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19화 천사루(天蛇樓)

Author: 연월담
last update Petsa ng paglalathala: 2026-10-17 13:22:22

"이름은 천사루로 하겠소."

"천사?"

"나리의 천(天), 나의 사(蛇). 천마와 구렁이가 함께 사는 기생집." 호준이 부채로 허공에 획을 그었다. "어떻소. 근사하지?"

"왜 내가 앞이냐. 난 나서는거 질색이다."

"나리가 형님이니까."

"형님이었던 적 없다."

"그럼 뒤로 하오. 사천루."

이현이 잠시 생각했다. 사천(蛇天). 뱀이 하늘을 덮는다는 소리였다.

"그냥, 천사루로 해라."

"역시!" 호준이 손뼉을 쳤다. "현판은 내가 쓰겠소. 글씨는 나보다 나리가 낫지만, 나리한테 맡기면 '천사루' 세 글자 쓰는 데 석 달은 걸릴 테니. 고치고 또 고치고.."

기생집은 정말로 하루아침, 눈 깜짝할 사이에 꾸며지더니 떡하니 '천사루'라는 현판을 내걸었다.

"귀신이 곡을 할 노릇이네, 무슨 기생집이 하루 아침에.. 굉장히 화려하구만, 으리으리해,"

"아이고, 여기 기생집 연 사람들 간땡이가 부었구먼. 밤마다 귀신이 우글거린다던데 여기서 기생집을 한다고?"

"예부터 말이 있잖어. 귀신
Patuloy na basahin ang aklat na ito nang libre
I-scan ang code upang i-download ang App
Locked Chapter

Pinakabagong kabanata

  • 천마몽(天馬夢) -백마가 꿈길을 건너오면   19화 천사루(天蛇樓)

    "이름은 천사루로 하겠소.""천사?""나리의 천(天), 나의 사(蛇). 천마와 구렁이가 함께 사는 기생집." 호준이 부채로 허공에 획을 그었다. "어떻소. 근사하지?""왜 내가 앞이냐. 난 나서는거 질색이다.""나리가 형님이니까.""형님이었던 적 없다.""그럼 뒤로 하오. 사천루."이현이 잠시 생각했다. 사천(蛇天). 뱀이 하늘을 덮는다는 소리였다."그냥, 천사루로 해라.""역시!" 호준이 손뼉을 쳤다. "현판은 내가 쓰겠소. 글씨는 나보다 나리가 낫지만, 나리한테 맡기면 '천사루' 세 글자 쓰는 데 석 달은 걸릴 테니. 고치고 또 고치고.."기생집은 정말로 하루아침, 눈 깜짝할 사이에 꾸며지더니 떡하니 '천사루'라는 현판을 내걸었다."귀신이 곡을 할 노릇이네, 무슨 기생집이 하루 아침에.. 굉장히 화려하구만, 으리으리해,""아이고, 여기 기생집 연 사람들 간땡이가 부었구먼. 밤마다 귀신이 우글거린다던데 여기서 기생집을 한다고?""예부터 말이 있잖어. 귀신 나오는 집엔 원래 저렇게 기가 센 걸 들여야 한다고. 기생집만 한 데가 또 있나!""하긴, 여기 주인 양반들이 천하 절색에 키가 아홉 척이라더라고. 거기에 곱디고운 기생들까지 바글거리면 귀신들도 노곤노곤해져서 힘이나 쓰겠어?"지나다니는 사람들마다 한마디씩 거드는 통에 천사루 앞은 한동안 구경꾼들로 북적였다. 소문이 소문을 물어 해가 지기도 전에 한양 한량들이 하나둘 기웃거리기 시작했으니, 문전성시가 따로 없었다."내일 모레 정식으로 열 것이니 그 때 많이들 찾아주시오."밤이 되자 호준은 마음이 급해졌다. 선영의 꿈속에 들어갈 시간이 다 되어 가고 있었다. 선영은 약간 맹한 구석이 있었지만 은근히 속궁합이 잘 맞아서 그런지, 시간이 되면 아랫도리가 뻐근하게 당겨 오곤 했다."나리, 이제 밤에 하던 거 하러 갑시다. 내 아랫도리가 뻐근하니 어서 가야겠소.""오늘은 안 된다. 나는 일하러 가야 한다.""아…… 안 되오. 그럼 꿈이라도 열어 주고 가시오.""망자는 나를 기다려

  • 천마몽(天馬夢) -백마가 꿈길을 건너오면   18화.귀신나오는 집

    장터를 빠져나온 골목 어귀. 호준은 담벼락을 짚고 한참을 웃었다."하하하! 앉으라니까 앉으셨다고! 나리가! 천마 나리가!""그만 웃어라.""못 그치겠소. 배가 아파 구렁이로 돌아가게 생겼소."이현은 대답 대신 걸음을 옮겼다. 호준이 허리를 펴고 쫓아왔다. 웃음은 그쳤는데 눈꼬리는 아직 실룩거렸다."그나저나 나리, 아까 그 일로 잊어버리신 건 아니겠지?""무엇을.""오늘 장에 나온 이유 말이오." 호준이 부채를 탁 펼쳤다. "집 보러 나왔잖소. 기생집 차리기로 한 집 말이요."이현의 걸음이 느려졌다. 그 표정은 늘 그렇듯 아무 감흥이 없었다."네가 하자고 한 것이다.""나리도 그러자 하셨소.""싫다고 하기 귀찮았을 뿐이다.""그게 그러자는 거요."호준이 이현 앞으로 휙 돌아 뒷걸음질을 치며 걸었다. 부채를 휘저으며, 꼭 장사꾼이 물건 흥정하듯이."생각해 보시오, 나리. 밤마다 신부 꿈에 들어가는 것도 재미야 있지. 그런데 열흘이면 끝이오. 혼례 치르면 끝, 다음 집 찾으면 또 열흘. 언제까지 남의 꿈만 기웃거리겠소?""그래서 기생집이냐.""그렇지! 이왕 이렇게 된 거, 판을 키우잔 말이오. 꿈속 말고 생시에서. 한양 한량들이 다 모여들고, 술이 넘치고, 노래가 넘치고, 어여쁜 기녀들이 넘치는... 그리고 밤에는 꿈에도 가고." 호준이 황홀한 얼굴로 부채를 가슴에 댔다. "생각만 해도 비늘이 다 서오.""구렁이가 무슨 비늘이냐. 네가 용이냐!!""말이 그렇다는 거요!"이현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구름이 지나가고 있었다. 오늘 따라 유난히 말처럼 생긴 것들이 많았다. 어쩐지 기분이 나빴다."나는 꿈도 재미없다. 맨날 똑같은거 지루해. 수면제가 따로 없다.""그러니까 기생집을 하자는 거요. 꿈이 재미없으면 생시를 재미있게 하면 되지 않소." 호준이 눈을 반짝였다. "나리는 그냥 주인 자리에 앉아만 계시오. 그 얼굴이면 앉아만 있어도 손님이 줄을 서오. 아까 장터 보셨소? 나리 보다가 목 삔 엿장수만 셋이오.""둘이다.""셋

  • 천마몽(天馬夢) -백마가 꿈길을 건너오면   17화. 뉘 댁 규수시온지

    사람들 머리 위로 갓 두 개가 둥실 떠오는 것이 보였다. 정확히는, 머리 두 개가 다른 이들보다 한참 위에 있어서 갓이 떠오는 것처럼 보였다.흠잡을 데 없는 선비 둘이었다. 상투를 곱게 틀어 망건을 두르고, 양태 넓은 흑립을 반듯하게 썼다. 쪽빛 도포의 선비는 상투가 눈처럼 희었고, 옥빛 도포의 선비는 칠흑같이 검었다. 검은 쪽은 단정히 여민 앞섶이 영 답답한지 연신 목 언저리를 잡아당기고 있었다."나리, 이 옷 좀 풀면 안 되오? 목이 졸려 죽겠소.""안 된다. 인간 세상에선 인간답게 다니라 했다.""앞섶 좀 푼다고 요괴인 거 들키겠소?""너는 들킨다."가영은 그 자리에 얼어붙어 있었다.흰 상투. 저 키. 저 얼굴.“분아....”"예, 아씨.""내 볼 좀 꼬집어 봐."분이가 영문도 모르고 가영의 볼을 꼬집었다."아이고 아야!"아팠다. 꿈이 아니었다.옆에서는 선영이 장옷 자락을 놓친 채 검은 상투를 보며 하얗게 질려 있었다. 검은 상투도 선영을 보고 굳었다. 부채가 소리 없이 접혔다.“나리.”"보았다."흰 상투의 시선이 선영 옆으로 비켜났다. 가영과 눈이 마주쳤다."이현!"저잣거리가 다시 한 번 조용해졌다.흰 상투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부채를 반쯤 펼쳐 입가를 가리고, 정중하게 고개를 기울였다.“뉘 댁 규수시온지?”가영의 입이 떡 벌어졌다."뉘 댁 규수라니요! 나요, 나! 진가영!""초면이온데.""초면은 무슨 초면이오! 어젯밤에도 만났잖소!"저잣거리 전체가 숨을 들이켰다.“어젯밤?”"어젯밤이래.""양반 댁 규수가 어젯밤에 사내를?"수군거림이 파도처럼 번졌다. 분이가 사색이 되어 가영의 소매를 잡아당겼다. 가영은 그것도 모르고 한 발 더 나섰다."게다가 내 앞에 앉기까지 했잖소! 내가 앉으라니까 앉았지 않소!""앉았대.""앉으라니까 앉았대!"엿장수가 가위를 떨어뜨렸다. 약과 장수 아낙이 손에 들고 있던 약과를 제 입에 넣었다. 막동이는 영문도 모르고 엿장수 대신 엿판을 지키고 서 있었다.흰 상투

  • 천마몽(天馬夢) -백마가 꿈길을 건너오면   16화 실 사러 가자!

    날이 밝기도 전에 가영은 언니 방으로 뛰어가 방문을 두드렸다. 혹시 언니가 밤새 그 검은 사내를 만났는지 알아볼 참이었다."언니! 언니! 문 열어, 깬 거 다 알아!"가영이 제 방을 뛰쳐나갈 때부터 분이가 뒤쫓아 왔지만, 이미 사태는 벌어진 뒤였다."아가씨, 아유. 조용히 하셔야 해요. 이렇게 큰 소리로 떠드시다 마님 아시면 또 경을 치십니다요.""경 한 번쯤 안 무섭다. 난 언니가 밤새 무슨 짓을 했는지가 더 궁금해. 방문까지 걸어 잠그고.""아이고, 두야! 선영 아가씨 혼례가 얼마 안 남았는데…… 이러시면 안 돼요. 제발요, 아씨."가영은 분이의 통사정에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더 크게 소리를 질렀다."언니, 문 안 열면 더 크게 소리……."언니가 문을 빼꼼 열었다. 얼굴이 홍당무처럼 발그레한 것이, 몰래 무슨 짓을 한 게 틀림없다고 가영은 생각했다."언니, 바른대로 말해. 어젯밤에 문 걸어 잠근 거 말이야. 꿈꾸려고 그런 거지?""무슨 소리야. 아침부터 요상망측한 소리 하지 말고 어서 옷이나 입으렴."선영은 붉어진 얼굴을 들킬세라 얼른 문을 닫고 방 안으로 숨었다. 문이 닫히기 직전, 가영은 보았다. 언니 이불 자락에 무언가 반짝이는 것이 붙어 있었다. 모래알처럼 작고, 진주처럼 하얀.해가 중천에 올랐다.가영은 어젯밤 꿈에 왔던 그 사내가 문득 생각났다. 제 방 앞 툇마루에 쪼그리고 앉아 하늘에 떠가는 구름을 하나하나 살폈다. 혹시 말 비슷한 거라도 있는지……"가영아! 어디 있느냐?"어머니가 부르는 소리에 가영은 얼른 시선을 거두었다. 아무도 모를 꿈 생각에 괜히 제 발이 저렸다."점심 먹고 언니 수방 가는 데 따라갔다 오렴. 시집가기 전에 새신랑한테 줄 손수건을 몇 장 더 수놓아야겠구나. 언니랑 함께 가서 실 좀 골라주거라."그렇지 않아도 심심하던 차라, 가영은 옳다구나 싶어 엽전 한 꾸러미를 분이에게 맡기며 잘 간수하라 일렀다. 오랜만의 장 구경이니 이것저것 예쁜 것들을 잔뜩 골라 올 요량이었다.선영은 새 신부답게

  • 천마몽(天馬夢) -백마가 꿈길을 건너오면    15화 내 꿈에 자주 오시오

    "그나저나. 오늘은 그 시커먼 사람은 없소?""없다. 그놈이 보고싶으냐.""무슨 그런 말도 안되는... 다행이라 생각한 것 뿐이요." 가영이 두리번거리더니 안심한 얼굴로 그의 앞에 섰다. 그리고 고개를 한껏 젖혀 그를 올려다보았다. "근데 정말 크시오. 목 아프오. 좀 앉으시오."“뭐?”"앉으시라고. 내 꿈이니까 내 말 들으시오."이현은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가영은 그를 올려다보았다. 바람이 불어 풀들이 은빛으로 한 번 뒤집혔다.이현이 가영과 엉덩이 두 개 만치 멀리 앉았다.수백 년 동안 그에게 앉으라 말한 이는 없었다. 그런데 앉고 나서야 그걸 깨달았다.가영도 그 옆에 털썩 주저앉았다. 앉으니 겨우 눈높이가 비슷해졌다. 그래도 그가 머리 하나는 컸다."좀 가까이 오시오. 내가 뭐 잡아 먹기라도 한담. 그나저나 이름이 뭐요?"“이현.”"이현." 가영이 입 안에서 이름을 굴려보았다. "생긴 거에 비해 이름이 수수하오.""생긴 게 어떤데.""그건. 흠...." 가영이 말을 하다 말고 그의 얼굴을 빤히 보았다. 너무 빤히 봐서 민망했는지, 이현이 먼저 시선을 피했다. "됐소. 꿈속 사람한테 그런 말 해서 뭐하오.""어제는 했다.""어제 뭐라 했는데?""잘생겼다고."가영의 얼굴이 순식간에 달아올랐다. 그녀는 풀을 한 움큼 쥐어뜯어 그에게 던졌다. 풀잎이 그의 흰 머리칼에 내려앉았다."그, 그건 무서워서 아무 말이나 한 거요!""그런가.""그렇소!"이현은 머리에 붙은 풀잎을 떼어내지 않았다. 대신 아주 조금, 입꼬리가 움직였다. 실 한 올만큼. 가영은 그걸 보고 눈을 크게 떴다."방금 웃었소?""아니.""웃었소. 내가 봤소.""안 웃었다.""꿈인데 왜 거짓말을 하오? 꿈에서까지 거짓말하면 어디서 솔직하오?"이현은 대답하지 못했다. 언제 거짓말이라는 것을 해보았는지 기억은 안났다."그런데 이현 나리는 뭐 하는 사람이오? 분이 얘기엔 나리 같은 사람은 없었는데.""분이가 누구냐.""내 몸종. 혼례 앞둔 신부 꿈에 잘생긴

  • 천마몽(天馬夢) -백마가 꿈길을 건너오면   14화 말 백마리

    바위 위의 이현이 벌떡 일어섰다.웅얼거리던 소리가 뚝 끊겼다. 잠이 든 것이다."나리, 어디 가시오?" 침상 쪽에서 호준이 고개를 들었다. 휘장 너머로 선영의 놀란 얼굴이 언뜻 보였다. 갑자기 멈춘 삽입질에 놀란 듯 했다.“바람 좀 쐬러.”"꿈속에서 무슨 바람을……."호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이현은 이미 모래 언덕 너머로 사라지고 없었다.호준은 한참 동안 이현이 사라진 쪽을 바라보다가, 휘장을 도로 내리며 중얼거렸다.“저 양반, 어제부터 좀 이상해.”이현은 가영의 방 앞에 서 있었다.가려고 한 것이 아니었다. 정말로 바람을 쐬려고 했다. 그런데 정신을 차려 보니 발이 여기 와 있었다. 수백 년 동안 그의 발은 늘 가야 할 곳으로만 갔다. 망자가 있는 곳, 하늘 문이 있는 곳. 가고 싶은 곳으로 간 적은 별로 없었다.창호지 너머로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쓴 동그란 덩어리가 보였다. 이불 밖으로 맨발 하나가 삐져나와 있었다.“저렇게 자면 숨이 막힐 텐데.”이현은 문을 열지 않고 방 안으로 들어섰다. 이불 덩어리 옆에 쪼그려 앉았다. 앉아도 키가 커서 천장이 가까웠다.이불 귀퉁이를 아주 조금 걷었다. 잠든 얼굴이 나왔다.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입을 삐죽 내민 채였다. 자면서도 누군가에게 화를 내고 있는 얼굴이었다."안 오기만 해 봐."아까 꿈 밖으로 새어 들어온 말이 떠올랐다. 이현의 입꼬리가 저도 모르게 움직였다."희한한 처자로군."그는 손가락을 들어, 잠든 이마 위에 가만히 대었다. 열려고 한 것인지, 그냥 대어본 것인지는 그 자신도 알 수 없었다.흰빛이 번졌다.가영의 꿈은 이상했다.끝없이 펼쳐진 들판에 흰 말이 가득했다. 정확히는, 흰 말 백 마리가 울타리 앞에 줄을 서서 차례로 그것을 넘고 있었다. 한 마리 넘을 때마다 어디선가 가영의 목소리로 숫자를 세는 소리가 울렸다."아흔여덟. 아흔아홉……."이현은 그 행렬 한가운데 서 있었다.말들이 그를 힐끗 보더니, 그도 줄에 선 것으로 알았는지 엉덩이로 슬슬 울타리 쪽으로

Higit pang Kabanata
Galugarin at basahin ang magagandang nobela
Libreng basahin ang magagandang nobela sa GoodNovel app. I-download ang mga librong gusto mo at basahin kahit saan at anumang oras.
Libreng basahin ang mga aklat sa app
I-scan ang code para mabasa sa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