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151화

Author: 민들레
엘리베이터 문밖에서 발소리가 들려오자 김주리는 황급히 서류를 원래대로 정리해 손에 들고는 다시 방금 전의 고통스러운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신하나가 사탕을 내밀며 걱정스레 물었다.

“온몸에 땀이 범벅이야. 근처 병원이라도 같이 갈까?”

“괜찮아, 이제 좀 나아졌어.”

김주리는 사탕을 입에 넣으며 어색하게 웃어 보였다.

“원래는 아래층 카페 가보려고 했는데... 오늘은 힘들겠네.”

신하나는 의심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걱정하지 마. 나중에 내가 커피 사다 줄게.”

“고마워.”

김주리는 짧게 답하고 엘리베이터를 나섰다.

문이 닫히자 그녀는 방금 전까지 자신에게 푹 쉬라고 말하던 신하나의 얼굴이 떠올라 마음 한편이 쓰렸다.

갓 졸업한 순진한 아이는 정말 속이기 쉽다는 생각에 잠시 죄책감이 스쳤다.

이건 잘못된 일이란 걸 알면서도 멈출 수가 없었다.

하지만 곧, 곧바로 머릿속에 떠오른 건 소우민이 곧 맡게 될 부성 그룹 프로젝트 책임자 자리.

그리고 작년에 둘이 함께 보러 갔던 그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Locked Chapter

Latest chapter

  • 첫사랑만 구한 남자   제528화

    “오빠.”고이진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단숨에 고우빈에게 달려가 안겼다. 그간 억눌러왔던 서러움이 터져 나온 듯, 그녀는 아이처럼 소리 내어 울기 시작했다.고우빈은 그런 동생의 어깨를 조용히 감싸 안으며 다독였다.그 모습을 묵묵히 지켜보던 윤해원은 두 사람의 시간을 방해하지 않으려는 듯 조용히 방문을 닫아주고 자리를 피했다.거의 1분이나 지나서야 고이진은 그의 품에서 벗어나 눈물을 훔치며 물었다.“오빠가 여긴 어떻게 온 거야? 그럼 지아는? 지아도 같이 왔어?”신지아를 언급하는 고이진의 어조에는 복잡미묘한 감정이 서려 있었다.이토록 나락에 떨어진 순간일수록 신지아가 사무치게 그리웠지만 자신의 비참한 처지를 들켜 그녀를 또다시 고통스럽게 만들고 싶지는 않았다.신지아의 성격이라면 자신의 상황을 알게 되는 즉시 윤재혁에게 쫓아가 멱살이라도 잡고 난리를 칠 게 불 보듯 뻔했다.하지만 고이진은 자신 때문에 신지아가 또다시 위험에 빠지는 일만큼은 어떻게든 막고 싶었다.고우빈은 고개를 저었다.“아니, 안 왔어.”그 말을 들은 고이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럼 내가 연성시에 있다는 사실은 당분간 지아에게 비밀로 해줘. 불필요한 걱정을 끼치고 싶지 않거든.”고우빈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의 시선이 옆에 놓인 이젤로 향하더니, 화폭에 담긴 초상화를 보고는 순간 멈칫했다. 이윽고 그가 입을 열었다.“세상에 영원한 비밀은 없어. 네가 연성에 머물고 있는 이상, 지아도 결국 눈치채게 될 거야. 더군다나 걔는 지금 윤형우와 함께 있으니, 조만간 윤씨 저택에도 발걸음할 일도 생기겠지.”고이진은 그의 말이 일리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뼈가 있는 말처럼 느껴졌다.문득 그녀는 뒤로 두 걸음 물러서며 방금 고우빈이 윤해원과 함께 나타났던 상황을 뒤늦게 떠올렸다.윤해원과 윤세은은 줄곧 그녀에게 윤재혁을 받아들이라고 설득해 왔다.그렇다면 고우빈 역시 그들에게 등 떠밀려, 자신을 회유하기 위한 설득자로 온 것임이 분명했다.고이진은 쓸쓸히 눈

  • 첫사랑만 구한 남자   제527화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윤재혁은 돌연 고이진을 힘으로 제압했다. 버둥거리는 몸짓을 무시한 채 고개를 숙여 입을 맞춘 그는 억지로 그녀의 입술을 벌려 자신이 머금고 있던 죽을 강제로 밀어 넣었다.그가 무슨 짓을 하는지 깨닫자마자 고이진은 그를 세차게 밀쳐냈다.역겨웠다.위장이 뒤틀리며 구역질이 밀려와 격렬하게 기침하며 뱉어내려 애썼지만, 텅 빈 속에서는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계속 이따위로 안 먹고 버티면 침대에 묶어놓고서라도 매일 이렇게 먹일 거야.”윤재혁이 분노를 억누르지 못하고 으르렁거렸다.고이진은 그의 손길이 닿는 것 자체가 소름 끼치도록 싫었다.과거에는 그와의 접촉을 피하기 위해 분통이 터지는 상황에서도 최대한 고분고분하게 굴곤 했지만 이번만큼은 화조차 나지 않았다.헛구역질을 멈추고 입술을 닦아낸 고이진은 잔뜩 독이 오른 그의 눈빛을 빤히 바라보며 그저 자조적으로 웃었다.“그러든가요. 어차피 남은 시간도 얼마 없으니까.”그녀의 입가에 서린 차가운 냉소를 보며 윤재혁은 가슴이 터질 듯 답답해졌다.그러다 시선이 옆에 놓인 화판으로 향하자 그는 마침내 참지 못하고 주먹을 불끈 쥐었다.화판에는 연필 소묘로 조심스레 채워 가던 남자의 초상이 있었다. 깔끔하게 다듬은 짧은 머리에 단정한 슈트 차림, 온화한 분위기를 풍기는 남자였다.아직 이목구비는 채 그려 넣지 않았지만 그는 단번에 이 남자가 성훈이라는 사실을 알아보았다.사실 윤재혁도 알고 있었다. 요즘 고이진이 스스로를 망가뜨리며 학대해 왔던 이유가 결국 성훈을 따라 일찍 죽기 위해서라는 것을.걷잡을 수 없는 분노와 질투심이 폭발한 윤재혁은 생각할 겨를도 없이 그 그림을 확 낚아챘다.“안 돼, 하지 마!”고이진이 경악하며 비명을 질렀다.윤재혁이 그림을 반으로 찢어버릴 기세를 보이자 그녀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발코니 난간으로 달려가 그 위로 올라탔다.“찢기만 해봐요. 찢는 순간 여기서 바로 뛰어내릴 테니까!”본래 윤재혁은 고이진이 도망치지 못하도록 발코니를 완전히 밀폐하고 창

  • 첫사랑만 구한 남자   제526화

    신지아는 화면을 힐끗 보고는 전화를 끊어버렸다.그러나 변하늘은 집요하게 다시 전화를 걸어왔고 결국 신지아는 전화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우리 오빠 거기 있나요?”전화를 받자마자 다급함이 묻어나는 변하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신지아는 짤막하게 대답했다.“아니요.”“이상하네요.”변하늘이 의아하다는 듯 중얼거렸다.“그럼 오빠가 어디로 간 거죠? 어제 나간 뒤로 계속 연락도 안 되고 집에 들어오지도 않았어요. 오늘은 회사에도 출근을 안 했다는데...”‘아마 충격이 커서 혼자 있고 싶은 거겠지.’신지아는 속으로 담담하게 생각했다.“더 용건 없으면 끊을게요.”그녀의 차분한 목소리에 변하늘이 다급히 외쳤다.“잠깐만 끊지 말아 봐요, 새언니.”그 말에 신지아는 곧바로 선을 그었다.“변도영 씨와는 진작에 이혼했어요. 전 하늘 씨의 새언니가 아니에요.”변하늘이 말을 이어갔다.“새언니가 변씨 가문에 지분을 넘기겠다고 서명한 양도 합의서 있잖아요, 오빠가 그거 변호사한테 공증 안 맡겼어요. 그래서 그 지분 아직도 새언니 명의로 되어 있거든요. 그리고 며칠 전에 준명 씨한테 들었는데, 오빠가 자기 명의의 재산을 싹 다 정리하고 있대요. 전부 다 새언니 이름으로 돌려놓으려고요.”그 말에 신지아는 멍해졌다.변도영이 왜 이러는지 그 의도를 알아챘기 때문이다.전에 그녀는 변도영에게 1조를 가져오면 재결합해 주겠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 연성시로 돌아온 뒤 변도영은 실제로 그녀의 카드로 계속 돈을 송금했고 보낼 때마다 재결합을 위한 진행 상황을 보고하듯 전하곤 했다.그 돈들도 결코 작은 액수는 아니었으나 1조라는 큰돈 앞에서는 그야말로 새 발의 피였다.그녀는 변도영과 재결합할 생각이 전혀 없었기에 이 돈에 대해 조급해한 적이 없었고 그저 이 돈을 UME의 창업 자금으로 쓰고 나중에 이자까지 쳐서 돌려줄 생각이었다.하지만 변도영이 정말로 자기 명의의 자산까지 처분하려 든다면... 이대로 두었다간 일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게 뻔했다.변하늘이 여전히 수화기

  • 첫사랑만 구한 남자   제525화

    “고우빈 씨는 이진 씨의 오빠이시니, 부디 가서 잘 설득해 주셨으면 좋겠어요.”고우빈이 그녀의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그러니까 오늘 이 모든 판을 짜신 게, 제가 지아의 의심을 사지 않고 자연스럽게 윤씨 가문으로 발걸음을 옮기게 하려던 거였나요?”윤해원이 고개를 끄덕였다.“고우빈 씨도 보셨듯이 제 동생은 지아 씨를 지키려다 목숨까지 잃을 뻔했어요. 전 이진 씨가 잘못되는 것도 원치 않고 지아 씨 또한 무사하길 바라요.”한편, 손님방 안에서는 윤형우가 신지아를 침대 위에 눕히고 그녀에게 살며시 입을 맞추고 있었다.머릿속이 하얗게 흐려질 만큼 촘촘히 몰아치는 입맞춤이었다. 신지아는 그가 자연스레 다음 단계로 나아갈 것이라 생각했으나, 윤형우는 예상과 달리 서서히 입술을 떼어냈다.찰나의 순간 눈을 뜬 신지아의 시야에 고통을 참아내느라 일그러진 윤형우의 얼굴이 언뜻 비쳤다.“왜 그래요? 상처가 도진 건가요?”그녀는 걱정스러운 마음에 서둘러 몸을 일으켰지만 너무 급하게 움직인 탓에 순간 눈앞이 캄캄해지며 몸이 휘청였다.그 순간, 곁에 꿇어앉아 있던 윤형우가 재빨리 손을 뻗어 그녀의 허리를 단단히 받쳐주었다.그는 이내 다정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지아야.”낮게 가라앉은 목소리에는 미처 다 감추지 못한 자제력이 서려 있었으나, 그럼에도 묘하게 매혹적이었다.신지아의 심장이 미세하게 고동쳤다.“네?”“약속해 줘. 무슨 일이 있어도 날 사랑하겠다고.”윤형우가 말했다.그 어조에는 어딘가 애원하는 듯한 기색과 함께, 아주 미세한 불안감이 섞여 있었다.신지아는 가슴 한편이 아릿해졌다. 오늘따라 윤형우가 평소와는 다르게, 제 것을 빼앗기지 않으려 안달하는 어린아이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문득 지난날 변도영이 그녀에게 던졌던 말이 머릿속을 스쳤다.“너와 윤형우에게 미래는 없어. 윤씨 가문에서 너를 며느리로 받아들이는 일은 절대 없을 테니까.”어쩌면 그 때문이었을까. 윤형우가 그녀에게 완벽한 미래를 주지 못할까 봐, 그래서 그녀마저 멀어질까 봐 불안

  • 첫사랑만 구한 남자   제524화

    화장실 안, 윤해원은 문틀에 기댄 채 손가락 사이에 가느다란 여성용 담배를 끼우고 있었다.맞은편 전신거울 속으로 이쪽을 향해 걸어오는 고우빈의 모습이 비쳤다.“윤해원 씨, 무슨 의도로 이러시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 가네요.”고우빈의 물음에 윤해원은 미소를 띠며 손끝으로 가볍게 담뱃재를 털어냈다.“내가 이렇게까지 티를 냈는데, 지아 씨조차 눈치챈 걸 정말 고우빈 씨만 모른다고요?”고우빈은 미간을 찌푸렸다.사실 눈치채지 못한 것은 아니었다. 다만 평소 개인적인 왕래가 거의 없던 그녀였기에 당황스러움이 앞섰을 뿐이었다.그는 윤해원에게 특별한 마음이 없었고 자신을 향한 그녀의 태도 역시 너무 뜻밖이라 진심보다는 가벼운 장난이나 시험처럼 받아들여졌다.잠시 뜸을 들이던 고우빈이 정중하면서도 선을 긋는 태도로 답했다.“죄송합니다, 윤해원 씨. 당신에게는 저보다 더 나은 사람이 어울립니다.”윤해원의 미려한 눈썹이 비스듬히 들려 올라갔다. 그녀는 문틀에서 몸을 떼어 담배를 비벼 끈 뒤, 천천히 고우빈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내 눈엔 당신이 가장 완벽해 보이고 기어코 대시해보고 싶다면요?”윤해원의 길고 예쁜 손가락이 그의 넥타이를 매끄럽게 낚아챘다. 고개를 들어 그를 응시하는 그녀의 눈동자에는 짙은 교태가 흘러넘쳤다.숨결이 닿을 듯 좁혀진 거리에 고우빈은 무의식적으로 뒷걸음질을 치려 했다.그러나 윤해원은 그의 속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 넥타이를 잡은 손에 힘을 주어 그를 자신 쪽으로 가볍게 잡아당겼다.무방비 상태였던 고우빈은 몸이 앞으로 쏠리며 그녀의 품 안으로 쓰러질 뻔했다.고우빈은 반사적으로 손을 뻗어 윤해수의 등 뒤, 문틀을 짚으며 겨우 몸을 지탱했고 졸지에 두 사람의 사이가 좁혀지며 고우빈이 윤해원을 벽에 가둔 듯한 아슬아슬한 자세가 연출되었다.“우와.”때마침 위층 방에서 나오던 임윤지가 그 광경을 정면으로 맞닥뜨리고 저도 모르게 탄성을 내뱉었다.이내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감지한 그녀는 다급히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지만 두 사람의 시선이

  • 첫사랑만 구한 남자   제523화

    “음, 확실히 맛이 괜찮네요.”윤해원은 젓가락을 내려놓으며 미소를 지었다.“내가 딱 좋아하는 맛이에요.”기묘한 광경에 얼이 빠져 있던 임윤지가 화들짝 일어서며 더듬거렸다.“그, 그럼 제가 천엽을 좀 더 넣어드릴까요?”“고맙지만 사양할게요.”윤해원이 고우빈을 빤히 응시하며 입꼬리를 길게 끌어올렸다.“많이 먹으면 물리잖아요. 뭐든 아쉬울 때 멈추는 게 가장 좋은 법이니까요.”그녀는 느긋하게 물티슈로 손을 닦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다들 계속 드세요. 전 화장실 좀 다녀올게요.”말을 마친 윤해원은 미련 없이 몸을 돌려 나갔다.아까부터 줄곧 두 사람의 동태를 주시하고 있던 신지아는 윤해원이 고우빈을 은근하게 유혹하는 전 과정을 생생하게 지켜보았다.윤해원이 자리를 뜨자 고우빈은 안절부절못하며 그녀를 뒤쫓아가고 싶은 기색이 역력했다.하지만 무언가 신경이 쓰이는지 섣불리 움직이지 못했다. 신지아는 보는 눈이 너무 많아 고우빈이 쑥스러워하는 것이라 대강 짐작했다.문득 시선이 느껴졌는지 고우빈이 불쑥 신지아를 쳐다보았고, 신지아는 황급히 고개를 파묻은 채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젓가락질에만 열중하며 시치미를 뗐다.몇 초가 더 흐른 뒤 고우빈이 마침내 자리에서 일어났다.“메시지 답장 좀 보내고 올게요.”그렇게 그 역시 자리를 비웠다.식사가 대충 마무리될 무렵이 되자 연미주와 임윤지도 눈치 빠르게 핑계를 대며 고양이와 놀아주겠다며 2층으로 올라갔다. 두 사람만의 오붓한 시간을 만들어 주기 위한 배려였다.“기류가 진짜 심상치 않죠?”신지아가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윤형우의 팔을 세차게 흔들었다.“정말 상상도 못 한 조합인데 둘이 엮이다니! 그런데 생각할수록 진짜 잘 어울리지 않아요?”하지만 어째서인지 윤형우는 그녀의 생각만큼 맞장구를 쳐주지 않았고, 오히려 넋이 나간 듯 딴청을 피우는 모습이었다.신지아가 그를 몇 번이나 거듭 부르고 나서야 윤형우는 겨우 정신을 차린 듯했다.그는 애써 미소를 지으며 신지아를 돌아보았지만, 실은 눈에서부터 뇌를

More Chapters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