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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Penulis: 숲속의사슴
“환자분은 출산 후 체력 소모가 심한 상태입니다. 이전에 대량 출혈로 응급 처치까지 받으셨고요.”

“이런 상태에서는 저혈당으로 쓰러지기 쉽습니다. 영양 보충 꼭 잘 하셔야 하고, 감정적으로 크게 흔들리는 일도 피하셔야 합니다.”

검사가 끝난 뒤에도 시유는 병실 침대에 누워 깊이 잠들어 있었다.

의사는 병실 안에서 마리에게 시유의 상태를 차분히 설명했다.

장순영이 옆에서 한숨을 쉬었다.

“사모님은 산후조리도 제대로 못 하셨어요. 첫 보름은 젖몸살이 너무 심해서 음식도 마음대로 못 드셨고, 그 다음엔 아기가 소화를 잘 못 시켜서 밤마다 울었어요.”

“그래도 사모님이 직접 먹이겠다고 버티셔서, 밤에 한 번도 제대로 못 주무셨어요. 낮에는 일까지 하셨고요. 몸이 회복될 틈이 없었어요.”

마리는 그 말을 듣자 속에서 불이 치밀었다.

마리는 미친 듯이 여준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여준은 끝내 받지 않았다.

마리는 하는 수 없이 병상에 누운 시유의 사진을 찍어 보낸 뒤, 짧은 문장을 덧붙였다.

[부여준, 20분 안에 병원으로 와. 안 오면 내가 제일 먼저 네 와이프한테 이혼하라고 할 거야.]

하지만 여준은 마치 세상에서 사라지기라도 한 듯 아무 연락도 없었다.

마리는 침대 위에 야위어 누운 시유를 바라보다가 코끝이 시큰해졌다. 눈물이 멈추지 않고 흘러내렸다.

그해 대학 동기들은 모두 시유가 가장 결혼 잘한 케이스라고 말했다.

남편인 여준은 시유보다 다섯 살 많았고, 시유가 다니던 회사의 대표였다.

5년 전, 두 사람의 결혼 소식은 갑작스럽게 알려졌다.

늘 짧은 머리에 소박한 차림을 고집하던 시유가 부씨 집안 같은 최상류층 가문에 시집간다는 사실은 주변 사람들을 꽤 놀라게 했다.

다들 지금의 시유가 좋은 집에서 부족한 것 없이 살고, 집안일을 도와주는 사람들에 둘러싸여 편하게 지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마리는 알았다.

지난 5년 동안 시유가 회사에서는 여준에게 혹사당했고, 결혼생활 안에서는 시댁의 차가운 시선에 시달리며 얼마나 힘겹게 버텨 왔는지를.

마리는 그래도 아이를 낳으면 이제는 고생 끝일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눈앞의 상황은 부유한 집안이라는 말이 무색했다. 보통 집에서도 갓 태어난 아이와 산모를 이 정도로 외면하지는 않았다.

생각할수록 화가 치민 마리는 여준의 부모에게 전화를 걸려고 했다.

그때 시유가 희미하게 눈을 떴다. 힘없는 목소리가 마리를 불렀다.

“마리야, 목말라.”

마리는 서둘러 따뜻한 물을 반 컵 따랐다.

조심스럽게 식힌 뒤, 시유를 일으켜 앉히고 천천히 마시게 했다.

“네가 아이 낳은 게 이렇게 큰일인데 부씨 집안 사람들은 알고는 있어? 왜 병원에 사람 그림자 하나 없어?”

시유의 시어머니는 5년 내내 아이를 가지라고 재촉했다. 별의별 한약과 보양식을 보내며 시유를 압박했다.

그런데 시유가 딸을 낳고, 아이가 태어난 지 한 달이 되었는데도 시어머니는 나타나지 않았다.

시유는 물을 다 마시고 나서 희미하게 웃었다.

“출산한 날 병원에 한 번 왔어. 딸이라는 말 듣더니 굳은 얼굴로 바로 가버렸어. 그 뒤로는 한 번도 안 왔고.”

마리의 가슴속에서 다시 불길이 확 치솟았다.

“요즘 세상에 아직도 아들딸 가려? 부씨 집안에 왕위라도 물려줄 거 있어? 딸이면 그 집안 피가 아니래?”

마리는 초췌한 시유의 얼굴을 안타깝게 바라보았다.

“울고 싶으면 울어. 참지 마. 내가 여기 있잖아.”

시유는 고개를 저었다.

그러고는 장순영에게 옆에 놓인 흰죽을 건네 달라고 눈짓했다.

시유는 하루 종일 제대로 먹지도 마시지도 못했다. 배가 몹시 고팠다.

“울어?”

시유는 뜨거운 죽을 한 숟갈 떠 삼켰다. 눈빛은 날카롭게 가라앉아 있었다.

“안 울어. 대신 내 딸을 우습게 본 사람들은 전부 대가를 치르게 할 거야. 백 배, 천 배로 후회하게 해줄 거야.”

마리는 손을 뻗어 시유의 이마를 짚었다.

“열은 없는데 헛소리하는 거 아니지? 말해 봐. 어떻게 후회하게 할 건데?”

시유는 죽을 몇 숟갈 더 먹은 뒤 그릇을 내려놓았다.

“다 생각해 뒀어. 내일 딸 출생신고부터 할 거야. 이름은 임빛나. 긴 밤이 지나고 찾아오는 첫빛처럼, 새롭게 살아가라는 뜻이야.”

마리는 깜짝 놀랐다.

“딸 성을 ‘임’ 씨로 올리겠다고? 나중에 부씨 집안에서 재산 안 주겠다고 나오면 어쩌려고?”

시유의 눈빛은 싸늘했다. 차가운 기운이 깊게 깔려 있었다.

“그건 걱정 마. 무슨 수를 써서라도 내 딸 몫은 전부 받아낼 거야.”

시유는 장순영에게서 딸을 받아 안았다. 보드랍고 발그레한 작은 얼굴을 오래도록 내려다보았다.

“어쨌든 나는 맹세했어. 내가 부씨 집안에서 당한 일, 내 딸한테는 절대 겪게 하지 않을 거야. 이혼할 때 하더라도 내 딸에게 돌아가야 할 몫은 부여준이 반드시 내놓게 할 거야.”

마리는 깊이 공감하며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그렇게 나와야지. 그런데 부씨 집안이 끝까지 버티면서 안 주겠다고 하면?”

시유는 고개를 들어 창밖을 가리켰다.

창밖에는 웅장한 외관을 드러낸 채 완공을 앞둔 H시의 랜드마크 빌딩이 서 있었다.

“세오름타워는 처음부터 끝까지 내가 설계한 프로젝트야. 부씨 집안이 진행하는 모든 사업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핵심 프로젝트고.”

“부씨 집안이 감히 내 딸 몫을 빼앗으려 들면, 나는 이 프로젝트를 끝내 완공하지 못하게 할 거야.”

마리는 단번에 눈을 빛냈다. 흥분과 감탄이 뒤섞인 얼굴이었다.

“와, 진짜 멋있다. 솔직히 말해서 지난 5년 동안 네가 참는 거 보면서 내가 다 답답해서 미칠 지경이었어. 나 진작부터 네가 이렇게 맞서서 본때를 보여줄 날만 기다렸다고!”

마리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시유의 핸드폰이 울렸다.

통화 화면에는 시유의 보조 디자이너 이름이 떠 있었다.

시유가 전화받자, 상대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사님, 안 좋은 소식이 있습니다.]

“뭔데요?”

[대표님이 방금 회의에서 새 인사 발령을 발표하셨습니다. 소새나 씨를 세오름타워 전체 프로젝트의 공동 메인 디자이너로 임명한다고 하셨습니다. 이사님과 프로젝트 성과를 함께 공유하는 것으로...]

시유는 몸을 벌떡 세웠다.

“뭐라고요?”

[제가 지금 임명 공문 보내 드리겠습니다. 대표님이 저희한테는 따로 말씀하셨어요. 강영우 씨가 당시 최종안 검토 때 좋은 의견을 준 공이 있으니...]

[강영우 씨 아내에게 명분만 하나 만들어 주는 거라고요. 실제로 소새나 씨가 업무에 참여할 필요는 없다고 하셨습니다.]

시유는 전화를 끊었다.

곧바로 도착한 임명 공문을 열었다. 핸드폰을 쥔 손가락 마디가 하얗게 질릴 만큼 힘이 들어갔다.

“왜 그래? 무슨 일인데?”

마리가 영문을 몰라 다급히 물었다.

시유는 차갑게 굳은 표정으로 핸드폰을 마리에게 건넸다.

마리가 임명 공문 전체를 확인한 뒤, 자리에서 펄쩍 뛸 듯 화를 냈다.

두 눈에는 분노가 이글거렸다.

“부여준 대체 뭐 하자는 거야? 소새나가 네 작업 성과를 같이 가져가게 만들겠다고? 손 하나 까딱 안 하고 세오름타워 메인 디자이너 타이틀을 얻겠다는 거잖아. 이건 논문 다 써 놨더니 억지로 공동저자 끼워 넣는 것보다 더 역겨워!”

시유는 억지로 자신을 가라앉혔다.

“오히려 잘됐어. 이제 이 결혼을 유지할 이유가 완전히 사라졌으니까.”

마리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진짜 끝까지 마음 정한 거야?”

시유는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엄마한테 전화 좀 해 줘. 나 이제 정신 차렸다고, 이제 부여준이랑 더는 못 살겠다고 전해줘.”

마리는 핸드폰을 꺼내 들다가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네가 직접 하면 되잖아?”

시유가 낮게 말했다.

“임신 6개월 때 엄마가 순금 아기 목걸이 가져왔었어. 그때 부씨 집안한테 결혼식 다시 제대로 올리게 하라고 난리쳤는데, 내가 거절했어.”

“엄마가 나한테 바보같이 산다고, 이렇게 사는 딸은 자기 딸 아니라고 했고. 그 뒤로 지금까지 삐쳐 있어.”

마리는 어깨를 으쓱했다.

“진짜 너희 모녀도 대단하다. 만나기만 하면 싸우면서... 뒤에서는 서로 걱정하느라 여념이 없잖아.”

시유는 희미하게 웃었다.

엄마의 화려하고 아름다운 얼굴이 떠오르자, 시유의 눈가가 조용히 붉어졌다.

마리는 병실 밖으로 나가 시유의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머니, 시유가 부여준이랑 더는 못 살겠대요.”

전화기 너머가 잠시 조용해졌다.

곧 낮게 잠긴 중년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말투는 서늘할 만큼 단호했다.

[시유한테 일단 버티라고 해. 내가 지금 해외에 있으니, 사흘 뒤에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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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유는 액셀을 깊게 밟아, 두 사람의 신혼집이 있는 단독주택 단지 ‘그림빌’로 차를 몰았다.현관문을 밀고 들어섰을 때, 이 집에서 오래 일한 가사도우미 유민자와 시유가 따로 고용한 시터 장순영이 아이를 어르고 있었다.시유의 새하얗게 질린 낯을 본 두 사람은 깜짝 놀라 자리에서 일어났다.“사모님, 어디 편찮으세요?”시유는 억지로 입꼬리를 끌어 올렸다.“괜찮아요. 배가 좀 고파서요. 따뜻하게 닭칼국수 한 그릇만 해 주세요.”장순영의 품에서 아이를 받아 든 시유의 복잡하게 뒤엉킨 마음은, 보드랍고 발그레한 아기 얼굴을 보자 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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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회장 안.시유의 시선은 눈 한 번 깜빡이지 않은 채 여준에게 박혀 있었다. 여준은 잔뜩 달아오른 얼굴로 술잔을 들고, 새나를 데리고 테이블마다 돌며 인사를 하고 있었다.“제 친구 영우가 해외 현장에 장기 파견을 나가 있어서, 돌아오려면 1년은 더 있어야 합니다. 오늘은 제가 영우 대신 인사도 드리고, 술도 대신 받겠습니다.”“새나는 아직 몸조리 중이라 술도, 찬 음료도 조심해야 합니다. 새나 몫으로 주시는 잔은 제가 대신 받겠습니다.”“...”시유는 입안으로 넘어간 오렌지 주스가 유난히 차갑고 쓰게 느껴졌다. 가슴 안쪽

  • 착한 아내는 오늘부터 그만둡니다   제1화

    “여보, 우리 아기 오늘 태어난 지 한 달 됐잖아. 나랑 아기 데리러 올 수 있어?”임시유는 속싸개에 싸인 딸아이를 품에 안고 있었다. 담담한 목소리였지만, 그 안에는 조심스러운 기대가 희미하게 배어 있었다.수화기 너머에서 부여준의 목소리가 차분하게 들려왔다. 감정은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갑자기 일정이 생겼어. 기사한테 당신이랑 아기 태우고 집까지 오라고 할게.]출산할 때도, 산후조리 기간 내내 여준은 회사 일이 바쁘다는 이유로 시유와 아기의 곁에 없었다.이제 아기가 태어난 지 한 달이 되어 조리원에서 퇴원하는 날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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