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건오는 전화를 끊은 후, 두려움을 떨쳐내고 다시 자신만만해졌다.왜냐하면 그의 형이 곧 올 테니까!어려서부터 변건오는 변우재를 롤모델로 삼았다.그가 봤을 때, 변우재가 해결하지 못하는 일은 없었다.전에 학교를 다닐 때도 변건오가 변우재의 이름만 얘기하면 상대는 놀라서 저절로 사과했다.지금도 마찬가지일 것이다.진서준은 또 자신감을 얻은 변건오를 보면서 담담하게 얘기했다.“네 형이 오기 전에 정신 좀 차리게 해줄게.”그러자 변건오의 얼굴에서 미소가 순식간에 사라졌다.“네가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아? 우리 형은 변우재라고! 이 구역의 보스야! 네가 날 때린다면 우리 형이 와서 널 산 채로 찢어 죽일 거야!”그 말을 들은 진서준은 차갑게 웃으며 얘기했다.“변우재가 오면 네 형도 무릎 꿇고 나한테 사과해야 할 거야.”“하하하.”변견오는 배를 끌어안고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우리 형이 무릎 꿇고 너한테 사과한다고? 네가 뭐라도 되는 줄 알아?”다른 양아치들도 살짝 기력을 회복해서 바닥에서 기어올라선 후 표독스러운 시선으로 진서준을 쳐다보았다.“저 자식은 우재 형님에 대해서 잘 모르는 게 확실해!”“지금 이렇게 웃고 떠들라고 해. 이따가 펑펑 울게 될 테니까.”사람들은 말을 보태면서 진서준을 비웃기 시작했다.“쓸데없는 말이 너무 많아.”진서준은 갑자기 손을 들어 변건오의 뺨을 때렸다.80킬로의 변건오는 뺨을 맞자마자 그대로 쓰러져 버렸다.퍽.변건오가 쓰러지는 소리와 함께, 모든 사람들이 놀랐다.양아치들은 믿기 힘들다는 듯, 진서준을 쳐다보면서 입을 크게 벌렸다.진서준이 정말 변건오를 때리다니!진서준은 한 발로 변건오의 얼굴을 밟고 담담하게 얘기했다.“네 형이 오면 그때 발을 치워줄게.”변건오의 얼굴은 아예 흙빛이 되었다.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밟히는 건, 변건오의 인생에서 가장 쪽팔린 일이다.“지금의 치욕을 똑똑히 기억해 주마. 우리 형이 오면 두 배로 갚아줄 테니까!”다른 사람들은 감히 으름장을 놓지도 못했다
드라마틱한 반전에 모든 사람들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진서준 발밑의 변건오는 더욱 할 말을 잃었다. 입을 얼마나 크게 벌린 건지, 계란 두 알이나 들어갈 수 있을 정도였다.‘꿈인가?’누구에게도 굽히지 않던 변우재가 고작 진서준 앞에서 무릎을 꿇다니.변우재는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신경 쓸 여유도 없었다. 그의 머릿속에는 온통 살아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동생을 데리고 살아서 떠나야 한다.두 팔이 부러진 고통을 이미 잘 알고 있는 변우재는 동생이 자기처럼 혼자 옷도 못 입는 병신이되지 않기를 바랐다. 이때 모든 사람들은 진서준이 아까 한 농담 같은 말이 떠올랐다.‘해가 서쪽에서 뜨려나?’양아치들은 눈앞의 상황을 믿지 못하겠다는 듯, 주먹으로 자기 뺨을 내쳤다.하지만 이윽고 느껴지는 고통이 알려주었다. 이건 꿈이 아니라고!진서준은 무릎을 꿇은 변우재를 보면서 담담하게 얘기했다.“네 동생은 네가 복수해주길 바라던데.”변우재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고개를 쳐들지도 못한 채 고개를 더욱 깊숙이 박으며 얘기했다.“진 선생님이 변건오를 혼내는 건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겠죠. 제가 어찌 감히 복수를 하겠습니까. 어떻게 변건오를 때리든지, 혼내든지, 상관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장애인으로 만들지 말아 주십쇼.”변우재는 거의 온 힘을 다해 이 말을 뱉어냈다.지금의 그는 진서준 앞에서 그냥 개미 한 마리와 같았다.진서준은 차갑게 얘기했다.“장애인이 되어도 싸! 전에 사람들을 데리고 우리 집을 부수고 다리를 다친 우리 어머니를 괴롭힐 때는 이런 날이 올 줄은 생각도 못 했나 봐? 네가 그런 짓을 한 건 괜찮고, 내가 혼내려니까 용서해달라고? 이 세상에 그런 법은 없어!”자기 어머니가 다리를 다친 채로 길에서 쓰레기를 주워 돈을 벌던 것을 생각하면 진서준은 마음속에서 열불이 들끓었다.만약 그가 반년이라도 늦게 돌아갔다면 영영 어머니를 보지 못했을지도 모른다.사람들은 진서준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세에 놀라서 식은땀을 흘렸다. 입은 옷도 땀으로 젖어 있었
진서라를 별장으로 돌려보낸 후, 진서준은 운전해서 주이든 호텔로 갔다.주이든 호텔은 진서준 일가가 원래 살던 곳과 멀리 떨어지지 않았다.진서준은 얼른 내비게이션을 따라 그곳에 도착했다.호텔 입구에 도착한 그는 주차장에 자리가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바로 차를 호텔 입구 옆에 세워두었다.입구의 경비는 진서준이 비싼 차를 몰고 온 것을 보고 크게 신경 쓰지 않고 못 본 척해주었다.호텔 로비에 들어선 진서준은 바로 프런트로 걸어갔다.“사장은 어딨어요.”마침 프런트에 있던 매니저는 진서준이 사장을 찾자 되물었다.“안녕하세요, 고객님. 저희 사장님한테는 무슨 볼일로 오셨죠?”“당신과는 상관없으니까 20분 안으로 날 보러 오라고 해요.”진서준이 차갑게 얘기했다.매니저는 진서준의 태도를 보고 바로 경비를 불러 진서준을 내쫓으려고 했다.경비는 들어와서 진서준을 보고 매니저한테 얘기했다.“매니저님, 이분은 가장 비싼 마이하브를 몰고 온 사람이에요. 건드리면 안 된다고요!”이렇게 비싼 차는 호텔 매니저뿐만이 아니라 그들의 사장도 타지 못할 것이다.매니저는 그 말을 듣고 경비더러 떠나라고 하더니 괴이한 표정으로 진서준을 보면서 얘기했다.“알겠습니다. 일단 저쪽 소파에서 기다려 주세요. 지금 당장 사장님께 연락하겠습니다.”진서준은 로비에 있는 소파에 앉아서 주이든이 오기를 기다렸다.주이든은 그 시각, 침대에서 그의 애인과 뒹굴고 있었다.전화를 받은 그는 욕설을 퍼부었다.“이렇게 이른 시간에 나한테 전화해? 죽고 싶어?”“사장님, 큰일 났습니다. 어떤 남자가 호텔에 와서 사장님을 찾고 있어요!”매니저가 연신 해명했다.“내가 만나고 싶으면 만날 수 있는 사람이야?”주이든은 참지 않고 얘기했다.“보통 사람이 아닌 것 같아요. 몇억이나 되는 차를 몰고 다닌다니까요?”상대방이 몇억짜리 차를 몰고 다닌다는 얘기에 주이든이 대답했다.“알겠으니까 지금 당장 갈게.”몇억짜리 차를 모는 사람이라면 꼭 붙잡아야 한다.그의 호텔의 시가 총액도 겨우 1
주이든 호텔. 진서준은 장혜윤과 함께 그들이 예약해 놓은 룸으로 왔다.룸은 거의 17평 정도로 컸는데 인테리어도 꽤 좋았다.하지만 진서준이 전에 갔던 5성급 호텔의 룸과 비교하면 차이가 매우 컸다.룸에 들어간 후, 아까 은수환에게 아부하던 사람들이 또 입을 열었다. “만약 수환이가 아니었으면 이렇게 호화로운 곳에서 식사할 일은 없었을 거야.”“이따가 수환이한테 잘 보여야지!”“진서준, 거기서 뭐 해? 얼른 수환이한테 감사하다고 해야지.”단구준은 진서준이 입구에서 룸을 쳐다보는 것을 보고 호화로운 인테리어에 놀랐다고 생각했다.다른 사람들은 진서준을 보면서 경멸의 시선을 던졌다.오직 장혜윤만이 불안해했다.저번에는 진서준과 허사연이 완전히 갈라선 줄 알았다.하지만 대학가에서 또다시 두 사람을 만날 줄이야. 게다가 장혜윤은 이미 유지수와 이지성, 두 사람과 연락이 끊겼다.지금의 장혜윤은 진서준이 밉고 무서웠다. 먼저 가서 진서준을 건드리는 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진서준은 시선을 거두고 단구준을 쳐다보더니 대충 의자에 앉았다.“저 X끼가!”단구준이 화를 내자 옆에서 은수환이 웃으면서 얘기했다.“다들 이해해 줘. 진서준이 감옥에서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 규칙을 모르는 것도 정상이야.”진서준을 도와 얘기하는 것 같아 보였지만 사실은 진서준을 짓밟는 것이었다.다른 사람들도 은수환의 말을 알아듣고 자리에 앉았다.“역시 수환이는 사람이 착해. 나였으면 진서준을 진작 쫓아냈을 거야.”모든 사람이 자리에 앉았다.테이블은 아주 커서 열 몇 명이 앉을 수 있었다.하지만 아무도 진서준 옆에 앉지 않아 진서준의 양옆은 빈자리였다. 이때 종업원이 걸어 들어왔다.“지금 음식을 올릴까요?”“네. 아, 맞다. 천지란 다섯 병도요.”은수환은 패기 있게 얘기했다.오늘 천지란을 마신다는 얘기에 사람들은 설렜다.너무 비싼 건 아니지만 한 병에 20만 원은 하는 술이다.평범한 직장인들은 일 년에 한번 마실까 말까 하는 정도였다.음식
“진짜 마이바흐 열쇠를 본 적 있어! 전혀 이렇게 생기지 않았어!”은수환의 말에 사람들은 시름을 놓았다.감옥을 다녀온 진서준이 마이바흐를 가지고 있다면, 그들은 뭐가 되겠는가!사실 은수환은 마이바흐의 열쇠가 어떻게 생겼는지 본 적이 없었다.하지만 은수환은 집에 돈이 많아 견문이 넓었다. 사람들은 은수환의 말을 그대로 믿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수환이가 있어서 다행이야. 그렇지 않으면 정말 진서준한테 속을 뻔했어!”“자연스러운 모습을 보니까 적지 않은 사람을 속였나 본데?”사람들이 믿지 않자 진서준도 해명하지 않고 바로 차 열쇠를 거두었다.아무 말도 하지 않은 진서준을 보며 사람들은 저 차 열쇠가 가짜라고 단정 지었다.그들은 또다시 진서준을 비웃기 시작했다.단구준은 진서준의 머리를 가리키면서 얘기했다.“나한테서 형님이라는 말을 들으려면 적어도 다음생까지 기다려야겠다.”진서준은 단구준을 보면서 차갑게 비웃었다.“내 동생이 될 기회를 잃어서 아쉽겠어.”“하? 또 그새를 못 참고 기어올라?”단구준이 화를 냈다.“구준아, 그만해. 뭐 저런 애랑 싸우려고 들어. 그러다가 진서준이 널 죽이면 어떡해.”육지현이 비웃으면서 얘기했다.단구준은 대수롭지 않아 하며 얘기했다.“날 찔러? 그 새끼가? 간덩이가 부어도 그러지 못할걸? 내가 봤을 때는 다단계나 하다가 잡혀서 감옥에 들어간 것 같은데. 아니야? 진서준?”진서준이 다단계를 하다가 잡혀들어간 게 아니냐는 단구준의 말을 들은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인정했다.진서준은 대학생 때 아주 말을 잘 듣는 학생이었다.진서준이 사람을 죽인다니. 그 말을 믿을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이때, 종업원이 음식을 들고 와 테이블을 채웠다.음식이 다 오른 후, 은수환이 진서준을 보고 물었다.“서준아, 우리 아빠 회사에 화장실 청소를 할 사람이 필요한데, 한번 해볼래? 한 달에 36만 원이야. 월급이 높지는 않지만 그래도 살만은 하잖아? 어때?”육지현은 그 말을 듣고 입을 가린 채 웃음을 참았다.
룸 안은 쥐 죽은 듯 조용했다.웨이터가 떠나자, 사람들은 정신을 차렸다.“밑에 있는 마이바흐가 정말 진서준의 차야?”“말도 안 돼! 절대 그럴 수 없어! 만약에 그가 마이바흐를 살 여유가 있다면 왜 이런 식당에 와서 밥 먹겠어?”이 말을 들은 은수환은 화가 났다.그는 매섭게 노려보다가 가볍게 기침했다.“저 웨이터는 분명 진서준이 돈 주고 찾아온 사람일 거야! 내가 아까 말했다시피 저 자식의 차 키는 가짜야! 나를 못 믿겠다면 이따가 우리가 떠날 때 주차장 입구에서 보면 되지.”은수환이 이렇게 자신 있게 말하자 사람들은 또 그의 말을 믿었다.장혜윤만이 진서준이 방금 헛소리하고 있는 것이 아님을 알고 있었다.어찌 됐든 진서준은 허씨 집안에 빌붙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마이바흐는 말할 것도 없고 더 비싼 롤스로이스라도 그는 살 수 있었다!하지만 그녀는 그를 도와서 나설 사람이 아니었다.반대로 그에 대한 원한이 뼈에 사무쳤다.진서준은 마이바흐를 주차장에 세우고 나올 때 경비원에게 말했다.“사장님이 오시면 직접 307호 룸으로 오라고 하세요. 은수환이라는 남자가 사장님의 손을 부러뜨린다고 했어요.”진서준의 말에 경비원은 아무런 의심도 하지 않았다.경비원은 진서준처럼 이렇게 돈이 많은 사람이 그를 속일 수 없다고 생각했다.“알겠습니다. 선생님.”진서준이 룸으로 돌아오자 은수환 등 사람들은 그를 바라보았다."진서준, 방금 그 연기자는 하루에 얼마씩 받아? 아까 그분 연락처 좀 줘봐, 나도 혹시 후에 필요 있을 거 같아서!”진서준은 대답하지 않고 젓가락을 들어 음식을 먹었다.이따 주이든이 오면 아마 밥 먹을 시간도 없을 것이다.진서준이 말하지 않자, 사람들은 그가 사실을 들켜서 할 말이 없는 줄 알고 더 경멸에 찬 눈빛으로 그를 보았다.바로 이때 은수환은 갑자기 그의 아버지의 전화를 받았다.“아버지, 무슨 일이에요?”“수환아, 오후에 회사로 와, 우리 회사의 회장이 바뀌었어!”아버지의 말을 들은 은수환은 속으로 깜짝 놀랐다.회
만약 웨이터가 진서준이 부른 연기자라면 지금 눈앞의 이 사람들은 연기자일 수가 없었다!그들은 온 힘을 다해 은수환을 때렸다!하지만 은수환은 그렇게 많은 것을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몸이 찢어지는 것처럼 느껴지는 고통 때문에 그는 진서준이 뼈저리게 미웠다.“진서준, 이 새끼가 감히 나를 놀려!”호텔 사장 주이든은 진서준을 바라보며 이마를 찡그렸다.“방금 당신이 말한 거 맞아? 은수환이 내 손을 부러뜨리겠다고 한 거.”진서준은 담담하게 주스 한 잔을 마시며 말했다.“그래. 내가 말했어.”“진서준 이런 개자식! 죽여버릴 거야! 감히 내 이름으로 사람을 속이다니!”은수환이 화가 나서 큰 소리로 말했다.진서준은 손에 유리잔을 들고 은수환의 머리를 향해 내리쳤다.쨍그랑하는 소리와 함께 유리잔은 깨져서 바닥에 흩어져 떨어졌다.은수환의 머리에서는 피가 끊임없이 흐르고 있었다.원래 분노에 찬 얼굴이었던 그가 순식간에 자기 머리를 감싸안고 울음을 터뜨렸다.주이든은 미간을 더욱 찌푸렸다.그는 진서준이 어떤 사람인지는 몰랐지만, 그에게 놀림을 당했다고 생각하니 잔뜩 화가 났다.“이보게, 나한테 할 말 없어?”그러자 진서준은 주이든을 힐끗 쳐다보더니 사람들을 향해 말했다.“다 돌아가. 이제 나와 이 사람 일만 남았어.”단구준은 원래 진서준을 조롱하려고 했으나 은수환의 고통스러운 비명을 듣고 겁에 질렸다.두 남자가 은수환을 들고 나가자 다른 사람들도 황급히 도망갔다.룸 안에는 진서준과 주이든 등 사람들만 남았다. 진서준은 몸을 일으켜 차가운 눈빛으로 주이든을 바라보았다.“난 너와 원한이 없는 것 같은데?”주이든이 이마를 찡그리며 말했다.“없다고? 2년 전에 네가 40대 부인의 다리를 부러뜨린 거. 기억나?”진서준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하자 룸 안의 분위기도 차가워졌다.그의 말을 들은 주이든은 얼른 기억을 떠올렸다.그러자 그의 안색이 변했다.그날은 이지성이 그를 찾아와서 예쁜 유부녀를 그에게 소개해 주겠다고 말했다.바로 그날 밤, 그는
주이든은 진서준이 무슨 생각하는지 몰랐다.그가 방금 천조 조직의 사람을 안다고 말하니 진서준이 겁을 먹은 줄 알았다.“그래! 딱 기다려. 지금 바로 전화할게!”그는 화가 난 얼굴로 핸드폰을 꺼내 왕성재에게 전화를 걸었다.전화가 통하자 그렇게 기고만장하던 주이든은 바로 아첨하는 듯한 표정으로 바뀌었고 목소리도 갑자기 공손해졌다.모르는 사람이 보면 그가 할아버지께 전화하는 줄 알았을 것이다.얼마 안 지나 통화를 마친 주이든의 얼굴에 만족스러운 미소가 번졌다.“이놈아! 이제 넌 끝장났어! 이따가 성재 형님이 사람을 데리고 오면 넌 목숨이 열 개라도 살아서 떠날 생각 하지 마!”주이든이 전화한 사람은 바로 왕성재였다. 그의 신분으로 도진수 같은 큰 인물은 알 수가 없었다.하지만 왕성재 하나로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진서준은 왕성재라는 이름을 듣자 차갑게 웃었다.며칠 전에도 그는 왕성재를 만났었다.그때에도 왕성재는 사람을 데리고 진서준을 에워쌌다.하지만 진서준의 한 통 전화에 그는 재빨리 사과하고 사람을 데리고 떠났다.“그래. 두고 보자. 네가 말한 성재 형님이 나를 어떻게 죽게 할지!”진서준이 무뚝뚝한 얼굴로 말했다.땅에서 고통스럽게 울고 있던 경비원이 성재 형님이라는 말을 듣자 흉악한 표정으로 말했다.“이놈 자식! 넌 오늘 죽었어! 무술 조금 배웠다고 해서 네가 천하무적인 줄 알아? 성재 형님은 도 회장님이 제일 아끼는 부하지. 그가 오면 넌 끝장이야!”경비원이 이렇게 말하자 주이든의 얼굴이 더욱 의기양양해졌다.“그래 맞아. 성재 형님의 수단은 어쩌면 도 회장님보다도 독할거야!”진서준은 말하지 않고 담담하게 의자에 앉아 왕성재가 오기를 기다렸다.곧 차 몇 대가 쏜살같이 달려와 이든 호텔 문 앞에 멈췄다.차가 멈추자 왕성재가 시가를 입에 물고 차에서 내렸다.그의 부하들도 험악한 표정을 하며 차에서 내렸다.이든 호텔에 와서 밥을 먹으려던 손님들은 그들을 보자 자신이 다칠까 봐 얼른 몸을 돌려 도망갔다.왕성재가 앞장서
성미영이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매년 혼자서만 집에 가다 보니 성미영에게 이성 친구가 있을 리 만무했다.성미영도 이제 3년만 지나면 서른이었기에 집에서는 성미영의 결혼 문제가 가장 뜨거운 감자였다.그런데 오늘 갑자기 이성 친구가 생겼다는 소식이 들리자 가족들이 당연히 남자친구라고 착각한 것이다.그래서 기어코 성미영에게 진서준을 집으로 데려오라고 난리였다.“그냥 사실대로 말하면 되잖아?”진서준이 태연하게 말했다.무슨 대단한 일이라도 난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이런 사소한 일이었다.“그게 통했으면 내가 지금 너한테 전화했겠어?”성미영이 짜증 난 목소리로 말했다.“그럼 뭘 어쩌라는 거야? 설마 내가 직접 가서 해명하라는 건 아니겠지?”진서준이 눈썹을 꿈틀거리며 되물었다.“꼭 와야 해. 안 그러면 부모님이 날 가만히 안 둘 거라고.”성미영이 명령조로 말했다.“이봐, 지금 부탁하는 입장인데 말투가 그게 뭐야? 장난해?”진서준이 한마디 귀띔했다.“야, 진서준. 너 적당히 해. 지금 무슨 상황인지 이해가 안 돼?”성미영이 당장이라도 터질 것처럼 소리쳤다.“오후에 내가 너 안 도와줬어? 지금은 네가 나 도울 차례라고. 아니야?”진서준은 그 말에 피식 웃었다.“정정하자면 너 없어도 난 하경범을 충분히 잡아 올 수 있었어. 오히려 너 배려해서 너희 성씨 가문 구역에서 난리 안 친 거라고.”“헛소리 작작 해!”성미영이 분노에 이를 갈았다.진서준의 말이 사실 틀린 말은 아닌데 왜 이렇게 재수 없게 들리는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그럼 끊는다?”진서준이 전화를 끊으려 했다.“끊지 마. 내가 지금 데리러 갈 거야. 오늘 밤에 확실히 설명하고 가. 안 그러면 부모님이 나 귀찮게 해 미칠 것 같다고.”성미영이 다급하게 말했다.“그럼 부탁해야지. 부탁할 땐 부탁하는 태도가 있는 법이거든.”진서준이 태연하게 말했다.사실 일부러 성미영을 약 올리는 건 아니었다.그냥 이 여자가 맨날 윗사람처럼 굴었고 매번 자기가 대단한 존재라도 되는 양, 가르
차 안.도지아는 직접 복수를 마친 뒤, 속이 어느 때보다 한결 더 시원했다.하지만 곧 걱정이 가득한 얼굴로 진서준에게 물었다.“나중에 하경범이 복수하면 어떻게 하지?”“그럼 그냥 지옥에 보내버리면 돼. 너무 걱정되면 지금이라도 돌아가서 죽여버릴까?”진서준이 태연하게 말했다.어차피 그런 쓰레기는 살아 있을 가치도 없었다.진서준이 하경범을 바로 죽이지 않은 이유는 단 하나, 바로 금단 현상이 올라올 때의 고통을 직접 맛보게 해주고 싶었기 때문이었다.죽여버리는 것보다 살아서 끔찍한 경험을 하게 하는 게 더 잔인한 법이었다.“아니야, 죽이는 게 오히려 그 녀석에게 자비를 베푸는 일이야.”도지아가 고개를 저었다.그 한마디로 도지아가 하경범을 얼마나 증오하는지 알 수 있었다.하경범은 도지아의 미래를 망가뜨렸고 행복했던 가족을 박살 내버렸다.이제 도지아는 과거로 돌아갈 수도 없었다.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도지아는 막막하기만 했다.호텔로 돌아오자 진서준이 물었다.“여기서 계속 있을 순 없잖아. 앞으로 어디로 갈 생각이야?”도지아는 잠시 고민하더니 대답했다.“예은에게 가볼까 해. 걔 집 넓잖아.”“그것도 괜찮네. 황예은은 돈이 넘치니까 황예은한테 붙어 있으면 먹고사는 걱정은 없겠네.”진서준이 장난스럽게 말했다.한편, 성현도가 빠르게 정보를 통제한 덕분에 하경범이 진서준에게 끌려갔다는 사실은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다.하씨 가문 쪽에서도 하경범이 강제로 마약을 먹었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집으로 돌아간 하경범은 곧장 본인이 키운 삼생파의 두목 이시언에게 연락했다.“하 도련님, 무슨 일입니까?”전화를 받은 이시언은 조금 의아해했다.하경범이 직접 연락해 오는 경우는 드물었는데 마지막으로 연락했을 때도 사람을 납치하라고 시켰을 때였다.“당장 나한테 와.”하경범의 목소리가 얼음처럼 차가웠다.“네, 바로 가겠습니다.”이시언은 하경범의 상태가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 즉시 출발했다.30분 후, 이시언은 부하들을 데리고 하경범의 저택에 도착
“그럼 이제 나랑은 상관없는 일이잖아. 왜 굳이 날 물고 자빠지는 건데?”하경범은 슬슬 짜증 나기 시작했다.“너 아니었으면 우리 가족이 납치당할 일도 없었겠지. 그럼 내 동생도 마약과 접촉할 일도 없었을 거잖아. 네 더러운 욕망만 아니었어도 우리 가족이 이렇게 풍비박산 날 일이 있었겠어?”도지아의 분노는 점점 극에 달했다.“내가 겪은 이 모든 고통은 전부 다 네 탐욕과 욕망 때문이야. 오늘 넌 반드시 그 대가를 치러야 해.”하경범의 얼굴이 순식간에 창백해졌다.이제야 도지아가 진짜 죽을 각오로 덤비고 있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내가 방금 조상규 삼촌에게 연락했어. 곧 도착할 거야. 삼촌이 오기 전까지는 너희가 아직 살아남을 기회가 남아 있어.”하경범은 이런 상황에서도 협박하기 시작했다.“그러니 함부로 날 건드리지 마. 날 손대는 순간, 너희 셋 다 살아서는 못 나갈 줄 알아.”“그 사람은 올 수 없어.”진서준이 느닷없이 말했다.“무슨 뜻이야?”하경범이 움찔하며 눈꺼풀을 떨었다.“이미 죽었거든. 이해했어?”진서준이 담담하게 대꾸했다.“뭐, 뭐라고?”하경범은 흠칫 떨더니 곧바로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헛소리하지 마. 그럴 리 없어! 조상규 삼촌은 대종사야. 네놈 따위가 무슨 수로 대종사를 죽일 수 있어?”하경범은 조상규의 무도 실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예전에 습격당했을 때도 조상규가 나서서 하경범을 구해줬다.당당한 대종사인 조상규가 진서준 같은 애송이에게 당했을 리가 없었다.“못 믿겠으면 직접 전화해 봐. 전화 받는 사람이 있는지 확인해 보지 그래?”진서준이 시큰둥하게 말하자 하경범은 급히 전화를 걸었다.그러나 들려오는 건 통화 연결음뿐이었다.하경범은 이 결과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또다시 전화를 걸었다.하지만 결과는 똑같았다.“젠장, 전화 받아! 전화를 받으란 말이야!”하경범은 이제 완전히 패닉 상태에 빠졌다.“통화가 안 되지?”진서준이 싱긋 웃으며 말했다.“대체 왜 조상규 삼촌이 너 따위한테 당했는데?
“뭐가 두려워?”하경범은 자신만만했다.여긴 하씨 가문이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르벨이었다.하경범은 진서준이 이곳에서 자기를 건드릴 용기가 있을 수 없다고 확신했다.“그럼 따라와 봐.”진서준이 몸을 돌려 밖으로 걸어 나갔다.“경범아, 저 녀석 꽤 강해. 조심하는 게 좋아.”성현도가 목소리를 낮춰 경고했다.“걱정 마. 아무 일도 없을 테니까.”하경범은 가볍게 웃으며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진서준이 도대체 무슨 수작을 부리려는 건지 두고 보자는 심정이었다.차에 올라타자 하경범이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의외네, 넌 여자들한테도 제법 인기가 많은 모양이구나. 황예은과 도지아만 있는 게 아니라 이번엔 또 새로운 여자가 곁에 있네.”하경범은 옆자리의 허사연을 힐끔 쳐다보며 능글맞게 웃었다.“아가씨, 저 녀석 따라다녀 봤자 아무런 미래도 없어. 나랑 함께하는 게 어때? 내 여자가 되면 평생 호화롭게 살게 해줄게. 명품, 스포츠카, 대저택, 뭐든 원하는 만큼 줄 수 있어.”허사연은 그 말에 쌀쌀하게 웃으며 대꾸했다.“그럼 네 목숨을 원한다면 줄 수 있어?”하경범 같은 부잣집 도령이 얼마나 많은 가정을 파탄 냈을지 모른다.진서준의 얘기를 들은 후, 허사연도 이 쓰레기를 당장 없애버리고 싶었다.“내 목숨을 달라고?”하경범은 어이없다는 듯 멍하니 있다가 곧 박장대소를 터뜨렸다.“날 죽이겠다고? 그래, 해봐. 근데 네 가족이 우리 하씨 가문의 분노를 감당할 수 있을까?”하경범의 목소리엔 살기가 서려 있었다.“거참 쉬지도 않고 조잘대네.”진서준은 쉴 새 없는 하경범의 멘트에 슬슬 짜증 나기 시작했다.“흥, 얼마 안 가 네가 내 앞에 무릎 꿇고 날 다시 보내게 될 거야. 내가 장담하지.”하경범은 눈을 가늘게 뜨며 진서준을 비웃었다.“오히려 네가 나한테 무릎 꿇고 목숨을 구걸하게 될걸?”진서준은 태연하게 받아쳤다.곧이어 진서준은 차를 한 폐기된 공장 앞에 세웠다.차에서 내리자 하경범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한곳에 걸터앉아 휴대폰
“뭐라고? 불법적인 일이 우리 가게에서 일어난다고? 말도 안 돼.”성현도가 헛웃음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넌 전신전 소속이잖아. 그런데 네 오빠인 내가 어떻게 법률을 어기는 일을 하겠어?”“그럼 이 사람들은 왜 부른 거야? 집단 폭력도 불법이거든.”성미영은 차가운 시선을 보이며 성현도와 따졌다.“미영아, 이건 내가 싸우려던 게 아니야. 저 녀석이 일부러 시비 걸러 온 거라고.”성현도는 진서준을 손가락질하며 말했다.“이놈이 일부러 우리 찻집에 난입해 행패를 부리고 상철을 두들겨 패서 머리에 혹이 다 나버렸어. 난 단순히 정당방위를 위해 부른 거라고.”성미영이 등장하자 성현도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솔직히 실력만 놓고 보면 성현도는 성미영보다 한참 부족했다.게다가 성미영은 전신전 소속인지라 저 남녀가 군부 조직인 전신전을 적으로 돌릴 리 없었다.군대를 건드리는 순간, 무조건 좋은 결과는 있을 수 없었다.“진서준, 도대체 무슨 일이야?”성미영이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어라? 너희 둘이 아는 사이야?”성현도가 눈을 휘둥그레 뜨며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방금 내려놨던 마음이 다시 불안해지기 시작했다.“난 사람을 찾으러 왔어. 하씨 가문 하경범이 이 위층에 있다고 들었는데 진짜인지 가짜인지 모르겠어.”진서준이 손가락으로 위를 가리켰다.“그리고 또 하나, 저 위에서 불법적인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도 하더군. 그게 사실인지 아닌지도 모르겠어.”이 말에 성현도의 표정이 단숨에 험악해졌고 즉시 반박에 나섰다.“헛소리 마. 우리 가게는 단순한 찻집이야. 불법적인 일 따윈 없어. 근거없는 소문을 왜 털어놓고 난리야?”“미영아, 저 녀석한테 속지 마. 난 네 사촌 오빠야. 내가 그런 불법적인 짓을 할 사람이겠어?”성미영이 곧바로 진서준에게 물었다.“진서준, 너 증거 있어?”“직접 올라가 보면 다 알게 될 거잖아?”진서준이 가볍게 말했다.“오빠, 위층으로 가자.”성미영이 단호하게 말했다.“그, 그건 좀 곤란해. 위층엔 귀
순간, 장내는 숨소리조차 들릴 정도로 조용해졌다.모든 시선이 진서준에게 쏠렸고 사람들은 할 말을 잃어버렸다.다들 진서준을 그냥 얼굴만 반반한 남자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진짜 고수였다.성현도의 부하 중 최고 실력자조차 상대가 되지 않았다.성현도의 얼굴은 시퍼렇게 질렸고 상철을 향해서 욕설을 날렸다.“쓰레기 자식, 이런 애송이 하나도 못 이겨?”부하가 지면 망신당하는 건 결국 성현도 자신이었다.이대로 체면을 구긴 채 끝낼 수는 없었다.이대로 넘어가면 앞으로 르벨 재벌 2세들 사이에서 조롱거리가 될 게 뻔했다.“이봐, 네 실력이 괜찮은 건 인정할게.”성현도가 싸늘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근데 너 혼자서 백 명을 상대할 수 있어? 천 명은? 잘 들어. 내 부하는 수도 없이 많아. 너 같은 놈 하나 처리하는 데 전화 한 통이면 충분해.”진서준은 눈썹을 꿈틀거리며 여전히 같은 말을 반복했다.“다시 말하지만 난 그냥 하경범을 찾으러 온 거야. 그 녀석만 넘기면 오늘 일은 없던 걸로 해주지.”“없던 걸로 한다고?”성현도가 그 말에 어이없어 헛웃음이 나왔다.“너 지금 누굴 상대로 협상하려 드는 거야? 난 성씨 가문의 직계야. 날 건드리면 상대해야 할 건 나 하나가 아니라 우리 가문 전체라고.”그때, 밖에서 다급한 발소리가 들려오더니 곧이어 검은색 전투복을 입은 남자들이 우르르 몰려왔다.이 남자들은 전부 성씨 가문의 경호원이었고 실력도 만만하지 않았다.그것도 한둘이 아니라 무려 50명 이상이었다.한순간에 텅 비어 있던 로비가 사람들로 꽉 찼다.“저 자식 끝났네. 이 정도 성씨 가문 인원이라면 아무리 강해도 버틸 수가 없지.”“그러게 말이야. 이런 상황에서 살아남을 수 없잖아.”“왜 쓸데없이 성현도를 건드린 거지? 스스로 무덤을 판 거잖아.”구경꾼들은 이 광경에 각자 다른 감정을 보였다.누군가는 동정을, 누군가는 아쉬움을, 또 누군가는 짙은 흥미를 보였다.“사연아, 넌 좀 쉬어. 이놈들은 내가 처리할게.”진서준이 앞으로 나섰다.
얼마 지나지 않아 키가 거의 2미터에 달하는 거구의 사내가 찻집 안으로 들어왔다.남자는 그냥 서 있기만 해도 엄청난 위압감이 느껴졌다.“상철아, 저놈 다리 하나 부러뜨려서 내던져.”성현도가 진서준을 가리키며 명령했다.“알겠습니다.”상철은 간단하게 대답하고는 진서준에게 성큼성큼 다가갔다.“서준아, 내가 할게.”허사연의 눈에는 불꽃 같은 전투욕이 타올랐다.“조심해. 저 녀석은 횡련 종사야. 그렇게 만만한 상대가 아니야.”진서준이 조용히 귀띔했다.“알았어. 설령 못 이긴다고 해도 어차피 네가 있잖아?”허사연이 장난스럽게 웃었다.진서준이 곁에 있는 한, 허사연은 아무것도 두렵지 않았다.“이봐, 사내자식이 여자 뒤에 숨는 게 말이 돼?”상철이 눈썹을 추켜세우며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이봐, 껑충이. 여자를 얕보지 마. 일단 이기고 나서 말해.”허사연이 상철을 도발했다.“아가씨, 그런 기생오라비 말고 날 따르지 그래? 밤마다 널 천국으로 보내줄 수 있는데?”상철이 음흉하게 웃었다.“죽고 싶어 환장했구나.”얼굴이 싸늘해진 허사연이 주먹을 날렸다.강렬한 펀치가 공기를 가르며 폭발음을 일으켰고 그 위력은 철판도 뚫을 수 있을 정도였다.하지만 상철은 비웃듯 입꼬리를 올렸다.“내가 가만히 서 있어도 넌 날 어쩔 수 없어.”“닥쳐!”허사연이 분노에 차 주먹을 그대로 상철의 얼굴로 내리꽂았다.상철은 일부러 머리를 숙이며 대머리 정수리로 받아냈다.쿵!둔탁한 충돌음이 울려 퍼졌다.주먹이 상철의 머리를 강타했으나 대머리는 꿈쩍도 하지 않았고 오히려 허사연이 몇 걸음 물러섰다.순간 손에 뜨거운 통증이 밀려왔고 뼈가 부서질 것 같았다.손을 확인하자 하얀 피부였던 손등이 새빨갛게 부어올랐다.상철은 자기 머리를 한번 쓸어내리더니 빙그레 웃었다.“아가씨, 이제 내 실력을 알겠지?”그 모습에 허사연의 승부욕이 다시 불타올랐고 콧방귀를 뀌며 다시 달려들었다.이번에는 다리를 높이 들어 올려 상철의 머리를 내려찍었다.‘머리가 단단하다고 자랑하
이렇게 예쁘고 섹시한 여자가 싸움 실력이 이렇게 대단할 줄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완전 여성판 이소룡이었다.“너, 너희들 정말 너무 대담한 거 아니야? 여기가 어디인지 알기나 해? 어디서 대놓고 싸움질이야?”종업원은 순간 놀란 뒤 분노에 찬 얼굴로 진서준와 허사연을 가리켰다.찻집이 문을 연 이후로 이렇게 난동을 부리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고 진서준과 허사연이 첫 사례였다.주변의 구경꾼들도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싸움 좀 하면 뭐해? 여긴 성씨 가문의 구역이야. 성씨 가문에서 한마디만 하면 저 남녀는 오늘 밤중으로 사라지겠지.”“어휴, 저 여자 너무 아까워. 저렇게 예쁜데 왜 죽지 못해서 안달이지?”“여자는 살 수도 있겠지만 남자는 무조건 죽을걸.”사람들은 저마다 수군거리며 이미 진서준과 허사연의 결말을 예상하는 듯했다.“그럼 네 말대로라면 내가 널 때린다 해도 얌전히 맞고 있어야 한다는 거야?”허사연은 눈썹을 꿈틀거리며 종업원에게 다가갔다.“오지 마!”종업원은 겁에 질려 연신 뒷걸음질 쳤다.“어떤 미친놈이 내 구역에서 소란을 피우는 거야?”그 순간, 2층에서 한 사람이 내려왔다.모두가 일제히 시선을 돌려 그 사람을 확인하자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성현도가 오늘 여기 있었네?”누군가 그 청년을 알아보았다.“저 둘 끝장났네. 성현도는 악명 높은 냉혈한이야.”그 청년은 바로 찻집의 사장인 성현도였다.성현도는 르벨 재벌 2세 사이에서 유명한 인물이었다.친구에게는 무조건 의리를 지키지만 적에게는 무자비했다.성현도의 고문 방법은 수도 없이 많았고 게다가 무인으로서 무공 실력도 상당했다.“사장님, 저 남녀가 와서 난동을 부렸어요.”종업원은 성현도를 보자마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사장이 나온 걸 확인한 허사연은 주먹 한 방에 종업원을 기절시켜 버렸다.“뭐야?”성현도의 눈이 가늘어졌고 표정이 험악해졌다.자기 앞에서 대놓고 부하를 때리다니, 이건 너무나도 명백한 도발이었다.“아가씨, 우리 처음 보는 사이 맞지? 우리
그리고 오후 2시가 되자 진서준은 허사연을 데리고 조호가 말한 천국찻집으로 향했다.겉모습만 보면 이 찻집은 진짜 전통찻집 같았고 규모도 꽤 컸다.하지만 막상 안에 들어가 보니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져 있었다.1층과 2층까지는 정말 평범한 찻집처럼 꾸며져 있었고 누가 봐도 이상한 점을 찾기 어려울 정도였다.하지만 3층으로 올라가려면 회원권이 있어야 하거나 사장이 직접 허락한 사람만 출입할 수 있었다.“손님, 아가씨, 이쪽으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진서준과 허사연이 차를 마시러 온 줄 안 종업원이 빠르게 달려와 안내하려 했다.“그럴 필요 없어. 난 하경범을 찾으러 왔거든.”진서준이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네?”종업원이 순간 얼어붙었다.“혹시 하씨 가문의 하 도련님을 말씀하시는 겁니까?”“맞아.”진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손님은 누구신지...”종업원이 신중하게 물었다.진서준은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그냥 복수하러 왔다고 전해.”그놈 아버지라고 하는 건 자기를 모욕하는 것과 같았고 친구라고 하기도 기분이 더러웠다.그 말에 종업원의 얼굴색이 확 변했다.“손님, 여기서 장난치지 마세요.”하경범은 르벨에서 유명한 재벌 2세였다.이 찻집의 사장과도 막역한 사이였고 여기서 일하는 직원이라면 그 사실을 모를 리 없었다.“왜? 못 믿겠어?”진서준이 피식 웃으며 되물었다.“손님, 하 도련님에게 복수하려던 사람은 단 하루도 살아남지 못했습니다.”종업원이 경고하듯 말했다.“그런 농담은 함부로 하는 게 아닙니다.”그 말을 듣자 진서준은 담담하게 말했다.“그럼 이렇게 전해. 그 하경범이 두들겨 맞고 나자빠지게 했던 진서준이 왔으니 당장 기어 나오라고 말이야.”진서준의 뻔뻔한 태도에 종업원은 어이가 없었다.“좋습니다. 손님이 그렇게 죽고 싶다면 제가 기꺼이 도와드리죠.”종업원은 바로 무전기를 꺼내 들었다.“문제 발생했습니다. 난동자가 있습니다.”쿵! 쿵!급한 발소리가 들리더니 곧이어 건장한 남자 스무 명이 들이닥쳤다.전부 검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