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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화. 문이 열리는 쪽

Penulis: 6jay
last update Tanggal publikasi: 2026-10-21 20:27:50
약 1년 뒤, 회복지원센터의 아침 회의는 상담실이 아니라 입구 앞에서 열렸다.

유리문이 닫힐 때 나는 기계음이 거슬린다는 의견이 운영위원회에서 나왔기 때문이었다. 피해 경험 당사자들이 다수로 참여하는 운영위원회는 자동 닫힘 시간을 늘리고, 손으로 밀어 열 수 있는 보조 손잡이를 달기로 했다. 의자의 배치나 조명 밝기도 진료진이 아니라 이 위원회가 결정했다.

벽 쪽 의자에 앉으면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는 의견에 따라 가구도 다시 돌렸다. 상담실에서 소독약 향을 빼 달라는 요청은 청소 지침을 바꾸었다. 상담 시간을 늘리기보다 중간에 나갈 수 있는 시간을 먼저 표시하자는 안도 통과됐다. 운영위원회의 결정은 다음 분기까지 미루지 않고 그날 일정표에 반영됐다.

수안은 회의표 맨 끝에 앉아 있었다. 그녀의 앞에 놓인 표도 다른 위원과 같이 한 장이었다. 운영권을 이양한 뒤 수안은 분기별 임상 자문과 경찰청 업무만 맡았다. 센터장 명칭도 운영위원회 대표에게 넘어갔고, 진료기록 열람 권한은 다른 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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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폐쇄병동 401호   제100화. 문이 열리는 쪽

    약 1년 뒤, 회복지원센터의 아침 회의는 상담실이 아니라 입구 앞에서 열렸다.유리문이 닫힐 때 나는 기계음이 거슬린다는 의견이 운영위원회에서 나왔기 때문이었다. 피해 경험 당사자들이 다수로 참여하는 운영위원회는 자동 닫힘 시간을 늘리고, 손으로 밀어 열 수 있는 보조 손잡이를 달기로 했다. 의자의 배치나 조명 밝기도 진료진이 아니라 이 위원회가 결정했다.벽 쪽 의자에 앉으면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는 의견에 따라 가구도 다시 돌렸다. 상담실에서 소독약 향을 빼 달라는 요청은 청소 지침을 바꾸었다. 상담 시간을 늘리기보다 중간에 나갈 수 있는 시간을 먼저 표시하자는 안도 통과됐다. 운영위원회의 결정은 다음 분기까지 미루지 않고 그날 일정표에 반영됐다.수안은 회의표 맨 끝에 앉아 있었다. 그녀의 앞에 놓인 표도 다른 위원과 같이 한 장이었다. 운영권을 이양한 뒤 수안은 분기별 임상 자문과 경찰청 업무만 맡았다. 센터장 명칭도 운영위원회 대표에게 넘어갔고, 진료기록 열람 권한은 다른 팀원과 같았다.401호의 분기 보고서도 그녀의 개인 보관함이 아닌 팀 자료함에 들어갔다. 보고서에는 담당자별 면담 횟수와 다음 점검 일정만 적혔다. 도현이 누구의 발소리에 더 빠르게 반응했는지는 성과 표시가 되지 않았다. 수안은 자신의 이름이 적힌 란에 다른 자문의와 같이 서명하고 파일을 옆으로 넘겼다.오늘의 표결 안건은 초기 면담지에서 ‘환자명’이라는 단어를 없애는 일이었다. 의학적 정보를 쓰기 전에 불리고 싶은 이름과 원하는 호칭부터 묻는 양식이 제안됐다. 전원 찬성이 나오자 직원이 바로 새 양식을 출력했다.회의가 끝날 무렵, 문 밖에 한 사람이 서 있었다. 예약 시간보다 일찍 왔지만 자동문의 경계를 넘지 못한 채였다. 안내 직원이 나가려다가 멈췄다. 손을 잡거나 등을 밀지 말아 달라는 규칙 때문이었다.동료 지원 상담자가 안쪽에서 자신의 이름과 역할을 먼저 말했다. 들어오지 않아도 예약이 취소되지 않고, 로비에서 이야기해도 되며, 오늘은 이름을 말하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했다

  • 폐쇄병동 401호   제99화. 용서 없는 편지

    받는 사람의 이름이 없는 편지가 401호 테이블 위에 놓였다.작성자가 전달을 선택했고, 독립 권리 옹호자가 별도 전달 동의서와 공개 범위를 확인한 편지였다. 수안은 봉투를 도현 앞에 놓은 뒤 황색선 바깥으로 물러났다. 이번 면담에는 다른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와 간호사, 권리 옹호자가 함께 들어와 있었다.도현은 봉투보다 수안을 먼저 보았다.“주치의님도 여기서 읽으시는 겁니까?”“아닙니다.”수안은 편지의 접힌 모서리를 펴 주지 않았다.“작성자는 답장도, 사과도, 용서도 요구하지 않았습니다. 제 반응을 살피지 말고 편지만 받으세요.”낭독 대신 태블릿을 다른 전문의에게 넘긴 수안은 곧장 퇴실했다. 도현이 입을 열었지만 문은 정해진 속도로 닫혔다. 이번에는 그녀의 자리를 비운 채 면담이 시작됐다.수안은 관찰실을 지나쳐 간호스테이션 일정만 확인한 뒤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문 안의 반응은 팀 기록으로 남았다.전문의가 봉투를 가리켰다.“제가 열어 드릴까요, 아니면 직접 여시겠습니까?”도현은 손을 내밀었다가 중간에 멈췄다. 누구의 명령을 기다리듯 손가락을 굽혔다. 전문의는 손을 무릎에 둔 채 기다렸다. 도현은 스스로 봉투를 집었다.편지는 여러 장이었다. 마지막 장에는 짧은 문장만 남아 있었다.[당신을 용서하지 않습니다. 당신이 내 기억을 설명할 권리도 없습니다. 나는 당신에게 보여주기 위해 회복하지 않습니다. 내 삶은 이제 당신의 반응과 관계없이 계속됩니다. 답장하지 마세요.]도현이 종이 위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하지만”이라는 말이 입술 사이로 나왔다가 사라졌다. 간호사는 그의 호흡을 기록했고, 권리 옹호자는 면담 중단을 원하는지 물었다. 도현은 고개를 저었다.“읽겠습니다.”그다음 질문은 수안이 아니라 팀 전문의가 했다.“이 편지에서 작성자가 당신에게 허락하지 않은 것을, 당신의 말로 확인해 보세요.”도현은 편지의 첫 줄로 되돌아갔다. 차트를 읽듯 작성자의 말을 분석하려던 입술이 멈췄다.“용서를 청할 수 없습니다. 그 사람의 기억을 내가

  • 폐쇄병동 401호   제98화. 이름을 되찾는 사람들

    원형 탁자에 네 개의 파란 파일이 놓였다.회복지원센터의 첫 기록 정정 모임이었다. 진행자는 말하고 싶지 않은 사람은 파일을 열지 않아도 된다고 먼저 알렸다. 원본 사본을 집에 가져갈지, 정정본만 받을지, 둘 다 봉인해 두었다가 나중에 결정할지도 각자 선택할 수 있었다.탁자 가운데에는 정정 절차를 설명하는 종이와 함께 작은 흰 봉투들이 놓였다. 각자가 원하는 처리 방식을 봉투에 넣으면 다른 참여자에게는 보이지 않았다. 이유를 적는 란도 없었다. 진행자는 선택이 바뀌면 새 봉투를 쓰면 된다고만 말했다.왼쪽에 앉은 중년 남자가 먼저 파일을 열었다. 그는 ‘피해 망상’이라고 적힌 원본과 ‘실제 폭력 피해 호소’로 바뀐 정정본을 나란히 놓았다.“둘 다 받겠습니다. 내가 틀린 게 아니었다는 걸 집에서도 보고 싶어요.”그는 정정본 아래의 서명을 확인했다. 병원 소속이 아닌 전문의와 기록정정 책임자의 이름이 함께 적혀 있었다. 전산 차트에서 예전 진단이 검색될 때는 정정 결정서가 먼저 떠야 했다. 그는 그 설명까지 듣고 나서야 원본 사본을 자신의 가방에 넣었다.맞은편의 여자는 원본을 손으로 대지 않았다. 그녀는 정정본의 첫 장에 자신의 이름이 바르게 적혀 있는지만 확인한 뒤 파일을 닫았다.“예전 기록은 병원에 봉인해 두세요. 저는 안 가져갈래요.”그녀의 파일에는 상담 녹음 복사본도 들어 있었다. 그녀는 폐기를 원했지만, 조사가 끝나지 않아 즉시 삭제할 수 없다는 설명을 들었다. 그녀는 잠시 손을 움직이지 않았다가, 조사기관 외의 열람을 막고 종료 즉시 폐기하는 선택지에 표시했다. 진행자는 그녀가 서명할 자리만 펼쳐 주었다.딸의 차트를 받으러 온 어머니는 다른 선택을 했다. 그녀는 원본을 폐기하지 말고 영구 보존하라고 신청했다.“나중에 또 누군가 몰랐다고 말하면, 이걸 보여주세요.”어머니는 딸이 직접 적었던 이의 제기서도 차트 맨 앞에 붙여 달라고 했다. 의사의 소견보다 뒤에 숨겨지지 않게 해 달라는 요청이었다. 기록사는 원본의 순서는 바꾸지 않되, 열람

  • 폐쇄병동 401호   제97화. 병원이 사과하는 법

    병원 대강당의 첫 두 줄은 비워져 있었다.피해 당사자와 가족들이 카메라에 잡히지 않고 출입할 수 있도록 남겨 둔 통로였다. 병원 이사장은 연단에 서자마자 준비해 온 종이를 반으로 접어 단상 위에 놓았다.“저희 병원은 환자의 거부를 증상으로 기록했습니다. 동의가 없는 진료 기록을 연구실로 넘겼고, 강제 처치에 대한 민원을 접수하고도 조사하지 않았습니다. 기록이 조작된 사실을 확인할 기회가 여러 차례 있었으나 외면했습니다.”그는 ‘유감’이나 ‘오해’라는 단어를 쓰지 않았다. 사망한 피해자와 생존자, 가족들에게 병원이 잘못했다고 말한 뒤 고개를 숙였다. 사진 플래시가 터졌지만 빈 좌석 쪽에서는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질문 시간이 되자 빈 좌석 뒤쪽에 앉은 여성이 마이크를 요청했다. 그녀는 자신의 이름을 말하지 않았다.“사과문을 어디에 올려두는 것으로 끝납니까? 내 차트를 원래대로 돌려놓을 사람은 누구죠?”이사장은 바로 답하지 못했다. 단상 아래의 기록정정 책임자가 일어나 접수번호와 외부 재평가 절차, 결과를 받을 방법을 직접 설명했다. 여성은 오늘 접수하겠다고 말했다. 대강당 후문 옆에는 이미 임시 접수대가 설치돼 있었다.다음 화면에는 바로 시행할 조치만 띄웠다. 정정 신청은 당사자가 지정한 외부 전문의가 검토하고, 원본·정정본 사본을 어떤 방식으로 받을지도 당사자가 선택했다. 격리 연장과 강제 처치는 독립 전문의를 포함한 두 명 이상의 서명과 권리 옹호자의 확인 없이 시행할 수 없게 됐다. 진료, 연구, 기록 열람을 한 사람이 모두 승인하는 절차도 없앤다.화면 하단에는 시행일과 담당 부서가 적혔다. 독립 재조사 신청은 그날부터 받고, 절차가 끝나기 전에도 잘못된 진단으로 현재 진료가 왜곡될 우려가 있으면 임시 정지 표시를 붙이기로 했다. 현장 민원은 원래 소속 부서로 되돌아가지 않고 외부 권리 옹호자에게 동시 전송됐다. 사과 뒤에 다시 민원서를 분실할 수 없도록 바꾼 것이었다.이사장은 사과문 마지막 장에 서명한 뒤, 원본을 병원 기념관이 아닌 독

  • 폐쇄병동 401호   제96화. 남아 있던 차트

    긴 회의실 탁자 위에 차트 상자가 놓였다.뚜껑은 열려 있었지만 아무도 손을 대지 않았다. 독립 감사팀이 스캔본을 대형 화면에 띄웠다. 전산 시스템에 등록된 시각과 종이 차트에 적힌 시간이 서로 달랐다. 한 명의 직원 서명은 그가 휴가였던 날에도 반복됐다. 환자가 거부했다는 기록 뒤에는 서명하지 않은 동의서가 스테이플러로 묶여 있었다.감사관 한 명이 당시 병동 출입 기록을 열었다. 차트에는 권도현이 직접 면담했다고 적힌 시간에, 그는 외부 학회에 출석하고 있었다. 전자결재 기록을 더 열자 같은 패턴이 나왔다. 대리 작성자가 달라도 진단 문장은 띄어쓰기까지 같았다.“여러 사람이 오랜 기간 이 방법을 나눠 썼습니다.”감사팀장이 화면의 서명란을 가리켰다. 누가 지시를 받았고, 누가 승진을 위해 먼저 움직였는지 확인할 때까지 조사 대상을 현직자로만 제한하지 않기로 했다.“단순한 기록 부실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감사팀장이 화면을 넘겼다. 도현이 연구 참여자로 분류한 날, 간호 기록에서는 거부와 불안 호소가 통째로 사라져 있었다. 대신 ‘순응적임’이라는 문장이 서로 다른 필체로 들어가 있었다.병원 법무팀장이 마이크를 당겼다.“작성자 개인의 위조와 직무 위반으로 구분해야 합니다. 조직적 지시가 확인된 것은—”기록사가 상자 밑바닥에서 꺼낸 회의록을 탁자 위에 놓았다. 권도현 연구실이 진료 기록을 가져가는 일에 대한 항의가 있었고, 이사회 산하 위원회가 남긴 답변도 함께 적혀 있었다.[교수 판단을 우선하고 민원은 연구 효율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처리할 것.]누군가 헛기침을 했다. 법무팀장은 다음 말을 이어 붙이지 못했다. 당시 위원 중 여러 명이 지금도 병원에 남아 있었다. 그들의 서명이 회의록 마지막 장에 나란히 박혀 있었다.이사장은 준비된 결의문을 펼쳤다. 첫 문장은 ‘소속 의료진 일부의 일탈’로 시작했다.“이 문장대로 표결하면 사실과 다릅니다.”수안이 자료집을 닫으며 말했다. 그녀는 도현의 범죄를 줄이지도, 병원의 몫을 그에게만 넘기지도 않았

  • 폐쇄병동 401호   제95화. 문이 닫힌 뒤의 아침

    401호의 철문이 닫힌 뒤 24시간이 흘렀다.오전 9시, 전동 블라인드가 올라갔다. 관찰실에 들어온 사람은 수안이 아니었다. 밤새 기록을 인계받은 당직 전문의가 간호사와 함께 태블릿을 켰다.“오늘 아침 회진은 제가 맡습니다. 이름과 날짜부터 확인하겠습니다.”도현의 시선이 빈 문 쪽으로 향했다. 수안의 발소리를 기다리던 입술이 달싹이다가 멈췄다.“주치의님은…….”“개인 일정은 전해 드리지 않습니다. 질문에 답하세요.”당직의는 호흡과 동공, 손목의 압박 흔적을 차례로 확인했다. 감정을 짐작하지도, 복종을 칭찬하지도 않았다. 도현이 자신의 이름과 날짜를 대답하자 그는 다음 교대자에게 넘길 수치만 적었다.“불안이 올라오면 지금 혼자 할 수 있는 행동이 무엇입니까?”도현은 ‘주치의를 부른다’고 답하려다가 바닥을 보았다. 오랜 침묵 뒤에 호흡을 세고 벽의 차가운 감촉을 확인한다고 말했다. 당직의는 그 대답을 환자의 직접 발언으로 기록했다. ‘순응’이나 ‘칭찬 반응’ 같은 단어는 차트에 들어가지 않았다. 그는 물을 요청하는 법과 야간 당직자를 호출하는 법을 다시 알려준 뒤 회진을 끝냈다. 401호의 아침은 한 사람의 등장이 아니라 교대표에 따라 움직이기 시작했다.회진을 마친 당직의가 의무기록실로 내려갔을 때, 창구 앞에 회색 봉투 하나가 놓여 있었다.[진단 기록 정정 신청]권도현이 작성한 ‘조현병 및 중증 망상’ 소견을 바로잡아 달라는, 센터 개관 뒤 의무기록실로 직접 들어온 정정 신청 중 하나였다. 기록사가 보관 번호를 검색했지만 화면에는 ‘이관 완료’라는 표시만 떴다. 둘은 이동식 선반을 하나씩 밀었다. 제일 안쪽 벽면에서 바싹 마른 종이 마찰음이 났다.신청서 뒤에는 짧은 요청이 덧붙여 있었다. ‘원본을 지우지 말고, 누가 어떤 근거로 틀린 진단을 내렸는지 남겨 달라’는 문장이었다. 기록사는 현재 양식을 다시 펼쳤다. 정정 이유와 책임 주체를 분리해 적는 칸이 없어, 접수와 함께 보완 기록지를 붙여야 했다.라벨도 등록 바코드도 없는 차트 상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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