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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Penulis: 숲속의사슴
시유는 액셀을 깊게 밟아, 두 사람의 신혼집이 있는 단독주택 단지 ‘그림빌’로 차를 몰았다.

현관문을 밀고 들어섰을 때, 이 집에서 오래 일한 가사도우미 유민자와 시유가 따로 고용한 시터 장순영이 아이를 어르고 있었다.

시유의 새하얗게 질린 낯을 본 두 사람은 깜짝 놀라 자리에서 일어났다.

“사모님, 어디 편찮으세요?”

시유는 억지로 입꼬리를 끌어 올렸다.

“괜찮아요. 배가 좀 고파서요. 따뜻하게 닭칼국수 한 그릇만 해 주세요.”

장순영의 품에서 아이를 받아 든 시유의 복잡하게 뒤엉킨 마음은, 보드랍고 발그레한 아기 얼굴을 보자 겨우 가라앉았다.

시유는 아이의 볼에 입을 맞춘 뒤, 장순영에게 아기를 아기방으로 데려가 재우라고 눈짓했다.

잠시 뒤 유민자가 끓인 칼국수를 가져왔다.

시유가 뜨거운 국물을 한 숟갈 떠먹은 바로 다음이었다.

업무용 메일함으로 날아든 몇 장의 사진이, 가까스로 눌러 둔 분노를 다시 끓어오르게 했다.

사진은 익명의 메일 주소로 보내져 있었다.

새나가 임신했을 때부터 출산할 때까지, 여준이 새나 곁을 지켰다는 증거가 또렷이 담겨 있었다.

사진 속 장면은 선명했다.

두 사람의 행동은 가까웠고, 사진을 찍은 배경도 공원, 병원, 식당 등 다양했다.

시유는 사진을 한 장씩 넘겼다. 손가락이 굳어 가는 것 같았다.

온몸의 피가 차갑게 식어 갔다.

그러나 이 일을 꾸민 사람은 그 정도로는 시유를 충분히 자극하지 못했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곧바로 전화가 걸려 왔다.

[사진은 다 봤지? 일밖에 모르는 재미없는 여자야. 네가 임신한 몸으로 야근하고 있을 때, 네 남편은 내 옆에서 한 발짝도 안 떨어졌어.]

[여준 오빠가 나한테 얼마나 잘했는지 알아? 발 부으면 주물러 줬고, 임신선 생기면 보기 싫어진다고 임신 3개월 때부터 배에 오일도 발라 줬어. 내가 리오 낳을 때까지 계속.]

[아, 맞다. 그 순금 아기 목걸이, 네 집안에서 내려온 거라는 거 나도 알아. 일부러 리오한테 달라고 했어. 그런데 여준 오빠가 정말 망설이지도 않고 주더라. 그만큼 네가 안중에도 없다는 뜻 아니겠어?]

[이제 정신이 좀 들어? 드디어 여준 오빠 놔주고 이혼할 마음이 생겼어? 진작 그랬어야지. 너처럼 여자다운 매력도 없고 일밖에 모르는 워커홀릭은 여준 오빠 같은 남자를 가질 자격 없어.]

[...]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목소리는 분명 젊은 남자의 밝고 맑은 음색이었다.

하지만 입 밖으로 나오는 말들은 하나같이 독하기 그지없었다.

시유는 곧 알아차렸다.

상대는 녹음될까 봐 일부러 음성 변조 프로그램을 쓰고 있었다.

사진 역시 교묘한 각도로 찍혀 있었다.

시유를 자극하면서도, 나중에 발뺌할 구멍을 남기려는 수작이었다.

상대는 한참을 조롱하더니 시유가 입을 열기도 전에 전화를 끊어 버렸다.

시유의 머릿속이 윙윙 울렸다. 심장이 다시 강하게 조여 왔다.

협심증 특유의 통증이 몰려오자, 시유의 낯은 창백해졌고 식은땀이 비 오듯 흘러내렸다.

시유는 오래전부터 새나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

새나는 여준의 이모가 보육원에서 입양한 딸이었다. 여준과는 어릴 때부터 함께 자란 사이였다.

다만 새나는 5년 전, 시유와 여준이 결혼하기도 전에 이미 H시 강씨 집안으로 시집을 갔고, 강영우와 함께 해외로 나가 살고 있었다.

시유와 새나는 지금까지 어떤 접점도 없었다.

여준 역시 시유 앞에서 새나 이야기를 거의 꺼내지 않았다.

새나가 이렇게 날 선 적의를 드러낸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말끝마다 이를 악문 듯한 독기가 묻어 있었다.

마치 시유가 새나의 평생 단 하나뿐인 사랑을 빼앗아 간 사람이라도 되는 것처럼.

하지만 새나는 분명 여준의 사촌 여동생이었다. 이미 강영우와 결혼했고, 아들까지 낳았다.

‘왜 소새나가 부여준과 얽혀 있는 건가?’

‘대체 무슨 이유로... 이 길고 긴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부여준은 모든 걸 숨긴 채 새나를 위해 몇 번이고 해외를 오가며 곁을 지켰을까?’

‘...’

셀 수 없는 의문이 커다란 분노와 함께 시유의 가슴속을 맴돌았다.

그때 현관 쪽에서 도어록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여준이 돌아왔다.

식탁에 앉아 닭칼국수를 먹고 있는 시유를 본 여준은 곧장 걸어와 맞은편에 앉았다.

여준의 표정은 차갑게 굳어 있었다.

그리고 자리에 앉자마자 주머니에서 담뱃갑을 꺼내 담배 한 개비를 빼더니, 너무나 자연스럽게 시유에게 내밀었다.

“당신도 필래?”

시유는 여준을 비스듬히 쳐다보기만 했다. 대꾸할 가치도 없었다.

여준은 벌써 잊어버린 모양이었다. 시유가 아이를 위해 담배를 끊었다는 사실을...

임신을 준비할 때부터 출산하기까지, 시유는 꼬박 2년 동안 담배에 손 한 번 대지 않았다.

여준은 혼자 담배에 불을 붙였다. 그러고는 긴 다리를 뻗어 식탁 아래에서 시유의 무릎을 가볍게 툭 건드렸다.

“당신... 대체 왜 그래? 이게 그렇게까지 할 일이야? 애 낳고 나더니 왜 이렇게 속이 좁아지고 말이 안 통하는 사람이 됐어?”

“영우는 기밀 해외 인프라 사업에 투입돼서 현장에서 빠져나올 수 없는 상황이야. 새나는 몸도 약하고 예민한 데가 있잖아.”

“어릴 때부터 우리 집에서 같이 컸고, 영우는 내 가장 친한 친구야. 내가 어쩔 수 없이 새나를 조금 더 챙긴 건 사실이야.”

“당신한테 말 안 한 건 당신이 질투할까 봐 그랬고. 역시나... 당신 지금 이러는 거 봐.”

시유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여준은 식탁 너머로 손을 뻗어 그녀의 귀를 가볍게 만졌다.

“당신 예전엔 안 이랬어. 여보, 제발 그런 촌스러운 여자처럼 굴지 마. 애 하나 낳았다고 남편을 마음대로 쥐고 흔들 수 있다고 착각하는 여자들 말이야.”

늘 윗자리에 서 있던 여준은 말하는 방식부터 상대를 내려다보는 데 익숙했다.

과거의 시유는 진심으로 여준을 동경했고, 존경했다. 여준의 그런 태도가 이상하다고 느낀 적도 없었다.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여준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귀를 찌르듯 거슬렸다.

마음속 깊은 곳에 눌러 두었던 화가 거세게 치밀었다.

시유는 젓가락을 식탁 위에 거칠게 내리쳤다.

“방금 그 말이 사람 입에서 나올 만한 말이라고 생각해?”

여준은 시유의 성질이 다시 올라오는 걸 보자, 표정을 싸늘하게 굳혔다.

“나는 지금 참고 당신과 이야기하고 있어, 사람들 다 보는 데서 당신이 내 뺨 때린 일도 아직 따지지 않았어.”

이어 자리에서 일어나, 거친 호흡을 가다듬었다.

여준 역시 분노를 더는 누르지 못하는 듯했다.

시유가 차갑게 웃었다.

“이혼해. 이제 당신 보면 역겨워. 역겹다는 생각밖에 안 들어.”

“임시유!”

여준이 끝내 목소리를 높였다.

“아이가 태어난 지 이제 겨우 한 달인데 나랑 이혼하겠다고? 언제부터 당신도 그런 촌스러운 여자들처럼 걸핏하면 이혼을 입에 올리게 됐어?”

시유는 여준을 바라보았다. 눈빛은 한겨울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딸 태어난 지 한 달 된 건 알고 있었어? 나는 당신 머릿속이 남의 아들 생각으로만 꽉 차서, 정작 본인 딸은 진작 까맣게 잊은 줄 알았는데?”

여준은 잠시 굳었다. 마치 이제야 자신에게도 딸이 있다는 사실을 떠올린 사람처럼 주위를 둘러보았다. 무의식적으로 아이의 모습을 찾고 있었다.

시유는 뒤늦게야 딸을 찾는 여준의 모습을 보며 두 눈이 아렸다. 화가 나다 못해 헛웃음이 났다.

“찾지 마. 이 아이가 내 뱃속에 있을 때부터 태어난 뒤, 태어난 지 한 달이 된 지금까지 당신은 단 한마디도 묻지 않았잖아.”

“그냥 없는 아이로 생각해. 앞으로 이 아이는 내 딸이야. 당신하고는 아무 상관 없어.”

“이혼하고 나면, 당신이 누구 아이를 애틋하게 여기든 마음대로 해. 하지만 내 딸은, 손끝 하나 댈 생각도 하지 마.”

시유는 문득 임신 초기에 찾아왔던 지독한 입덧이 떠올랐다.

혼자 산부인과에 가서 검진받을 때마다, 의사에게 들은 여러 가능성에 심장이 내려앉던 날들이 떠올랐다.

임신 후반, 다리가 퉁퉁 부어 걷는 것조차 아팠고, 밤마다 다리에 쥐가 나 울고 싶었던 시간이 떠올랐다.

바쁜 업무에 지쳐 오일을 바를 틈조차 없어, 배 위로 선명하게 남은 임신선도 떠올랐다.

분만대 위에 홀로 누워 고통 속에 소리 지르던 막막함과 두려움, 출산 후 목숨을 잃을 뻔했던 대량 출혈, 산후조리 기간에 젖몸살로 터질 듯 아팠던 가슴, 밤마다 잠들지 못했던 긴 시간까지.

시유의 마음은 이 자리에서 완전히 죽었다.

그동안 시유를 버티게 했던 건, 여준을 향한 진심 어린 동경과 뼛속 깊이 박힌 자존심이었다.

하지만 이제 여준은 시유의 마음속에서 산산이 무너져 내렸다.

이제는 형체조차 남지 않았다.

그렇다면 이 5년짜리 결혼도, 참고 눌러 가며 버텨 온 이 숨 막히는 관계도, 한때 엄마 앞에 무릎까지 꿇고 울며 매달려 얻어 낸 사랑도, 더는 이어 갈 이유가 없었다.

이혼은 반드시 한다.

아이는 데리고 나간다.

부여준이라는 남자를 시유의 마음에서 완전히 잘라 낸다.

시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여준을 향한 눈빛은 얼음처럼 차가웠다.

그리고 입가에 싸늘한 웃음을 머금은 채, 앞에 놓인 국그릇을 바닥으로 내던졌다.

“나한테 더는 가스라이팅하지 마. 나는 특별한 여자도 아니고, 대단한 여자도 아니야. 촌스럽고 평범해.”

“당신 말대로 여자다운 매력도 없겠지. 그래도 사람으로서 지켜야 할 최소한의 선과 원칙은 있어. 당신과는 다르게.”

시유는 여준을 향해 차갑게 가운뎃손가락을 세웠다. 눈빛은 날카롭고 매서웠다.

“부여준. 우리, 끝났어.”

쾅!

우당탕!

와장창!

거실 전체에 거친 소리가 연달아 울렸다.

시유는 식탁을 뒤엎었다. 벽에 걸린 커다란 웨딩 사진을 힘껏 잡아 뜯었다.

이어 거실 진열장을 밀어 넘어뜨렸다.

한때 시유가 온갖 정성을 들여 어렵게 구해 와 집 안에 놓아두었던 물건들이 모두 산산조각 났다.

여준의 분노는 어느새 완전한 충격으로 바뀌어 있었다.

그제야 여준은 뼈저리게 깨달았다.

시유는 처음 만났을 때의 그 뜨거운 불길 같은 여자 그대로였다.

다만 여준이 너무 오랫동안, 이렇게 폭발하는 시유의 모습을 보지 못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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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착한 아내는 오늘부터 그만둡니다   제237화

    새나였다.새나는 유미와 쇼핑을 하기로 약속하고 쇼핑몰에 왔다가 우연히 시유와 영우가 유아용품 매장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봤다.그 즉시 유미를 두고 홀린 듯 두 사람을 따라 매장 안으로 들어왔다.아기 옷을 고르는 척하면서도 두 사람이 나누는 이야기는 하나도 빠짐없이 엿들었다.영우가 시유를 세심하게 챙기는 것도 모자라 빛나에게까지 아낌없이 돈을 쓰는 모습을 보자 질투에 얼굴이 일그러질 지경이었다.그것도 매장에서 가장 비싼 놀이 성을 망설임도 없이 사 버렸다.며칠 전 라움디자인 계약식은 여러 언론사에서 앞다퉈 보도했다.시유와 영우가 나란히 서 있는 사진은 크게 확대돼 각종 기사 메인을 장식했고, 그것만으로도 새나는 속이 뒤집힐 만큼 화가 났다.답답한 마음을 풀려고 유미를 끌고 나와 쇼핑이나 실컷 하려던 참이었다.그런데 이번에는 영우가 시유와 함께 유아용품을 고르고, 시유의 딸에게 놀이 성까지 사 주는 모습을 직접 보게 됐다.질투가 다시 걷잡을 수 없이 끓어올랐다.한때 리오에게 쏟았던 영우의 애정이 이제 전부 시유의 딸에게 향하고 있다고 생각하자 더욱 미칠 것 같았다.당장 달려가 시유에게 달려들고 싶은 마음을 억지로 참았다.대신 핸드폰을 꺼내 두 사람의 뒷모습을 영상으로 찍었다.그리고 다시 아까 쇼핑하던 명품 매장으로 돌아갔다.하지만 분노와 증오는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새나는 망설이지 않고 방금 찍은 영상을 유미가 만든 단톡방에 올렸다.그 안에는 두 사람 외에도 진명화와 진지원이 들어가 있었다.그리고 영문도 모른 채 몇 번이나 나갔다가 다시 초대되는 바람에 결국 포기하고 남아 있는 여준도 함께였다.유란은 제외됐다.유란이 여준에게 시유에게 일정한 보상을 해 주고, 빛나의 양육권은 되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가 유미에게 온갖 욕을 들었기 때문이다.결국 자매 사이는 완전히 틀어졌고, 유미는 유란을 자신들의 핵심 멤버에서 빼 버렸다.단톡방 이름도 거창했다.‘임씨 모녀 복수연맹.’시유와 임애교 모녀를 겨냥해 붙인 이름이었다.최근 두 사

  • 착한 아내는 오늘부터 그만둡니다   제7화

    여준은 난장판이 된 거실을 바라보다가, 힘이 빠진 사람처럼 소파에 주저앉았다. 담배에 불을 붙인 뒤 깊게 한 모금 빨아들였지만, 답답하게 막힌 가슴은 조금도 풀리지 않았다.“이모님, 제가 아내한테 그렇게 못했습니까? 시유가 이렇게까지 화낼 일입니까?”유민자는 바닥에 흩어진 파편을 쓸어 담으며 조심스럽게 말했다.“대표님이 사모님께 못하신 건 아니에요. 두 분 결혼하고 5년 동안 큰소리 한 번 오가는 걸 못 봤으니까요.”“다만 여자가 아이를 낳고 나면 마음이 많이 흔들릴 수 있어요. 산후 우울감도 올 수 있고요. 이럴 때일수록

  • 착한 아내는 오늘부터 그만둡니다   제6화

    마리는 시유가 더 상처받을까 봐, 여준이 메시지조차 확인하지 않았다는 말은 끝내 꺼내지 않았다.시유가 퇴원하는 날까지도 여준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퇴원 후, 시유와 마리는 젖먹이 빛나와 장순영을 데리고 시유가 반년 전 ‘태양파크’ 아파트단지에 사 둔 집으로 들어갔다.마리의 집은 바로 맞은편이었다. 서로 마주 보는 앞집에 살자는 건 대학 시절부터 두 사람이 농담처럼, 하지만 진심으로 꿈꿔 왔던 일이었다.그래서 반년 전 마리의 맞은편 집이 매물로 나왔다는 말을 듣자마자, 시유는 망설임 없이 그 집을 계약했다.집에는 기본 가

  • 착한 아내는 오늘부터 그만둡니다   제5화

    “환자분은 출산 후 체력 소모가 심한 상태입니다. 이전에 대량 출혈로 응급 처치까지 받으셨고요.”“이런 상태에서는 저혈당으로 쓰러지기 쉽습니다. 영양 보충 꼭 잘 하셔야 하고, 감정적으로 크게 흔들리는 일도 피하셔야 합니다.”검사가 끝난 뒤에도 시유는 병실 침대에 누워 깊이 잠들어 있었다. 의사는 병실 안에서 마리에게 시유의 상태를 차분히 설명했다.장순영이 옆에서 한숨을 쉬었다.“사모님은 산후조리도 제대로 못 하셨어요. 첫 보름은 젖몸살이 너무 심해서 음식도 마음대로 못 드셨고, 그 다음엔 아기가 소화를 잘 못 시켜서 밤마

  • 착한 아내는 오늘부터 그만둡니다   제4화

    유민자가 허둥지둥 방에서 뛰쳐나오며 비명을 지르듯 외쳤다.“지진이에요? 지금 지진 난 거예요?”장순영은 자지러지게 우는 아기를 안고 있다가, 요란한 소리에 놀라 맨발로 가방부터 움켜쥐고 현관 쪽으로 뛰쳐나가려 했다. 심지어 신발을 신을 겨를도 없었다.유민자와 장순영이 거실로 뛰어들었을 때, 두 사람은 그대로 굳어 버렸다.늘 차분하고 이성적이던 시유가 미친 사람처럼, 한때 그토록 아끼던 장식품들을 하나씩 바닥에 내던지고 있었다.유민자는 다급히 시유에게 달려가 말렸다.“사모님, 그만하세요! 제발 그만하세요! 무슨 일이든 차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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