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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태풍의 눈

last update Veröffentlichungsdatum: 22.09.2026 11:00:08

제주 본섬에서 유라가 대륙에서 건너온 악마의 꼬리를 잡기 위해 사지를 누비는 그 시각, 청풍 3호의 선실은 인간의 도덕이 완전히 사라진 진공 상태였다.

주동치의 서슬 퍼런 칼날이 뒤통수를 겨누자, 성봉은 영혼이 거세된 꼭두각시처럼 움직였다. 그의 거친 손이 인아의 팔목과 발목에 마닐라 밧줄을 감아 돌렸다. 살기 위해 아내를 제물로 바치는 비겁한 손길이었다.

“미안해… 인아야, 일단 살아야 하잖아….”

성봉의 변명은 이미 가증스러운 헛소리에 불과했다. 인아는 흙빛이 된 얼굴로 부들거리며 힐난했다.

“아니. 당신 혼자 살고 싶은 거겠지. 내가 그토록 불안해할 때 억지로 이 배에 태운 건 당신 이기심이야.”

인아의 목소리는 떨림 없이 서늘한 칼날 같았다. 하지만 성봉은 그 비난을 외면하며 기계적으로 밧줄을 더 바짝 조였다. 거친 식물성 섬유가 인아의 연약한 맨살과 터질 듯 부풀어 오른 만삭의 배, 그리고 풍만한 가슴을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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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짐승의 섬, 제주도 살육의 밤   21. 태풍의 눈

    제주 본섬에서 유라가 대륙에서 건너온 악마의 꼬리를 잡기 위해 사지를 누비는 그 시각, 청풍 3호의 선실은 인간의 도덕이 완전히 사라진 진공 상태였다.주동치의 서슬 퍼런 칼날이 뒤통수를 겨누자, 성봉은 영혼이 거세된 꼭두각시처럼 움직였다. 그의 거친 손이 인아의 팔목과 발목에 마닐라 밧줄을 감아 돌렸다. 살기 위해 아내를 제물로 바치는 비겁한 손길이었다.“미안해… 인아야, 일단 살아야 하잖아….”성봉의 변명은 이미 가증스러운 헛소리에 불과했다. 인아는 흙빛이 된 얼굴로 부들거리며 힐난했다.“아니. 당신 혼자 살고 싶은 거겠지. 내가 그토록 불안해할 때 억지로 이 배에 태운 건 당신 이기심이야.”인아의 목소리는 떨림 없이 서늘한 칼날 같았다. 하지만 성봉은 그 비난을 외면하며 기계적으로 밧줄을 더 바짝 조였다. 거친 식물성 섬유가 인아의 연약한 맨살과 터질 듯 부풀어 오른 만삭의 배, 그리고 풍만한 가슴을 기괴하고도 외설적인 굴곡으로 옭아맸다. 평생을 약속했던 남편의 손이 악마의 제물을 포장하는 올가미가 된 순간이었다.주동치는 말 잘 듣는 학생처럼 장성봉이 자신의 아내를 직접 묶어 바치는 꼴을 보며 만족한 얼굴로 비웃음을 흘렸다.“남편이라는 새끼가 이렇게까지 비굴할 줄이야. 지금까지 수십 명을 도살해봤지만, 제 계집 앞에서 너처럼 목숨 구걸하는 놈은 처음이거든.”주동치는 피가 묻은 발골칼을 거두고 다가가, 인아의 볼록하게 솟아오른 배를 투박한 손으로 천천히 쓸어내렸다.“이 안에 든 게 남편 놈의 씨냐? 흐흐, 만삭인 년을 품어보는 건 또 색다른 맛이거든.”인아가 수치심과 공포에 몸을 비틀며 치를 떨었지만, 꽉 조여진 밧줄 때문에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짐승의 희롱을 온몸으로 받아내는 것뿐이었다. 주동치는 덜덜 떨고 있는 성봉의 머리채를 휘어잡아 인아의 품에 처박았다.“네놈이 직접 묶은 밧줄이다. 네가 네

  • 짐승의 섬, 제주도 살육의 밤   20. 거세된 수컷

    태풍 하이탕의 눈이 포효하듯 바다를 집어삼키기 직전, 폭풍전야의 청풍 3호 선실은 이미 그 자체로 지옥이었다. 기괴하게 일렁이는 파도에 배가 요동칠 때마다, 인아는 끊이지 않는 헛구역질과 극심한 멀미 속에서 비명을 쥐어짜고 있었다. 하지만 그 고통은 다가올 참혹함의 서막에 불과했다.“아… 아윽! 아아!”선실 안쪽에서 인아의 처절한 신음이 터져 나왔다. 그녀는 불룩하게 솟아오른 만삭의 배를 부여잡은 채 벽을 짚고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극심한 멀미 끝에 찾아온 조기 진통의 전조였다. 새파랗게 질린 입술 사이로 신음이 샐 때마다, 땀에 젖어 살결에 밀착된 원피스가 거칠게 들썩이며 그녀의 풍만한 가슴과 위태롭게 부푼 복부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인아야! 왜 그래? 설마 아기 나오려는 거야?”성봉이 경악하며 인아를 붙잡으려던 찰나, 어둠 속에 은신했던 주동치가 번개처럼 거리를 좁혔다.서걱—!인아의 비명이 선실 벽에 채 부딪히기도 전이었다. 주동치의 손에 들린 서슬 퍼런 발골칼이 성봉의 목덜미를 정교하게 긋고 지나갔다.“커헉…! 윽!”순간적인 예리한 감각과 함께 성봉의 목에서 시뻘건 핏줄기가 섬뜩하게 솟구쳤다. 가늘게 뻗은 선혈은 인아의 창백한 얼굴과 봉긋한 가슴팍을 점점이 적셨다. 주동치는 0.1㎜의 오차도 없이, 치명상은 피하되 경동맥 바로 옆의 피부만을 깊게 갈라버렸다. 조금만 더 깊었다면 즉사했을, 말 그대로 죽음의 문턱을 넘나드는 도살자의 솜씨였다.“어… 오빠? 오빠!”인아가 경악하며 성봉을 붙들었다. 성봉은 본능적으로 목을 감싸 쥔 채 바닥으로 고꾸라졌다. 순간 성봉은 통증을 느끼지도 못했다. 다만, 손가락 사이로 비어져 나오는 뜨거운 액체와 당장이라도 숨이 끊어질 것 같은 극도의 공포에 성봉의 눈동자가 뒤집혔다. 주동치는 피가 맺혀 아래로 떨어지는 칼날을 느릿하게 혀로 핥으며, 공포로 석고상처럼 굳어버린 인아의

  • 짐승의 섬, 제주도 살육의 밤   19. 사냥개와 하이에나의 섹스

    객실 문이 닫히자마자 유라는 몸을 조이던 가죽 재킷을 벗어 바닥에 무심하게 내던졌다. 거칠고 탁한 방 안의 공기 속에서, 땀에 젖어 살결에 찰싹 달라붙은 티셔츠 위로 그녀의 풍만한 굴곡이 조명 아래 고스란히 노출되었다. 강태호는 벌겋게 충혈된 눈으로 마른침을 삼키며 짐승처럼 씩씩거렸다. 유라는 그런 그의 턱을 손끝으로 가볍게 들어 올리며 비릿한 표정을 지었다.'네놈이 바란 게 이런 거였잖아. 내 몸뚱이 하나 얻으면 세상 다 가진 것 같았겠지.'유라의 차가운 눈동자에는 일말의 흔들림도 없었다. 그녀는 천천히 허리를 숙여 강태호의 귓가에 입을 바짝 갖다 대었다.“너, 내 몸 보고 환장했잖아. 안 그래? 오늘 똑똑히 보여줄게. 대신, 나를 만족시키지 못하면 네 그 비루한 아랫도리도 영영 병신으로 만들어버릴 줄 알아.”이것은 유혹이 아니었다. 거역할 수 없는 지배자의 명령이자 철저하게 계산된 심리적 압박이었다. 유라는 강태호의 저열한 열등감과 왜곡된 성욕을 자극하고, 자신의 육체를 미끼로 던져 그의 영혼에 김유라라는 지워지지 않는 낙인을 찍으려 하고 있었다.강태호는 수치심과 광기 어린 욕정 사이에서 걷잡을 수 없이 허우적대며 유라의 발치에 털썩 무릎을 꿇었다. 객실 안은 비릿한 땀 냄새와 강태호의 거친 숨소리로 가득 찼다. 유라는 사내의 머리채를 거칠게 휘어잡은 채 침대 헤드에 처박았다. 강태호는 자신이 이 완숙하고 도도한 여경의 육체를 유린하고 짓밟고 있다고 착각하며 광기 어린 표정으로 돌진했다.그러나 그 격렬한 육체적 충돌 속에서도 유라의 눈동자는 얼어붙은 호수처럼 차가웠다. 어두운 밤 창밖에 몰아치는 제주 바다를 응시하는 그녀의 시선엔 쾌락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오직 강태호의 등 근처에서 꿈틀대는 그 저열한 근육의 움직임과 헐떡이는 호흡을 심리학적으로 분석하며, 그의 뇌리에 김유라라는 절대적 지배자의 각인을 새기고 있을 뿐이었다.&l

  • 짐승의 섬, 제주도 살육의 밤   18. 짐승의 사냥

    거짓말처럼 파도가 잦아들었다. 변화무쌍한 제주의 바다는 금세라도 낚싯배를 산산조각내어 집어삼킬 듯 흉물스럽게 날뛰더니, 거짓말처럼 숨을 죽인 채 기이할 정도로 평온한 수면을 드러냈다. 하지만 그것은 구원이 아니었다. 사상 최악의 초대형 태풍 하이탕이 마침내 그 거대한 본색을 드러내기 직전, 숨을 고르는 찰나의 유예이자 가장 소름 끼치는 폭풍전야였다.‘…이제 시작인가.’주동치는 바로 이 기이한 고요함을 기다리고 있었다. 태풍의 진짜 본진이 들이닥쳐 배를 뒤흔들고 예측 불가능한 변수가 생기기 전, 모든 것이 멎은 이 완벽한 진공 상태야말로 사냥을 끝마치기에 최적의 시간이었다.파도가 잔잔해진 수면 위로 하늘은 빛 한 점 없이 소름 끼칠 만큼 짙은 정적에 잠겼다. 마치 거대한 자연의 재앙이 덮치기 직전 숨을 죽인 형국이었다. 바다 위를 이리저리 떠돌던 갈매기조차 자취를 감춘 지 오래였다. 세상의 모든 소음이 차단된 폭풍전야의 고요 속에서, 오직 청풍 3호 낚싯배만이 홀로 위태롭게 수면 위를 잘게 흔들리고 있었다.그 절대적인 어둠의 틈새에서 주동치가 천천히, 그리고 소리 없이 몸을 일으켰다. 놈의 충혈된 눈동자가 가늘어지며, 굶주린 짐승의 입꼬리가 참을 수 없는 욕정으로 비릿하게 뒤틀렸다.주동치는 입안에 고인 끈적한 침을 꿀꺽 삼키며 삐걱거리는 선실 문턱을 넘었다. 1년 전 상하이의 눅눅한 골목에서 놓쳤던 대어의 기억이 아랫배를 타고 후끈하게 들끓었다. 당시 자신의 급소를 사정없이 짓밟고 도망쳤던 그 저주할, '김유라'를 떠올리게 하는 서늘한 척추의 전율. 하지만 눈앞에는 그 계집을 잊게 할 만큼, 아니 그보다 훨씬 풍만하고 완벽하게 무력한 제물이 발가벗겨질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지금이야. 이 암캐는 이제 온 세상이 무너져도 절대 도망칠 수 없어.’태풍이 삼킬 바다 한가운데, 폭풍 전야의 기괴한 정적 속에서

  • 짐승의 섬, 제주도 살육의 밤   17. 짐승의 시간

    주동치의 눈에 멀리 수평선을 집어삼키는 먹구름이 가득 들어왔다.‘시간이 됐다. 신이 나를 위해 무대를 준비하는군.’주동치는 담배꽁초를 갑판 바닥에 비벼 껐다. 그는 무심한 표정을 가장한 채, 손가락 끝을 품속 깊숙한 주머니 안으로 밀어 넣었다.가죽 칼집. 그 안에 잠든 것은 평범한 부엌칼 따위가 아니었다. 뼈와 살 사이 좁은 틈을 비집고 들어가 질긴 인대를 끊어내기 위해 태어난, 가늘고 긴 발골칼이었다.손끝이 칼집 위를 천천히 내리눌렀다. 얇고 예리한 칼날의 윤곽이 가죽 너머로 섬뜩하리만치 또렷하게 전해졌다. 믿기지 않을 만큼 가늘고, 집요하게 뻗은 날카로운 예기. 그는 잠시 숨을 멈추고 그 감각에 집중했다.지금 당장 칼자루를 쥐고 꺼내 든다면, 그 서늘한 칼날은 손끝의 아주 미세한 떨림조차 여과 없이 전달할 터였다. 살점을 가르는 데 불필요한 힘조차 필요치 않은, 지나치게 예민하고 오만한 흉기. 그 존재를 오롯이 통제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가슴 깊은 곳에서 도파민이 뜨겁게 끓어올랐다.서서히 주머니에서 손을 빼냈다.하지만 발골칼의 차가운 잔상은 품속 어둠 속에서 조용히 피의 갈증을 견디며 때를 기다리는 것처럼 여전히 그곳에 머물러 있었다.‘아직은 아니다.’그는 아무런 동요도 없는 평범함을 가장하여 비릿한 해무 속으로 태연히 걸음을 옮겼다.한편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느낀 도진이 휴대용 무전기를 꺼내 들었다.“이상하네, 왜 신호가 안 터지지?”“바다 한가운데잖아. 이런 일 흔하지 않나?”무심히 곁을 지나치는 주동치의 어눌한 말투와 살쾡이 같은 눈빛. 도진의 심장에 불길한 경고등이 켜졌지만, 바다가 먼저 움직였다.콰아앙—!집채만 한 파도가 질풍처럼 몰아

  • 짐승의 섬, 제주도 살육의 밤   16. 짐승의 눈

    그때 유라는 주동치의 쌍둥이 동생이 제주도 가까운 곳에서 조경 가위를 휘두르며 자신을 노리고 있다는 사실은 꿈에도 모른 채, 주동치의 행적을 좇는 데 혈안이 되어 있었다. 제주 본섬의 짐승 주동복이 모은 그 ‘피 묻은 돈’이 정보원의 손을 거쳐 유라의 목줄을 옥죄기 시작하는 순간, 비정상적인 비극의 톱니바퀴는 돌이킬 수 없이 맞물려 돌아가게 될 것이었다.제주 시내의 공기는 태풍 '하이탕'의 북상 소식에 기분 나쁘게 눅눅해진 상태였다. 내일이면 진로가 결정된다는 불확실한 예보 때문인지, 거리를 가득 메운 관광객과 현지인들의 발걸음은 평소보다 분주했다. 그 인파 섞인 소음 사이로 유라는 낡은 재킷을 걸친 채, 제주의 구석진 뒷골목들을 이 잡듯 뒤졌다.공안의 요청으로 광수대에서 확보한 정보는 단 하나. 주동치가 ‘괘도한’이라는 위조 여권으로 제주에 입국했다는 것. 놈이 어느 구석에 처박혔는지, 혹은 누구를 노리고 있는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유라의 심장은 터질 듯이 초조했다.‘괘도한… 그 짐승이 제주도에 나타났는데, 이 넓은 섬 어디에 숨어있는 거지? 관할권이니 태풍이니 하는 핑계로 발이 묶여 있는 사이, 놈은 이미 다른 제물을 사냥하고 있을지도 몰라.’유라의 이목구비는 서늘한 칼날처럼 날이 서 있었다. 땀에 젖어 목덜미에 달라붙은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며 그녀가 걸음을 옮길 때마다, 타이트한 청바지 위로 드러난 탄탄한 허벅지와 잘록한 허리가 남성들의 노골적인 시선을 끌어당겼다. 하지만 유라의 시선은 오직 행인들의 얼굴 하나하나를 스캔하며 주동치의 흔적을 찾는 데만 집중되어 있었다.“빌어먹을… 어디야, 어디 숨어있는 거야!”유라는 입술을 비릿하게 깨물었다. ‘괘도한’이라는 이름으로 예약된 허름한 숙소와 환전소들을 샅샅이 뒤졌지만, 돌아오는 것은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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