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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장

작가: 빠우

“병원에서 전화가 왔는데, 아빠가… 엉엉엉…”

소녀는 몹시 속상한 듯 울음을 터트리며 나가겠다고 버둥거렸다.

“안 되겠어요. 병원에 다녀와야겠어요.”

여진수가 따라갔다.

“제가 같이 가줄게요.”

소녀는 지금 아무런 생각도 할 수 없었다. 그저 당장 병원으로 가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가게의 문마저도 여진수가 대신 문단속을 해줬다.

이내 길가에서 두 사람은 택시를 잡아탔다.

차에 타자마자 여진수는 기사에게 크게 외쳤다.

“병원으로 최대한 빨리요!”

“알겠습니다!”

기사는 악셀을 세게 밟았고 차는 빠르게 달리기 시작했다.

깜짝 놀라 비명을 지르던 소녀의 몸이 앞으로 기울었다. 바로 앞에 부딪칠 것만 같았다.

그때 여진수가 손을 뻗어 그녀를 막았다.

그렇게 막자, 그만 문제가 생겼다.

여진수는 얼른 손을 빼냈다.

“죄송해요, 일부러 그런 게 아니었어요.”

소녀는 고개를 저었다. 평소였으면 분명 민망했겠지만 지금 그녀는 온 마음이 아버지에게 가 있었다.

별안간 기사가 욕설을 퍼부었다.

“망할, 앞쪽이 막힌 것 같네. 교통사고가 난 것 같아요.”

“어떡하죠.”

소녀는 다급함에 눈물이 다 나올 것 같았다.

여진수는 바깥을 살폈다. 차들로 세워진 길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상황을 보니 길이 뚫리려면 몇 시간은 있어야 할 것 같았다.

여진수는 돈을 꺼내 지불하며 말했다.

“저희 여기서 내릴게요.”

말을 마친 그는 소녀를 끌고 차에서 내렸다.

“저희 이제 어떡해요? 저희 아빠에게는 시간이 없어요.”

조급함에 눈물만 뚝뚝 떨구는 소녀는 보기만 해도 마음이 아파왔다.

별안간 여진수가 그녀를 안아 들었다.

“병원이 어느 쪽이에요? 제가 데려다줄게요.”

소녀는 깜짝 놀랐다.

“그게… 병원까지 한참 멀었어요. 이거 놔줘요.”

“괜찮아요. 저 체력 꽤 괜찮아요. 지금은 당신 아버지를 구하러 가는 게 급선무잖아요.”

소녀는 그 말에 감동하여 어쩔 줄 몰라 했다.

그녀는 한 방향을 가리켰고, 이내 귓가에는 쉭쉭 하는 바람 소리만 들려왔다.

여진수가 두 다리에 힘을 주고는 별안간 튀어 나가는 속도는 들소가 질주하는 것만 같았다!

그렇게 그는 차량 사이를 빠르게 지나갔다.

그 운전자들 눈에는 빠르게 스쳐 지나가는 그림자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가 지나가며 남은 기류에 머리카락이 다 쭈뼛 섰다.

“방금 뭐가 지나간 거야?”

“초인이야?”

“세상에, 얼른 찍어!”

여진수의 속도가 너무 빠른 탓에 소녀는 어쩔 수 없이 머리를 그의 가슴팍에 딱 붙였다. 그래야 그나마 견딜만했다.

진중하고 힘 있게 뛰는 여진수의 심장 소리를 들으니 소녀는 왠지 모르게 안심이 됐다.

여진수는 길 골목골목을 파고들었고 30분은 걸릴 거리를 10분 만에 도착했다.

소녀를 내려놓자 그녀는 곧바로 병실로 달려갔다.

병실 안에는 한 중년의 남자가 힘없이 누워있었다.

피부는 어둡기 그지없었고 두 뺨은 움푹 파인 채 몸에서는 악취가 풍기고 있었다.

죽음에 가까워져야만 나타나는 상태였다.

병실 앞에 서 있는 의사 몇 명이 설레설레 고개를 저었다.

“신부전은 어쩔 수가 없어요.”

“안타깝네요. 한 달 전에 신장을 이식받을 수 있었다면 살아나실 수 있으셨을 텐데.”

그 몇 명의 의사들 사이 유난이 눈에 띄는 사람이 있었다.

서른쯤 되어 보이는 미인이었다.

정교한 얼굴에는 여튼 화장기가 보였다.

오똑한 코에 앵두 같은 입술.

품이 넓은 가운을 입고 있어도 그 안의 긍지는 언뜻 엿볼 수 있었다.

몇 명의 남자 의사들이 남자들만이 알아볼 수 있는 빛을 담은 채 이따금씩 그녀를 쳐다봤다.

“아빠!”

안으로 뛰어 들어온 소녀는 침대 위에 누운 남자를 보자 엉엉 울음을 터트리기 시작했다.

“선생님, 저희 아빠 지금 어떤 상태인 거예요?”

미녀 의사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장례식 절차를 알아보도록 하세요.”

그 말을 들은 소녀는 눈앞이 어두워지더니 하마터면 그대로 기절할 뻔했다.

그녀는 거세게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니에요. 우리 아빠 아직 이렇게 젊은데 돌아가실 리 없어요. 제발요, 저희 아빠 좀 구해주세요.”

미녀 의사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저희도 구해드리고 싶습니다만 적합한 신장이 없습니다. 게다가 비용도 최소 1억이에요…”

그녀는 이 소녀의 재정 상황이 좋지 못하다는 걸 알고 있었다.

설령 맞는 신장이 있다고 해도 어쩔 수 없었을 것이다.

소녀의 얼굴이 놀랄 만치 하얗게 질렸다. 세상이 무너지는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그녀는 어렸을 때 어머니를 여의고 아버지와 서로 의지하며 자랐다.

그녀의 온 세상이 전부 어두워지는 것만 같았다.

여진수도 따라서 병실 안으로 들어갔다.

침대에 누워있는 남자를 보자 그는 다가가 맥을 짚은 뒤 병실 안의 모두가 깜짝 놀랄만한 말을 꺼냈다.

“걱정마요. 제가 당신 아버지를 구해줄게요.”

소녀의 두 눈이 순식간에 커다래졌다.

“정말이에요?”

여진수가 대답을 하기도 전에 옆에 있던 남의사가 화를 버럭 냈다.

“당신 뭡니까? 여기서 헛소리하지 마세요!”

다른 남자 의사도 입을 열었다.

“이미 신부전으로 신장 기능이 극에 달했어요. 그것도 두 신장 모두가요. 살리는 건 불가능이에요.”

“이런 방식으로 어린 아가씨를 속이려고 하는 건가요? 정말 너무하는군요!”

미녀 의사도 미간을 찌푸렸다. 여진수를 향한 첫인상이 몹시 나빠졌다.

자신을 향한 의심에도 여진수는 담담하게 말했다.

“신장이 확실히 완전히 망가지긴 했네요. 하지만 전혀 방법이 없는 건 아니에요.”

미녀 의사는 여진수가 더욱더 싫어졌다.

“그럼 어디 말해보세요. 어떻게 할 생각이죠?”

해외에서 깊은 연구를 하고 온 베테랑 의사인 자신도 병세가 위급하다고 하는데 고작 열 몇 살밖에 안 된 꼬맹이가 환자를 구할 수 있다고는 생각할 수도 없었다.

그렇다는 건 그동안 배운 의술이 전부 소용이 없다는 말 아닌가?

여진수의 시선이 소녀에게로 향했다. 그녀가 믿어줘야만 구할 수 있었다.

“인체의 오장은 오행과 대응됩니다. 간은 목, 심장은 화, 비장은 토, 허파는 금, 신장은 물에 속하죠. 그리고 오행 중 금은 물을 생성합니다. 그러니 침술로 폐의 힘을 자극하면 신장을 자양할 수 있죠. 그리고 마지막으로 오행을 활성화하여 상생하게 하여 하나의 고리로 만든다면 치료할 수 있습니다.”

여진수가 아주 간단하게 말했지만 침술로 오장의 힘을 자극하는 건, 온 대한민국에도 할 수 있는 의사가 몇 없었다.

여진수의 말을 들은 소녀의 두 눈에 희망이 나타났다.

“정말요? 제발 저희 아빠 좀 구해주세요.”

미녀 의사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허튼소리. 허파는 금, 신장은 물에 속한다니. 과학적 근거가 전무하잖아요. 아가씨, 절대로 속으면 안 돼요. 딱 봐도 좋은 사람같이 안 보여요.”

다른 남자 의사들도 순진해 보이는 소녀를 보자 그녀가 속길 바라지 않는 마음에 연신 입을 열었다.

“맞아요. 저 자식 이제 나이가 몇인데, 무슨 재주로 치료를 할 수 있겠어요?”

“의사를 믿어야 해요. 이쪽 방면으로는 저희가 권위가 있는 편이에요.”

“맞아요. 아가씨, 사람은 제대로 봐야 해요.”

소녀는 순간 멍해졌다.

그녀는 의사의 말도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진수는 확실히 너무 어려 보였다. 고등학생 정도로밖에 안 보였다.

그리고 의술에서, 일반인은 보편적으로 나이가 많을수록, 의술이 좋다고 생각했다.

여진수는 소녀를 보며 말했다.

“어차피 의사가 아버지를 구할 방도가 없다고 말했잖아요. 그렇다면 왜 제가 한 번 시도라도 해보게 하지 않는 거예요?”

잠시 생각한 소녀는 그 말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럼… 한번 시도해 보세요.”

지금 그녀도 다른 방도가 없었다.

이 병원은 온 서울에서 가장 좋은 병원이었다. 그런데 그들이 안 된다고 하니 그녀도 몹시 절망적이었다.

고개를 끄덕인 여진수가 늘 가지고 다니는 침을 꺼냈다.

미녀 의사가 별안간 가까이 다가오더니 여진수를 향해 외쳤다.

“멈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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