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구안은 극한 상황에 처한 경험이 많기 때문에 볼일 보는 게 문제가 아니었다.물을 적게 마시고 조금만 참으면 된다.하지만 곱게 자란 황제도 참을 수 일을 줄은 몰랐다.모래시계가 반쯤 흘렀을 때 백옥 침대에 앉아 있던 남자가 갑자기 눈을 번쩍 뜨고 날카로운 눈빛으로 봉구안의 시선을 마주했다.“뭘 그렇게 쳐다봐?”소욱은 봉구안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봉구안이 직접 물었다.“뭔가 볼일을…?”‘볼일?’‘대담도 하지!’소욱은 대답이 없었다. 소욱의 안색은 순식간에 얼어붙었고 깊은 눈동자에는 혹독함이 묻어났다.봉구안은 자신의 질문이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봉구안은 자신이 매우 완곡하게 물었다고 생각했다.황제의 반응이 오히려 이상했다.먹고 싸는 것은 인간의 정상적인 생리 현상이다.‘어쩌면 제왕이라서 자신을 일반인으로 여기지 않을 수도…’봉구안의 시선은 소욱의 배와 다리 사이에 두었다.“오래 참으면 좋지 않습니다.”봉구안은 착해서가 아니라 소욱이 체면을 챙기느라 고생할까 봐 걱정이 되었다. 만약 침으로 독을 빼고 있을 때 소욱이 참지 못한다면 그것도 큰일이었다.실내 온도가 갑자기 떨어졌다.소욱은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눈빛으로 그녀를 죽지도 살지도 못하게 괴롭히려는 것 같았다.봉구안은 소욱이 체면을 너무 중시한다고만 생각하고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봉구안은 진한길이 가져다준 만두를 집어 입에 넣었다.소욱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몰래 짐에 대해 조사했느냐?”봉구안은 잠시 멍해졌다.‘무슨 조사?’소욱은 그녀의 표정 변화를 지켜보고 있었다.소욱은 자신이 괜한 생각을 했다고 생각해 말머리를 돌렸다.“그럼 왜 입궁하였느냐?”봉구안이 진지하게 반문했다.“폐하는 현명한 군주이십니까?”소욱은 표정이 조금 어두워지더니 입을 열어 말했다.“현명한 군주인지 아닌지는 세상 사람들의 평가다.”“짐이 만약 현명한 군주라고 하면 믿겠느냐?”봉구안의 눈빛에서 확신이 드러났다.“믿습니다.”‘
봉구안은 백옥 침대에 쓰러졌다. 원래 위에 누워있던 남자는 봉구안의 위로 몸을 옮겼다. 그의 손바닥은 봉구안의 어깨를 누르고 있었고 마치 맹호처럼 위험한 시선으로 봉구안의 몸을 훑으며 봉구안을 뱃속으로 삼키려는 듯했다.봉구안은 동공이 갑자기 움츠러들더니 과감하게 마지막 침을 찔렀다.그리고 두 손으로 가까워지고 있는 소욱의 가슴을 지탱했다. 동시에 은침을 건드리지 않도록 노력해야 했다.남자의 얇은 입술이 그녀의 얼굴에 닿을 듯 말 듯 하며 얼굴과 귓불을 스쳤다.소욱의 숨결은 마치 한여름의 무더위처럼 그녀의 목덜미에 닿았다.“청심주, 잊었습…”봉구안은 차가운 눈빛으로 소욱에게 말했다.“제가 한마디 읊으면 한 마디 따라 읊으십시오.”억지로 몇 마디를 읽은 후 효과가 나타났다.그녀를 바라보는 소욱의 눈빛도 점차 식어져 갔다.자신이 무엇을 했는지 깨달은 소욱은 즉시 일어나 앉아 마음을 가라앉혔다.그 후, 소욱은 자신의 몸에 대한 통제력을 찾았다.반 시진 후.봉구안이 침을 거두었다.소욱은 땀투성이가 되었다. 잘생긴 얼굴에서 땀이 땀방울이 모여 그의 턱선을 따라 그의 목젖과 옷깃으로 흘러들어 갔다.노출된 가슴을 따라 근육을 따라 끊임없이 아래로…다른 사람들은 보기 좋아할지 몰라도 봉구안은 무시했다.봉구안은 배가 고파 벽에 기대고 앉아서 떡을 먹기 시작했다.소주방의 떡이 맛있었다. 하지만 그래도 군영 취사부 서씨의 솜씨를 따라가지 못했다.서씨가 구운 떡을 먹으면 적진에 들어가 적을 몇 명 더 벨 수 있는 것만 같았다.소욱이 눈을 떴을 때 그녀는 마지막 떡을 향해 손을 뻗었다.어젯밤부터 지금까지 소욱은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 진한길이 가져온 음식들은 전부 그녀의 배에 들어갔다.소욱은 눈썹을 찡그렸다.소욱은 이런 여자는 본 적이 없었다. 저속하고 야만적이었다.하지만 곧 그녀가 왜 이렇게 많이 먹는지 알게 되었다.다섯 번째의 시침.전의 열기와는 달리, 지금은 온몸의 수분과 피를 말릴 수 있을 정도의 뜨거움이 있었다.몸에 침이 아니라
소욱의 손이 그녀의 가면에 닿았을 때, 은침 하나가 그의 명치를 가리켰다.봉구안의 눈빛은 차가웠다.“호기심이 사람을 잡습니다.”소욱은 얇은 입술을 살짝 오므렸다.그리고 손을 뗐다.봉구안도 손에 있던 은침을 거두었다.두 사람은 그 후 아무 일도 없었다.문이 열렸다.진한길은 황제가 무사히 살아 있는 것을 보고, 불안해하던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그래도 그 여자 자객은 잡아두는 게 안전했다.그녀가 허약한 틈을 타서 그녀를 해결해야 했다.진한길은 칼집에서 칼을 꺼냈다.황제가 명령을 내렸다.“보내줘라.”…어둠이 짙어졌다.영화궁.연상은 이틀 동안 안절부절못하다가 황후가 돌아오는 것을 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하지만 곧 황후가 많이 다쳤다는 것을 발견했다.“마마, 마마…”봉구안은 허약한 몸을 이끌고, 한 손으로는 책상 모서리를, 다른 한 손으로는 옷자락을 잡고 있었다.“밖에서 지키고 있어.”봉구안의 목구멍은 마치 불에 그을린 것처럼 말할 때 뜨거움을 느낄 수 있었다.“예, 마마.”연상은 황후가 이틀 동안 무슨 일을 겪었는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 황후가 방해받지 않고 휴식을 취하며 몸조리를 해야 한다는 것은 알았다. 그래서 바로 문밖으로 물러났다.내전.봉구안은 침대에 가부좌 자세로 앉아 눈을 감고 운공을 시작했다.봉구안은 이번에 많은 내력의 상실했다. 갑자기 절반의 내력의 없어져서 신체가 견딜 수 없게 되었다. 그래서 오늘 밤은 운공을 잘 해서 몸조리를 해야 했다.그리고 사부님이 가르쳐 주신 내공법을 수련해야 내력을 회복할 수 있었다.이 과정은 매우 길었다.적게는 석 달, 많게는 반 년이 걸렸다.하지만 봉구안은 후회하지 않았다.드디어 소욱의 천수지독을 해결했다.이제 능연을 처리하는 걸림돌을 다 제거했다.봉구안은 눈을 번쩍 떴다. 눈에서 살벌한 기운이 스쳤다.…청허궁.능연은 유난히 불안해했다.밤이 깊었는데 능연은 아직 자지 않았다.능연은 뜬눈으로 밤을 새웠다.다음날 아침, 하녀가 아뢰었다.“마
대전에서 양국 대신들이 설전을 벌리고 있었다.후르달이 말했다.“제황 폐하, 맹성주가 우리 양나라의 무고한 백성들을 죽였습니다. 배상금은 그들을 위로하기 위해서이고 맹성주에게 석고대죄를 요구하는 것 또한 양나라 전국 백성들을 위로하고 이번의 양국 평화 회담을 성사하고 동맹을 맺기 위해서입니다.”“남제에서 아무런 보상도 하지 않는다면 외신이 이 평화 회담서에 서명을 해도 양나라의 수십만 군사가 승낙하지 않을 것이고 백성들이 승낙하지 않을 것이며 죽은 수많은 원혼들이 승낙하지 않을 것입니다.”그러자 남제의 대신이 반박했다.“양국의 대전에서 인명피해는 불가피합니다. 게다가 남제의 장병들은 지금까지 양나라의 백성들을 도륙한 적이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무슨 원혼? 무슨 위로를 요구하시는 겁니까?”후르달은 작은 눈을 가늘게 뜨고 수염을 쓰다듬으며 엄숙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렇다면 귀국은 화담할 뜻이 없다는 뜻인지요?”“좋아요!”“그럼 계속 전쟁을 합시다.”“어차피 맹성주가 다쳐서 위중하니…”“다시 싸우면 누가 지고 누가 이길지 아직 확실하지 않습니다.”“하물며 남제는 자연재해가 빈번하고 국고도 비어서… 전쟁에 필요한 군비를 감당할 수나 있겠습니까?”용상에 앉아 있던 소욱이 낮은 목소리로 사신들에게 말했다.“양국이 교전해도 사신을 죽이지 않는다는 것에 감사하거라.”후르달 등은 서로를 쳐다보았다.군왕으로서 이렇게 침착하지 못하다니, 양나라의 황제와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소욱이 다시 입을 열었다.“남제는 평화 회담을 성사시키고 동맹을 맺을 마음이 확실히 있다. 그런데 양나라에서 이렇게 몰아붙이고 무례하게 배상을 요구하고 남제의 병사들을 모욕하다니… 짐이 이런 조건을 받아들인다면 그야말로 천하의 망신이다.”“짐이 보기에 양나라가 소인의 행패를 부리고 있는 것 같구나…”“화해를 구할 마음이 없다면… 여봐라, 사신들을 돌려보내거라!”소욱이 명령을 내리자 호위들은 양나라 사신들은 밖으로 ‘모셨다’.양나라 사신들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황제의 서재.흰옷을 입고 있는 봉구안에게서 전혀 황후의 모습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소욱은 이런 봉구안을 바라보고 있었다.봉구안은 무릎을 꿇고 손에 공술서를 높이 들었다.“폐하, 신첩은 억울함을 하소연하러 왔습니다.”내전에는 진한길이 시중들고 있었다.진한길은 공술서를 황제에게 전달했다.한 장 한 장 뒤져보던 소욱의 얼굴에는 광풍이 일었고 먹구름이 뒤덮였다.“황후, 여기에 뭐가 적혀있는지 알고 있느냐?”봉구안은 공손한 태도로 눈을 내리깔고 있었다.“알고 있습니다. 폐하께서 지금 보고 계신 것은 산적들의 최초의 진술서입니다. 어떠한 삭제도 추가도 없는 진실입니다.”“그 내용이야말로 신첩이 잡힌 후 실제로 겪었던 일들입니다.”소욱의 동공은 갑자기 수축했다,“궁중의 상궁이 너의 결백을 확인했었다.”봉구안은 분명히 결백한 몸이었다. 그런데 공술서에는 그녀가 납치된 후 능욕 당했다고 적혀있었다.봉구안이 직설적으로 말했다.“신첩은 이역의 금지약물을 복용하여 피부를 한층 탈피해서 흉터들을 없앨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수선 수술도…”“그래서 아무리 경험이 많은 상궁이라 할지라도 신첩이 능욕당했다는 사실을 알 수 없었을 것입니다.”탁!소욱은 탁자를 두드렸다. 눈 밑에서 차가운 빛이 번졌다.“그러니, 네가 짐을 속였단 말인가? 봉씨 가문도…”‘봉구안 정말 겁도 없이…’소욱은 봉구안이 왜 이러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산적들은 이미 처벌당했다. 능연이 배후의 진범이라 할지라도 지금 이미 귀인으로 강등되어 청허궁에 갇혔다. 그리고 더 이상 총애도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황후는 이 모든 일을 덮을 수 있었다. 그런데 쓸데없이 뒤져내서 자신을 망신시켰다.소욱의 시선은 날카로웠다.“네가 계속 짐을 속이고 있었다니…”봉구안의 마음이 가라앉았다.‘중점이 널 속인 거야?’‘중점은 능연이 한 짓이 아니냐?’봉구안은 침착하게 맞섰다.“폐하, 산적의 증언에 따르면 신첩이 능욕 당할 때 능연은 옆에 있었습니다.”“조검의 수찰에는 많은 내용들이 기록
봉구안은 증인이 누구인지 바로 말하지 않고 차분하게 전말을 설명했다.“마구 경기 후, 왕천해가 두 비빈을 말에서 떨어뜨린 진범으로 밝혀졌는데, 왕천해는 능연의 사주를 받아 가빈을 해치려고 한 것입니다. 왕천해가 체포된 후, 능연은 사실이 밝혀질까 봐 궁녀 주아를 보내 왕천해를 죽이려 했습니다…”소욱은 눈살을 찌푸리며 낮은 목소리로 그녀의 말을 끊었다.“무슨 말을 하려는 건가?”소욱은 왕천해와 주아라는 궁녀는 이미 다 죽었다고 알고 있다.그들이 다시 살아나서 봉구안의 증인이 되는 일을 없을 것이다.봉구안이 침착하게 대답했다.“폐하, 궁녀 주아는 그날 밤에 죽지 않았습니다. 신첩이 비밀리에 주아를 궁 밖으로 보내서 치료받게 하였습니다. 지금 주아는 능연을 지목할 수 있습니다.”소욱은 무언가를 참고 있는 듯 표정이 이상하게 잠잠했다.‘정말 죽었다 다시 살아났다고?’소욱은 봉구안의 말을 끊지 않았다.봉구안은 계속 말했다.“조검의 동생 조서가 조씨 가문의 유일한 생존자인데, 그가 능연이 수하들이 보내 조씨 가문 일가를 살해했다고 지목했습니다.”“이것도 부족하다면 능연의 몸종이었던 춘하도 있습니다. 춘하도 증인으로 능연의 각종 죄행을 지목할 수 있습니다.”소욱은 봉구안을 바라보고만 있었다.‘이 여자가 몰래 이렇게 많은 일을…’‘능연의 몸종 하녀까지…’“폐하, 증거와 증인이 다 있습니다. 신첩 지금 당장 그들을 불러들일 수 있습니다…”소욱은 눈을 가늘게 뜨고 봉구안의 말을 끊었다.“지금 남제와 양나라가 일촉즉발인 상황이라 이런 일을 처리할 시간이 없다. 짐이 그때 ‘끝났다’라고 말했다. 그때 이미 모든 것이 끝났다.”“황후, 이 쓰레기들을 가지고 영화궁으로 돌아가거라. 황후가 짐을 속인 일은 나중에 황후와 분명히 계산할 것이다. 능연이 저지른 잘못도 엄벌할 것이고… 그런데 지금은 아니다.”‘아직까지도 능연을 보호하고 있군…’봉구안은 황제의 허락도 없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봉구안 눈 속의 공손함과 존경심은 사라진 대신 차갑고 날카로워졌
능연은 무릎을 꿇고 있었지만 고개를 바짝 쳐들고 허리를 꼿꼿이 펴고 있었다. 잘못을 저지른 사람처럼은 보이지 않았다.증인 조서는 증오스러운 눈빛으로 능연을 쳐다보았다.“폐하, 소인의 형 조검은 황귀비 마마 밑에서 일을 하고 있었는데 살기 위해 그 수찰을 썼습니다.”“그런데 황귀비가 이렇게 독할 줄은… 황귀비는 증거를 없애기 위해 저희 일가족을 전부 살해했습니다. 다행히 좋은 사람의 도움이 있어 소인은 살아남게 되었습니다.”“그 사람들은 소인의 집에 방화했습니다. 그들은 소인이 몰래 도망치는 것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궁녀 주아가 말했다.“폐하, 귀비마마께서 노비에게 왕천해를 암살하라고 시켰습니다.”이들의 자백만으로는 아직 의문점이 남아있었다.예를 들면 조서가 어떻게 그의 일가족을 죽인 사람이 능연이 보낸 사람임을 확신하는지…그래서 춘하의 증언이 특히 중요했다.“마마께서는 조검의 가족들이 뭔가를 알고 있을까 두려워 노비에게 조검의 일가족을 제거하도록 시켰습니다. 산적이 황후 마마를 납치한 것도 마마가…”“닥치거라!”능연은 험악한 얼굴로 소리 질렀다.“춘하, 난 너를 박하게 대하지 않았어. 네가 어떻게 거짓으로 본궁을 모독한다 말이냐! 황후가 널 어떻게 매수했어?”“내가 더 이상 총애를 받지 못하니 다른 생각이 생긴 것이냐?”“폐하, 신첩 억울합니다. 신첩은 산적들이 사람을 납치한 일을 전혀 모릅니다. 더군다나 봉장미가 능욕당하고 있는 것을 방관한 적도 없고요… 진정으로 거짓말을 하고 있는 사람은 봉장미입니다. 봉장미는 혼인하기 전에 다른 남자와 어울려 순결을 잃고 산적에게 능욕을 당했다는 거짓말로 신첩을 모함하고 있습니다… 신첩 정말 억울합니다.”능연은 죄를 인정하지 않고 독한 눈빛으로 봉구안을 바라보았다.‘천한 년, 도대체 언제부터 그 증거들을 모은 거야?’‘조검의 수찰까지 찾았다니…’춘하는 옛 주인에게 다소 미련이 남아 있었다.춘하는 귀인이 최후의 발악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하지만 이렇게 많은 죄증 앞에서 귀인
봉구안은 침착하게 소욱의 말에 대답했다.“폐하께서는 황실의 명성을 중요시하고, 신첩도 남의 입에 오르내리고 싶지 않습니다. 그래서 능연이 저지른 죄만 공개하고 피해자의 신분과 구체적인 경위에 대해서는 생략하시면 됩니다.”이렇게 해도 능연의 죄를 세상에 알릴 수 있었다.소욱은 차갑게 봉구안을 바라보았다.“그래, 심사숙고했구나…”“짐이 동의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할 생각인가? 그 공술서들을 황성 전지에 뿌릴 것이냐?”봉구안이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부득이하지 않으면 신첩도 그렇게 하고 싶지는 않습니다.”“폐하께서 능연의 죄를 정리해서 세상에 알린다면 요점만 알리 수 있지만, 만약 제가 세상에 알리게 되면 사실 그대로 드러납니다. 그때면 누구에게도 좋지 않을 겁니다.”협박 당하는 기분은 좋지 않았다.게다가 소욱은 한 나라의 군주이다.소욱은 휙 하고 일어섰다. 온몸에 압박감이 휘몰아쳤고 궁전은 차갑고 잔혹한 분위기로 가득 찼다. 공포스럽기 그지없었다.“짐은 이미 능연에게 유배형을 처했다. 뭐가 더 불만이냐?”“능연의 죄를 세상에 알리라고 하는 것은 누구를 수모하려는 건가? 짐을?”총애하는 비빈이 큰 죄를 저지른 배후에는 군왕의 방임도 있었다.똑똑한 소욱은 봉구안이 그에게 모든 것을 공개하라고 한 목적을 알아차렸다.봉구안도 부인하지 않았다.봉구안은 담담하게 소욱을 똑바로 쳐다보고 있었다.“능연의 잘못도 있지만 능연의 문제뿐만 아니라 황제의 총애가 있어 능연이 그런 짓을 했을 겁니다.”진한길은 안색이 크게 변했다.‘황후가 지금 황제를 비난하는 건가?’‘황후 정말 대단해!’봉구안은 두려운 기색 하나 없이 계속 말했다.“감추고 회피하는 것보다 잘못을 직시해야 합니다.”“황제의 총애가 능연의 의지였습니다. 폐하가 능연을 총애했기 때문에 설지 등 관원들이 떼를 지어 능연에게 달려들었고 그에게 뇌물을 선사했을 겁니다.”“그리고 은총을 독차지하려고 황후 자리까지 넘볼 생각이 들었을 겁니다. 그래서 신첩이 입궁하기도 전에, 신첩이 폐하의 총
염 신의가 모용길의 상태를 진찰한 결과, 그의 몸은 웬만한 노인들보다 훨씬 건장했고, 외견상으로도 특별한 이상은 보이지 않았다.“폐하, 이 자가 망언을 일삼는 이유는… 실성, 즉 정신 착란 증세로 보입니다.”“나는 미치지 않았다! 미친 건 너희들이다!”모용길이 즉각 반발하며 목소리를 높였다.그리고 소욱을 향해 고함쳤다.“어서 저놈들을 다 내쫓아라! 나는 태조 폐하를 반드시 살려낼 것이다!”“지금 이 순간을 놓치면, 모두 다 목이 날아갈 줄 알아라!”하지만 소욱은 모용길의 광언에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그저 곁에 있던 병사들에게 조용히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붙잡아 두거라. 절대 도망 못 치게 해야 한다.”명령이 떨어지자 병사들이 달려들어, 모용길의 움직임을 단단히 제압했다.염 신의는 환자의 행동에 개의치 않으며 차분히 말을 이었다.“실성이란 곧, 마음의 병입니다.”“이 병은 뇌와 정신의 균형이 무너져,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게 만들죠.”“예컨대, 저희는 백골을 보지만 이 자는 살아 있는 사람으로 착각하고 있습니다.”“그만큼 이 자의 마음속 집착이 깊고, 오래도록 그에 사로잡혀 있었던 것입니다.”“이미 병이 뿌리 깊게 자리 잡았으니, 소인으로선 어찌할 도리가 없습니다.”의술이란 외상이나 내상은 다스릴 수 있어도, 사람의 마음속 병, 특히 집착이라는 건 손쓸 수 없는 법이다.그건 눈에도 보이지 않고, 손으로도 만질 수 없는 것이기에. 소욱은 여전히 ‘태조를 살려야 한다’며 중얼거리는 모용길을 말없이 바라보았다.그는 수많은 악행을 저질러 온 자였다.그러나 유일하게 태조에 대해서만은 지극한 충성과 집착을 드러내고 있었다.“저 자를 별실에 따로 가둬라. 아무도 면회하지 못하게 하라.”“명 받들겠습니다!”……자진궁.봉구안은 모용길이 실성 증세를 보였다는 말을 듣고도 전혀 놀라지 않았다.“오늘 제가 본 그 백골은 최근에 죽은 사람의 것이 아니었습니다.”“그 말인즉, 모용길은 이미 오래전부터 병들어 있었단 얘
봉구안의 한마디가, 마침내 모용길의 본모습을 드러나게 만들었다.그는 쇠창살을 움켜쥐고, 당장이라도 눈앞의 사람을 갈가리 찢어놓고 싶다는 듯이 이를 갈았다.“이놈이! 감히 태조 폐하를 저주하다니!”“태조 황제 폐하께서 이 강산을 개척하지 않으셨다면, 너희 같은 것들이 무슨 자격으로 오늘날을 누리겠느냐!”“특히 너! 소가의 자식! 네놈이 정말 태조께서 살아계시길 바란다면 당장 본좌를 풀어라!”소욱의 얼굴은 싸늘하게 굳어 있었다. “태조 황제께선 지금 어디 계시느냐.”모용길은 그를 믿지 않았다.“당장 날 풀어라! 그렇지 않으면 너는 만고의 죄인이 될 것이다!”소욱은 억눌린 분노를 담아 담담히 말했다.“태조께서 정말 살아계신다면, 그것은 분명 기쁜 일이겠지.”“하지만… 그 전에 말해보거라. 그분이 어디에 계신지, 반드시 밝혀야겠다.”모용길은 한참이나 소욱의 눈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그리고 망설임 끝에 마침내, 한 곳의 지명을 내뱉었다.“육지산.”그곳은 황성 내부에 있는 산이었다.소욱은 그 말을 듣자마자 직접 병사를 이끌고 현장으로 향했다.봉구안 역시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모용길이 함정을 파놓았을 가능성, 또는 산속에 기관 장치를 숨겨놓았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그녀도 소욱을 따라나섰다.한 시진이 지나, 일행은 육지산에 도착했다.하늘은 점점 어두워졌고, 구름이 몰려들어 햇빛을 가리며, 마치 용이 잠든 연못을 둘러싼 기운처럼 음침한 기색이 피어올랐다.거센 바람이 불어와 흙먼지를 일으키며 시야를 가렸다.소욱의 옷자락은 세차게 펄럭였고, 그는 고개를 들어 육지산을 올려다보았다. 눈빛은 칼날처럼 매서웠다.“산에 오른다. 태조를 찾아라!”“예!”그는 봉구안이 회임 중인 것을 고려해, 줄곧 옆에서 손을 뻗어 부축했다.혹시라도 발을 헛디뎌 넘어질까 봐서였다.그러나 봉구안은 전혀 허약하지 않았다.오히려 그녀는 날쌘 걸음으로 병사들보다 먼저 앞서 나갔다.해가 저물 무렵, 마침내 병사들이 한 구덩이 안에서 무언가를 발견했다.“폐하!
봉구안은 차갑게 가라앉은 눈으로 다시 입을 열었다.“둘째는 황실의 혈족을 해한 죄이다.”모용길은 헛웃음을 터뜨리며 비웃었다.“허, 무지한 계집이구나. 헛소리도 정도껏 하거라.”“폐하께서 절 죽이고 싶으시다 해도, 이렇게까지 억지로 죄를 뒤집어씌울 필요는 없지 않겠습니까?”그 얼굴에는 오히려 당당함이 어려 있었다.그러나 봉구안의 시선은 흔들림 하나 없었다.“네가 해한 이는 바로 태조 황제 곁을 지키던 사람들이었다.”그 말에 소욱도 놀라 고개를 돌렸다.모용길이… 태조의 측근들을?그녀는 어떻게 그런 것을 알고 있단 말인가?모용길의 웃음은 사라졌고, 시선은 무겁게 봉구안에게 꽂혔다.봉구안은 단 한 순간도 주저하지 않았다.소욱이 언젠가 말했던 ‘옥비석의 재앙’.남제가 건국된 직후, 태조 황제를 지키던 측근들이 하나둘 기이하게 목숨을 잃어갔다.그 당시 사람들은 모두 그것이 옥비석의 반작용 때문이라 여겼지만… 봉구안은 단정했다.“그 죽음들은 전부 너 모용길이 꾸민 짓이 아니더냐.”그 말이 떨어지자, 모용길의 눈동자가 매섭게 떨렸다.봉구안의 목소리는 평온했지만, 그 안에 담긴 진실은 날카롭게 울렸다.그녀는 시선을 한 치도 피하지 않고 말을 이었다.“내 짐작이 맞다면, 그 시절의 태조는 이미 병세가 깊었던 상태였을 거야.”“너는 불로장생의 방법을 찾기 위해 사술을 익혔고, 그 실험 대상으로 태조 곁에 있던 이들의 피를 썼지.”“다만 수많은 이들의 피를 말려 죽였는데도 아무런 효험이 없었을 거야.”“그러다 마지막으로 선택한 게… 옛 서왕, 지금의 서왕의 부친이셨던 거지.”그녀의 눈빛이 서늘하게 가라앉았다.“그 피만이 태조의 몸에 반응을 보였을 거야. 그렇게 태조께서는 ‘살아 있는 시체’가 됐고, 넌 그때부터 계속해서 약쟁이를 만들어내기 시작했어. 진짜 목적은 태조를 살리는 거였지. 그저 상태를 유지하는 게 아니라, 다시 인간으로 되돌리는 것. 바로 그게 너의 최종 목표였을 거야.”모용길은 냉소 섞인 웃음을 흘렸다.그러나 봉구안은
그 노도사는 봉구안이 데려온 가짜 도사였다.사실 그는 타국의 평범한 백성일 뿐이지만, 실제로 삼백 년을 살아온 인물이기도 했다.이번 계책은 단 하나의 목적을 위해 쓰였다.약쟁이 사건의 진짜 배후를 꾀어내기 위해서였다.봉구안은 확신하고 있었다.그 자의 진짜 목적은 불로장생.그렇기에 이번에는 반드시… 단번에 끝을 내야 했다.하지만 마음 한켠엔 조바심이 일었다. 그녀의 표정을 살핀 소욱이 조용히 말했다.“약이 식겠다. 먼저 약부터 마시거라.”……밤이 깊은 시각, 궁 밖에서 전갈이 날아들었다. 노도사를 찾았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소욱과 봉구안은 그 말을 듣자마자 눈빛을 교환했다.그리고 거의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폐하, 은이와 그 일행이 도사를 납치한 자를 붙잡았습니다! 지금 천옥으로 이송 중입니다!”소욱은 심장이 요동쳤다.진실을… 진실을 확인해야만 했다.날이 밝을 때까지 기다릴 이유가 없었다.그는 봉구안과 함께 곧장 천옥으로 향했다.반 시진쯤 지나, 천옥.두 사람은 마침내 그 사내와 마주했다.노도사를 납치했던 자이자, 어쩌면 약쟁이단의 진짜 주모자일지도 모를 인물이었다.봉구안은 호위복으로 변장한 채 소욱 옆에 서 있었다.언제 어떤 돌발 상황이 터질지 모르기에, 그녀는 단단히 경계하고 있었다.감옥 안의 남자는 매우 늙어 보였다.눈은 푸르스름하게 흐려졌고, 머리는 새하얗게 변해 있었다.확실히 동방세가 그려낸 인물과 유사했다.그는 소욱을 바라보더니, 마치 이미 모든 결말을 알고 있다는 듯 두려움이라고는 없었다.“절 잡기 위해, 아주 큰 판을 짰다던데 과연 사실이었군요.”소욱은 감방 너머 그를 노려보며 물었다.“네 정체가 무엇이냐.”그 남자는 고개를 숙인 채, 쉰 목소리로 대답했다.“모용길입니다.”소욱은 이미 예상하고 있었지만, 그 이름을 직접 듣는 순간 잠시 멍해졌다.정말로… 이 남자가 그 전설의 모용길이란 말인가.이백 년을 살아온 그 인물이 맞다고?모용길은 천천히 고개를 들어, 당당한 눈빛으로 말했다.“
사월 하순, 약쟁이 사건이 마침내 일단락되었다.진범은 모용욱. 모용가의 다른 사람들은 모두 무죄 방면되었고, 약쟁이단의 전원은 형장에서 참수당할 예정이라는 조서가 내려졌다.소식이 퍼지자 백성들은 너나없이 거리로 뛰쳐나와 입을 모았다.“아이고, 이 일도 드디어 끝났구먼!”“대리사에서 어지간히 수사를 잘했나 봐!”“모용가는 원래부터 수상했지. 다른 사람들은 몰랐다니, 그건 좀 아닌 것 같은데.”“그러게 말이야. 혹시 그 모용욱이라는 자, 그냥 바람막이 아니었을까?”이유야 어쨌든, 사건이 마무리되었다는 사실에 백성들은 안도했다.이제 다시는 길에서 납치당해 약쟁이로 끌려갈까 두려워하지 않아도 되니까 말이다.해가 높이 뜬 봄날, 도성은 어느새 예전의 활기를 되찾았다.오월 초, 황성에 또다시 기이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술집과 찻집, 사람들 모이는 곳이면 어디서나 같은 이야기가 나왔다.“그거 들었어? 얼마 전에 도성에 도사가 나타났는데, 불로장생의 비법이 있다며. 사람들이 그 집 문턱을 닳도록 찾아간다더라!”“거짓말이지. 세상천지에 불로장생이 어디 있어.”“근데 말이야, 그 도사 무려 삼백 살이 넘었대.”“두 왕조를 거치며 살아온 살아 있는 신선이라잖아!”“그래, 나도 들었어. 요새는 대신들이며 귀족들까지 줄줄이 찾아간대.”“오늘은 심지어 궁에까지 불려 들어갔다더라고.”“폐하께서도 믿고 계신다는데… 그럼 뭔가 있긴 있는 거 아냐?”그때, 누군가 문 밖을 가리키며 외쳤다.“저기 봐! 도사님 오신다!”거리 끝에서 하얀 수염을 늘어뜨린 노인이 보였다.작은 가마에 올라타 있었고, 네 명의 제자들이 앞뒤로 가마를 들고 있었다.그 뒤를 수십 명의 도사들이 수행을 하고 있는 것처럼 따르고 있었고, 그가 지나가는 길목마다 백성들은 무릎 꿇고 고개를 숙였다.“도사님! 제발 불로장생의 길을 가르쳐 주소서!”“도사님, 전 장생은 바라지 않아요. 제 딸 좀 살려주세요. 병이 너무 깊어요.”“도사님은 백병을 다스리신다던데, 제발…”모두가 각자의
소욱은 봉구안의 생각을 도무지 따라잡을 수 없었다.방금 전까진 분명 모용길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 어째서 갑자기 태조 황제 묘까지 들먹이는 것일까?그래도 그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답해 주었다.“태조께서는 동릉에 묻혔다.”도굴을 막기 위해 태조의 능은 총 열세 곳에 분산되어 있었고, 각각의 무덤엔 무거운 병력이 배치되어 있었다.허나 그 열세 곳 모두가 가짜였다.진짜 묘는 오직 역대 황제만이 그 위치를 알고 있었다.봉구안은 잠시 망설이더니 곧 단호하게 말했다.“폐하, 능을… 잠시 열어볼 수 있겠습니까?”소욱의 눈썹이 즉시 찌푸려졌다.“안 된다.”태조 황제는 이미 서세를 마친 성조였다.그분의 안식을 함부로 깨뜨릴 순 없었다.봉구안도 그가 이 요청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하지만 이 일은 약쟁이 사건의 진상에 직결되는 문제였다.그녀는 침착히 입을 열었다.“진정 불로장생을 원한 사람은 모용길이 아니라 태조 황제였을 수도 있습니다.”소욱은 너무 놀란 나머지,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구안아, 지금 네 말은… 너무 황당하구나.”“설마 이 모든 약쟁이 사건의 배후가 태조 황제라는 것이냐?”도무지 믿을 수 없는 얘기였다.동방세가 그린 그 인물은 모용길과 닮았을 뿐, 자신들의 소씨 가문과는 단 한 점도 닮은 데가 없었다.봉구안도 이건 어디까지나 의심일 뿐이라 단정하지 않았다.하지만 그녀의 직감은 이 방향을 향하고 있었다.“모용길이 연막을 치고 모용욱에게 모든 죄를 뒤집어씌운 뒤, 모용가 전체를 끌어들인 것만 봐도… 그 자는 모용가의 존망 따윈 개의치 않는 듯합니다.”“그렇다면 그 자가 진정으로 지키고자 한 건, 다른 무엇일지도 모릅니다.”그녀의 눈빛이 깊어졌다.“폐하, 이백 년 전의 일은 저희가 직접 본 게 아닙니다.”“하지만 사관의 기록에 따르면, 태조 황제께서는 남산왕, 서왕, 그리고 모용길과는 생사고락을 함께했던 사이였다고 합니다.”“남산왕은 태조의 명을 따라 세세손손 봉맥을 지켜왔고, 서왕가는 동부를
봉구안은 이전에 모용가의 선조에 대해 조사하면서, 그들의 초상화를 본 적이 있었다.책자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태조 황제가 천하를 개척할 당시, 모용길이라는 인물이 군량과 보급을 아낌없이 헌납했고, 그 공을 인정받아 승상에 올랐지만 불과 세 해 만에 세상을 떠났다고 했다.향년, 마흔.그런데 지금 동방세가 그려낸 배후 인물의 얼굴이 그 모용길과 너무도 흡사했다.소욱 역시 그림을 비교해보았다.한 손엔 방금 받은 초상화, 다른 한 손엔 책에 실린 옛 그림이 들려있었다.똑같다고 하긴 어렵지만, 적어도 십중팔구 정도 닮은 듯했다!그는 봉구안과 눈을 마주쳤다.“얼굴이 닮은 거겠지. 아니면 모용가 어딘가에 숨어 있던 서자일지도 몰라.”소욱은 분명히 선을 그었다.그 모용길이라는 인물이 지금까지 살아 있을 리 없다는 것이었다.하지만 봉구안은 강호를 누비며 별의별 기이한 일을 겪은 사람이었다.“충북에는 삼백 살 넘은 노인이 있다 들었습니다.”“신무파 장문도 이백십칠 년을 살았다죠.”“남제가 건국된 지 이제 겨우 이백 년 남짓입니다.”“만일 정말 불로장생이 가능하다면, 모용길이 살아 있을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봉구안은 담담히 말했다.게다가, 그녀를 더욱 확신에 가까운 의심으로 이끄는 단서가 하나 더 있었다.“폐하, 서왕께선 납치 당시에 그들이 피를 원했다고 했습니다.”“그 피를 마시면 불로장생할 수 있다고요.”“이건 아주 중요한 단서입니다.”소욱은 미간을 좁히며 말했다.“서왕 말로는, 그 자가 정신이 온전치 않았다 하던데... 횡설수설하는 미치광이였다고.”봉구안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들을 때는 허무맹랑하게 들릴지 몰라도, 저는 오히려 모용길이 이번 일의 진짜 배후라 생각합니다.”“모용가의 조상사당은 아무나 들어갈 수 있는 곳이 아닙니다. 그곳에 독초를 재배하려면 내부의 협조 없이는 불가능하지요.”“그리고 모용욱의 검거도 너무 순조로웠습니다.”“모든 것이… 너무 ‘그럴듯’했어요.”“어쩌면, 모든 건 모용길이 준
봉구안은 소욱이 자신을 다시 궁으로 데려온 진짜 이유가, 자신이 서여국에 가면 돌아오지 않을까 봐 두려웠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듣고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소욱은 조심스레 사과할 말을 고르고 있었지만, 그녀는 문득 그의 입술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소욱은 놀란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봤다.봉구안은 다시금 고개를 숙여, 부드럽게 그의 입술에 한 번 더 입을 맞췄다. 그 동작엔 위로와 다정함이 가득 담겨 있었다.“이번 일은 폐하를 탓할 일이 아닙니다. 폐하께서 저를 의심하신 건 제가 드린 믿음이 아직 부족했기 때문이겠지요.”“담대연은 말재주가 뛰어납니다. 누구라도 한 번쯤은 흔들릴 만합니다.”그녀는 시선을 마주하고 또박또박 말했다.“하지만 분명히 말씀드릴게요. 제 마음속에서 가족이 있는 곳이, 진짜 ‘집’입니다.”“폐하께서는 저의 지아비이십니다. 혈육은 아니지만, 저의 여생을 함께할 유일한 사람이지요.”“서여국이 아무리 좋아도, 폐하만큼 소중하진 않습니다.”소욱의 손끝이 떨렸다.“너… 그 말이 진심이냐?”그는 여전히 확신이 없는 듯한 눈빛으로 다시 물었다.“내가 정말 네 마음속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이야?”봉구안은 오히려 되물었다.“폐하가 아니면 누가 있겠습니까?”그러자 소욱은 손가락을 접으며 셈을 하기 시작했다.“사부랑 사모, 그리고 봉장미, 게다가… 네 뱃속에 있는 이 녀석.”“세상 사람들 다 그러더라. 자식은 어미의 인생 그 자체라고… 지금도 내 순위가 그리 높진 않은데, 아이가 태어나면 내 자리는 더 밀려나겠지.”봉구안은 어이없으면서도 웃음이 나왔다.그녀는 진지하게 설명했다.“사부님과 사모님은 저에게 산처럼 큰 은혜를 주신 분들이지만, 그분들도 장미와 마찬가지로 ‘혈육’일 뿐입니다.”“저와 평생을 함께할 수 있는 존재는 아니지요.”“아이도 마찬가지예요. 제가 폐하를 마음에 두었기에 생긴 아이인데, 어떻게 그 아버지를 제쳐둘 수 있겠습니까?”“폐하야말로 제가 앞으로 비바람을 함께할 사람, ‘집’이라 부를 수 있는 유
아침 조회.조정에는 분노가 들끓었다. 신료들은 하나같이 모용가를 엄하게 조사하겠다며 격분한 목소리로 외쳤다.“폐하 모용가 사당에서 이상한 점이 드러났고, 모용욱의 저택에서는 약쟁이 소굴이 발견되었습니다. 반드시 모용 일가 전체를 철저히 조사해야 합니다!”“신도 동의합니다! 모용욱 혼자만의 짓일 리 없으며, 모용가의 다른 이들도 직접 연루되진 않았더라도 방조하거나 제대로 알리지 않은 죄가 있습니다!”조묘 사건 이후, 모용가는 이미 추락할 대로 추락하였다.이번 약쟁이 사건은 수많은 무고한 관리까지 연루되며 사람들의 불신과 공포를 증폭시켰고, 분노는 하늘을 찔렀다.민심을 수습하려면, 이참에 반드시 철저히 죄를 묻고 엄벌해야 했다.결국 모용 일가는 또다시 전원 구금되었다.이전엔 모용선의 아버지, 모용렴이 자신을 희생해 가문을 구했지만… 이번에는 그럴 틈조차 없었다.옥양산.태황태후는 이 소식을 듣고 크게 동요했다.더 이상 모용가의 일에 관여하지 않기로 했던 그녀였지만, 이번 일은 너무나도 중대했다.“약쟁이라니... 어떻게 모용가가 그런 일에 휘말릴 수 있단 말이냐…”수십 년을 모신 상궁이 다급히 물었다.“태황태후마마, 이제 어찌해야 할지…”태황태후는 부처상 앞에서 눈물을 머금고 고개를 떨구었다.“모용가가 정말 죄를 지었다면, 내가 무슨 낯으로 구하겠느냐. 죄가 없다고 해도 나는 이제 황제 얼굴조차 볼 수 없는데… 어떻게 말을 전하겠느냐.”“이건… 하늘이 우리 모용가를 멸하려는 것이 분명하다…”태황태후는 그날로 병석에 눕고 말았다.황궁, 자녕궁.태후는 태황태후의 병세를 전해 듣고 즉시 태의를 보냈다.곁에 있던 계 상궁이 조심스레 속삭였다.“태후마마, 태황태후께서는 예전에 천룡회와 손잡고 폐하를 몰아내려 하셨고, 이번엔 모용가가 약쟁이 일로 큰 소란을 일으켰으니 굳이 정성을 들이실 필요가 없지 않습니까.”그 말에 태후는 눈썹을 찌푸리며 나직이 꾸짖었다.“감히 뚫린 입이라고 함부로 지껄이는 것이냐! 입을 조심하지 못하겠느냐. 말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