경비원 따위가 혜성 엔터를 건드리려고 하다니.머리가 잘못된 거 아닌가?김예훈의 가장 큰 배후는 눈앞의 임강호일 것이다.임강호가 없이 그가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임강호와 임시아는 흥미진진하다는 듯 웃었다.두 사람은 김예훈의 진짜 실력을 알았다. 물론 그때는 김예훈의 일부를 보여준 것이지만 오늘에는 정말 김예훈의 실력을 엿볼 수 있을 것 같아서 두근거렸다.김예훈은 다른 사람의 말을 무시한 채 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혜성 엔터테인먼트를 공격해. 지금부터 혜성 엔터테인먼트의 주가는 빠르게 내려갈 거야. 그리고 믿음도 바닥나겠지. 혜성 엔터의 연예인들도 다 악플과 욕을 받게 될 거야. 알겠어?”말을 마친 김예훈은 담담하게 전화를 끊었다.사람들은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 다들 김예훈을 보면서 입을 떡 벌린 채 믿지 못하는 눈치였다.이건 전쟁 선포나 다름없다.심지어 임강호의 수법보다 더욱 잔인했다.그 여자 연예인들은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드러냈다.전화 한 통으로 혜성 엔터테인먼트를 해치우려고 하다니? 정말 자기가 세계의 부자, 아니, 한국의 부자라도 되는 줄 아나?임강호가 나서주지 않는데 김예훈이 연예계에 오래 종사한 혜성 엔터를 해치운다고?정말 꿈도 이런 허무한 꿈이 없었다.“웃기지도 않네.”상현은 가볍게 웃으며 김예훈의 말을 신경도 쓰지 않았다.전화 한 통으로 혜성 엔터를 망가뜨린다고? 장난하나?임강호면 몰라도, 머리에 피도 안 마른 김예훈이 무슨 능력으로? 아까의 모든 것은 그저 허세를 부리기 위한 것이 아닌가!진우현은 얼굴을 부여잡고 다가와 차갑게 얘기했다.“우리 혜성 엔터의 주가가 네 마음대로 될 것 같아? 우리는 진주와 리카 제국에서 상장한 그룹이야. 네가 무슨 수로 주가를 하락시켜? 뭐? 그림이라도 그릴 건가? 그리고 우리에 대한 믿음을 깨부수
“뭐라고?”그 말을 들은 상현은 몸이 바르르 떨렸다. 겨우 정신을 차리고 얘기했다.“그럴 리가 없어!”다른 여자 연예인들도 놀란 표정으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 너무 분해서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김예훈이 이런 실력이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혜성 엔터를 이렇게 빠르고 쉽게 짓밟다니.도대체 뭐 하는 사람이길래 이렇게 무서운 힘을 갖고 있는 건가!철컥.얼마 지나지 않아 누군가 병실의 문을 열고 들어왔다. 앞장선 형사는 견세정을 무시하고 바로 상현의 손목에 수갑을 채웠다.“상현 씨, 방금 18명의 여자 연예인이 동시에 제보했습니다. 당신을 강간죄로 체포합니다. 수사에 협조해 주시죠. 아, 그리고 그분들 모두 충분한 증거를 가져왔습니다. 옷부터 시작해서 영상까지요. 그러니 쉽게 풀려날 수는 없을 겁니다. 저희와 같이 돌아가서 자세히 얘기하죠. 해명하지 못한다면 영원히 나올 수 없을 겁니다.”형사가 쥔 긴급체포영장을 보면서 상현은 그만 다리에 힘이 풀려 쓰러질 뻔했다. 손에 쉰 시가마저 툭 하고 바닥에 떨어졌다.몇 사람이 다가와 상현에게 수갑을 채웠다.“상현 씨, 다른 건 몰라도 이 세상에는 뿌린 대로 거둔다는 말이 있어요. 당신 같은 사람은 평생 옥살이나 하면 되겠네요.”김예훈이 앞으로 나가 상현의 어깨를 툭툭 치고 담담하게 얘기했다.“그리고 이건 시작일 뿐이에요. 앞으로 내가 당신 배후인 성수현을 찾아가 볼 테니까. 그는 당신을 구해줄 사이도 없을 거예요.”말을 마친 김예훈은 여자 연예인들의 뺨을 한 대씩 치고 진우현을 발로 찬 후 병실을 나갔다.임강호 등 사람들은 담담하게 지켜보기만 했다.사람들이 다 떠나간 후, 임강호는 김예훈을 찾아와 난감해하며 한숨을 내쉬었다.“예훈 군, 미안하네. 내가 부하들을 잘 다스리지 못해 이렇게 되었네. 내 잘못이야. 이번에 돌아가면 제대로 기강을 잡을 테니까 이런 일이 다시는 없을 거네.”김예훈은 웃으면서 얘기했다.“이번 일은 신경 쓰지 마세요. 제가 직접 성수현을 찾아가 사과를 받아낼 테니까요.”
분위기를 압도하는 차가운 목소리에 골든 수비대 정예들은 하나같이 움츠러들면서 감히 앞으로 나서지 못했다.이 순간 아무도 김예훈의 능력을 의심하지 않았다.미야다 신노스케마저 한 발로 밟아 죽일 수 있는데 무술을 배우지 않은 총잡이 김태빈 정도는 죽이려면 그렇게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바로 이때, 바닥에 널브러져 있던 김태빈이 마침내 정신을 차리더니 눈가를 파르르 떨면서 얼굴이 일그러졌다.그는 김예훈이 이 정도로 미친 사람일 줄 몰랐다.‘분명 불리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대놓고 내 뺨을 때리다니. 그것도 모자라 나를 발로 차기까지 해?’바로 이때, 김태빈은 처음으로 김예훈을 똑바로 응시했다.‘김현민도 이 자식을 두려워하는 이유를 이제야 알겠네. 김현민이 예전 같지 않았던 것이 아니라 김예훈이 정말 괴물 같은 놈이었던 거야.’적어도 김태빈은 태어나서 김예훈 보다도 더 거만한 사람을 본 적 없었다.“이런 제기랄. 도련님을 놔줘.”“도련님을 놔주지 않으면 바로 죽여버릴 거야.”“잊지 마. 여기가 누구 구역인지.”한 무리의 골든 수비대 정예들은 그제야 반응하면서 하나같이 총을 들고 다시 김예훈을 겨냥했다.김윤후도 심상치 않은 표정으로 말했다.“김예훈 도련님, 함부로 하시면 안 돼요. 김태빈 도련님을 죽였다간 수습할 수도 없어요. 안동 김씨 가문 서열 3위의 아드님이라고요.”김태빈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김예훈을 보면서 차갑게 말했다.“김예훈, 넌 끝났어.”김예훈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진주·밀양에서 나한테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은 한두 명이 아니었어. 곽영현, 진두준, 타케이 나오토... 너무 많아서 셀 수가 없네. 그런데 이 사람들이 모두 어떤 결말을 맞이했는지 알아?”빠직.김예훈은 말이 끝나기 바쁘게 왼발로 김태빈의 왼쪽 손목을 부러뜨렸다.“이것이 바로 그들의 최후였거든.”“악!”처참한 비명이 울려 퍼지고, 김태빈은 고통스러워 바닥을 굴렀다. 김예훈이 가슴을 밟고 있지 않았다면 아마 펄쩍 뛰었을 것이다.이 모습은 현장에 있던 사람들
김태빈도 이 점을 염두에 둔 듯 눈가를 파르르 떨었다.하지만 곧 화도 내지 않고 평정심을 되찾더니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내 기억이 맞는다면 박연서 사모님은 안동 김씨 가문의 안주인이 맞긴 하지만 10년 전에 자식을 잃은 슬픔으로 인해 진작에 안주인으로서의 권력과 지위를 포기한 상태라고 알고 있어. 내가 규칙을 어겼다는 것을 증명하기 전에 박연서 사모님이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가 아니라 예전 그대로의 안주인임을 증명해야 할 거야.”“이럴 줄 알았어.”김예훈은 피식 웃으며 김윤후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김윤후는 멈칫하더니 품에서 금색 패쪽을 꺼내 조심스럽게 김예훈에게 건넸다.퍽.김예훈은 그 패쪽을 김태빈의 얼굴에 던지면서 냉랭하게 말했다.“눈 똑바로 뜨고 봐. 이것이 바로 수장님이 사모님을 보호하기 위해 남겨둔 수장 패쪽이니까. 이 패쪽을 보는 것은 곧 수장님을 본 것과 같은데 무례를 범한 거에 대해 어떻게 사죄하려고? 아무렇지도 않게 범인을 데려가려 하다니. 그것도 모자라 여기를 평지로 만들어버리겠다고? 너는 물론 김현민이 직접 와도 여기를 조금이라도 건드리지 못할 거야.”“그래?”김태빈은 표정이 싸늘해지면서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그는 총알을 장전하더니 패쪽을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패쪽은 순식간에 뚫려 더 이상 원래의 모습이 아니었다.“수장님 패쪽이 어디 있는데? 난 왜 못 봤지? 수장님 패쪽이 없으면 이곳에서는 골든 수비대가 왕인 거야.”다음 순간, 김태빈이 무심한 표정으로 손을 휘둘렀다.“잡아! 방해하는 자가 있으면 바로 죽여버려.”“어디서 감히!”골든 수비대가 움직이기도 전에 김예훈이 먼저 나서서 김태빈의 뺨을 때렸다.쨕!미처 반응하지 못한 김태빈은 입가에 피를 흘리면서 어지러운 느낌에 뒤로 휘청거렸다.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하나같이 입을 다물지 못한 채 정신이 혼미해져 있었다.골든 수비대는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믿을 수가 없어 꿈인지 생시인지 확인하려고 자기 뺨을 때리기도 했다.별장 보디가드와 하인들 역시 정신이
충격에 빠진 골든 수비대 정예들과는 달리 김태빈은 이미 완전히 이성을 잃은 상태였다.그는 갑자기 손을 휘두르더니 피식 웃었다.“그냥 이 자식을 무시하고 범인부터 잡아! 반항하는 자가 있으면 모조리 죽여버려.”이 명령을 듣자 골든 수비대 정예들은 눈가를 파르르 떨었다. 하지만 아무리 겁이 나도 이런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이 앞으로 나갈 뿐이다.이들은 김예훈 몸 곳곳에 있는 급소를 겨누면서 천천히 앞으로 걸어갔다. 하지만 이 순간에도 김예훈이 갑자기 자기들을 죽일까 봐 걱정이었다.이때 김예훈은 다시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 전혀 아랑곳하지 않으면서 말했다.“내가 움직여도 된다고 했어?”그저 말 한마디뿐이었지만 포스가 장난 아니었다.마치 거대한 기운이 위에서 아래로 짓누르는 듯한 느낌에 정예들은 주춤하고 말았다.이 순간 김예훈을 향해 총을 겨누는 것이 일종의 모독이자 불경인 것만 같았다.부하들의 미세한 표정 변화는 김태빈의 얼굴을 더욱 어둡게 만들었다.그는 눈꺼풀을 살짝 떨면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김예훈, 난 네가 싸움 잘한다는 거 알아. 미야다 신노스케는 물론 야마자키파 여덟 명의 바람의 아들들을 죽인 것도 알아. 아마미네 토시로는 심지어 정면으로 승부하지 못했다면서? 네가 대단한 건 알겠는데 한 가지 생각해본 적 있어? 싸움을 아무리 잘해봤자 총알을 피할 수 있다고 생각해? 혼자 이 50자루의 총을 상대할 수 있겠냐고. 우리 골든 수비대를 이길 수 있어도 안동 김씨 가문에는 아직 2천 명의 경호원이 있어. 정 안되면 진주·밀양 각 세력의 인원을 동원할 수도 있다고. 10만 명은 안 되어도 8만 명은 될 거야. 혼자서 그렇게 많은 사람을 상대할 수 있겠어? 용문당 체면을 생각해서 너랑 끝까지 싸우지 않는 거야. 그래도 네가 나랑 맞서려 한다면 주저 없이 죽여버릴 거라고. 마지막으로 한마디만 할게. 범인을 데려갈 거니까 꺼지든가. 아니면 죽음을 맞이하든가 마음대로 해.”이 순간 김태빈은 김예훈에게 안동 김씨 가문이 진주·밀양에서의 절대적인 권
“왜? 이해 못 하겠어?”김예훈은 앞으로 걸어가 손을 내밀어 조심스럽게 김태빈의 얼굴을 툭툭 건드렸다.“이해 못 하겠으면 나를 죽여버리든가. 그럴 수나 있겠어?”김예훈의 담담한 표정에 김태빈은 눈가를 파르르 떨었다.다음 순간 더는 참지 못하고 허리춤에서 총을 꺼내 김예훈의 이마를 겨냥했다.“김예훈, 입 다물라고. 내가 말해주는데 여긴 안동 김씨 가문의 구역이야. 여기서는 내가 기라면 기고, 엎드리라면 엎드려야 하는 거라고. 넌 여기서 함부로 날뛸 자격은 없어. 난 킬러가 너를 다치게 했든 안 했든, 용문당이 심문하든 안 하든 상관없어. 한마디만 물을게. 범인을 넘길 거야. 안 넘길 거야. 안 넘기면 용문당 체면이고 뭐고 그냥 죽여버릴 거야. 싸움 잘하는 건 알겠지만 아무리 실력이 대단하다고 해도 총알을 이길 수 있겠어?”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거의 오십 명에 달하는 골든 수비대 정예들이 동시에 김예훈의 전신을 노렸다.이 순간 김태빈이 한마디만 하면 바로 김예훈을 만신창이로 만들어버릴 것만 같았다.김예훈은 전혀 흔들림 없이 피식 웃더니 어깨를 으쓱였다.“내 손에서 사람을 데려가려면 진짜 실력을 보여줘야 할 텐데. 그깟 총 몇 자루로는 나랑 상대할만할 자격이 없을 거야.”“자격?”김태빈은 피식 웃고 말았다.“안동 김씨 가문에서는 용전이든, 용연옥이든, 용의 부대든, 용문당이든 다 상관없어. 5대 문호, 10대 명문가 규칙에 따르면 우리 안동 김씨 가문이 바로 진주·밀양에서 왕이야. 네가 용문당 집법부대 당주든, 용의 부대의 보호 대상이든 전혀 상관없어. 단언컨대 진주·밀양에서는 넌 그저 나한테 협조할 수밖에 없어. 방해할 생각하지 마. 아니면 너를 죽여버리고 여기를 평지로 만들어버릴 거니까. 내가 사모님을 죽이지 못할 것 같아?”김예훈의 말에 자극받았는지 김태빈은 표정이 차가워지더니 살기가 가득했다.“여기를 평지로 만들어버리겠다고?”김예훈은 무슨 우스갯소리를 들은 것처럼 골든 수비대를 쳐다보았다.“너희들은 아직 그럴만한 자격이 없을 텐데
입구에는 오직 김예훈만이 제자리에 서서 김태빈의 앞길을 막고 있었다.김태빈은 차가운 시선으로 그를 쳐다보더니 미간을 찌푸렸다.“네가 누구든. 어떤 사람이든 내 앞길을 막지 말고 꺼져.”김태빈의 거만한 말투에도 김예훈은 화를 내지 않고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았다.“날 못 알아보겠어? 태산 뒷산 금지구역에서 몰래 양상철 어르신이 아마미네 토시로를 죽이려는 걸 막은 사람이 너지? 일본인의 앞잡이가 되어 내가 아마미네 토시로를 죽이는 걸 방해해놓고 나를 모른 척하는 거 재밌어?”김예훈의 웃을 듯 말 듯 한 말투에 김태빈은 분노하고 말았다.“입 다물어.”저번에 김현민을 위해 나선 것은 은혜를 갚기 위함이었고,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그런데 애써 숨겨온 신분이 김예훈 앞에서 바로 투명하게 밝혀질 줄 몰랐다.비록 처음 만난 사이였지만 김태빈은 경계심을 품기 시작했다.‘역시 김현민과 김서하 모두를 골머리 앓게 만든 사람이네.’“당연히 알지. 여자 등이나 처먹는 용문당 집법부대 당주인 김예훈이잖아. 내가 말해주는데. 네가 용문당 사람이라고 해서 내가 너를 어쩌지 못할 거라 생각하나 본데. 여긴 진주·밀양이야. 우리 안동 김씨 가문의 구역이라고. 용문당 집법부대 당주라고 해서 함부로 해도 되는 줄 알았으면 오산인 거야. 여긴 안동 김씨 가문의 말이 곧 법이거든. 용문당 집법부대 당주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내가 진주·밀양에서 한 달에 얼마나 많은 부잣집 도련님들을 죽이는지 알아? 내가 원한다면 너 하나쯤 죽이는 것은 그렇게 어려운 일도 아니야.”김태빈은 김예훈을 아래위로 훑어보면서 말했다.“너를 건드리지 않는 건 사모님의 체면을 봐서야. 아무리 그래도 여긴 사모님 별장이잖아.”“쯧. 사모님 별장이라는 거 알고는 있었어? 안동 김씨 가문의 안주인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냐고.”김예훈은 가소로운 표정으로 그를 비웃고 있었다.“그러면 네가 지금 여기서 무슨 짓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 옳고 그름도 구분하지 못하고 어른을 모욕하는 거만한 짓? 골든 수비대
안동 김씨 가문에서 골든 수비대의 지위는 집행 기관과 유사하기도 했고, 폭력성을 띤 조직이기도 했다.그들은 안동 김씨 가문의 중요 인물을 보호할 뿐만 아니라 내부 안전을 수사하고 잠재적 위험 요소를 해결하는 임무를 수행하기도 했다.간단히 말해서 깨끗한 일이든, 더러운 일이든 모두 골든 수비대에서 책임지고 있다고 볼 수 있었다.그리고 장기간 전투력을 유지하기 위해 골든 수비대 인원들은 매년 반년 동안 해외 전쟁에 참전하기도 했다.이들은 정말 칼에 묻은 피까지 핥는 사람들이라 각자의 실력은 상상을 훨씬 뛰어넘었고, 평범한 경호원과는 도저히 비교할 수 없었다.곧이어 흰 정장을 입고 머리를 뒤로 넘긴 남자가 앞장서서 50여 명의 장정을 이끌고 별장 안으로 들어왔다.아직 이곳을 떠나지 않은 김예훈이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입구에 서서 이들을 지켜보고 있었다.원래는 김현민이 찾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안동 김씨 가문의 절세 총잡이인 김태빈이 찾아올 줄 몰랐다.김예훈은 양상철이 했던 말이 떠올라 자연스레 시선이 그의 손으로 향했다.새하얀 손바닥에 박힌 굳은살을 보고 있자니 뭔가 무시하면 안 될 것 같은 느낌이었다.박연서의 전담 보디가드인 김윤후가 앞으로 나서서 차가운 시선으로 김태빈을 바라보았다.“셋째 도련님 맞으시죠? 어떻게 겁도 없이 이 시간에 쳐들어올 수 있는 거죠?”김태빈은 검은 우산을 펼치며 김윤후를 흥미롭게 쳐다보았다.“언제부터 하인 따위가 내 앞에서 함부로 떠들 수 있었던 거지? 내가 누군지 알고 있다면 내가 골든 수비대 책임자로서 안동 김씨 가문 고위층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다는 것도 알 텐데? 방금 거미파 킬러가 사모님을 암살하려 했다는 신고받고 왔어. 이건 우리 안동 김씨 가문 고위층의 안전과 체면에 중요한 일이라 범인을 데려가야겠어. 심문이 끝나면 처리해야 되는대로 처리할 거야. 때리든 죽이든 사모님께 명확한 답변을 드릴 거라고. 김윤후, 네가 아무리 사모님 전담 보디가드라고 해도 여기서 말할 자격은 없어. 난 특권을 받은 사람이야.
빅토리아 항구 사무실 안.김현민은 이제 막 자리에 앉은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갑자기 핸드폰이 울렸다.그는 전화를 받는 순간 표정이 변하더니 결국 일그러지고 말았다.“왜? 이번 계획도 실패한 거야?”옆에 있던 김서하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김현민은 어두워진 표정으로 미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계획에 실패한 것도 모자라 거미파 킬러가 박연서한테 잡혔다고 하네요. 그런데 그 킬러가 현재 혼수상태에 빠져서 아직 뭘 알아낸 건 없나 봐요. 박연서가 이미 수장님께 전화해서 심층 심문할만한 사람을 보내라고 했대요. 시간만 충분하다면 무조건 저희를 찾아낼 수 있을 거예요. 비록 증거는 없지만 이 또한 골치 아픈 일이 아니겠어요? 이 일이 소문이라도 나면 제가 수장 자리에 앉지 못하게 될 수도 있어요.”김현민은 일이 이렇게 복잡해질 줄 몰랐는지 이마를 문질렀다.김예훈 암살에 실패한 것도 모자라 박연서 암살마저 실패했기 때문이다.이 순간 그는 자기 실력과 능력이 의심될 정도였다.김서하도 이 말을 듣고 소름이 끼쳤다가 잠시 후에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현민아, 어떻게든 그 킬러를 무조건 죽여야 해. 죽이진 못하더라도 우리가 잡아 와야 해. 아니면 정말 엄청난 골칫거리가 될 수도 있어.”“저도 알고 있어요.”김현민은 한숨을 내쉬면서 뒷짐을 쥐고 걸어가 금고를 열어 암호화된 핸드폰을 꺼냈다.비밀번호를 입력하고 지문인식과 홍채인식을 마치자 신속히 통화가 연결되었다.이때 전화기 너머에서 다소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무슨 일이야.”김현민이 냉랭하게 말했다.“방금 들은 소식인데 거미파 킬러가 안동 김씨 가문 안주인 암살에 실패했대. 거미파가 또 다른 음모를 꾸미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그 킬러를 데려와야 해. 난 다른 사람이 이것을 내 약점으로 나를 모함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어.”상대방은 잠시 침묵하다 담담하게 말했다.“김현민, 잘 기억해. 이번이 네가 마지막으로 안동 김씨 가문 차기 수장의 신분으로 나한테 명령한다는 거. 나도 최선을 다하겠
“김현민이요.”박연서는 이번에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었다.“전체 안동 김씨 가문에서 저한테 손댈만한 기회와 그럴만한 자격이 있는, 그리고 제가 눈치채지 못하게 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김현민뿐이에요. 그런데 이렇게 저를 죽이지 못해 안달나 있을 줄은 몰랐네요. 제가 곧 호적상으로 엄마가 될 텐데 말이에요.”김예훈이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그러니까 제가 저번부터 김현민은 수장 자리에 앉을 자격이 없는 사람이라고 했잖아요.”박연서가 담담하게 말했다.“그렇게 단정 지을 수만은 없어요. 제가 십 년 전 사건을 다시 들추기로 한 이상 많은 이들의 이익을 건드릴 수밖에 없어요. 김현민은 물론 다른 사람들도 제가 죽기를 바랄 거예요.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들은 저를 죽이고 싶어도 제가 무서워서 차마 건드리지 못할 거예요. 그들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저는 어차피 아직은 안동 김씨 가문 수장의 아내이자 서열 2위니까요. 이 많은 사람 중에 저한테 손댈만한 사람은 얼마 없어요. 그리고 김현민은 그중에서 단언컨대 제일 겁 없는 사람이고요.”김예훈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그러면 이번 사건을 통해 십 년 전 사건을 주도한 사람이 김현민이라고 추정할 수 있는 거예요?”박연서는 미간을 찌푸리더니 한참을 머뭇거리다 말했다.“김현민은 그때 당시 겨우 열네 살에 불과했어요. 그 어린아이가 이런 사건을 도모할 수는 없잖아요. 김현민과 얽히긴 했겠지만 뒤에서 누군가가 부추긴 것이 틀림없어요. 예를 들어 큰아주버님인 김태훈 씨나 막내 아가씨 김서하 씨말이에요. 형제들이 연합해서 꾸민 일이라고 해도 불가능할 건 없죠.”김예훈은 한숨을 내쉬며 미간을 문질렀다.“비록 저한테는 그렇게 대수롭지 않은 일이지만 사모님한테는 사방이 적이네요.”박연서가 또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십 년 전 사건에 참여한 사람은 이번에 저를 다시 건드리지 못할 거예요. 함부로 움직여봤자 눈에 띌 수밖에 없거든요. 그래서 정말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은 오직 단 한 명. 바로 김현민이겠죠.”박연서는 감탄하기
쨍그랑.김예훈이 찻잔을 던지는 순간, 여자 부하는 본능적으로 한쪽으로 몸을 피했다.이어 본능적인 행동 때문에 신분이 드러났음을 깨달은 그녀는 표정이 차가워지고 말았다.이 순간, 그녀는 앞뒤를 가리지 않고 은침 무더기를 김예훈이 있는 곳으로 던졌다.김예훈은 차가운 표정으로 냅킨으로 그 모든 은침을 받아냈다.그 틈을 타 여자 부하는 몸을 낮추더니 어느샌가 손에 칼을 들고 있었다.그녀는 굴러서 박연서 앞으로 다가오더니 그녀의 목에 칼을 대려고 했다.피융. 피융. 피융.하지만 칼을 드는 순간 겉보기에는 힘이 전혀 없어 보이는 박연서가 어느새 손에 총을 쥐고 있었다.박연서가 무심한 듯 총을 쏜 것 같아도 여섯 발 모두 그녀의 몸에 박혔다.여자 부하는 잠시 몸부림치다 열국 일그러진 표정으로 숨을 거두고 말았다.그녀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겉보기에는 힘없어 보이는 박연서가 도대체 어디서 총을 꺼냈는지 말이다.“조사해봐. 가족 모두 한 명도 빠짐없이.”한 무리의 안동 김씨 가문의 보디가드들이 달려들어 오는 가운데, 박연서는 휴지로 손가락을 닦으며 아무렇지 않게 명령했다.“오늘 접촉했던 사람 모두. 개 한 마리라도 절대 놓치지 말고 철저히 조사해. 과연 누구를 접촉했는지, 또 누가 명령을 내렸는지 알아야겠어. 안동 김씨 가문의 별장에 반년이나 잠복한 걸 보면 반년 전부터 누군가가 나를 죽이려 했던 모양이야.”박연서의 명령에 따라 한 무리의 보디가드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마 진주·밀양에 곧 피바람이 불지 않을까 싶다.곧이어 시체는 치워졌고, 식탁도 말끔히 정리되었으며 공기 중에는 은은한 향기마저 감돌았다.직접 두 눈으로 보지 않았다면 누가 방금 이곳에 암살 사건이 벌어졌다고 믿을 수 있겠는가?김예훈은 박연서에게 한 수를 둔 것이 꽤 괜찮은 선택이었다는 생각에 그녀를 흥미롭게 쳐다보았다.적어도 상상을 초월했기 때문이다.자신만의 생각에 잠겨 보이차를 마시고 있던 김예훈이 웃으며 말했다.“사모님, 도대체 어떤 사람이 이런 중요한 순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