เข้าสู่ระบบ윤하경은 가장 먼저 부동산 등기사항증명서를 떼라고 했다.
“상속재산은 원칙적으로 네 특유재산이야. 그래도 근저당이나 보증이 잡혔으면 얘기가 달라져.”
서지안은 어머니에게 물려받은 상가 건물 주소를 입력했다. 어머니가 평생 운영하던 약국 자리를 허물고 세운 건물이었다.
결혼할 때도 어머니는 당부했다.
“이건 네가 누구의 아내가 되든 네 이름으로 지켜.”
등기사항증명서가 뜨는 순간, 낯선 줄 하나가 눈에 박혔다.
[근저당권 설정]
[채권최고액 1,800,000,000원] [채무자 서지안]지안은 마우스를 움직이지 못했다.
“이게 뭐야?”
하경이 옆으로 다가왔다.
“실행액부터 보자.”
개인 신용정보에는 15억 원의 담보대출이 잡혀 있었다. 실행일은 3년 5개월 전. 우진을 입양하기 넉 달 전이었다.
지안은 그날 일정을 검색했다.
오전 8시 난자 채취.
오후 1시 회복실 퇴실. 오후 4시 자택 귀가.다섯 번째 시험관 시술을 위해 수면마취를 받은 날이었다.
대출 서류에는 본인이 은행에 출석해 담보 제공 의사를 확인하고, 정태성을 대리인으로 지정했다고 적혀 있었다.
“나는 그날 은행에 갈 수 없었어.”
하경은 곧바로 계약서 원본과 본인 확인 자료, 전자기록을 보존하라는 내용증명을 작성했다. 지안도 본인 명의 금융거래 이의신청을 접수했다.
다음 날 받은 사본에는 서지안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서명은 비슷했다. 인감도 찍혀 있었고, 위임장에는 태성의 이름이 대리인으로 기재돼 있었다.
그러나 지안은 그런 위임장을 쓴 적이 없었다.
“서명 끝을 봐.”
지안은 자신이 직접 쓴 시술 동의서를 옆에 펼쳤다.
“나는 ‘안’ 자 마지막 획을 위로 올려. 이건 아래로 꺾였어.”
“확실해?”
“내 이름을 35년 썼어.”
인감증명서 발급일도 난자 채취 이틀 전이었다. 발급 장소는 태성의 회사 근처 주민센터. 그날 지안은 시술 전 검사 때문에 오전부터 병원에 있었다. 진료기록과 위치기록이 남아 있었다.
계약서 끝에는 본인 확인 영상의 캡처가 첨부돼 있었다. 마스크와 모자로 얼굴을 가린 여자는 지안과 체격이 비슷했지만, 지안이 아니었다.
은행은 처음에는 본인 확인을 정상적으로 마쳤다는 답만 반복했다. 하경이 입원기록과 대출 시각을 나란히 붙여 보내자 태도가 달라졌다. 영상 원본과 창구 담당자의 접속기록을 보존하겠다는 회신이 왔다. 지안은 그 짧은 문장만으로도 은행 안에 숨길 것이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손목에는 가느다란 뱀 모양 팔찌가 감겨 있었다.
한세라가 늘 차고 다니는 물건이었다. 회사 창립행사에서 세라는 대표가 공로 선물로 줬다며 자랑했다. 지안도 잘 어울린다고 칭찬했었다.
사진 속 검지에는 작은 흉터까지 보였다.
“15억짜리 담보대출을 저렇게 통과시켰다고?”
하경의 목소리가 차가워졌다.
“은행 쪽에서 눈을 감아 준 사람이 있어. 단순한 신분 확인 실수로 끝날 금액이 아니야.”
대출금은 실행 당일 세 개 법인으로 나뉘어 송금됐다. 두 곳은 태성 회사의 거래처였고, 한 곳은 설립 3개월 만에 사라진 컨설팅 법인이었다.
어머니가 지키라고 남긴 건물 위에 남편이 15억이라는 숫자를 새겨 놓았다.
그는 지안의 이름으로 빚을 만들었고, 세라는 지안의 얼굴을 대신했다.
별실의 웅성거림이 잦아들었다.스크린에는 숫자 아래로 두 이름이 나타났다.[정태성 — 정우진][부권 긍정 확률 99.99%]정태성의 손에서 펜이 떨어졌다. 한세라는 숨을 들이켠 채 굳었다. 김명숙만은 스크린보다 며느리의 얼굴을 먼저 살폈다.가벼운 금속음이 유난히 크게 울렸다.“이게 무슨 뜻이야?”정재국이 아들에게 물었다.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서지안이 마이크를 들었다.“우진이는 죽은 친척 부부의 아이라고 들었습니다. 저 역시 그렇게 믿고 3년 전 입양했습니다.”화면이 바뀌었다. 검사 일자와 검체 종류, 분석기관이 표시됐다. 우진의 질환명과 세부 유전정보는 모두 가려져 있었다.“가족 유전자 분석 과정에서 남편과 생물학적 부자관계가 확인됐습니다. 혈액과 구강 상피세포로 재검했고, 외부 공인기관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왔습니다.”태성이 단상 쪽으로 다가왔다.“꺼.”갈라진 목소리였다.“이건 검사 오류야. 지안이가 지금 충격받아서 판단을 못 하는 겁니다.”그는 친척들을 향해 억지웃음을 지었다.“표본이 섞일 수도 있고, 확률이 절대적인 것도 아니에요.”지안은 외부 기관의 신분 확인 기록과 전자서명을 띄웠다.“세 번 모두 다른 검체와 장비를 사용했습니다. 법원 제출용 감정도 별도로 진행 중이고요.”가까운 친척 중 한 사람이 태성을 바라봤다.“그럼 네가 친아들을 사촌 형 아이라고 속였다는 거야?”“아직 확정된 게 아닙니다.”“99.99%가 확정이 아니면 대체 뭐가 확정인데?”태성의 턱이 굳었다. 그는 대답 대신 지안을 공격하는 쪽을 택했다.“당신이 센터 소장이잖아!”태성이 처음으로 목소리를 높였다.“마음만 먹으면 결과를 만들 수도 있잖아.”“그래서 외부 공인기관에 별도 봉인 검체를 보냈어.”지안의 대답은 짧았다.“거기서도 같은 결과가 나왔고, 원본 검체도 그쪽이 보관하고 있어.”태성의 얼굴에서 핏기가 빠졌다.명숙이 벌떡 일어났다.“이런 망신을 왜 여기서 줘? 부부끼리 해결하면 될 일을!”“어머니는 결과가 놀랍지 않으
호텔 연회장 입구에는 정재국의 칠순을 축하하는 화환이 줄지어 서 있었다.정태성은 검은 정장 차림으로 손님들을 맞았다. 회사 자금이 묶인 사람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침착했다. 다만 악수할 때마다 오른손 엄지가 미세하게 떨렸다. 궁지에 몰렸을 때만 나오는 버릇이었다.한세라는 접수대 옆에서 명단을 확인하고 있었다. 뱀 모양 팔찌가 조명 아래 번뜩였다. 대출 본인 확인 영상에 찍힌 것과 같은 물건이었다.세라는 지안을 보자 허리를 숙였지만 오래 눈을 맞추지 못했다.“지안아, 늦었네.”“우진이 준비시키느라.”태성의 시선이 그녀의 서류가방에 머물렀다.“증여계약서 가져왔어?”“준비했어.”본행사는 회사 손님과 지인들이 함께한 평범한 칠순잔치였다. 지안은 웃으며 축하 인사를 건넸고, 우진은 할아버지 옆에서 케이크 촛불을 껐다.사진을 찍을 때 우진은 지안의 손을 꼭 잡았다.“엄마도 공룡 수업 보러 와?”“끝나기 전에 갈게.”지안은 아이의 앞머리를 정리해 주었다. 곧 돌봄교사와 아동상담가가 우진을 호텔 놀이방으로 데려갔다.엘리베이터 문이 닫힐 때까지 손을 흔든 뒤에야 지안은 숨을 길게 내쉬었다.본행사가 끝나고 회사 관계자와 먼 손님들이 돌아갔다. 별실에는 정재국 부부와 태성, 세라, 가까운 친척 10여 명만 남았다. 명숙은 가족끼리 좋은 소식을 발표하겠다며 사람들을 붙잡았다.하경은 별실 입구에 촬영 금지 안내를 세웠다. 지안도 미성년자의 정보가 포함될 수 있으니 휴대전화를 내려 달라고 먼저 말했다. 불평하던 사람들도 정재국이 고개를 끄덕이자 기기를 탁자 위에 놓았다.지안은 출입문 옆 모니터로 놀이방 화면을 잠깐 확인했다. 우진은 공룡 블록을 양손에 들고 웃고 있었다. 아이가 안전한 곳에 있다는 걸 확인하고서야 서류가방 손잡이에서 힘을 풀었다.“우리 며느리가 우진이에게 특별한 선물을 준비했어요.”정재국이 놀란 얼굴로 아내를 봤다.“무슨 선물?”“건물 지분 일부를 손자 앞으로 넘기기로 했어요. 집안의 미래를 위한 결정이죠.”가까운 친척들이
정태성은 가압류 결정문을 식탁 위에 내던졌다.“왜 내 회사에 이딴 걸 걸어?”“내 이름으로 실행된 대출금이 들어갔으니까.”태성의 눈이 아주 잠깐 흔들렸다.“그건 당신도 동의했잖아. 시술 때문에 움직이기 힘들어서 나한테 맡겼고.”“내가 서명한 위임장 보여 줘.”“은행에 있어. 오래된 일을 지금 왜 이래?”태성은 따지는 대신 지안의 표정을 살폈다. 그녀가 어디까지 아는지 재고 있었다.“윤하경이 부추겼어? 부부 사이 일을 키우면 결국 당신도 손해야.”“그러면 법원에서 설명해.”지안은 자리에서 일어났다.“칠순 행사 전까지는 우진이 앞에서 아무 말도 하지 마.”태성은 대답하지 못했다. 돈 이야기를 들킨 사실에만 매달린 탓인지, 친자검사까지 드러났다는 생각은 하지 못한 듯했다.행사를 이틀 앞두고 시어머니 김명숙이 집으로 찾아왔다. 손에는 증여계약서 초안이 들려 있었다.“우진이 앞으로 건물 20%만 넘기면 돼. 세무사한테 다 알아봤어.”“어머니가 왜 제 재산을 세무사에게 알아보셨어요?”“가족끼리 네 것 내 것이 어디 있니? 결국 우리 친손자한테 갈 건데.”친손자.명숙은 말을 뱉은 뒤에도 놀라지 않았다. 너무 오래 입에 담아 온 호칭처럼 자연스러웠다.“입양했어도 친손자나 다름없다는 뜻이야.”늦은 수습이었다.지안은 계약서를 넘겼다. 건물 지분은 우진 명의로 이전하되, 미성년 기간의 관리·처분 권한은 정태성에게 위임한다는 조항이 붙어 있었다.아이에게 주는 선물처럼 꾸민 회사 자금줄이었다.“검토해 볼게요.”“행사 날 도장 찍자. 친척들 앞에서 발표하면 네 체면도 살고 좋잖아.”명숙이 돌아간 뒤 지안은 정태성이 영상 편집용으로 건넨 오래된 휴대전화를 켰다. 며칠 전 가족사진을 골라 달라며 비밀번호까지 알려 준 기기였다.사진을 찾다가 메시지 앱의 백업 알림이 눈에 들어왔다. 대화는 4년 전 시점에서 멈춰 있었다. 지안은 검색창에 ‘우진’을 입력했다.[엄마: 세라 애를 계속 밖에 둘 순 없잖니.][태성: 지안이 입양만 동의하면 돼.
법원의 결정은 목요일 오전에 나왔다.한세라 명의 오피스텔 보증금 반환채권 2억 원. 정태성 회사의 거래처 매출채권 4억 3천만 원. 유령 법인 계좌에 남아 있던 7천만 원.전부 가압류됐다.본안 판결은 아니었다. 그래도 태성과 세라가 돈을 다른 곳으로 옮길 통로 하나는 닫혔다.결정문을 받은 지 10분쯤 지나 정태성에게서 전화가 왔다.“지안아, 지금 통화 돼?”평소보다 호흡이 빨랐다.“무슨 일이야?”“회사 매출채권에 이상한 게 걸렸어. 경쟁 업체가 억지로 신청한 것 같아.”아직 송달 서류를 끝까지 읽지 못한 모양이었다. 수화기 너머로 직원들이 계좌와 납품대금을 다급하게 확인하는 소리가 들렸다.“그래서?”“며칠만 급한 자금이 필요할 수도 있어. 당신 예금 중에 바로 움직일 수 있는 돈 있어?”지안은 입술 안쪽을 깨물었다.자신의 돈을 훔쳐 회사에 넣은 사람이, 그 돈이 묶이자 다시 손을 벌렸다.“센터 자금은 못 움직여.”“회사 돈 말고 당신 개인 자산.”“그것도 어려워.”태성은 한 번 더 물었다.“어머니 건물에서 임대보증금이라도 빼면 안 돼?”그 건물은 이미 그가 몰래 담보로 잡은 재산이었다. 지안은 대답 대신 통화 녹음 표시를 확인했다. 하경의 조언대로 모든 연락을 원본 그대로 보존하고 있었다.잠깐의 침묵 뒤, 태성은 익숙한 목소리로 돌아왔다.“알겠어. 부담 주려던 건 아니야. 내가 해결할게.”오후에는 한세라에게서 메시지가 왔다.[소장님, 혹시 우진이 검사에서 이상한 결과가 나온 건가요?]세라는 아이의 상태보다 ‘이상한 결과’를 먼저 물었다. 동의서에서 읽은 혈연관계 문구가 마음에 걸린 듯했다.[왜 그렇게 생각하죠?]답장은 한참 뒤에 왔다.[대표님이 회사 일 때문에 예민하셔서요. 우진이까지 아플까 봐 걱정돼서 여쭤봤습니다.]지안은 대화를 캡처해 보관했다.밤 9시가 가까워 태성이 들어왔다. 넥타이는 풀려 있었고, 얼굴에는 억지 미소가 걸려 있었다.“별일 아니었어. 거래처 쪽 오해 같아.”그는 재킷도 벗지 않
우진의 추가 진료가 있는 날, 서지안은 직접 학교 앞으로 갔다.아이는 차에 타자마자 알림장을 내밀었다.“엄마, 나 받아쓰기 백 점.”“잘했네.”“선생님이 엄마 사인 받아 오랬어.”지안은 조수석 수납함에서 펜을 꺼냈다. 종이 아래에 자신의 이름을 또박또박 적었다.서지안.누구도 대신 쓸 수 없는 자신의 이름이었다.병원에서는 우진의 상태가 당장 위중하지 않다고 했다. 특정 유전 변이가 확인됐지만 정기적으로 혈액 수치를 살피면 치료 시기를 조절할 수 있었다. 담당 교수는 생물학적 부모의 병력까지 확보하면 예후 판단에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지안은 친자관계 자료와 치료기록을 분리해 달라고 요청했다. 아이의 병이 어른들의 싸움에 끌려 들어가게 두고 싶지 않았다.“엄마, 나 큰 병이야?”진료실을 나오며 우진이 물었다.“아니. 엄마랑 병원 자주 오면 괜찮아.”“주사 또 맞아?”“필요하면.”우진은 입을 삐죽이다가 지안의 손을 잡았다.“엄마도 주사 많이 맞았잖아.”지안의 발이 멈췄다.“아빠가 그랬어. 엄마는 나 만나려고 아픈 것도 참았대.”태성은 자신의 거짓말로 생긴 상처까지 모성의 증거로 바꿔 아이에게 들려줬다.지안은 무릎을 굽혀 우진과 눈을 맞췄다.“우진아. 엄마가 아팠던 건 네 책임이 아니야.”“알아. 나 그때 엄마 몰랐잖아.”아이가 당연하다는 듯 웃었다. 지안은 겨우 숨을 내쉬었다.병원 근처 카페에서 우진은 딸기우유를 마시며 가족 그림을 그렸다. 아빠와 엄마, 자신을 나란히 그린 뒤 세 사람의 손을 길게 이었다.“세라 이모도 그릴까?”지안의 펜끝이 멈췄다.“왜?”“이모가 나 어릴 때부터 봤대. 아빠 회사에서 내가 제일 보고 싶다고 했어.”“그랬구나.”“근데 엄마가 제일 좋아.”“왜?”“엄마는 내가 자다가 토해도 안 도망가잖아. 아빠는 냄새난다고 수건부터 가져오는데.”우진은 별것 아니라는 듯 딸기우유를 마셨다.가족은 유전자 숫자만으로 정해지지 않았다. 그렇다고 누군가의 거짓말로 강제로 만들어도 되는 관계는 아니
가압류 신청서를 낸 뒤에도 집 안은 달라지지 않았다.정태성은 아침마다 서지안의 커피를 내렸고, 출근 전에는 우진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 주말에 먹을 식재료를 주문하고, 세탁기를 돌린 뒤에는 지안의 셔츠만 구김이 가지 않게 따로 꺼내 널었다. 저녁이면 세 사람이 같은 식탁에 앉았다.겉으로 보면 흠잡을 데 없는 남편이었다. 지안이 결혼한 뒤 가장 자주 들었던 말도 그랬다. “태성 씨 같은 사람 없다.” 친구와 친척들은 아이를 입양한 그의 결단까지 칭찬했다. 그때마다 태성은 겸손하게 웃으며 모든 공을 지안에게 돌렸다.“우리 아내가 더 대단하지.”그 문장으로 그는 누구보다 좋은 남편이 됐다.“오늘 센터는 어땠어?”“평소랑 같았어.”“우진이 검사 결과는 언제 나와?”“추가 분석 중이야.”지안의 대답이 짧아질수록 태성은 더 다정해졌다.“당신 요즘 너무 예민해 보여. 내가 마사지 예약해 줄까?”그는 뒤에서 지안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익숙한 향수 냄새가 났다. 한때는 그 품에 들어가면 모든 걱정이 사라졌다.이제는 그의 손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위조된 위임장에 자신의 이름을 쓴 손.수면마취에서 깨어난 자신에게 죽을 떠먹여 주면서, 같은 날 실행된 15억 대출을 숨긴 손.“괜찮아.”지안은 자연스럽게 몸을 빼냈다.태성은 서운한 표정을 짓지 않았다. 오히려 냉장고에서 과일을 꺼내 깎기 시작했다.“아버지 칠순 행사 영상 말인데, 내 예전 휴대전화에 가족 사진이 많아. 비밀번호는 당신 생일이야. 시간 되면 골라 줄래?”태성은 서랍에서 전원이 꺼진 휴대전화를 꺼내 충전기와 함께 건넸다. 자신의 사진과 메시지가 남아 있는 기기를 거리낌 없이 맡기는 태도마저 계산된 신뢰처럼 보였다. 지안이 무엇을 의심할 수 있는지 상상조차 못 한 사람의 여유였다.“그래.”그는 의심하지 않았다.지안이 여전히 자신의 말대로 움직일 거라고 확신했다.밤이 깊은 뒤 태성은 먼저 잠들었다. 지안은 침대 가장자리에 앉아 그의 얼굴을 바라봤다.평온했다.세라와 우진을 숨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