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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화

Penulis: 오월이
[너 막 헤어졌다고 막 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어!]

승아는 핸드폰을 쥔 채, 방금 들은 말을 소화하느라 한참을 멍하니 있었다.

해인이 다짜고짜 ‘주변에 당장 결혼할 사람 없냐’고 묻는 바람에, 놀란 승아는 핸드폰을 떨어뜨릴 뻔했다.

“찬찬히 들어 봐.”

해인이 차분히 말했다.

“나 장난 아니야. 나 지금 진짜로 결혼이 급해. 가능하면 초고속으로 혼인신고하고, 일 끝나면 바로 정리하는 거야. 보수도 줄 수 있어.”

해인은 왜 그런 선택을 하려는지, 이유를 모두 털어놓았다.

이야기를 다 들은 뒤, 승아는 한숨부터 내쉬었다.

[아저씨는 왜 꼭 네가 결혼을 해야만 회사 지분을 건드릴 수 있게 해 놓은 거야?]

“나도 몰라.”

[근데 혼인신고부터 해 버리고 회사 팔았는데, 남자 쪽에서 돈 욕심 내면 어떡해?]

차에서 내려서 산길을 따라 천천히 걷고 있던 해인은 그 말에 잠시 걸음을 멈췄다.

“그래서...”

해인이 조용히 말했다.

“나랑 결혼할 사람은, 무조건 믿을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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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키워온 장미를 숙적에게 빼앗긴 밤   제409화

    “그게 무슨 소용이야?”해인의 목소리는 아주 낮았고 힘없이 흩어졌다.“예철진이 붙잡힌다 해도, 우리 엄마는 다시 살아 돌아오지 못하잖아. 내게는 엄마 목숨보다 중요한 게 없어. 나는 그냥 엄마가 살아 계시기만을 바랐어.”주여진은 해인이 가장 사랑하는 엄마였다.분명 모든 일이 조금씩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는 줄 알았는데, 현실은 해인의 뺨을 거세게 후려쳤다.애리는 그런 해인을 바라보다가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슬픔이 밀려왔다.해인이 말했다.“오늘 밤 내가 병원을 떠나지 않았더라면 좋았을 텐데... 그랬다면 목숨을 걸고서라도 엄마를 지켰을 거야.”뜨거운 눈물이 또 다시 떨어졌다.애리는 아무 말도 보탤 수 없었다. 지금 어떤 위로도 해인에게는 힘이 되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해인에게 필요한 건 위로가 아니었다.애리는 나직이 한숨을 내쉰 뒤, 모두를 병실 밖으로 내보냈다.애리는 해인의 어깨를 조심스럽게 감싸 안았다.“해인아, 너무 무너지지 마. 어머니가 떠나시기 전에 내게 남긴 말이 있어. 너한테 전해달라고 하셨어.”그 말을 듣고서야 해인이 고개를 돌려 애리를 바라보았다.해인이 병원에 도착했을 때, 주여진은 이미 의식이 없는 상태였다. 하지만 간병인이 주여진의 상태가 이상하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큰 소리로 도움을 청했을 때까지만 해도, 주여진에게는 아직 의식이 남아 있었다.응급처치를 위해 달려온 의사인 애리가 주여진의 마지막 말을 들었다.“엄마가 뭐라고 했어?”“어머니가 그러셨어... 어머니가 떠나고 나면, 너는 이 세상에서 친정 식구가 없어진다고. 네 친어머니를 찾아가라고 하셨어.”“그분이 예전에 잘못한 일이 있긴 하지만, 계속 너를 되찾고 싶어 했으니 속죄할 기회는 줘야 한다고.”해인은 멍해졌다.‘도수희...’애리가 말을 이었다.“어머니는 또 그러셨어. 앞으로 네가 잘 살았으면 좋겠다고. 어머니가 떠난 일 때문에... 너무 오래 아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너를 너무 일찍 가족의 보호 밖으로 밀어낸 건 어머니 잘

  • 키워온 장미를 숙적에게 빼앗긴 밤   제408화

    해인은 떨리는 손으로 수술동의서에 자기 이름을 적었다. 평생 수없이 써 온 이름인데도, 이렇게 쓰기 어려웠던 적은 없었다.병상 위 정상적이지 않은 주여진의 안색을 보자, 마치 해인의 심장을 누군가 깊이 도려내는 것만 같았다. 눈시울이 붉어진 해인은 그저 눈물만 계속 흘렸다.“어떻게 이럴 수 있어요... 제가 나갈 때만 해도 엄마는 괜찮았는데, 왜 이렇게 된 거예요.”해인은 같은 말을 몇 번이나 되풀이했다. 그녀는 금방이라도 무너질 사람처럼 약하고 무력해 보였다. 흔들리는 몸은 당장 바닥으로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았다.의료진은 주여진에게 심폐소생술을 하고 있었다. 한 번, 또 한 번 가슴을 눌렀지만, 병상 위의 주여진에게는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마침내 주여진의 몸에 연결된 기계가 날카로운 경고음을 냈다. 화면 위의 선은 더는 오르내리지 않고, 길고 차가운 직선이 되었다.해인은 온몸이 얼어붙는 듯하면서 힘이 빠져 서 있는 것조차 어려웠다.저 기계가 뭘 뜻하는지, 조금만 상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모를 수 없었다.“엄마...?”해인의 잠긴 목소리는 목 안에서 부서지면서 소리 없는 눈물로 변했다.그때 해인의 세상은 통째로 어두워진 듯했다.애리가 다가와 마스크를 벗기면서 무겁게 말을 꺼냈다.“삼가...”응급처치는 꼬박 한 시간 동안 이어졌다. 하지만 주여진에게 연결된 기계는 끝내 아무런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응급처치에 참여했던 의료진은 해인 앞으로 다가와, 주여진이 사망했다는 사실을 알렸다.그 말을 듣자마자, 해인은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다.“어떻게요...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엄마는 분명 괜찮았는데...”며칠 전까지 병상에 누워 의식이 없던 엄마는, 오늘 저녁 해인과 함께 쌀죽 반 그릇을 먹었다. 모녀는 많은 이야기도 나누었다.그런데 이제 주여진은 다시는 말을 하지 못하는 시신이 되어 있었다.해인은 병원에서 집으로 돌아가던 길에도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엄마 상태가 조금 더 좋아져 퇴원하면, 재활치료를 받게 해 드리겠다고.

  • 키워온 장미를 숙적에게 빼앗긴 밤   제407화

    해인은 유호에게 엄마가 깨어났다는 기쁜 소식을 전하고 싶었다.하지만 전화는 연결되지 않았다. 수화기 너머에서는 전원이 꺼져 있다는 안내음만 흘러나왔다.이 시간이라면 F국은 아직 낮일 것이다. 잠시 뒤, 해인은 주헌에게도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주헌의 핸드폰도 마찬가지로 꺼져 있었다.유호에게는 핸드폰 전원을 꺼 두는 습관이 없었다. 유호와 주헌이 함께 갑자기 연락이 끊겼다면, 어쩌면 이미 돌아오는 비행기 안일지도 몰랐다.이렇게 오래 보지 못했기에, 해인은 정말 유호가 보고 싶었다.이기남이 배후 지시자를 털어놓았고, 유호도 곧 돌아올 것이다. 그리고 엄마도 깨어났다. 모든 일이 조금씩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 같았다.그날 저녁, 해인은 병원에서 주여진과 함께 저녁을 먹었다. 아직 시간이 이른 편이라 해인은 기업 경영 관련 책을 꺼내 잠시 읽었다.지금은 회사를 그만둔 상태였지만, 어디까지나 잠시 쉬는 것뿐이었다. 엄마의 상태가 안정되고, 아이를 낳고 나면 해인은 다시 일터로 돌아갈 생각이었다.책에 너무 몰두한 탓에 다시 시간을 확인했을 때는 날짜가 바뀌기 직전이었다. 임신 중에는 일찍 자야 한다는 생각이 떠오르자, 해인은 곧장 침대에 누웠다. 몇 분도 지나지 않아 깊은 잠에 빠졌다.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서, 날카로운 전화벨 소리가 밤의 고요를 찢었다.해인은 어둠 속에서 번쩍 눈을 떴다.전화는 애리에게서 걸려 온 것이었다.지금은 새벽 한 시가 넘은 시간이었다. 이런 시간에 애리가 갑자기 전화를 걸었다는 사실만으로도, 해인의 가슴속에는 좋지 않은 예감이 피어올랐다.손가락을 살짝 웅크린 해인은 곧바로 핸드폰을 움켜쥐고 통화 버튼을 눌렀다. 막 잠에서 깨서 그런지 목소리는 잔뜩 잠겨 있었다.“언니.”수화기 너머의 소리는 몹시 급박했다. 희미하게 의료 장비가 ‘삐삐’ 울리는 소리도 들렸다.하지만 말하는 사람은 애리가 아니었다. 조금 더 젊어 보이는 여자 목소리였다.해인은 낮에 병원에서 그 목소리를 들은 적이 있었다. 아마

  • 키워온 장미를 숙적에게 빼앗긴 밤   제406화

    경찰이 막 병실을 떠나자, 예철진은 닫힌 병실 문을 바라보았다. 탁하게 가라앉은 눈동자에는 깊은 생각이 얽혀 있었다.경찰의 손이 결국 예철진에게까지 닿은 것이다.방금 전, 경찰의 거듭된 추궁 앞에서 예철진은 몇 번이나 말문이 막힐 뻔했다.예철진은 말이 많아질수록 틈이 생긴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몸이 좋지 않다는 핑계를 댔다. 더는 캐낼 것이 없다고 판단한 경찰들은 그제야 병실을 나갔다.하지만 예철진은 알고 있었다. 경찰이 물러난 것은 잠시일 뿐이며, 머지않아 다시 찾아올 것이다.창밖은 이미 완전히 어두워져 있었다. 태상이 병실 문을 밀고 들어왔다. 태상은 자꾸만 뒤를 돌아보며, 방금 병실에서 나간 경찰들을 바라보았다.“아버지, 경찰이 왜 찾아온 겁니까?”조금 전까지 병실 밖은 경찰이 단단히 지키고 있었다. 사실 태상은 진작에 도착해 있었다. 오랫동안 밖에서 기다리다가 경찰들이 나간 뒤에야 들어온 것이다.“그건 네가 신경 쓸 일이 아니다. 늦었으니 너도 그만 돌아가라.”예철진은 몹시 지친 사람처럼 보였다. 더 말하고 싶지 않은 기색이 역력했다.태상은 예철진을 어두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사실 태상도 어느 정도는 짐작하고 있었다. 집에는 지안이라는 입이 가벼운 사람이 있었으니까.요 며칠 지안은 집에서 주여진을 향해 독하다고 욕을 퍼부었다. 주여진이 오랫동안 가족에게 독을 먹였다고 분노했다.태상은 일 때문에 오래 해외에 머물렀다. 하지만 지안은 달랐다. 지안은 매일 집에서 지냈다.예철진이 정말 독에 당했다면, 지안 역시 멀쩡할 리 없었다. 곧 죽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사로잡힌 지안은, 의사를 만나러 가는 것조차 겁내고 있었다.“아버지, 제게 솔직히 말씀해 주십시오. 어머니가 입원하신 일, 아버지와 관련 있습니까?”최근에는 집안의 가사도우미들도 몰래 수군대고 있었다. 태상도 그 이야기를 약간은 들었기에, 예철진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어머니가 아무 이유 없이 우리 가족에게 독을 먹였을 리 없습니다

  • 키워온 장미를 숙적에게 빼앗긴 밤   제405화

    하지만 정말 해인의 생각대로라면, 주여진과 예철진이 함께한 지난 10년의 결혼 생활은 너무나 우스운 일이었다.해인이 멍하니 생각에 잠겨 있을 때, 애리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해인아, 어머니 깨어나셨어.]해인의 눈가에 기쁨이 번졌다. 눈빛도 확 밝아졌다.“정말? 우리 엄마 정신은 어때?”[기운은 좀 없으실 거야. 워낙 오래 의식이 없으셨잖아. 그래도 일단 깨어나신 건 좋은 일이야.]해인은 기사에게 차를 돌리라고 말한 뒤, 곧장 병원으로 향했다.병실 안에서는 간병인 두 명이 정성껏 주여진의 얼굴을 닦아주고 있었다. 주여진은 두 눈을 뜬 채, 텅 빈 시선으로 머리 위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다.“엄마?”해인은 빠르게 병상 쪽으로 달려가 주여진의 손을 덥석 잡았다.“엄마, 지난 며칠 동안 엄마 상태가 얼마나 위험했는지 아세요? 저 정말 무서웠어요.”오랫동안 눌러 두었던 감정이 결국 터져 나왔다. 해인은 주여진을 끌어안고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이게 가족이라는 걸까? 어머니 앞에서만 해인은 이렇게 아무것도 숨기지 않고 울 수 있었다.주여진의 시선이 천천히 해인의 얼굴로 향했다. 주여진의 속눈썹이 가볍게 떨리면서 해인의 눈물을 닦아주고 싶은 듯했다.애리가 옆에서 말했다.“이번 일로 어머니 몸이 많이 상하셨어. 앞으로 잘 회복하시도록 조절해 가면서, 상태를 더 지켜봐야 해.”모녀 사이에 나눌 말이 많을 것이라 생각한 애리는 더 오래 방해하지 않았다. 간병인 두 명도 눈치 있게 병실 밖으로 나가 기다렸다.주여진의 코에는 아직 산소마스크가 씌워져 있었다. 해인은 주여진의 야윈 얼굴을 바라보다 눈시울이 붉어졌다.“엄마, 애리 언니가 엄마가 독에 중독됐다고 했어요. 예철진이 그런 거 맞죠? 왜 엄마를 해치려 한 거예요?”아버지와 두 오빠는 세상을 떠났고, 최수나도 떠났다. 이제 해인에게 이 세상에서 남은 식구라고는 주여진뿐이었다.해인은 어릴 때부터 주여진에게 많이 의지했다. 다만 강씨 가문에 갑작스러운 변고가 닥쳤고, 주여진이

  • 키워온 장미를 숙적에게 빼앗긴 밤   제404화

    해인은 집에서 이틀을 쉬면서 보냈다.그 이틀 동안 주여진은 특수병동에서 치료를 받았고, 상태도 점점 좋아지고 있었다.그사이 해인은 경찰서와 꾸준히 연락하며 적극적으로 소통했다.하지만 이기남은 끝내 입을 열려고 하지 않았다.이기남의 속셈쯤은 해인도 짐작할 수 있었다. 이 일을 인정하는 순간, 이기남은 누군가와 결탁해서 돈 때문에 환자의 생명을 외면했다는 사실까지 인정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의료윤리 문제가 걸리고, 앞으로 이기남은 의료계에 다시는 발을 붙일 수 없게 된다.그래서 지금까지도 이기남은 그저 진단을 잘못 내린 것이라고 우기고 있었다. 그렇게 버티면 기껏해야 실력이 부족한 의사라는 비난 정도로 끝날 수 있다고 계산한 것이다.해인은 이대로 기다리는 것도 방법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경찰의 임시 유치 기간은 사흘뿐이었다. 이기남이 풀려나기라도 하면, 오히려 더 뻔뻔하게 나올 가능성이 컸다.해인은 곧바로 강한 한 수를 던졌다. 간병인에게 입원한 예철진이 병상에 누워 수액을 맞는 영상을 찍게 했다.효과는 바로 나타났다.영상을 본 이기남은 가만히 있지 못했다. 이기남은 변호사를 통해 먼저 해인에게 연락해 왔다.경찰서에서 이기남이 물었다.“변호사에게 보여 주신 그 영상, 무슨 뜻입니까?”해인이 차분하게 말했다.“예철진이 입원했습니다. 의사 말로는 중독이라고 하더군요. 공교롭게도 저희 엄마와 같은 독입니다.”“다만 예철진은 저희 엄마보다 투여량이 적어서, 며칠 늦게 몸에 이상을 느끼고 입원한 것뿐이고요.”해인은 이기남의 표정을 살폈다. 예상대로 이기남의 안색은 서서히 창백해졌다.예철진의 행동은 자신의 혐의를 씻어 내려는 의도가 뻔했다. 대신 모든 의심과 책임을 이기남 쪽으로 돌리려는 수작이었다.예철진이 입원했다는 사실 자체가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하는 셈이었다. 이기남은 정말 실력이 부족해서 독에 중독된 환자를 뇌졸중 환자로 오진했고, 치료 시기를 놓쳤다고.해인이 다시 말했다.“경찰은 원래 저희 엄마가 왜 중독됐는지 조사

  • 키워온 장미를 숙적에게 빼앗긴 밤   제52화

    유호의 주변에는 묘하게 가라앉은 공기가 감돌고 있었다.하지만 대현은 입을 쉬지 못하는 성격답게, 결국 말을 꺼내고 말았다.“근데 말이야, 설령 다 끝난 사이라고 해도... 네 할머니가 갑자기 며느리를 들인 거잖아.”“너 지금 법적으로는 기혼인데, 강해인 씨가 그걸 정말 아무렇지도 않게 넘길 수 있을까?”이런 문제는 어떤 여자가 상대라 해도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었다.그 말이 유호의 신경을 정확히 건드린 듯했다. 유호는 차갑게 대현을 한 번 훑어보더니 말했다.“너 차 없냐? 왜 남의 차에 붙어 있어. 내려.”대현은 잠시

  • 키워온 장미를 숙적에게 빼앗긴 밤   제47화

    고민건의 눈빛에는 자애와 걱정이 가득 담겨 있었다.“해인아, 지금은 어디서 지내니?”해인에 대해서 고민건은 늘 마음 한구석이 무거웠다. 그때의 사고는 결국 고민건 때문이었고, 그 일로 해인은 가족을 잃었다. 그 사실이 지금까지도 가시처럼 남아 있었다.고민건은 아직도 쉽게 믿기지 않았다. 해인이 정말로 태겸과 헤어지겠다고 결심했다는 것이. 태겸과 해인은 어린 시절부터 함께 자랐고, 쌓아온 시간과 인연도 정말 길었다.해인이 팔겠다고 한 그 집은 ZC그룹과 다른 개발사들이 함께 진행한 프로젝트였다. 그 일로 고민건은 지인

  • 키워온 장미를 숙적에게 빼앗긴 밤   제45화

    태겸의 목소리는 꽤나 날이 서 있었다.“하예주 씨 올려 보내세요.”안내데스크 직원은 이번에는 눈치빠르게 곧바로 말했다.“네, 고 대표님. 제가 바로 작은 사모님을 모시고 올라가겠습니다.”그 말을 듣는 순간, 전화기 너머의 태겸은 잠시 말이 막혔다.‘작은 사모님?’직원은 웃으며 덧붙였다.“네, 하예주 씨께서 본인이 고 회장님의 ‘예비 며느리’라고 하셨습니다.”예주는 핸드폰을 움켜쥔 채 긴장된 시선으로 화면을 바라봤다.‘지금 여기서 부정하면... 창피해지는 건 나야.’다행히도 태겸은 잠시 침묵했을 뿐, 그 말을 바로잡

  • 키워온 장미를 숙적에게 빼앗긴 밤   제41화

    어차피 곧 해인이 손봐 놓은 그 집에 예주가 들어와 살게 될 터였다.이미 자신을 불쾌하게 만들었으니, 돈으로 보상하는 것도 충분히 말이 됐다.게다가 이 몇 년 동안 태겸은 YD그룹에서 벌어들인 돈도 적지 않았다.돈은 나왔던 곳으로 돌아가는 것뿐이었다. 그저 에너지 보존 법칙일 뿐이었다.해인은 더 이상 이곳에 머물 생각이 없어 보였다. 말을 마치자마자 몸을 돌려 나가려 했다.그녀는 걸음을 멈추지 않은 채 덧붙였다.“고 대표님, 돈 다 준비되면 연락해. 그때 계약서 쓸 테니까. 최소 육천억이야. 한 푼도 깎을 생각하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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