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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통제 불능: Chapter 1 - Chapter 10

110 Chapters

제1화

강준혁은 내 몸 위에 있으면서도 나를 보지 않았다.한 손에 든 휴대전화에서는 벗은 여자가 신음하고 있었고,준혁의 눈은 처음부터 끝까지 그 여자에게 붙어 있었다.“와, 저년 몸 봐라. 저 정도는 돼야 여자지.”나는 천장을 봤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내 이름을 부르던 남자가 이제는 다른 여자를 보며 내 몸을 쓰고 있었다.“그거 좀 꺼.”준혁이 피식 웃었다.“왜? 네 얼굴 보고 하라고?” “준혁아.” “아, 분위기 깨지게 이름 부르지 마. 집중 안 되잖아.”휴대전화에서 터지는 웃음과 신음이 우리 침실을 채웠다. 결혼사진이 걸린 벽 아래에서 내 남편은 다른 여자를 보며 나를 안고 있었다.눈물이 관자놀이를 타고 흘렀다.그제야 준혁이 화면에서 시선을 뗐다.“뭐야. 또 쳐울어?” “그만해.” “뭘 그만해? 내가 때렸냐?” “지금 하고 있잖아.” “이게 폭력이야? 별 지랄을 다 한다.”준혁은 몸을 떼더니 이불을 발끝까지 걷어차 버렸다. 나는 황급히 팔로 배를 가렸다.그가 내 허벅지를 내려다보며 코웃음을 쳤다.“야, 너 진짜 심각하다.” “보지 마.” “남편한테도 못 보여줄 거면 대체 왜 처먹고 사냐?”내가 이불을 끌어당기자 준혁이 먼저 낚아챘다.“가리지 마. 나도 좀 보자. 내가 요즘 왜 집에서 안 되는지 원인을 알아야 할 거 아니야.”“미친 새끼야.”내 입에서 처음으로 욕이 나왔다.준혁의 얼굴이 잠깐 굳었다가 비웃음으로 바뀌었다.“오, 이제 욕도 하네? 살은 못 빼도 성질은 살아 있네.” “나가.” “어디서 명령질이야. 이 집 누가 돈 내는데?”그는 내 배를 손가락으로 툭 건드렸다.“이거 봐. 배인지 쿠션인지. 허벅지는 붙어서 틈도 없고. 솔직히 네가 네 몸 내려다보면 뭐가 보이기는 하냐?” “닥쳐.” “왜, 찔려? 아, 미안. 배 때문에 안 보이겠구나.”준혁이 혼자 웃었다.나는 침대 옆 탁자의 물컵을 집어 던졌다. 컵이 벽에 부딪혀 깨지며 결혼사진 액자까지 넘어뜨렸다.“꺼지라고, 개새끼야!”준혁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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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그 돼지년이 받았어, 이 미친년아.”내가 말하자 전화기 너머의 세라가 입을 다물었다.준혁이 손을 뻗었다.“야, 폰 줘.”나는 뒤로 물러나 스피커폰을 켰다.“왜? 둘이 그렇게 할 말이 많았으면 나도 좀 듣자.”세라가 먼저 웃었다.“언니, 오해하지 마.”“남의 남편한테 자기야 해놓고 뭘 오해해?”“그게… 그냥 장난이야.”“호텔 침대에서 내 남편 셔츠 입고 찍은 사진도 장난이고?”준혁이 얼굴을 구겼다.“강서윤, 적당히 해. 폰 내놔.”“싫어.”“내 사생활이야.”순간 헛웃음이 터졌다.“네 사생활? 내 남편이 내 친구랑 붙어먹는 게 왜 네 사생활인데, 이 개새끼야?”세라가 쏘아붙였다.“언니도 형부한테 좀 잘하지 그랬어.”“뭐?”“집에 들어가기 싫다고 맨날 그랬어. 언니랑 있으면 숨 막힌다고.”나는 준혁을 봤다.그 새끼는 부정하지 않았다.“그래서 네가 숨구멍 해줬냐?”세라가 비웃었다.“적어도 나랑 있을 땐 형부가 웃어.”“대단하다. 친구 남편 바지 벗겨서 웃기면 그게 봉사냐?”“말 조심해.”“네가 내 집 안방까지 기어들어온 년이면 입 닥쳐.”“나 언니한테 미안한 거 없어.”그 말에 손끝이 차가워졌다.“없어?”“형부가 먼저 연락했어.”준혁이 욕을 뱉었다.“아, 염병. 문세라 너 닥쳐.”나는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먼저?”준혁이 혀로 입술을 훑었다.“한 번 실수한 거야.”세라가 바로 받아쳤다.“한 번?”준혁 얼굴이 굳었다.나는 놓치지 않았다.“왜. 한 번 아니야?”세라는 잠시 말이 없었다.그러더니 이상한 말을 했다.“언니, 혹시 나 말고 다른 여자도 알아?”준혁이 소리쳤다.“야!”나는 세라보다 준혁 얼굴을 봤다.그 표정 하나로 알았다.“몇 명이야?”“개소리하지 마.”“몇 명이냐고.”“없어.”“그럼 폰 줘.”내가 손을 내밀자 준혁이 휴대전화를 등 뒤로 감췄다.웃음이 나왔다.“와. 진짜 있네.”“서윤아.”“몇 명.”“말도 안 되는 상상 하지 마.”그때 세라가 말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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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서진아. 왜 끊어. 오늘도 우리 남편 만나려고?”전화기 너머에서 숨소리가 멎었다.그리고 뚝.통화가 끊겼다.나는 화장실 문을 열었다.준혁이 바로 앞에 서 있었다.“폰 내놔.”“내 동생이랑도 잤어?”준혁의 눈동자가 흔들렸다.“강서윤, 일단 진정하고—”짝.내 손바닥이 준혁 뺨을 갈겼다.“내 동생이랑도 잤냐고, 개새끼야.”준혁이 고개를 돌린 채 이를 악물었다.“한 번이야.”순간 웃음이 터졌다.“한 번?”“술 먹다가 실수했어.”“너는 실수가 열 명이냐?”나는 검은 휴대전화를 흔들었다.“요일표까지 짜놓고 돌려가면서 처만나놓고 실수?”스피커폰에서는 아직 세라가 악을 쓰고 있었다.“오빠! 서진이랑도 잤어? 야, 이 개쓰레기야!”준혁이 버럭 소리쳤다.“문세라, 너도 조용히 해! 너랑 내가 무슨 사이였다고 지랄이야?”세라가 멈칫했다.“뭐?”“내가 너한테 결혼하자고 했어? 사귀자고 했냐고.”“너 나한테 사랑한다고 했잖아!”“침대에서 하는 말을 처믿은 네가 등신이지.”나는 준혁을 바라봤다.정말 대단한 새끼였다.아내 앞에서 내 친구를 버리고, 친구 앞에서 내 동생까지 인정했다.“사람 새끼가 아니네.”준혁이 코웃음을 쳤다.“그래. 나 쓰레기야. 됐지? 그래서 이혼할 거야?”“뭐?”“할 거냐고.”그가 오히려 내 앞으로 다가왔다.“너 이혼하면 뭐 할 건데? 애 데리고 친정 가서 내가 여자 열 명 만났다고 울고불고 할 거야?”“열 명이라고 네 입으로 인정했네.”준혁의 입이 닫혔다.나는 검은 폰을 들어 올렸다.“녹음 중이야, 멍청아.”그 순간 준혁이 달려들었다.나는 폰을 등 뒤로 숨겼다.“건드려 봐. 바로 경찰 부를 테니까.”“야, 아주 사람 하나 잡으려고 작정했네.”“잡아? 네가 스스로 기어들어간 구덩이야.”그때 현관문이 거칠게 열렸다.“언니!”서진이었다.머리는 헝클어져 있었고 슬리퍼 한쪽은 제대로 신지도 못했다.나는 서진 얼굴을 보는 순간 손이 먼저 올라갔다.짝!서진이 휘청거렸다.“언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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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오늘 목요일이잖아.”도어록이 열렸다.윤미라가 와인 한 병을 든 채 현관으로 들어왔다. 나를 보더니 걸음을 멈췄다.“어머.”그 한마디가 더 열받았다.“어머?”나는 웃었다.“남의 남편 만나러 아랫집 비밀번호까지 눌러놓고 어머가 나와?”미라의 시선이 준혁에게 꽂혔다.“당신, 설명 안 했어?”준혁이 욕을 씹었다.“아, 미치겠네.”세라가 스피커폰 너머에서 소리쳤다.“저년은 또 누구야?”서진도 미라를 노려봤다.“형부, 진짜 미친 새끼네.”미라는 와인을 식탁에 내려놓더니 오히려 나를 똑바로 봤다.“서윤 씨. 나도 당신한테 미안할 건 없어.”“뭐?”“준혁 씨가 별거 중이라고 했거든.”나는 기가 막혀 준혁을 돌아봤다.“별거?”미라가 말을 이었다.“같은 집에 사는 건 아이 때문이고, 방 따로 쓴다고 했어. 이혼 서류도 보여줬고.”“이혼 서류?”준혁이 눈을 감았다.나는 그의 검은 폰을 다시 열었다.사진첩 안에 파일 하나가 있었다.‘정리용.’그 안에는 가짜 이혼합의서, 별거 확인서, 심지어 내 이름으로 작성된 문자 캡처까지 들어 있었다.[우리 서로 다른 사람 만나도 간섭하지 말자.]내가 보낸 적 없는 문자였다.“이걸 네가 만들었어?”준혁이 입을 닫았다.“강준혁.”“그냥 여자들 귀찮게 안 하려고 만든 거야.”나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여자들 귀찮게 안 하려고?”“원나잇인데 자꾸 감정 섞으니까.”미라가 얼굴을 일그러뜨렸다.“뭐라고?”준혁이 한숨을 쉬었다.“아, 왜 다들 오늘 몰려와서 염병이냐.”“나도 원나잇이었어?”미라가 와인병을 집어 들었다.“너 나한테 남편이랑 끝났다고 했잖아. 나한테 같이 살자고 한 건 뭐야?”“그걸 진짜 믿었냐?”쨍그랑.와인병이 바닥에 깨졌다.붉은 와인이 흰 타일을 타고 번졌다.“이 개자식아.”미라가 준혁에게 달려들었다.준혁이 팔을 막으며 소리쳤다.“미쳤어? 남의 집에서 뭐 하는 짓이야!”내가 웃었다.“남의 집인 건 아네?”세라가 전화기 너머에서 욕을 퍼부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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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검은 휴대전화 안에는 임신테스트기 사진이 다섯 장 있었다.전부 두 줄.보낸 여자는 다 달랐다.나는 한참 화면만 보다 준혁을 쳐다봤다.“다섯 명?”준혁이 시선을 피했다.“확실한 거 아니야.”“뭐가?”“임신했다고 다 내 애냐?”기가 막혀 웃음이 나왔다.“열 명 돌려가며 자놓고 이제 애 아빠는 아니라고?”“다들 나 말고 남자 있었을 수도 있지.”스피커폰 너머에서 세라가 악을 썼다.“야, 이 개새끼야! 나 너밖에 없었어!”준혁이 인상을 썼다.“그건 네 주장이고.”“뭐?”“내가 네 몸에 위치추적기 달았냐?”나는 준혁 얼굴을 그대로 후려쳤다.짝!“입이라고 달린 게 아주 걸레짝이네.”“야!”“피임은 했어?”준혁이 입을 다물었다.“물었잖아. 했냐고.”“가끔.”“가끔?”나는 웃다가 욕이 튀어나왔다.“미친놈아, 콘돔이 안전벨트냐? 생각날 때만 하게?”그때 검은 폰으로 전화가 왔다.[Y]나는 바로 받았다.“여보세요.”여자 목소리가 떨렸다.“준혁 오빠?”“아내예요.”침묵이 흘렀다.그러더니 여자가 욕했다.“하… 이 양아치 새끼.”“임신했어요?”“네.”준혁이 달려들었다.“야, 끊어!”나는 그를 밀어냈다.“몇 주예요?”“7주요.”“준혁 씨랑만 만났어요?”“네. 나한테는 이혼남이라고 했어요.”준혁이 소리쳤다.“아니, 넌 전남친 만났잖아!”여자가 더 크게 악을 썼다.“커피 한 번 마신 걸 처잤다고 우기냐, 이 또라이 새끼야!”통화가 끊겼다.곧바로 또 전화가 왔다.[R]이번에도 받았다.“누구세요?”상대가 울면서 말했다.“저도 강준혁 씨 만났어요.”“임신했어요?”“네.”준혁이 머리를 감싸쥐었다.“아, 환장하겠네.”나는 그 꼴을 보며 웃었다.“왜? 네가 뿌린 씨가 너무 잘 자라서 감동했냐?”“강서윤, 작작 해.”“왜. 다섯 명한테 애 생겼으면 애국자 표창이라도 받아야지.”“아직 내 애인지 모른다고!”“그럼 다 검사해. 한 명씩.”그 순간 초인종이 울렸다.띵동.인터폰 화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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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오늘 밤은 네 차례표 내가 짜줄게.”내가 현관문을 활짝 열었다.엘리베이터에서 내린 여자들이 하나둘 집 안으로 들어왔다.준혁이 뒷걸음질 쳤다.“야, 다 나가. 남의 집에서 이게 무슨 짓이야!”맨 앞 여자가 구두를 벗기도 전에 준혁의 뺨을 후려쳤다.짝!“남의 집? 유부남 새끼가 그 말을 하네?”다른 여자가 임신테스트기를 준혁 가슴에 던졌다.“이거나 처봐. 두 줄이다.”또 한 명이 울면서 소리쳤다.“나도야, 개자식아!”세라까지 전화기 너머에서 악을 썼다.“나도 임신했어! 나한테는 나만 만난다며!”준혁이 머리를 감싸쥐었다.“아, 진짜 환장하겠네.”나는 여자들을 세었다.거실에 여섯.전화 속 세라.서진까지 합치면 이미 여덟.검은 휴대전화의 열 명이 거의 다 모였다.“임신한 사람 손 들어봐요.”네 명이 손을 들었다.세라가 외쳤다.“나까지 다섯!”나는 준혁을 바라봤다.“다섯 명.”“아직 내 애인지 모르잖아.”거실 분위기가 순식간에 얼어붙었다.한 여자가 입을 벌렸다.“뭐?”준혁이 오히려 목소리를 높였다.“솔직히 말해보자고. 너희가 나 말고 남자 없었다는 보장이 어디 있어?”여자가 준혁에게 달려들었다.“이 양아치 새끼가!”“야, 손대지 마!”“나한테는 피임 안 해도 책임진다고 했잖아!”다른 여자가 돌아봤다.“뭐?”“왜?”“나한테도 그렇게 말했는데?”세 번째 여자까지 헛웃음을 쳤다.“미친놈. 나한테도 애 생기면 운명이라고 했어.”나는 박수를 쳤다.짝. 짝. 짝.“대단하다, 강준혁.”준혁이 나를 노려봤다.“뭐가.”“여자마다 대사도 복사해서 썼네. 성의가 좆도 없어.”“강서윤.”“왜? 내가 틀린 말 했어?”그때 임신한 여자 하나가 갑자기 말했다.“잠깐만.”그녀가 옆 여자 얼굴을 빤히 쳐다봤다.“너 정다희 아니야?”상대의 얼굴이 굳었다.“누구세요?”“너 남편 있잖아.”거실이 다시 조용해졌다.나는 다희를 바라봤다.“남편?”다희가 입술을 깨물었다.준혁이 욕을 내뱉었다.“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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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5년 동안 네 돈으로 자기 아들 키웠어.”차유리의 말이 떨어지자 나는 준혁을 바라봤다.다섯 살 아이는 아직도 준혁의 다리를 끌어안고 있었다.“아빠, 나 안아줘.”준혁이 아이 손을 떼어냈다.“유리야. 애 데리고 가.”유리가 코웃음을 쳤다.“왜? 네 아들인데 이제 창피해?”“지금 상황 안 보여?”“상황 만든 새끼가 누군데.”나는 웃었다.“안아줘.”준혁이 나를 봤다.“뭐?”“네 아들이 아빠한테 안아달라잖아.”“서윤아.”“왜. 밖에서 애까지 만들어놓고 집 안에서는 아빠 역할 못 하겠어?”준혁이 이를 악물었다.그때 임신했다고 했던 정다희의 휴대전화가 미친 듯이 울렸다.다희가 화면을 보는 순간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나는 그 표정을 놓치지 않았다.“왜요?”“아니에요.”다희가 전화를 끊었다.곧 다시 울렸다.화면에 뜬 이름.‘남편’.나는 헛웃음을 흘렸다.“받아요.”“됐어요.”“왜? 남편한테 오늘 야근한다고 했어요?”다희가 나를 노려봤다.“당신도 피해자면서 왜 나한테 지랄이에요?”“난 적어도 남편 두고 다른 유부남 애 가진 년은 아니니까.”“확실하지도 않잖아!”준혁이 냉큼 끼어들었다.“그러니까. 다희 애가 왜 무조건 내 애야?”다희 눈이 뒤집혔다.“야, 강준혁.”“왜.”“날짜 계산하면 너밖에 없어.”“네가 그걸 어떻게 장담해?”다희가 준혁 얼굴에 임신테스트기를 집어던졌다.“이 개잡놈아! 나한테 남편이랑 자지 말라며! 네 애 갖고 싶다고 지랄한 게 누구야!”거실이 얼어붙었다.나는 천천히 준혁을 돌아봤다.“너 애 만들려고 했어?”“개소리야.”다희가 악을 썼다.“콘돔 빼자고 한 것도 너야! 혹시 생기면 자기가 책임진다고 했잖아!”다른 임신한 여자가 고개를 들었다.“잠깐.”모두 그녀를 봤다.“나한테도 그랬는데?”세라가 스피커폰 너머에서 소리쳤다.“나한테도!”준혁이 머리를 쥐어뜯었다.“아, 염병할. 침대에서 한 말을 왜 다 계약서처럼 처기억해!”나는 기가 막혀 웃었다.“그러니까 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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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지금 배 속 애도 준혁이 애 맞아.”다희의 말이 끝나자 태수의 얼굴에서 표정이 사라졌다.준혁은 벽에 기대 앉은 채 입술의 피를 닦았다.“태수야, 일단 애 앞에서는—”퍽.태수의 주먹이 다시 준혁 턱에 꽂혔다.“내 딸 앞에서 네가 애 걱정을 해?”“아빠!”예나가 울음을 터뜨렸다.나는 아이를 안아 뒤로 물러났다.“태수 오빠, 애부터 데리고 나가요.”태수는 한동안 준혁을 노려보다 예나를 안았다.그때 차유리가 입을 열었다.“잠깐만.”모두가 유리를 봤다.유리는 준혁의 검은 휴대전화를 가리켰다.“저 폰, 여자 연락용만 아니야.”준혁 얼굴이 굳었다.“차유리.”“왜? 이것도 비밀이야?”“입 닥쳐.”나는 곧장 폰을 집었다.준혁이 달려들었지만 태수가 멱살을 잡아 벽에 처박았다.“움직이면 죽여버린다.”“이거 놔, 미친놈아!”유리가 말했다.“메모 앱 열어봐.”잠금 폴더 하나가 있었다.비밀번호 입력창.“비밀번호 뭐야?”유리가 준혁을 보며 비웃었다.“1004.”준혁이 욕을 뱉었다.“개같은 년.”숫자를 누르자 폴더가 열렸다.맨 위 제목을 읽는 순간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2026 출산 예상.’그 아래 여자 이름이 줄줄이 적혀 있었다.문세라 — 9월 확인. 정다희 — 10월 예정. 유정민 — 검사 대기. 한소라 — 생리 지연. 차유리 — 아들 5세.옆에는 날짜와 메모까지 있었다.‘확률 높음.’ ‘남편 있음 — 들키면 골치.’ ‘낳겠다고 함.’ ‘돈 요구 가능성.’ ‘서윤 모름.’나는 준혁을 쳐다봤다.“이걸 왜 적어놨어?”준혁이 대답하지 않았다.“여자들 임신하는 걸 왜 명단으로 관리했냐고!”세라가 스피커폰 너머에서 울부짖었다.“오빠, 나도 저기 있어?”나는 화면을 내렸다.세라 이름 옆에는 더 끔찍한 문장이 있었다.‘집착 심함. 임신하면 나한테 매달릴 가능성 높음.’내가 읽어주자 세라가 욕을 퍼부었다.“이 개쓰레기야! 내가 네 장난감이야?”준혁이 버럭 소리쳤다.“너도 좋다고 만났잖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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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임신한 여자만 열한 명이래요.”지수의 말이 떨어지자 거실에 있던 여자들이 동시에 준혁을 봤다.준혁은 아무 말도 못 했다.나는 쪽지를 흔들었다.“스물일곱 명?”“서윤아, 저거 누가 장난친 거야.”“장난?”나는 웃었다.“애가 넷이고 임신한 여자가 열하나인데 아직도 장난 타령이 나와?”세라가 스피커폰 너머에서 욕을 퍼부었다.“오빠, 진짜 스물일곱 명이야? 이 개걸레 같은 새끼야!”준혁이 소리쳤다.“너도 좀 닥쳐! 내가 너랑 사귀자고 했냐?”“나한테 결혼하자며!”그 순간 거실에 있던 여자 하나가 고개를 들었다.“결혼?”모두 그녀를 봤다.여자는 웃지도 울지도 않았다.“나랑은 했는데.”나는 잘못 들은 줄 알았다.“뭐라고요?”그녀가 가방에서 두꺼운 앨범을 꺼냈다.첫 장을 펼치는 순간 손끝이 얼어붙었다.웨딩드레스를 입은 여자.턱시도를 입은 준혁.호텔 예식장.주례.하객.폐백 사진까지 있었다.“미친…”준혁이 달려들었다.“윤채원! 그거 내놔!”여자가 앨범로 준혁 얼굴을 후려쳤다.“손대지 마, 개자식아.”나는 사진을 한 장씩 넘겼다.준혁이 채원에게 반지를 끼워주고 있었다.날짜는 3년 전.그날 준혁은 내게 일본 출장을 간다고 했다.나는 하은과 영상통화까지 했다.호텔방이라고 했던 곳은 신혼여행 숙소였다.“이게 뭐야?”준혁이 머리를 감싸쥐었다.“법적으로 한 결혼 아니야.”“그럼?”채원이 대신 말했다.“나한테는 서윤 씨랑 이혼했다고 했어요.”“혼인신고는?”“계속 미뤘어. 전처 쪽 재산 정리 때문에 기다려야 한다고.”나는 준혁을 봤다.“나 살아 있는데 결혼식까지 또 했어?”“그냥 이벤트였어.”순간 여자들 입에서 욕이 동시에 터졌다.“이벤트?”채원이 준혁 뺨을 후려쳤다.짝!“내 부모님 앞에서 절하고 우리 아빠한테 사위라고 처웃던 게 이벤트야?”“너도 혼인신고 안 된 거 알았잖아!”“네가 기다리라며, 이 양아치야!”나는 앨범 마지막 장에서 멈췄다.웨딩촬영 사진 옆에 아이 초음파 사진이 붙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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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준혁 씨한테 전해주세요. 우리 애, 오늘 태어났다고.”전화가 끊겼다.거실에 있던 여자들이 일제히 준혁을 봤다.나는 휴대전화를 내렸다.“누구야?”준혁이 입술을 핥았다.“몰라.”윤채원이 헛웃음을 쳤다.“모르는데 애 이름까지 지어줘?”“잘못 걸려온 전화야.”나는 준혁 얼굴을 후려쳤다.짝!“거짓말도 좀 새 걸로 해, 이 등신아.”“강서윤, 사람들 앞에서—”“사람들?”나는 거실을 둘러봤다.임신한 여자들, 숨겨둔 아이, 친구 아내, 가짜 결혼식까지.“여기 네가 처잔 사람들만 모아도 반상회 열겠다.”세라가 스피커폰 너머에서 소리쳤다.“그년 번호 다시 걸어봐!”나는 재통화를 눌렀다.세 번째 신호에 여자가 받았다.“왜요?”윤채원이 먼저 굳었다.“잠깐.”채원이 내 손에서 폰을 빼앗았다.“언니?”거실이 조용해졌다.“윤채경 맞지?”몇 초 뒤 여자가 한숨을 쉬었다.“채원아.”준혁이 눈을 감았다.나는 채원을 봤다.“아는 사람이에요?”채원이 준혁을 노려봤다.“내 친언니예요.”누군가 욕을 내뱉었다.채원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내 결혼식에서 부케 받아준 친언니.”준혁이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그때는 아무 사이 아니었어.”채원이 그대로 준혁에게 달려들었다.짝!“그때는? 그럼 뒤에는 처잤다는 소리네, 이 개새끼야!”준혁이 뺨을 감쌌다.“네 언니가 먼저 힘들다고 연락했어!”채경이 소리쳤다.“야! 왜 내 탓을 해?”나는 웃었다.“가짜로 결혼한 여자 언니까지 건드렸어?”채원이 울면서 물었다.“언제부터야?”채경이 대신 말했다.“네 결혼식 석 달 뒤.”채원 얼굴이 무너졌다.“미친년아.”“나도 속았어! 준혁 씨가 너랑 끝났다고 했어.”준혁이 끼어들었다.“둘 다 작작 해.”두 자매가 동시에 소리쳤다.“넌 닥쳐!”“그래서 오늘 낳은 애가 준혁 애예요?”채경이 대답했다.“네.”“검사했어요?”“출산 전에 했어요.”준혁이 고개를 번쩍 들었다.“뭐?”채경이 차갑게 말했다.“당신 애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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