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증거를 저장한 날 밤, 강준혁은 집에 들어오지 않았다.오후 여덟 시에 도착한 메시지는 짧았다.―접대 길어져. 기다리지 마.언제 돌아오는지, 하은의 열은 내렸는지, 아내는 저녁을 먹었는지 묻는 말은 없었다.가족카드에는 도심 호텔 라운지 결제가 찍혀 있었지만서윤은 화면만 바라보다 휴대전화를 내려놓았다.결제 화면을 캡처할까 고민했으나 끝내 하지 못했다.립스틱 사진 하나만으로도 자신이 남편을 감시하는 사람처럼 느껴졌고,준혁이 알게 되면 증거보다 아내의 의심부터 문제 삼을 것이 분명했다.오전에 세 여자의 흔적을 보았고 밤에는 호텔 결제를 확인했는데도,준혁이 거래처라고 말하면 자신이 또 잘못 본 것 같아졌다.그는 설명 하나로 사실을 지웠고, 서윤은 어느새 자기 눈을 먼저 의심하게 되었다.“엄마, 아빠 오늘도 회사에서 자?”해열제를 먹은 하은이 이불 속에서 물었다.“일이 많은가 봐.”“아빠 회사에는 침대도 있어?”서윤은 대답 대신 이불을 목까지 끌어 올려주었다.거짓말을 만든 사람은 준혁인데,그 거짓말을 아이에게 읽어주는 사람은 늘 자신이었다.“아빠 없으면 엄마가 덜 울어?”“엄마 안 울어.”“거짓말. 어제도 화장실에서 울었잖아.”“물소리였어.”“그러면 오늘은 문 잠그지 마. 엄마 안 나오면 무서워.”“오늘은 안 잠글게.”하은이 잠든 뒤에도 그 약속은 오래 남지 못했다.집이 조용해지자 아침에 본 립스틱 세 자국과 준혁의 말이 다시 돌아왔다.'저 여자였으면 나도 밖으로 안 돌았지.'서윤은 냉장고 문을 열었다.반쯤 남은 케이크와 찬밥, 하은이 먹지 않은 소시지가 보였다.배가 고픈 것은 아니었다.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으면 결혼사진 속 여자와 지금의 자신을 계속 비교하게 될 것 같았다.사진 속 자신은 칭찬받았고, 지금의 자신은 먹는 양과 카드 사용액으로 평가받았다.한 조각만 먹겠다고 정했지만 케이크 상자는 금세 비었고,찬밥과 반찬까지 식탁 위로 올라왔다.씹는 동안에는 준혁의 셔츠도 생활비 카드도 떠오르지 않았
Last Updated : 2026-08-02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