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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Author: 민들레
“안타깝게도 병원에 도착했을 땐 이미 늦었습니다. 산모는 수술이 잘 끝났지만 아이는 지킬 수 없었습니다.”

“산모의 가족은 어디 있습니까?”

“가족은 없었습니다. 동의서도 산모 본인이 직접 서명했습니다.”

마취에서 막 깨어난 신지아는 아직 죽음 문턱을 오간 공포에 휩싸여 있었지만 의사와 간호사가 나누는 대화가 귀에 들어왔다.

그녀는 무심코 손을 아랫배로 가져갔다.

의사의 말대로 아이는 이미 세상을 떠났는지 부풀어 오르던 작은 배는 다시 평평했다.

더 이상 두근거리던 작은 생명을 만질 수 없었다.

지금쯤이면 울며 무너져야 맞는 건데 눈물 한 방울 나오지 않았다.

아마도 이미 너무 많이 울어버려서일지도 몰랐다.

신지아가 눈을 뜬 걸 확인한 의사는 현재 상태를 물었고 돌아가기 전 몇 마디 위로를 남겼다.

“몸 잘 추스르세요. 아이는 언제든 다시 가질 수 있으니까요.”

신지아는 고개만 끄덕였지만 말하지 않았다.

자신은 다시는 아이를 가질 수 없다는 걸.

이번 아이는 ‘훔친 아이’였다.

마치 이 결혼 자체가 훔친 것과 다름없듯이.

그녀는 결국 연성시 변씨 가문의 자랑, 변도영과 결혼에 이르렀지만 그는 그녀를 음흉하고 계산적인 여자라며 증오했다.

신혼 첫날 밤조차 대놓고 클럽으로 나가 신지아를 조롱거리로 만들었고 연성시 전체가 그녀를 비웃었다.

결혼한 지 5년, 변도영의 태도는 조금 누그러졌을 뿐이다.

다른 사람들이 그녀를 심하게 모욕할 때면 간혹 체면을 지켜주곤 했다.

그래도 그는 분명히 선을 그어 말했다.

“나는 너와 육체적인 사랑만 나눌 뿐, 마음은 주지 않을 거야. 내 아이를 낳는 건 절대 허락하지 않아.”

그래서 언제나 철저히 대비했고 가끔 준비가 없을 때면 끝내고 나서도 피임약을 먹였다.

신지아는 이 집안의 며느리이자 사모님으로서의 역할만 지키며 변도영의 규칙에 따라 살아왔다.

그러다 석 달 전, 술에 잔뜩 취해 돌아온 변도영이 억지로 그녀를 안았다.

피임도 하지 않은 채.

그날 이후 약을 챙겨 먹으려 했지만 약통은 이미 비어 있었다.

약을 사러 갈 틈도 없이 바쁘게 흘러가 버렸고 결국 신지아는 그 일을 잊어버렸다.

단 한 번이었으니 괜찮을 거라 생각했는데 기적처럼 아이가 찾아왔다.

그녀는 두려워 3개월 가까이 숨겼다가 드디어 오늘 변도영에게 고백하려 했었다.

아이만 있으면 둘의 관계도 조금은 달라질 거라 믿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백하러 가는 길, 차 사고가 일어났다.

부모는 이미 돌아가셨고 변씨 가문 사람들은 그녀를 달갑게 여기지 않았다.

수술 직전, 희미한 의식 속에서 의사가 자신의 휴대폰으로 변도영에게 전화를 거는 걸 보았다.

하지만 사고 소식까지 전했지만 받지 않았고 귀찮았는지 결국 전화를 꺼버렸다.

신지아는 그가 무뚝뚝하다는 건 알았지만 이렇게까지 무정할 줄은 몰랐다.

천장을 가득 채운 병원의 새하얀 벽을 올려다보며 그녀는 깨달았다.

5년 동안의 결혼은 한낱 허무한 꿈이었다는 걸.

신지아는 화장실에 가고 싶었지만 바쁜 병원에서 그녀를 도와주는 이는 없었다.

그래서 링거대를 질질 끌며 한 걸음 한 걸음 화장실로 향했다.

그나마 다행인 건 환자복이 단추 없는 형태라는 점이었다.

평소라면 몇 분도 안 걸릴 일이었지만 이번에는 꼬박 30분이 걸렸다.

간신히 나와 복도로 돌아서던 순간, 옆쪽 의사실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그녀의 발걸음이 멈췄다.

“도영아, 그냥 다리에 조금 상처 난 거야. 난 괜찮다니까, 네가 너무 호들갑인 거지.”

부드럽고 따뜻한 목소리, 나무라기보다 오히려 애교에 가까웠다.

청순하고 무해한 얼굴, 단정한 아름다움. 여자이면서도 보호해 주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들 만큼.

이번에는 확실히 보았다.

목소리의 주인은 변도영의 첫사랑, 이나은이었다.

그제야 신지아는 알게 됐다.

그때 변도영이 정말 자신을 못 본 건지, 아니면 보고도 모른 척한 건지.

그러나 이제는 중요하지 않았다.

이미 지난 5년 동안, 그의 냉정함은 늘 이나은 때문이었다.

오늘이 아니었더라도 언젠가 이런 날은 찾아왔을 것이다.

“누나, 그래도 걱정되는 건 당연한 거죠.”

“아까 오면서 전화까지 했잖아요. 목소리가 떨릴 정도로 급해서 저는 무슨 큰일이라도 난 줄 알았다니까요.”

옆에 있던 젊은 의사가 농담하는 듯한 말투로 끼어들었다.

흰 가운을 입은 그는 하민재, 변도영의 절친이다.

그리고 누구보다 오래 전부터 변도영과 이나은의 관계를 지켜본 사람이었다.

이나은은 얼굴이 붉어진 채, 자신을 감싸안고 있는 남자를 올려다보았다.

이 얼굴을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뛰어난 이목구비, 다부진 체격, 얇은 천 너머로 전해지는 따뜻한 체온.

그의 품에 기대는 것만으로도 세상 끝까지 안전해지는 기분이었다.

“그래도 교통사고였으니 검사는 필요해.”

변도영은 담담히 말했다.

“아니, 그냥 나은 누나 걱정돼서 그런 거잖아요. 다른 사람 다칠 땐 이렇게까지 신경 쓰는 적 없잖아요.”

하민재가 웃으며 덧붙였다.

그가 말한 ‘다른 사람’이란 당연히 신지아였다.

이 병원에 신지아가 혼자 오는 건 흔한 일이었다.

하지만 하민재가 변도영에게 그 소식을 전해도 돌아오는 반응은 늘 시큰둥했다.

방금 신지아가 죽다 살아나 아이까지 잃었다는 소식도 이미 들었지만 변도영은 위로 한마디조차 건네지 않았다.

사실 신지아는 이런 처지에 놓여도 싸다는 생각만 할 뿐.

처음부터 변도영을 얻은 방법도 순수하지 않았기에 이번 임신 역시 변도영을 붙잡으려는 술책일 거라 여겼다.

‘결국 아이까지 잃은 건 하늘이 내린 벌이지.’

“나은 누나, VIP 병실로 옮기죠. 이틀 정도 더 지켜보면 안심할 수 있을 거예요.”

하민재가 웃으며 말했다.

“그럼 부탁할게.”

이나은이 고개를 끄덕였다.

“부탁은 무슨, 누나 일은 곧 일이고 형 일은 곧 제 일인걸요.”

하민재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어깨를 으쓱거렸고 그 말에 이나은은 미소 지었다.

무심코 시선을 문 쪽으로 돌린 순간, 거기에 신지아가 서 있었다.

잠시 눈이 마주쳤지만 이나은은 바로 시선을 거두고 변도영을 향해 살짝 웃었다.

“도영아, 아까 지아가 전화하지 않았어? 급한 일 같던데 한번 받아보는 게 어때?”

신지아의 이름이 나오자 변도영은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그리고 그가 대답하기도 전에 하민재가 먼저 끼어들었다.

“형, 무시해. 괜히 전화로 귀찮게 하는 건 늘 있는 일이잖아. 형도 진절머리 나는 거 아니야? 형은 그냥 누나랑 여기서 푹 쉬어. 어차피 언젠가 누나한테 사모님 자리를 내줄 텐데.”

“민재야, 그런 말 하지 마.”

이나은이 살짝 타박했지만 눈빛에는 딱히 불쾌함이 담기지 않았다.

“아니에요, 전 진심인걸요? 형 마음도 똑같을 거예요.”

그 말에 변도영은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지만 미간은 더욱 잔뜩 찌푸렸다.

신지아는 그 정적 속에서 속으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래, 상관없어. 그날이 머지않아 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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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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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정
2025. 11. 21. AM. 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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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 J
뭘 더써야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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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 J
흥미로워요 재미있게 읽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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