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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77화

Author: 수박빙수
유 집사는 윤하경이 화난 걸 눈치채고 서둘러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알겠어요. 지금 바로 대표님께 말씀드릴게요.”

사실 속으로는 난감했지만 지금은 윤하경이 집안의 가장 중요한 사람이었고 그녀를 불편하게 했다간 자신도 무사하지 못할 게 뻔했다. 그래서 일단 대답부터 하고 서둘러 식탁 위에 가득 놓인 음식들을 치워냈다.

그제야 윤하경은 수저를 들었다.

식사를 하면서도 윤하경은 이맛살을 찌푸렸다.

아이를 가진 건 분명 기쁜 일이지만 강현우가 해주는 배려가 너무 과하다 싶었다. 그 세심함이 오히려 보이지 않는 압박처럼 느껴졌다.

식사를 마친 윤하경은 가방을 챙겨 밖으로 나갔다.

차를 몰고 향한 곳은 소지연이 입원해 있는 병원이었다.

지난번에 유호천의 눈을 피하려고 일부러 경성 밖의 다른 도시에 있는 병원으로 옮겨 두었기에 차로 두 시간이 넘게 걸렸다.

병실에 들어서자 침대에 기대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던 소지연이 고개를 들었다. 윤하경은 가방을 소파에 던지듯 두고는 힘 빠진 듯 몸을 던져버렸다.

“뭐야? 무슨 일 있어?”

소지연은 반가움보다 먼저 윤하경의 어두운 표정을 보고 의아해했다.

윤하경은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렸다.

“아니야. 그냥... 좀 답답해서.”

소지연은 피식 웃으며 몸을 일으켰다.

“또 강현우랑 싸웠어?”

“아니. 싸운 건 아니야.”

윤하경은 고개를 저었다. 사실 싸운 건커녕 말다툼조차 없었다.

다만 알 수 없는 답답함이 가슴을 짓누르고 있었다. 강현우가 자신을 위하는 마음은 누구보다 잘 알지만 그 마음이 너무 무겁게 다가왔다.

“그래?”

소지연은 짧게 대꾸하더니 다시 베개에 기대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윤하경은 괜히 서운해져서 그녀를 노려봤다.

“왜 계속 안 물어봐? 내가 왜 답답한지.”

소지연은 웃음을 터뜨리며 다시 고개를 돌렸다.

“그럼 말해 봐. 도대체 왜 그래?”

윤하경은 무릎을 소파 위에 올리고 손으로 턱을 괴었다. 그러자 얼굴은 조금 귀여운 투정처럼 일그러져 있었다.

“나... 임신했어.”

“뭐?”

소지연은 벌떡 일어나더니 눈이 휘둥그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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