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uk준비는 신속했다. 이슬은 도시락 가방 하단에 신호 차단기와 소형 무전기, 그리고 만약의 사태에 대비한 구급 키트를 숨겼다. 겉으로 보기에는 평범한 소풍 가방이었지만, 그 안에는 특수 작전용 장비들이 가득했다.
공원에 도착하자 승우는 오랜만에 아이들과 공놀이를 하며 땀을 흘렸다. 이슬은 돗자리에 앉아 책을 읽는 척하며 주변 360도를 끊임없이 스캔했다.
11시 방향의 벤치에 앉은 신문 보는 남자, 3시 방향에서 연을 날리는 청년, 7시 방향의 아이스크림 카트. 그녀의 눈에는 평범한 시민들이 아닌 '잠재적 위협 요소'들이 데이터화 되어 분석되고 있었다.
그때, 이슬의 감각이 강하게 진동했다. 숲길 쪽에서 들려오는 바스락거리는 소리. 일반적인 등산객의 발소리보다 훨씬 무겁고 규칙적이었다. 군화를 신은 성인 남성의 발소리였다. 이슬은 승우에게 다가가 자연스럽게 예준이를 건넸다.
"차승우 씨, 잠시 예준이 좀 봐주시겠어요? 제가 화장실에 다녀와야 할 것 같아서요."
"아, 네. 그러세요. 서아랑 민준이는 제가 보고 있을게요."
승우는 아무것도 모른 채 밝게 웃었다. 이슬은 그 미소를 뒤로하고 숲길 안쪽으로 몸을 숨겼다. 숲으로 들어서자마자 그녀의 걸음걸이가 바뀌었다. 소리 없이 지면을 박차고 나가는 모습은 흡사 사냥감을 쫓는 표범과 같았다.
50미터 전방, 나무 뒤에서 망원 렌즈를 장착한 카메라를 든 남자가 보였다. 그는 승우와 아이들을 조준하고 있었다. 카메라 셔터 소리가 들리기 직전, 이슬의 손이 남자의 입을 막고 목덜미를 눌렀다.
"누구냐. 누가 보냈지?"
이슬의 목소리는 낮고 서늘했다. 남자는 당황해 발버둥 쳤지만, 특전사 상사의 악력을 벗어날 수는 없었다. 이슬은 남자의 주머니를 뒤져 신분증을 확인했다. 블랙 코퍼레이션 소속의 정보원 연수증이 나왔다.
"질문은 한 번뿐이다. 상부에 보고했나?"
"아, 아직... 이제 막 도착해서..."
"다행이군. 수고했다. 하지만 오늘 네 임무는 여기서 종료다."
이슬은 남자의 관자놀이를 가볍게 쳐 기절시킨 뒤, 그의 카메라 메모리 카드를 빼냈다. 그리고 미리 준비해둔 정보사 연락망을 통해 남자의 위치를 전송했다. 이 모든 과정에 걸린 시간은 단 2분이었다.
숲을 빠져나온 이슬은 다시 '보모'의 얼굴로 돌아와 돗자리로 향했다. 승우는 아이들과 함께 비눗방울 놀이를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햇살 아래 빛나는 비눗방울 사이로 승우가 이슬을 발견하고 손을 흔들었다.
"이슬 씨! 이쪽이에요! 서아가 이슬 씨 주려고 꽃반지 만들었어요!"
서아가 달려와 이슬의 손가락에 서투르게 엮은 토끼풀 반지를 끼워주었다. 이슬은 그 작고 따뜻한 손길에 잠시 멈칫했다. 사람을 죽이는 법만 배우며 살아온 그녀의 손에, 누군가에 주기 위해 만든 꽃반지가 끼워진 순간이었다.
'내가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거지.'
이슬은 자조적인 미소를 지었지만, 반지를 낀 손을 꽉 쥐었다. 국가의 명령 때문이 아니었다. 이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그리고 자신을 보며 안도감을 느끼는 저 남자의 평화를 깨뜨리고 싶지 않았다.
소풍을 마치고 돌아오는 차 안에서 아이들은 곤히 잠들었다. 조용한 차 안, 승우가 운전대를 잡은 채 나직하게 입을 열었다.
"이슬 씨, 아까 숲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요? 옷에 나뭇잎이 붙어 있네요."
승우가 신호 대기 중에 손을 뻗어 이슬의 어깨에 붙은 잎사귀를 떼어주었다. 손가락 끝이 이슬의 어깨에 살짝 닿았다. 이슬은 반사적으로 몸을 피하지 않았다. 대신 승우의 눈을 가만히 응시했다.
"그냥, 예쁜 꽃이 있나 찾아봤습니다.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어서요."
"거짓말 못 하네요, 이슬 씨는 눈이 너무 정직해요."
승우가 부드럽게 웃었다. 이슬은 속으로 뜨끔했다. 정직하다니. 자신은 이 집안의 모든 것을 속이고 있는 위장 전입자였다. 하지만 승우의 눈에는 그녀가 세상에서 가장 믿음직한 수호자로 비치고 있었다.
저녁이 되고 아이들을 모두 재운 뒤, 승우는 서재로 이슬을 불렀다. 그는 서랍에서 정교하게 세공된 금속 열쇠 하나를 꺼내 이슬에게 건넸다.
"이건 우리 집 마스터키입니다. 그리고 이건... 제 개인 금고와 서재 보안 장치를 해제할 수 있는 권한이에요."
이슬은 깜짝 놀라 열쇠를 바라보았다. 이것은 단순한 열쇠가 아니었다. 차승우라는 남자가 가진 모든 비밀과 안전을 그녀에게 온전히 맡기겠다는 선언이었다.
"이런 걸 제게 주셔도 됩니까? 저는 그저 보모일 뿐인데요."
"아니요. 당신은 이제 우리 가족의 일원입니다. 당신이 있으면 내가, 그리고 우리 아이들이 안전할 거라는 확신이 들어요. 이유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당신은 절대 우릴 배신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승우의 신뢰는 단단하고 무거웠다. 이슬은 열쇠를 받아 쥐었다. 금속의 차가운 감촉이 손바닥을 파고들었지만, 마음 한구석은 뜨거워졌다. 그녀는 이제 상부의 지시 때문이 아니라, 자신의 의지로 이 남자를 지키고 싶다는 욕망을 느꼈다.
"실망하게 해드리지 않겠습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요."
이슬의 대답은 군인으로서의 선서보다 훨씬 비장했다. 승우는 만족스러운 듯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어깨를 가볍게 쥐었다가 놓았다.
두 사람 사이의 공기가 묘하게 달라지고 있었다. 보모와 고용주라는 선을 넘어, 서로의 삶에 깊숙이 관여하기 시작한 감정의 싹이 움트고 있었다.
승우는 손으로 이마를 짚었다. 기가 막혀서 말이 나오지 않는 듯했다. 평생 전장에서 살상 무기와 전투 기술만을 익혀온 전직 특전사 상사에게 '태교'라는 개념은 일반적인 요가나 음악 감상이 아니었던 것이다.승우는 무릎을 굴려 소파에 앉은 이슬의 눈높이를 맞추었다. 그리고 그녀의 두 손을 꼭 감싸 잡았다. 그의 깊은 눈동자 속에는 이슬을 향한 감출 수 없는 열망과 오한이 들 정도의 과보호가 넘쳐흐르고 있었다."이슬 씨, 잘 들으세요. 당신은 더 이상 707 특수임무단 상사가 아닙니다. 에이전트 실드의 총괄 안보 이사이자, 내 약혼녀이며, 내 아이의 엄마입니다.""알고 있습니다, 승우 씨.""앞으로 당신이 할 수 있는 운동은 내 손을 잡고 저택 정원을 아주 천천히 거니는 것뿐입니다. 턱걸이, 푸쉬업, 전술 구보 따위는 내 눈에 흙이 들어가지 전까진 절대 불가능합니다. 내 말 알아들었습니까?"승우의 단호하고 진실된 과보호에 이슬은 가슴 한구석이 간지러운 듯 부풀어 올랐다. 이 남자에게 자신은 그 어떤 장갑차나 탄환보다 소중한 존재였다. 이슬은 가만히 손을 뻗어 승우의 단단한 턱선과 뺨을 쓸어내렸다."알겠습니다, 승우 씨. 당신이 그렇게 불안해하면 앞으로 철봉은 안 할게요.""약속하는 겁니다. 만약 한 번만 더 철봉에 매달려 있는 걸 내가 발견하면... 내가 당신을 하루 종일 침대 밖으로 안 내보낼 테니까요."승우의 거침없고 달콤한 협박에 이슬의 뺨이 발갛게 물들었다. 승우는 이슬의 입술에 깊고 다정하게 입을 맞춘 뒤, 그녀를 다시 공주님 안기로 안아 들고
승우의 단호하고 진실된 선언에 웨딩 팀 직원들조차 부러움 어린 탄성을 터뜨렸다.서로의 검과 방패가 되어준 두 사람의 사랑은 마침내 세 아이와 새로 찾아온 기적 같은 아기,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찬란한 결혼식을 향해 완벽하고 아름다운 결실을 맺어가고 있었다.햇살이 화사하게 내리쬐는 회의실 안에서 두 사람의 반지가 영원히 시들지 않을 사랑의 빛을 발하고 있었다.새벽을 비추는 은은한 아침 햇살이 저택 마스터 베드룸의 창가를 부드럽게 밝히고 있었다.시트 위로 부서지는 햇빛 속에서 승우는 눈을 떴다. 매일 아침 눈을 뜰 때마다 품 안을 가득 채우던 이슬의 따뜻하고 정갈한 체온이 느껴져야 할 자리였다. 그러나 손을 뻗은 곳에는 차가운 빈 침대 시트만이 매끄럽게 만져질 뿐이었다."이슬 씨?"승우의 깊은 눈동자가 순간적으로 서늘하게 식어 내렸다.불과 얼마 전까지 스위스 제네바와 서울을 넘나들며 사선을 헤맸던 기억이 뇌리를 스쳤다.적들은 모두 소탕되었고 국방부 훈장 수여식까지 무사히 마쳤건만, 이슬이 눈앞에서 사라졌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남자의 이성은 순식간에 마비될 듯한 긴장감에 휩싸였다.승우는 실크 로브를 대충 걸쳐 매고 서둘러 침실 문을 열고 나섰다."이슬 씨! 어디 있습니까?"승우의 높고 나직한 음성이 복도를 울렸다. 2층 복도를 지나 1층 거실로 내려오자, 마당 쪽으로 연결된 프라이빗 전술 훈련실 문이 살짝 열려 있
승우는 이슬의 어깨 위에 턱을 괴고, 그녀의 왼손을 가져가 왼손 약지에서 반짝이는 다이아몬드 반지를 가만히 어루만졌다."오늘 하루 피곤하진 않았습니까?"승우의 낮고 깊은 음성이 이슬의 귓가를 울렸다."전혀요, 승우 씨. 아이들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가슴이 너무 가득 차올라서 피곤할 겨를이 없었어요."이슬이 고개를 돌려 남자를 마주 보자, 승우는 이슬의 매끄러운 턱끝을 부드럽게 감싸 잡았다. 그의 깊고 어두운 눈동자에는 이슬을 향한 감출 수 없는 지독한 애정과 소유욕이 거세게 일렁이고 있었다."아이들도 중요하지만, 내게는 당신의 건강과 마음이 언제나 1순위입니다."승우는 이슬의 안경을 조심스럽게 벗겨 협탁 위에 내려놓았다. 안경이 사라지자 맑고 깊은 그녀의 눈동자가 달빛을 받아 투명하게 드러났다.승우는 이슬의 몸을 자신 쪽으로 부드럽게 돌려세우고, 그대로 그녀의 입술을 깊고 뜨겁게 덮쳐왔다.달콤하면서도 짙은 열정이 담긴 키스가 이어졌다. 승우의 커다란 두 손이 이슬의 허리와 목덜미를 꼭 감싸 안아 자신의 품으로 밀착시켰고, 이슬 역시 남자의 넓은 어깨를 끌어안으며 그의 깊은 숨결을 받아냈다.아이가 생겼다는 기쁨과 서로를 향한 절절한 사랑이 두 사람의 숨결 속에서 온전히 녹아내려 갔다. 승우의 손길이 이슬의 허리선을 따라 부드럽게 쓸어내려갈 때마다 전신으로 미세한 전율이 흘렀다.입술이 떨어진 후, 승우는 이슬의 아랫배 위에 가만히 손을 올리고 그녀의 이마에 정성스럽게 입을
오후 6시, 저택으로 돌아오는 검은색 마이바흐 세단 안은 묘한 신선함과 다정한 온기로 가득 차 있었다.승우는 세단 뒷좌석에서 단 한 순간도 이슬의 손을 놓지 않았다. 그는 한 손으로 이슬의 오른손을 잡고, 다른 한 손으로는 이슬의 아랫배 위에 자신의 커다란 손바닥을 살포시 얹어 두고 있었다.남자의 커다란 손길에서 전해지는 따뜻한 온기가 이슬의 복부를 온화하게 덥혀주었다."아이에게 벌써 이야기라도 하고 계신 겁니까?"이슬이 소곤거리자 승우는 깊은 눈동자로 이슬을 바라보며 나직하게 속삭였다."내 아이에게 미리 경고하고 있는 겁니다. 엄마를 너무 힘들게 하거나 아프게 하면, 아무리 내 자식이라도 그냥 두지 않겠다고요.""승우 씨도 참... 태어나지도 않은 아이한테 질투를 하시는 건 아니겠죠?""질투가 맞습니다. 당신의 온 신경이 나 대신 그 작은 아이에게로 쏠릴까 봐 벌써부터 불안하니까요."승우의 솔직한 고백에 이슬의 뺨이 발갛게 물들었다. 승우는 이슬의 붉어진 귓볼을 살짝 깨물며 그녀를 자신의 품 안으로 더욱 깊숙이 끌어당겼다. 남자의 단단한 품 안에서 이슬은 세단이 저택 정문으로 진입하는 것을 가만히 지켜보았다.저택 문이 열리고 세단이 잔디 마당에 정차하자, 거실 문이 벌컥 열리며 세 아이와 올빼미가 마당으로 뛰어 나왔다."엄마! 아빠! 병원 잘 다녀왔어? 엄마 어디 많이 아파?"첫째 민준이가 어두워진 얼굴로 이슬의 차 문을 열며 걱
"이슬 씨."침대 곁에 무릎을 꿇고 앉아 있던 승우가 나직하게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차콜 그레이 슈트의 넥타이를 풀어 헤친 남자의 조각 같은 얼굴에는 평소의 서늘하고 오만한 지성 대신, 평생 단 한 번도 보인 적 없는 깊은 울컥함과 감격이 가득 차 있었다.승우는 이슬의 왼손을 가져가, 그녀의 왼손 약지에서 영롱하게 빛나는 다이아몬드 약혼반지 위에 정성스럽게 입을 맞추었다. 그의 뜨거운 입술이 반지를 거쳐 그녀의 피부로 전해질 때마다 이슬의 심장이 미친 듯이 요동쳤다."손가락 하나도 함부로 움직이지 마십시오."승우의 낮게 잠긴 목소리가 이슬의 귓가를 울렸다. 그의 커다란 두 손이 이슬의 마른 손을 세상에서 가장 귀하고 약한 보석을 다루듯 조심스럽게 감싸 쥐었다."당신과 우리 아이에게 작은 부담이라도 가해지는 것은 내 영혼이 용납하지 않을 겁니다. 앞으로 회사의 모든 업무와 저택의 일들은 내가 완벽하게 통제할 테니, 당신은 그저 내 품 안에서 쉬기만 하세요.""승우 씨, 저 이제 막 6주 차예요."이슬이 안경 너머의 눈동자를 반짝이며 작게 미소를 지었다."전투를 치르던 때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닙니다. 아까는 갑자기 혈당이 떨어져서 순간적으로 어지러웠던 것뿐이에요. 제 몸은 최정예 특전사 기준으로 건강하니까 너무 유난 떨지 마세요.""유난이 아닙니다."승우가 단호하게 이슬의 말을 끊었다. 그의 깊은 눈동자에 사나울 정도로 지독한 소유욕과 보호 본능이 짙게 일렁이
"만약 이슬 씨에게 작은 이상이라도 있다면... 이 병원 전체를 매장시켜 버리겠다."승우의 서늘한 중얼거림이 복도를 얼려버릴 듯했다.그때, VIP 전용 진료실의 문이 열리고 원장 겸 수석 주치의가 밝은 표정으로 걸어 나왔다.승우가 번개처럼 원장의 옷깃을 잡아채려 하자, 원장은 황급히 손사래를 치며 기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차 대표님! 정밀 검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강 이사님의 몸에는 그 어떤 이상이나 질병도 없습니다!""그럼 왜 비틀거린 겁니까!"승우가 소리치자, 원장은 허허 웃으며 차트를 승우에게 보여주었다."축하드립니다, 차 대표님. 강이슬 이사님께서... 현재 임신 6주 차이십니다. 새로운 생명이 건강하게 자리를 잡으면서 일시적인 아침 입덧과 어지럼증이 나타난 것입니다!""임... 신?"승우의 굳어있던 얼굴이 순간적으로 정지했다.그 천재적인 머릿속이 단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거대한 충격과 감격으로 정지해 버린 것 같았다."임신이라니... 내 아이가... 이슬 씨의 몸 안에 있단 말인가?"승우의 목소리가 미세하게 떨렸다.원장이 고개를 끄덕이자, 승우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멍하니 서 있다가, 번개처럼 진료실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진료실 안, 이슬은 침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