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구안이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 앉았다.“그래서, 폐하의 마음에 드신 인재는 누구입니까?”요즘 소욱은 황자들의 사부 후보를 고르느라 백 명도 넘게 검토할 만큼 까다로워졌다. 겨우 모든 조건을 충족하는 이를 찾았나 싶으면, 외모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탈락시키는 통에 봉구안조차 혀를 찼다. 아이들 사부를 고르는데 외모가 왜 중요한지, 참으로 얄팍한 기준이었다.하지만 소욱은 나름의 이유가 있다고 했다. '근묵자흑'이라 하여, 부부처럼 가까이 지내다 보면 서로 닮아가는 법이니 인물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봉구안은 그저 궤변일 뿐이라 여겼다.그런 그가 드디어 마음에 드는 인물을 찾았다니, 꽤나 의외였다. 그 말투 속 장난기를 눈치챈 소욱이 개의치 않고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그 사람이 바로 담대연이다.”봉구안의 표정이 미묘하게 변했다.“확실하십니까?”담대연은 과거 동산국에서 복무하다 남제로 귀순한 인물로, 지금까지 천옥에 갇힌 채 교무당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었다. 그의 재능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었고, 게다가 용모도 수려했다. 소욱의 기준에는 완벽하게 들어맞는 인물이었다.하지만 담대연은 속마음을 좀처럼 읽을 수 없는 사람이었다. 남제에서 죄수 신분으로 살아가면서도 비웃음과 멸시를 개의치 않는 그 인내와 절제력은 결코 평범한 사람이 지닌 것이 아니었다. 선과 악의 경계에 선 인물이라 할 수 있었다.그런 자에게 아이들을 맡기는 것은 봉구안으로서는 마음 놓기 어려운 일이었다.소욱은 그녀의 고민을 알아챘다.“담대연만큼 적임자는 없다.”“그 자는 교무당 제자들을 진심으로 가르치고 있고, 우리가 무성에서 고립되었을 때도 '거미줄' 전술을 그가 짜내어 큰 공을 세웠다.““나는 그 자를 천옥에서 풀어내어 태자의 사부로 삼을 생각이다.”봉구안은 반박하지 않았다.“괜찮은 것 같기도 합니다. 일단 시도해보지요.”소욱은 그녀가 여전히 마음에 걸려 하는 듯해 덧붙였다.“아직도 걱정되느냐? 내가 그 자를 택한 이상 당연히 준비는 마쳤다. 천옥의 간수
남강왕은 급히 물었고, 동시에 경계심을 품기 시작했다. 그는 잘 알고 있었다. 소황이 남강과 아무런 연이 없음에도 순순히 돕겠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을. 단, 소황이 내걸 조건이 지나치지만 않다면 얼마든지 받아들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소황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저는 그저 목숨을 부지하고자 할 뿐입니다. 바라건대, 폐하께서 저를 거두어 주시기를 바랍니다.”그게 전부라니? 남강왕은 다소 놀란 눈치였다.소황은 그가 믿지 않는 것을 눈치채고 덧붙였다.“도망자에게 더 바랄 것이 무엇이 있겠습니까? 만일 장차 정말로 남강이 패업을 이루는 데 보탬이 된다면, 폐하께서 저에게 몸 하나 뉘일 곳만 허락하신다면, 그 이상은 바랄 수 없는 은혜입니다.”남강왕은 일단 그의 말을 믿기로 했다.“너의 행방은 남제나 동산국 모두 모를 것이다.”소황은 머리를 숙이며 예를 올렸다.“감사합니다, 폐하.”그리하여 남강왕은 소황을 궁 안에 머무르게 하였다. 소황은 조용히 물러나면서 눈빛 속에 스치듯 스산한 기운을 띠었다.왕좌 위에서 남강왕의 생각은 점점 깊어졌다. 천하를 제패하는 일, 어느 군왕이 한 번쯤 꿈꾸지 않았겠는가.만일 소황이 정말 그런 능력을 갖춘 자라면, 그는 남강의 천운일 것이다.동산국, 원가.태자 사현진은 최근에야 시간이 나서 원 노인을 직접 찾아와, 과거 자신을 거두어준 은혜에 대해 정중히 감사를 전했다. 하지만 이야기 도중 소황의 행방이 거론되자 모두가 얼굴을 찌푸렸다.태자가 먼저 입을 열었다.“지금껏 뚜렷한 단서가 없습니다. 저는 그 자가 이미 동산국을 벗어났을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원 노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럴지도 모르지. 나라 안에 갇힌 짐승이 될 바엔 나라를 떠났을 테지.”곁에 있던 원담은 안절부절못하며 말했다.“그럼 결국 놓친 거네요? 그 자는 재앙입니다! 범을 산에 풀어주는 셈이지요. 반드시 다시 돌아올 겁니다!”원 노인은 말없이 창밖을 바라보며, 머릿속 생각이 멀리 떠나가 있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소황은 동산국의 삼엄한 봉쇄망을 뚫고 도망칠 수밖에 없었다. 그가 향한 곳은 남강이었다.남강의 변방은 곳곳에 독기와 악취가 진동하는 독장의 땅이었다. 그를 따르던 부하들 대부분이 이 독장 속에서 목숨을 잃었다.'재앙은 천년을 이어간다'는 말처럼, 소황이 살아남은 것은 실로 기적에 가까웠다. 그는 스스로 만든 해독환 덕분에 간신히 독기를 피할 수 있었고, 마침내 남강 경내로 들어설 수 있었다.지금 세상 사람들 모두가 자신을 마치 괴물처럼 여기고 있다는 사실을 그는 잘 알고 있었다. 게다가 남강은 예전부터 남제와 동맹 관계였으니, 자신이 남강에 숨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틀림없이 남제를 도와 자신을 잡으려 들 것이다.그러니 그가 취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먼저 선수를 치는 것이었다.소황은 풍파를 겪은 인물답게 사방이 적인 상황 속에서도 결코 기세를 꺾지 않았다. 오히려 스스로 나서서 남강왕을 알현하기를 청했다.남강, 황궁.왕좌 위에 앉은 남강왕은 깊은 고민에 잠긴 듯 눈살을 잔뜩 찌푸리고 있었다.남제와 동산국에서 벌어진 최근의 일들을 그는 이미 다 알고 있었다. 두 나라 모두 '약쟁이'의 재앙을 겪었고, 그 참상이 얼마나 참혹했는지 그는 절대 가볍게 보지 않았다.게다가 조사를 통해 그 모든 사태의 근원이 소황이라는 인물이라는 사실까지 드러났으니, 지금 남제와 동산국 모두가 소황을 수배 중이었다.다른 나라들의 반응은 두 갈래로 나뉘었다. 하나는 남제와 동산국처럼 약쟁이를 깊이 증오하며 소황을 반드시 잡아 멸하겠다는 입장이었다. 또 다른 하나는 속으로는 야심을 품고 소황을 몰래 품으려는 세력들이었다.모두가 아는 바와 같이, 남제는 국력이 막강하고 병력도 정예였다. 평범한 수단으로는 도저히 남제를 이길 수 없었다. 하지만 만약 약쟁이의 힘을 손에 넣을 수만 있다면, 그것은 '화룡' 같은 무기보다도 훨씬 유용한 전력이 될 수 있었다.남강은 당연히 첫 번째 입장을 택했다. 그들은 남제와 동맹국이며,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다는 격언처럼 둘의 운명은 맞물
갈십칠은 더 이상 견딜 수 없었다. 자신이 마치 사형 집행인이 된 듯한 기분이었다. 판결은 사저께서 내리셨지만, 이토록 잔혹한 일을 자신에게 맡기다니 끔찍하기 그지없었다. 그는 서왕을 동정했고, 어린 세자를 더욱 불쌍히 여겼다.“다른 일이 없으시다면, 저는 이만 물러가겠습니다.”갈십칠의 말에 서왕은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 그저 약을 든 채 묵묵히 서 있을 뿐이었다. 그조차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결이를 위해서라면 서왕은 더 이상 남강에 들어가서는 안 되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부자는 완부옥과 다시 만날 수 없게 된다. 그녀는 지금 오직 남강만을 지키고 있을 뿐, 두 사람을 찾으러 오지는 않을 것이다. 앞으로 영원히 완부옥을 보지 못할 것이라 생각하지, 서왕의 마음은 도무지 놓이지 않았다.남제, 황성.정사가 안정된 후에야 소욱은 겨우 숨 돌릴 틈을 얻었다. 더 이상 매일 어전에서 상소문을 처리하느라 시달리지 않아도 되었다. 이제는 가족과 함께할 시간도 생겼다.하지만 영화궁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그는 눈살을 찌푸렸다. 후궁들이 참새 떼처럼 재잘거리며 오리 떼처럼 시끄럽게 떠들어대고 있었다. 그들은 황후와 두 황자를 둘러싸고 웃고 떠들며 무엇인가를 하고 있었지만, 도대체 무슨 일인지 알 수가 없었다.사양이 날카로운 목소리로 외쳤다.“황제 폐하 납시오!”그제야 후궁들이 황제의 도착을 알아차렸다.봉구안은 자리에서 일어나 후궁들과 함께 경례를 올렸다.“폐하를 뵙습니다!”소욱은 분명히 그 중 몇몇의 불쾌한 기색을 느꼈다. 마치 자신의 등장이 방해가 되기라도 한 듯이. 우스운 일이었다! 사실 그녀들이야말로 침입자이자 기생충들이었는데 말이다.소욱이 한마디 내렸다.“물러가거라.”감히 거역할 자는 아무도 없었다.후궁들이 물러간 후, 궁은 겨우 정적을 되찾았다. 소욱은 직접 봉구안을 일으켜 세우며 한층 부드러운 어조로 말했다.“영화궁의 문을 닫아두어라. 저들이 규칙도 없이 매일 너와 아이들을 방해하게 둘
완부옥은 눈에 핏발을 세운 채 분노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남강을 위해서입니까? 아니면 폐하의 왕위를 위해서입니까?”남강왕의 안색이 급격히 굳어졌다.“네가! 네가 감히 나에게 그런 말을 하다니!”완부옥은 얼굴을 가리고 있던 얇은 비단을 벗어 던졌다. 일그러지고 처참한 얼굴이 그대로 드러났다. 그녀의 눈에는 분노와 비통함이 가득했다.“남강을 지키기 위해 저는 사람이 아닌 괴물 같은 모습이 되었습니다. 부군과 자식을 버렸고, 날마다 역류하는 고통을 견디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죽은 사부님과 남강을 위해서라면, 이 모든 것을 감수할 수 있었습니다. 원망도 없고, 후회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폐하께선 여전히 저를 믿지 못하고, 끝내 저를 몰아세우시는군요! 남강을 지키는 것은 저였고, 폐하께서 왕좌에 안심하고 앉을 수 있었던 것도 저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제 아이를 죽이시겠다고요? 보답을 바란 적은 없지만, 돌아온 것은 배신이었습니다!”남강왕은 그 말을 듣고 잠시 말문이 막혔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앞을 가로막던 호위를 밀쳐내고, 완부옥의 분노를 정면으로 마주했다.“네가 남강을 위해 해온 일들은 나도 다 알고 있다. 그 아이를 죽이라 명한 것도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그 아이가 존재하는 한, 네 약점이 되고, 수련에도 방해가 되니, 차라리 일찍 끊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다. 이대로 모든 것을 그르칠 수는 없지 않느냐!”하지만 완부옥은 그런 그럴듯한 말 따위는 듣지 않았다. 그녀는 암살자의 시신 위에 발을 내디디며 단호하게 선언했다.“제가 폐하를 왕좌에 앉힐 수 있는 사람이라면, 반대로 매일 전전긍긍하며 불안 속에 살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남강왕은 충격에 눈을 크게 떴다. 그녀가... 감히 자신을 위협하다니?“완부옥! 정말 제정신이냐! 정녕 아이를 원한다면 남강의 사내들 중 아무나 골라서 아이를 낳으면 될 일이다! 남제 놈과 낳은 아이는, 어차피 하나의 가족이 될 수 없다! 그 아이와는 영원히 갈라서게 되어 있다! 난 널 위해 그러는 거다! 그런데
남제, 남방.서왕은 낮 동안 정무를 처리하면서도 종종 어린 아들을 곁에 두었다.완부옥에게 아이의 이름을 지어달라고 줄곧 부탁했지만, 그녀가 계속 미루는 바람에 아직까지도 아이에게는 정식 이름이 없었다. 다만 젖먹이 시절부터 불러온 유아명 '결이'만 있을 뿐이었다.결이는 무척 얌전하고 순한 아이였다. 누구 품에 안겨도 울지 않고 보채지도 않았다.그가 남방으로 보내진 지 얼마 되지 않아, 황제가 그를 세자로 책봉한다는 성지가 내려졌다.아직 너무 어린 결이는 세자라는 지위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알 리 없었다. 그에게는 지금 잘 먹고 잘 자는 것이 가장 큰 행복이자 만족이었다.더욱이 그는 몰랐다. 서왕이 요즘 들어 늘 우울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며 자주 긴 한숨을 쉬는 이유를 말이다.보름달이 뜨는 날, 서왕은 평소처럼 관저의 업무를 마친 후 아들을 데리고 남강으로 갈 계획이었다.하지만 막 관저를 나서려던 순간, 한 호위가 급히 달려와 다급하게 외쳤다.“큰일입니다, 전하! 세자 저하께서 크게 다치셨습니다!”서왕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그는 자초지종을 물을 틈도 없이 급히 아들이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관저는 복잡한 사람들이 드나드는 곳이라, 서왕과 아들은 별채에 따로 거처를 마련해두었다. 다행히 거리는 멀지 않았다.잠시 후, 서왕이 급히 별채에 도착했다.침상 위에서 결이는 의식을 잃고 깊이 잠들어 있었다. 끊어질 듯 끊어질 듯한 희미한 숨결만이 간신히 이어지고 있었다. 의원은 그의 상처를 치료하며 심각한 얼굴로 맥을 짚고 있었다.서왕은 아이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묻고 싶었지만, 의원의 치료를 방해할 수 없어 억지로 마음을 다잡고 이성을 되찾으려 애썼다.그는 바깥방으로 나와 차가운 음성으로 호위에게 물었다.“범인은 잡았느냐?”호위는 고개를 숙이고 답했다.“전하, 생포한 자는 단 한 명입니다. 지금 배후를 추궁하고 있습니다만, 분명한 것은 그자들이 세자 저하를 노리고 온 자객들이라는 점입니다. 세자께 호위가 충분히 배치되어 있지 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