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partir

제6화

Autor: 숲속의사슴
마리는 시유가 더 상처받을까 봐, 여준이 메시지조차 확인하지 않았다는 말은 끝내 꺼내지 않았다.

시유가 퇴원하는 날까지도 여준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퇴원 후, 시유와 마리는 젖먹이 빛나와 장순영을 데리고 시유가 반년 전 ‘태양파크’ 아파트단지에 사 둔 집으로 들어갔다.

마리의 집은 바로 맞은편이었다. 서로 마주 보는 앞집에 살자는 건 대학 시절부터 두 사람이 농담처럼, 하지만 진심으로 꿈꿔 왔던 일이었다.

그래서 반년 전 마리의 맞은편 집이 매물로 나왔다는 말을 듣자마자, 시유는 망설임 없이 그 집을 계약했다.

집에는 기본 가구와 가전이 모두 갖춰져 있었다.

다만 사람의 온기가 아직 닿지 않아 조금 휑해 보였다.

마리는 곧장 자기 집에서 이불과 전기포트, 컵, 수건 같은 생활용품을 가져왔다.

시유는 장순영에게 필요한 물건 목록을 적어 주고 마트에 다녀오게 했다.

이어 용달을 불러 그림빌에 있던 빛나의 아기용품을 전부 옮겨오게 했다.

창밖은 이미 어둠이 내려앉아 있었다.

그제야 여준의 전화가 걸려 왔다.

시유는 화면에 뜬 ‘남편’이라는 저장명을 바라보다가, 망설임 없이 전화를 끊었다. 곧바로 저장명을 지우고 번호를 차단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마리의 핸드폰이 울렸다.

마리는 전화받자마자 차갑게 비꼬았다.

“부 대표, 참 바쁘시네. 이제야 태어난 지 한 달 된 딸이랑 산후조리도 못 끝낸 아내가 생각났어?”

[내 아내 바꿔.]

여준의 목소리는 여전히 차분했다. 사무적인 거리감이 짙게 묻어 있었다.

그는 막 집에 도착한 참이었다. 한 손에는 딸에게 주려고 일부러 사 온 옷과 장난감이 들려 있었다.

그리고 집 안에 따뜻한 저녁 식사와 조용한 분위기가 기다리고 있을 거로 생각했다.

하지만 눈앞에 보인 건, 마당 한쪽에 검게 그을린 대리석 기둥과 바닥 가득 흩어진 잿더미였다.

거실과 침실은 도둑이 들고 간 것처럼 엉망이었다.

여준은 가슴속에 치미는 분노를 눌렀다.

‘저 사람... 너무 심하게 굴었어.’

마리는 비웃듯 말했다.

“우리 시유는 왜 찾아? 네 절친이 없을 때, 그 잘난 사촌 여동생이나 더 챙기면 되잖아. 네 눈에 우리 시유가 뭐로 보이긴 했어?”

[말 조심해.]

여준의 목소리가 낮게 가라앉았다. 억눌린 분노가 금방이라도 터질 듯했다.

마리는 끝내 폭발했다.

“부여준, 내가 너한테 욕 안 하는 것만으로도 엄청 참고 있는 거야. 시유가 임신한 내내 너는 신경도 안 쓰고 잔뜩 부려 먹기만 했지.”

“시유가 애 낳다가 갑작스러운 과다 출혈로 위험했을 때 넌 어디 있었어? 시유가 산후 조리하면서 젖몸살에 불면증까지 겪을 때 넌 어디 있었냐고.”

“자기 딸 태어난 지 한 달 된 건 나 몰라라 하면서, 남의 아들 축하 자리에는 친척이고 지인이고 다 불러서 잔치까지 열어? 그런 짓을 하고도 네가 지금 사람이냐?”

“시유가 쓰러져서 병원에 실려 갔는데, 내가 보낸 메시지에 너는 답장 하나 없더라. 네 사촌 여동생은 남편도 없고 시댁도 없어?”

“왜 네가 그렇게까지 붙어서 챙기는데? 시유를 생과부처럼 만들어 놓고도 미안한 줄도 몰라?”

“세오름타워는 시유가 피땀 흘려 만든 프로젝트야. 그런데 거기에 소새나를 끼워 넣어서 성과를 나눠 먹게 해? 너 진짜 인간도 아니야.”

“다시는 시유 앞에 나타나지 마. 시유는 이제 너만 봐도 역겨워해. 곧 법무법인에서 연락이 갈 테니까 기다려.”

마리는 숨 돌릴 틈도 없이 쏟아붓고는 그대로 전화를 끊어 버렸다.

여준은 핸드폰을 쥔 채 한동안 그 자리에 굳어 있었다. 손끝이 미세하게 떨렸다. 머릿속에는 충격과 혼란이 뒤섞여 있었다.

‘임신 중에 일이 버거웠다면 왜 말하지 않았을까?’

‘출산 때 대출혈이 있었다면 왜 알리지 않았을까?’

‘산후조리원에는 간호사와 간병인도 있었을 텐데, 잠을 못 잤다는 건 또 무슨 말일까?’

‘세오름타워에 이름만 올리는 디자이너 하나 넣는 게 그렇게 큰 문제인가?’

‘실제로 새나가 일에 참여하는 것도 아니잖아.’

여준은 자신의 결정이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젖몸살이라는 게 정말 그렇게 아픈 건가?’

여준은 새나에게서 아프다는 말을 들은 적이 없었다.

딸이 태어난 지 한 달 된 일을 잊은 것도 아니었다.

원래는 리오와 함께 기념 자리를 마련하려 했지만, 새나가 원하지 않았다.

그래서 여준은 딸의 백일에 따로 크게 챙겨 주려 했다.

마리가 말했다는 메시지도 이상했다.

여준은 핸드폰을 꼼꼼히 확인했다. 하지만 읽지 않은 메시지는 어디에도 없었다.

리오가 계속 토하고 울면서 여준 품에서 떨어지려 하지 않았다.

여준은 시터가 알려 준 대로 아이 등을 두드려 주느라 한동안 핸드폰을 곁에 두지 못했다.

핸드폰 비밀번호를 아는 사람도 없었다. 누가 대신 건드렸을 리도 없었다.

‘윤마리가 괜히 사이를 갈라놓으려고 하는 거겠지.’

‘시유가 쓰러져 병원에 갔다는 건 사실인 모양인 것 같은데...’

‘그래서 나에게 전화 한 통도 하지 않았어.’

여준은 한참을 멍하니 서 있다가 장순영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장순영은 감히 받지 못했다.

마리가 거실로 돌아왔을 때, 시유는 핸드폰 화면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 눈에는 짙은 증오가 어려 있었다.

마리가 급히 다가갔다.

“뭐 보고 있어?”

화면에는 ‘달빛’이라는 이름의 계정이 올린 SNS 게시물이 떠 있었다.

사진 여러 장이 한꺼번에 올라와 있었고, 글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삼촌이 정성껏 준비해 준 한 달 기념 선물. PS:삼촌이 아빠보다 리오를 더 예뻐해요.]

마리는 핸드폰을 빼앗듯 받아 들고 사진을 한 장씩 넘겨 보았다.

리오의 생후 한 달 기념 자리는 정성스러운 장식과 선물로 가득했다.

그중 한 장에는 남자가 아이를 안고 있는 상반신이 담겨 있었다.

얼굴은 나오지 않았지만, 마리는 보자마자 사진 속 남자가 여준인 걸 알아봤다.

마리는 다시 분노로 들끓었다.

“그러니까 남의 아들 한 달 기념은 이렇게 성대하게 해 주고, 정작 자기 딸한테는 아무것도 안 했다는 거네?”

시유의 눈빛은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

“맞아.”

마리는 핸드폰을 내던질 뻔했다. 벌떡 일어나며 이를 갈았다.

“진짜 말도 안 되는 짓을 끝까지 하네. 소새나가 대체 부여준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 내가 반드시 알아내고 말 거야.”

마리가 막 전화를 걸려는 순간, 시유가 손을 뻗어 마리를 붙잡았다.

시유는 메신저에 도착한 음성 메시지 하나를 눌렀다.

[시유야, 알아냈어. 소새나는 부여준 이모가 보육원에서 입양한 딸이야. 어릴 때부터 부씨 집안에서 자랐고.]

[듣기로는 사춘기 때 부여준을 미친 듯이 좋아해서 손목을 긋고 학교까지 그만뒀대. 5년 전에는 술에 취해 부여준 침대에 들어갔다가 거의 일이 벌어질 뻔했고. 부여준이 그때 엄청 화를 내면서 뺨을 때리고 꺼지라고 했다는 말도 있어.]

다음 음성 메시지가 이어졌다.

[그런데 이상하게 얼마 지나지 않아 소새나가 부여준의 가장 친한 친구 강영우와 가까워졌고, 둘이 같이 해외로 나갔어.]

[1년 전 소새나가 임신하자 강영우가 부여준한테 돌봐 달라고 부탁했대. 그 뒤로 부여준은 자주 A국으로 날아가 소새나 곁을 챙겼고.]

[또 하나. 소새나 예정일은 원래 너보다 보름 늦었어. 그런데 네가 출산한 날, 소새나가 갑자기 넘어져서 출혈이 생겼고, 결국 예정일보다 빨리 제왕절개를 했대. 너랑 같은 날 아이를 낳은 거지.]

메시지를 보낸 사람은 두 사람의 공통 친구 고연호였다.

업계에서 소문난 ‘정보왕’이었다.

마리는 분을 참지 못하고 거칠게 티테이블을 내리쳤다.

“소새나... 보통 아니야. 네가 애 낳는 날에 맞춰 넘어져서 조산했다고? 부여준 붙잡아 두려고 별짓을 다 한 거잖아. 시유야, 저런 여자는 정말 피곤해. 조심해라.”

시유의 입가에 싸늘한 비웃음이 떠올랐다.

“조심해야 할 사람은... 소새나 쪽이야.”

시유는 어릴 때부터 엄마를 따라 험한 사람들 사이에서 구르고 부딪히며 자랐다. 세상에 어떤 여자가 있고, 어떤 욕망이 사람을 어디까지 몰고 가는지 이미 너무 많이 봐 왔다.

소새나가 이렇게까지 당당할 수 있는 건 여준의 편애와 ‘사촌으로 자란 동생’이라는 얄팍한 명분을 믿기 때문이었다.

그 명분을 시유가 힘껏 찢어 버린다면.

그때 부여준과 소새나 중 누가 먼저 고개를 들지 못하게 될까?

새나가 전화로 던졌던 도발이 떠올랐다.

임신 내내 새나가 여준의 세심한 보살핌을 받았다는 사실도 떠올랐다.

여준은 새나의 아들을 손바닥 위에서 애지중지 떠받들고, 시유의 딸은 그 존재조차 잊힌 아이처럼 취급받았다.

시유의 눈에는 깔린 냉소가 거센 증오로 번져 갔다.

Continúa leyendo este libro gratis
Escanea el código para descargar la App
Comentarios (1)
goodnovel comment avatar
happyhomejoa
복수해라 시유 !!! 중국에 왤케 띨띨한 남자가 많아? 내연녀는 악녀고. 시유!!! 능력을 발휘해 봐.
VER TODOS LOS COMENTARIOS

Último capítulo

  • 착한 아내는 오늘부터 그만둡니다   제250화

    자신만 낡은 물건처럼 밀려난 듯한 굴욕감에 여준의 마음속에서 다시 오기가 치밀었다.여준은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억지로 허리를 곧게 펴고 예전의 당당했던 모습을 되찾으려 애썼다.“마지막으로 한 번만 물어볼게. 정말 꼭 이혼해야 해?”시유의 눈빛은 무심했다.대답에도 망설임이 없었다.“응.”여준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입술에서도 핏기가 빠졌다.“내가 잘못했다는 걸 알아. 예전에 뭘 잘못했는지도 다 깨달았어.”“그래도 꼭 이혼해야 돼?”시유의 눈에는 아무 감정도 남아 있지 않았다.입가에 희미한 비웃음이 번졌다.“이제 와서 용서해 달라고 하는 게 웃기지 않아? 빛나를 낳던 그날로 돌아가 모든 걸 다시 시작할 수도 없잖아.”“당신과 나 사이에 남아 있던 마지막 기회도 빛나를 낳던 날 이미 끝났어.”예상했던 대답이었다.그런데 직접 들으니 여전히 가슴이 아팠다.여준이 힘겹게 말했다.“알았어... 그럼 마지막으로 부탁 하나만 할게.”“앞으로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빛나를 만나게 해 주면 안 돼?”“합의서에 적힌 양육비가 부족하다고 생각하면 더 줄게. 당신이 원하는 만큼 맞출 수 있어.”시유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빛나가 태어났을 때도, 생후 한 달이 됐을 때도 당신은 없었어.”“그때 이미 아빠로서의 자격을 잃었다고 생각해. 이제 와서 빛나 인생에 끼어드는 게 오히려 그 아이한테 더 잔인할 수도 있어. 괜히 아빠한테 기대하게 만들지 마.”시유는 잠깐 말을 멈췄다가 차갑게 덧붙였다.“그리고 당신 엄마가 그랬잖아. 당신한테 아이 낳아 줄 여자는 얼마든지 있다고.”“빛나는 겨우 딸일 뿐이니까 앞으로 다른 여자가 아들도 낳아 주겠지.”그 말을 하면서도 시유의 가슴 한구석이 희미하게 아팠다.아직도 부씨 집안 같은 재벌가에 아들을 더 귀하게 여기는 생각이 저렇게 뿌리 깊게 남아 있다는 게 이해되지 않았다.그래도 한편으로는 빛나가 딸이라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만약 아들이었다면 부씨 집안 성격상 이렇게 순순히 양육권을 넘겨주지는 않았

  • 착한 아내는 오늘부터 그만둡니다   제249화

    여준은 결국 감정을 억누르지 못했다.멀어지는 시유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눈에는 미련과 아쉬움이 가득했다.그때 옆에서 자신을 빤히 바라보는 시선이 느껴졌다.여준이 날카롭게 고개를 돌렸다.조금 전 스포츠카를 몰고 온 남자였다.남자는 검은 가죽 재킷 안에 그래피티가 들어간 흰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목에는 굵은 은색 체인을 걸었고, 헐렁한 카고 팬츠에 한정판 운동화를 신었다.자연스럽게 흐트러진 머리 아래로 선명한 이목구비가 드러났다.입가에는 장난스러운 미소가 걸려 있었고, 거칠면서도 자유분방한 분위기가 느껴졌다.남자가 비웃듯 입꼬리를 올렸다.“걱정 마요. 나랑 임시유는 아무 사이도 아니니까.”그는 잠깐 말을 멈췄다가 덧붙였다.“다만 나중에 시유가 싱글이 되면 어떻게 될지는 모르죠.”여준의 표정이 굳었다.남자는 개의치 않고 말을 이어 갔다.“오늘은 마리 따라온 거예요. 도대체 어떤 남자길래 시유 같은 여자를 놓쳤나 궁금해서.”남자가 여준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아깝네요. 장담하는데 평생 후회할 겁니다.”“시유처럼 개성도 뚜렷하고 끈기까지 있는 여자는 정말 드물어요.”남자는 아쉽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진짜... 있을 때 잘하지 그랬어요.”여준의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당장이라도 한 대 날리고 싶은 충동이 치밀었다.하지만 남자는 이미 몸을 돌려 페라리 안으로 들어간 뒤였다.곧 엔진음이 울렸고 차는 빠르게 멀어져 시야에서 사라졌다.여준은 가슴이 꽉 막혀 숨을 쉬기조차 힘들었다.특히 햇빛 아래 반짝이는 시유의 새 차를 보자 애써 눌러 두었던 후회가 다시 밀려왔다.‘나는 그동안 시유한테 뭘 해 줬지?’아무리 기억을 더듬어도 떠오르는 게 없었다.반대로 시유가 자신에게 해 줬던 일들은 하나하나 너무도 선명했다.마치 어제 있었던 일처럼 전부 생생하게 떠올랐다.시유는 낡은 차를 7, 8년이나 탔다.대학교를 졸업하고 처음 산 작고 평범한 차였다.나중에는 꽤 낡아서 에어컨도 고장 나고 와이퍼에서도 자꾸 이상한 소리가 났다.그

  • 착한 아내는 오늘부터 그만둡니다   제248화

    ‘둘 사이가 벌써 그렇게까지 가까워진 건가?’여준은 참지 못하고 시유에게 다가가려던 참이었다.그때 요란한 엔진음을 내며 페라리 한 대가 그의 옆을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차는 곧 시유 옆에 급정거했고, 날카로운 브레이크 소리가 울려 퍼졌다.차창이 내려가자 운전석에 앉은 남자가 큰 소리로 시유의 이름을 불렀다.시유는 바로 허리를 숙여 열린 차창 쪽으로 얼굴을 가까이했다.무슨 이야기를 하는지는 들리지 않았지만 차 안에서는 연달아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여준의 얼굴이 점점 굳었다.‘정말 이혼하러 온 사람이 맞아? 어떻게 저렇게 즐거울 수 있지?’‘그리고 저 남자는 또 누구야?’차도 올해 출시된 최신 모델이었다.벌써 저 차를 몰고 다닐 정도라면 재력이나 집안 배경도 만만치 않을 게 분명했다.영우라면 저런 스타일의 스포츠카는 사지 않을 것이다.오히려 고연호 같은 바람둥이들이 좋아할 만한 차였다.‘이번에는 또 H시 어느 집안 남자가 시유한테 관심을 가진 거야?’‘아직 이혼도 안 했는데 벌써 페라리까지 끌고 와서 잘 보이려고 한다고?’여준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었다.다음 순간, 세련된 캐주얼 차림의 남자가 차에서 내렸다.손에는 노란 장미 꽃다발까지 들려 있었다.남자는 그대로 시유에게 다가가 꽃다발을 건넸다.여준은 머리를 세게 얻어맞은 듯 멍해졌다.아직까지는 자신이 시유의 남편이었다.그런데 가정법원 앞에서, 그것도 자신이 보는 앞에서 다른 남자가 시유에게 꽃을 준다고?관자놀이가 욱신거렸다.여준은 더 참지 못하고 두 사람 앞으로 성큼성큼 다가갔다.낯선 남자를 한번 바라본 뒤 시유가 들고 있는 장미 꽃다발로 시선을 옮겼다.가슴이 턱 막혔다.여준이 남자를 가리켰다.“시유야, 이 사람은 또 누구야?”시유가 설명하려는 순간 차에서 마리가 튀어나왔다.마리는 빠르게 시유 옆으로 달려가 친근하게 팔짱을 끼고 여준을 매섭게 노려봤다.“당신이 무슨 상관인데?”마리가 일부러 뜸을 들였다.“이분은... 당연히 우리 시유를 좋아하는 수많은 남자

  • 착한 아내는 오늘부터 그만둡니다   제247화

    시유는 블랙 앤 화이트 스트라이프 셔츠에 하이웨이스트 블랙 A라인 스커트를 입고 있었다.살짝 열린 셔츠 깃 사이로 가느다란 목선이 드러났고, 스커트 아래로 늘씬한 다리가 뻗어 있었다.발에는 검은색 하이힐을 신었다.전체적으로 차갑고 세련된 분위기라 선뜻 다가가기 어려워 보였다.날이 바짝 선 칼처럼 예리하면서도 당당한 모습이었다.반면 맞은편의 여준은 넋이 나간 사람처럼 초췌해 보였다.두 사람의 모습은 극명한 대비를 이뤘다.시유는 핸드폰으로 통화 중이었다.마리에게 걸려 온 전화였다.아마 영우가 여전히 걱정돼 마리에게 상황을 알려 준 모양이었다.[자기야, 부여준이랑 이혼 절차 밟으러 가는 이렇게 중요한 날에 왜 나한테 말도 안 했어?]“오늘은 절차만 밟는 거야. 완전히 이혼하는 건 한 달 뒤고.”“나 혼자서도 괜찮으니까 걱정하지 마.”[그게 무슨 소리야!]마리가 발끈했다.[내가 네 제일 친한 친구인데 앞으로 네 인생에 중요한 일 생기면 무조건 나한테 말해야 돼.][빛나 낳을 때처럼 나한테까지 숨기는 건 절대 안 돼! 그러면 나 진짜 서운해.]시유는 웃음이 터졌다.“알았어, 알았어. 너 아직 근무 중이잖아. 괜히 나 때문에 나오면 또 휴가 써야 하니까 그랬지.”마리가 크게 웃었다.[그게 뭐가 중요해. 우리 시유 일보다 중요한 일이 어디 있어? 그리고 나 사촌 오빠 회사 다니는 거 알잖아.][그러니까 거기서 조금만 기다려! 나 금방 갈게.]마리의 목소리가 한층 들떴다.[우리 사촌 오빠가 얼마 전에 페라리 샀거든? 네가 이혼 절차 밟으러 간다니까 직접 차 몰고 나 데려다주겠대.][오늘 제대로 폼 좀 살려주자고!][그리고 플래카드도 준비했어. 너랑 부여준이 가정법원에서 나오면 바로 펼칠 거야.]시유는 벌써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플래카드에 뭐라고 썼는데?”[시유야, 고생 끝! 싱글 복귀 축하해! 앞으로 하는 일마다 술술 풀리고 돈도, 미모도, 남자도 넘쳐나길!][어때? 이 정도면 제대로 준비했지? 나 같은 친구 또 없다니까

  • 착한 아내는 오늘부터 그만둡니다   제246화

    여준은 의자에 축 늘어져 앉아 손가락으로 미간을 세게 눌렀다.속에서 밀려오는 감정을 애써 억누르고 있을 때였다.노크 소리와 함께 유란이 사무실로 들어왔다.또각또각 울리는 하이힐 소리에는 평소처럼 단호한 기세가 묻어 있었다.“여준아, 어제 찬훈이 서명받으려고 가져온 서류들 어디 있어? 내가 다시 한번 확인해 볼게.”여준은 맨 위에 놓인 서류 한 부만 빼고 나머지를 건넸다.유란은 여준의 창백한 얼굴을 보자마자 뭔가 이상하다는 걸 알아챘다.“너 왜 그래? 괜찮아?”여준은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온몸에서 기운이 빠져나간 듯 목소리에도 힘이 없었다.“괜찮아. 누나, 나 시유랑 이혼하기로 했어.”“빛나 양육권도 시유한테 넘길 거야. 시유가 요구한 것도 다 주려고.”여준은 잠시 말을 멈췄다.“그래도 5년이나 나랑 살았는데 제대로 된 결혼식 하나 못 해 줬잖아. 내가 시유한테 미안한 게 많아.”유란은 잠시 굳었다가 단호하게 말했다.“시유한테 보상해 주는 건 좋아. 무리한 요구만 아니면 나도 찬성이야. 그런데 빛나까지 포기하면 어떡해?”“여준아, 네 첫아이잖아. 엄마 아빠처럼 아들만 귀하다고 생각하지 마. 요즘 세상에 아들이든 딸이든 다 똑같이 소중한 자식이야.”여준은 한동안 아무 말이 없었다.깊은 눈에는 오랜 불면과 마음고생으로 인한 피로가 짙게 배어 있었다.“누나, 시유는 빛나를 정말 사랑해. 절대 나한테 안 줄 거야.”“이렇게 오래 끌고 오니까 나도 너무 지쳤어. 이제는 그냥 다 끝내고 싶어.”여준이 고개를 숙였다.“나가 줘. 혼자 있고 싶어.”유란은 하고 싶은 말이 많았지만 입을 다물었다.동생이 이렇게까지 망가진 모습을 보니 마음이 아팠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다.결국 두 사람의 문제였다.아무리 가족이라도 끼어들 수 없는 일이었다.유란은 서류를 들고 무거운 발걸음으로 자신의 사무실로 돌아갔다.그리고 서류를 하나씩 꺼내 꼼꼼히 확인하기 시작했다....점심을 먹은 뒤 시유가 가방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그 모습을 본

  • 착한 아내는 오늘부터 그만둡니다   제245화

    오랫동안 팽팽하게 이어지던 줄다리기가 마침내 끝난 것 같았다.서로 지칠 대로 지친 순간, 상대가 갑자기 잡고 있던 줄을 놓아 버렸다.그런데 시유가 느낀 건 후련함이 아니었다.오히려 온몸의 힘이 한순간에 빠져나가는 듯한 허탈함이 밀려왔다.아슬아슬하게 버티고 있던 마음이 그대로 무너져 내린 것처럼 가슴 한구석이 텅 비어 버렸다.한동안 화면을 바라보던 시유는 짧게 답장을 보냈다.[그래.]태양파크 거실에는 여준이 혼자 앉아 있었다.앞에 놓인 와인병은 이미 비어 있었고, 잔에는 아직 술이 반쯤 남아 있었다.창문을 활짝 열어 둔 탓에 늦가을 찬바람이 거실 안으로 거세게 밀려들었다.온몸이 서늘했지만 가슴속 답답함은 조금도 가라앉지 않았다.여준은 핸드폰 자판에 몇 번이나 문장을 썼다 지우기를 반복했다.손에 너무 힘을 준 탓에 손가락 마디가 하얗게 질리고 나서야 겨우 두 줄의 메시지를 보냈다.시유가 후련해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아니면 화를 내며 몇 마디 쏟아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하지만 돌아온 건 아무런 감정도 느껴지지 않는 짧은 한마디뿐이었다.[그래.]마음이 완전히 떠나고 나면 이렇게 되는 걸까?싸우는 것조차 의미가 없었다.남은 건 적막뿐이었다.여준은 그 한마디를 뚫어져라 바라봤다.눈이 따끔거렸고 금방이라도 눈물이 떨어질 것처럼 시야가 흐려졌다.그는 소파에 굳은 채 한참을 움직이지 않았다.온몸에서 힘이 빠져나간 듯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테이블 위에 놓여 있던 이혼 합의서가 바람에 날려 바닥으로 떨어졌다.종이가 스치는 소리가 텅 빈 거실에 유난히 크게 울렸다.차갑게 나열된 조항들이 두 사람이 함께한 지난 5년을 비웃는 것만 같았다.여준은 눈가가 뜨거워지는 걸 느끼며 결국 허리를 숙여 서류를 주웠다.사실 합의서 내용은 제대로 읽어 보지도 않았다.앞부분에 적힌 재산 분할 조항 몇 줄만 훑어봤을 뿐인데도 가슴을 세게 얻어맞은 것처럼 숨이 막혔다.여준은 서명란에 멍하니 자신의 이름을 적었다.서명을 마친 합의서는 서류봉투에

  • 착한 아내는 오늘부터 그만둡니다   제3화

    시유는 액셀을 깊게 밟아, 두 사람의 신혼집이 있는 단독주택 단지 ‘그림빌’로 차를 몰았다.현관문을 밀고 들어섰을 때, 이 집에서 오래 일한 가사도우미 유민자와 시유가 따로 고용한 시터 장순영이 아이를 어르고 있었다.시유의 새하얗게 질린 낯을 본 두 사람은 깜짝 놀라 자리에서 일어났다.“사모님, 어디 편찮으세요?”시유는 억지로 입꼬리를 끌어 올렸다.“괜찮아요. 배가 좀 고파서요. 따뜻하게 닭칼국수 한 그릇만 해 주세요.”장순영의 품에서 아이를 받아 든 시유의 복잡하게 뒤엉킨 마음은, 보드랍고 발그레한 아기 얼굴을 보자 겨

  • 착한 아내는 오늘부터 그만둡니다   제2화

    연회장 안.시유의 시선은 눈 한 번 깜빡이지 않은 채 여준에게 박혀 있었다. 여준은 잔뜩 달아오른 얼굴로 술잔을 들고, 새나를 데리고 테이블마다 돌며 인사를 하고 있었다.“제 친구 영우가 해외 현장에 장기 파견을 나가 있어서, 돌아오려면 1년은 더 있어야 합니다. 오늘은 제가 영우 대신 인사도 드리고, 술도 대신 받겠습니다.”“새나는 아직 몸조리 중이라 술도, 찬 음료도 조심해야 합니다. 새나 몫으로 주시는 잔은 제가 대신 받겠습니다.”“...”시유는 입안으로 넘어간 오렌지 주스가 유난히 차갑고 쓰게 느껴졌다. 가슴 안쪽

  • 착한 아내는 오늘부터 그만둡니다   제1화

    “여보, 우리 아기 오늘 태어난 지 한 달 됐잖아. 나랑 아기 데리러 올 수 있어?”임시유는 속싸개에 싸인 딸아이를 품에 안고 있었다. 담담한 목소리였지만, 그 안에는 조심스러운 기대가 희미하게 배어 있었다.수화기 너머에서 부여준의 목소리가 차분하게 들려왔다. 감정은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갑자기 일정이 생겼어. 기사한테 당신이랑 아기 태우고 집까지 오라고 할게.]출산할 때도, 산후조리 기간 내내 여준은 회사 일이 바쁘다는 이유로 시유와 아기의 곁에 없었다.이제 아기가 태어난 지 한 달이 되어 조리원에서 퇴원하는 날인데

  • 착한 아내는 오늘부터 그만둡니다   제7화

    여준은 난장판이 된 거실을 바라보다가, 힘이 빠진 사람처럼 소파에 주저앉았다. 담배에 불을 붙인 뒤 깊게 한 모금 빨아들였지만, 답답하게 막힌 가슴은 조금도 풀리지 않았다.“이모님, 제가 아내한테 그렇게 못했습니까? 시유가 이렇게까지 화낼 일입니까?”유민자는 바닥에 흩어진 파편을 쓸어 담으며 조심스럽게 말했다.“대표님이 사모님께 못하신 건 아니에요. 두 분 결혼하고 5년 동안 큰소리 한 번 오가는 걸 못 봤으니까요.”“다만 여자가 아이를 낳고 나면 마음이 많이 흔들릴 수 있어요. 산후 우울감도 올 수 있고요. 이럴 때일수록

Más capítulos
Explora y lee buenas novelas gratis
Acceso gratuito a una gran cantidad de buenas novelas en la app GoodNovel. Descarga los libros que te gusten y léelos donde y cuando quieras.
Lee libros gratis en la app
ESCANEA EL CÓDIGO PARA LEER EN LA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