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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Author: 풍월
간단히 샤워를 마친 서은주는 새 옷으로 갈아입은 뒤 피임약을 삼켰다.

그때 수표가 다시 시야에 잡혔지만, 그녀는 그저 무심하게 주머니에 넣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서은주는 과장에게 전화를 걸어 병가를 냈다.

오늘은 병원에 갈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집에 도착해 문을 연 순간, 무언가 시야를 가로질렀고 반응할 틈도 없이 “짝-!”소리와 함께 왼쪽 뺨에 통증이 퍼졌다.

“진우 씨, 애한테 왜 손을 대고 그래요!”

이순옥은 급히 다가와 서진우를 말렸다.

그러자 서진우는 비웃듯 코웃음을 쳤다.

“백현과의 약혼은 네가 원해서 한 거잖아. 20년 넘게 키워줬더니 이제 내 허락도 없이 파혼하겠다? 제법 날개가 단단해졌구나!”

“삼촌, 저… 그 사람과 결혼하고 싶지 않아요.”

서은주는 고개를 들고 그의 시선을 정면으로 받았다.

“ 네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우리가 거둬주지 않았다면, 네가 지금처럼 살 수 있었겠어?그 애가 용서하지 않으면 이 집에 다시는 들어올 생각도 하지 마라!”

말을 끝낸 서진우는 홱 돌아서서 나가버렸다.

서은주는 원래 피부가 희고 예민한 편이라 볼이 금세 벌겋게 부어올랐다.

이순옥은 얼음팩을 수건에 감싸 그녀의 얼굴에 대며 말했다.

“은주야, 삼촌도 괜히 그런 게 아니야. 회사 사정이 안 좋아서… 오늘 아침에 백현이 쪽에서 전화가 왔거든. 파혼하면 투자금 회수하겠다더라. 요즘 회사가 버티는 것도 그 덕이고…외숙모를 봐서라도 백현이와 잘 얘기해 보면 안 되겠니?”

서진우는 차갑고 무뚝뚝했지만, 이순옥은 늘 그녀를 따뜻하게 보듬어 주었다.

서은주는 그녀의 애원 섞인 눈빛에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서은주가 진백현을 찾아간 건 다시 잘해보려는 게 아니었다. 그저 서로 깔끔하게 정리하고 끝내고 싶었을 뿐이다.

하지만 전화를 걸었지만, 상대는 끝내 받지 않았다.

그러다 우연히 SNS에서 사진을 보게 됐다.

【진백현 도련님과 육씨 가문 공주님의 우연한 투 샷. 너무나 잘 어울리는 한 쌍이네요.】

위치는 호서 리조트였고 서은주는 곧장 그곳으로 향했다.

서은주가 그곳에 도착했을 때, 진백현은 한 여자의 말을 잡아주고 있었다.

발랄하면서도 도도한 인상의 여자는 서은주의 모습에도 고개조차 돌리지 않았다.

바로 그 유명한 육씨 가문의 장녀, 육가희였다.

진백현의 얼굴에 걸린 미소는 서은주가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표정이었다.

한여름 볕은 눈이 따가울 정도로 강렬했다.

서은주를 발견한 진백현이 다가오며 얼굴을 잔뜩 구긴 채 따지듯 물었다.

“여긴 왜 왔어?”

“할 얘기가 있어서 왔어.”

“안 보여? 나 지금 바쁘잖아.”

“말을 잡아주는 게 그렇게 바쁜 일이야?”

“할 말 있으면 나중에 해. 그리고 경고하는데, 여기서는 제발 문제 일으키지 마.”

그때, 멀리서 한 남자가 말을 타고 다가오고 있었다.

한 손으로 능숙하게 고삐를 잡고 완벽하게 말을 통제하는 모습과 무표정한 얼굴, 검은 승마복까지 더해 절제된 우아함과 강인한 힘이 동시에 묻어났다.

시선이 스치는 순간, 서은주는 그대로 굳어버렸다.

이 사람은…

남자가 말에서 내려오자, 육가희도 서둘러 말에서 내려 그에게 달려갔다.

“작은 아빠!”

그는 무심하게 대답했다.

“그래.”

서은주의 머릿속이 하얘졌다.

그는 바로 성세 그룹의 수장, 모두가 존경하는 육강민이었다.

외부에서조차 함부로 덤비지 못하는, 이름 하나로 기세가 서는 인물이다.

그는 장갑을 벗으며 서은주를 한 번 보더니 건조하게 물었다.

“이분은…?”

“그냥 제 친구입니다.”

진백현이 서둘러 답했다.

그 한마디에 서은주의 심장이 차갑게 내려앉았다.

육씨 가문의 환심을 사려고 약혼녀의 신분조차 숨기는 남자에게 실망한 것이다.

“친구면, 환복하고 함께 하지.”

육강민은 담담하게 말했다.

진백현은 감히 거절할 수 없었고 결국 서은주에게 옷을 갈아입으라고 했다.

**

탈의실 밖.

옷을 갈아입고 나온 서은주는 반지를 빼냈다.

그리고 이번에는 목걸이를 빼려고 손을 뻗었다.

승마 중에는 장신구가 걸릴 위험이 있어 모두 착용 금지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목걸이 잠금이 손에 잡히지 않아 애를 먹고 있었다.

점점 마음이 조급해지려는 그때 누군가가 다가오는 발소리가 들렸다.

반사적으로 돌아보려는 순간, 차가운 목소리가 그녀를 멈춰 세웠다.

“움직이지 마.”

육강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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