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뒤에서 보이는 거대한 뒷모습이 다소 쓸쓸해 보였다.“출장 다녀오면 나한테 말해. 나중에야 네가 돌아왔다는 걸 알게 되는 일이 없도록.”심서아는 전화 너머로 재빨리 대답했다.“그건 걱정하지 마, 꼭 말할게.”서진우는 전화를 끊으며 심서아에게 몸조심하라고 당부했다.심서아를 믿었기에 서진우는 더 이상 말을 꺼내지 않았다.게다가 그동안 심서아가 서러움을 겪었던 것도 맞고 서진우도 미안한 점이 있었기에 더 이상 그녀를 추궁하지 않았다.어차피 심서아가 출장에서 돌아올 때쯤 물어봐도 별 차이는 없었다.서두를 게 없었기에 나중으로 미루면 그만이었다.서진우의 마음이 예전과 달라졌기에 심서아에 대해서도 미안한 마음이 생겼다.그래서 심서아를 진지하게 의심하지 않았다.어딘가 이상하긴 해도 전부 일로 받은 스트레스 탓으로 돌렸다.차라리 심서아가 돌아온 후에 그다음 계획을 세우기로 했다.지금으로선 이 정도밖에 확신할 수 없었고 나중에 심서아의 태도가 어떤지도 지켜봐야 했다.서진우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만약 과거 부모님이 심서아에게 강경한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면 그도 심서아를 이렇게 대하지 않았을 것이다.미안한 마음과 아버지가 빨리 심서아를 인정해 주길 바라는 마음에 열심히 노력했다.서진우는 심서아의 말을 믿기로 하고 차에 시동을 걸어 집으로 돌아왔다.한편 심서아는 전화를 끊자마자 한문수에게 울먹이며 호소했다.“아까 정말 놀라서 죽는 줄 알았어요. 만약 들키면 우린 어떡해요?”한문수는 손을 들어 심서아의 허리를 감싸고 살며시 두어 번 토닥이며 달랬다.“괜찮아, 두려워하지 마. 어차피 다 예상했던 일이야.”한문수는 마치 모든 걸 손에 쥐고 있는 듯한 태도로 서진우를 두려워하는 기색이 전혀 없었다.심서아도 조금 안심이 되긴 해도 완전히 마음이 놓이지는 않았다.“서진우가 의심하기 시작한 건 아닐까요?”한문수가 고개를 저었다. “아닐 거야. 우리 둘은 여태 조심스럽게 행동했잖아.”심서아도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렇긴 한데 당신은 서진우
심서아는 다소 의아해했다. ‘서진우가 왜 이런 이상한 질문을 하는 거지?’앞뒤가 안 맞는 말만 늘어놓으니 시간만 낭비하고 있었다.하지만 한문수는 여전히 심서아에게 함부로 말하지 말라는 신호를 보냈다.서진우라는 남자가 두렵지는 않아도 심서아와 보통 사이가 아닌 데다 지금 자신이 심서아와 뒹굴고 있으니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외부 사업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해결하면 그만이긴 해도 시간을 낭비하는 게 문제였다.바로 그런 이유로 한문수는 최대한 문제가 생기지 않길 바랐고 그래서 계속 심서아의 손을 잡은 채 함부로 말하지 못하게 했다.한문수가 좋아하는 말을 잘 듣는 여자이지 시간 낭비하게 만드는 여자가 아니었다.수상쩍었던 서진우의 말투가 이번에는 다소 답답하게 들렸다.“그런데 집 비밀번호는 왜 바꿨어?”심서아의 예쁜 눈동자가 살짝 동그랗게 커졌다. 옆에 있는 한문수를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에는 당황함이 잔뜩 묻어났다.그녀는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소리 없이 물었다.지금의 한문수는 마치 지푸라기와 같았다.살기 위해서 잡을 수 있는 건 뭐든지 꼭 붙잡아야 했고 놓치고 싶지 않았다.한문수의 머릿속에서도 재빨리 해결책이 떠올랐다. 망설임 없이 바로 문자를 입력해 심서아에게 알려주었다.심서아의 마음도 순식간에 안정을 되찾았다.그녀는 휴대폰 화면에 적힌 글자를 따라 한 글자 한 글자 말했다.“우리 집 도어락? 누가 마음대로 오라고 했어?”서진우는 순간 당황했다.‘적반하장도 유분수지. 게다가 애초에 심서아 네가 잘못한 거잖아.’“왜 그래? 이 별장은 애초에 내가 너에게 준 거잖아. 난 와서 살펴볼 권리도 없는 거야?”서진우는 기가 막혀 말투에도 전처럼 장난기가 묻어있지 않았다.한문수는 심서아에게 우선 서진우를 진정시킨 다음 절대 당황하지 말라고 손짓했다.당당한 태도를 보이면 잘못한 건 오히려 상대가 되니까.기선 제압이 중요했다.심서아의 어투에 억울함이 묻어났다.“그런 뜻이 아니라 처음에 나 살 곳 마련해주려고 여길 준 거잖아. 하지만 아버
상대는 한참 동안 기다린 끝에야 전화받았다.“여보세요. 무슨 일이야?”심서아의 목소리에는 뚜렷한 피로감이 묻어났다.그 순간 서진우는 바로 알아챘지만 태연하게 물었다. “서아야, 지금 어디야?”“또 작업실로 찾아온 거야?”심서아의 말투에는 명백한 짜증이 묻어났고 마치 서진우의 전화를 매우 불쾌하게 여기는 듯했다.정신을 차린 덕분에 서진우는 그 감정을 분명하게 알아챘다.“왜, 난 널 보러 오면 안 돼?”웃음기를 머금은 채 뱉는 말은 평소와 다를 바 없어 그 속에 담긴 다른 뜻을 알아차릴 수 없었다.게다가 심서아는 막 거사를 치르고 난 뒤라 머리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았다.옆에 있던 한문수는 심서아의 다급한 어투를 듣고 진정하라는 듯 그녀의 어깨를 토닥였다.조급해할수록 빈틈을 드러내고 상대가 이상한 낌새를 알아차리기 쉬웠다.일이 생기면 반드시 침착해야 한다.이것이 한문수가 수많은 일을 겪으며 배운 교훈이었다.심서아는 한문수의 뜻을 알아차리고 차분해졌다.하지만 서진우는 이미 알아차리고 아무 말 없이 심서아의 대답을 기다렸다.심서아는 이내 웃으며 말했다.“그럴 리가. 진우야, 그런 뜻이 아니야. 네가 와줘서 정말 기뻐.”“지금 작업실에 있는 거야?”서진우는 알아서 심서아를 위해 이유를 찾아주려는 듯 말을 꺼냈다.한문수는 옆에서 뭔가 이상함을 감지하고 가늘고 긴 눈매에 의아한 기색이 스쳤다.‘서진우가 심서아가 말하도록 유도하는 것 같은데?’게다가 덧붙여 몰아붙이는 게 어딘가 수상했다.한문수가 심서아에게 힌트를 주려던 찰나 그녀가 벌써 입을 열었다.“작업실 아니야. 나 찾아오지 마.”서진우는 무심한 듯 말했다.“아, 그럼 어디 갔는데?”심서아는 눈썹을 찌푸렸다.“내가 어디 가든 네가 왜 간섭해? 그건 내 자유 아니야?”서진우는 가볍게 웃었다.“당연히 알지. 서아야, 난 그냥 궁금해서 물어본 거야. 너도 알다시피 한동안 널 못 봐서 정말 그리웠거든.”서진우의 말을 듣고 심서아는 조금 머쓱했다.어색하게 한문수를 돌아봤지
안다혜는 몸에 느껴지는 힘에 윤해준이 또다시 그녀를 잃을까 봐 두려워하는 줄 알았다.그래서 가볍게 윤해준의 손을 토닥이며 위로했다.윤해준은 속으로 살짝 웃음이 났다. 안다혜의 행동이 무슨 뜻인지 잘 알았다.하지만 정작 자기가 무엇을 걱정하고 두려워하는지는 윤해준 본인밖에 몰랐다.‘언젠가 들키게 된다면 어떻게 다혜에게 설명해야 할까...’차라리 나중에 적절한 기회를 찾아 직접 털어놓는 게 낫겠다고 생각하며 윤해준은 속으로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앞에 있는 안다혜는 윤해준의 온기를 느끼며 오히려 편안히 잠들어 있었다.지금 이 순간, 누군가는 안정을 느끼고 누군가는 불안해하며 또 누군가는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한편.서진우는 하루 종일 바쁘게 지내다 심서아를 만나러 왔지만 그녀는 작업실에 없었다.마음속엔 의문이 스쳤다.‘요즘 왜 이렇게 날 피하는 거지?’맞다. 피하는 것이었다.이 점은 서진우도 이미 눈치챘다.어디로 찾아가든 상대는 항상 각기 다른 핑계를 대며 그를 피했다.배가 아프다거나, 입맛이 없다거나, 생리가 왔다는 등 말이다.서진우는 심서아가 생리한다는 말에 돌봐주겠다고 했지만 상대는 단호히 거절했다. 그때 서진우는 그녀의 말투가 뭔가 이상하다는 걸 눈치챘다.왠지 모르게 숨소리가 가쁘게 들렸다.번마다 의문을 제기했지만 심서아는 난방을 너무 세게 틀어 더워서 그렇다거나, 요가해서 너무 힘들다면서 그럴듯하게 둘러댔다.서진우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분명 태안 그룹을 상대하라고 시킨 건 심서아인데 이제 막 성과가 보이기 시작할 때 같이 기쁨을 나눌 상대가 사라졌다.그 생각을 하니 서진우의 마음속엔 우울함이 밀려왔다.그는 곧장 심서아의 집으로 향했다. 그녀를 찾아가기로 마음먹었다.집 앞에 도착한 서진우는 비밀번호를 입력해 들어가려 했지만 도어락에서 몇 번이나 틀렸다는 경고음이 흘러나왔다.서진우는 그 자리에 굳어버렸다.들리는 경고음에 자리에 선 채 발을 떼지 못했고 충격에 빠져 말도 나오지 않았다.“이게 무슨 뜻이지?”서진우는
더 말하면 안다혜의 발목을 잡는 것밖에 되지 않았다.“알겠어.”윤해준이 진지하게 말했다.“하지만 무슨 일이 생기면 꼭 나에게 말해야 해. 나는 항상 네 편이야.”안다혜는 윤해준의 마음을 잘 알았고 그 말이 무슨 뜻인지도 알아차렸다.마음에 따스한 온기가 감돌며 얼굴에 머금었던 미소가 더욱 선명해졌다.“네, 걱정하지 말아요.”이런 좋은 사람을 곁에 둘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안다혜는 이미 만족스러웠다.더 바랄 것도 없었다. 단지 두 사람이 오래오래 함께할 수만 있다면 그걸로 충분했다.그 외에는 정말로 바랄 게 없었다.다만 앞으로의 나날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는 알 수 없었다.그 생각을 하던 안다혜가 갑자기 윤해준을 바라보며 말했다.“해준 오빠, 내가 바라는 건 앞으로 무슨 일이 생겨도 나한테 숨기지 않는 거예요.”그 말을 듣고 윤해준은 순간 당황했다.안다혜가 왜 갑자기 이런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앞서 나눈 대화와 아무런 연관이 없는데?’“다혜야, 갑자기 왜 이런 말을 하는 거야?”윤해준은 손을 단단하게 잡은 채 안다혜가 자신의 감정을 눈치채지 못하도록 애썼다.정작 마음이 극도로 혼란스러운 상태라는 걸 그 본인만이 알 것이다.안다혜가 이런 이야기를 꺼냈다는 건 분명 뭔가를 알아차렸다는 의미가 아니겠나.갑작스럽게 이런 얘기를 꺼내니 그로서는 정말 이해할 수 없었다.안다혜는 예쁜 눈을 가늘게 뜨고 윤해준의 긴장한 모습을 바라보며 마음속에 의심의 씨앗을 심었다.“해준 오빠, 그냥 하는 말이에요.”안다혜는 웃으며 말했다.“왜 그렇게 긴장해요?”윤해준도 입꼬리를 올리며 속으로 살며시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긴장한 게 아니라 그냥 갑자기 이상해서 그래. 나한테 무슨 일이 생기면 꼭 말할 거야.”윤해준은 여전히 자신의 정체를 밝히지 않았다.안다혜의 기대에 찬 시선을 바라보며 아직 때가 이르다고 생각했다.감히 무모하게 덤빌 수도, 확신할 수도 없었다.‘사실대로 말하면 다혜가 어떤 반응을 보일까?’불확실한 일인 만큼 윤
만국에서는 남의 손아귀에 잡혀 있었고 무엇보다 마음을 터놓을 만한 지인도 없었다.한성한은 안소현이 말을 멈추자 분명 타협한 거라고 생각했다.조금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더 이상 말을 이어가지 않았다.그건 상대의 선택이었다.뭐가 됐든 이 일에 대해 알아냈으니 맡은 바 임무도 끝낸 셈이었다.‘시간만 계속 끌면 다른 일은 못 하잖아. 그건 시간 낭비지.’주태빈도 이젠 안소현을 마주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속으로 한숨 돌렸다.최근 들어 깨달은 건 이 여자 앞에선 아무리 똑똑한 자기 머리도 소용이 없다는 점이었다.본래 의도한 건 아니었다.처음엔 안소현을 그저 동경했고 불쌍하게 여기기도 했다. 하지만 뒤로 갈수록 마치 이 여자의 함정에 걸린 듯 뭔가 뜻대로 되지 않았다.괜히 여기서 일을 망칠 바엔 보내는 게 나을 것 같았다.하지만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 구석에 있던 허종혁의 얼굴에 스쳐 지나간 어두운 그림자를.그는 천천히 주먹을 꽉 쥐고 안소현을 노려보는 눈빛에 증오가 흘러넘쳤다.저 여자를 절대 놓아주지 않을 것이다.그렇게 안소현과 허종혁 두 사람은 화국 교도소로 송환되어 현지 법에 따라 죗값을 받게 되었다....한편 안다혜와 윤해준의 삶도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두 사람은 별장에서 함께 살게 되었고 따로 방을 쓰던 시절은 지나갔다.게다가 한유라가 없어진 지금 안다혜는 방 안의 공기마저 상쾌해진 것 같았다.안다혜는 여전히 자신이 돌아왔다는 사실을 김미진에게 알리지 않았다.윤해준이 다가와 안다혜의 어깨를 감싸며 부드러운 어투로 물었다.“장모님께 돌아왔다고 왜 말씀드리지 않았어?”그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만국에 있을 때만 해도 두 사람이 제법 잘 대화를 나누지 않았던가.안다혜는 윤해준의 질문에 답하는 대신 손에 든 자료를 넘겼다.“지난 한 달 동안 내가 태안 그룹에 없는 사이 회사가 너무 많이 달라졌어요. 서둘러 파악해야겠어요.”그 말에 윤해준은 안다혜가 대답하기 싫어하는 걸 알고는 억지로 강요하지 않았다.어차피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