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MELDEN화요일 오전 10시 12분.최태혁은 감사 담당자와 함께 IT 지원 담당자를 만났다.“6년 전 제 노트북을 점검하셨다고 들었습니다.”담당자는 오래된 작업 기록을 펼쳤다.“네. 보안 프로그램이 실행되지 않는다는 요청이었습니다.”“당시 누가 노트북을 가져왔습니까?”“재무팀 직원이었습니다. 정확한 이름은 기록에 남아 있지 않습니다.”“점검하는 동안 직접 사용하셨습니까?”“오류 확인과 프로그램 재설치는 제가 했습니다. 다만 중간에 다른 장비를 점검하러 자리를 비웠습니다.”태혁은 기록을 살폈다.“그때 노트북은 어디에 있었습니까?”“공용 점검실입니다.”감사 담당자가 물었다.“다른 직원이 접근할 수 있었습니까?”“가능했습니다. 당시에는 출입 통제가 엄격하지 않았습니다.”태혁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렇다면 접속 기록만으로 사용자를 특정하기 어렵겠군요.”“네. 죄송합니다.”“사과하실 일은 아닙니다. 기억나는 사실만 말씀해 주시면 됩니다.”오후 12시 28분.감사 담당자는 점검실의 과거 출입 기록을 확인했다.“당시 기록은 대부분 보존 기간이 지나 삭제됐습니다.”“복원할 방법은 없습니까?”“현재로서는 어렵습니다.”태혁은 잠시 생각했다.“그럼 결재 승인 방식부터 다시 확인합시다.”“어떤 부분을 말씀하십니까?”“승인할 때 비밀번호를 다시 입력해야 했는지요.”담당자는 자료를 확인했다.“당시에는 로그인된 상태라면 별도 인증 없이 결재가 가능했습니다.”태혁은 서류를 내려놓았다.“그렇다면 계정 사용 기록만으로 제가 승인했다고 확정할 수는 없겠군요.”“맞습니다.”오후 6시 35분.은서율은 거실에서 작은 상자를 포장하고 있었다.“주인님, 오늘은 일찍 오셨네요.”태혁이 웃으며 다가왔다.“약속했잖아.”“뭘요?”“이제 저녁은 가능하면 같이 먹기로.”서율은 상자를 내밀었다.“그럼 이것부터 열어보세요.”안에는 두 사람이 놀이공원에서 찍은 사진으로 만든 작은 탁상 달력이 들어 있었다.“직접 만든 거야?”“네. 사진 골라서 주문했
월요일 오전 9시 24분.최태혁은 감사 담당자와 함께 복원된 전자결재 기록을 확인했다.“원격 접속 가능 여부는 확인됐습니까?”“네. 당시에는 외부 접속이 가능했습니다. 다만 별도의 보안 인증이 필요했습니다.”“인증 기록도 남아 있습니까?”“일부 남아 있습니다.”담당자는 화면을 돌렸다.승인 시각은 오후 8시 46분.접속 계정은 최태혁.그런데 인증에 사용된 기기는 태혁이 회사에서 지급받았던 노트북이었다.“이 노트북은 당시 제가 사용하던 겁니다.”“그날 어디에 두셨는지 기억하십니까?”태혁은 잠시 생각했다.“계약 체결 후 사무실에 두고 나왔던 것 같습니다.”“그렇다면 기기 보관 기록도 확인하겠습니다.”태혁은 고개를 끄덕였다.“당시 기기를 누가 사용했는지 확인되기 전까지는 결론을 내리지 마십시오.”오전 11시 18분.태혁은 후임 후보자와 인수인계 자료를 정리했다.“다음 주부터 운영회의는 전부 맡으셔도 됩니다.”“최 이사님은 참석하지 않으십니까?”“필요할 때만 참석하겠습니다.”상대는 잠시 웃었다.“이제 정말 자리를 넘겨주시는군요.”“그래야 당신도 결정할 수 있으니까요.”태혁은 서류철을 건넸다.“대신 문제가 생기면 숨기지 말고 바로 공유해 주세요.”“그건 약속드리겠습니다.”오후 6시 32분.은서율은 식탁에 작은 상자를 올려놓았다.“주인님, 이거 보세요.”태혁이 상자를 열자 나무로 만든 작은 책갈피가 들어 있었다.“서점에서 주문한 거야?”“네. 이름도 새겼어요.”책갈피에는 **《최태혁의 쉬는 시간》**이라고 적혀 있었다.태혁은 웃음을 터뜨렸다.“이제 쉬는 것도 이름표가 필요해?”“네. 주인님은 자꾸 일하시니까요.”서율은 책갈피를 그의 손에 쥐여주었다.“하루에 30분이라도 책 읽으세요.”“그럼 그 시간에는 네가 옆에 있어 줄래?”“당연하죠.”태혁은 그녀를 끌어안았다.“고마워, 서율아.”오후 8시 41분.두 사람은 거실에서 각자 책을 읽고 있었다.서율이 먼저 입을 열었다.“주인님, 여행 가면
토요일 오전 10시 18분. 최태혁은 감사 담당자에게 전달받은 자료를 다시 펼쳤다. 6년 전 월간 자금 보고서의 최종 검토자란에는 분명 자신의 이름이 있었다. 하지만 이상한 점이 있었다. “이 보고서는 재무팀에서 작성한 것 아닙니까?” “맞습니다.” “그런데 왜 사업 담당자인 제가 최종 검토자로 지정됐습니까?” “당시 결재 경로가 변경된 기록이 있습니다.” 태혁은 화면을 바라봤다. 원래 최종 검토자는 사업본부장이었다. 그런데 보고서 제출 2시간 전, 검토자가 최태혁으로 변경돼 있었다. “변경 요청자는요?” “당시 재무팀 책임자입니다.” 태혁은 잠시 생각했다. “제가 실제로 승인했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까?” “전자결재 기록에는 승인 완료로 표시돼 있습니다. 접속 기록은 추가 확인 중입니다.” “그럼 기록이 나올 때까지 판단하지 않겠습니다.” 오후 12시 36분. 은서율은 거실에서 낭독극 원고를 읽고 있었다. 태혁이 옆에 앉자 그녀가 원고를 내려놓았다. “주인님, 오늘은 회사 안 가세요?” “응. 오늘은 쉬려고.” “그럼 저랑 서점 갈래요?” “좋아.” 서율은 반갑게 웃었다. “이번에는 제가 책 1권 골라드릴게요.” “어떤 책?” “비밀이에요. 주인님이 평소에 안 읽는 종류로요.” 태혁은 그녀의 손을 잡았다. “기대되네.” 오후 2시 14분. 서점에서 서율은 여행 에세이 한 권을 골랐다. “주인님, 이거 읽어보세요.” “여행 이야기네.” “네. 계획 없이 떠난 사람들이 쓴 이야기래요.” 태혁은 책을 펼쳤다. “나한테 필요한 책이군.” “그렇죠?” 서율은 장난스럽게 웃었다. 태혁은 이번에는 서율에게 책을 골라줬다. 작은 도시의 오래된 극장을 배경으로 한 소설이었다. “네가 좋아할 것 같아서.” 서율은 표지를 살펴봤다. “주인님, 제 취향 정말 잘 아세요.” “10년 동안 배웠으니까.” 서율은 그의 팔짱을 꼈다. 오후 6시 27분. 집으로 돌아온 두 사람은 새로 산 책을 펼쳤다.
금요일 오전 9시 32분.최태혁은 감사 담당자와 함께 회의실에 들어섰다.맞은편에는 현재 재무팀 책임자가 앉아 있었다.“6년 전 자문 수수료 선지급에 관해 확인하겠습니다.”태혁이 서류를 펼쳤다.“당시 대표 보고 전에 지급을 요청하셨습니까?”“네. 다만 사업본부장의 승인을 받았습니다.”“대표 승인도 필요했던 금액 아닙니까?”상대는 잠시 침묵했다.“당시에는 긴급 집행이 가능하다고 판단했습니다.”감사 담당자가 질문했다.“그 판단의 근거가 남아 있습니까?”“별도 승인 메일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제출해 주시겠습니까?”“찾아보겠습니다.”태혁은 서류를 덮었다.“이번 신규 거래에서는 같은 방식으로 처리하지 마십시오.”상대가 고개를 들었다.“저를 업무에서 배제하시겠다는 겁니까?”“아닙니다. 승인 절차를 지키자는 겁니다.”오후 12시 18분.후임 후보자가 태혁에게 물었다.“최 이사님, 오늘 면담은 어떠셨습니까?”“확인할 자료가 더 남았습니다.”“자문위원 전환이 늦어질까요?”“그럴 이유는 없습니다. 조사와 인수인계는 구분해서 진행할 겁니다.”태혁은 새 업무 일정표를 내밀었다.“다음 주부터 정기 운영회의는 당신이 주재하세요.”“정말 괜찮으시겠습니까?”“네. 제가 계속 앞에 있으면 당신이 결정할 기회가 없으니까요.”후임 후보자는 미소 지었다.“그럼 책임지고 해보겠습니다.”오후 6시 41분.은서율은 현관에 들어선 태혁의 손을 잡았다.“주인님, 오늘은 제가 저녁 예약했어요.”“어디?”“우리 처음 데이트했던 레스토랑이요.”태혁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거기가 아직 있어?”“네. 메뉴도 거의 그대로래요.”“그럼 오늘 특별한 날이야?”서율은 웃었다.“그냥 주인님이랑 좋은 기억 하나 더 만들고 싶어서요.”태혁은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옷 갈아입고 나올게.”오후 7시 26분.레스토랑 창가 자리에 앉은 서율은 메뉴판을 펼쳤다.“주인님, 예전에 여기서 뭐 드셨는지 기억하세요?”“스테이크.”“저는요?
목요일 오전 9시 17분.최태혁은 감사 담당자에게서 전날 발견한 확인서의 검토 결과를 들었다.“문서 작성일이 실제 투자 확정일보다 5일 빠릅니다.”“발급한 곳은 확인됐습니까?”“당시 재무팀에서 작성했습니다. 외부 투자기관이 발급한 문서는 아닙니다.”태혁은 미간을 좁혔다.“그런데 제목이 투자금 집행 확정 확인서군요.”“네. 내부 예상 일정을 확정된 것처럼 기재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작성 경위부터 확인하십시오. 실제 지급을 승인한 사람이 어떤 자료를 봤는지도요.”담당자는 고개를 끄덕였다.“당시 지급 절차에 참여했던 직원들을 면담하겠습니다.”태혁은 창밖을 바라봤다.6년 전 자신이 서둘러 승인한 계약이었다. 하지만 그 이후의 자금 집행까지 자신이 알고 있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었다.오전 11시 32분.후임 후보자가 수정된 업무 절차를 가져왔다.“최 이사님, 신규 계약부터 적용할 검토표입니다.”태혁은 내용을 살펴봤다.법무 검토, 재무 검토, 위험 사항, 최종 승인 사유가 각각 구분돼 있었다.“좋습니다. 다만 한 가지 추가합시다.”“어떤 부분입니까?”“검토가 완료되지 않았을 때는 완료된 것처럼 표시하지 못하도록요.”상대가 웃었다.“이번 조사 때문에 생각하신 겁니까?”“그렇기도 하고, 앞으로 필요한 일이기도 합니다.”태혁은 서류를 돌려주었다.“이제 이 업무는 당신이 주도하세요.”“믿고 맡겨주시는 겁니까?”“네. 대신 의견이 다르면 언제든 말씀하십시오.”오후 6시 46분.은서율은 거실 바닥에 여행 가방을 펼쳐 놓고 있었다.“주인님, 이번에는 제가 짐 목록 만들었어요.”태혁은 옆에 앉았다.“보여줘.”“옷, 세면도구, 충전기, 책. 그리고 간식!”“간식이 제일 크게 적혀 있는데?”“중요하니까요.”태혁은 웃으며 목록 아래에 한 줄을 더 적었다.《아무것도 하지 않을 시간.》서율이 그의 글씨를 보고 미소 지었다.“이건 준비물이 아닌데요?”“제일 중요한 준비물이야.”“그럼 제가 하나 더 쓸게요.”서율은 그
수요일 오전 9시 32분.최태혁은 감사 담당자가 가져온 지급 내역을 확인했다.“성과보수가 실제로 지급됐습니까?”“네. 본계약 체결 2일 뒤 지급됐습니다.”“계약서에 정해진 금액과 일치합니까?”“금액은 일치합니다. 다만 지급 승인 과정에서 확인할 부분이 있습니다.”담당자는 두 번째 서류를 펼쳤다.성과보수 지급 요청서에는 당시 사업본부장의 승인 서명이 있었다.“재무팀 책임자도 결재했습니까?”“지급 검토자로 등록돼 있습니다.”태혁은 서류를 내려놓았다.“그럼 외부 자문사가 어떤 업무를 수행했는지부터 확인해야겠군요.”“자문사 측에 자료를 요청했습니다.”“좋습니다. 계약을 빨리 체결한 이유가 성과보수 때문이었다고 단정하지는 맙시다.”오전 11시 46분.후임 후보자가 태혁의 사무실을 찾았다.“최 이사님, 신규 거래 상대방에게서 수정안이 왔습니다.”태혁은 서류를 받아 들었다.“해지 조항은요?”“법무팀 의견을 대부분 반영했습니다.”“그럼 남은 쟁점만 정리하면 되겠군요.”후임 후보자가 웃었다.“이번에는 일정이 조금 늦어져도 괜찮겠습니까?”“괜찮습니다. 대신 왜 늦어지는지 정확하게 설명하세요.”태혁은 펜을 내려놓았다.“그리고 최종 결정은 앞으로 담당할 당신이 직접 검토했으면 합니다.”“벌써 맡기시는 겁니까?”“인수인계는 자리를 비운 뒤에 시작하는 게 아니니까요.”오후 6시 21분.“주인님, 오늘 저녁 메뉴 기억하세요?”은서율이 현관에서 물었다.태혁은 소매를 걷었다.“네가 정해 준 메뉴?”“네. 오늘은 주인님이 직접 만드는 날이에요.”서율이 냉장고에서 재료를 꺼냈다.메뉴는 토마토 해산물 파스타였다.태혁이 새우를 손질하는 동안 서율은 옆에서 토마토를 잘랐다.“주인님, 면은 조금 단단하게 삶아주세요.”“알겠어.”“소스는 제가 맛볼게요.”“오늘 감독관이 엄격하네.”“맛있는 저녁을 위한 거예요.”태혁은 웃으며 팬을 흔들었다.잠시 뒤 두 사람은 완성된 파스타를 식탁에 올렸다.서율이 한입 먹더니 엄지를 들어 올렸