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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5화

Author: 리치 사랑
서진우의 이용 가치가 사라지기 전까지 떠날 생각이 없었던 심서아가 서진우를 끌어안으며 품에 기댔다.

“됐어. 진우야.”

“너를 만난 것만 몇 년인데 설마 아직도 네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겠어?”

서진우는 그런 심서아가 마음이 아팠다.

“네가 어떤 사람인지 아니까 명분을 주려는 거야.”

“나는 지금 네게 어떤 존재야?”

심서아가 고개를 들어 심사하는 듯한 눈빛으로 서진우를 바라봤다. 벙찐 서진우는 심서아의 진지한 표정을 보며 흠잡을 데 없이 예쁜 안다혜의 얼굴을 떠올렸다. 하지만 서진우는 이내 그런 생각을 하는 자신을 원망했다. 한마음 한뜻으로 그를 바라보는 여자를 앞에 두고 그를 감옥에 처넣으려는 여자를 생각하고 있으니 말이다.

‘나 이렇게 모자란 사람이었나?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린 거야? 왜 아직도 그 여자를 잊지 못해서 안달인 건데?’

심서아는 망설이는 서진우를 보며 바로 무슨 뜻인지 알아챘다. 서진우는 진심으로 만나려는 게 아니라 편하게 써먹을 이유를 만들려는 것 같았다.

‘진심은 개뿔. 그냥 잠시 내 마음을 안정시키려는 것뿐이지.’

심서아는 그런 서진우가 정말 너무 우스웠지만 겉으로는 조금도 티 내지 않고 이렇게 다독였다.

“됐어. 나 위해서 그런다는 거 알아.”

“시간도 많은데 조급할 이유가 뭐가 있다고. 난 그냥 네 곁을 지키면서 언젠가 너희 부모님의 인정을 받고 떳떳하게 네 옆에 서고 싶을 뿐이야. 너의 부속품이 아닌 나로 말이야.”

“그러니까 서두를 필요 없어. 천천히 가자.”

이 말에 서진우는 크게 감동해 심서아의 얼굴을 두 손으로 받쳐 들고 눈물을 글썽였다.

“난 운이 참 좋은 것 같아. 어떻게 너라는 여자를 만났을까?”

심서아가 부드럽게 웃었다.

“걱정하지 마. 앞으로도 쭉 네 옆에 있을게. 인정을 받기까지 얼마나 오래 걸릴지, 얼마나 힘들지 모르지만 그래도 떠나지 않겠다고 약속해.”

심서아는 본인이 직접 말하고도 토할 것 같았다. 전에는 이렇게 거짓말을 잘하는 줄 몰랐는데 이제는 입만 벌리면 술술 나왔다. 심서아의 속마음을 알 리가 없는 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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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연 가족을 버릴지 의문이었다.“잊... 잊은 적 없어요.”서진우는 서동욱의 얼굴을 바라볼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살면서 누린 모든 것들이 서림 그룹 덕분이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았기 때문이다. 서림 그룹이 없으면 서진우도 그저 티끌에 불과했다.심서아는 서진우의 말에 입가에 씁쓸한 미소가 걸렸다.‘그래. 진작 알았어야 하는 건데. 서진우가 서씨 가문이 준 부와 명예를 포기할 리가 없지. 지금 누리고 있는 모든 것들이 다 서림 그룹에 온 것들인데 그룹과 가문을 떠나면 서진우는 아무것도 아닌 게 되잖아.’서진우는 이미애에게 구원의 손길을 내밀었지만 이미애는 그런 그가 한심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에 서진우는 자신이 정말 크게 잘못했음을 알고 반사적으로 심서아를 힐끔 쳐다봤다. 빨개진 심서아의 눈시울을 본 순간 서진우는 벼락이라도 맞은 것처럼 정신이 번쩍 들었다.‘그래. 서아야말로 슬럼프를 겪고 있는 내 옆을 지킨 여자야. 어떻게 아버지, 어머니의 말만 듣고 내 잘못을 인정하겠어. 사랑하는 여자와 함께하고 싶은 마음이 뭐가 잘못됐다고.’서동욱이 콧방귀를 뀌었다.“잊지 않았다는 놈이 또 이 여자와 어울려?”“진우야, 뭘 잘못했는지는 알지?”이미애도 서진우를 달래려 했다.“진우야, 아버지 말 듣고 그만둬.”“이 여자는 우리 가문에 어울리지 않아. 엄마가 마땅한 여자를 찾아줄 테니까 걱정하지 마. 네가 좋아할 만한 여자로 찾아줄게.”심서아는 자존심이 뭉개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당사자를 앞에 두고 두 사람이 대놓고 이렇게 말할 줄은 몰랐다. 이러는 걸 봐서는 앞으로 서진우와 만난다 하더라도 축복은커녕 욕만 먹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심서아가 원하는 건 오직 서씨 가문의 돈과 권력뿐인데 두 사람이 이렇게 나오면 더 견지할 의미가 없었다.“아버지.”서진우가 갑자기 소리를 지르자 지켜보던 사람들이 깜짝 놀랐다. 심서아도 서진우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몰라 덩달아 고개를 드는데 서진우가 주먹을 꽉 움켜쥐고 목에 핏대를 세우며 말했다.“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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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진우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알았어.”서진우는 심서아의 말에 감동했는지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말했지만 심서아는 그런 서진우가 내키지 않았다.‘전에는 왜 몰랐을까. 이 남자가 생각보다 더 구슬리기 쉽다는걸.’그저 생각 없이 던진 말에도 서진우가 함부로 감동하니 우스울 수밖에 없었다. 심서아가 배를 만지며 서진우에게 애교를 부렸다.“진우야. 나 배고파. 밥 먹으러 가자.”“그래.”자리에서 일어난 서진우가 심서아의 얼굴에 부드럽게 뽀뽀하고는 안고 샤워하러 갔다. 이런 대우를 받아본 건 처음이라 심서아는 살짝 적응하기 힘들었다. 안다혜 앞에서는 어떻게든 체면을 차리려 했지만 뒤에서는 사실 별로 대접받지 못했다. 솔직히 말하면 서진우가 늘 그녀를 안다혜와 비긴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럴 때면 심서아는 서진우가 자신을 사랑하는 게 아닌 안다혜와 비교하기 위해 옆에 둘 뿐이라고 생각했다. 서진우의 감춰진 속내를 꿰뚫어 본 후로 심서아가 서진우에게 바라는 건 돈밖에 없었다.정리를 마주치고 아래층으로 내려가던 서진우와 심서아는 마침 들어오는 서씨 내외와 딱 마주치고 말았다. 두 사람 모두 표정이 별로 좋지 않았다. 가슴이 철렁한 서진우는 왠지 모르게 자꾸 불안해져 심서아를 뒤로 숨기며 어색하게 말했다.“아버지, 어머니, 집에 계셨네요?”심서아는 서진우의 행동에 눈빛이 살짝 변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내가 그렇게 내놓기가 민망한가? 이 집에 나타난 것만으로도 당황할 만큼? 그럴 거면 애초에 왜 데려온 거지? 오기 전부터 이런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걸 미리 알아챘어야지.’하지만 생각은 생각일 뿐 내뱉을 수는 없었다.“흥. 숨긴다고 숨겨지니? 여자를 데려온 것도 모를 만큼 늙지는 않았어.”서동욱은 심서아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고 서진우를 차가운 눈빛으로 쏘아봤다.‘진지한 사이는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집까지 데려온 걸 보면 이 여자도 보통은 아니네.’서동욱이 이상한 낌새를 눈치챘다.‘진우 이놈이 진심인 것 같은데?’그게 아니면 굳이 숨기면서까지

  • 차가운 남편은 알고 보면 여우   제39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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