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9화

이성준은 어두운 얼굴로 서늘한 기운을 내뿜었다. 그는 얼음장처럼 차가운 표정을 지은 채 라이트 클럽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

백아영이 있다는 룸에 도착하자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발로 문을 뻥 차버렸다.

이내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문짝이 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

룸 안에서 오재문은 속옷에 한쪽 다리를 끼고 있었고, 백아영은 반대편에서 가방을 챙기고 있었다.

이는 누가 봐도 정사를 마친 후의 광경이었다.

안 그래도 언짢은 이성준의 기분이 순식간에 바닥을 쳤다. 사실 클럽에 도착하기 전까지만 해도 단지 오해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제 백아영이 얼마나 더럽고 끔찍한 여자인지 두 눈으로 직접 목격하게 되었다.

방탕한 성격은 아무리 타일러도 결국 고쳐지지 않았다!

“성, 성준아?”

백아영은 어안이 벙벙한 채 그를 바라보았다. 대체 여기에는 왜 갑자기 나타났단 말이지?

게다가 지금 이 상황은...

속옷을 반쯤 걸쳐 입은 오재문을 본 그녀는 머리털이 쭈뼛 서는 느낌이 들었다.

“성준아, 절대 오해하지 마. 저 사람이 서지 않는다고 해서 나한테 치료해달라고 부탁했을 뿐이야. 봐봐, 치료할 때 쓰는 은침도 있잖아? 방금 치료를 끝냈거든...”

백아영은 은침을 꺼내 이성준에게 보여주었지만 이성준은 ‘탁’ 쳐내면서 그녀의 손목을 덥석 붙잡고 밖으로 질질 끌어내 곧장 차에 태웠다.

이성준은 차갑기 그지없는 말투로 명령했다.

“출발해, 본가로 가.”

그 말을 들은 백아영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이 타이밍에서 본가에 찾아가 이영철을 만난다면 이혼밖에 더 있지 않겠는가! 이성준의 와이프라는 신분을 박탈당하는 순간 이성준은 그녀를 죽이고도 남을 것이다.

“성준아, 나 진짜 치료만 해줬다니까? 바람피우지도 않았고, 가문에 먹칠하는 짓도 안 했어! 다짜고짜 이러는 건 좀 아니잖아!”

“다짜고짜?”

이성준이 냉소를 지었다.

“백아영, 지금 내 눈으로 똑똑히 봤는데 결백을 증명할 수 있겠어?”

“당연하지! 요즘 발기부전을 치료하기 위해 오재문이 여기저기 수소문하러 다닌다는 거 조사해 보면 다 나오잖아. 서지도 못하는 남자가 내 앞에서 발가벗어 봤자 뭐 할 수나 있겠어?”

백아영은 급히 휴대폰을 꺼내 은행 어플에 들어가 이성준에게 건넸다.

“도무지 치료할 방법이 없으니까 나한테 찾아온 거야. 봐봐, 방금 입금한 치료비야.”

잔액을 확인한 이성준은 안색이 더욱 싸늘해졌고, 비아냥거리는 어조로 말했다.

“백아영, 어쩌면 입만 열면 거짓말할 수 있어?”

백아영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휴대폰을 들여다보자 날벼락을 맞은 기분이 들었다.

잔액은 고작 천원일 뿐, 오재문이 방금 그녀에게 이체한 4천만 원은 감쪽같이 사라졌다.

‘돈이 어디 갔지?’

백아영은 발을 동동 굴렀다. 그제야 오재문에게 속았다는 생각이 문득 떠올랐다.

오재문은 그녀를 속이기 위해 이체하는 시늉만 했던 것이다.

이 빌어먹을 쓰레기 같은 놈!

백아영은 오재문을 죽이고 싶은 심정마저 들었다. 하지만 당장은 이성준한테서 어떻게 살아남는지가 더 시급했기에 그의 손을 덥석 붙잡고 애원하기 시작했다.

“성준아, 제발 다시 한 번만 기회를 줘. 오재문이 발기부전을 치료하고 있다는 사실은 조사해보면 금방 알 수 있을 거야.”

말랑말랑한 작은 손이 닿는 순간 그는 찌릿하고 감전된 느낌마저 들었다.

하지만 얼굴만큼은 먹구름이 잔뜩 드리웠다.

물론 기회를 안 준 건 아니었다. 하지만 백아영은 계속해서 밖으로 싸돌아다니면서 바람피우고 반성할 기미가 보이지 않았으니, 그의 마지노선을 몇 번이고 건드린 셈이었다.

“너한테 기회를 주는 것조차 아까워.”

이성준은 극도로 혐오하는 얼굴로 그녀의 손을 쳐냈다.

Bab terkait

Bab terbaru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