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오랜만입니다”
자신의 방으로 돌아간 줄만 알았던 서후가 새하얀 벽에 기댄 채 로우한 음성으로 말했다.
기대 있던 몸을 바로 하더니,
또각 또각..
두 발자국 만에 라임의 앞에 섰다.
라임은 아무 말도 못한 채 서후를 바라만 보았다.
10년이 지났지만, 매끈한 피부와 어느 것 하나 부족한 것이 없는 눈 코 입은 여전히 아름다웠다.
순간 정신이 들었는지 라임이 고개를 숙였다
“안녕하십니까 부사장님”
라임의 어색한 인사에 서후는 말없이 내려다 보고만 있었다.
원래 말이 없던 그 애는 30살이 되어 더 말을 아끼는 사람이 되어 버린 듯했다.
그렇게 한참을 말없이 시선을 떨구고 있는 라임과, 그런 라임을 바라보고 있는 서후⋯
그러고 보니 모두가 업무에 들어갔을 시간이라 화장실에 오가는 이 하나 없다는 것을 깨달은 라임이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다는 듯 침묵을 깨뜨렸다.
“그럼⋯ 저는 이만..”
“여전히.. 소화가 잘 안되나 봅니다”
뒤돌아 서며 발길을 떼는 라임에게 다시 한 번 말을 걸어 오는 서후였다.
“아닙니다. 그럼 이만”
라임은 다시 한 번 꾸벅 인사를 하고 1팀실을 향해 빠른 걸음으로 걸어갔다.
라임의 뒷 모습을 한참 동안 바라보고 있던 서후는, 이미 문 뒤로 사라져 버린 그녀이지만, 눈에 고이 새겨 두려는 듯 더 오래 그녀가 지나간 자리를 바라보고 서있었다.
“후⋯⋯.”
슬픔이 내려 앉은 눈을 깊은 한숨과 함께 지긋이 접어두고 조금 더 그곳에 서있었다.
이내 천천히 몸을 돌려 걸었다.
또각, 또각, 또각, 또각, 또각, 또각
멀어져 가는 구둣발 소리가 구슬프다.
*
띵..
19층에 멈춘 엘리베이터에서 서후가 내려 부사장실을 향해 걸었다.
마침, 서후를 기다리고 있던 남비서가 서후를 뒤따랐다.
“김비서는요”
“잠시 인사과에 갔습니다”
부사장실 안에 들어선 서후가 자켓을 벗어 깔끔하게 걸어둔 후 책상 앞에 앉았다.
“그분과는 인사 나누셨습니까?”
남비서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서후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존대를 하더군요⋯”
“그분이 말씀입니까?”
“저도 마찬가지고요⋯”
런던에서부터 5년을 함께 하고 있는 남비서는 서후가 유일하게 자신의 진짜 이야기를 털어 놓는 사람이다.
서후와 동갑인 까닭도 있겠지만, 유일하게 서후가 눈물을 들킨 사람이기 때문이었다.
너무 그리워서.. 사무치게 그리워서.. 좋아하지 않는 술로 달래려 해도 그 서글픔이 도무지 가시지 않던 어느 날 새벽. 서후는 혼자 머물던 자택 창가에 서서 눈물을 삼키다 삼키다.. 더는 삼켜지지 않을 지경에 이르자 역류하듯 퍼부어버렸다.
얼마나 울었는지 가늠조차 되지 않을 만큼, 서럽고 애달프게 울었다.
그때 그 집안엔 남비서가 있었다.
밤 낮 없이 일만 하던 그때는 남비서도 이른 아침부터 늦은 새벽까지 늘 서후의 곁에 머물렀기 때문에, 서후의 집안엔 남비서가 묵을 방이 따로 마련되어 있었다.
그 날은, 남비서가 오랜만에 휴가를 받은 날이었다.
집 정리도 하고 짐도 챙겨오겠다며 서후의 집을 나섰지만, 서후가 걱정되어 그 날 밤 다시 서후의 집에 돌아와 있었다.
그것을 몰랐던 서후는, 그만 꽁꽁 숨겨왔던 자신의 연약함을 들켜버린 것이다.
남비서는 조용히 제 방에서 나오지 않았다.
서후가 편안히 다 토해낼 수 있도록 두고 싶었다.
그의 배려에 서후도 어느 순간 남비서에게 마음을 열고 있었고, 두 사람은 가장 좋은 파트너이자 친구가 되어 있었다.
“많이 그리워 하셨잖습니까⋯”
“그렇다 한들, 흘려보내 버린 세월 앞엔, 변명도 소용이 없을 듯 싶습니다”
서후는 의자에 몸을 깊이 누이며 눈을 감았다.
남비서는 집무실을 나서며 조용히 문을 닫아 주었다.
좀 전, 여자 화장실에서 주먹으로 가슴을 치며 나오는 라임의 모습에 서후의 눈빛이 심하게 흔들렸다.
초등학교 때였다.
그 해 봄, 단짝 친구였던 두 사람의 어머니는 단체로 벚꽃 놀이를 가다, 타고 있던 버스가 전복 되며 그 자리에서 목숨을 잃었다.
평소에 말 수가 적었던 진호는, 그 후 더욱 말수가 줄었고, 라임은 그때부터 소화에 어려움을 겪었다.
자주 체하고, 답답해하는 가슴을 쳐대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위와 장, 소화기관 전체에 문제가 생겨 병원 신세를 자주 지곤 했다.
10년 만에 만난 라임은 예전과 똑같은 자세로 답답한 제 가슴을 쳐대고 있었고,
그 모습을 바라보는 서후의 마음은 일순 무너지는 듯했다.
‘두 분 먼저 올라가시죠. 화장실에 좀 들렀다 가겠습니다’
그렇게 얘기 했지만, 남비서는 알고 있었다.
서후를 보고 다시 화장실로 숨어버린 그 사람이, 1팀 이라임 과장이라는 것과,
어제 입국 한 서후가 디자인 팀 인적사항을 확인 하자마자 오늘 부터 출근하겠다 통보한 이유가 그녀 때문이라는 것을.
벽에 기대 멍하니 천장을 주시하고 있던 서후는 다시 화장실에서 빠져나오는 라임을 보고 기다렸다는 듯 말을 걸었다.
‘오랜만입니다’
악수를 할 때 자신을 올려다보던 라임의 표정과, 지금 자신을 바라보는 라임의 표정은 동일했다.
당황스러움이 역력하게 보이는 그녀의 얼굴에서 서후는 처음으로 10년 전 자신의 선택을 후회했다.
탁!욕실 문이 열리고, 촉촉한 머리를 탁탁 털며 나오는 서후를 올려다보는 라임의 눈이 일렁거렸다.별일이다. 왜 심장이 이렇게 뛰는건지...1층과 2층에 살았지만, 한 집에서 가족처럼 지냈던 우리 두 사람.함께 밥을 먹고, 올림픽, 월드컵 때는 물론이거니와, 주말 저녁 인기 있는 예능 프로를 볼 때도 한 소파에서 귤을 까먹으며 같은 일상을 보냈던 우리였다.막 샤워를 하고, 물기 묻은 머리를 탁탁 털며 2층에서 내려오던 서후의 모습을 한 두 번 본 것이 아니었기에, 새삼 제멋대로 뛰어대는 심장 박동 소리에 라임이 조용히 짧은 탄식을 뱉었다.30살 서후에게는 매혹적인 남성미가 진하게 배어있었다꾹꾹 눌러왔던 그간의 감정들을 고스란히 담은 눈빛은 더욱 짙고 깊어져서 보고만 있어도 가슴이 저려왔고,줄곧 스스로를 괴롭혀 왔던 몸은 더욱 단단해지고, 넓은 어깨는 뭐든 다 품어줄 만큼 든든했다"너두 얼른 씻어 자게.""어...어?!."당황한 라임은 저도 모르게 말을 더듬어 버렸다."왜 그렇게 놀라? 안 잘거야? 벌써 새벽인데?""어? 자야지.. 자는데.. ""나는 이불 하나만 주면 돼 러그가 꽤 넓네""러그 위에서 자겠다고?"순간 라임은 목소리 볼륨 조절에 실패하고 말았다서후는, 웃음을 참으며 담담하게 말했다"그럼 네 옆에서 잘까? 나야 그럼 땡큐지만“"아니..그게 아니라.. 너가 침대서 자, 내가 바닥에서 잘게"그래도 엄연한 부사장님을 바닥에 재울 수는 없다.떨어져 있는 동안, 너무도 크게 달라져 버린 현실을 모른 체하고 예전 진호를 대하듯 서후를 대하면 안 된다는 것쯤은 자각하고 있었다.말을 마치자마자 바로 침실로 들어가 옷을 챙겨 욕실로 들어간 라임이 샤워 후 다시 나왔을 때, 서후는 보들보들한 연한 레몬 빛 러그 위에 반듯하게 누워 한 쪽 다리를 구부리고, 한 팔을 이마에 올린 채 눈을 감고 있었다.‘벌써 잠든 건가? 침대에서 자라니까...’라임은 여름용 이불 하나를 꺼내 서후가 누워 있는 거실로 천천히 걸어갔다.러그 위에
그러고는 함께 입구 안으로 들어가려는 남자를 보고 서후의 눈이 날카롭게 변했다.입구 보안 유리문이 막 닫히려고 할 때 서후가 발로 유리문을 잡았다.재빨리 뒤를 따랐는데, 엘리베이터 쪽으로 향하는 라임의 사선 뒤에서 남자가 라임의 얼굴부터 발까지 전체 몸을 음흉한 눈으로 훑기 시작했다.마침 누군가가 1층으로 타고 내려온 엘리베이터가 열리고 사람이 내림과 동시에 라임이 올라 탔다.그리고 502호 남성도 라임을 힐끔거리며 함께 엘리베이터에 올랐다.서후는 긴다리를 뻗어 순식간에 두 사람이 탄 엘리베이터에 함께 올랐다. 놀란 라임이 서후를 쳐다보았다."왜 들어왔어?"낯선 남자의 등장에 502호 남성이 당황한 듯 심하게 눈빛이 흔들렸다.서후는 라임을 자신의 뒤인 구석으로 밀고 그 앞에 서서 남자를 죽일 듯 쳐다보고 서 있었다.남자는 눈치를 보며 5층을 눌렀고, 괜히 헛기침을 해댔다."흠흠."아무것도 모르는 라임은 서후의 옷깃을 잡으며 다시 한 번 물었다."왜 들어왔냐니까?""내 애인 지켜야 할 것 같아서.""뭐?"다정한 목소리와는 다르게 남자를 내려다보는 서후의 눈빛은 날카로운 칼처럼 매서웠다.서후의 눈을 피하며 괜히 딴청을 피우는 남자가 5층에서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마자 쏜살같이 집으로 들어가버렸다.라임은 문 앞에 서서 서후를 한 번 올려다 보았다."집 까지 들어가려구?""응.""에~이~ 그건 좀....""김유주랑 문성빈은 되는데 왜 난 안돼?""너랑 걔들이랑 같아?""달라? 뭐가 다른데? 말해 봐."그걸 또 굳이 말로 표현하라는 서후의 짓궂은 질문에 라임이 입술을 삐쭉 거리며 문을 열었다."그냥 들어와."서후가 자신의 오피스텔 안으로 한 발 한 발 내딛는 모습에 심장이 미친 듯 뛰어댄다.유주와 성빈이 함께 집으로 오거나, 유주 혼자 온 적은 많았지만, 성빈 혼자 집을 방문한 적은 없었다.그리고, 나름 연인이라 칭했던 심희준도 이 집엔 단 한 발짝도 들여놓질 못했다.그런데 서후에게는 이렇게 쉽게 열려버린 현관문이라
난데없이 뺨으로 날아온 박태권의 커다란 손에 박샤론은 한 쪽 바닥으로 나가 떨어지고 말았다.달려 나온 모친이 기겁을 하며 박태권을 말리고, 헬퍼들은 박샤론을 일으키며 겉옷을 걸쳐주었다"집안 망신을 시켜도 유분수지!! 어디서 그런 저급한 천쪼가리를 입고 미친년처럼 날뛰고 있어!""......흑.. 나도 다.. 계획이 있었다고!! 왜 때리고 난리야! 고소할 거야!""고소?! 해봐 어디! 오냐 오냐 해줬더니 지 애비 얼굴에 똥칠이나 하고!""다른 사람들이 뭐라든 상관없어! 나는 서후 오빠 마음만 흔들면 돼! 서후 오빠만 나 봐주면 된다고!""하이고... 저 저... 생각 없는 것! 너는 오늘 서후가 안 올걸 정말 다행으로 생각해 알겠어?""뭐??!! 서후 오빠가 안왔다고??!!"***"부사장님. 1박 2일 동안 정말 감사했습니다""감사했습니다"밤 12시가 되어서야 아론 리빙 건물 앞에 도착한 1팀은 고운 팀장을 필두로 모두 다 서후에게 고개를 숙여 감사인사를 전했다.서후는 옅은 미소만 지어보일 뿐 어떠한 대답도 하지 않았지만, 그의 미소가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음을 1팀은 알 수 있었다.1박 2일 동안, 새로운 부사장의 모습들을 경험하며 차갑고 냉철하게만 생각했던 부사장을 한참 오해하고 있었구나 반성하게 되었다.특히 라임 앞에서는 무장해제 되는 사랑꾼 면모에 당황과 감동을 동시에 경험했다.고운은 마지막으로 팀원들에게 당부 하기를, 부사장님과 라임의 관계는 절대 발설하지 말것, 라임 앞에서도 아는체 하지 말것.두 가지를 명확히 했다."차 안가지고 오신 분들은 제가 댁까지 모셔다 드리겠습니다"서후가 미리 남비서에게 부탁해 놓은 사항이었다장시간 운전한 기사는 먼저 보내기로 하고 남비서가 운전해 차가 없는 직원들을 안전하게 집까지 바래다 주기로 했다차를 가져온 고운 팀장과 소명호 과장이 먼저 인사 후 주차장으로 향했고,남비서가 차를 가져오자 이하영 대리와 권차준 대리, 김명서 사원이 남비서 차에 올랐다.그리고 마지막으로 남은 건 라
"아 왜~ 뭘 더 어떻게 해?""템포가 자꾸만 왔다갔다 하잖아. 메트로놈 연습 안 했지?“"급 떨어지게 무슨 메트로놈 연습이야"혀를 차는 모친은 기껏 돈 들여 최고급 강사를 붙여 줬더니, 강사를 개무시하고 함부로 대하다 결국 화를 내고 가버린 탓에 본인이 직접 이 짓거리를 하고 있는 게 어처구니가 없어 화도 나지 않는 지경이다."박샤론 너 진짜 그렇게 칠 생각이야?""누가 보면 엄마가 전공한 줄 알겠어! 엄마 보단 내가 잘 알거든? 그만 좀 해!""하...그래 네 맘대로 해라 중요한 손님들 다 초대해 놓고 너도 참 생각이 없어도 유분수지!"30분 후에 오케스트라 팀이 도착할텐데, 리허설을 잘 마칠 수나 있을는지, 답답해서 한숨이 절로 나왔다결국 모친은 자리를 박차고 홀을 나와 버렸다."아 씨X 시간 존X 안가네.. 빨리 서후 오빠 보고 싶은데"서후가 싫어하는 머리 빈 여자 1호는 그렇게 혼자서 차려 먹는 김치국에 심취해 연습이고 뭐고 하나도 손에 잡히질 않는 상황이었다.그리고 드디어 저녁 7시.어둡게 암전 되었던 홀 안에 조명과 함께 무대가 열렸다.전체 진행을 맡은 사회자가 찾아주신 모든 관객들을 향해 감사 인사를 전하고, 오늘 독주회의 전체 컨셉과, 내용들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했다.그리고, 곧 첫 무대가 시작되었다."박샤론 피아니스트를 소개합니다 박수로 맞아 주......세요.."등장 입구를 향해 몸을 돌리며 한 손을 펼침과 동시에 무대 뒤에서 나설 준비를 하는 박샤론의 모습을 보고는 순간 너무도 당황한 나머지 말 끝을 흐렸다.‘미친거야? 저러고 나온다고?’사회자는 반대쪽 무대 뒤로 들어가며 깊은 한숨을 쉬었다.***우아하게 걸어오는 발걸음에 비해 그렇지 못한 민망한 의상으로 등장한 박샤론을 보며 객석에서는 낮은 장탄이 쏟아졌다.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오른 박태권은 딸의 민망스러운 모습에 그만 고개를 숙여버렸고, 박샤론의 모친은 너무 놀라 눈 코 입 구멍이란 구멍은 다 벌린 채 얼음이 되어 버렸다.‘괜찮아! 박샤론~ 자신
"자..잠깐만요?..어..어디요? 하일고? 그 배구 명문고인 하일고? 거기서 배구 하셨어요?"서후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자 MC의 입이 벌어졌다.배구 좀 아는 사람들은 다 안다는 하일고의 배구부 얘기를 들은 사람들 중에서도 웅성거림이 이어졌다.드디어 익숙한 얼굴의 의문이 풀린 백준규는 안진호 이름을 듣고 고등학교 때 단 한번도 이겨보지 못했던 씁쓸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아랫 입술을 꽉 깨물었다."저 백준규님? 기억 나십니까?""당연히 기억나죠! 고등학교때 엄청 유명했던 유망주였고, 같이 청소년 대표팀도 했었는데요"와~~~사람들 사이에서도 시끌시끌 난리가 난 상태.이번 경기 정말 볼만 하겠다며, 일행들에게 전화를 거는 사람들도 여기 저기 생겨났다.여유로웠던 라임의 표정도 어느새 매섭게 변해 있었다그런 라임의 표정에 흠칫 놀란 고운이 조용히 귓속말을 해 온다"저...라임아. 눈에 힘 좀 풀어 저 사람이 부사장님 한테 뭐 해코지 한 거 있어?"라임은 백준규가 기억나지 않는다. 그렇게 서후가 하는 경기들을 쫓아다녔어도 기억에 남지 않는 것은 그리 특출난 선수가 아니었다는 뜻.오늘만 하더라도, 모두의 환호를 받는 서후에 비해(물론 외모가 한 몫 했겠지만?) 그다지 실력적으로 큰 감동을 주진 못했던 것 같은데... 하지만, 선출이라고 하니 마냥 안심할 순 없었다.그렇게 모두의 기대와 관심을 한 몸에 받은 마지막 결승전 1세트가 시작되었다.여유있던 서후의 표정도 시작과 동시에 매섭게 변모했다."자 첫 서브는 고등선출 팀입니다"그동안 아무도 시도하지 않았던 점프 서브로 강하게 내리친 백준규를 보며 다들 진한 감격의 소리를 내었다.하지만 몸을 날린 디그로 그걸 받아내 버린 서후의 모습에 와~~ 하고 환호성이 터졌다이어서 권대리의 안전한 리시브를 받아 백준규가 아닌 다른 상대의 구석으로 가볍게 툭! 찔러 넣었더니 바닥에 콕! 하고 박히고 마는 볼이었다.1:0 디자인1팀이 앞섰다.서후가 서브를 하기 위해 준비를 하자 사람들의 기대가 수직 상승
1팀 직원들의 모든 시선이 서후를 향했고, 덩달아 모든 사람들의 시선도 서후를 향하며 웅성거리기 시작한다."대박이다 비주얼 뭐야?""와 저 외모에 부사장님이라고?""기럭지봐~ 몸도 엄청 탄탄해 보이고~ 완전 내 이상형~"핏! 서후가 웃으며 못 말리겠다는 듯 머리를 살짝 흔들더니, 이내 MC를 향해 고개를 들고 긍정의 표시로 고갤 까딱! 해 보였다."오케이~ 어디 회사 부사장님, 2인 1팀이니 한 분 더 데리고 여기 오셔서 신청서 작성해 주세요"MC의 말에 사람들은 환호성을 질렀다.서후는 1초의 고민도 없이 신청서에 본인 이름과, 권차준 대리의 이름을 적고, 팀명을 -디자인1팀-으로 적었다.다시 자리로 돌아온 서후가 팔짱을 끼고 서서 권대리를 향해 물었다."권차준 대리 운동 좀 하죠?""저 말씀입니까? 그럼요 부사장님""그럼 나랑 호흡 좀 맞춰 봅시다"권차준의 눈이 휘둥그레지며 소리 없는 함성을 질렀다."부사장님 저는 왜 안 물어 보십니까?"남비서가 섭섭하다는 듯 말하자서후가 민소매 티셔츠를 입고 있는 남비서의 팔뚝을 손으로 잡고 주물주물 거리다 냉정하게 고개를 돌려버린다."남비서는 안됩니다"푸하하하가장 크게 터진 사람은 고운이었다.남비서는 신나게 웃는 고운을 바라보며 울상이 되었다.8팀이 2팀씩 짝을 이뤄 경기를 진행하고 그중 4팀이 준결승에 올라가게 되어있었다.3번의 게임이 끝나고, 이제 마지막 예선전인 부산 사나이 팀과 디자인1팀이 맞붙게 되었다.라임은 여유롭게 팔짱을 끼고, 예선전을 지켜보았다."라임아. 피지컬은 우리 팀이 우세한 것 같은데.. 이길 수 있겠지?"고운은 예선전부터 떨어지면 어떡하나 내심 걱정이 되었다.라임은 한쪽 입고리를 올리며"그거 모르시죠? 안서후 부사장님. 고등학교 때까지 배구 선수였어요 그것도 아주 유망주요""헉!!"고운의 입이 떡 하고 벌어졌다.서후는 예선전인 만큼 최대한 가볍게 몸을 푼다 생각하고 경기에 임했다."부사장님 저만 믿으십시오"권대리가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