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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향鐵響 六十四

Autor: 김굉
last update Fecha de publicación: 2026-09-29 12:00:00

”설명해.”

도라의 말끝을 물고 무뚝뚝한 강원의 목소리가 둘 사이를 갈랐다.

“왜 미치겠는지 설명해. 저 새끼가 해결 가능한거라면 값을 더 치르지.”

강현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본래 형이랑 상의하고 싶었던 것은 이게 아니었다. 그러나 도라가 있는 상황에서 민하 얘기를 하기도 껄끄럽다.

”흐으. 쥐새끼가 없어.”

한쪽 눈썹을 치켜올리며 바라보는 형을 무시하며 천장을 바라봤다.

“여긴 쥐가 달리는 소리도, 개 짖는 소리도, 아침을 깨우는 참새 소리도, 하물며 개미가 갉는 소리조차 없어.”

신경이 예민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듣는 소리다. 그러나 안들리면 안들리는대로 신경쓰지 않을 소리다.

”삭막해도 이렇게 삭막할 수가 없어. 너무 조용해서 사람이 내는 소리만이 빗소리처럼 사방에서 내리 꽂혀. 형, 형도 알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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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철향   철향鐵響 一百二十四

    은령은 이를 악물고 힘을 주어 사내의 손에서 곡도를 빼앗았다. 칼끝을 들어 사내의 목울대를 향했다. 사내는 빙글빙글 웃으며 두 손을 들어 보였다. “깜찍한 내 딸아. 침상 밑에 이것저것 많이도 숨겨뒀더구나. 네 엄마랑 치댈 때마다 뭔 쇳소리가 이리도 많이 나는지.”사내는 재빨리 손을 뻗어 은령의 팔뚝을 붙잡아 방 안으로 집어 던졌다. 그리고 문을 닫고 앞에 섰다. 은령은 칼을 든 채 바닥에 쓰러졌고, 그걸 본 덕비는 작게 비명을 지르며 다가왔다. “아악! 안 돼. 다치면 안 돼. 아프지 마라. 미친 놈! 나만 괴롭히면 되잖아! 애는 왜. 왜…….”덕비는 상체를 들어 네 발로 엎드린 자세가 된 은령의 머리를 붙잡고 얼굴 이모저모를 살폈다. “미안하다. 많이 놀랐지? 내가……. 내가 미리 말했어야 했는데.”은령은 엉망이 되어서도 동그마하니 어여쁜 덕비의 얼굴을 말끄러미 바라보았다. 언제나 조용조용하고 얌전한 분이셨다. 있는 듯 없는 듯 숨죽여 살고 계셨다. 어울리지 않아. 당신이 내 어머니라는 것은. 작고 당찬 지소 공주가 내 언니라는 것은 더 웃기다. 어차피 미리 말해줬어도 믿지 않았을 것이다. 나같이 사나운 짐승은 당신들과 결이 다르다. 은령은 삐걱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문에 기대 서서 삐딱하게 바라보고 있는 사내로 시선을 돌렸다.비릿하게 웃고 있는 저 남자라면 나랑 결이 맞을 수도 있겠다. 곡도를 눈앞에 바로 세웠다. 사내의 얼굴의 반쪽이 보인다. 그리고 도신을 돌려 내 얼굴을 비춰 보았다. 흑철은 빛을 머금어 나의 얼굴이 잘 비치지 않았다. 그래도 휘어진 도신에 어그러진 내 얼굴이 흐리멍덩하게 보였다. 얼핏 저 사내와 닮은 듯도 하다. “하아, 됐습니다. 이제 와서 부모자식 놀이 할 것도 아니고. 사실을 알았으니 오늘은 그만 물러나시지요.” “은령아. 그러니까 나는……”등 뒤에서 덕비의 말소리가 들렸다. 소름이 쭉 끼

  • 철향   철향鐵響 一百二十三

    따스한 손이 다가와 얼굴을 쓸어주고, 손목을 조심히 잡아올렸다. 무복은 소매를 호완 안으로 집어넣어 입기에 옷자락을 꺼내기가 용이치 않다. 그는 은령을 놀라게 하지 않기 위해 얌전한 움직임으로 이마의 건을 풀어냈다. 손가락에 건을 걸고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은령의 얼굴과 손을 닦아내기 시작했다. 점점 시야가 돌아온 은령은 그 손을 부여잡았다. “어찌 들어온 것이냐.” “전 이제 금군이고, 임무가 있다면 들어올 수 있습니다.”제인은 언제나와 같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답했다. 나의 갈라진 목소리가 상대적으로 두드러진다. “무슨 임무? 내 호위는 이제 끝났을 텐데?”제인은 그때까지도 잡혀 있던 손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는 은령의 손가락을 하나하나 펼쳐 떼어낸 뒤 손바닥을 바라보았다. 붉게 쓸린 자국이 보라색으로 피멍이 들어 있고, 허옇게 벗겨진 피부에는 군데군데 피딱지가 앉아 있다. “궁녀 하나가 회랑에 매달려 있었습니다. 그리고 사라진 궁녀가 한 명 더 있죠. 어디에 두셨습니까?” “어?”그게……,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머릿속에 안개가 끼어버렸다. 간밤에는 땅을 파는 네가 없었다. 비를 맞으며 물을 물리는 네가 없었다. 하얗게 빛나는 네가 없었다. 사죄를 종용하는 네가 없었다. 그래서 기억할 것도 없었다. “뭔가 생각이 나시면 제게 꼭 말씀해 주셔야 합니다. 그래야 제가 수습할 수 있습니다.”은령은 멍하니 제인의 말간 얼굴을 바라보았다. 어둡던 안색이 밝아지고 머리를 말끔하게 빗어 넘겨 사람이 앳되어졌다. 이제 내게서 벗어난 것이 아니었던가. 그래서 이렇게 개운해진 얼굴로 나타난 것이 아니냔 말이다.내뱉으려던 말이 자꾸 안으로 파고든다. 그리고는 멍청한 신음소리 같은 말만 밖으로 빠져나간다. “어, 어, 그래. 대비전에 있을 거야. 아마 그랬을 거야.”어리벙벙한 내가 영 마뜩잖은지 제인은 차분히 손을 놀려 내 머리를 정

  • 철향   철향鐵響 一百二十二

    은령은 자기가 옳게 들었는지 확신할 수 없었다. 아직 연의 말이 어설프다. 그나마 말하는 것보다는 듣는 쪽이 익숙하긴 하다. 전하께서는 등 뒤로 문을 닫으시며 궁녀들과 금군들에게 일렀다. “연의 일이다. 금군은 아래층 입구와 계단 아래를 지키고, 궁녀들은 주방으로 가서 다과를 준비하도록 해. 한 시진 이후 부르겠다.”덕비 전하는 그렇게 문앞에 서서 고개를 숙이고 한참 있었다. 아마 사람들이 물러나는 발소리를 듣고 계신 모양새였다. 은령은 전하께 자리를 비켜드리기 위해 일어섰다. 그 순간 미친 사내가 덕비 전하에게 다가가 턱을 잡아올리며 입을 맞췄다. 은령은 벙쪄서 바라보고만 있었다. 도대체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다. 사이에 끼어들어 잡아뜯어야 하나. 한 발 내딛는데 사내가 손만 뒤로 뻗어 은령을 막았다. 아직도 덕비 전하의 입을 게걸스레 집어삼키고 있다.은령은 더 참을 수 없어 호갑투를 사내의 뺨을 향해 뻗었다. 그 순간 사내는 덕비 전하를 끌어안더니 춤을 추듯 안으로 들어왔다. 그리고는 침상에 전하를 눕혔다. 은령이 뒤돌아보는 그 짧은 순간에 벌써 전하의 치맛자락을 걷어올리고 다리 사이에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는 미소 띤 얼굴로 은령을 노려본다. 그 모습이 고깃덩이를 앞에 둔 표범 같았다. “은령아, 미안해. 미안하다. 내가 정말 미안하다.”사내가 침묵하는 사이 덕비 전하께서 두 손으로 눈을 가리고 울먹이는 목소리를 내뱉었다. 어찌 나오지 말아야 할 말을 하실 땐 눈을 가리십니까? 은령이 가까이 다가갈수록 사내는 웃으며 덕비 전하의 옷을 벌리고 올렸다. “널 어떻게 만들었는지 궁금하면 보고 있고, 아니면 나가서 망이나 봐. 난 더는 못 참겠으니까.”그러더니 전하의 뽀얀 가슴을 꺼내 붉은 입으로 담뿍 물었다. 은령은 자신이 당한 양 몸서리치며 한 발 물러섰다. “아냐. 이렇게 알려주고 싶진 않았어. 은령아. 아니다. 아냐.”덕비 전하는 몸부림치며 벗어나

  • 철향   철향鐵響 一百二十一

    기건 말대로 궁이 번잡하다. 궁녀들과 환관들과 금군들이 서넛씩 짝을 이뤄 이리저리 돌아다닌다. 궁인들답게 걸음은 조급하지 않지만, 표정에는 긴장이 어렸다. 자미궁은 느긋하고 따스한 궁이었다. 적어도 후궁은 그랬다. 그래서인지 이리 바쁜 걸 보니 조금 어색하다. 그만큼 손님 접대에 정성이란 뜻이겠지. 그런데 사룰로 분한 내 딸은 왜 체했느냔 말이다. 작약궁이 보이기 시작하니 속이 뒤집힌다. “아참, 네 딸 예쁘더라.”카사르는 본능적으로 허리에 손을 갖다 댔고, 익숙한 도병이 잡히지 않자 신경질이 확 올라왔다. 단숨에 기건의 멱살을 틀어쥐었다. “너! 이익!”덧붙일 말이 없다. 키와 덩치가 카사르보다 큰 기건은 급히 잡힌 멱살 따위는 쉽게 뿌리쳤다. “네가 없어지고 갑자기 나타난 고아 아기인데 뻔하지. 어떤 궁녀 건드려서 낳았는지 모르겠는데, 예쁘게 잘 컸어. 벌 받기 싫어서 튄 건 알겠는데, 이왕 올 거면 좀 일찍 오지. 그랬으면 만났을 텐데.”하. 진짜 이 새끼는 감이 좋은 건지 없는 건지 모르겠다. 기건이 먼저 어깨동무를 하더니 쭉쭉 앞으로 밀고 나간다. “그러니까 말이야. 내가 곰곰이 생각해 봤거든? 네가 왕자면 딸도 연의 왕족이잖아. 그럼 궁에서 붙들고 있지 굳이 보내줬나 싶더라고.” “어. 그래. 생각하느라 고생 많았네.” “야! 그래도 친구 딸이라고 내가 멀찍이서 혹여 다칠까 아플지는 않을까 유심히 지켜봤거든? 고마워하진 않아도 돼. 알아서 잘 크더라고. 연으로 돌아가기 전에 화산에 들러 봐. 현덕 마마님 따라갔어. 너랑 달리 눈이 참 높아. 자고로 사내라면 현덕 마마님처럼 생겨야지.”바보다. 바보 맞다. 이 새끼는 진짜 바라보기만 했다. 고마워하지 않아도 되겠다. 다만 이렇게 정신이 번쩍 든 채로 작약궁에 이르게 된 것은 고마워해야겠다. 카사르는 작약궁 대문 앞에 당도하자마자 팔꿈치로 기건의 명치를 퍽 쳤다. “이제 가 봐.”

  • 철향   철향鐵響 一百二十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 거지? 은령은 숨이 점점 차올랐다. 그게 대비전에서였는지 지금인지 모르겠다. 눈에 힘을 주어 젓가락이 집은 것에 집중했다. 바삭하게 튀긴 후에 간장과 황주를 넣어 조린 황어 부레다. -엇, 은령이 왔니? 마침 네가 좋아하는 황어 부레가 남아 있어!- 달그락- 틱 티르르르륵-은령이 소리를 내었다. 덕비는 입에 넣으려던 당면볶음을 내려놓고 소리가 난 쪽을 바라보았다. 은령이 일어나 있다. 양손으로 귀를 막고 엉거주춤 서 있다. 은령의 앞에는 젓가락과 고깃점 같은 것이 나뒹군다. “독이니?”덕비는 재빨리 뒤에 서 있는 궁녀를 불러 은령에게 보냈다. “아닙니다.”은령은 손을 뻗어 궁녀가 다가오는 것을 제지했다. “전하. 하아. 이건 제가 정말 좋아하는 황어 부레입니다. 그러나 지금 갑자기 체기가 올라와 먹을 수가 없었을 뿐입니다. 절대 숙수를 혼내지 말아 주십시오. 어, 송구하옵니다만 이대로 물러남을 허락해 주시옵소서.”아니나 다를까. 은령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 있다. 그걸 보자마자 덕비의 심장이 훅 하고 내려앉았다. 내가 네게 먹을 걸 주니 네가 탈이 난다. “뭣들 하느냐. 공주님을 어서 방으로 뫼시지 않고. 너는 궁의를 불러오너라.”덕비는 다급히 명령을 내리면서도 은령이 아픈 걸 핑계로 카사르의 방문을 막을 궁리를 하는 스스로가 참을 수 없이 역겨웠다. 역시 아이는 친부모가 키워야 한다. 바트나 에르든이나 친부의 손에 크지 못해 이렇게 인생이 말린 것이다. 도대체 애를 어떻게 했기에 급체를 해. 카사르는 어머니를 따라온 어의들을 닦달해 소화기에 좋은 약이란 약은 다 챙겨 나왔다.하긴 에르든도 어릴 때부터 얼마 먹지 않았지. 맛있고 몸에 좋은 거 보이는 족족 챙겨다 주면 뭐 하겠는가, 보는 데서는 반도 먹지 못하는 걸. 에잇.카사르는 다급히 달려 사신관으로 돌아왔다.

  • 철향   철향鐵響 一百一十九

    입에 넣고 있는 건 숙수가 심혈을 기울여 만든 음식이건만 자꾸 숨통이 조여왔다. 덕비는 예의도 잊고 젓가락으로 허공을 배회했다. 이렇게 불러놓고 눈도 못 마주치겠다.은령은 예의 바르게도 한 점 한 점 다소곳이 입에 넣고 오물거린다. 그래. 너는 그렇게 조용하고 얌전한 아기였지. 뱃속에 들어앉은지도 몰랐는데, 자그마하게 태어나 잔뜩 웅크리고 제대로 울지도 않았다. 바들바들 떨고만 있었다. 핏덩이가 그렇게 눈치를 봤다.이른 아침 눈을 뜨자마자 은령에게 점심을 함께하자는 요청을 보냈고, 알겠다는 답과 함께 카사르가 오후에 온다는 기별이 전해졌다. 미친놈이 여기까지 왔다. 이번 일은 카사르가 모르게 진행하는 걸로 오드게렐님과는 뜻이 통했다고 생각했는데, 오판이었나.오전 내내 마음을 다잡았다. 차라리 잘 되었다. 다 말하자고. 모든 것을 꺼내어 드러내자고, 그렇게 네 앞에 엎드리자고,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사과를 하자고 마음먹었다.그러나 오찬장에 나타난 네 파리한 얼굴을 보는 순간 모든 결심이 날아가 버렸다. 안절부절 모든 걸 망설이게 되었다. 요즘 까다로운 황후 아래서 교육을 받더니 많이 피곤했던 걸까. 모처럼 휴식을 취하고 있는데 방해를 한 것 같아 많이 미안해졌다. 좀 더 편히 와도 될 것을 완벽히 성장을 하고 나타났다.새빨갛게 칠한 입술 안으로 여러 향신료를 넣어 볶은 양고기 한 점이 들어간다. 입술이 다물리고 작은 움직임으로 조곤조곤 씹어 먹는다. 덕비는 홀린 듯이 바라보았다. 은령이는 식감이 재미난 음식을 좋아한다 하였다. 은령이는 향이 짙고 맛이 강한 음식을 좋아한다 들었다. 그렇게 들은 대로 요청해 준비했다. 내가 먹이지 못한 그 한 번을 이렇게라도 보상할 수 있을까. 너무 얄팍해 자조적인 미소가 떠오른다. “입맛엔 맞느냐?”은령이도 계속 먹어 온 궁의 음식일 터다. 그래도 묻고 만다. 서두르지 않고 느릿하게 고개를 들어 시선을 맞추는 은령의 자태가 우아하다. 날카로운 눈매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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