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uk‘안녕하십니까 부사장님’
서후는 당황했다.
어제 잠들기 전까지 서후의 머릿속은 라임과의 재회를 상상하느라 바빴다.
10년 전의 그녀라면, 분명히 눈물을 터뜨리고 주먹으로 자신을 마구 벌주며 따지고 들겠지.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 왜 돌아오지 않았냐고, 10년 동안 어떻게 소식 하나 없이 숨어 버릴 수 있냐고..
지금 이 모습은 무어냐고.. 마구 쏟아내며 자신을 원망할 것이다.
그리고 미안해 한마디에 씩씩 대면서도 마음을 열어 주겠지.
하나도 빠뜨리지 말고 10년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다 얘기하라고 협박하겠지..
그럼, 하나도 빠짐없이 다 얘기해 주어야겠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고⋯ 그 때는 다른 방법이 없었다고..
그럼 그녀는 또 그때처럼 자신을 안아줄 것이다. 억지로 웃겨주려고 기막힌 행동들을 해가며 결국 또 자신을 실없이 웃게 만들어 줄 것이다.
그런데⋯.
‘그럼⋯ 저는 이만..’
10년은 너무 길었고, 그녀는 많이 변해 있었다.
‘여전히.. 소화가 잘 안되나 봅니다’
그녀를 붙잡고 싶어 다급하게 말을 걸었다.
‘아닙니다. 그럼 이만’
낯선 그녀의 뒷 모습이 창살이 되어 제 심장에 박혀 왔다.
아픈데⋯ 눈을 뗄 수가 없었다.
***
[그날 저녁]
쿵- 짝- 쿵쿵- 짝, 쿵- 짝- 쿵쿵- 짝,
연습실 문을 빼꼼 열고 들어간 라임은 환하게 웃으며 쩡이씨를 불렀다
“와~~ 우리 쩡이씨 오늘도 일등으로 오셨네”
“호호호호~ 우리 라임은 오늘도 이등으로 오셨네?”
올해 75세가 된 쩡이씨는 밴드 “야호”의 정신적 지주 이자 드러머이다.
4년 전 라임의 단짝 친구인 유주가 운영하는 실용음악 학원에 드럼을 배우기 위해 찾아왔던 쩡이씨는, 지금껏 유주가 경험했던 어떤 수강생 보다 열정이 넘쳤고, 연습량도 많았으며, 실력 또한 일취월장이었다.
드럼 강사가 입이 닳게 칭찬을 할 정도였다.
라임과는 중학교 때부터 단짝이었던 유주는 라임이 건반을 칠 때, 그 옆에서 베이스를 치며 중, 고등학교 밴드를 함께 이끌었다.
라임은 클래식 피아노로, 유주는 베이스로 진로를 결정해 둔 상황이었지만, 고등학교 3학년 어느 날 봄, 라임은 피아노가 아닌 디자인으로 진로를 틀었고, 유주는 계획대로 실용음악과 베이스 전공으로 입학을 하게 되었다.
시간이 흘러, 라임은 대기업인 아론리빙에서 제품 디자이너의 길을 걷게 되었고, 유주는 유주실용음악과 원장이 되었다.
정확히 3년 전,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유주가 취미 밴드를 만들어 보자 제안했고, 유주의 적극적인 추천으로 쩡이씨가 밴드 “야호”의 드러머로, 라임이 건반으로, 유주는 베이스로, 그리고 유주와 같은 대학에서 보컬을 전공했던 임소원이 보컬을 맡게 되었다.
그냥 딱! 취미로만 즐겁게 음악을 즐기는 느낌으로다가~ 그렇게 시작한 야호는 어느새 위로공연 전문 팀이 되어 간간히 병원, 군대 등에 초청을 받곤 한다.
야호에는 한 가지 철칙이 있다.
-서로의 사생활을 궁금해 하지 말 것-
서로의 직업도 배경도 모르지만, 음악도, 마음도, 텐션도 잘 맞는 야호는 모두에게 소중한 선물 같은 팀이었다
*
일주일에 두 번 밴드 연습이 끝나고 집으로 가는 길은 늘 유주가 라임을 집까지 태워다 주고 있다.
“쮸⋯ 오늘 우리집에서 자고 가라.”
“왜 뭔 일 있어?”
“어⋯”
“무슨 일인데?”
순간 유주의 목소리가 심각해진다
늘 이렇다. 라임의 일이라면 제 일처럼 여기는 아이이니⋯
“⋯ 진호가 왔어”
“⋯⋯!”
당황한 유주가 갓길에 급하게 정차를 하곤 놀란 눈으로 라임을 쳐다보았다.
“뭐라고? 누가 와?”
“진호가⋯”
“10년 사라진 그 진호?”
“응⋯ 지금은 진호가 아니야⋯ 안서후래”
“미친⋯. 영원히 나타나지 말지 왜 갑자기 나타난거래?”
“응⋯. 우리 회사 부사장님이래”
뻐끔⋯뻐끔⋯뻐끔⋯.
말은 안 나오고, 입만 뻐끔거리는 유주였다.
***
“캭~아기다~아기”
4살 라임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뽀실뽀실한 아기를 신기하게 쳐다보았다
“라임아 동생!!”
“돈..섄”
“아고 잘하네~~~ 동생 이름은 진호래 안진호!”
“안찐노”
서정은 라임에게 앞으로 진호를 친동생 처럼 잘 돌보아주고 사랑해 주어야 한다고 일러주었다.
그러자 라임은 아주 자신있게 알겠다고 대답했다.
해리는 그런 서정이 눈물겹게 고마웠고, 라임이 또 그렇게 사랑스러웠다.
서정과 해리는 학창시절부터 늘 붙어다니던 단짝 친구였다.
고아원에서 자란 해리를 처음으로 아무 선입견 없이 온전히 좋은 친구로 대해준 것이 서정이었다.
그런 서정과 중, 고, 대학까지 함께 다니며 한순간도 떨어지지 않았는데, 서정이 먼저 결혼을 하면서 이 곳 양주로 이사를 왔다.
몸은 떨어져 있었지만, 두 사람은 언제나 서로를 걱정하고 그리워하여 최대한 시간을 내어 만나러 가거나 오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해리의 연락이 뚝 끊기고, 일 년 동안 감감 무소식이었다.
연락처는 바뀌어 있었고, 해리의 행방에 대해 아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런데 일 년 후,
예고도 없이 너무도 갑자기, 자신의 남편 세훈과 함께 양주 서정의 바로 옆집으로 이사를 왔다.
그날 서정은 해리를 안고 한참을 울었다.
해리는 임신 6개월차 임산부였고, 그때부터 둘은 서로의 집을 오가며 예전처럼 다시 붙어 다니기 시작했다.
서정에게는 4살 딸이 있었고, 그녀의 남편은 아주 자상했으며 집 옆 건물에서 기사식당을 운영하고 있었다.
해리의 남편은 늘 아침마다 정장을 입고 회사로 출근을 했다. 작은 중소기업이라 했다.
학력과 스펙이 상상 이상인 사람이라 이력서 만으로도 회사에서는 쌍수를 들고 환영하는 분위기였다.
그렇게 두 가정에서 친남매처럼 나고 자란 라임과 진호는 서로의 집을 제 집 드나들 듯 하며 늘 함께 했다.
세상 모든 밝음과 사랑스러움은 죄다 라임에게 갖다 붙여 놓은 듯 라임은 항상 밝았고, 웃었고, 당당했고, 행복했다.
가끔 이해 할 수 없는 행동과, 예상치 못한 사고로 사람들을 당황스럽게 할 때가 있지만, 그것 또한 나름대로 라임에게는 타당한 이유가 있었다.
정의로움과 물불 안 가리는 성격 때문에 서정이 골머리를 앓을 때가 많았지만, 해리와 세훈은 그런 라임이 그렇게 귀엽고 예쁠 수가 없었다.
반면에 진호는 늘 말이 없고 묵직한 아이었다.
표정은 잔잔하고 소리내어 웃는 법이 거의 없었다. 하지만, 희안하게 라임 앞에만 가면 그렇게 웃음이 났다.
어릴적부터 또래 친구들보다 머리통 하나는 더 컸던 진호는 잘생긴 얼굴에 영재 교육을 추천 받을 만큼 머리도 좋았지만, 사실 진호가 가장 좋아하던 것은 조용히 앉아 그림을 그리는 일이었다.
고정 되어 있는 정물화를 관찰하며 그리는 것을 좋아했고, 색을 쓰는 것 보단 소묘를 좋아했다.
그 날 그 후 훈종은 라임을 위해 거실에 피아노를 들여놓았다.
라임은 피아노를 치고, 진호는 그림을 그렸다.
세상 어떤 것도 끼어들 수 없는 그들만의 평온함이었고, 그들만의 안락함이었다.
라임은, 같은 곡을 똑같이 치는 법이 없었다.
클래식이 아닌 코드 반주로 비슷 한 곡을 다른 느낌으로 만들어 자유롭게 치는 것을 좋아했다.
비슷하게 시작했다가 결국 완전히 다른 곡이 되어 끝이 나는, 라임은 그때 그때 느낌에 따라 표현해 내는 새로운 것들을 좋아했다.
진호는 해가 들어오는 거실 창문 쪽 구석에 앉아 있길 좋아했다.
그래서 일부러 그 곳을 찾아 기대어 그림을 그리다, 낮잠을 자다가, 다시 그림을 그리다, 또 멍하니 창 밖을 바라보기도 했다.
그렇게 두 사람의 일상에는 늘 서로가 등장해 있었고, 그것은 너무도 자연스럽고 일상적인 것이었다.
모두에게 끔찍했던 그 날은.
핏..서후가 실소를 터뜨렸다.검지 손가락으로 라임의 코를 살짝 톡! 치고는 다시 웃음기를 거두고 라임을 쳐다보았다."걱정하지 마. 네가 원하지 않는데 억지로 할 생각 없으니까."하긴...뭘...오히려 서후의 말에 얼굴이 붉어지는 라임이었다."갈까?"서후가 몸을 일으키자 라임도 따라서 몸을 일으켰다. 라임의 손을 잡고 침실로 들어간 서후는 잘 정돈 되어 있는 이불을 거두고 라임을 먼저 눕혔다.라임에 몸에 이불을 잘 덮은 후 그 옆으로 한 번에 올라가 이불 속으로 쏙 하고 들어갔다.자연스럽게 라임에게 팔 베개를 해주며 좀 전 거실에서 누워 있던 자세와 같이 라임을 품고 누웠다.쿵쿵쿵쿵쿵서후의 것인지 라임의 것인지 아니면 두 사람 모두의 것인지 유독 크게 들리는 심장의 소리에 라임이 두 입술을 꼭 말아 쥐었다..서후는 그런 라임을 더욱 힘주어 안으며 깊고 긴 숨을 천천히 뱉었다."후..."서후의 숨 소리에 라임의 고개가 들리고 그의 얼굴을 쳐다보며 물었다.."왜?...“서후가 촉촉하게 젖은 눈으로 부드럽게 미소를 지었다.너무 소중해서 그렇다고, 소중한 널 안고 있는 지금이 너무 행복해서 그렇다고, 혹시나 이 행복이 꿈일까 봐 두려워 그렇다고...서후는 솔직하게 얘기하지 못했다."우리 부사장님. 진짜 울보가 되어 돌아왔네..."라임이 서후의 눈가를 작은 손으로 훑으며 말했다.서후는 자신의 볼에 닿아 있는 라임의 손을 자신의 큰 손으로 잡고 그녀의 손바닥에 입을 맞췄다."왜 자꾸 그렇게 불러?""응?... 아 부사장님?""그렇게 부르지마.""그럼 뭐라고 불러?... 서후라는 이름은 도저히 입 밖으로 안 나오는데... 그렇다고 이제 진호도 아니잖아...""진호도 맞아. 진호라고 불러도 돼... 아님... 다른 애칭 같은 것도 좋고.""진호라고 부를게."서후가 작게 소리 내어 웃었다."그때... 아버지 돌아가셨을 때... 장례식장에 할머니와 고모님이 다녀가셨어... "라임은 가만히 서후의 볼을 쓰다듬으며 고개를 끄덕였
탁!욕실 문이 열리고, 촉촉한 머리를 탁탁 털며 나오는 서후를 올려다보는 라임의 눈이 일렁거렸다.별일이다. 왜 심장이 이렇게 뛰는건지...1층과 2층에 살았지만, 한 집에서 가족처럼 지냈던 우리 두 사람.함께 밥을 먹고, 올림픽, 월드컵 때는 물론이거니와, 주말 저녁 인기 있는 예능 프로를 볼 때도 한 소파에서 귤을 까먹으며 같은 일상을 보냈던 우리였다.막 샤워를 하고, 물기 묻은 머리를 탁탁 털며 2층에서 내려오던 서후의 모습을 한 두 번 본 것이 아니었기에, 새삼 제멋대로 뛰어대는 심장 박동 소리에 라임이 조용히 짧은 탄식을 뱉었다.30살 서후에게는 매혹적인 남성미가 진하게 배어있었다꾹꾹 눌러왔던 그간의 감정들을 고스란히 담은 눈빛은 더욱 짙고 깊어져서 보고만 있어도 가슴이 저려왔고,줄곧 스스로를 괴롭혀 왔던 몸은 더욱 단단해지고, 넓은 어깨는 뭐든 다 품어줄 만큼 든든했다"너두 얼른 씻어 자게.""어...어?!."당황한 라임은 저도 모르게 말을 더듬어 버렸다."왜 그렇게 놀라? 안 잘거야? 벌써 새벽인데?""어? 자야지.. 자는데.. ""나는 이불 하나만 주면 돼 러그가 꽤 넓네""러그 위에서 자겠다고?"순간 라임은 목소리 볼륨 조절에 실패하고 말았다서후는, 웃음을 참으며 담담하게 말했다"그럼 네 옆에서 잘까? 나야 그럼 땡큐지만“"아니..그게 아니라.. 너가 침대서 자, 내가 바닥에서 잘게"그래도 엄연한 부사장님을 바닥에 재울 수는 없다.떨어져 있는 동안, 너무도 크게 달라져 버린 현실을 모른 체하고 예전 진호를 대하듯 서후를 대하면 안 된다는 것쯤은 자각하고 있었다.말을 마치자마자 바로 침실로 들어가 옷을 챙겨 욕실로 들어간 라임이 샤워 후 다시 나왔을 때, 서후는 보들보들한 연한 레몬 빛 러그 위에 반듯하게 누워 한 쪽 다리를 구부리고, 한 팔을 이마에 올린 채 눈을 감고 있었다.‘벌써 잠든 건가? 침대에서 자라니까...’라임은 여름용 이불 하나를 꺼내 서후가 누워 있는 거실로 천천히 걸어갔다.러그 위에
그러고는 함께 입구 안으로 들어가려는 남자를 보고 서후의 눈이 날카롭게 변했다.입구 보안 유리문이 막 닫히려고 할 때 서후가 발로 유리문을 잡았다.재빨리 뒤를 따랐는데, 엘리베이터 쪽으로 향하는 라임의 사선 뒤에서 남자가 라임의 얼굴부터 발까지 전체 몸을 음흉한 눈으로 훑기 시작했다.마침 누군가가 1층으로 타고 내려온 엘리베이터가 열리고 사람이 내림과 동시에 라임이 올라 탔다.그리고 502호 남성도 라임을 힐끔거리며 함께 엘리베이터에 올랐다.서후는 긴다리를 뻗어 순식간에 두 사람이 탄 엘리베이터에 함께 올랐다. 놀란 라임이 서후를 쳐다보았다."왜 들어왔어?"낯선 남자의 등장에 502호 남성이 당황한 듯 심하게 눈빛이 흔들렸다.서후는 라임을 자신의 뒤인 구석으로 밀고 그 앞에 서서 남자를 죽일 듯 쳐다보고 서 있었다.남자는 눈치를 보며 5층을 눌렀고, 괜히 헛기침을 해댔다."흠흠."아무것도 모르는 라임은 서후의 옷깃을 잡으며 다시 한 번 물었다."왜 들어왔냐니까?""내 애인 지켜야 할 것 같아서.""뭐?"다정한 목소리와는 다르게 남자를 내려다보는 서후의 눈빛은 날카로운 칼처럼 매서웠다.서후의 눈을 피하며 괜히 딴청을 피우는 남자가 5층에서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마자 쏜살같이 집으로 들어가버렸다.라임은 문 앞에 서서 서후를 한 번 올려다 보았다."집 까지 들어가려구?""응.""에~이~ 그건 좀....""김유주랑 문성빈은 되는데 왜 난 안돼?""너랑 걔들이랑 같아?""달라? 뭐가 다른데? 말해 봐."그걸 또 굳이 말로 표현하라는 서후의 짓궂은 질문에 라임이 입술을 삐쭉 거리며 문을 열었다."그냥 들어와."서후가 자신의 오피스텔 안으로 한 발 한 발 내딛는 모습에 심장이 미친 듯 뛰어댄다.유주와 성빈이 함께 집으로 오거나, 유주 혼자 온 적은 많았지만, 성빈 혼자 집을 방문한 적은 없었다.그리고, 나름 연인이라 칭했던 심희준도 이 집엔 단 한 발짝도 들여놓질 못했다.그런데 서후에게는 이렇게 쉽게 열려버린 현관문이라
난데없이 뺨으로 날아온 박태권의 커다란 손에 박샤론은 한 쪽 바닥으로 나가 떨어지고 말았다.달려 나온 모친이 기겁을 하며 박태권을 말리고, 헬퍼들은 박샤론을 일으키며 겉옷을 걸쳐주었다"집안 망신을 시켜도 유분수지!! 어디서 그런 저급한 천쪼가리를 입고 미친년처럼 날뛰고 있어!""......흑.. 나도 다.. 계획이 있었다고!! 왜 때리고 난리야! 고소할 거야!""고소?! 해봐 어디! 오냐 오냐 해줬더니 지 애비 얼굴에 똥칠이나 하고!""다른 사람들이 뭐라든 상관없어! 나는 서후 오빠 마음만 흔들면 돼! 서후 오빠만 나 봐주면 된다고!""하이고... 저 저... 생각 없는 것! 너는 오늘 서후가 안 올걸 정말 다행으로 생각해 알겠어?""뭐??!! 서후 오빠가 안왔다고??!!"***"부사장님. 1박 2일 동안 정말 감사했습니다""감사했습니다"밤 12시가 되어서야 아론 리빙 건물 앞에 도착한 1팀은 고운 팀장을 필두로 모두 다 서후에게 고개를 숙여 감사인사를 전했다.서후는 옅은 미소만 지어보일 뿐 어떠한 대답도 하지 않았지만, 그의 미소가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음을 1팀은 알 수 있었다.1박 2일 동안, 새로운 부사장의 모습들을 경험하며 차갑고 냉철하게만 생각했던 부사장을 한참 오해하고 있었구나 반성하게 되었다.특히 라임 앞에서는 무장해제 되는 사랑꾼 면모에 당황과 감동을 동시에 경험했다.고운은 마지막으로 팀원들에게 당부 하기를, 부사장님과 라임의 관계는 절대 발설하지 말것, 라임 앞에서도 아는체 하지 말것.두 가지를 명확히 했다."차 안가지고 오신 분들은 제가 댁까지 모셔다 드리겠습니다"서후가 미리 남비서에게 부탁해 놓은 사항이었다장시간 운전한 기사는 먼저 보내기로 하고 남비서가 운전해 차가 없는 직원들을 안전하게 집까지 바래다 주기로 했다차를 가져온 고운 팀장과 소명호 과장이 먼저 인사 후 주차장으로 향했고,남비서가 차를 가져오자 이하영 대리와 권차준 대리, 김명서 사원이 남비서 차에 올랐다.그리고 마지막으로 남은 건 라
"아 왜~ 뭘 더 어떻게 해?""템포가 자꾸만 왔다갔다 하잖아. 메트로놈 연습 안 했지?“"급 떨어지게 무슨 메트로놈 연습이야"혀를 차는 모친은 기껏 돈 들여 최고급 강사를 붙여 줬더니, 강사를 개무시하고 함부로 대하다 결국 화를 내고 가버린 탓에 본인이 직접 이 짓거리를 하고 있는 게 어처구니가 없어 화도 나지 않는 지경이다."박샤론 너 진짜 그렇게 칠 생각이야?""누가 보면 엄마가 전공한 줄 알겠어! 엄마 보단 내가 잘 알거든? 그만 좀 해!""하...그래 네 맘대로 해라 중요한 손님들 다 초대해 놓고 너도 참 생각이 없어도 유분수지!"30분 후에 오케스트라 팀이 도착할텐데, 리허설을 잘 마칠 수나 있을는지, 답답해서 한숨이 절로 나왔다결국 모친은 자리를 박차고 홀을 나와 버렸다."아 씨X 시간 존X 안가네.. 빨리 서후 오빠 보고 싶은데"서후가 싫어하는 머리 빈 여자 1호는 그렇게 혼자서 차려 먹는 김치국에 심취해 연습이고 뭐고 하나도 손에 잡히질 않는 상황이었다.그리고 드디어 저녁 7시.어둡게 암전 되었던 홀 안에 조명과 함께 무대가 열렸다.전체 진행을 맡은 사회자가 찾아주신 모든 관객들을 향해 감사 인사를 전하고, 오늘 독주회의 전체 컨셉과, 내용들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했다.그리고, 곧 첫 무대가 시작되었다."박샤론 피아니스트를 소개합니다 박수로 맞아 주......세요.."등장 입구를 향해 몸을 돌리며 한 손을 펼침과 동시에 무대 뒤에서 나설 준비를 하는 박샤론의 모습을 보고는 순간 너무도 당황한 나머지 말 끝을 흐렸다.‘미친거야? 저러고 나온다고?’사회자는 반대쪽 무대 뒤로 들어가며 깊은 한숨을 쉬었다.***우아하게 걸어오는 발걸음에 비해 그렇지 못한 민망한 의상으로 등장한 박샤론을 보며 객석에서는 낮은 장탄이 쏟아졌다.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오른 박태권은 딸의 민망스러운 모습에 그만 고개를 숙여버렸고, 박샤론의 모친은 너무 놀라 눈 코 입 구멍이란 구멍은 다 벌린 채 얼음이 되어 버렸다.‘괜찮아! 박샤론~ 자신
"자..잠깐만요?..어..어디요? 하일고? 그 배구 명문고인 하일고? 거기서 배구 하셨어요?"서후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자 MC의 입이 벌어졌다.배구 좀 아는 사람들은 다 안다는 하일고의 배구부 얘기를 들은 사람들 중에서도 웅성거림이 이어졌다.드디어 익숙한 얼굴의 의문이 풀린 백준규는 안진호 이름을 듣고 고등학교 때 단 한번도 이겨보지 못했던 씁쓸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아랫 입술을 꽉 깨물었다."저 백준규님? 기억 나십니까?""당연히 기억나죠! 고등학교때 엄청 유명했던 유망주였고, 같이 청소년 대표팀도 했었는데요"와~~~사람들 사이에서도 시끌시끌 난리가 난 상태.이번 경기 정말 볼만 하겠다며, 일행들에게 전화를 거는 사람들도 여기 저기 생겨났다.여유로웠던 라임의 표정도 어느새 매섭게 변해 있었다그런 라임의 표정에 흠칫 놀란 고운이 조용히 귓속말을 해 온다"저...라임아. 눈에 힘 좀 풀어 저 사람이 부사장님 한테 뭐 해코지 한 거 있어?"라임은 백준규가 기억나지 않는다. 그렇게 서후가 하는 경기들을 쫓아다녔어도 기억에 남지 않는 것은 그리 특출난 선수가 아니었다는 뜻.오늘만 하더라도, 모두의 환호를 받는 서후에 비해(물론 외모가 한 몫 했겠지만?) 그다지 실력적으로 큰 감동을 주진 못했던 것 같은데... 하지만, 선출이라고 하니 마냥 안심할 순 없었다.그렇게 모두의 기대와 관심을 한 몸에 받은 마지막 결승전 1세트가 시작되었다.여유있던 서후의 표정도 시작과 동시에 매섭게 변모했다."자 첫 서브는 고등선출 팀입니다"그동안 아무도 시도하지 않았던 점프 서브로 강하게 내리친 백준규를 보며 다들 진한 감격의 소리를 내었다.하지만 몸을 날린 디그로 그걸 받아내 버린 서후의 모습에 와~~ 하고 환호성이 터졌다이어서 권대리의 안전한 리시브를 받아 백준규가 아닌 다른 상대의 구석으로 가볍게 툭! 찔러 넣었더니 바닥에 콕! 하고 박히고 마는 볼이었다.1:0 디자인1팀이 앞섰다.서후가 서브를 하기 위해 준비를 하자 사람들의 기대가 수직 상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