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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82화

Author: 풍월
초봄의 바람에는 제법 온기가 묻어 있었다.

진이화는 아직 쌀쌀한 날씨를 의식한 듯 두툼한 옷을 입고 차에 짐을 싣고 있었다. 그러다 곁눈질로 송지아를 발견하고는 뜻밖이라는 표정을 지었다.

두 사람은 멀찍이서 예의 바르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나눴다. 진이화가 먼저 옅은 미소를 보냈다.

십여 분 뒤, 두 사람은 병원 근처의 한 찻집에 마주 앉아 있었다.

송지아는 장미차를 주문하고, 종업원에게 진이화가 마실 대추차도 한 잔 부탁했다. 따뜻한 김이 피어오르는 찻잔을 두 손으로 감싼 진이화가 조용히 웃었다.

“저, 외국으로 나가려고요.”

“언제 떠나세요?”

“다음 주에요.”

송지아는 별다른 말을 덧붙이지 않고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진이화는 찻잔에서 피어오르는 수증기를 잠시 바라보다가 담담하게 말했다.

“아이도 잃었어요.”

송지아는 이미 소식을 전해 들은 터라 크게 놀라지 않았다.

하지만 뒤이어 나온 말에는 저도 모르게 눈을 크게 떴다.

“그 아이, 설도윤 어머니 때문에 잘못된 게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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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혼 후 시작된 그의 집착   제1185화

    송지아는 입술을 꾹 다물었다가 물었다.“요리도 할 줄 모르면서 왜 갑자기 배우려는 거야?”“여자의 마음을 사로잡으려면 먼저 입맛부터 사로잡아야 한다잖아.”송지아는 피식 웃었다.“그럼 일단 나부터 내려 줘.”“싫어.”허경빈은 뻔뻔하게 버텼다. 이렇게 작정하고 막무가내로 나오면 송지아로서도 그를 당해 낼 방법이 없었다.그녀는 대리석의 차가운 기운을 피해 엉덩이를 조금 움직이며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차가워.”“어디가 차가운데?”허경빈이 짓궂게 되물으며 얼굴을 가까이했다.거리가 좁혀지자 서로의 체온과 향이 한데 뒤섞이는 듯했다. 흐트러진 그의 숨결이 송지아의 얼굴 위로 뜨겁게 쏟아졌다.거칠고, 다급하고, 열에 들뜬 숨이었다.송지아가 다시 입을 열려던 순간, 허경빈은 고개를 기울여 그녀의 입술을 막았다.숨을 빼앗듯 깊이 입 맞춘 그는 자연스럽게 몸을 밀착했다. 이제 입맞춤에 제법 익숙해진 허경빈은 망설임이 없었다. 뜨거운 입술이 끈질기게 얽혀 들며 키스는 점차 깊어졌다.입술에서 시작된 열기가 서서히 온몸으로 번졌다. 차가운 식탁 위에 앉아 있는데도 송지아의 몸은 뜨겁게 달아올랐다.간신히 입술을 뗀 송지아가 가쁜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이제 내려 줘. 식탁 위에 앉아 있으니 불편해.”“안 돼.”“계속 이러면 물어 버릴 거야.”“물어.”허경빈은 오히려 입술을 가까이 내밀었다.“마음껏 물라고 이렇게 찾아왔잖아.”말을 마친 그가 또다시 그녀의 입술을 삼켰다.정말 낯짝도 두꺼운 사람이었다!달콤한 숨결이 어지럽게 뒤엉키자 머리끝까지 저릿한 감각이 번졌다. 송지아는 그를 밀어내려 했지만 점점 힘이 빠졌다.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한 채 그의 품 안에서 축 늘어지자, 손가락은 무의식적으로 허경빈의 옷자락을 꽉 움켜쥐었다.정신마저 아득해지던 그때, 뜨거운 손 하나가 그녀의 옷자락 안으로 파고들었다.허경빈의 손은 거칠지 않았다. 다만 손끝이 유난히 뜨거웠다. 그 열기가 부드러운 피부 위를 스쳐 지나가자 송지아의 입술 사이로 자신도 모르

  • 파혼 후 시작된 그의 집착   제1184화

    설도윤의 어머니는 모든 책임을 송지아에게 돌리며 입에 담기 힘든 욕설을 쉴 새 없이 퍼부었다.더는 듣고 있을 수 없었던 설조경은 자리에서 일어나 집을 나가려 했다.“조경 씨, 이 늦은 시간에 어디 가려고요?”설조경은 지끈거리는 관자놀이를 누르며 대답했다.“회사에 가.”“우리 회사에 문제가 생긴 건 분명 송씨 집안 때문이에요. 그 계집애, 겉으로는 교양 있고 점잖아 보이더니 이렇게 음흉하고 악독한 줄 누가 알았겠어요…”“입 다물어!”설조경이 이를 악물고 소리쳤다.“누가 멋대로 송지아를 찾아가라고 했어? 설령 송씨 집안이 우리 회사를 건드린 거라고 해도, 원인을 만든 사람은 당신이야.”“하나뿐인 아들이 잡혀갔는데 당신은 구해 낼 능력도 없잖아요! 그러니까 내가 여기저기 찾아다니며 빌 수밖에 없었던 거 아니에요? 그런데도 나를 탓해요?”부부의 말다툼은 갈수록 격해지더니 급기야 몸싸움으로 번졌다.설도윤의 어머니는 조금 전 진이화에게 뺨을 두 차례나 맞은 데 이어 남편에게 떠밀려 바닥에 넘어졌다.그녀는 자신을 내버려 두고 성큼성큼 떠나는 남편의 뒷모습을 바라보다 분을 참지 못하고 울부짖었다. 곧이어 손에 잡히는 대로 거실의 장식품을 집어 던지기 시작했다.쨍그랑!값비싼 장식품들이 바닥에 떨어져 산산조각 났다. 가사도우미들은 한쪽 구석에 몸을 웅크린 채 감히 입도 열지 못했다.“송지아, 네가 감히 사람을 이렇게까지 몰아붙여!”설도윤의 어머니는 분노로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그녀는 몇 년 전 자궁근종으로 자궁을 적출했다. 그렇기에 평생 얻은 자식은 설도윤 하나뿐이었다.하나뿐인 아들이 감옥에 가는 모습을 절대로 두고 볼 수 없었다.만약 송지아의 약점을 찾아 그것으로 협박할 수만 있다면, 아들을 구해 내는 것은 물론 위기에 빠진 회사까지 살릴 수 있을 터였다.그때가 되면 아들도 집으로 돌아오고, 틀어진 남편과의 관계도 다시 예전처럼 회복될 것이다.그녀의 눈에 어두운 집념이 서렸다.*같은 시각, 허경빈의 아파트.송지아는 그의 컴퓨터를 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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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경빈은 송지아에게 줄 밀크폼 우롱차를 한 잔 사 왔다. 유주만의 몫으로는 홍차도 따로 준비했다.홍차를 받아 든 유주만은 연신 혀를 차며 그를 놀렸다.“나한테 차까지 사다 주다니. 송씨 집안 아가씨 덕분에 내가 이런 호사도 다 누리는구나.”“선생님…”허경빈은 얼른 유주만의 뒤로 돌아가 어깨를 주물렀다.“선생님께서 좋아하시면 제가 매일 사다 드릴게요.”“갑자기 이렇게 잘해 주니 오히려 무서운데?”유주만은 웃으며 송지아의 건강검진 결과지를 한 장씩 살펴보았다. 다행히 특별한 이상은 발견되지 않았다.두 사람이 병원을 나와 차에 오른 뒤에야 송지아는 음료의 뚜껑을 열었다.차 위에는 부드럽고 촘촘한 밀크폼이 두툼하게 얹혀 있었다. 뚜껑을 여는 순간 달콤하고 진한 우유 향이 차 안으로 은은하게 번졌다.송지아는 컵을 입가로 가져가 한 모금 마셨다.새하얀 밀크폼이 입가에 살짝 묻었다. 붉고 촉촉한 입술 위에 내려앉은 흰 자국이 묘하게 시선을 끌었다.허경빈은 그런 그녀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눈빛이 서서히 짙어지고, 도드라진 목울대가 느리게 위아래로 움직였다.입술에 무언가 묻은 것을 느낀 송지아가 본능적으로 혀끝을 내밀어 밀크폼을 조금 핥아 냈다.그러다 곁눈질로 자신을 빤히 바라보는 허경빈을 발견했다.“뭘 그렇게 봐?”“입술에 아직 밀크폼 묻었어.”“그래?”송지아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허경빈이 말했다.“내가 닦아 줄게.”송지아는 그가 휴지로 닦아 주려는 줄 알고 별생각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러나 허경빈은 휴지를 찾는 대신 그녀 쪽으로 몸을 기울였다.곧이어 따뜻한 입술이 맞닿았다.두 사람 모두 연애 경험이 풍부한 편은 아니었다. 그런데도 허경빈은 마치 사냥감을 다루는 법을 잘 아는 노련한 사냥꾼처럼 능숙했다.그는 일부러 사람의 마음을 달아오르게 하듯, 송지아의 입술에 남은 밀크폼을 조금씩 천천히 핥아 냈다.달콤한 우유 향이 맞닿은 입술과 뒤섞인 숨결 사이에서 사르르 녹아내렸다.한참 뒤 입맞춤이 끝났을 때, 송지아는 겨우 살아난 사

  • 파혼 후 시작된 그의 집착   제1182화

    초봄의 바람에는 제법 온기가 묻어 있었다.진이화는 아직 쌀쌀한 날씨를 의식한 듯 두툼한 옷을 입고 차에 짐을 싣고 있었다. 그러다 곁눈질로 송지아를 발견하고는 뜻밖이라는 표정을 지었다.두 사람은 멀찍이서 예의 바르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나눴다. 진이화가 먼저 옅은 미소를 보냈다.십여 분 뒤, 두 사람은 병원 근처의 한 찻집에 마주 앉아 있었다.송지아는 장미차를 주문하고, 종업원에게 진이화가 마실 대추차도 한 잔 부탁했다. 따뜻한 김이 피어오르는 찻잔을 두 손으로 감싼 진이화가 조용히 웃었다.“저, 외국으로 나가려고요.”“언제 떠나세요?”“다음 주에요.”송지아는 별다른 말을 덧붙이지 않고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진이화는 찻잔에서 피어오르는 수증기를 잠시 바라보다가 담담하게 말했다.“아이도 잃었어요.”송지아는 이미 소식을 전해 들은 터라 크게 놀라지 않았다.하지만 뒤이어 나온 말에는 저도 모르게 눈을 크게 떴다.“그 아이, 설도윤 어머니 때문에 잘못된 게 아니에요.”진이화는 여전히 평온한 목소리로 덧붙였다.“제가 낳고 싶지 않았어요.”송지아는 놀란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진이화는 한 손으로 턱을 괸 채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초봄의 햇살이 유리창 너머로 희미하게 번져 그녀의 옆얼굴에 내려앉았다.“예전에는 설도윤을 정말 사랑했어요. 사랑에 눈이 멀었다고 해야 하나. 그 사람을 위해서라면 제 자신까지 버릴 수 있다고 생각했죠.”그녀의 입가에 씁쓸한 미소가 스쳤다.“하지만 지금은 사랑하지 않아요. 오히려 미워해요. 그런데 제가 왜 그 사람의 아이를 낳아 줘야 하죠?”송지아는 영리한 사람이었다. 그 말만으로도 진이화가 무슨 계획을 세웠는지 곧바로 이해했다.진이화가 설도윤과 혼인신고를 하고 설씨 집안에서 결혼 예물과 부동산을 받아 낸 것은 처음부터 아이를 이용해 돈을 챙기기 위해서였다.이제 설도윤은 구속되었고 아이도 사라졌다. 진이화에게는 이혼 소송을 제기할 충분한 명분이 생겼다. 설씨 집안이 뒤늦게 자신들이 속았다는 사실을 알

  • 파혼 후 시작된 그의 집착   제1181화

    송씨 집안 운전기사는 허경빈의 품에 안겨 나오는 송지아를 보며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대체 무슨 일이지?연애를 시작하더니 우리 아가씨는 이제 걷는 법까지 잊은 건가?송지아를 차에 태워 보낸 허경빈은 송씨 집안의 차가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그 자리에 서 있었다.그러고는 곧장 방주헌에게 전화를 걸어 한바탕 욕을 퍼부었다.사정을 전해 들은 방주헌은 침대 위를 구르며 배가 아플 정도로 웃어 댔다.“그걸 계속 주머니에 넣고 다니다가 지아 앞에서 떨어뜨렸다고? 너 때문에 웃겨 죽겠다. 머리에 돼지 뇌라도 들었냐?”“웃음이 나와? 그때는 쪽팔려서 그대로 땅속에 처박히고 싶었다고!”“경빈아, 앞으로 콘돔은 형이 전부 책임질게. 다 쓰면 언제든 말해. 나는 하룻밤에도 한 상자는 쓰니까.”“계속해 봐. 어디까지 허풍을 떠나 조용히 들어 줄 테니까.”두 사람은 한동안 실없는 농담을 주고받았다.통화를 마친 허경빈은 문득 설도윤의 어머니가 송지아의 차를 막아섰던 일을 떠올렸다. 송지아는 별일 아니라는 듯 말했지만, 허경빈이 보기에는 설씨 집안의 행동이 도를 넘어도 한참 넘었다.그는 곧바로 비서에게 전화해 설씨 집안의 사업에 적당히 제동을 걸라고 지시했다.사업판에서 작정하고 누군가를 괴롭히려 들면 방법은 얼마든지 있었다.*송지아가 집에 도착했을 때도 송현근은 아직 잠들지 않고 거실 소파에 앉아 텔레비전을 보고 있었다.“아빠, 아직 안 주무셨어요?”송현근은 눈길만 슬쩍 돌려 딸을 바라보았다.“저녁에는 뭐 먹었어?”“샤브샤브요.”“매운 걸로?”“반반이요 매운 것도 조금 먹었고.”송현근의 시선이 딸의 입술에 머물렀다.“어쩐지. 얼마나 매운 걸 먹었으면 입술이 다 부었냐?”송지아는 허경빈과 사귀기 시작한 뒤로 아버지가 부쩍 빈정거리는 말을 자주 한다고 느꼈다.그녀가 아버지 곁에 바짝 붙어 앉자, 송현근은 딸에게서 풍기는 희미한 약 냄새를 맡았다.“약 발랐어? 어디 다쳤어?”“아무것도 아니에요.”하지만 송현근도 바보는 아니었다. 게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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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밖에서는 거센 바람이 유리창을 스치며 잘게 부서지는 소리를 냈다.그러나 실내의 공기는 전혀 다른 의미로 얼어붙어 있었다. 두 사람은 여전히 서로 밀착된 야릇한 자세였지만, 조금 전까지 뜨겁게 달아올랐던 분위기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난감한 정적만 흘렀다.“지아야, 이건 내가 설명할 수 있어…”허경빈은 다급히 발을 뻗어 콘돔 두 상자를 맞은편 소파 밑으로 걷어차 버렸다.너무 긴장한 나머지 혀까지 꼬일 지경이었다.두 사람은 이제 막 사귀기 시작했다. 이대로 송지아가 자신을 음란한 생각만 가득한 변태, 오로지 그녀의 몸만 탐내는 불한당으로 오해하기라도 한다면 입이 열 개라도 해명할 길이 없었다.“일단 좀 일어나. 무거워.”허경빈의 몸 절반이 송지아를 짓누르고 있어 숨쉬기조차 힘들었다.더구나 그의 한 손은 바짓단 안으로 미끄러져 들어와 있었다. 뜨거운 손바닥이 맨살에 닿아 허벅지를 달구자, 낯설고도 미묘한 감정이 밀려들어 송지아의 마음을 어지럽혔다.허경빈이 몸을 비켜 주자 송지아는 서둘러 상체를 일으켰다. 흐트러진 호흡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뺨은 발갛게 달아올라 있었고, 입술은 입맞춤 탓에 살짝 부어 있었다. 머리카락은 헝클어지고 옷매무새도 여기저기 흐트러져 있었다.누가 보아도 실컷 괴롭힘을 당한 사람처럼 보였다.허경빈도 자신이 조금 지나쳤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조금 전에는 뜨거운 열기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라, 그녀를 그대로 한입 한입 모조리 삼켜 버리고 싶었다!“뒤돌아 있어. 절대 돌아보지 말고.”허경빈은 군말 없이 등을 돌렸다. 그사이 송지아는 흐트러진 옷자락을 끌어 내리고 옷매무새를 정돈했다.허경빈은 이를 악물고 속으로 방주헌을 저주했다.방주헌, 이 망할…!“여기 잠깐 앉아 있어. 나 화장실 좀 다녀올게.”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허경빈은 화장실로 달려갔다. 잠시 뒤 안쪽에서 쏴아 하는 물소리가 길게 이어졌다.그 소리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짐작한 송지아의 얼굴이 또다시 붉어졌다.한참 뒤 허경빈이 화장실에서 나왔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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