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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화

Author: 낭아감자
”뭐라고?!”

저 티파니 세트가 20억짜리라고? 미친 거 아니야?

한데 정지용 태도를 보면 거짓말은 아닌 것 같았다. 송문영에게 왜 프로포즈를 했는지 납득이 갔다. 이렇게 많은 돈을 퍼부었는데 어느 여자가 넘어오지 않겠는가!

“이거…한 여자를 위해서 20억짜리 액세서리를…진짜 충격적이야!”

“그러게. 남자가 아무리 돈이 많다고 해도 통쾌하게 나오는 건 또 다른 문제니까.”

“부러워. 우리 남편도 나한테 돈을 써주면 진짜 죽어도 여한이 없겠어.”

여자들은 액세서리 하나를 놓고 의논이 분분했다. 클래식하면서도 요즘 인기 있는 디자인들이 모두 있으니 부럽지 않다면 그건 다 거짓말이다.

정지용을 바라보는 여자들 눈에서 부러움이 가득했다.

어르신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손자가 참 훌륭하다고 감탄했다. 여자 마음을 홀릴 말들만 골라 해서 나름 뿌듯했다. 이렇게 똑똑한 사람이 가문 후계자라니 앞날이 걱정되지 않았다.

“눈이 있으면 잘 봐! 진짜 창피해 죽겠어.”

임은숙이 배 아파서 또 한소리 했다. 데릴사위만 보면 혈압이 올랐다. 비교당하는 게 싫었다. 정지용을 보면 볼수록 데릴사위가 더 마음에 안 들었다.

“민아, 내 말 들어! 내일 당장 이혼해! 저것보다 더 좋은 남편 찾아줄 테니까. 정지용 기세를 꺾어야 돼!”

“엄마, 지금이 어느때라고 또 그런 소리 해?”

정민아는 말은 그렇게 해도 송문영을 부러워하는 눈길로 바라봤다. 여자라면 누구라도 이런 로망을 꿈꿨을 터!

김예훈은 오히려 아무 말없이 이상한 눈길로 앞만 주시했다.

‘또라이 아니야? 갑자기 송문영에게 청혼을 해? 약을 잘못 먹었어?’

그때 정지용이 송문영의 앞에 한 무릎을 바닥에 대고 꿇었다.

“문영 씨, 제가 약혼 반지까지 준비했어요. 그러니 결혼해 줘요.”

그러면서 호주머니에서 반지함을 꺼내 보였다.

“우와~~~”

그 순간 모두 주변에 몰려가 감탄을 금치 못했다.

“헐, 저거 말로만 듣던 비둘기알 아니야?”

다들 얼빠진 표정을 지었다. 이 반지는 비록 화려하지는 않지만 새알처럼 큰 다이아몬드가 박혔다는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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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현민이요.”박연서는 이번에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었다.“전체 안동 김씨 가문에서 저한테 손댈만한 기회와 그럴만한 자격이 있는, 그리고 제가 눈치채지 못하게 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김현민뿐이에요. 그런데 이렇게 저를 죽이지 못해 안달나 있을 줄은 몰랐네요. 제가 곧 호적상으로 엄마가 될 텐데 말이에요.”김예훈이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그러니까 제가 저번부터 김현민은 수장 자리에 앉을 자격이 없는 사람이라고 했잖아요.”박연서가 담담하게 말했다.“그렇게 단정 지을 수만은 없어요. 제가 십 년 전 사건을 다시 들추기로 한 이상 많은 이들의 이익을 건드릴 수밖에 없어요. 김현민은 물론 다른 사람들도 제가 죽기를 바랄 거예요.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들은 저를 죽이고 싶어도 제가 무서워서 차마 건드리지 못할 거예요. 그들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저는 어차피 아직은 안동 김씨 가문 수장의 아내이자 서열 2위니까요. 이 많은 사람 중에 저한테 손댈만한 사람은 얼마 없어요. 그리고 김현민은 그중에서 단언컨대 제일 겁 없는 사람이고요.”김예훈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그러면 이번 사건을 통해 십 년 전 사건을 주도한 사람이 김현민이라고 추정할 수 있는 거예요?”박연서는 미간을 찌푸리더니 한참을 머뭇거리다 말했다.“김현민은 그때 당시 겨우 열네 살에 불과했어요. 그 어린아이가 이런 사건을 도모할 수는 없잖아요. 김현민과 얽히긴 했겠지만 뒤에서 누군가가 부추긴 것이 틀림없어요. 예를 들어 큰아주버님인 김태훈 씨나 막내 아가씨 김서하 씨말이에요. 형제들이 연합해서 꾸민 일이라고 해도 불가능할 건 없죠.”김예훈은 한숨을 내쉬며 미간을 문질렀다.“비록 저한테는 그렇게 대수롭지 않은 일이지만 사모님한테는 사방이 적이네요.”박연서가 또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십 년 전 사건에 참여한 사람은 이번에 저를 다시 건드리지 못할 거예요. 함부로 움직여봤자 눈에 띌 수밖에 없거든요. 그래서 정말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은 오직 단 한 명. 바로 김현민이겠죠.”박연서는 감탄하기

  • 지존 사위   제2766화

    쨍그랑.김예훈이 찻잔을 던지는 순간, 여자 부하는 본능적으로 한쪽으로 몸을 피했다.이어 본능적인 행동 때문에 신분이 드러났음을 깨달은 그녀는 표정이 차가워지고 말았다.이 순간, 그녀는 앞뒤를 가리지 않고 은침 무더기를 김예훈이 있는 곳으로 던졌다.김예훈은 차가운 표정으로 냅킨으로 그 모든 은침을 받아냈다.그 틈을 타 여자 부하는 몸을 낮추더니 어느샌가 손에 칼을 들고 있었다.그녀는 굴러서 박연서 앞으로 다가오더니 그녀의 목에 칼을 대려고 했다.피융. 피융. 피융.하지만 칼을 드는 순간 겉보기에는 힘이 전혀 없어 보이는 박연서가 어느새 손에 총을 쥐고 있었다.박연서가 무심한 듯 총을 쏜 것 같아도 여섯 발 모두 그녀의 몸에 박혔다.여자 부하는 잠시 몸부림치다 열국 일그러진 표정으로 숨을 거두고 말았다.그녀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겉보기에는 힘없어 보이는 박연서가 도대체 어디서 총을 꺼냈는지 말이다.“조사해봐. 가족 모두 한 명도 빠짐없이.”한 무리의 안동 김씨 가문의 보디가드들이 달려들어 오는 가운데, 박연서는 휴지로 손가락을 닦으며 아무렇지 않게 명령했다.“오늘 접촉했던 사람 모두. 개 한 마리라도 절대 놓치지 말고 철저히 조사해. 과연 누구를 접촉했는지, 또 누가 명령을 내렸는지 알아야겠어. 안동 김씨 가문의 별장에 반년이나 잠복한 걸 보면 반년 전부터 누군가가 나를 죽이려 했던 모양이야.”박연서의 명령에 따라 한 무리의 보디가드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마 진주·밀양에 곧 피바람이 불지 않을까 싶다.곧이어 시체는 치워졌고, 식탁도 말끔히 정리되었으며 공기 중에는 은은한 향기마저 감돌았다.직접 두 눈으로 보지 않았다면 누가 방금 이곳에 암살 사건이 벌어졌다고 믿을 수 있겠는가?김예훈은 박연서에게 한 수를 둔 것이 꽤 괜찮은 선택이었다는 생각에 그녀를 흥미롭게 쳐다보았다.적어도 상상을 초월했기 때문이다.자신만의 생각에 잠겨 보이차를 마시고 있던 김예훈이 웃으며 말했다.“사모님, 도대체 어떤 사람이 이런 중요한 순간에

  • 지존 사위   제2765화

    김예훈이 그 모습을 보더니 또 피식 웃었다.“이번 일을 겪은 것도 사모님께는 좋은 일인가 봐요. 조심스러워졌네요.”박연서가 말했다.“한 번 실패를 겪고 나면 경험이 생기는 거죠. 지금도 예전처럼 살았다면 어떻게 죽게 될지도 몰랐을 거예요. 제가 십 년 전 사건을 밝히려고 했을 때부터 저를 죽이고 싶은 사람이 많아졌을 거예요.”이 말에 김예훈은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다.이는 십 년 전 그 사건에 연루된 사람이 많다는 뜻이었기 때문이다.심지어 진주·밀양 두 도시 전체가 얽히고설켜 있을지도 몰랐다.창밖 날씨가 어두운 것이 마치 곧 폭풍우가 몰아칠 것만 같았다.두 사람이 대화하는 사이, 용모가 아름답고 몸매도 날씬한 한 여자 부하가 카트를 밀며 들어왔다.그녀는 박연서를 향해 공손하게 인사하면서 말했다.“사모님, 조식이 준비되었어요.”“얼른 올려.”박연서의 손짓 하나에 주식이며 디저트며 과일까지 화려하게 차려졌다.이 밖에도 식탁 위에는 인삼차와 보이차도 놓여있었다.보이차는 호불호가 없는 김예훈을 위해 준비한 것이고, 인삼차는 박연서의 평소 취향에 맞게 준비된 것이다.여자 부하가 모든 음식을 올려서야 박연서는 그녀에게 나가보라고 했다.이어 박연서는 차를 후후 불면서 웃으며 말했다.“김 도련님께서 아침을 드시지 않은 것 같아 성의껏 준비해봤어요. 드시고 싶은 거 있으시면 얼마든지 말씀하세요. 저희 셰프님은 못하는 게 없거든요.”박연서가 인삼차를 마시려던 때, 김예훈은 갑자기 숨죽이더니 표정이 확 굳어졌다.“사모님, 잠깐만요!”김예훈은 예의 차릴 겨를도 없이 박연서 손에 있던 찻잔을 낚아채 냄새를 맡더니 뒤돌아 떠나가는 여자 부하를 쳐다보면서 말했다.“인삼이 좋은 물건이긴 하죠. 고려인삼이든 서양 인삼이든 기를 보충하고 혈액순환을 돕는 귀한 약재이긴 한데 이 세상에는 먹어서는 안 되는 귀면삼이라는 것도 있어요. 깊은 산속에 있는 무덤에서 시체의 음기를 흡수하면서 자라는 삼인데 모양새나 냄새는 일반 인삼과 거의 똑같다고 볼 수 있어요. 그

  • 지존 사위   제2764화

    비록 외부에서는 박연서가 자식을 잃은 슬픔으로 제정신이 아니라고 했지만 신속하고 결단력 있는 분석을 들어봤을 때 다시 젊었을 때의 냉철함과 결단력을 되찾은 것 같았다. 말을 마친 박연서는 뒤돌아 김예훈을 바라보면서 뭔가 의견을 얻고 싶어 했다.김예훈이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사모님, 설마 자료들을 백업 안 했다고 하실 건 아니죠?”“당연히 백업했죠.”박연서는 둘만 들을 수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절대 복사하면 안 되는 기밀문서도 포함해서 전부 다 복사하라고 했거든요.”박연서는 어쩔 수 없이 미간을 문지르며 말했다.“그런데 일이 좀 복잡해졌어요. 이 자료들을 바탕으로 계속 조사할 수는 있지만 모든 진실이 밝혀지는 순간에 아무런 증거를 내놓지 못할까 봐 걱정이에요. 복사본은 아무런 법적 효력이 없거든요.”김예훈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사모님, 너무 의기소침해진 거 아니에요? 증거가 사라진 건 맞지만 어떤 사람들은 일 처리할 때 증거만 보는 거 아니잖아요. 예를 들어 안동 김씨 가문의 수장님이라든지. 수장님이라고 해서 그동안 친자식이 왜 그렇게 일찍 죽었는지 알고 싶지 않았을까요? 그리고 어르신한테도 확실한 증거가 필요할까요? 이 모든 것이 진짜라고 해도 범인을 보호하려고 한다면 확실한 증거가 있어도 아무런 소용이 없을 거예요.”박연서는 멈칫하더니 곧 반응했다.‘내가 너무 확실한 증거만 집착했나? 가끔은 확실한 증거가 필요하지 않을 때도 있잖아.’이 점을 깨달은 박연서는 부하들에게 서재를 정리하라면서 김예훈에게 아침을 대접하고 싶어 했다.식탁 앞에 앉은 박연서는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김예훈을 보면서 갑자기 한숨을 내쉬었다.“가끔은 이런 생각을 하기도 해요. 제 아들이 아직 살아있었다면 과연 현민이처럼 변했을지. 아니면 김 도련님처럼 변했을지 말이예요.”김예훈이 덤덤하게 말했다.“김현민처럼 변했겠죠. 사실 잔인하고, 뻔뻔하고, 짐승보다도 못한 것을 빼면 딱히 다른 단점은 보이지 않잖아요.”박연서는 김예훈이 김현민에 대한 평가를 듣고 잠

  • 지존 사위   제2763화

    김현민은 눈빛이 반짝이더니 두 사람만 들을 수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호적상으로 엄마인 사람을 어떻게 하려면 더욱더 신중해야 할 거예요. 워낙 의심이 많은 사람이거든요. 게다가 넷째 삼촌도 특별히 아끼시고, 옆에 탑 장병급 실력자도 있는데 말이에요. 박연서를 한 번에 죽이지 못하면 저희가 난처해질 수밖에 없어요.”“그렇게 어렵진 않을 거야.”김서하는 피식 웃더니 핸드폰을 꺼내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이거 대한민국 랭킹 1위 킬러조직 거미파 연락처인데 마침 나한테 은혜를 갚아야 할 거 있거든.”...다음 날 아침. 시즌 호텔 스위트룸에서 깨어난 김예훈은 핸드폰에 몇 통의 문자가 도착해있는 것을 발견했다.하나는 양유선이 아마미네 토시로에 관해 보고한 내용이었다.무사히 도주한 아마미네 토시로를 제외하고는 모든 일본인이 남양파의 손에 넘어갔으니 좋은 결말을 맞이할 수가 없었다.또 다른 메시지는 총잡이에 관한 정보였는데 추하린은 지금 그를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에서 오래전부터 사라진 막내 도련님인 김태빈으로 추정하고 있었다.김태빈은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 셋째의 아들이었고, 수년간 중동전쟁에서 활동하면서 거의 돌아오지 않던 그가 최근에 돌아왔다는 소문도 있었다.마지막으로는 공진해가 보내온 메시지인데 김예훈 요구대로 오륜 사찰의 성녀인 혜선 스님을 조사해봤지만 아무리 전문적인 공진해라고 해도 혜선 스님이 오륜 승려가 입양한 버려진 아이인 것 빼고는 아무런 정보도 따내지 못했다.그녀의 과거는 말하자면 완전한 백지였다.그래서 오히려 더 신비롭고 매혹적으로 느껴졌을 수도 있었다.의미심장한 표정을 짓고 있던 김예훈은 또다시 이들에게 무언가 시키고는 일어나 씻었다.막 아침 식사를 하려는데 한 통의 전화가 걸려 왔다.발신자는 다름 아닌 박연서였고, 문제가 생겼는데 잠깐 와줬으면 했다.김예훈은 멈칫하다 말고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옷을 갈아입고 택시 타고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의 별장으로 향했다.하지만 교통체증으로 거의 두 시간 만에 도

  • 지존 사위   제2762화

    “정말 그런 거라면 내가 사람을 잘못 봤어. 그동안 너를 너무 몰라본 거야.”김서하는 진지한 표정으로 김현민을 쳐다보고 있었다.그녀는 곧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 수장이 될 사람이 한 여자 때문에 이렇게 충동적으로 행동할 줄 몰랐다.“고모, 이것은 단순히 충동 때문에 하는 행동은 아니에요. 진주·밀양에서 오륜 사찰이 제 편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없잖아요.”김현민은 한 마디 한 마디 또박또박 내뱉었다.“혜선 스님과 김예훈의 만남이 우연일지라도 누군가 이 기회를 이용해서 유언비어를 퍼뜨린다면 오륜 사찰과의 동맹이 무너질 수도 있어요. 더욱이 저는 남자로서 자존심이 상하는 것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어요. 차라리 죽더라도 혜선 스님이 다른 남자와 얽히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다고요.”김서하가 손을 내밀어 김현민의 잘생긴 얼굴을 어루만지면서 잠시 후에 말했다.“차라리 죽는 게 낫다고? 현민아, 이제 곧 수장이 될 사람이 할 말은 아니지. 지금이 얼마나 중요한 시기인데. 하는 말과 행동 모두 조심해야 한다고. 너만 아니었으면 나도 오늘 직접 나서지 않았어. 그런데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내 행동도 다소 충동적이었던 것 같아. 지금 우리가 해야 할 가장 현명한 행동은 아마 잠시 숨죽이고 있는 것일지도 몰라. 우리가 가장 원하는 것을 따냈을 때 그 기세를 몰아붙여 김예훈 그놈을 죽일 수 있다고.”김서하는 김예훈이 미웠지만 잠깐 차에 앉아 있는 동안 차분해진 느낌이었다.그녀의 뺨을 때릴 수 있는걸 보면 정말 실력과 배짱을 가진 자임이 분명했다.김현민이 수장 자리에 오르기까지 이런 사람과 무모하게 싸워봤자 방해만 될 뿐 아무런 좋은 점도 없었다.그래서 지금 해야 할 일은 신중히 계획을 세우고 나서 행동하는 것이다.김예훈한테 뺨 맞은 김서하는 두렵기도, 화나기도 했지만 정신을 차린 것도 사실이었다.적어도 과거의 그녀는 용전 안주인으로서,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의 서열 5위로서 절대 참을 일이 없었다.김현민은 잠시 침묵을 지키더니 한참 뒤에 말했다.

  • 지존 사위   제2761화

    토요타 알파드 문이 서서히 열리고, 김현민이 검은 우산을 들고 빗속을 뚫고 걸어왔다.그는 김서하더러 창문을 내리라고 하면서 문을 두드렸다.멍때리고 있던 김서하는 그제야 정신을 차렸고, 김현민의 환한 미소를 보는데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기분이 들었다.잠시 후, 그녀는 차에서 내려 그의 품에 기대어 나지막하게 말했다.“현민아, 나 실패했어. 설득도, 암살도 모두 실패했다고. 줄곧 다른 사람들한테 무능하고 한심하다고 했는데 김예훈 앞에서는 나도 그들과 다를 바가 없었어.”김서하는 씁쓸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김현민은 오른손을 내밀어 김서하의 등을 가볍게 두드리더니 잠시 후 담담하게 말했다.“제가 얻은 정보에 따라 그 녀석이 오륜 사찰 뒷산 금지구역에 들어가 혜선 스님을 만난 거 맞아요?”김서하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아마미네 토시로가 사실 오륜 사찰을 이용해서 김예훈을 죽이려 했어. 그런데 지금 보니 그 계획은 실패한 것 같아.”“어리석은 놈.”김현민은 두 주먹을 꽉 쥐었다.“김예훈을 못 죽인 것도 모자라 혜선 스님이랑 만나게 했다니. 정말 한심하기 그지없는 놈이네요.”김현민은 더 이상 차분함을 유지하지 못했다.김서하든, 선재 스님이든, 남윤지든, 그저 주위를 맴도는 사람 일뿐 진심으로 사랑하는 여자는 아니었다.이처럼 거대한 진주·밀양에서 김현민이 진심으로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혜선 스님뿐이었다.하지만 아쉽게도 이 두 사람은 늘 애매모호한 거리를 유지해왔다.여자의 마음에 대해 잘 아는 김현민마저도 혜선 스님의 마음을 얻을 수 없었다.‘그런데 김예훈이 우연히 혜선 스님이랑 만났다고? 더군다나 혜선 스님 목욕탕에 뛰어들어서 알몸까지 봤다고?’김현민은 김예훈을 당장이라도 목 졸라 죽이고 싶었다.이건 그의 체면을 구겨놓은 것도 모자라 그의 자존심과 진심을 짓밟은 거나 다름없었다.터벅터벅.바로 이때, 김현민의 뒤에서 김병욱이 천천히 걸어왔다.빗속에서 서로 끌어안고 있는 두 남녀를 보고도 그는 표정 변화 하나 없었다

  • 지존 사위   제2760화

    퍽.더 이상 선택지가 없는 아마미네 토시로는 검을 힘껏 내리쳤다.마침 양상철이 몸을 피한 덕분에 아마미네 토시로는 그의 필살기를 피할 수 있었다.하지만 그 여파로 상처에서 피가 스며 나왔다.몇 번 한숨을 내쉬어야 고통을 멈출 수 있었던 그의 얼굴에는 김예훈에 대한 증오가 더욱 짙어졌다.양상철은 표정이 일그러진 그를 보며 말했다.“내가 봤을 때 넌 미야다 신노스케보다도 못해. 신노스케는 그래도 김예훈 도련님이랑 공격을 주고받을 수 있었어. 그런데 넌 이미 겁에 질려서 김예훈 도련님의 공격을 피하지도 못했어. 사실 널 한 방에 죽일 수 있었는데 말이야.”아마미네 토시로는 콧방귀를 뀌면서 말했다.“김예훈은 그냥 피도 안 마른 놈이야. 내가 이번에 급하게 출관하는 바람에 원기가 손상되지만 않았다면 걔가 미쳐 날뛸 수나 있었을까? 내가 일본에 돌아가면 1년 반쯤 수련해서 김예훈 그놈한테 내 실력을 제대로 보여줄 거야.”양상철은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김예훈 도련님보다 못하다는 것을 인정했으면 너를 높이 평가했을 텐데 지금은 그냥 패배를 인정하지 못하는 비겁한 놈으로 보여. 아마미네 토시로, 넌 정말 일본 무신과 야마자키파 검신의 체면을 완전히 구겨버렸어. 너의 손발을 잘라내서 김예훈 도련님한테 선물로 드릴 거야. 그러면 너도 일본에 돌아갈 일이 없겠지.”양상철은 또 한 번 아마미네 토시로가 있는 곳으로 손을 뻗었다.아마미네 토시로는 표정이 일그러지면서 똑같이 손을 뻗으려고 했는데 저 멀리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퍽.양상철이 미간을 찌푸린 채 몸을 약간 옆으로 트는 순간 총알이 그의 머리카락을 스치며 뒤에 있던 나무를 뚫고 지나갔다.양상철이 무표정으로 전방을 바라보았는데 산봉우리에 어떤 남자가 총을 들고 바위에 서 있는 것이다.그는 양상철을 향해 피식 웃으며 죽여버리겠다는 제스처를 하면서 또다시 총을 들었다.양상철은 바로 상대방이 평범한 사수가 아니라는 것을 감지할 수 있었다.이 모습에 아마미네 토시로는 멈칫도 잠시 땅을 구르더니 쏜살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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