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첫사랑만 구한 남자
첫사랑만 구한 남자
Author: 민들레

제1화

Author: 민들레
“변 대표님, 지금 사고 현장은 너무 위험합니다. 들어가시면 안 됩니다!”

“구조대와 이미 연락이 닿았습니다. 구급차도 곧 도착합니다!”

“변 대표님!”

“비켜! 시간 끌다가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너희 전부 목숨으로 갚아야 할 줄 알아!”

귀를 찢는 듯한 고함이 사람들 속에서 터져 나왔고 그 소리에 신지아는 흐릿했던 의식이 서서히 돌아왔다.

힘겹게 고개를 돌린 순간, 저만치서 낯익은 실루엣이 보였다.

남자는 마치 하늘에서 사는 신이 내려온 듯한 포스를 풍기며 자신에게 달려오고 있었다.

그래서 신지아의 눈가는 순식간에 빨개졌다.

사고가 난 뒤, 뒤집힌 차 안에서 얼마나 오랫동안 갇혀 있었는지 아무도 모를 것이다.

그녀는 변도영이 끝내 오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게다가 사고 직전, 두 사람은 심하게 다투고 있었다.

어젯밤 회사에서 만나기로 약속했는데 변도영은 아침에 걸려 온 전화 한 통에 약속을 깨고 사라져 버렸다.

신지아가 전화를 아무리 걸어도 받지 않았다.

그러다 사고가 터졌고 남은 배터리로 간신히 그의 비서에게 위치를 보냈을 뿐이다.

그녀는 변도영이 또다시 자신을 무시할 거라 생각했지만 그는 위험을 무릅쓰고 달려오고 있었다.

“아가, 사랑하는 내 아가... 우리 이제 살 수 있겠다. 아빠가 왔어.”

피가 멈추지 않는 몸을 부여잡으며 신지아는 마지막 희망을 붙잡았고 어지럼증에 토할 것 같은 기운도 억누른 채 입을 열려고 애를 썼다.

하지만 목은 이미 타들어 가듯 잠겨 아무런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그래도 괜찮아. 이렇게 나를 찾아왔잖아.’

신지아는 힘없이 팔을 들어 흔들어 보였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변도영은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그녀를 지나쳤다.

‘뭐지? 차를 잘못 본 건가?’

오늘은 시댁에서 주는 차를 타고 나오지 않았다.

그 차는 아침에 시누이가 몰고 갔고 지금 타고 있는 건 엄마가 선물해 준 차량이었다.

평소 거의 몰지 않았으니 변도영이 못 알아본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신지아는 다시 힘을 짜내어 그의 이름을 불렀지만 계속된 출혈로 목소리는 미약했다.

그래서일까, 변도영은 듣지 못한 듯 곧장 하얀 차량 앞에서 멈춰 섰다.

그리고 그 차 문을 열어 안에서 떨고 있는 여인을 끌어안았다.

긴 코트를 입은 가녀린 체구, 우아한 분위기, 금방이라도 부서질 듯 연약한 모습.

여자의 얼굴을 본 순간, 신지아의 심장이 얼어붙는 것 같았다.

이나은.

변도영이 잊지도 못하고 늘 사랑하던 첫사랑이었다.

순간, 기억이 스쳤다.

조금 전 미친 듯이 차선을 바꾸며 자신을 몰아붙이던 차량, 숨 쉴 틈조차 주지 않고 뒤를 쫓아오던 그 차.

그런데 지금은 길가에 얌전히 서서 마치 상처 입은 아이처럼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주인’은 지금 신지아의 남편 품에 안겨 있었다.

신지아는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

이나은이 왜 갑자기 해외에서 돌아왔는지, 왜 하필 자신과 부딪혔는지.

하지만 그런 건 중요치 않았다.

지금은 아이만 살리면 됐다.

“변 대표님, 저 차 안에도 누가 있습니다!”

그녀가 간신히 차창을 두드리려던 찰나, 변도영의 곁에 있던 경호원이 먼저 알아챘다.

곧 차 안에서 흐릿하게 움직이는 그림자를 보고 어디선가 본 듯한 차량이라는 사실도 깨달았다.

변도영은 고개를 돌렸다.

피투성이가 된 얼굴, 온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붉은 피. 너무도 비참한 몰골이었지만 그 속에서도 본래의 청초한 얼굴이 어렴풋이 드러났다.

‘어디서 본 듯한 얼굴인데?’

그때, 변도영의 품에 안긴 이나은이 고통스레 신음을 흘렸다.

“나은이가 다쳤어. 무슨 방법을 대서라도 길을 뚫어. 지금 당장.”

그는 더는 다른 걸 생각할 겨를조차 없었다.

“하지만 대표님...”

경호원은 싸늘하게 식어버린 변도영의 눈빛에 끝내 말을 잇지 못했다.

“네.”

신지아는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다.

그의 시선이 잠시 자신에게 머물렀다가 곧장 사라지는 순간과 변도영이 이나은을 안은 채 성큼성큼 차로 향하는 뒷모습을.

“제발... 나 좀... 우리 아가 좀...”

간신히 입을 열었지만 그 순간 피가 역류해 목구멍을 막아버렸고 아무도 신지아를 보지 않았다.

변도영의 차는 이나은을 싣고 굉음을 내며 멀어져 갔다.

그 차를 바라보던 신지아의 눈빛이 잠시 흐릿해졌다.

그리고 곧, 가슴을 찢어발기는 통증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신지아는 더는 버틸 수 없어 또다시 의식을 잃었다.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Latest chapter

  • 첫사랑만 구한 남자   제100화

    그 말을 마치고 데스크 직원은 진심 어린 감탄까지 덧붙였다.“신 팀장님 남자 친구, 정말 잘생기셨어요.”고우빈의 발걸음이 멈췄다.굳어버린 웃음이 서서히 사라졌다.한편, 신지아는 고우빈의 사무실을 나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변도영에게서 전화를 받았다.“오늘 밤 본가에 다녀와.”언제나처럼 간단명료한 말투였다.예전 같으면 곧장 대답했겠지만 이번에는 신지아가 먼저 물었다.“이나은 씨도 가나요?”변도영이 잠시 뜸을 들이다가 말했다.“안 가. 걔는 오늘 밤 다른 일이 있거든.”그 말뜻은 마치 신지아는 늘 한가하다는 뉘앙스로 들렸다.하지만 신지아는 깊이 따지지 않았다.이나은이 없다면 본가에 가서 할머니를 뵙는 일을 마다할 이유는 없었으니 말이다.“알겠어요.”그녀가 수락하자 평소 같으면 바로 전화를 끊었을 텐데 이번에는 마치 무언가를 기다리는 듯 몇 초간 여전히 연결된 채로 있었다.“다른 할 말 있어요?”신지아가 물었다.변도영이 잠시 멈칫하더니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배은망덕한 것.”그러고는 전화를 거칠게 끊어버렸다.분명히 화가 잔뜩 나 있는 것 같았다.신지아는 한동안 어리둥절했다.그러다 곧 생각이 미쳤다.‘혹시 부성 그룹이 UME 투자를 거절한 게 나 때문이라는 걸 알게 된 건가?’하지만 곧바로 고개를 저었다.그럴 리 없었다.변도영은 늘 그녀의 행적에 무심했고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도 관심 없는 사람이었다.게다가 만약 그 사실을 정말 알았다면 단순히 욕 한마디로 끝낼 리 없었다. 벌써 들이닥쳐서 따지고 난리 쳤을 터였다.그렇지 않다면 굳이 더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언젠가는 들통나겠지만 지금이 아니면 그녀에게는 여전히 움직일 기회가 남아 있는 셈이었다.한편, 변도영은 전화를 끊고도 괜스레 불편하고 초조했다.‘이전까지는 몰라도 어젯밤은 내가 직접 챙겨주고 거의 밤새 곁을 지켜줬잖아.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작 고맙다는 말 한마디조차 없는 거야?’ 이내 생각이 다시 어젯밤으로 흘러갔다.욕실 안에서 뜨겁게 달아오른 그녀의

  • 첫사랑만 구한 남자   제99화

    신지아는 그의 농담을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고개를 숙이고 계약서에 도장을 찍은 뒤, 두 부로 정리해 그중 한 부를 건네며 자리에서 일어섰다.“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윤형우가 손을 내밀었다.신지아는 그가 계약서를 받으려는 줄 알고 일부러 더 가까이 내밀었다.그런데 뜻밖에도 그는 그녀의 손을 잡았다.넓은 손바닥이 손가락을 덮으며 차가운 감촉이 신지아의 손끝을 스쳤다.신지아는 순간 얼어붙더니 반사적으로 손을 빼냈다.“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윤형우는 그녀의 손에서 계약서를 받아들며 미소 지었다.“제가 전에 한 제안, 농담 아니었습니다. 지아 씨도 한 번쯤 생각해 보시죠. 그럼, 이만.”예의 바른 작별 인사를 남기고 그는 우아하게 몸을 돌려 나갔다.나가면서 데스크 직원에게까지 공손히 감사 인사를 전했다.그 모습을 보며 신지아는 잠시 멍해졌다.손끝에 남은 감촉만 아니었다면 조금 전 일이 모두 환상 같았을지도 몰랐다.사실 그녀도 생각해 본 적 있었다. 윤형우가 자신을 찾은 이유가 따로 있는 건 아닐까 하고.하지만 곰곰이 떠올려 봐도 자신에게서 그만한 자금을 끌어올 만한 ‘이득’은 없었다.그럼 자기 자신일까?신지아는 쓴웃음을 지었다.이미 업계에서 웃음거리로 전락한 그녀에게 누군가 굳이 다가올 이유는 없을 것 같았다.결국 깊게 파고들지 않기로 했다. 윤형우가 떠난 뒤, 마음을 가라앉히고 서류를 들고 고우빈을 찾아갔다.계약서를 본 고우빈은 의아한 듯 미간을 찌푸렸다.“윤씨 가문에서의 투자? 어떻게 윤씨 가문 투자를 받아낸 거야? 분명히...”말을 하다 그는 입을 다물었다.그것은 신지아의 능력을 의심해서도 윤씨 가문 투자를 부정해서도 아니었다.그저 이해가 되지 않았을 뿐이다.예전에 여동생 고이진의 약혼을 피하도록 도운 일로 윤재혁이 분노하며 신지아를 추궁했던 적이 있었다.윤재혁은 가문 내에서 위상이 높았고 후계자로 키워지는 인물이었다.그가 신지아를 얼마나 미워했는지 알기에 UME가 곤란에 처했다는 소식을 들으면 오히려 짓밟으려

  • 첫사랑만 구한 남자   제98화

    “하루요?”서인호가 비웃으며 노려봤다.“좋습니다, 하루 드리죠. 내일까지 해결 못 하면 그때는 가만있지 않을 겁니다.”말을 끝내자마자 신지아가 대꾸할 틈도 주지 않고 그는 화난 기색으로 몸을 돌려 나가버렸다.“...”원래는 차분히 대화를 해보려 했는데 김주리가 괜히 끼어들어 불을 지핀 탓에 이제는 힘들 것 같았다.서인호가 떠나자 김주리는 마치 큰 공을 세운 듯한 표정으로 신지아에게 다가왔다.“팀장님, 변 대표님께 가서 사과드리고 고 대표님을 설득해서 부성 그룹 투자받으세요. 변 대표님은 예전부터 UME랑 협력하고 싶어 했다잖아요. 게다가 신 팀장님처럼 예쁘신 분이 직접 가면 분명 마음을 돌리실 거예요.”신지아는 입꼬리를 살짝 당겼다.솔직히 불쾌했지만 이제 막 합류한 상황에서 이들과 친분도 없었고 김주리가 일부러 훼방을 놓는 건지 아니면 그냥 어설픈 충고를 한 건지 알 수 없었다.결국 화를 내지 않고 정중히 답했다.“이건 제가 알아서 해결할게요. 굳이 나서실 필요 없어요.”그러자 김주리는 억울한 듯 얼굴을 찡그렸다.“팀장님, 그게 무슨 뜻이에요? 제가 괜히 오지랖 부렸단 말씀이세요?”그러고는 신지아가 대꾸하기도 전에 스스로 결론을 내렸다.“알았어요, 제가 나서지 말았어야 했네요.”이렇게 말하고는 다시 자리로 돌아가 자기 일만 했다.마치 크게 배신당한 사람처럼 온몸에서 서운함이 뿜어져 나왔다.신지아는 어이가 없었다. 더불어 머리도 더 지끈거렸다.그때 멀리서 소란스러운 기척이 들려왔다.데스크 직원이 급히 달려와 들뜬 목소리로 외쳤다.“팀장님, 잘생긴 분이 찾아오셨어요!”‘잘생긴 분’이라는 말에 그녀 얼굴이 흥분으로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신지아가 의아해하며 따라나서자 멀리 입구에서 커다란 장미 꽃다발을 안고 서 있는 윤형우가 보였다.그는 잘 다려진 슈트에 조끼까지 갖춰 입고 금테 안경을 걸친 채 입가에는 장미 한 송이를 물고 있었다. 그런데도 전혀 어색하지 않고 태연하면서도 우아했다.마치 공작새가 깃털을 활짝 펼친 듯한 모

  • 첫사랑만 구한 남자   제97화

    신지아 기억 속의 변도영은 결코 공손하게 문을 두드리는 사람이 아니었다.그는 늘 할 말이 있으면 그냥 문을 밀고 들어오는 쪽이었다.‘설마 성격이 바뀐 걸까? 아니면... 다른 사람?’이렇게 생각하는 사이, 일단 신지아는 ‘들어오세요’ 하고 대답했다.말이 끝나자마자 고우빈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의 손에는 아직 김이 모락모락 나는 작은 그릇이 들려 있었다.“해장국 좀 마셔. 훨씬 나아질 거야.”신지아는 순간 멍해졌다가 이내 생각이 이어져 잠시 굳어졌다.생각해 보니 고우빈이라면 원래부터 인내심이 강한 사람이었다.어젯밤 그 모든 일들을 떠올리면 차라리 그가 했다고 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설마 내가 우빈 선배를 변도영으로 착각했나? 그럼 어젯밤은...’그 순간, 머리에 번개를 맞은 듯하며 신지아가 참지 못하고 물었다.“어젯밤 내내... 여기 있었어요?”그녀의 생각을 알아챈 듯, 고우빈은 고개를 끄덕였다.“상황이 급했으니까.”전날 그는 자선 파티에서 얼굴만 비추고 나왔는데 이후 그녀가 보이지 않아 경찰에 신고하려고 했다. 그때 신씨 가문의 사람들이 ‘혹시 집에 돌아갔을지도 모른다’라고 알려주었다.처음에는 그들이 속이는 줄 알았고 반신반의했는데 막상 와 보니 사실이었다.게다가 이 집 도어락에는 그의 지문이 등록돼 있어 쉽게 들어올 수 있었다.어젯밤 내내 신지아는 상태가 좋지 않았고 새벽 내내 토해내느라 혼자 둘 수 없어 고우빈은 그대로 남을 수밖에 없었다.신지아의 얼굴이 굳자 그는 그녀가 여전히 속이 불편한 줄 알고 담담히 말했다.“속이 힘들면 참지 말고 다 토해내. 그래야 훨씬 편해져.”신지아는 넋이 나간 듯 고개를 끄덕였다. 속도 불편했지만 머릿속은 더 복잡했다.그녀는 관자놀이를 주무르며 고우빈이 내민 해장국을 조금 들이켰다. 곧 속이 한결 편해졌고 고우빈 역시 내내 담담한 태도로 있었기에 어색함도 덜했다.그는 애써 아무 일 없던 듯 행동했고 신지아도 굳이 집착하지 않았다.아침을 먹고 나서야 신지아는 휴대폰이 없다는 걸

  • 첫사랑만 구한 남자   제96화

    이나은이 담담하게 속마음을 드러내자 고미애가 잠시 멈칫했다.그녀 기억 속의 예전 이나은은 늘 자존심 세고 오만해서 이런 부드러운 말을 할 리 없는 사람이었다.고미애는 곧 비웃듯 말했다.“이런다고 내가 마음이 약해질 줄 알아? 도영이는 이미 결혼했어. 네가 그 애들의 가정을 깨뜨리면 안 되지.”이나은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차분히 말했다.“아주머니께서 그렇게 생각하실 거라는 건 알아요. 하지만 지아가 별장을 떠난 건 정말 제가 한 일이 아닙니다. 제가 들어오기 전부터 이미 나가 있었어요. 믿기 힘드시면 영희 아주머니한테 물어보셔도 돼요.”그제야 오영희는 자신이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괜히 오판했음을 깨달았다. 이나은과 고미애 사이를 잘못 건드렸다가는 자신도 곤란해질 수 있었다. 만약 고미애가 자신이 이나은 편에 서서 신지아를 괴롭힌 걸 알게 된다면 뒤탈이 클 게 뻔했다.이나은의 말에 오영희도 급히 앞으로 나서서 눈물을 글썽이며 하소연했다.“맞아요. 그때 지아 씨가 대표님과 조금 다투고는 울면서 집을 나가겠다고 했어요. 대표님도 나은 씨도 달래 봤고 저도 애써 붙잡았지만 결국 본인이 끝까지 고집을 부려서 막을 수가 없었습니다.”“그 후로 대표님은 화도 나고 걱정도 돼서 며칠을 밥도 제대로 못 드셨어요. 겨우겨우 나은 씨가 돌아오고 나서야 조금씩 드시기 시작했죠. 그때 대표님 살이 눈에 띄게 빠졌습니다. 아, 그리고 그 뒤에 대표님께서 본가에 다녀오셨잖아요, 사모님도 느끼셨을 거예요.”“...”고미애는 오영희의 말에 눈빛이 살짝 어두워졌다.그동안 변하늘 문제로 신경을 곤두세우느라 신지아의 상황은 제대로 살피지 못했다. ‘불과 며칠 손을 놓았을 뿐인데 별장에서 이렇게 큰 변화가 생기다니...’물론 오영희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 말 속에 몇 가지 생각할 거리가 있었다. 오영희는 신지아를 5년이나 돌봐온 사람인데 정작 이나은이 돌아오자마자 이나은 편을 들며 신지아의 흠만 지적한다는 사실이었다.그렇게 떠올리다 보니, 며칠 전

  • 첫사랑만 구한 남자   제95화

    별장에서 늘 요리를 해온 건 오영희였기에 변도영은 신지아가 요리를 할 줄 아는지조차 몰랐다.혹시 끔찍한 음식이 나올까 걱정했는데 의외로 맛이 괜찮았다.입안에 맴도는 낯익은 맛, 하지만 그는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배가 너무 고픈 탓에 착각이겠거니 했다.“똑똑.”문 두드리는 소리에 변도영이 문을 열자 땀에 젖은 양준명이 헐레벌떡 와 서 있는 게 보였다.“죄송합니다, 대표님. 고가도로 위에서 추돌사고가 나서 길이 꽉 막혀 있었습니다.”그는 내심 변도영이 분노할 거라 각오했지만 의외로 담담한 반응이 돌아왔다.“옷.”손만 내미는 변도영의 태도에 놀라면서도 옷을 내밀었다.신지아에게 끌려다니느라 이미 진이 빠진 변도영은 화낼 기운조차 없었다.옷을 갈아입은 뒤, 무슨 기분인지 발걸음이 저절로 침실로 향했다.문을 열자 침대 위에 신지아가 여전히 깨어나지 못한 채 누워 있는 게 보였다.가지런한 눈썹이 곤히 찡그려져 편치 못한 꿈에 시달리는 듯했다.잠시 후, 그녀의 입술이 희미하게 움직였다.“뭐라고?”잘 안 들려 무심코 두 걸음 다가서더니 이내 분명하게 들렸다.“희망아... 신희망...”...별장 안 공기는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식탁 위 푸짐한 음식들은 이미 다 식어 있었다.고미애는 소파에 앉아 차가운 눈빛으로 전화를 붙들고 있었지만 또다시 연결음만 울리자 결국 더는 참지 못하고 휴대폰을 바닥에 내던졌다.오영희가 허겁지겁 달려와 조심스레 주워 곁에 놓고는 눈도 마주치지 않고 뒤로 물러섰다.한마디라도 잘못 꺼냈다가는 그 화살이 자신에게 돌아올 게 뻔했다.그러나 피하려 해도 소용없었다.고미애의 목소리가 싸늘하게 흘러나왔다.“내가 자네를 여기 들인 이유가 뭔지 기억은 해?”“대표님과 사모님을 잘 돌봐드리라고 하셨습니다...”오영희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그건 기억은 하네.”고미애가 냉소했다.“두 사람이 밤새 들어오지도 않았는데 자네는 엉뚱한 외부인을 들여놓고... 도대체 뭘 하고 있는 거야?”말끝에 시선은 멀찍이 앉아 있는

More Chapters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