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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5화

Author: 무가
모든 사람이 진서준이 허풍을 떨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의 말은 사실이었다.

심해윤과 아는 사이인 것도 그런데 진서준을 대하는 심해윤의 태도는 더욱 받아들일 수 없었다.

심해윤이 누구인가? 서울시 부시장의 부인이고, 본인도 인사처 처장이라는 요직을 맡고 있다.

대부분 인사 발령이 인사처 책임자인 그녀의 손을 거친다.

이렇게 대단한 신분을 가진 사람이 지금 진서준을 이렇게 공손하게 대하고 있다.

정란은 자기 팔을 힘껏 꼬집었다. 강렬한 통증은 그녀에게 꿈이 아니라고 말해주고 있었다.

다만 정란은 이해할 수 없었다. 진서준은 감옥에 갔다 온 범죄자인데, 어떻게 심해윤한테 이런 대접을 받을 수 있을까?

공민찬이 맨 먼저 정신을 차리고 믿을 수 없다는 듯 말했다.

“처장님, 사람을 잘못 보신 게 아닙니까? 이 사람은 옥살이한 적이 있습니다.”

심해윤은 진서준의 신분을 조사해 본 적이 없어 그가 옥살이한 적이 있다는 것을 몰랐다.

그래서 공민찬의 말을 듣고 그녀도 놀랐다.

하지만 반응이 빠른 심해윤은 이내 쌀쌀하게 말했다.

“내가 아직 사람을 잘못 볼 정도로 눈이 침침하지 않아요.”

이 와중에 아들이 심해윤의 심기를 건드리자, 공준호는 그를 발로 걷어차서 죽이지 못하는 것이 한스러웠다.

심해윤의 싸늘한 시선을 느낀 공민찬은 옷이 젖을 정도로 등에 식은땀이 줄줄 흘렀다.

방금 너무 놀라 이성을 잃고 그런 쓸개 빠진 소리를 했던 것이다.

“죄송합니다. 저는 그런 뜻이 아니라...”

“됐어요. 가던 길 가세요.”

더 이상 공민찬 일행과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던 심해윤은 진서준에게로 고개를 돌리며 미소를 지었다.

“진 선생님, 우리 들어가요.”

“네.”

진서준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허사연의 손을 잡고 먼저 룸에 들어갔다.

허사연은 그렇게 얼떨떨하게 진서준에게 끌려 룸으로 들어갔고, 의자에 앉은 후에야 제 정신이 돌아왔다.

“서준 씨, 심 국장님을 어떻게 알아요? 저는 왜 몰랐죠?”

허사연이 놀란 표정으로 진서준을 바라보았다.

“오늘 아침에 알게 돼서 미처 말하지 못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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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356화

    좋은 사람은 오래 살아야 마땅했다.“아, 서정훈 부시장님께서는 깨셨어요?”진서준이 물었다.“네. 깨셨어요. 아니면 제가 이곳에서 밥 먹고 있을 일도 없겠죠.”심해윤이 말했다.“진 선생님. 처음에는 제가 선생님 의술을 믿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저희 남편이 깨어난 순간 선생님 의술이 얼마나 대단한지 그제야 알았습니다.”서정훈의 상태가 호전된 후, 심해윤은 진서준에게 할 말이 많았다.하지만 정작 만나니 무슨 말부터 해야 할지 몰랐다.태어나서 다른 사람을 이 정도로 칭찬하는 건 처음이었다.심해윤이 진서준을 존경하는 모습에 다른 사람들은 그제야 진서준이 서정훈의 생명 은인이라는 것을 깨달았다.허사연은 진서준이 서정훈을 어떻게 구했는지 궁금했지만 워낙 사람이 많아서 물어보기가 그랬다.하지만 그래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게 되었다. 서씨 가문에서 서정훈의 생명 은인한테 무슨 짓을 할 리는 없었기 때문이다.“이분은 저의 여자친구 허사연 씨입니다. 이 호텔이 바로 저의 여자친구의 것입니다.”진서준은 심해윤에게 허사연을 소개해 주었다.“심 처장님, 안녕하세요.”허사연은 긴장된 모습이었다.허씨 가문이 아무리 돈 많다고 해도 권력 있는 사람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니었다.그렇지 않으면 서현욱이 자꾸 치근덕거릴 때 진작에 사람을 고용하여 혼쭐을 내줬을 것이다.“안녕하세요. 허사연 씨 참 대단한 것 같네요. 젊은 나이에 이렇게 큰 호텔을 경영하시고.”심해윤이 감탄했다.“그저 아버지의 사업을 물려받았을 뿐입니다.”허사연이 말했다.“아버님이 허성태 씨세요?”심해윤이 물었다.“맞습니다.”허사연이 고개를 끄덕였다.“저랑 제 남편은 사연 씨 아버님이랑 친구나 다름없습니다. 전에 함께 식사도 했었습니다.”심해윤이 웃으면서 말했다.허성태란 서울의 갑부 중의 한 명이자 서정훈과 예전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였다.그때는 허사연이 어려서 이들 부부한테 소개해 주지 않았던 것이다.나중에 허사연이 가업을 물려받고 나서는 허성태의 건강이 악화하여 더욱 소개해 줄 기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357화

    정란이 바로 대답했다.“서준이 심 처장님이랑 식사하고 있어요!”조희선은 진서준이 심해연과 아는 사이인지 몰랐는지 깜짝 놀라고 말았다.조정연은 조희선을 보더니 눈을 빙그르르 돌렸다.“언니, 서준이 잘 나가는 것 같은데 우리 집안도 좀 도와줘. 친척이잖아.”공민찬 역시 애원하는 눈빛으로 조희선을 쳐다보았다.진서준이 심해윤 앞에서 자신을 조금만 칭찬하기만 해도 앞길이 창창해질 것이 뻔했다.“그래요. 서준이한테 좀 말해주세요. 어차피 심 처장님이랑 아는 사이잖아요.”정태호 역시 덧붙였다.“우리 정민이도 내년이면 졸업인데 처장님께 말 좀 해서 인사처에 일자리 좀 알아봐 주면 안 돼요?”진서준을 무시하던 정란 일가가 이제는 부탁하는 처지가 되어버렸다.하지만 부탁한답시고 말하는 말투가 건방지기만 했다.조희선은 진서준이 심해윤과 어떤 사이인지 몰랐기 때문에 난처하기만 했다.“서준이한테 말해봐. 내가 결정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어...”조희선은 고개를 흔들면서 공손하게 거절했다.정란은 이 말을 듣자마자 이렇게 말했다.“서준이 엄마잖아. 왜 결정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고 그래?”정란 일가는 방금 진서준의 태도에서 자기 가족을 싫어한다는 것을 눈치챌 수 있었다.그렇다면 진서준을 설득할 만한 사람은 조희선뿐이었다.조정연이 순간 표정이 확 변하더니 말했다.“언니, 우리는 물보다도 진한 피를 나눈 자매야. 잘 돼서 나 잊어서는 안 되지. 부모님이 하늘에서 보고 계시면 얼마나 속상하겠어.”조정연은 조희선의 마음이 약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일부러 돌아가신 부모님을 핑계로 댔다.조희선은 또다시 고민에 빠졌다.아무리 전에는 무시당했다고 해도, 자매 사이에 똑같이 돌려주면 별반 다름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이때 진서라가 나서서 말했다.“엄마, 이 일은 오빠한테 물어봐야죠!”이 말에 조희선은 갈대 같은 마음을 다시 붙잡게 되었다.“서진이 오면 서진이한테 말해봐.”다 성사된 마당에 진서라가 찬물을 끼얹은 것이다.정란 일가는 진서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358화

    서로 눈치만 보는 정란 일가 중에서 그래도 정태호의 눈치가 가장 빨랐다.“마음대로 시켜. 얼마 나오든 상관없으니까.”“정말요?”진서준이 물었다.“미리 말씀드리는데 이렇게 하신다고 해도 도와드릴 마음이 없어요.”정태호가 웃으면서 말했다.“오늘은 밥 먹자고 부른 거야. 친척 사이에 도와주고 말고가 어디 있어!”말은 이렇게 했지만 세상에는 공짜가 없었다.정태호는 진서준이 그 정도로 염치없는 사람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그래요. 다른 말 하기 없기예요!”진서준은 메뉴판을 보면서 가장 비싼 페이지를 가리키면서 말했다.“이 페이지에 있는 요리들 다 주세요!”정태호 일가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한 페이지를 다 시켰다고? 그러면 얼마야? 천만 원도 모자라겠는데?’더욱이 정란 일가는 이미 배부른 상태라 다 못 먹으면 낭비였다.하지만 이미 입 밖에 내뱉은 말이라 되돌릴 수가 없었다.“이렇게 많이 시켜도 괜찮죠?”진서준이 정태호를 보면서 물었다.“괜찮아. 이 정도는 괜찮아...”정태호가 이를 악물면서 대답했다.한 페이지만 주문했기 다행이지 다른 페이지도 주문했다면 정말 감당이 안 됐을 뻔했다.진서준이 또 한마디 했다.“버거우시면 제가 계산해도 됩니다.”정태호는 그가 심해윤을 안다고 해도 밥값을 계산할 수 있는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했다.정말 돈이 많았다면 조희선이 휠체어 신세를 지게 하는 대신 좋은 의사한테 부탁해서 치료했을 것이다.하지만 정태호는 조희선의 다리가 분쇄성 골절이라 신경이 이미 죽은 상태라는 것을 몰랐다. 영골이 없으면 아무리 대단한 의사라고 해도 조희선의 다리를 치료할 수 없었다.권해철과 함께 스승님을 만나러 가기까지 두 날밖에 남지 않았다. 내일만 지나면 진서준은 권해철과 출발해야 했다.직원이 메뉴판을 들고 나가자 정태호가 웃으면서 말했다.“서준아, 내년이면 정민이도 곧 졸업인데 너 심 처장님이랑 친해? 혹시 우리 정민이 일자리 좀 알아봐달라고 하면 안 될까? 돈이 필요하면 얼마든지 이모부한테 말해. 2천만 원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359화

    정란 일가의 입에서 혈육 간의 정을 들으니 역겹기만 했다.만약 정말 이 관계를 중히 여겼다면 조희선이 다리가 부러졌을 때 병문안 정도는 와야 했다.심지어 조희선이 직접 찾아가 도와달라고 했을 때 무시하지도 않았을 것이다.진서준은 이런 냉혈 인간들에게 마음이 약해지지 않으려고 했다.가는 정 오는 정이라고 했다.진서준은 그 정도로 마음이 착한 사람이 아니었다.“저는 도와드리지 않을 거라고 미리 말씀드렸습니다. 이 한 끼는 제가 살게요.”진서준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이들의 체면을 깎아내렸다.이에 정태호의 표정이 일그러지고 말았다.“서준아, 정말 우리를 모른척할 거야?”“친척이라고 할 자격이나 있으세요?”진서준이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먼 친척보다 이웃이 낫다는 말이 맞는가 보네요.”조희선이 진서준을 급히 말리면서 난처한 표정으로 정태호에게 말했다.“마음에 두지 마. 서준이도 어려운 점이 있어서 그럴 거야.”“됐어. 도와주기 싫으면 말라고 해. 그따위 도움 필요 없어! 처장님과 친하다고 눈에 뵈는 게 없네.”정란은 진서준에게 삿대질하면서 말했다.“내가 말하는데, 넌 우리가 없었으면 이런 밥 한 끼도 먹지 못했어!”허사연이 듣고서 피식 웃고 말았다.그녀는 이 호텔의 주인이었기 때문에 먹고싶은대로 얼마든지 먹을 수 있었다.“왜 웃는데? 무슨 고생을 사서 하려고 서준이를 따라다녀!”정란은 허사연을 향해 소리쳤다.여자는 자기보다 예쁜 여자를 보면 질투심이 생기기 마련이었다.정란은 자기보다 예쁜 허사연을 보자마자 질투심이 폭발하고 말았다.허사연은 순간 표정이 어두워지면서 이대로 두고 볼 수가 없었다.“내가 웃든 말든 무슨 상관인데? 그 입 좀 닥쳐. 아니면 이 호텔을 벗어나지 못하게 할거니까.”“웃겨. 네가 뭔데 우리를 이 호텔에 잡아두겠다고 하는 거야?”정란은 가소롭기만 했다.“끼리끼리 논다는 말이 맞았네. 전과자 주제에 어떤 여자친구를 사귀겠어. 유흥업소에서 몸이나 파는 창년이겠지.”진서준은 순간 표정이 어두워지더니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360화

    조희선이 다급하게 설명했다.“아니에요. 이 사람들이 먼저 사연이를 때리려고 해서 제 아들이 손댔을 뿐이에요.”정란이 허사연을 창년이라고 욕했을 때 조희선도 많이 화났다.허사연을 며느릿감으로 생각했기 때문에 괴롭힘을 받는 꼴을 두고 볼 수가 없었다.그래서 아까 진서준이 사람을 때릴 때 별로 말리지도 않았다.“엄마, 걱정하지 마세요. 저 사람들 우리 내쫓지 못해요.”진서준이 허허 웃으면서 담담하게 말했다.뒤이어 정란 일가가 지켜보는 앞에서 경호원들이 허사연에게 허리숙여 인사했다.“사장님!”청천벽력과도 같은 소식에 정란 일가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이 년이 이 호텔 사장이었다니!’“밖에서 기다리고 있어. 부르면 들어와.”허사연이 경호원들에게 명령했다.“네!”경호원들은 그대로 뒤돌아 밖으로 나가서 방문을 닫아버렸다.방안은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정태호는 이 호텔이 허씨 가문의 소유인 것을 알고 있었다.‘그렇다면, 서준이 여자친구가 바로 허씨 가문의 따님?’건드린 사람이 허씨 가문의 따님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리고 정태호는 식은땀이 줄줄 흘렀다.“오해... 오해야...”정태호는 휴지로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았고 더는 진서준 앞에서 잘난 척할 수가 없었다.돈과 권력을 모두 쥐고 있는 진서준 앞에서 잘난 척하는 것은 죽으려고 작정한 거나 다름없었다.“오해요? 방금 저보고 이 호텔을 벗어나지 못하게 할 거라고 하신 거 아니에요?”진서준이 웃으면서 말했다.“장난친 거였어. 친척끼리 어떻게 그런 말을 하겠어!”정태호는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저는 당신들이 어떤 사람인지 잘 알고 있으니까 연기 그만하세요.”진서준이 냉랭하게 말했다.“앞으로 더는 연락하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이만 가보셔도 좋아요.”진서준은 더는 이 사람들과 엮이고 싶지 않았다.오늘 조희선과 진서라를 데려온 것은 조정연의 진짜 모습을 보여주려고 한 것이다. 이 밖에도 정란 일가에게 자신이 더는 만만한 상대가 아니라는 것을 똑똑히 보여주기 위함이었다.진서준의 단호한 모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361화

    정란 일가는 후회막심했다. 조희선을 매정하게 대하지 않았다면 진서준의 도움을 받아 잘 나갔을지도 몰랐다.하지만 후회해봤자 소용이 없었다.정란 일가가 떠나자 조희선이 말했다.“서준아, 우리도 이만 가자꾸나.”“네.”진서준은 조희선의 휠체어를 밀면서 이곳을 떠나려고 했다.“어머님, 저는 아직 출근해야 해서 같이 못 갈 것 같아요.”허사연이 말했다.“괜찮아. 저녁에 우리 집에 밥 먹으러 와.”조희선이 웃으면서 말했다.그녀는 허사연을 볼수록 마음에 들어 했다.“아, 서준 씨. 저녁에 윤진이랑 일 끝마치고 같이 밥 먹으러 와요.”허사연이 한마디 타일렀다.한집안 식구가 될 거기 때문에 허윤진이 진서준 가족과 친해졌으면 했다.“네. 윤진 씨랑 일찍 가볼게요.”진서준이 웃으면서 약속했다.차에 앉은 조희선은 기대에 찬 눈빛으로 진서준을 쳐다보았다.“서준아, 사연이랑 언제 결혼할 거야? 엄마는 빨리 손주 보고 싶어!”진서준의 얼굴이 빨개지고 말았다.“엄마. 저랑 사연 씨는 고작 20대 초반이에요. 올해 결혼한다고 해도 일찍 아이 가질 생각이 없어요.”“너도 이제 스물다섯이야. 엄마가 살면 얼마나 살겠니!”조희선이 한숨을 내쉬었다.“엄마 평생소원이 네가 사연이랑 결혼해서 아이를 낳는 거야. 그래야 우리 진씨 가문이 대를 이어갈 수 있지 않겠니?”“엄마, 그런 말 좀 하지 마세요. 제가 곁에 있으니 꼭 장수하실 거예요.”진서준이 진지하게 말했다.기사회생 침으로 엄마랑 여동생이 장수할 수 있게 만들 자신이 있었다.“그런 효심만으로도 족해. 그런데 엄마는 그래도 손주를 보고 싶어.”조희선이 말했다.“그러면 저녁에 사연 씨한테 물어보세요. 사연 씨가 올해 아이를 갖겠다고 하면 저는 상관없어요.”진서준이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내가 어떻게 그런 말을 해. 네가 물어봐야지.”조희선이 고개를 흔들었다.“재촉 안 하는 게 낫겠어. 네가 알아서 해.”진서준은 집에 돌아가자마자 옆에 있는 별장에서 수련하기 시작했다....용행 무관.지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362화

    이 노인은 태양혈이 울끈불끈한 게 심상치 않아 보였다.이 사람은 바로 강성준의 사부인 정민식이었다.“정 선생님!”강옥산은 황급히 달려와 예의 갖춰 인사했다.무관 수강생들은 이 모습을 보고 깜짝 놀라고 말았다.강옥산은 용행 무관의 관장으로서 실력이 만만찮은 사람이었다. 분명 그가 직접 주먹으로 20cm나 되는 나무판을 부수는 모습을 본 적이 있었다.정민식은 강옥산을 힐끔 보더니 담담하게 말했다.“강 관장님, 너무 예의를 차리실 필요 없습니다.”강옥산은 강성준을 정민식한테서 무술을 배우게 하려고 어마어마한 돈을 들였다.강성준은 비록 돈을 들여 정민식의 제자가 되었지만 명실상부 정민식의 제자가 맞았다.정민식은 제자가 맞았다는데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그는 혼자 온 것이 아니라 세 명의 제자와 함께 왔다.상대방과 단체전을 하든 1:1 대결을 하든 전혀 두렵지 않았다.“성준이한테서 들었는데 정 선생님께서 종사 레벨로 업그레이드되셨다면서요?”강옥산은 기대에 찬 눈빛으로 물었다.종사라 하면 높은 위치에 있는 사람이었다.강옥산은 아직 내공이 형성되지 않은 상태라 종사와 비교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진서준과 충돌이 없었더라면 용행 무관 하나만으로도 평생 잘 먹고 잘살 수 있었다.“종사는 그저 무인의 밑거름일 뿐입니다. 이 외에도 더 높은 경지가 많습니다.”하지만 그래도 정민식은 우쭐거리면서 말했다.백만 명 중에서 한 명이 나타날 법한 종사는 실력이 막강한 존재였다.많은 무인들은 내공을 아무리 쌓아도 평생 종사 급에 달할 수 없었다.“정 선생님 실력은 저희가 평생 따라갈 수 없을 정도입니다.”정민식은 손을 저었다.“아닙니다. 제 제자를 위해 복수하러 왔는데 그놈이 어디 있는 것입니까?”강옥산이 멈칫하고 말았다.“정 선생님, 급할 필요 없을 것 같은데 곧 저녁 시간도 되고 해서, 식사부터 하시고 푹 쉬시고 내일 움직이는 건 어떠신지요?”“그래요, 사부님. 그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아요.”강성준이 한마디 했다.정민식 역시 잠깐 생각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363화

    진서준은 가소롭다는 듯이 도전장을 쳐다보았다.‘패잔병 주제에 도전장을 내밀다니!’진서준은 강씨 부자가 도전장을 내민 것을 보고 분명 무슨 고수를 모셔 온 것이 틀림없다고 생각했다.‘좋게 말할 때 그만할 것이지. 굳이 내가 본때를 보여줘야겠어?’진서준은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다.고한영은 방으로 들어가려는 진서준을 유심히 쳐다보았다.이글거리는 눈빛을 전혀 감출 생각이 없었다.이때 진서준이 마른기침을 하면서 말했다.“저녁은 밖에서 먹을게요.”그제야 정신 차린 고한영은 실수했다고 생각했는지 얼굴이 발그레해진 채 고개를 숙였다.“그래요. 야식은 드실 거예요? 요즘 새로운 요리를 배웠는데 드셔보실래요?”진서준이 웃으면서 고개를 흔들었다.“아니요, 말로만으로도 고마워요.”고한영이 말을 계속 이어 나갔다.“그러면 내일 아침에 해드릴게요. 요리 솜씨가 많이 늘었으니까 먹을만할 거예요.”고한영의 열정에 진서준은 더는 거절 할 수가 없어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 그러면 부탁드릴게요.”“별말씀을요. 먼저 일 보세요. 저는 이만 내려가 볼게요.”고한영은 기쁜 표정으로 1층으로 내려가 자신을 위한 저녁밥을 준비했다.진서준은 방으로 들어가 오늘 쇼핑몰에서 샀던 새로운 정장으로 갈아입었다.정장을 입은 진서준은 여느 때보다도 더욱 멀끔하고 잘생겨 보였다.고한영은 마침 계단에서 내려오는 진서준을 보게 된다.‘너무 잘생겼잖아!’진서준보다 두 살 많은 고한영은 헤벌쭉한 표정을 지었다.“서준 씨, 이렇게 멋있게 입고 데이트하러 가는 거예요?”고한영이 물었다.“아니요. 친구 도와주러 가는 거예요.”진서준이 급히 설명했다.허윤진의 형부로서 그녀와 데이트할 수는 없었다.“아, 그러면 조심해서 다녀오세요.”고한영이 웃으면서 말했다.“왜 조심해야 하죠?”진서준이 이해되지 않는지 물었다.“밖에 여우가 많거든요!”고한영이 입을 틀어막으면서 웃었다.“날이 어두워지면 여우가 많이 나타날 거예요.”고한영의 농담에 진서준은 결국 피식 웃고 말았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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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854화

    “뭐라고? 불법적인 일이 우리 가게에서 일어난다고? 말도 안 돼.”성현도가 헛웃음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넌 전신전 소속이잖아. 그런데 네 오빠인 내가 어떻게 법률을 어기는 일을 하겠어?”“그럼 이 사람들은 왜 부른 거야? 집단 폭력도 불법이거든.”성미영은 차가운 시선을 보이며 성현도와 따졌다.“미영아, 이건 내가 싸우려던 게 아니야. 저 녀석이 일부러 시비 걸러 온 거라고.”성현도는 진서준을 손가락질하며 말했다.“이놈이 일부러 우리 찻집에 난입해 행패를 부리고 상철을 두들겨 패서 머리에 혹이 다 나버렸어. 난 단순히 정당방위를 위해 부른 거라고.”성미영이 등장하자 성현도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솔직히 실력만 놓고 보면 성현도는 성미영보다 한참 부족했다.게다가 성미영은 전신전 소속인지라 저 남녀가 군부 조직인 전신전을 적으로 돌릴 리 없었다.군대를 건드리는 순간, 무조건 좋은 결과는 있을 수 없었다.“진서준, 도대체 무슨 일이야?”성미영이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어라? 너희 둘이 아는 사이야?”성현도가 눈을 휘둥그레 뜨며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방금 내려놨던 마음이 다시 불안해지기 시작했다.“난 사람을 찾으러 왔어. 하씨 가문 하경범이 이 위층에 있다고 들었는데 진짜인지 가짜인지 모르겠어.”진서준이 손가락으로 위를 가리켰다.“그리고 또 하나, 저 위에서 불법적인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도 하더군. 그게 사실인지 아닌지도 모르겠어.”이 말에 성현도의 표정이 단숨에 험악해졌고 즉시 반박에 나섰다.“헛소리 마. 우리 가게는 단순한 찻집이야. 불법적인 일 따윈 없어. 근거없는 소문을 왜 털어놓고 난리야?”“미영아, 저 녀석한테 속지 마. 난 네 사촌 오빠야. 내가 그런 불법적인 짓을 할 사람이겠어?”성미영이 곧바로 진서준에게 물었다.“진서준, 너 증거 있어?”“직접 올라가 보면 다 알게 될 거잖아?”진서준이 가볍게 말했다.“오빠, 위층으로 가자.”성미영이 단호하게 말했다.“그, 그건 좀 곤란해. 위층엔 귀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853화

    순간, 장내는 숨소리조차 들릴 정도로 조용해졌다.모든 시선이 진서준에게 쏠렸고 사람들은 할 말을 잃어버렸다.다들 진서준을 그냥 얼굴만 반반한 남자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진짜 고수였다.성현도의 부하 중 최고 실력자조차 상대가 되지 않았다.성현도의 얼굴은 시퍼렇게 질렸고 상철을 향해서 욕설을 날렸다.“쓰레기 자식, 이런 애송이 하나도 못 이겨?”부하가 지면 망신당하는 건 결국 성현도 자신이었다.이대로 체면을 구긴 채 끝낼 수는 없었다.이대로 넘어가면 앞으로 르벨 재벌 2세들 사이에서 조롱거리가 될 게 뻔했다.“이봐, 네 실력이 괜찮은 건 인정할게.”성현도가 싸늘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근데 너 혼자서 백 명을 상대할 수 있어? 천 명은? 잘 들어. 내 부하는 수도 없이 많아. 너 같은 놈 하나 처리하는 데 전화 한 통이면 충분해.”진서준은 눈썹을 꿈틀거리며 여전히 같은 말을 반복했다.“다시 말하지만 난 그냥 하경범을 찾으러 온 거야. 그 녀석만 넘기면 오늘 일은 없던 걸로 해주지.”“없던 걸로 한다고?”성현도가 그 말에 어이없어 헛웃음이 나왔다.“너 지금 누굴 상대로 협상하려 드는 거야? 난 성씨 가문의 직계야. 날 건드리면 상대해야 할 건 나 하나가 아니라 우리 가문 전체라고.”그때, 밖에서 다급한 발소리가 들려오더니 곧이어 검은색 전투복을 입은 남자들이 우르르 몰려왔다.이 남자들은 전부 성씨 가문의 경호원이었고 실력도 만만하지 않았다.그것도 한둘이 아니라 무려 50명 이상이었다.한순간에 텅 비어 있던 로비가 사람들로 꽉 찼다.“저 자식 끝났네. 이 정도 성씨 가문 인원이라면 아무리 강해도 버틸 수가 없지.”“그러게 말이야. 이런 상황에서 살아남을 수 없잖아.”“왜 쓸데없이 성현도를 건드린 거지? 스스로 무덤을 판 거잖아.”구경꾼들은 이 광경에 각자 다른 감정을 보였다.누군가는 동정을, 누군가는 아쉬움을, 또 누군가는 짙은 흥미를 보였다.“사연아, 넌 좀 쉬어. 이놈들은 내가 처리할게.”진서준이 앞으로 나섰다.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852화

    얼마 지나지 않아 키가 거의 2미터에 달하는 거구의 사내가 찻집 안으로 들어왔다.남자는 그냥 서 있기만 해도 엄청난 위압감이 느껴졌다.“상철아, 저놈 다리 하나 부러뜨려서 내던져.”성현도가 진서준을 가리키며 명령했다.“알겠습니다.”상철은 간단하게 대답하고는 진서준에게 성큼성큼 다가갔다.“서준아, 내가 할게.”허사연의 눈에는 불꽃 같은 전투욕이 타올랐다.“조심해. 저 녀석은 횡련 종사야. 그렇게 만만한 상대가 아니야.”진서준이 조용히 귀띔했다.“알았어. 설령 못 이긴다고 해도 어차피 네가 있잖아?”허사연이 장난스럽게 웃었다.진서준이 곁에 있는 한, 허사연은 아무것도 두렵지 않았다.“이봐, 사내자식이 여자 뒤에 숨는 게 말이 돼?”상철이 눈썹을 추켜세우며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이봐, 껑충이. 여자를 얕보지 마. 일단 이기고 나서 말해.”허사연이 상철을 도발했다.“아가씨, 그런 기생오라비 말고 날 따르지 그래? 밤마다 널 천국으로 보내줄 수 있는데?”상철이 음흉하게 웃었다.“죽고 싶어 환장했구나.”얼굴이 싸늘해진 허사연이 주먹을 날렸다.강렬한 펀치가 공기를 가르며 폭발음을 일으켰고 그 위력은 철판도 뚫을 수 있을 정도였다.하지만 상철은 비웃듯 입꼬리를 올렸다.“내가 가만히 서 있어도 넌 날 어쩔 수 없어.”“닥쳐!”허사연이 분노에 차 주먹을 그대로 상철의 얼굴로 내리꽂았다.상철은 일부러 머리를 숙이며 대머리 정수리로 받아냈다.쿵!둔탁한 충돌음이 울려 퍼졌다.주먹이 상철의 머리를 강타했으나 대머리는 꿈쩍도 하지 않았고 오히려 허사연이 몇 걸음 물러섰다.순간 손에 뜨거운 통증이 밀려왔고 뼈가 부서질 것 같았다.손을 확인하자 하얀 피부였던 손등이 새빨갛게 부어올랐다.상철은 자기 머리를 한번 쓸어내리더니 빙그레 웃었다.“아가씨, 이제 내 실력을 알겠지?”그 모습에 허사연의 승부욕이 다시 불타올랐고 콧방귀를 뀌며 다시 달려들었다.이번에는 다리를 높이 들어 올려 상철의 머리를 내려찍었다.‘머리가 단단하다고 자랑하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851화

    이렇게 예쁘고 섹시한 여자가 싸움 실력이 이렇게 대단할 줄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완전 여성판 이소룡이었다.“너, 너희들 정말 너무 대담한 거 아니야? 여기가 어디인지 알기나 해? 어디서 대놓고 싸움질이야?”종업원은 순간 놀란 뒤 분노에 찬 얼굴로 진서준와 허사연을 가리켰다.찻집이 문을 연 이후로 이렇게 난동을 부리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고 진서준과 허사연이 첫 사례였다.주변의 구경꾼들도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싸움 좀 하면 뭐해? 여긴 성씨 가문의 구역이야. 성씨 가문에서 한마디만 하면 저 남녀는 오늘 밤중으로 사라지겠지.”“어휴, 저 여자 너무 아까워. 저렇게 예쁜데 왜 죽지 못해서 안달이지?”“여자는 살 수도 있겠지만 남자는 무조건 죽을걸.”사람들은 저마다 수군거리며 이미 진서준과 허사연의 결말을 예상하는 듯했다.“그럼 네 말대로라면 내가 널 때린다 해도 얌전히 맞고 있어야 한다는 거야?”허사연은 눈썹을 꿈틀거리며 종업원에게 다가갔다.“오지 마!”종업원은 겁에 질려 연신 뒷걸음질 쳤다.“어떤 미친놈이 내 구역에서 소란을 피우는 거야?”그 순간, 2층에서 한 사람이 내려왔다.모두가 일제히 시선을 돌려 그 사람을 확인하자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성현도가 오늘 여기 있었네?”누군가 그 청년을 알아보았다.“저 둘 끝장났네. 성현도는 악명 높은 냉혈한이야.”그 청년은 바로 찻집의 사장인 성현도였다.성현도는 르벨 재벌 2세 사이에서 유명한 인물이었다.친구에게는 무조건 의리를 지키지만 적에게는 무자비했다.성현도의 고문 방법은 수도 없이 많았고 게다가 무인으로서 무공 실력도 상당했다.“사장님, 저 남녀가 와서 난동을 부렸어요.”종업원은 성현도를 보자마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사장이 나온 걸 확인한 허사연은 주먹 한 방에 종업원을 기절시켜 버렸다.“뭐야?”성현도의 눈이 가늘어졌고 표정이 험악해졌다.자기 앞에서 대놓고 부하를 때리다니, 이건 너무나도 명백한 도발이었다.“아가씨, 우리 처음 보는 사이 맞지? 우리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850화

    그리고 오후 2시가 되자 진서준은 허사연을 데리고 조호가 말한 천국찻집으로 향했다.겉모습만 보면 이 찻집은 진짜 전통찻집 같았고 규모도 꽤 컸다.하지만 막상 안에 들어가 보니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져 있었다.1층과 2층까지는 정말 평범한 찻집처럼 꾸며져 있었고 누가 봐도 이상한 점을 찾기 어려울 정도였다.하지만 3층으로 올라가려면 회원권이 있어야 하거나 사장이 직접 허락한 사람만 출입할 수 있었다.“손님, 아가씨, 이쪽으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진서준과 허사연이 차를 마시러 온 줄 안 종업원이 빠르게 달려와 안내하려 했다.“그럴 필요 없어. 난 하경범을 찾으러 왔거든.”진서준이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네?”종업원이 순간 얼어붙었다.“혹시 하씨 가문의 하 도련님을 말씀하시는 겁니까?”“맞아.”진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손님은 누구신지...”종업원이 신중하게 물었다.진서준은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그냥 복수하러 왔다고 전해.”그놈 아버지라고 하는 건 자기를 모욕하는 것과 같았고 친구라고 하기도 기분이 더러웠다.그 말에 종업원의 얼굴색이 확 변했다.“손님, 여기서 장난치지 마세요.”하경범은 르벨에서 유명한 재벌 2세였다.이 찻집의 사장과도 막역한 사이였고 여기서 일하는 직원이라면 그 사실을 모를 리 없었다.“왜? 못 믿겠어?”진서준이 피식 웃으며 되물었다.“손님, 하 도련님에게 복수하려던 사람은 단 하루도 살아남지 못했습니다.”종업원이 경고하듯 말했다.“그런 농담은 함부로 하는 게 아닙니다.”그 말을 듣자 진서준은 담담하게 말했다.“그럼 이렇게 전해. 그 하경범이 두들겨 맞고 나자빠지게 했던 진서준이 왔으니 당장 기어 나오라고 말이야.”진서준의 뻔뻔한 태도에 종업원은 어이가 없었다.“좋습니다. 손님이 그렇게 죽고 싶다면 제가 기꺼이 도와드리죠.”종업원은 바로 무전기를 꺼내 들었다.“문제 발생했습니다. 난동자가 있습니다.”쿵! 쿵!급한 발소리가 들리더니 곧이어 건장한 남자 스무 명이 들이닥쳤다.전부 검은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849화

    진서준과 허사연은 차를 타고 조호의 회사로 향했다.이 회사는 그냥 겉치레일 뿐, 진짜 돈이 들어오는 곳은 유흥업소들이었다.유흥업소를 얕잡아보면 안 된다.운 좋게 돈 많은 도련님들이라도 걸리면 하룻밤에 수억 원이 순식간에 손에 들어오게 될 것이다.“진서준 씨!”진서준이 들어서자 조호는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공손한 태도를 보였다.조호는 진서준 옆에 있는 허사연을 힐끗 쳐다본 뒤 고개를 숙이고 감히 더 볼 엄두도 내지 못했다.“잡담은 그만하고 하경범을 잡아가는 제일 좋은 타이밍만 말해.”진서준이 직설적으로 물었다.이 말에 조호는 속으로 크게 놀랐다.“매일 오후마다 하경범은 천국찻집이라는 곳에 갑니다.”조호는 재빨리 대답했다.“보통은 경호원 몇 명만 데리고 가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얼씨구? 저런 인간이 매일 차나 마시러 간다고?”진서준은 의외라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그게... 진서준 씨, 사실 그곳은 이름만 찻집이지 실제로는...”조호는 옆에 여성이 있다는 걸 의식해서 말을 흐렸지만 진서준은 그 뜻을 단번에 알아챘다.“알겠어.”진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차를 마시는 곳이 아니라 그냥 인기 많은 인터넷 셀럽이 가득한 고급 유흥업소일 것이다.“진서준 씨, 듣자 하니 그 찻집의 주인은 성씨 가문의 사람이라고 합니다. 진짜로 움직이실 거라면 하경범이 이동 중일 때를 노리는 게 좋을 겁니다.”조호가 조심스럽게 조언했다.“응? 성씨 가문이 이런 사업도 해?”진서준은 흥미롭다는 듯 눈썹을 꿈틀거렸다.진서준은 오영수에게서 성미영에 대한 정보를 들은 적이 있었다.정의로운 성격의 성미영이 자기 가문에서 이런 유흥업소를 운영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되면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터였다.“네, 듣기로는 성씨 가문의 한 직계 후손이 운영한다고 합니다. 여자에 미쳐 있는 놈이라 르벨의 돈 많은 도련님들과 꽤 친분이 깊다고 하더군요.”조호는 본인이 아는 정보를 전부 쏟아냈다.“좋아, 대충 알겠어.”진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조호의 회사를 나온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848화

    진서준이 허사연의 캐리어를 들어주며 옆방으로 걸어갔다.그 뒷모습을 보며 도지아는 부러움이 가득한 눈빛을 보냈다.인간은 원래 모여서 사는 걸 선호하는 동물이다.사회를 벗어나서 혼자 살아가는 건 생각보다 훨씬 힘든 일이었다.가족도 친구도 없이 너무 오래 지내다 보면 결국 감정 없는 시체나 다름없는 존재가 되어버린다.그렇게 되면 사람과 짐승의 차이가 없어질 것이다.“어제 전화할 때 그랬었지? 이번에 너 자기 출신을 찾으러 온 거라고.”호텔 방으로 돌아온 후, 허사연이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너 원래 경성 진씨 가문 사람이잖아?”“나도 그렇게 알고 있었어. 그런데 할아버지가 예전에 말해주셨어. 사실 우리 아버지는 어릴 때 길에서 주워 온 아이였다고.”진서준은 허사연에게 숨길 생각이 없었다.허사연은 진서준이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었다.허사연이라면 이 비밀을 절대 밖으로 흘리지 않으리란 확신이 있었다.“뭐라고? 아버님이 주워 온 아이라고?”허사연이 깜짝 놀랐다.“그래. 하지만 이 사실을 아는 건 나뿐이야. 가족 중에서도 할아버지가 나한테만 알려주셨지.”진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얼마 전, 오영수가 내 등에 있는 용을 보고는 내가 용맥의 일족이라고 했어. 그래서 오영수를 따라 여기 와서 오영수 셋째 삼촌에게 내 출신에 관해 알아보려 했던 거야.”“네 등에 용이 있다고? 난 한 번도 본 적 없는데?”허사연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그동안 둘이 알몸으로 함께한 시간도 적지 않은데 허사연은 한 번도 본 기억이 없었다.“내가 체내 혈기를 모을 때만 그 용이 나타나거든.”진서준이 설명을 이어갔다.“그런데 오영수 삼촌이 아직 돌아오질 않아서 일단은 여기서 며칠 기다려야 해.”“아니, 그럼 오씨 가문에서 널 안 재워줬어?”허사연이 의아해했다.명문대가인 오씨 가문에 빈방이 없을 리가 없었다.“그날 오영수를 찾아갔는데 마침 오영수 할아버지가 위중했어. 그리고 그 집안엔 그 어르신을 그냥 보내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었지.”진서준이 담담하게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847화

    “진짜 예쁜 새색시 숨겨놓고 있었네?”허사연이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다.누구라도 자기 남자 방에 예쁘고 몸매가 완벽한 여자 하나가 같이 있는 걸 보면 의심 안 할 수가 없었다.게다가 지금은 아침이었다.설마 이 여자가 아침에 막 찾아온 건 아니겠지?“사연아, 오해야. 내가 제대로 설명할게.”진서준은 머리가 띵해졌고 뇌가 지진이라도 난 것 같았다.“아가씨, 오해하지 마세요. 어제 저랑 진서준이 같은 방에서 잔 건 맞지만 진짜 아무 일도 없었어요. 저 밤새 한숨도 못 잤다니까요?”도지아가 황급히 해명에 나섰다.“네? 밤새 안 자고도 아무 일 없었다고요?”허사연이 눈썹을 꿈틀거리며 되물었다.“설마 밤새 불태우느라 못 잔 건 아니겠죠?”허사연의 농담과 진담이 뒤섞인 말에 진서준은 헛웃음만 나왔다.“사연아, 이쪽은 도지아야. 우리 진짜 그냥 친구야. 일단 들어와. 천천히 설명할게.”허사연이 방에 들어오자 진서준은 서로에게 소개했다.그러고는 이 방에서 일어난 상황을 설명했다.“도지아는 황예은이 소개해 준 환자야. 다리 치료를 부탁받았거든. 종아리를 봐봐. 이틀 전에 내가 직접 발라준 연고가 있어.”허사연이 내려다보자 확실히 연고가 발라져 있었다.“그리고 도지아가 밤새 안 잔 건 원기를 수련하느라 그랬던 거야. 너도 예전에 수련한다고 며칠씩 안 잔 적 있잖아?”허사연은 오해가 풀리자 그제야 빙그레 웃었다.“내가 뭐 어쨌다고 그렇게 호들갑이야?”“혹시라도 오해할까 봐 그러는 거잖아.”진서준이 빠르게 대답했다.“뭐야? 내가 그렇게 의심 많고 질투 많은 여자로 보여?”허사연이 눈을 가늘게 떴다.“아, 아니지. 우리 사연은 누구보다 속이 넓은 부드러운 여자지.”진서준이 급히 정정했다.“됐어, 너 겁먹은 거 너무 귀엽다.”허사연이 피식 웃었다.“넌 여기 좀 쉬고 있어. 내가 방 하나 잡고 올게.”진서준은 더 머뭇거릴 틈도 없이 벌떡 일어나 나가 버렸다.진서준의 뒷모습을 보며 허사연은 그제야 웃음을 터뜨렸다.“도지아 씨, 진서준이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846화

    “내가 가면 안 돼?”사실 진서준은 거절하려 했었다.르벨은 안개가 짙게 깔린 늪지대 같은 곳이라 진서준조차도 어디에 함정이 있을지 가늠하기 어려웠다.그러니 허사연이 온다면 다칠 가능성이 컸다.하지만 거절하면 허사연이 상처받을 게 뻔했다.“당연히 되지. 지금 위치 보낼게.”진서준은 단호하게 말하며 위치를 보냈다.자기 여자를 지킬 자신도 없으면서 강자들을 상대한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자기야, 잘 자.”허사연이 애정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너도 일찍 자.”진서준이 다정하게 답했다.전화를 끊고 나니 진서준의 졸음이 싹 가셨다.진서준은 창가로 다가가 이 화려한 도시를 내려다봤다.“오씨 가문, 안씨 가문, 하씨 가문... 너희가 무슨 꿍꿍이를 꾸미든 난 전부 박살 낼 거야. 이번엔 반드시 나와 아버지의 정체를 밝혀내고 말겠어.”진서준의 눈빛이 날카롭게 빛났다.그렇게 별다른 사건 없이 밤이 지나갔다.다음 날 아침.진서준이 막 눈을 뜨자마자 도지아의 흥분한 외침이 들려왔다.“진서준, 됐어. 나 생겼어!”도지아는 눈 밑이 시커멓게 변해 있었는데 밤새 잠을 자지 않은 게 분명했다.진서준이 눈썹을 꿈틀거리며 물었다.“너 아직 처녀 아니었어? 대체 어떻게 임신한 거야?”“미친놈아, 임신은 개뿔, 무슨 헛소리야?”도지아는 얼굴이 빨개지며 진서준을 노려봤다.“그럼 왜 아침부터 난리야?”진서준이 되물었다.보통 사람이라면 이렇게 아침부터 흥분해 날뛰지 않을 것이다.“어제 네가 준 수련법 기억나지? 나 벌써 원기를 형성할 수 있게 됐어.”자기가 대단하다고 여긴 도지아는 자랑스럽게 선언했다.고작 하룻밤 만에 원기를 형성한 건 확실히 대단한 일이었다.“뭐? 그렇게 빠르다고? 너 타고난 천재 맞네?”진서준이 다소 의아한 표정을 보였다.보통 무인은 원기를 익히는 데만 최소 1년이 걸리는데 그것도 매일 꾸준히 수련할 경우에만 발생하는 일이었다.심지어 재능 있는 자들도 한두 달은 족히 걸린다.그런데 도지아는 단 하룻밤에 이 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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