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5화

Penulis: 숲속의사슴
“환자분은 출산 후 체력 소모가 심한 상태입니다. 이전에 대량 출혈로 응급 처치까지 받으셨고요.”

“이런 상태에서는 저혈당으로 쓰러지기 쉽습니다. 영양 보충 꼭 잘 하셔야 하고, 감정적으로 크게 흔들리는 일도 피하셔야 합니다.”

검사가 끝난 뒤에도 시유는 병실 침대에 누워 깊이 잠들어 있었다.

의사는 병실 안에서 마리에게 시유의 상태를 차분히 설명했다.

장순영이 옆에서 한숨을 쉬었다.

“사모님은 산후조리도 제대로 못 하셨어요. 첫 보름은 젖몸살이 너무 심해서 음식도 마음대로 못 드셨고, 그 다음엔 아기가 소화를 잘 못 시켜서 밤마다 울었어요.”

“그래도 사모님이 직접 먹이겠다고 버티셔서, 밤에 한 번도 제대로 못 주무셨어요. 낮에는 일까지 하셨고요. 몸이 회복될 틈이 없었어요.”

마리는 그 말을 듣자 속에서 불이 치밀었다.

마리는 미친 듯이 여준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여준은 끝내 받지 않았다.

마리는 하는 수 없이 병상에 누운 시유의 사진을 찍어 보낸 뒤, 짧은 문장을 덧붙였다.

[부여준, 20분 안에 병원으로 와. 안 오면 내가 제일 먼저 네 와이프한테 이혼하라고 할 거야.]

하지만 여준은 마치 세상에서 사라지기라도 한 듯 아무 연락도 없었다.

마리는 침대 위에 야위어 누운 시유를 바라보다가 코끝이 시큰해졌다. 눈물이 멈추지 않고 흘러내렸다.

그해 대학 동기들은 모두 시유가 가장 결혼 잘한 케이스라고 말했다.

남편인 여준은 시유보다 다섯 살 많았고, 시유가 다니던 회사의 대표였다.

5년 전, 두 사람의 결혼 소식은 갑작스럽게 알려졌다.

늘 짧은 머리에 소박한 차림을 고집하던 시유가 부씨 집안 같은 최상류층 가문에 시집간다는 사실은 주변 사람들을 꽤 놀라게 했다.

다들 지금의 시유가 좋은 집에서 부족한 것 없이 살고, 집안일을 도와주는 사람들에 둘러싸여 편하게 지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마리는 알았다.

지난 5년 동안 시유가 회사에서는 여준에게 혹사당했고, 결혼생활 안에서는 시댁의 차가운 시선에 시달리며 얼마나 힘겹게 버텨 왔는지를.

마리는 그래도 아이를 낳으면 이제는 고생 끝일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눈앞의 상황은 부유한 집안이라는 말이 무색했다. 보통 집에서도 갓 태어난 아이와 산모를 이 정도로 외면하지는 않았다.

생각할수록 화가 치민 마리는 여준의 부모에게 전화를 걸려고 했다.

그때 시유가 희미하게 눈을 떴다. 힘없는 목소리가 마리를 불렀다.

“마리야, 목말라.”

마리는 서둘러 따뜻한 물을 반 컵 따랐다.

조심스럽게 식힌 뒤, 시유를 일으켜 앉히고 천천히 마시게 했다.

“네가 아이 낳은 게 이렇게 큰일인데 부씨 집안 사람들은 알고는 있어? 왜 병원에 사람 그림자 하나 없어?”

시유의 시어머니는 5년 내내 아이를 가지라고 재촉했다. 별의별 한약과 보양식을 보내며 시유를 압박했다.

그런데 시유가 딸을 낳고, 아이가 태어난 지 한 달이 되었는데도 시어머니는 나타나지 않았다.

시유는 물을 다 마시고 나서 희미하게 웃었다.

“출산한 날 병원에 한 번 왔어. 딸이라는 말 듣더니 굳은 얼굴로 바로 가버렸어. 그 뒤로는 한 번도 안 왔고.”

마리의 가슴속에서 다시 불길이 확 치솟았다.

“요즘 세상에 아직도 아들딸 가려? 부씨 집안에 왕위라도 물려줄 거 있어? 딸이면 그 집안 피가 아니래?”

마리는 초췌한 시유의 얼굴을 안타깝게 바라보았다.

“울고 싶으면 울어. 참지 마. 내가 여기 있잖아.”

시유는 고개를 저었다.

그러고는 장순영에게 옆에 놓인 흰죽을 건네 달라고 눈짓했다.

시유는 하루 종일 제대로 먹지도 마시지도 못했다. 배가 몹시 고팠다.

“울어?”

시유는 뜨거운 죽을 한 숟갈 떠 삼켰다. 눈빛은 날카롭게 가라앉아 있었다.

“안 울어. 대신 내 딸을 우습게 본 사람들은 전부 대가를 치르게 할 거야. 백 배, 천 배로 후회하게 해줄 거야.”

마리는 손을 뻗어 시유의 이마를 짚었다.

“열은 없는데 헛소리하는 거 아니지? 말해 봐. 어떻게 후회하게 할 건데?”

시유는 죽을 몇 숟갈 더 먹은 뒤 그릇을 내려놓았다.

“다 생각해 뒀어. 내일 딸 출생신고부터 할 거야. 이름은 임빛나. 긴 밤이 지나고 찾아오는 첫빛처럼, 새롭게 살아가라는 뜻이야.”

마리는 깜짝 놀랐다.

“딸 성을 ‘임’ 씨로 올리겠다고? 나중에 부씨 집안에서 재산 안 주겠다고 나오면 어쩌려고?”

시유의 눈빛은 싸늘했다. 차가운 기운이 깊게 깔려 있었다.

“그건 걱정 마. 무슨 수를 써서라도 내 딸 몫은 전부 받아낼 거야.”

시유는 장순영에게서 딸을 받아 안았다. 보드랍고 발그레한 작은 얼굴을 오래도록 내려다보았다.

“어쨌든 나는 맹세했어. 내가 부씨 집안에서 당한 일, 내 딸한테는 절대 겪게 하지 않을 거야. 이혼할 때 하더라도 내 딸에게 돌아가야 할 몫은 부여준이 반드시 내놓게 할 거야.”

마리는 깊이 공감하며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그렇게 나와야지. 그런데 부씨 집안이 끝까지 버티면서 안 주겠다고 하면?”

시유는 고개를 들어 창밖을 가리켰다.

창밖에는 웅장한 외관을 드러낸 채 완공을 앞둔 H시의 랜드마크 빌딩이 서 있었다.

“세오름타워는 처음부터 끝까지 내가 설계한 프로젝트야. 부씨 집안이 진행하는 모든 사업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핵심 프로젝트고.”

“부씨 집안이 감히 내 딸 몫을 빼앗으려 들면, 나는 이 프로젝트를 끝내 완공하지 못하게 할 거야.”

마리는 단번에 눈을 빛냈다. 흥분과 감탄이 뒤섞인 얼굴이었다.

“와, 진짜 멋있다. 솔직히 말해서 지난 5년 동안 네가 참는 거 보면서 내가 다 답답해서 미칠 지경이었어. 나 진작부터 네가 이렇게 맞서서 본때를 보여줄 날만 기다렸다고!”

마리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시유의 핸드폰이 울렸다.

통화 화면에는 시유의 보조 디자이너 이름이 떠 있었다.

시유가 전화받자, 상대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사님, 안 좋은 소식이 있습니다.]

“뭔데요?”

[대표님이 방금 회의에서 새 인사 발령을 발표하셨습니다. 소새나 씨를 세오름타워 전체 프로젝트의 공동 메인 디자이너로 임명한다고 하셨습니다. 이사님과 프로젝트 성과를 함께 공유하는 것으로...]

시유는 몸을 벌떡 세웠다.

“뭐라고요?”

[제가 지금 임명 공문 보내 드리겠습니다. 대표님이 저희한테는 따로 말씀하셨어요. 강영우 씨가 당시 최종안 검토 때 좋은 의견을 준 공이 있으니...]

[강영우 씨 아내에게 명분만 하나 만들어 주는 거라고요. 실제로 소새나 씨가 업무에 참여할 필요는 없다고 하셨습니다.]

시유는 전화를 끊었다.

곧바로 도착한 임명 공문을 열었다. 핸드폰을 쥔 손가락 마디가 하얗게 질릴 만큼 힘이 들어갔다.

“왜 그래? 무슨 일인데?”

마리가 영문을 몰라 다급히 물었다.

시유는 차갑게 굳은 표정으로 핸드폰을 마리에게 건넸다.

마리가 임명 공문 전체를 확인한 뒤, 자리에서 펄쩍 뛸 듯 화를 냈다.

두 눈에는 분노가 이글거렸다.

“부여준 대체 뭐 하자는 거야? 소새나가 네 작업 성과를 같이 가져가게 만들겠다고? 손 하나 까딱 안 하고 세오름타워 메인 디자이너 타이틀을 얻겠다는 거잖아. 이건 논문 다 써 놨더니 억지로 공동저자 끼워 넣는 것보다 더 역겨워!”

시유는 억지로 자신을 가라앉혔다.

“오히려 잘됐어. 이제 이 결혼을 유지할 이유가 완전히 사라졌으니까.”

마리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진짜 끝까지 마음 정한 거야?”

시유는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엄마한테 전화 좀 해 줘. 나 이제 정신 차렸다고, 이제 부여준이랑 더는 못 살겠다고 전해줘.”

마리는 핸드폰을 꺼내 들다가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네가 직접 하면 되잖아?”

시유가 낮게 말했다.

“임신 6개월 때 엄마가 순금 아기 목걸이 가져왔었어. 그때 부씨 집안한테 결혼식 다시 제대로 올리게 하라고 난리쳤는데, 내가 거절했어.”

“엄마가 나한테 바보같이 산다고, 이렇게 사는 딸은 자기 딸 아니라고 했고. 그 뒤로 지금까지 삐쳐 있어.”

마리는 어깨를 으쓱했다.

“진짜 너희 모녀도 대단하다. 만나기만 하면 싸우면서... 뒤에서는 서로 걱정하느라 여념이 없잖아.”

시유는 희미하게 웃었다.

엄마의 화려하고 아름다운 얼굴이 떠오르자, 시유의 눈가가 조용히 붉어졌다.

마리는 병실 밖으로 나가 시유의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머니, 시유가 부여준이랑 더는 못 살겠대요.”

전화기 너머가 잠시 조용해졌다.

곧 낮게 잠긴 중년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말투는 서늘할 만큼 단호했다.

[시유한테 일단 버티라고 해. 내가 지금 해외에 있으니, 사흘 뒤에 들어간다.]

Lanjutkan membaca buku ini secara gratis
Pindai kode untuk mengunduh Aplikasi

Bab terbaru

  • 착한 아내는 오늘부터 그만둡니다   제254화

    시유는 십중팔구 여준 쪽에서 벌인 일이라고 확신했다.성큼성큼 여준 앞으로 다가가 그대로 뺨을 세게 후려쳤다.짝!이번에는 여준도 피하지 않았다.손바닥이 그대로 뺨에 꽂히며 선명한 손자국이 남았다.시유가 분노에 차 소리쳤다.“당신이 시킨 거야? 당신이 사람 시켜서 빛나 데려간 거냐고!”“...”여준은 이미 진실을 알고 있었지만 선뜻 사실대로 말할 수가 없었다.자신의 입으로 막내 누나가 빛나를 데려갔다고 인정하는 순간, 유미가 사람을 시켜 아이를 강제로 데려갔다는 사실까지 인정하는 꼴이었다.아직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섣불리 입을 열 수는 없었다.일단 빛나부터 찾아야 했다.“말해! 부여준!”시유가 다시 소리쳤다.“당신이 한 거야, 아니면 당신 가족이 한 거야? 대체 무슨 배짱으로 이런 짓까지 해? H시 전체가 당신네 부씨 집안 세상인 줄 알아?”“빛나 손가락 하나라도 다치면 당신 가족 전부 반드시 대가 치르게 할 거야. 내 말 절대 빈말 아니야!”시유는 여준을 손가락으로 가리킨 채 거세게 몰아붙였다.하지만 여준은 그 자리에 굳은 듯 서서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끝까지 입을 다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 모습을 보자 시유는 자신의 추측이 맞다고 더욱 확신했다.여준은 분명 뭔가 알고 있었다.그런데도 말하지 않는 것이었다.원래도 가족 일이라면 무조건 감싸고 도는 사람이었다.저렇게 입을 다물면 아무리 물어도 절대 대답하지 않았다.딸이 대낮에 납치됐는데도 아이 걱정보다 자기 가족부터 감싸겠다는 건가?‘그래. 아주 잘 알겠어.’시유는 화가 치밀어 헛웃음을 흘리며 고개를 끄덕였다.더는 여준에게 눈길조차 주기 싫었다.곧바로 몸을 돌려 밖으로 향했다.마리 역시 너무 놀라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황급히 시유의 뒤를 쫓아갔다.“어떡해, 어떡하지? 우리 빛나 혹시 팔려 간 거 아니겠지?”“소새나가 한 짓인가? 설마 빛나를 어디 산골이나 외국으로 팔아넘긴 건 아니겠지?”“나 진짜 너무 무서워! 심장 튀어나올

  • 착한 아내는 오늘부터 그만둡니다   제253화

    여준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막내 누나, 거기 무슨 소리예요? 왜 아기 울음소리가 들려요?”유미는 느긋하게 대답했다.[맞아. 지금 네 딸 내가 안고 있어.][친자 확인 좀 하라고 그렇게 말해도 네가 시유한테서 애를 데려올 생각을 안 하잖아.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내가 직접 데려왔지.][방금 머리카락 두 가닥 뽑았더니 계속 울어. 애가 어찌나 예민한지 모르겠다니까.]여준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큰누나가 합의서에 사고를 쳐 놓은 것도 아직 수습하지 못했는데, 이번에는 막내 누나가 빛나를 강제로 데려왔다고?여준의 눈가가 세차게 떨렸다.“막내 누나, 미쳤어요? 애를 데려왔다고요?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예요!”“빛나는 내 딸이에요!”여준의 목소리가 거칠어졌다.“누나가 빛나한테 무슨 짓이라도 하면 나 진짜 가만 안 있어요!”하지만 유미는 대수롭지 않다는 투였다.[방금 빛나 머리카락이랑 네 칫솔을 같이 검사 기관에 보냈어. 곧 결과 나오겠지.][여준아, 뭐 그렇게 흥분해? 얘가 진짜 네 딸인지 아닌지도 아직 모르잖아.][친딸이라는 결과 나온 다음에 나한테 화내도 안 늦어.]유미가 웃음을 터뜨렸다.[만약 네 딸이 아니면 네가 가만두지 말아야 할 사람은 임시유지.][하하, 그때 네가 어떻게 나올지 벌써 기대된다. 생각만 해도 속이 다 시원하네.]수화기 너머로는 빛나의 울음소리뿐만 아니라 귀가 아플 정도로 큰 음악 소리와 술잔이 부딪치는 소리까지 뒤섞여 들려왔다.여준은 머리끝까지 화가 치밀었다.“막내 누나, 지금 빛나 데리고 어디 있어요? 왜 그렇게 시끄러워요?”[나 지금 노래방이야.][조카한테 음악 구경도 좀 시켜 주려고. 흥분하지 말라니까. 아기가 좀 운다고 큰일 나는 것도 아니잖아. 그냥 울게 둬.]여준은 완전히 폭발했다.“누나 진짜 미쳤어요? 지금 어디냐고요!”“1분 안에 위치 보내요! 안 보내면 누나라도 절대 가만 안 둬요!”하지만 유미는 들은 척도 하지 않고 전화를 끊어 버렸다.끊기기 직전 수화기 너머에서는 사람

  • 착한 아내는 오늘부터 그만둡니다   제252화

    그런데 유란이 왜 이런 짓을 했을까?부씨 집안에서는 빛나가 태어난 걸 반긴 사람도, 진심으로 예뻐한 사람도 없었다.그런 유란이 왜 합의서를 바꿔서까지 빛나의 양육권을 가져가려 한 걸까?하지만 지금 그 이유를 따지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다행히 아직 늦지 않았다.여준이 핸드폰을 들어 전화를 걸려는 순간 시유가 그의 팔을 붙잡았다.“지금은 그거부터 따질 때가 아니야. 직원한테 새 합의서 세 부 출력해 달라고 해서 서명부터 해.”“오늘 이혼 절차부터 끝내고 나서 물어봐.”벌써 오후 4시가 넘었다.더 지체하다가는 업무 시간이 끝날 수도 있었다.시유는 더 이상 이 일을 미루고 싶지 않았다.마침 핸드폰에 합의서 전자 파일도 저장돼 있었다.시유는 곧바로 출력할 수 있는 곳으로 가 파일을 보내고 세 부를 다시 뽑았다.이번에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았다.먼저 진구에게 파일을 보내 다시 확인받았다.문제가 없다는 답을 받은 뒤에야 여준에게 서명하게 했다.시유의 태도는 처음부터 끝까지 단호했다.무슨 일이 있어도 오늘만큼은 이혼 절차를 마칠 생각이었다.반면 여준은 넋이 나간 채 시유가 시키는 대로 창구를 오갔다.가슴이 갈기갈기 찢기는 것 같았지만, 너무 오래 아파서 이제는 감각마저 무뎌진 듯했다.어느새 업무 종료 시간이 가까워졌다.두 사람은 다시 필요한 서류와 새로 작성한 이혼합의서를 직원에게 제출했다.직원은 서류를 확인한 뒤 다시 몇 가지 질문을 했다.이후 두 사람은 조정실로 안내돼 간단한 조정 절차도 거쳤다.시유는 그동안 여준을 제대로 쳐다보지도 않았다.반대로 여준의 시선은 처음부터 끝까지 시유에게 머물러 있었다.미련과 아쉬움, 죄책감이 뒤섞여 있었다.그 와중에도 새삼 시유가 눈에 들어왔다.여준이 보기에도 시유는 자신을 떠난 뒤 훨씬 좋아 보였다.안색도 밝아졌고 표정에도 생기가 돌았다.살이 빠지면서 선도 더 또렷해졌다.눈을 떼기 힘들 만큼 눈부셨다.하지만 이렇게 아름다운 여자가 곧 완전히 자신의 곁을 떠난다고 생각하니 가슴

  • 착한 아내는 오늘부터 그만둡니다   제251화

    “잠깐만요! 아직 처리하지 마세요! 이혼합의서가 바뀌었어요. 문제가 있어요!”마리는 창구를 미친 듯이 두드리며 직원을 막아 세웠다.그 말에 시유와 여준 모두 깜짝 놀랐다.직원은 곧바로 서류를 다시 돌려줬다.마리는 이혼합의서를 집어 들어 양육권 부분을 자세히 확인했다.읽을수록 화가 치밀었다.결국 합의서를 여준에게 세게 던졌다.“역시 이상하다 했어! 어떻게 이렇게 순순히 이혼해 주나 했더니 여기서 수작을 부렸네!”마리가 시유를 향해 소리쳤다.“자기야, 이혼합의서 다시 작성해야 돼! 이 인간이 장난쳤어!”“양육권 조항을 교묘하게 바꿔 놨어. 이대로 효력이 생기면 양육권이 부여준한테 넘어가고, 오히려 자기가 부여준 허락 없이는 빛나도 못 만나게 돼!”“내가 아까 혹시 몰라 사진 찍어서 진구 선배님한테 보내길 천만다행이지. 아니었으면 빛나 뺏길 뻔했어!”시유는 순간 눈앞이 캄캄해졌다.여준 역시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로 바닥에 떨어진 합의서를 주워 자세히 읽었다.전날 정신이 반쯤 나간 상태에서 내용을 제대로 보지도 않고 서명했다.지금 마리의 말을 듣고 다시 봐도 대체 어디가 달라진 건지 바로 알아차리지 못했다.하지만 이 합의서는 원래 시유가 작성한 뒤 변호사와 여러 차례 검토를 거친 문서였다.마리의 말을 듣고 다시 확인한 시유는 그제야 양육권 조항이 누군가에 의해 바뀌어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분노가 치솟았다.시유는 손을 들어 여준의 뺨을 세게 후려쳤다.짝!“당신이 이렇게까지 비열한 인간인 줄은 몰랐어! 하마터면 그대로 속을 뻔했잖아!”“예전에는 그래도 비겁하게 뒤에서 수작 부리는 사람은 아니었잖아. 그런데 어떻게 이런 짓을 해? 주변 사람이 썩으면 당신도 같이 썩는 거야?”시유는 욕이 목구멍까지 치밀었다.조금 전 아무것도 모르고 서명해 하마터면 빛나를 완전히 빼앗길 뻔했다는 생각만 해도 온몸이 떨렸다.이건 시유의 심장을 도려내는 짓이나 다름없었다.너무 잔인하고 비열했다.여준은 황급히 시유의 손목을 붙잡았다.이마와 등에 식

  • 착한 아내는 오늘부터 그만둡니다   제250화

    자신만 낡은 물건처럼 밀려난 듯한 굴욕감에 여준의 마음속에서 다시 오기가 치밀었다.여준은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억지로 허리를 곧게 펴고 예전의 당당했던 모습을 되찾으려 애썼다.“마지막으로 한 번만 물어볼게. 정말 꼭 이혼해야 해?”시유의 눈빛은 무심했다.대답에도 망설임이 없었다.“응.”여준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입술에서도 핏기가 빠졌다.“내가 잘못했다는 걸 알아. 예전에 뭘 잘못했는지도 다 깨달았어.”“그래도 꼭 이혼해야 돼?”시유의 눈에는 아무 감정도 남아 있지 않았다.입가에 희미한 비웃음이 번졌다.“이제 와서 용서해 달라고 하는 게 웃기지 않아? 빛나를 낳던 그날로 돌아가 모든 걸 다시 시작할 수도 없잖아.”“당신과 나 사이에 남아 있던 마지막 기회도 빛나를 낳던 날 이미 끝났어.”예상했던 대답이었다.그런데 직접 들으니 여전히 가슴이 아팠다.여준이 힘겹게 말했다.“알았어... 그럼 마지막으로 부탁 하나만 할게.”“앞으로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빛나를 만나게 해 주면 안 돼?”“합의서에 적힌 양육비가 부족하다고 생각하면 더 줄게. 당신이 원하는 만큼 맞출 수 있어.”시유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빛나가 태어났을 때도, 생후 한 달이 됐을 때도 당신은 없었어.”“그때 이미 아빠로서의 자격을 잃었다고 생각해. 이제 와서 빛나 인생에 끼어드는 게 오히려 그 아이한테 더 잔인할 수도 있어. 괜히 아빠한테 기대하게 만들지 마.”시유는 잠깐 말을 멈췄다가 차갑게 덧붙였다.“그리고 당신 엄마가 그랬잖아. 당신한테 아이 낳아 줄 여자는 얼마든지 있다고.”“빛나는 겨우 딸일 뿐이니까 앞으로 다른 여자가 아들도 낳아 주겠지.”그 말을 하면서도 시유의 가슴 한구석이 희미하게 아팠다.아직도 부씨 집안 같은 재벌가에 아들을 더 귀하게 여기는 생각이 저렇게 뿌리 깊게 남아 있다는 게 이해되지 않았다.그래도 한편으로는 빛나가 딸이라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만약 아들이었다면 부씨 집안 성격상 이렇게 순순히 양육권을 넘겨주지는 않았

  • 착한 아내는 오늘부터 그만둡니다   제249화

    여준은 결국 감정을 억누르지 못했다.멀어지는 시유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눈에는 미련과 아쉬움이 가득했다.그때 옆에서 자신을 빤히 바라보는 시선이 느껴졌다.여준이 날카롭게 고개를 돌렸다.조금 전 스포츠카를 몰고 온 남자였다.남자는 검은 가죽 재킷 안에 그래피티가 들어간 흰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목에는 굵은 은색 체인을 걸었고, 헐렁한 카고 팬츠에 한정판 운동화를 신었다.자연스럽게 흐트러진 머리 아래로 선명한 이목구비가 드러났다.입가에는 장난스러운 미소가 걸려 있었고, 거칠면서도 자유분방한 분위기가 느껴졌다.남자가 비웃듯 입꼬리를 올렸다.“걱정 마요. 나랑 임시유는 아무 사이도 아니니까.”그는 잠깐 말을 멈췄다가 덧붙였다.“다만 나중에 시유가 싱글이 되면 어떻게 될지는 모르죠.”여준의 표정이 굳었다.남자는 개의치 않고 말을 이어 갔다.“오늘은 마리 따라온 거예요. 도대체 어떤 남자길래 시유 같은 여자를 놓쳤나 궁금해서.”남자가 여준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아깝네요. 장담하는데 평생 후회할 겁니다.”“시유처럼 개성도 뚜렷하고 끈기까지 있는 여자는 정말 드물어요.”남자는 아쉽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진짜... 있을 때 잘하지 그랬어요.”여준의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당장이라도 한 대 날리고 싶은 충동이 치밀었다.하지만 남자는 이미 몸을 돌려 페라리 안으로 들어간 뒤였다.곧 엔진음이 울렸고 차는 빠르게 멀어져 시야에서 사라졌다.여준은 가슴이 꽉 막혀 숨을 쉬기조차 힘들었다.특히 햇빛 아래 반짝이는 시유의 새 차를 보자 애써 눌러 두었던 후회가 다시 밀려왔다.‘나는 그동안 시유한테 뭘 해 줬지?’아무리 기억을 더듬어도 떠오르는 게 없었다.반대로 시유가 자신에게 해 줬던 일들은 하나하나 너무도 선명했다.마치 어제 있었던 일처럼 전부 생생하게 떠올랐다.시유는 낡은 차를 7, 8년이나 탔다.대학교를 졸업하고 처음 산 작고 평범한 차였다.나중에는 꽤 낡아서 에어컨도 고장 나고 와이퍼에서도 자꾸 이상한 소리가 났다.그

  • 착한 아내는 오늘부터 그만둡니다   제2화

    연회장 안.시유의 시선은 눈 한 번 깜빡이지 않은 채 여준에게 박혀 있었다. 여준은 잔뜩 달아오른 얼굴로 술잔을 들고, 새나를 데리고 테이블마다 돌며 인사를 하고 있었다.“제 친구 영우가 해외 현장에 장기 파견을 나가 있어서, 돌아오려면 1년은 더 있어야 합니다. 오늘은 제가 영우 대신 인사도 드리고, 술도 대신 받겠습니다.”“새나는 아직 몸조리 중이라 술도, 찬 음료도 조심해야 합니다. 새나 몫으로 주시는 잔은 제가 대신 받겠습니다.”“...”시유는 입안으로 넘어간 오렌지 주스가 유난히 차갑고 쓰게 느껴졌다. 가슴 안쪽

  • 착한 아내는 오늘부터 그만둡니다   제1화

    “여보, 우리 아기 오늘 태어난 지 한 달 됐잖아. 나랑 아기 데리러 올 수 있어?”임시유는 속싸개에 싸인 딸아이를 품에 안고 있었다. 담담한 목소리였지만, 그 안에는 조심스러운 기대가 희미하게 배어 있었다.수화기 너머에서 부여준의 목소리가 차분하게 들려왔다. 감정은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갑자기 일정이 생겼어. 기사한테 당신이랑 아기 태우고 집까지 오라고 할게.]출산할 때도, 산후조리 기간 내내 여준은 회사 일이 바쁘다는 이유로 시유와 아기의 곁에 없었다.이제 아기가 태어난 지 한 달이 되어 조리원에서 퇴원하는 날인데

  • 착한 아내는 오늘부터 그만둡니다   제7화

    여준은 난장판이 된 거실을 바라보다가, 힘이 빠진 사람처럼 소파에 주저앉았다. 담배에 불을 붙인 뒤 깊게 한 모금 빨아들였지만, 답답하게 막힌 가슴은 조금도 풀리지 않았다.“이모님, 제가 아내한테 그렇게 못했습니까? 시유가 이렇게까지 화낼 일입니까?”유민자는 바닥에 흩어진 파편을 쓸어 담으며 조심스럽게 말했다.“대표님이 사모님께 못하신 건 아니에요. 두 분 결혼하고 5년 동안 큰소리 한 번 오가는 걸 못 봤으니까요.”“다만 여자가 아이를 낳고 나면 마음이 많이 흔들릴 수 있어요. 산후 우울감도 올 수 있고요. 이럴 때일수록

  • 착한 아내는 오늘부터 그만둡니다   제6화

    마리는 시유가 더 상처받을까 봐, 여준이 메시지조차 확인하지 않았다는 말은 끝내 꺼내지 않았다.시유가 퇴원하는 날까지도 여준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퇴원 후, 시유와 마리는 젖먹이 빛나와 장순영을 데리고 시유가 반년 전 ‘태양파크’ 아파트단지에 사 둔 집으로 들어갔다.마리의 집은 바로 맞은편이었다. 서로 마주 보는 앞집에 살자는 건 대학 시절부터 두 사람이 농담처럼, 하지만 진심으로 꿈꿔 왔던 일이었다.그래서 반년 전 마리의 맞은편 집이 매물로 나왔다는 말을 듣자마자, 시유는 망설임 없이 그 집을 계약했다.집에는 기본 가

Bab Lainnya
Jelajahi dan baca novel bagus secara gratis
Akses gratis ke berbagai novel bagus di aplikasi GoodNovel. Unduh buku yang kamu suka dan baca di mana saja & kapan saja.
Baca buku gratis di Aplikasi
Pindai kode untuk membaca di Aplikasi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