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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Author: 풍월
서은주는 그의 손끝이 목선을 스치듯 지나가는 감촉을 또렷이 느꼈다.

너무 민감한 곳이라 순간 몸이 저절로 움찔했다.

남자의 뜨거운 숨결에 심장이 크게 뛰기 시작했고, 너무 조용한 탓에 그 쿵쿵거림이 귀에까지 들리는 듯했다.

목걸이가 풀리자, 서은주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감사합니다.”

육강민은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그의 따뜻한 숨결이 그녀의 머리 위로 스쳤다.

“어젯밤에 만났는데 모른 척하는 건가?”

“……”

육강민은 큰 인물이다.

그가 둘이 아는 사이임을 인정하지 않았기에 그녀가 아는 척할 수는 없는 것이었다.

다시는 마주칠 일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다음 날 바로 이렇게 부딪히게 될 줄이야.

게다가 하필이면, 연적의 작은 아빠라니. 대체 이게 무슨 악연인가!

“옷이 잘 어울리네.”

그 말에, 서은주는 단숨에 어젯밤으로 끌려갔다.

그녀의 볼이 뜨거워졌다.

세간에서 말하길, 성세 그룹의 대표 육강민은 청렴하고, 욕심 없고, 차갑고, 금욕적이라고 했다.

하지만…

어젯밤의 남자는, 그 어떤 면에서도 ‘금욕’과는 거리가 멀었다.

생각만으로도 다리에 힘이 풀리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녀의 목걸이를 풀어주던 육강민은 정교하게 다듬어진 옥 장식을 자세히 살폈다.

“말 타 본 적 있어?”

“아뇨.”

“내가 가르쳐주지.”

서은주는 의아했다.

마장에 도착했을 때, 도우미가 이미 갈색 말을 끌고 나와 있었다.

덩치가 너무나 큰 말은 서은주를 한층 더 작아 보이게 만들었다.

말에 오르는 순간, 말이 앞뒤로 움직이며 흙먼지가 일었다.

금방이라도 떨어질 것만 같아, 말고삐도 제대로 잡지 못하고 발만 버둥거렸다.

그때, 육강민이 고삐를 잡고 말에 올랐고 주변 사람들의 눈빛이 묘하게 변했다.

진백현은 분노로 이마에 핏줄까지 보였다.

서은주의 행동은 공개적으로 그를 배신한 것과 다름없었다.

진백현의 시퍼런 얼굴을 본 서은주는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그녀의 신경이 온통 진백현에게 가 있었기에, 육강민이 말에 올라탄 것도 미처 눈치채지 못했다.

그러다 갑자기 남자의 뜨거운 체온이 바로 뒤에 느껴지자, 비로소 정신을 차리게 되었다.

육강민은 고삐를 잡고 두 팔로 자연스럽게 그녀를 품에 감싸안았다.

“내 앞에서 감히 다른 남자를 신경 쓰는 건가?”

그의 목소리가 귓가에 닿자 따스한 숨결이 스쳤다.

서은주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육강민이 가볍게 채찍을 휘두르자, 말이 움직였고 둘의 몸은 더욱 가까워졌다.

“긴장하지 말고. 힘 빼봐.”

그의 입술이 그녀의 귓가를 스쳐 지나가며 그녀의 가슴속에 불을 지폈다.

서은주는 얼굴이 더욱 붉어졌다.

억지로 몸을 풀어보려 애쓰던 순간, 말은 갑자기 전속력으로 뛰기 시작했다.

놀란 서은주는 비명을 질렀다.

몸 전체가 한순간 튕겨 올랐다.

서은주는 한 번도 말을 타본 적이 없었다.

말안장은 끊임없이 다리를 압박하고 있어 통증이 계속해서 밀려왔고, 심장은 금방이라도 밖으로 튀어나올 듯했으며 급기야 어지럽기까지 했다.

그녀는 어쩔 수 없이 뒷사람에게 더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

무섭게 휘몰아치는 바람 소리에 서은주는 자신이 죽을 것만 같았다.

“제발, 제발 멈춰줘요!”

그녀의 목소리에는 울먹임이 섞였다.

사람들 무리에서 멀어지고서야 육강민은 고삐를 당겨 말을 세웠고 먼저 말에서 내렸다.

간신히 마음을 가라앉힌 서은주도 말에서 내렸다.

어젯밤 이미 지나친 운동으로 다리가 풀려 있었고, 말안장이 다리를 찌르는 바람에 아프기까지 해서 제대로 설 수조차 없었다.

“어제는 아주 담대했단 말이지.”

“…그런 적 없어요.”

“그쪽은 진백현의 약혼녀고, 가희와 내 관계 역시 잘 알고 있을 텐데, 그러면 나에게 일부러 접근한 건가?”

그의 시선이 곧게 날아와 꽂혔다.

서은주는 순간, 온몸이 서늘해졌다.

“피임약은 먹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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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혼 후 시작된 그의 집착   제2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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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혼 후 시작된 그의 집착   제26화

    서은주가 차에서 내렸을 때, 육강민은 한 손에 담배를, 다른 손에는 휴대폰을 들고 있었다.그 역시 방금 올라온 파혼 영상을 본 듯했다.흐릿하게 피어오르는 연기 너머로 드러난 그의 선명한 이목구비, 하얀 셔츠에 검은 바지, 세련됨 그 자체였다.눈가가 붉어진 서은주의 모습은 가여운 새끼 고양이 같았다. “담배 하나만 빌릴 수 있을까요?”그녀가 조심스럽게 입을 뗐다.“자.”그는 담배와 라이터를 건넸다.서은주는 담배 하나를 입에 물고 길게 늘어진 머리를 뒤로 넘겼다. 라이터가 켜지는 순간, 그녀의 예쁜 얼굴 위로 불빛이 스며들었다. 피부가 약해 며칠이 지났음에도 아직 몸 여기저기에 멍이 남아 있었다.불빛 속에서 그녀의 여림이 이상하리만큼 매혹적이었다.그녀에게는 첫 담배였다.너무 세게 빨아들인 탓에 거센 기침을 했고 결국 눈물까지 흘렸다.“피우지도 못하면서 흉내 냈던 거군.”육강민이 작은 웃음을 지었다.“담배가 고통을 달래준다 하지 않았던가요?”“진백현이 그리도 좋은가?”“아니에요"“계단에서 굴러도 안 울더니 파혼당했다고 마음이 아픈 거야?”“소중하게 쌓아 온 제 감정이 하찮게 버려져서 속상한 거예요.”…육강민의 입꼬리가 아주 미세하게 올라갔다.그가 바라보는 눈빛은 뜨겁고도 명확했다.그의 손짓에 서은주가 앞으로 살짝 다가갔고 그 순간, 커다란 손이 그녀를 끌어당겼다.육강민은 그녀에게 입을 맞췄다. 저돌적인 키스와 함께 담배 향이 강하게 밀려와 서은주는 숨이 턱 막혔지만 갓 빚은 술처럼 달고 유혹적이었다. “담배 맛 느껴져?”“…네.”서은주는 수줍게 고개를 끄덕였다.“통증은 가라앉았나?”담배가 상처를 덜어주는지는 모르겠지만 육강민의 키스는 충분히 아픔을 덮어버렸다.서은주는 살짝 고개를 저었다.그녀의 머리를 쓰다듬던 커다란 손이 조심스레 계단에서 굴러 다친 곳으로 이동했다.“여긴 아직 아파?”“아파요.”육강민은 작은 웃음을 터뜨렸다.다음 순간, 그의 뜨거운 숨결이, 서은주의 귓불을 스치며 뜨겁게 내려앉았다.

  • 파혼 후 시작된 그의 집착   제2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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