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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Author: 풍월
호텔방에 들어선 남자는 그녀를 벽에 몰아붙였다.

허리의 벨트 버클이 그녀의 아랫배에 닿아, 서늘한 촉감이 심장을 파고들었다.

남자의 거친 숨결이 그녀의 귓가에 뜨겁게 흩어젔다.

“도와줘.”

방 안의 불은 켜지지 않은 상태였다.

서은주는 떨리는 손으로 조심스레 그의 벨트 버클을 더듬었다.

하지만 그녀는 경험도 없었고, 취기마저 올라 머리가 어지럽기도 했기에 움직임마저도 둔했다.

아무리 해도 풀리지 않자, 그녀가 고개를 들어 남자를 바라보며 도움을 청했다.

“안 돼요.”

투정 섞인 그녀의 목소리는 심장을 간질이는 것 같았다.

남자는 낮게 웃음을 터뜨렸다.

“그럼, 내가 가르쳐주지.”

그 한마디에, 저도 모르게 열기가 번졌다.

하지만 그의 손이 그녀의 손을 포갠 순간, 남자는 그대로 멈췄다.

“응…? 왜 그래요?”

서은주는 달아오른 얼굴로 그를 올려다보았고 남자는 그녀의 손을 천천히 쓸어내렸다.

오른손 중지에 끼워진 반지에 남자는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

“애인이 있었네?”

“…네.”

“잠깐 재미라도 보려는 건가?”

그가 한쪽 눈썹을 치켜올리며 그녀를 응시했다.

“문제 있나요?”

서은주는 낮게 웃음을 뱉으며 태연하게 되물었다.

진백현이 그녀 몰래 육가희와 얽혀 있는 마당에 그녀라고 그를 위해 순결을 지킬 필요는 없었다.

그의 시선이 날카롭게 바뀌었다.

남자는 그녀를 벽 쪽으로 밀어붙였다.

좀전의 뜨거움은 사라지고 차갑고 날 선 공기만이 남았다.

“약혼자가 있으면서 날 건드리려 했다? 감당할 수 없을 테니 이쯤에서 그만두지.”

“해보지도 않고 어떻게 감당할 수 없다고 단정 짓죠?”

그녀는 너무나도 노골적으로 도발하고 있었다.

마치 오히려 그에게 겁먹은 것은 아닌지 되묻는 것 같았다.

단지 하룻밤 스쳐 가는 인연이라면 서로 즐기고 끝내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임자가 있는 여자는 절대 건드리지 않았다.

귀찮은 일이 생기기라도 하면 골치만 아팠기 때문이다.

그런데 바로 그때 “철컥-” 벨트가 풀렸다.

그녀는 벨트를 끌어 내리며 그를 올려다봤다.

촉촉하게 젖은 눈망울로 그를 지그시 응시 중이었다.

이는 명백한 유혹이었다.

이렇게 된 마당에 그도 굳이 마다할 이유는 없었다.

그녀를 그대로 번쩍 들어 올려 침대에 눕혔다.

그녀의 입술은 뜨거웠지만 움직임은 서툴렀다.

취기 때문에 대담해졌다지만 긴장한 탓에 잔뜩 굳은 그녀는 남자의 셔츠 깃을 꼭 움켜쥐고 입술을 깨문 채, 금방이라도 부서질 듯 몸을 떨고 있었다.

남자는 손을 뻗어, 그녀를 쓰다듬으며 조용히 달랬다.

“억지로 참지 말고, 마음껏 느껴도 돼.”

마치 마른 장작에 불꽃이 튄 듯, 걷잡을 수 없이 번져갔다.

어둠이 짙게 깔린 방안으로 스며든 달빛만이 두 사람의 움직임을 조용히 비추었고 억눌린 숨결이 서로 어지럽게 뒤엉켰다.

남자는 몸을 일으켜 그녀의 몸에 흩뿌려진 자신의 흔적을 조심스럽게 닦아주었다.

그러다 침대 시트 위 붉은 자국에 시선이 닿게 되었고, 남자의 미간이 깊게 구겨졌다.

임자 있는 여자, 처녀 모두 건드리지 않는 것이 그의 철칙이었다.

그것은 괜히 얽히기 싫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늘 밤 연달아 깨진 것이다.

달빛을 빌어 담배를 꺼내 든 남자는 이미 곤히 잠들어 버린 그녀를 조용히 바라보고 있었다.

맑고 깨끗한 피부에 도톰한 입술, 원피스에 감춰진 잘록한 허리, 위험한 곡선들까지 그의 취향, 그 자체였다.

가끔은, 예외도 있을 수 있었다.

**

다음 날 아침.

눈을 뜬 서은주는 온몸이 욱신거렸고 묵직한 두통마저 몰려왔다.

그리고 밀려드는, 어젯밤의 기억들.

낯설면서도 절제된 아우라를 풍기는 한 남자의 얼굴, 그녀는 어젯밤, 정말로 낯선 남자와 관계를 맺고 말았다.

그녀는 의사였기에 몸이 느끼는 감각만으로도 충분히 알 수 있었기에 다른 증거는 필요하지 않았다.

찢긴 원피스만으로도 어젯밤이 얼마나 격렬했는지를 증명하고 있었다.

하지만 남자는 이미 흔적도 없이 사라진 뒤였다.

밤새 서로를 집어삼킬 듯 탐했었는데 말이다.

숨을 깊게 들이마신 서은주는 침대 머리맡에서 가지런히 놓인 새 옷과 속옷, 수표 한 장과 피임약 한 통을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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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혼 후 시작된 그의 집착   제2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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