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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0화

Author: 리치 사랑
“전에는 내가 이간질에 속아서 정신을 못 차렸는데 이제 알 것 같아. 오늘 이렇게 온 것도 너의 용서를 구하고 싶어서야.”

두 사람이 회사 로비에서 큰소리를 내니 주변에는 어느새 사람이 가득 모여 섰고 사정을 모르는 사람들은 손뼉을 치며 부추기기까지 했다.

“받아줘요. 받아줘요.”

주변 사람들이 바람을 넣자 서진우의 입이 귀에 걸렸다. 사실 바람 잡는 사람 중에 그가 돈을 주고 데려온 사람도 있었다. 여론의 힘으로 강압을 넣으면 안다혜가 받아주지 않고는 못 배길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여기는 태안 그룹 앞이었기에 자칫 잘못 처리했다가 회사 주식에 영향 주기라도 하면 잃는 게 더 많았다.

이런 얄팍한 수단으로 안다혜의 목숨줄을 잡았다고 생각한 서진우는 도박을 걸었다. 안다혜의 성격을 잘 알았기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보는 앞에서 그의 체면을 깎아내리지는 않을 거라고 여긴 것이다. 서진우가 아는 안다혜는 담이 작고 나약할뿐더러 그가 화내는 걸 끔찍이 두려워하는 사람이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는데 거절할 리가 없지.’

하지만 그 현실이 그의 뺨을 거세게 후려쳤다. 정말 그 어떤 과장도 들어가지 않은 말 그대로 싸대기였다. 안다혜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서진우의 귀뺨을 내리친 것이다.

머리가 돌아간 서진우의 얼굴엔 미처 거두지 못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한참 지나서야 정신을 차린 서진우는 고개가 돌아간 대로 그가 데려온 바람잡이 꾼들과 눈이 마주쳤다.

‘아니, 이게 맞아?’

“안다혜. 죽고 싶어서 환장했어?”

서진우가 반격하려는데 안다혜가 막는 바람에 꼼짝달싹할 수 없었다. 사람들의 시선을 느낀 서진우는 표정이 점점 굳어졌다.

“이거 놔. 안다혜. 도대체 뭐 하자는 거야?”

서진우는 사람들이 들으면 이미지에 금이 갈 것 같아 그러는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지만 안다혜는 들리지 않는 척 이렇게 반박했다.

“그 말은 내가 해야 맞지 않아?”

서진우가 의아한 표정으로 안다혜를 바라봤다.

“그게 무슨 말이야?”

“내 말은 바람잡이 꾼들을 모아서 출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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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정우는 윤해준의 지시에 따라 자재 업체 황 대표를 찾아갔다. 황 대표는 오정우를 본 순간 안다혜가 보낸 사람인 줄 알고 기분이 언짢아졌다.‘분명 전에 얘기했는데 왜 또 귀찮게 구는 거지?’황 대표의 본명은 황건명이다. 이름은 촌스러울지 몰라도 민성에서 오랫동안 사업하면서 많은 인맥을 쌓은 터라 아는 사람도 꽤 많았기에 자재 업계에서는 그의 체면을 봐주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황건명이 언짢은 표정으로 오정우를 바라봤다.“태안 그룹에서 보냈나요?”“더는 만나지 않겠다고 했는데 왜 자꾸 사람을 보내는 거예요. 몇 명을 보내든 내 생각은 변하지 않아요.”황건명은 껌딱지처럼 찰싹 붙어서 떨어지려 하지 않는 태안 그룹이 너무 싫었다. 게다가 먼저 신뢰를 깬 건 저쪽인데 자재 업체가 그 잘못을 떠안을 수는 없었다.오정우는 딱딱하게 나오는 황건명을 태안 그룹에 대한 그의 오해가 얼마나 깊은지 알아챘다. 이런 상황에 양측에게 필요한 건 오직 소통뿐이었다.“저는 태안 그룹에서 나온 사람이 아닙니다.”이 말에 황건명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말했다.“그게 무슨 말이에요?”오정우도 더는 돌려서 말하지 않고 풍산 그룹 사원증을 꺼냈다. 사실 황건명은 오정우가 꺼내봤자 별로 쓸모 있는 물건은 아닐 거라는 생각에 대수롭지 않은 표정을 지었다가 사원증에 박힌 “풍산”이라는 두 글자를 보고는 언성이 높아졌다.“풍산 그룹에서 나왔어요? 윤씨 가문의 그분이 이끄는 풍산 그룹?”오정우가 사원증을 도로 넣었다. 황건명의 반응은 이미 예상한 것 같았다.“황건명 씨, 이제 대화할 생각이 좀 드나요?”오정우가 턱을 살짝 들고 오만한 표정으로 황건명을 바라봤지만 후자는 조금도 신경 쓰지 않았고 오히려 풍산 그룹 비서를 만난 것에 흥분했다.“오 비서님, 무슨 일로...”황건명이 말을 흐렸지만 오정우는 그게 무슨 뜻인지 잘 알고 있었다.“사실 부탁드릴 일이 있습니다.”“아유, 무슨 그런 말씀을.”“부탁”이라는 말에 황건명은 가시방석에라도 앉은 기분이었다. 전설 같은 풍산 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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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서는 이 상황을 헤쳐나갈 방도가 조금도 생각나지 않았다. 안다혜도 고개를 저었다.“나도 잘 모르겠어요. 이제 할 수 있는 건 운을 믿어보는 것뿐이에요.”“다른 건 몰라도 이 회사의 주요 책임자들을 찾아서 어떻게 된 건지 확인해 봐야죠. 그냥 삭제했다고 말하지는 않을 거 아니에요.”비서는 안다혜의 말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해 고개를 끄덕였다. 안다혜는 리스트에 적힌 사람을 가리키며 이렇게 말했다.“황 대표가 이 문제의 관건이에요. 사람을 쏘려면 먼저 그 말을 쏘라고 자재 업체의 ‘황제’부터 잡아야만 다른 것도 따라서 해결되지 않겠어요?”안다혜는 어리둥절한 비서의 표정을 보고 더 설명하지 않고 이렇게 말했다.“회사로 찾아가서 기다리는 수밖에 없어요. 다른 건 닥치는 대로 해보자고요.”비서가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안다혜가 하고자 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들어가는지 알았기 때문이다.“대표님, 그러면 바로 본사로 들어가실 건가요?”안다혜가 고개를 끄덕였다.“그 방법밖에는 없겠네요. 연락이 안 되니 이렇게 마냥 기다리는 것도 방법은 아니잖아요.”“네. 회장님께는 제가 잘 말씀드릴게요.”비서가 친절하게 말했다. 상급인 안다혜가 잘나가야만 비서의 앞길도 창창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젠 비서도 안다혜의 방식에 적응한 상태였다.안다혜가 가방을 들고 사무실을 나가려다 이렇게 말했다.“앞으로 누가 날 찾아오면 그게 누구든 거절해요. 체결해야 하는 계약서가 있으면 내게 보내서 확인하고요.”비서가 알겠다고 대답했다.“네. 그러면 조심해서 다녀오세요.”“네. 걱정하지 말아요. 나도 다 생각이 있어요.”안다혜가 이렇게 말하고는 가방을 들고 사무실을 나섰다. 이 대표들이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러는지 확인해 보고 싶었다.비서도 안다혜의 사무실을 자세히 주시하며 누군가 문을 두드리면 대표님이 바쁘니 무슨 일이 있으면 대신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다행히 대부분 사람은 이 말에 순순히 돌아갔다.안다혜는 그 대표들이 있는 회사로

  • 차가운 남편은 알고 보면 여우   제211화

    안다혜는 그런 두 사람이 그저 재밌었다. 대충 끼니를 때운 안다혜는 바로 태안 그룹으로 향했다.가는 길에 태안에 납품하던 업체들이 떠올랐다. 상황이 점점 심각해지는데 더는 미뤄서는 안 될 것 같았다. 안다혜는 미룰 수 있어도 풍산 그룹 프로젝트는 미룰 시간이 없었다. 안다혜 혼자만의 프로젝트도 아니고 모든 사람이 함께 노력한 결과였기 때문이다.차를 지하 주차장에 세운 안다혜가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지금 상황에서는 일단 납품 업체를 만나 위로를 건네는 게 최우선이었다.하지만 사무실에 도착해보니 사태의 발전은 이미 안다혜의 예상을 많이 빗나가 있었다. 업체를 만나 밥을 먹으며 대화를 나눌 생각이었는데 어느 업체라 할 것 없이 다 그녀의 연락처를 차단했고 전화도 받지 않았다.이에 넋을 잃은 안다혜는 한참 멍해 있었다. 문자를 보내도 친구가 아니라고 뜨는 알림창을 보며 전에는 토론할 여지를 보이던 업체들이 왜 갑자기 지나칠 정도로 매정하게 나오는지 궁금해졌다.안다혜가 업체들을 찾아가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확인하려 했다. 비즈니스적으로 엮인 사이는 그렇게 쉽게 끝나는 게 아니었다. 이 바닥에서 장사하는 사람들은 돌고 돌아 결국 그 사람들인데 너무 매몰차게 끊어내면 피차 좋을 게 없었기 때문이다.그때 밖에서 급박한 노크가 들려왔다. 순간 눈꺼풀이 세게 뛴 안다혜는 마음이 불안해지기 시작했다.“들어와요.”비서가 다급한 표정으로 A4 용지를 한 다발 들고 들어오더니 안다혜에게 내밀었다.“대표님, 한번 확인해 보세요. 어떻게 된 일인지 이 회사들이 아침 댓바람부터 협업을 중단하겠다고 팩스를 보내왔어요.”“그 회사에 소속된 비서들도 약속이라도 한 듯 저를 삭제했고요.”이 말에 안다혜의 표정이 어두워졌다.“나도 그래요. 팩스를 보내온 회사의 사장님들이 나를 삭제했는데 무슨 상황인지 모르겠어요.”안다혜의 표정도 매우 어두웠다. 이제 누군가가 뒤에서 상황을 조종하고 있다는 게 더 분명해졌다. 아니면 동시다발적으로 이렇게 많은 일이 터질 리는 없었다.비서는

  • 차가운 남편은 알고 보면 여우   제210화

    윤해준은 안다혜가 한 말에 몸이 후끈 달아올랐지만 안다혜는 자기가 원하는 게 뭔지 잘 알았다. 더는 참기 힘들었던 윤해준은 안다혜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먼저 입을 열었다.“다정아, 우리 언제 시작할까?”“요즘 수고 많았어.”윤해준의 말에는 다른 뜻이 숨겨져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안다혜가 몸을 돌렸을 때는 조금 전 밖에서 봤던 웃음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후였다.“아까는 농담이었어요.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마요.”안다혜가 앞으로 팔짱을 낀 채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윤해준이 화낼 게 뻔했지만 달리 방법이 없었다. 오만한 한유라를 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농담”이라는 안다혜의 말에 윤해준은 바로 어떻게 된 일인지 알아챘다.“그러니까 한유라를 약 올리기 위해서라는 거지?”이 말을 하는 윤해준은 온몸으로 차가운 기운을 뿜어냈고 독수리와도 같은 눈매로 안다혜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마치 안다혜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당장이라도 덮쳐서 물어뜯을 것처럼 말이다.안다혜가 두 팔을 벌리며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알고 있으면 되지 뭘 굳이 얘기해요. 샤워하러 갈게요.”한유라를 약 올리기 위해 안다혜도 많은 희생을 무릅썼다. 안방에서 윤해준과 함께 자야 하니 말이다. 이제 안다혜는 어떻게 윤해준의 얼굴을 마주해야 할지 몰랐다. 이렇게 하는 게 도덕적이진 않지만 카멜레온 같던 한유라의 얼굴만 생각하면 속이 다 후련했다. 그래서 그런지 샤워하러 향하는 안다혜의 걸음이 매우 가벼웠다.안다혜가 떠난 자리에 덩그러니 남은 윤해준은 뒷모습이 어딘가 외로워 보였지만 안다혜는 그런 것 따위 신경 쓰지 않았고 샤워를 마치면 소파에서 잘 생각이었다.윤해준은 그런 안다혜를 한참 동안 물끄러미 쳐다보다 결국 협조하기로 했다. 와이프니까 하자는 대로 해줄 수밖에 없었다.침대맡에 앉아 자료를 조금 훑어보던 윤해준은 안다혜가 샤워를 마치고 나오자 자리에서 일어났다.“샤워하러 갈게.”“소파에서 자지 말고 침대에서 자.”윤해준은 남은 말을 하기가 싫었는지 잠깐 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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