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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화.귀신나오는 집

Author: 연월담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10-17 13:14:11

장터를 빠져나온 골목 어귀. 호준은 담벼락을 짚고 한참을 웃었다.

"하하하! 앉으라니까 앉으셨다고! 나리가! 천마 나리가!"

"그만 웃어라."

"못 그치겠소. 배가 아파 구렁이로 돌아가게 생겼소."

이현은 대답 대신 걸음을 옮겼다. 호준이 허리를 펴고 쫓아왔다. 웃음은 그쳤는데 눈꼬리는 아직 실룩거렸다.

"그나저나 나리, 아까 그 일로 잊어버리신 건 아니겠지?"

"무엇을."

"오늘 장에 나온 이유 말이오." 호준이 부채를 탁 펼쳤다. "집 보러 나왔잖소. 기생집 차리기로 한 집 말이요."

이현의 걸음이 느려졌다. 그 표정은 늘 그렇듯 아무 감흥이 없었다.

"네가 하자고 한 것이다."

"나리도 그러자 하셨소."

"싫다고 하기 귀찮았을 뿐이다."

"그게 그러자는 거요."

호준이 이현 앞으로 휙 돌아 뒷걸음질을 치며 걸었다. 부채를 휘저으며, 꼭 장사꾼이 물건 흥정하듯이.

"생각해 보시오, 나리. 밤마다 신부 꿈에 들어가는 것도 재미야 있지. 그런데 열흘이면 끝이오. 혼례 치르면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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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마몽(天馬夢) -백마가 꿈길을 건너오면   19화 천사루(天蛇樓)

    "이름은 천사루로 하겠소.""천사?""나리의 천(天), 나의 사(蛇). 천마와 구렁이가 함께 사는 기생집." 호준이 부채로 허공에 획을 그었다. "어떻소. 근사하지?""왜 내가 앞이냐. 난 나서는거 질색이다.""나리가 형님이니까.""형님이었던 적 없다.""그럼 뒤로 하오. 사천루."이현이 잠시 생각했다. 사천(蛇天). 뱀이 하늘을 덮는다는 소리였다."그냥, 천사루로 해라.""역시!" 호준이 손뼉을 쳤다. "현판은 내가 쓰겠소. 글씨는 나보다 나리가 낫지만, 나리한테 맡기면 '천사루' 세 글자 쓰는 데 석 달은 걸릴 테니. 고치고 또 고치고.."기생집은 정말로 하루아침, 눈 깜짝할 사이에 꾸며지더니 떡하니 '천사루'라는 현판을 내걸었다."귀신이 곡을 할 노릇이네, 무슨 기생집이 하루 아침에.. 굉장히 화려하구만, 으리으리해,""아이고, 여기 기생집 연 사람들 간땡이가 부었구먼. 밤마다 귀신이 우글거린다던데 여기서 기생집을 한다고?""예부터 말이 있잖어. 귀신 나오는 집엔 원래 저렇게 기가 센 걸 들여야 한다고. 기생집만 한 데가 또 있나!""하긴, 여기 주인 양반들이 천하 절색에 키가 아홉 척이라더라고. 거기에 곱디고운 기생들까지 바글거리면 귀신들도 노곤노곤해져서 힘이나 쓰겠어?"지나다니는 사람들마다 한마디씩 거드는 통에 천사루 앞은 한동안 구경꾼들로 북적였다. 소문이 소문을 물어 해가 지기도 전에 한양 한량들이 하나둘 기웃거리기 시작했으니, 문전성시가 따로 없었다."내일 모레 정식으로 열 것이니 그 때 많이들 찾아주시오."밤이 되자 호준은 마음이 급해졌다. 선영의 꿈속에 들어갈 시간이 다 되어 가고 있었다. 선영은 약간 맹한 구석이 있었지만 은근히 속궁합이 잘 맞아서 그런지, 시간이 되면 아랫도리가 뻐근하게 당겨 오곤 했다."나리, 이제 밤에 하던 거 하러 갑시다. 내 아랫도리가 뻐근하니 어서 가야겠소.""오늘은 안 된다. 나는 일하러 가야 한다.""아…… 안 되오. 그럼 꿈이라도 열어 주고 가시오.""망자는 나를 기다려

  • 천마몽(天馬夢) -백마가 꿈길을 건너오면   18화.귀신나오는 집

    장터를 빠져나온 골목 어귀. 호준은 담벼락을 짚고 한참을 웃었다."하하하! 앉으라니까 앉으셨다고! 나리가! 천마 나리가!""그만 웃어라.""못 그치겠소. 배가 아파 구렁이로 돌아가게 생겼소."이현은 대답 대신 걸음을 옮겼다. 호준이 허리를 펴고 쫓아왔다. 웃음은 그쳤는데 눈꼬리는 아직 실룩거렸다."그나저나 나리, 아까 그 일로 잊어버리신 건 아니겠지?""무엇을.""오늘 장에 나온 이유 말이오." 호준이 부채를 탁 펼쳤다. "집 보러 나왔잖소. 기생집 차리기로 한 집 말이요."이현의 걸음이 느려졌다. 그 표정은 늘 그렇듯 아무 감흥이 없었다."네가 하자고 한 것이다.""나리도 그러자 하셨소.""싫다고 하기 귀찮았을 뿐이다.""그게 그러자는 거요."호준이 이현 앞으로 휙 돌아 뒷걸음질을 치며 걸었다. 부채를 휘저으며, 꼭 장사꾼이 물건 흥정하듯이."생각해 보시오, 나리. 밤마다 신부 꿈에 들어가는 것도 재미야 있지. 그런데 열흘이면 끝이오. 혼례 치르면 끝, 다음 집 찾으면 또 열흘. 언제까지 남의 꿈만 기웃거리겠소?""그래서 기생집이냐.""그렇지! 이왕 이렇게 된 거, 판을 키우잔 말이오. 꿈속 말고 생시에서. 한양 한량들이 다 모여들고, 술이 넘치고, 노래가 넘치고, 어여쁜 기녀들이 넘치는... 그리고 밤에는 꿈에도 가고." 호준이 황홀한 얼굴로 부채를 가슴에 댔다. "생각만 해도 비늘이 다 서오.""구렁이가 무슨 비늘이냐. 네가 용이냐!!""말이 그렇다는 거요!"이현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구름이 지나가고 있었다. 오늘 따라 유난히 말처럼 생긴 것들이 많았다. 어쩐지 기분이 나빴다."나는 꿈도 재미없다. 맨날 똑같은거 지루해. 수면제가 따로 없다.""그러니까 기생집을 하자는 거요. 꿈이 재미없으면 생시를 재미있게 하면 되지 않소." 호준이 눈을 반짝였다. "나리는 그냥 주인 자리에 앉아만 계시오. 그 얼굴이면 앉아만 있어도 손님이 줄을 서오. 아까 장터 보셨소? 나리 보다가 목 삔 엿장수만 셋이오.""둘이다.""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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