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52화

Author: 루니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8-14 09:43:38

윤태하의 손끝이 서윤의 목 아래 재킷 깃에 닿았다.

“잠깐만요. 여기 접혔어요.”

태하가 두 손가락으로 옷깃을 펴는 순간, 촬영장 입구에서 준혁의 목소리가 터졌다.

“그 손 치워.”

다음 순간 준혁의 두 손이 태하의 가슴을 밀었다.

태하가 뒤로 두 걸음 밀려났다.

촬영장은 순식간에 멈췄다.

카메라는 켜진 채였고, 조명 아래 서윤은 몇 초 동안 준혁을 바라봤다.

“당신이 왜 여기 있어?”

“공개된 촬영 일정 보고 왔어.”

준혁은 태하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51화에서 강시온을 광고에서 밀어낸 뒤, 오히려 더 큰 제작사가 서윤 단독 캠페인을 제안했다.

이번 촬영은 그 첫 일정이었다.

윤태하는 남성 착용컷을 함께 촬영하는 모델이었다.

“강시온 잘리니까 바로 얘 붙였어?”

서윤의 표정이 굳었다.

“뭐?”

“한 명 떨어지면 다음 남자 세우는 거냐고.”

태하가 옷매무새를 정리하며 말했다.

“저는 강시온 씨 대신 들어온 사람이 아닙니다.”

“너한테 안 물었어.”

“제 계약 얘기라서 대답했습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Locked Chapter

Latest chapter

  • 통제 불능   53화

    “그거 다 먹을 거야?”준혁의 한마디에 서윤의 젓가락이 멈췄다.그러자 차민우가 물었다.“맛이 별로예요?”서윤은 손에 들고 있던 주먹밥을 바라봤다.아이를 돌보다 끼니를 놓치는 엄마들을 위한 식사 키트 시식 자리였다.몇 달 전이었다면 준혁의 말 한마디만으로 접시를 밀어냈을 것이다.또 찔까 봐.다시 돼지라는 말을 들을까 봐.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아니요. 맛있어요.”서윤은 주먹밥을 한입 더 먹었다.준혁의 얼굴이 변했다.“한서윤.”“왜.”“내 말 안 들려?”서윤은 천천히 씹은 뒤 대답했다.“들려.”그리고 다시 젓가락을 들었다.“그래서 안 따르는 거야.”민우는 두 사람 사이를 살피지 않았다.대신 서윤 앞에 작은 그릇을 하나 더 놓았다.“소스만 바꿔봤어요. 어느 쪽이 편하게 먹혀요?”서윤이 맛을 봤다.“두 번째요.”“맵지는 않고요?”“네.”“씹기 불편한 건?”“야채가 조금 길어요.”민우는 곧바로 메모했다.그게 전부였다.체중을 묻지 않았다.얼마나 먹을 건지도 확인하지 않았다.접시에 남은 양을 세지도 않았다.준혁이 참지 못하고 끼어들었다.“이걸 계속 먹겠다고?”서윤이 그를 봤다.“응.”“탄수화물 얼마나 들어간 줄 알아?”민우가 설명하려 했지만 서윤이 손으로 막았다.이번에는 자신이 말하고 싶었다.“그래서?”“너 겨우 45kg까지 뺐어.”“알아.”“다시 찌면 어떡하려고?”서윤은 그 말을 듣고도 접시를 내려놓지 않았다.민우가 물었다.“속은 괜찮아요?”“괜찮아요.”“그럼 됐습니다.”준혁이 민우를 노려봤다.“뭐가 됐다는 겁니까?”민우는 잠시 생각하다 답했다.“제가 확인할 건 그 정도라서요.”“섭식장애 있던 사람한테 먹을 걸 파는 사람이 칼로리도 신경 안 씁니까?”“의료적인 판단은 전문가가 하겠죠.”“그럼 당신은?”“저는 음식 만드는 사람입니다.”민우는 서윤의 접시가 아니라 얼굴을 봤다.“맛있는지, 먹기 불편하지 않은지, 다음에도 먹고 싶은지만 물어봅니다.”준혁이 비웃었다.

  • 통제 불능   제52화

    윤태하의 손끝이 서윤의 목 아래 재킷 깃에 닿았다.“잠깐만요. 여기 접혔어요.”태하가 두 손가락으로 옷깃을 펴는 순간, 촬영장 입구에서 준혁의 목소리가 터졌다.“그 손 치워.”다음 순간 준혁의 두 손이 태하의 가슴을 밀었다.태하가 뒤로 두 걸음 밀려났다.촬영장은 순식간에 멈췄다.카메라는 켜진 채였고, 조명 아래 서윤은 몇 초 동안 준혁을 바라봤다.“당신이 왜 여기 있어?”“공개된 촬영 일정 보고 왔어.”준혁은 태하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51화에서 강시온을 광고에서 밀어낸 뒤, 오히려 더 큰 제작사가 서윤 단독 캠페인을 제안했다.이번 촬영은 그 첫 일정이었다.윤태하는 남성 착용컷을 함께 촬영하는 모델이었다.“강시온 잘리니까 바로 얘 붙였어?”서윤의 표정이 굳었다.“뭐?”“한 명 떨어지면 다음 남자 세우는 거냐고.”태하가 옷매무새를 정리하며 말했다.“저는 강시온 씨 대신 들어온 사람이 아닙니다.”“너한테 안 물었어.”“제 계약 얘기라서 대답했습니다.”준혁이 한 걸음 다가갔다.“모델이면 모델이나 해. 남의 아내 만지지 말고.”“허리도, 몸도 안 만졌습니다.”“내가 봤는데?”“옷깃 정리했습니다.”“그게 손댄 거잖아.”서윤이 둘 사이로 들어왔다.“태하는 내 옷깃을 펴줬고, 당신은 사람을 밀었어.”준혁이 서윤을 노려봤다.“지금 저 새끼 편드는 거야?”“아니.”서윤이 준혁의 손을 내려다봤다.“지금 문제 있는 손이 누구 손인지 말하는 거야.”준혁의 얼굴이 일그러졌다.“남자가 네 몸 가까이 손 갖다 대는데 아무렇지도 않아?”“촬영하면서 필요한 일이었어.”“그걸 네가 판단해?”“적어도 당신이 판단할 일은 아니지.”준혁이 태하 쪽으로 다시 움직이자 서윤이 촬영감독을 바라봤다.“보안팀 불러주세요.”“한서윤.”“촬영 방해한 외부인이에요.”“외부인?”준혁이 헛웃음을 터뜨렸다.“내가 네 남편이야.”“여기서는 관계자 아니야.”그 말에 준혁의 얼굴이 붉어졌다.태하는 말싸움에 끼어들지 않았다.대신

  • 통제 불능   제51화

    “제가 요즘 가장 매력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한서윤 대표입니다.”생방송으로 그 말을 들은 준혁은 바로 방송사 임원에게 전화를 걸었다.“강시온, 저 광고에서 빼세요.”리본베이비 신제품 광고 제작발표회장에서는 기자들의 질문이 한꺼번에 쏟아지고 있었다.“강시온 씨, 한서윤 대표가 기혼자인 건 알고 계시죠?”“압니다.”“그런데도 공개적으로 호감을 표현하신 겁니까?”시온은 옆에 앉은 서윤을 한번 바라봤다.“제가 느끼는 감정은 제 몫이고, 대표님이 어떻게 받아들이실지는 대표님 몫이니까요.”서윤이 마이크를 들었다.“오늘은 리본베이비 광고 발표하는 자리예요.”“알고 있습니다.”“그럼 제품 얘기하세요.”기자석에서 웃음이 터졌다.시온도 웃으며 대형 화면을 가리켰다.화면에는 서윤이 70kg대였을 때 직접 촬영한 첫 광고가 떠 있었다.“저는 이 광고 때문에 출연을 결정했습니다.”“어떤 부분이요?”“대표가 자기 몸을 숨기지 않은 거요.”시온이 이어 말했다.“제품에 사람이 맞아야 하는 게 아니라 제품이 사람에게 맞아야 한다는 문장이 좋았습니다.”서윤은 예상했던 외모 이야기가 나오지 않자 그를 다시 봤다.“그래서 대표님이 매력적이라고 생각한 것도 사실이고요.”“그건 광고랑 상관없잖아요.”“맞습니다.”시온은 더 밀어붙이지 않았다.“그러니까 대답 안 하셔도 됩니다.”그 장면은 행사 종료도 전에 기사로 쏟아졌다.〈톱배우 강시온, 유부녀 CEO 한서윤에게 공개 호감〉〈“가장 매력적인 사람” 한서윤 지목〉그때 강림그룹에서는 준혁의 전화가 이미 여러 사람을 움직이고 있었다.“이사님, 강시온 배우가 리본베이비 광고 모델인 것까지 저희가 관여하는 건 조금...”방송사 임원의 말을 준혁이 끊었다.“내년 강림 광고 예산 규모 알고 계시죠?”상대가 대답하지 못했다.“저 배우 계속 쓰실 거면 저희도 집행처 다시 검토하겠습니다.”“개인 발언 하나 때문에요?”“개인 발언이 아니죠.”준혁은 화면 속 서윤을 보며 말했다.“유부녀 대표한테 공개적

  • 통제 불능   제50화

    “한서윤 대표님, 결혼하신 건 압니다.”첫 번째 남자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명함을 거두지 않았다.그리고 그날 하루 동안 같은 말을 하는 남자가 세 명 더 나타났다.리본베이비 신제품 공개행사장.서윤은 무대 뒤에서 진행 순서를 확인하다 자신을 기다리던 남자를 발견했다.배우 강시온이었다.최근 가장 몸값이 높은 30대 배우였고, 리본베이비 측에서다음 광고 모델 후보로 검토 중인 사람이기도 했다.“처음 뵙겠습니다.”서윤이 손을 내밀자 시온이 악수했다.“전 처음 아닌데요.”“네?”“대표님 광고 봤습니다. 70kg대였을 때 찍으신 거.”서윤의 표정이 조금 굳었다.또 전후 사진 이야기가 나올 거라고 생각했다.그러나 시온은 전혀 다른 말을 했다.“그 광고 카피 대표님이 직접 쓰셨죠?”“어떻게 아셨어요?”“모델보다 문장이 먼저 보였거든요.”시온이 웃었다.“그래서 광고하고 싶습니다.”“저희 모델 제안 검토 중인 거 알고 계세요?”“회사에서는요.”“그럼 방금 말씀은?”“저 개인적으로.”시온이 명함 뒤에 자신의 개인 번호를 적었다.“광고 아니어도 한 번 연락해보고 싶다는 뜻입니다.”서윤이 명함을 내려다봤다.“저 결혼했습니다.”“압니다.”“그런데도요?”“결혼한 사람한테 연락처 주는 것까지 죄는 아니잖아요.”능청스럽지만 선을 넘지는 않았다.“싫으시면 버리세요.”시온은 더 붙잡지 않고 무대로 향했다.두 번째는 윤태하였다.해외 패션위크까지 다니는 모델이었고, 리본베이비의 부모 공동착용 캠페인 때문에 행사장을 찾았다.촬영이 끝난 뒤 태하는 서윤에게 사진 한 장을 보여줬다.그녀가 제품을 들고 직원과 이야기하던 순간을 현장 사진가가 찍은 것이었다.“이 컷 쓰세요.”“제품이 잘 안 보이는데요.”“그래서 좋잖아요.”“저희는 제품 광고인데요.”“대표님은 모든 걸 상품으로만 보네요.”서윤이 그를 쳐다봤다.태하가 웃었다.“이 사진에서는 대표가 아니라 그냥 한서윤 같아서요.”그 말이 뜻밖이었다.요즘 사람들은 그녀를 CEO

  • 통제 불능   제49화

    서윤의 이번 달 정산금이 준혁의 연봉을 넘었다.그런데 그 사실이 기사로 나간 날, 리본베이비를 키운 사람처럼 인터뷰하고 있는 건 강준혁이었다.“처음에는 제가 많이 도와줬죠. 거래처도 그렇고, 사업적으로 조언도 해줬고요.”서윤은 사무실 모니터에서 그 장면을 봤다.다정이 리모컨을 내려놓지 못했다.“대표님, 저거 언제 인터뷰한 거예요?”“나도 처음 봐요.”경제 프로그램 화면 아래 자막이 떠 있었다.〈전업주부 아내를 CEO로 만든 재벌가 남편의 내조〉서윤은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어이가 없어서 화조차 바로 나오지 않았다.화면 속 준혁은 익숙하게 웃고 있었다.“아내가 원래 감각은 있었어요. 다만 오랫동안 일을 쉬었으니까 시장을 잘 몰랐죠.제가 기업에 있으니 옆에서 현실적인 부분을 많이 알려줬습니다.”진행자가 물었다.“초기 사업 자금에도 도움을 주셨습니까?”준혁이 잠깐 망설였다.“부부 사이에서 굳이 네 돈, 내 돈을 나눌 필요가 있겠습니까?”다정이 서윤을 봤다.“대표님 초기 자금 결혼 전 퇴직금 아니었어요?”“맞아요.”“거래처도 대표님이 직접 찾았고요.”“맞고.”“생산 막은 사람도 저분이고요.”“그것도 맞아요.”다정이 기가 막힌다는 듯 화면을 바라봤다.준혁은 자신이 한 일을 하나씩 지우고 있었다.97.8kg의 아내를 조롱했던 일.생활비 카드를 막았던 일.제품을 장난이라고 비웃었던 일.회사가 팔리기 시작하자 지분 51%를 요구했던 일.거절당하자 생산처까지 압박했던 일.그 모든 일이 사라진 자리에 ‘아내를 성공시킨 남편’이 앉아 있었다.인터뷰는 더 노골적으로 이어졌다.“사실 리본베이비가 성장할 수 있었던 데에는 강림그룹 인맥도 어느 정도 작용했을 겁니다.”서윤이 그 말에서 모니터를 껐다.다정이 물었다.“대응할까요?”“아니요.”“저걸 그냥 둬요?”“오늘 인터뷰 있잖아요.”서윤의 시선이 책상 위 일정표로 향했다.그날 오후에는 이미 잡혀 있던 경제채널 생방송이 있었다.주제는 경력단절 여성의 창업

  • 통제 불능   제48화

    “그 영상 지워. 대신 내 명품 매장 지분 줄게.”강미선은 사과 대신 계약서를 내밀었다.서윤은 첫 장도 넘기지 않았다.“이게 형님이 생각한 폭행값이에요?”미선의 얼굴이 굳었다.“말을 꼭 그렇게 해야겠니?”“제 머리채 잡고 벽에 밀친 걸 뭐라고 부르면 되는데요?”“가족끼리 싸우다 보면 그럴 수도 있지.”“가족이면 사람 때려도 돼요?”“그래서 내가 해결해주겠다는 거잖아.”미선은 계약서를 서윤 쪽으로 더 밀었다.강남의 수입 명품 매장.미선이 자랑할 때마다 연 매출부터 읊던 곳이었다.“지분 일부 넘겨줄게. 배당만 받아도 네가 손해 볼 장사는 아니야.”“대신?”“네가 찍은 영상 삭제하고, 그 일로 더 문제 삼지 마.”서윤은 그제야 계약서를 집어 들었다.미선의 입가에 만족스러운 기색이 스쳤다.그러나 서윤은 서명란이 아니라 계약서 전체를 그대로 미선 앞으로 돌려놓았다.“안 받아요.”“금액부터 확인하고 말해.”“봤어요.”“그런데?”“싸네요.”미선의 표정이 변했다.“뭐?”“사람 때린 뒤에 돈 주면 끝난다고 믿는 형님 생각이요.”“야, 한서윤.”“돈은 좋아해요.”서윤은 미선의 말을 끊었다.“제가 직접 번 돈은 특히 좋아하고요.”“그래서 지금 너 잘났다고 이러는 거야?”“아니요.”서윤이 준비해온 종이 두 장을 꺼냈다.“돈 대신 이거 하세요.”미선이 첫 장을 읽었다.표정이 바로 일그러졌다.공개 사과문.폭언과 신체적 폭행 인정.서윤에게 책임을 돌리는 표현 사용 금지.허위 후기 유포 관여에 대한 사과.두 번째 장에는 더 짧은 문장이 적혀 있었다.한서윤 및 강하은에게 사전 동의 없이 접근하지 않는다.미선이 종이를 탁 내려놓았다.“미쳤어?”“왜요?”“내가 너한테 공개 사과를 해?”“네.”“내가 누구 망신당하는 꼴 보려고?”“제가 맞을 때는 제 망신은 괜찮으셨잖아요.”“그거랑 이게 같아?”“저한테는 형님 체면보다 제 안전이 더 중요해요.”미선이 코웃음을 쳤다.“안 쓰면?”서윤이 가방을 닫았다.

More Chapters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