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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흠칫 놀란 그 순간, 이성준이 그녀를 가차 없이 밀쳐냈다.

그의 눈빛이 한없이 차가워졌고 말투도 증오로 가득 찼다.

“정말 파렴치한 여자야. 툭하면 끼를 부려!”

이성준은 그녀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은 채 성큼성큼 자리를 떠났다.

다만 문 앞에 다다른 이성준은 미간을 찌푸리고 좀 전에 그녀를 만졌던 손바닥을 내려다보았다.

방금 백아영을 안았을 때 증오가 아니라 마치 그날 밤처럼 익숙한 설렘이었다...

하지만 그날 밤 그 여자는 분명 백채영이었는데, 절대 비겁하고 악독한 백아영일 리가 없었다!

이성준의 발걸음 소리가 사라진 후에도 백아영은 멍하니 넋 놓은 채 그가 떠난 방향만 바라봤다. 그녀는 자신의 아랫배를 쓰다듬으며 복잡한 심경을 달랬다.

그녀는 그날 밤 그 남자가 진짜 이성준이었는지 반드시 알아내야만 했다.

만약 이 아이가 이성준의 아이라면 그녀는 절대 이혼할 수 없다!

...

다음날 백씨 일가.

백채영이 부랴부랴 계단을 내려오며 당혹감에 찬 얼굴로 말했다.

“큰일 났어요, 엄마! 글쎄 성준이가 직접 와서 아영이를 이씨 저택으로 데려갔대요! 그날 밤에 함께 잤던 여자가 백아영이란 걸 알게 됐을까요?”

그날 밤, 그들은 일부러 판을 짜서 백아영을 늙은 남자에게 보내 잠자리를 갖게 했는데 운 좋게 이성준과 잤을 줄이야.

백채영은 이성준의 외모와 재력을 노리고 그가 잠든 틈을 타 몰래 침대에 기어올라 백아영을 대신했다.

백채영의 엄마 박라희는 잠시 당황하더니 곧바로 정신을 가다듬고 그녀를 위로했다.

“쓸데없는 생각 하지 마. 어두컴컴한 밤에 이성준과 백아영은 서로 얼굴도 제대로 보지 못했는데 그리 쉽게 알아볼 리가 있겠어? 그들은...”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방문이 갑자기 벌컥 열렸다.

밖에 한창 비가 내렸는데 가랑비가 섞인 찬 바람이 훅 불어오자 순간 온몸이 오싹해졌다.

이때 마침 백아영이 얼음처럼 차갑고 싸늘한 눈빛으로 문 앞에 서 있었다.

그녀를 본 백채영은 화들짝 놀라 사색이 되었고 겁에 질린 채로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설마 다 들은 건 아니겠지?’

박라희는 겨우 마음을 다잡고 백채영의 손을 꼭 잡으며 다독였다.

그리고 앙칼진 말투로 백아영에게 쏘아붙였다.

“네가 여길 왜 와?”

백아영은 손을 꼭 잡은 두 모녀를 보더니 여전히 마음 한구석이 아팠다.

그녀는 아기 때 박라희에게 입양되어 한때는 친엄마처럼 여겼었는데 친딸 백채영을 찾아온 후로부터 백아영은 굳이 필요 없는 사람이 되어 매정하게 백씨 일가에서 쫓겨났다.

이용가치가 없으니 곧바로 버리는 그들은 애초에 백아영을 사람 취급하지 않았다!

게다가 백씨 일가에 자금난이 생기자 백아영을 속여 경포 호텔로 데려와 몸을 팔아서 돈을 얻으려고 했다.

백아영은 두 주먹을 꼭 쥐고 애써 마음을 진정하며 차분하게 말했다.

“그날 밤 그 남자, 대체 누구죠?”

박라희의 눈동자가 살짝 떨렸다.

“그 사람은 뭣 하러 찾아? 막다른 골목에 이르니 그 사람더러 책임지라고 할 셈이야?”

백아영이 머리를 끄덕였다.

“그럼요.”

“너 정말 뻔뻔스럽구나!”

이때 백채영이 당혹한 마음에 버럭 화를 냈다.

잔뜩 흥분한 그녀를 보니 백아영은 자신의 추측을 더 확신하며 일부러 비난하듯 물었다.

“왜? 날 책임지면 너한테도 영향을 미치나 봐?”

“아니, 난...”

백채영의 표정이 더욱 혼란스러워졌다.

이에 박라희가 얼른 그녀를 뒤로 끌어당겼다.

“아영이 너 그게 무슨 말이야? 네가 누구한테 책임을 묻든 우리 채영이랑 전혀 상관없어. 찾고 싶으면 직접 가서 찾아. 그 사람은 황도훈 황 사장이야!”

황도훈은 여색에 빠진 건달이라 전부터 백아영에게 찝쩍댔으니 이런 일을 저질러도 전혀 놀랄 게 없었다.

하지만 황도훈은 그날 밤 그 남자처럼 몸매가 다부진 것도 아니고 팔자 복근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

박라희가 일부러 황도훈을 앞장세우며 얼버무리자 오히려 더 의심스러웠다.

백아영은 확신에 찬 표정으로 주먹을 꼭 쥐고 한 글자씩 또박또박 말했다.

“날조하지 말아요. 절대 날 속일 수 없다고요. 그날 밤 나랑 함께 경포 호텔에서 잤던 남자가 이성준이란 걸 이미 알고 있어요!”

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열린 문 사이로 이성준의 중저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금 뭐라고 했어?”

이성준을 본 백채영은 순간 피가 거꾸로 솟을 것처럼 온몸이 벌벌 떨려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다.

‘망했어, 다 망했단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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